최고의 교실 - 아이의 미래,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다이앤 태브너 지음, 우미정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의 교육 관련 책을 보면 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한국은 그래도 서열화에서 좀 벗어난 사람들이 '모두가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다'라고 선언하는 반면 미국은 그래도 서열화에서 좀 벗어난 사람들임에도 '모두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라고 선언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교육관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임에도 정반대의 서술이 일어난 건 한국은 아직도 공부를 잘 하는 것을 남보다 잘 하는 상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미국은 공부를 잘 하는 것을 스스로가 잘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로 아직도 한국은 공부를 잘 하는 것을 점수나, 스펙차원에서 생각한다면 미국은 공부를 잘 하는 것을 보편적 역량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실제 수행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으로 생각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다이엔 테브너는 모두가 공부를 잘 하는 학교인 공립고등학교인 서밋고등학교를 만들었다. 이름 처럼 모두가 정상에 오를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195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 고용주가 중시한 가치는 빠른 속도로 오래 일하는 능력, 세부사항과 방향 기억 능력, 산술계산능력이었다. 하지만 2020년인 지금 기업은 인재들에게 복합문제해결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인간관계능력, 타인과의 조정능력을 요구한다. 이는 혁신적 사고와 독립성 그리고 자기주도성에 기반한 능력들이다. 때문에 서밋 스쿨은 프로젝트 기반학습과, 깊은 사고, 협업을 기반으로 삼는다. 이 세 가지 활동을 통해 위와 같은 역량들이 양성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실행하는 것을 교사이기에 서밋은 교사 채용시 두 가지를 고려한다고 한다. 우선 이 교사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걸 믿는지, 그리고 이 교사가 새로운 접근 방식을 배우기 위해 지금까지의 경험과 훈련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다. 즉, 교사가 지금가지 평균적으로 해온 믿음과 철학을 버리고 새로운 철학과 믿음을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일부 혁신적인 학교에서도 프로젝트 학습은 부분적으로만 운영된다. 각 교과가 모두 분절제시되어 있고, 각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도 다르며 각 교과의 목표나 성취기준은 그 교과만을 위해서 설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가 이 모든 것들을 프로젝트로 꿸만한 디자인 능력을 갖추기 어렵다. 하지만 서밋은 매일 프로젝트 학습을 구성한다. 프로젝트는 학생들과 그들의 공동체 그리고 그들의 삶과 관렪나 문제 및 질문, 도전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문제를 직접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거나 관련 도전을 받아들이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서빗에서 학습은 일정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역량과 지식을 배우고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학습으로 정의된다. 서열적, 객관적, 분절적 지표가 아니라 삶에서 필요한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을 얻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이 학습의 과정은 철저히 자기 주도적이다. 모든 학생의 관심사와 능력,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자유와 자료를 마음껏 주고 이에 대해 접근이 가능하게 한다. 독서나 영상, 팟캐스트, 온라인 모의체험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후 학생은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시험을 보며 스스로 완전히 학습했음을 입증하면 학습이 성공이고 이에 실패하면 성공할때까지 다시 공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각각의 자료가 범주별 하위 항목으로 구성되고, 배워야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기를 원했고, 문제를 더 연습할 기회를 얻기를 원했으며, 자신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 알기를 원했다. 즉,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해줄때 존중받은 느낌을 갖고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밋은 경쟁이 아닌 협업을 택한 학교다. 연구 결과 한 명이 결정하는 것보다 집단 지성을 발휘한 다수의 결정이 66%정도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 때문에 서밋은 학교분위기와 문화, 학습방법으로 협업을 강조한다. 서밋의 협업은 프로젝트나 학습에서의 협동 뿐만 아니라 서로의 관심사와 성장속도 학습방법의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이기도 하다. 때문에 자기주도적 학습에서 서밋스쿨의 학생은 서로 돕고 같이 성장한다. 이런 협업시스템 속에 서밋의 아이들은 자신만의 삶에 대한 전망과 자신만의 진로를 설정하는 잠재력도 생겨난다.

 서밋스쿨에서도 학교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혁신적이고 열정넘치는 교사를 선발했지만 그들 역시 기존의 사고에 젖어 있는 부분이 많았고, 이로 인해 학교 혁신과정에 진통이 적지 않았다. 서밋 역시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에 만장일치를 선호한다. 다수결의 의한 결정은 빠르고 과반을 대표하지만 과반이 크지 않을 경우 대표성의 문제와, 패배한 소수가 방해자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만장일치를 선호하지만 모든 문제가 만장일치로 가기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서밋은 만장일치를 강요하는 강한 의사결정 도구를 만들었다. 이는 구성원들에게 역할을 주는 것으로 D는 의사결정을 내릴 권한을 갖는 사람으로 해당문제에서 가장 권위가 높다. 하지만 그에겐 이 문제를 만장일치로 이끌어야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V는 결정에 반대하는 역할을 맡은 자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기 위해 더 나은 제안을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P는 결정에 대해 제안을 할 수 있는 자이며 I는 단순히 의견을 낼 수 있는 자이다. 그리고 이 외에 해당 문제에 대해서 정보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다수로 구성된다. 이런 역할을 맡고 회의가 진행되면 주어진 역할들로 인해 보다 생산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만장일치로 갈 가능성도 높아지고 말이다. 

 이 같은 방법은 한국의 혁신학교나 일선학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도구로 쓰이면 좋을 듯하다. 워낙 반대를 위한 반대도 많고, 주체성을 잃고 타성에 젖은 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서밋의 여러 가지가 인상적이었지만 아무래도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철학이었던 것 같다. 모든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철학. 그것이 서밋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은 20세기를 지배한 최강대국이다. 미국은 패권을 다잡은 2차대전 이후 20세기 중반에 어떤 규칙을 만들었는데 그 규칙은 지난 반세기간 유효했으며 세계 각국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왔다. 책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은 미국이 만든 이 규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앞으로의 21세기를 다룬 책이다. 제목처럼, 더 이상 규칙을 강요하고 지켜주는 사람이 없으니 각자도생의 세계로 돌아갈 것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국가가 성공하고 존속하려면 두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지속성과 규모의 경제다. 지속성은 안정적인 식수나 교육, 의복, 주거 등 국가 시민이 안정적인 삶의 영위하게 하는 것들이다. 세계 역사상 이런 지표들은 매우 불안했으며 가뭄이나 홍수 등의 자연재해, 내전이나 쿠데타, 외부침공이라는 외부적 요소에 의해 매우 쉽게 파괴되어왔다. 규모의 경제는 특화와 분업으로 생산성과 기술향상, 생산단가가 낮아지는 선순환이 가능해지는 정도의 경제규모를 말한다. 지금의 국제분업에 의거한 제조업 공급사슬을 생각하면 되겠다.

 인간사회는 조금씩 기술과 과학을 제도를 발전시켜나가며 지속성과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그 최초의 성공시도가 '제국'이다. 제국은 유사이래 4천년을 지속한 세계의 규범이었다. 제국은 보통 지리적으로 좋은 여건에서 출발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기나라보다 여건이 불리해 약한 지역을 흡수통합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자원과 지식을 흡수하여 더 높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요충지를 확보해 안정성도 확보해 나간다. 이 과정이 반복되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그 나라는 제국이 된다. 이런 제국의 역사는 이동수단과 인명살상방법이 향상되면서 그 역사가 궤를 달리해왔다. 18-19세기쯤 원양항해 기술과 산업화로 모든 제국이 그 이동수간과 인명살상방법이 극에 달해 서로 맞닿게 되면서 상호파과적인 세계전쟁으로 이어졌고 제국의 시대는 이로써 종말을 고하게 된다. 

 제국이후의 세계 규범이 된 것은 미국이 만들어낸 '세계 제1질서'다. 이런게 가능했던 것은 아마도 미국이 제국이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제국이 아닌 영국이라는 제국의 연장선에서 시작된 나라다. 오히려 중심부에 저항을 했다. 신생국은 대개 주변의 침공을 받아 불안한 시작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은 가장 강한 무력집단의 일부로 강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었고, 주변에 이렇다할 적이 없었으며 아메리카 토착민들을 약하고 분열되어 있었따. 그래서 미국은 한 세대 만에 한 나라로 통합이 가능하게 된다. 끔찍했던 남북전쟁은 더 큰 통합의 계기가 되었고 미국은 문화적 통합이 더욱 심화된다. 매우 다양한 이주집단으로 구성되었음에도 그들이 바로 다음세대만 되어도 모두 미국식 이름과 문화로 통합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미국은 산업화가 되어 세계가 서로 맞닿게 되자 고립주의를 선택한다. 하지만 세계대전으로 세계에 적극 개입하게 되었고, 그 결과 소련과 세계를 양분하게 되었다. 미국은 유럽북평원의 탁트인 지역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독일을 무너뜨린 무시무시한 소련의 진군으로부터 유럽을 방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이에 미국이 택한 것은 하드파워에 기반한 소프트 파워였다. 그것이 세계1질서였는데 이는 세계를 경영하는 체제로 세계적 연결망과 동맹, 질서를 의미했다. 미국은 동맹에 기반하여 세계 각국에 철저한 안보보장을 약속했고 전쟁에 개입해 이를 실천했다. 그리고 막강한 해상력으로 세계 해상의 요충지를 점거하고 이를 바탕으로 화물을 보호하여 무역의 안전을 가능하게 했다. 놀라운 것은 이런 무역의 보장에는 적과 아군의 구분이 그다지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1질서에서 세계는 역사상 가장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지속성과 규모의 경제란 것이 거의 세계 모든 나라에서 가능해진 것이다. 이 질서의 최대 수혜지역은 원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구소련과 페르시아만 지역과 이를 소비하면서 다른 부를 창출해내는 동아시아와 유럽지역이었다. 안보와 개방성으로 대대적인 농업투자와 확장이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식량을 생산하는 중남미 지역과 구소련이 수혜를 보았다. 원자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원자재의 생산지와 이를 가공유통하는 지역이 연결되어 수혜를 보게되었다. 즉, 세계1질서는 미국의 힘에 의한 절대적 안전보장과 모든 나라의 해상안전보장, 무제한적 시장접근 허용으로 요약된다.  

 국가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와 지속성이 필수적인데 이를 세분하면 4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쓸모있는 토지(농업생산성, 자원)와 방어가능한 국경을 갖춘 존속 가능한 영토와 안정적인 식량의 공급, 지속가능한 인구구조, 현대적 삶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투입 제품에 대한 안정적 접근이다. 좀 더 세분화하면 우선 이동이 가능한 수로의 존재다. 산업화 이전 도로의 건설 유지는 사실상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불가능했다. 수로는 운송비가 육로의 1/12에 불과하며 이는 이동을 쉽게 하여 해당국의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통합을 용이하게 한다. 평지도 중요하다. 교역과 교통, 이동, 통합을 쉽게 하며 농업생산성은 물론 국토의 개발이 편리하다. 물론 침략당하는 것도 쉽다는게 문제긴 하지만. 다음은 온화한 기후다. 사막도시는 정치적 고립과 독재적 정치체제를 부르기 쉽상이고 열대는 곤충과 병의 온상이다. 사계절 기후는 한번의 농업 생산 기회만 주어지며 환절기로 압박이 심하다. 이로 인해 기술과 사회조직이 발달한다. 겨울엔 혹한을 대비한 재료과학과 건축이 발달하고 짧은 여름에 대비해 노동과 자본 투입을 극대화할 사회조직이 발달한다. 보릿고개를 넘기위해 물류와 수학이 발달한다. 이처럼 좋은 수로와 평원, 사계절이 분명한 온대기후는 기술, 경제적 상승작용을 불러온다. 해안선도 중요하다. 교역을 위해 바다와 육지에 접근이 가능한 곳이 좋다. 국경은 국가 내부와는 다르게 지리적으로 험한 것이 좋다. 대양이나 험준한 산지가 국경이라면 완벽하며 탁 트인 평원이라면 매우 곤란하다. 

 하여튼 지리적 여건의 한계상 모든 국가가 이를 자연적으로 갖추기는 거의 어렵다. 하지만 세계 제1질서는 안보의 보장과 시장자원 및 무역의 절대 보장으로 이를 가능하게 하였다. 그런데 미국은 이 제1질서를 끝내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은 어떤 시대를 맞게 될까?


1. 중국

 






 책 예정된 전쟁과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에서는 미중간의 패권경쟁을 다룬 책이다. 하지만 미국저자여서 그런지 하나같이 미국의 승리를 점친다. 그리고 책 '각자도생의 지정학'도 이는 마찬가지다. 중국의 약점을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중국은 지리적으로 북중국 평원과 양쯔강지역, 양쯔강 이남 지역으로 나뉜다. 북중국 평원은 탁 트인 지역으로 역사상 전란이 끊이질 않았다. 북방에서 들어오기는 매우 좋으며 나가기도 좋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황하는 수로로는 적합치 않으며 이 지역은 강우량이 적고 가뭄과 홍수에도 취약해 농업생산성이 그리 좋지 못하다. 

 양쯔강은 수로로 이용이 가능하며 북중국 평원과 멀리 떨어져있어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유한 지역으로 상하이 유역은 중국 GDP의 24% 전인구의 10%를 차지한다. 양쯔강 상류인 쓰촨지역은 천연가스와 유전, 식량이 풍부하다. 방언이 존재하며 중국역사상 역시 독자세력으로 존재한 경우가 많았다. 양쯔강 이남은 아열대 기후로 지형이 험준하며 이런 지리적 격리로 소수민족이 여기저기 산재해있다. 중국 북부의 황무지에는 한족에 적대적인 위구르족과 티베트 족이 거주한다. 즉, 중국은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정치적 통일이 매우 어려운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 

 주변에 적도 많다. 중국인 동쪽의 한국, 일본과 역사적으로 긴장관계를 많이 유지해왔다. 이들은 각자 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추고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장이 가능하다. 남쪽엔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관계가 좋지 못하며 베트남이나 태국은 중국과 맞서 오래도록 독립을 유지한 경험이 있다. 히말라야로 막혀 있긴 하지만 인도와도 영토분쟁이 있어 사이가 좋지 못하며, 북쪽의 러시아와도 긴장관계다. 

 낮은 농업생산성도 문제다. 중국은 전체적으로 낮은 토지비옥도를 보인다. 중국의 낮은 농업생산성은 금융체계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데 세계적 위기가 다가올때 이 금융위기는 중국농업위기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취약하다. 현재 세계는 농업을 위해 연료와 비료를 다량 수입하고 있는데 국제위기시 이 수입이 어려워질수 있고, 중국은 상당수의 식량을 수입하고 있는데 이 역시 문제가 생길수 있다.

 중국은 인구의 구조도 지속적이지 못하다. 중국은 2015에서 2040년이 되면 37세에서 45세로 늙는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37.6세에서 겨우 40.6세가 된다. 중국의 고령화는 1가구 1산아제한에서 비롯된 것으로 매우 심각하며 이로 인한 남아선호사상으로 성비불균형도 상당하다. 통계에 의하면 이 시기 태어난 남성 중 무려 4000만명이 결혼을 하지 못한다. 현재 세계는 제1질서시대에 활동에 부를 축적한 장년층의 자본으로 금융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생산력이 높고 자본축적도 많았으며 이들의 자녀가 거대한 소비시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들은 본격 은퇴하는 시기가 되면 이 같은 금융체계는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 역시 많은 해외자본에 의지하는 중국에 좋지 못한 소식이다.

 자원수급 역시 문제다. 원유는 생산지와 소비지가 매우 격리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제1질서로 해상무역의 안전이 확보되어 원유수급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미국이 이 역할을 포기하고 지역적 긴장이 높아진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중국의 페르시아만 원유 수입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후 이란-파키스탄-인도네이사,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대만을 통과해야 한다. 이란은 중국과는 사이가 좋지만 미국 및 주변지역과 언제든 갈등이 발생가능한 나라이며, 파키스탄 역시 중국과는 사이가 좋지만 중국과 적대적인 인도와 언제든 갈등 발생이 가능하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남중국해로 인해 중국과 전면 갈등관계이다. 즉 중국의 석유공급라인의 안전은 철저히 미국에 의해 보장받고 있으며 이 보호막이 걷힐 경우 매우 안전하지 못하다. 

 이런 취약점들로 중국은 미국이 안전을 보장하는 시기가 지나면 여러 갈등으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독자성 및 다른 역사문화를 가진 지방세력이 분열할 가능성이 있다. 주장강 삼각주지역, 상하이, 쓰촨, 티베트, 신장지역들이다. 

 여기에 중국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기술수준을 갖고 있으며 외부 자본을 투입한 억지로 과잉생산을 하는 형태로 경제성장을 해왔다. 이는 막대한 수준의 지방 및 국가부채를 일으켰으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외부로부터의 포위망을 뚫어 교역망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감당이 안되는 과잉공급을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측면도 있다. 


2. 러시아








러시아는 드넓은 북유럽 평원에 자리한다. 이렇다할 지리적 장벽이 없기에 잦은 침략이 있었고, 러시아는 몽골, 오스만 투르크, 폴란드, 스웨덴이 의해 눌려있었다. 러시아는 이런 지리적 강박으로 인하여 '지리의 힘', '지리의 복수'에서 잘 제시한 것처럼 이렇다할 지리적 국경을 찾기까지 뻗아나가는 경향이 있다. 마침 위도상 이렇다할 장애물도 없어 러시아는 동쪽으로 무책임하게 뻗어나간 끝에 지금의 광대한 영역을 갖게 되었다.

 러시아는 일단 강이 무용지물이다. 강이 남쪽이 아닌 얼어붙은 북쪽으로 흐르는 까닭에 얼음에 막혀 범람하여 일대는 습지대로 변하기 일수다. 농업생산성도 낮다. 러시아의 알짜배기 땅인 북유럽 평원지대는 건조하고 기후가 변덕스러워 가뭄과 홍수에 취약하며 화재도 잘 일어난다. 결국 농경지라기 보다는 유목민의 땅에 가깝다. 이처럼 러시아는 좋은 수로와 비옥한 토지, 안정적 기후, 합리적 국경이 모두 없어 산업화 이전까지 매우 가난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산업화로 18-19세기 인구가 크게 성장하며 부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토가 너무 넓어 규모의 경제가 어려웠는데 러시아 당국은 이를 특정지역에 산업을 집중시켜 해결했다. 하지만 과거 러시아를 부상시킨 인구는 지금 러시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러시아의 인구는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오히려 비슷하며 감소추세다. 러시아는 1-2차대전 무려 2600만의 인구손실이 일어났다. 또한 소비에트 붕괴후 공공서비스가 붕괴하였고 지금은 군대의 마약 밀매와 알콜중독이 만연하여 인구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인구의 질도 문제다. 구소련 붕괴이후 제조업이나 첨단산업보다는 유가에 의존하는 경제체제로 변환되다 보니 경기변동 역시 심해졌다. 안정성이 크게 부족해졌으며 구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첨단 핵심인력의 유출이 많아졌다. 교육체계 역시 붕괴해 대학을 졸업한 주축 인구는 이미 50대에 접어들었으며 산업자체도 비효율적이다. 

 러시아는 구소련시절 위성국가를 두어 발트해를 확보하고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국경을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소련 붕괴 이후 국경을 안정성을 잃어버렸으며 인구의 감소로 쓸데없이 길고 넓은 국경을 방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시베리아나 극동의 경우 이는 더욱 심각해 러시아의 인구는 대륙횡단철도를 따라 긴 회랑처럼 밀집해있다. 건너 중국쪽엔 이 지역 러시아 인구의 10배가 거주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 지역만해도 3배에 달한다. 이들이 밀려올경우 러시아의 방어수단은 전무한 형편이다.

 또한 러시아는 산업의 붕괴로 유가 및 원자재, 식량의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다. 이는 길고 안전한 해상무역에 의존하며 이는 공교롭게도 미국이 제공한다. 즉, 러시아나 중국 모두 미국의 적국이지만 미국이 만든 제1세계 질서하에서만 번영이 가능했다는 셈이다. 이는 러시아 역시 중국의 경우처럼 제1질서가 붕괴할 경우 지속성에 문제가 발생함을 의미한다.


3. 일본

 일본은 섬 내부에 장애물이 거의 없어 통합이 용이한 영국에 비해 험준한 산악지대다. 산악의 끝자락에 평야지대가 드문드문 있다보니 일본은 과거에 통합이 어려웠다. 전란이 길었고, 16세기 후반에서야 통합이 가능해졌다. 이 역시 막강한 무력을 제공한 총기가 아니었으면 더 오랜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 내부의 지형을 형편없지만 외부 국경은 완벽에 가깝다. 동쪽은 망망대해이며, 남북서 모두 대륙과 떨어진 섬이다. 영국처럼 대륙과 거리가 가까워 문화전파와 진출에는 용이하지만 역설적으로 외부로부터의 침략엔 안전하다. 이는 큰 장점으로 외부의 장점을 수용하면서도 외부 진출을 위해 힘을 기를수 있으며, 외부의 간섭이 거의 없어 내부적으로 다양하고 지속적인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산업화 이후 일본은 빠르게 국가통일이 진행되었다. 일본은 통일을 위해 해군이 필요했지만 각 다이묘들이 분권화하는 지리적 특성에 힘입어 많은 해군이 양성되어 있었다. 산업화가 되자 순식간의 높은 비율의 숙련 선원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역내에 경쟁자가 전혀 없다는 것도 날개픞 펴는데 도움이 되었다.

 일본은 넓은 규모의 평지가 없다. 그래서 질적 승부를 하게 되었고, 이는 높은 부가가치 기술로의 개발로 이어진다. 무리한 확장과 최강대국에 감히 도전한 결과 패전하게 되었고, 일본은 전후 제1질서에 편입하여 해체 재건보다는 나라를 상향 조정하게 된다. 고도로 발전하여 1980년이 이르러 미국보다도 잘 살게 되자 균열이 생겨났고 플라자 합의를 강요받아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일본 역시 중국처럼 고령화의 문제를 않고 있다. 하지만 강한 경제력으로 마련한 충분한 재력과 기술로 이를 감당하는게 가능하다. 일본은 특유의 로봇 사랑으로 이를 로봇으로 해결하려 한다. 일본은 중국처럼 주변에 적국이 존재하진 않지만 극동의 끝자락에 위치하여 중국보다도 긴 보급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디소싱으로 해결한다. 아웃소싱은 해외의 저렴한 인건비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것이로 리쇼어링이 생산시설이 돌아오는 것이라면 디소싱은 생산 시설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여 아예 그나라 시장에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이후의 세계질서하에서도 긴 무역선이 필요하지 않고 각종 경제블록의 제한도 받지 않는 이점이 생겨난다. 이미 일본은 과거 해외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가 아니다. 국내에는 최고 핵심인력과 관련 산업만 남기고 나머진 디소싱을 하고 있다. 디소싱 지역은 주로 서반구의 구선진국들과 한창 노동력과 시장이 자라나는 동남아지역이다. 

 일본은 중국과 달리 해상력이 막강하다. 중국의 겨우 불완전한 1기의 항모전단만 구축한 반면 일본은 4개의 항모전단을 갖는다. 강한 경제력으로 해상에만 집중해도 되는 이점으로 가능하다. 중국은 제1도련선을 구축하고 내지에 미사일을 배치하여 일정 해상을 확보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도련선 밖에서는 방법이 없다. 일본은 그게 가능하다. 저자는 일본과 중국이 갈등이 생길 경우 일본이 중국의 해상전력을 압도할 것으로 본다. 중국은 전형적인 내륙국가로 해상에서의 성공경험이 없고 현대 해전 경험도 전무하지만(과거 해전도 그렇다) 일본은 해상에서의 전쟁경험과 다른 지역을 경영해본 경험이 있다. 

 미국의 1질서 이후 그래서 저자는 일본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을 영향권안에 둘 것으로 보고 있다. 


4. 독일

 독일은 2000마일에 달하는 강을 갖고 이 강이 내지를 흐른다. 미국과 더불어 가장 완벽한 수로 체계를 갖는 이점이 있는데 독일은 내륙이 고지이지 산지로 들어차서 역사적으로 중심지가 항상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 위치한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 베를린이나 뮌헨 과거 프로이센은 모두 독일 한가운데가 아니다. 이런 고산지대로 인한 지리적 분리로 독일은 오래도록 분열되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중앙정부보다는 시정부의 역량과 조직화가 월등하며 이 특성은 지금도 유지된다. 

 독일은 유럽의 중심지이면서 고도로 발달한 복지국가다. 독일의 복지는 2차대전때 800만 정도의 인명이 손실되어 상대적으로 고령층이 적은 것과 베이비 붐세대가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소득을 늘리며 세금을 납부해 재정이 안정된 점, 그리고 이들의 자녀수가 적어 교육재정이 적게 들어 이를 사회간접자본과 고등교육에 투자할 수 있었다는 점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부양가족이 적은 고소득의 납세자와 이로 인한 건강한 재정의 시대를 저물어 가고 있다. 고령화 때문이다. 

 독일은 재정을 지역 공동체의 번영에 투입하기에 소비 중심 문화가 아니다. 내수가 작단 이야기다. 때문에 제1질서 이후 블록화 할 세계 경제에 불리하다.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붕괴로 내수시장은 더욱 작아질 예정인데 발생할 과잉생산을 수출로 해소할 지역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내 시장인 유럽 연합은 역시 고령화에 시달리고 최근의 경제위기로 성장동력을 크게 상실한 상황이다. 유럽 연합은 독일의 단기 시장은 확보해 주었지만 장기 시장은 파괴한 형국이다. 

 독일의 지리적 위치를 드넓은 북유럽 평원의 시작 부분이다. 때문에 독일의 강인함은 이 지역에 불안요소로 반드시 작용한다. 유럽 연합이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이며 러시아가 위성국을 동유럽에 배치한 것도 이때문이다. 독일과 러시아는 맞닿으면 반드시 일이 생겨난다. 

 독일은 친환경 에너지로 유명하지만 이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10%정도만 감당한다. 게다가 이로 인해 전기세도 크게 오른 상황이다. 독일은 태양광과 풍력 모두에 불리한 위치에 있으며 이로 인해 에너지를 외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실제 독일은 매우 외부지향적 국가로 수출의 절반과 에너지 수입의 전량의 유럽 이외 지역에 의존한다. 최근 유럽은 경제 위기로 봉쇄로 다가가고 있는데 북해의 원유는 영국과 스칸디나비아에서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높으며 유럽국가들은 제조업 공급사슬을 자국내로 모두 이전시키고 외부에 시장 개방에 소극적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독일의 유일한 대안은 동유럽이 된다. 이는 러시아도 마찬가지여서 양국은 미래에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5. 프랑스








프랑스는 샤를마뉴이후 늘 2인자였다. 아랍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독일, 미국이 늘 시대의 앞자리에 있었다. 프랑스는 의외로 1질서에 잘 편입하지 않은 국가였다. 대부분의 생산을 국내에서 소비하고 국내시장을 보호하는 국가주의를 유지한다. 이것을 독일과 일본의 번영과 비교하면 과거 반세기간 실책이었음이 분명하지만 미국이 질서를 포기하고 역내 갈등이 부활하여 자구책이 중요해지는 앞으로의 세기엔 호재로 작용한다.

 프랑스 보스 지역은 석회암 토양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옥한 지역이다. 센강은 영국 해협으로 나가며 북유럽 평원과 연결된다. 이 보스-센이 연결되는 지리적 여건으로 프랑스는 명실상부하게 북유럽 강국이 될 수 밖에 없다. 남부에는 론강으로 인해 남부 유럽의 강국이기도 하며, 대서양으로 나아가는 루아르 강의 항구들은 전통적 경쟁 항구와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이점이 있다. 이 세강은 모두 프랑스 내지로 흐르며 수로로도 좋아 프랑스는 과거부터 지리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통합이 유리해 일찍이 중앙집권을 이루어냈다. 

 기후도 좋다. 지중해성 기후와 영국해협, 비스케이만 덕분에 온화한 온대기후를 자랑하며 따뜻하고 비가 많이 내리고 계절에 극심한 변화가 없다. 국경도 합리적이어서 북동쪽은 빽빽한 삼림이 막아주고 남쪽은 피레네와 알프스로 막혀있다. 오호리 벨기에 쪽으로 약간의 틈새가 있어 이 부분에서 전투의 대부분이 일어났다. 그래서 프랑스는 2차대전 당시 이 부분의 방어만 집중하다 암석지대를 진군한 독일에 속패한 아픔 경험이 있긴 한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민족주의를 완성했다. 지리적 여건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치적 혼란을 겪던 유럽의 각국을 나폴레옹은 손쉽게 점령한다. 하지만 결국 무리한 러시아 원정으로 실패하고 이어진 산업화에도 늦게 대응한다. 책 인구의 힘에 의하면 프랑스는 산업화 시기를 놓쳐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인구도 크게 증가하지 못했다. 유럽의 지리적 속성은 프랑스에게 아픔인데 유럽의 패자로 등장한 나라가 프랑스를 반드시 접수하기 쉬운 지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프랑스는 유럽의 패자가 되던지 아니면 패자가 될만한 나라를 견제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그리고 그럴만한 강한 용의선상의 국가는 독일이 된다. 독일은 강력한 힘을 자랑할때 프랑스를 두번이나 점령했으면 한번은 크게 위기에 몰아넣었다. 때문에 전후 프랑스는 독일의 의견을 묵살하고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의 질서를 구축한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유럽원자력 공동체, 유럽 경제공동체가 이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퍼즐인 유럽 연합이 독일 위주로 넘어가면서 프랑스의 정책은 실패한다. 

 프랑스는 인구구조가 젊다.이는 다양한 이민자를 받았기 때문인데 덕분에 인구구조는 지속성을 갖췄지만 이들이 좀처럼 융합되지 않아 사회의 불안요소로 자리했다. 프랑스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힘이 강할 경우 아프라키 서남부로 뻗어나간다. 동을 독일, 북은 영국, 서는 대양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과거에도 서아프리카를 지배했다. 서아프리카의 앙골라, 리비아는 하루 670마톤의 원유가 나온다. 1질서 이후에도 프랑스가 원유를 얻을 수 있는 지역이다. 남부의 경쟁자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경제력이나 군사력 모두에서 프랑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프랑스의 원유를 얻고자 오히려 위성국가화할 가능성이 높다. 


6. 이란

중동지역은 거의 전지역이 탁 트인 평야이며 건조지형이다. 지리적 장애물이 없어 수많은 세력이 명멸했다. 사막공동체와 해안공동체는 단 한체례의 약탈만으로 무너질 정도로 취약했으며 그로 인해 메소포타미아는 수 많은 국가교체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인근의 이란은 오래도록 페르시아를 유지했다. 자그로스 산맥이 남서부의 1/3, 엘부르흐 산맥이 북쪽의 1/3으로 수도 테헤란은 두 고원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한다. 산맥의 높이는 평균 1만 피트에 달해 이란은 지역 대부분에 고르게 비가 내린다. 때문에 관개시설이 필요치 않으며 5천년전부터 안정적 문화발달이 가능했다. 

 산맥이 많은 점은 방어에도 유리했다. 게다가 다른 세력에게 이란은 자체가 목표가 되기 보다는 경유지에 가까웠다. 그래서 과거부터 이 지역의 교역을 페르시아를 에둘러 페르시아 해역이나 홍해, 중앙아시아 통로를 이용했다. 중앙아시아 통로는 페르시아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목이며 고대 비단길은 여기로 진입해 페르시아 남쪽 해안으로 향했다. 

 이란은 이런 국경 안정성으로 오래 존속한다. 거기에 중동과는 다르게 역내경쟁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흥망을 겪기 보다는 확장과 수축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산맥으로 지리적으로 격리된 지방이 많아 통합을 위해 고대부터 큰 규모의 군대가 요구되었다. 과거부터 페르시아는 간헐적 교역을 하는 지역 장인에 의존하는 분열된 산기슭 경제였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이런 수공업 경제가 무너지며 이란은 모든 것은 공급하던 부유한 체계에서 모든 것을 외부에 의존하는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다. 훗날 석유가 발견되었지만 발견시기가 늦어 오히려 정치가 열강에 휘둘리게 된다.이란은 산맥으로 서로 다른 권력 중심지와 이념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체제였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몰이해했다. 미국은 석유가 나오는 이란은 동맹에 편입했지만 관리에 실패해 민중봉기로 이란을 상실한다.

 미국은 이란을 돕기도 한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이라크를 해체했는데 이라크는 역내에서 이란을 막는 경쟁자였다. 이라크가 사라지자 이란은 과거처럼 중동에 세력을 팽창하고 있다. 이란은 이라크내 강한 세력을 갖고 있으며 과거 레바논 내전에 개입하여 헤즈볼라를 탄생시켰다. 


7.사우디아라비아

아라비아 반도는 인간 거주가 부적합하다. 43도에 이르는 기온과 내륙은 거의 암석과 모래뿐이다. 사하라 같은 대수층이나 중앙아시아 같은 오아시스도 없다. 인구는 고지대와 그나마 수분이 있는 반도의 남동쪽과 서에 위치하는데 반도 어디에도 나무가 없어 배를 만들지 못해 해상문화도 발달하지 못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 극심한 반도에서 가장 형편없는 땅만 차지한다.

 한세기 전만 해도 이 반도의 주인은 사우드 가문이 아닌 하심가문이었다. 하심 가문은 오스만에 충성하는 가문으로 오스만은 헤자스에서 얻은 수익을 대가로 이 지역에 자치를 허용했다. 이런 하심가문에 불만을 품은게 네지드의 사우드 가문과 7세기 이슬람을 그대로 계승하는 알-와하브 종파다. 양자는 혼인으로 결합하였고, 지금의 사우디를 지배한다. 

 영국은 1차대전 오스만과 싸움며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파견해 사우드, 와하브에 무기를 공급한다. 그래서 오스만 붕괴 이후 이 나라는 양자의 차지가 된다. 사우디는 왕가의 유지를 위해 교육받은 국민을 필요치 않는다. 그래서 숙련인력이 부족해 수백만의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한다. 반란도 싫어해 군대도 없다. 때문에 용병이 존재한다. 사우디엔 왕가만을 수호하는 방위군이 있는에 이들은 제트기가 아닌 물고문과 곤봉으로 국민을 탄압한다. 

 사우디 왕가에 국민은 소모품에 불과하여 이들을 다스리기 위해 석유에 기반한 식량과 무료 주거를 제공한다. 순응하지 않는 자는 폭행과 억압으로 다스리며 게중에 폭력성이 과한자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로 각국에 수출한다. 

 이런 사우디임에도 석유로 인해 미국은 이를 동맹에 편입시켰다. 사우디의 국방전략은 실제 전쟁 상황을 피하면서도 이란이 간섭하는 지역을 파괴하는 형국이다. 이런 이란과 사우디는 역내 패권을 두고 갈등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8. 터키

지구상에 터키만한 입지를 가진 나라도 드물다. 중심지 이스탄불은 매우 방어에 유리하면서도 교역의 중심지가 되는 지역이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가 여기를 교차한다. 이스탄불의 내해 마르마라해는 온화한 기후에 비옥한 토지, 반도와 산악지대로 둘러쌓인 지형으로 도시국가가 출발하기 최적이며 그래서 이스탄불은 이후 제국의 중심지가 된다. 

 하지만 원양해양 기술이 생겨나며 교역의 중심지로서의 장점을 터키는 상실한다. 경제적으로 점차 쇠퇴하였으며 경쟁자들은 강해졌다. 오스만제국은 1차대전에 패하며 많은 것을 잃었다. 마르마라해와 터키해협이 무료 개방되었고, 소련의 부상으로 흑해 연안의 시장을 상실했고, 이스라엘 건국 후 레반트를 상실했으며, 미국의 세계질서 구축으로 바다길이 안전해지며 역내 교역의 중심지 입지도 상실한다. 

 세계질서가 사라지면 통합된 세계의 무역체제는 위기를 맞고, 이는 일련의 국가체제나 지역체제로 퇴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건 터키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다. 터키 경제는 이미 역내에 집중하고 무역 관계도 유럽과 인근 국가로만 제한되기 때문이다. 터키는 흑해나 자국을 지나는 송유관에서 에너지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거기에 터키는 흑해연안의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와도 관계를 맺울 수 있다. 양국가는 다뉴브 강으로 간신히 유럽에 연결되는데 지리적 험준함으로 연결이 미흡하다. 양국가는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는데 터키는 지리적 인접성과 군사력으로 이들에 접근하여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고 터키는 이들 국가에 안보와 송유관으로의 접근을 허용하면 된다. 

 터키는 진출할 주변부도 많다. 발칸반도로 진출하면 다시 섬들을 차지해 유럽으로의 해상교역로가 확보되고, 아제르바이잔으로 진출하면 에너지 확부가 되고 쿠르드를 해결해 내부 안보문제도 해결된다. 키프로스로 진출하면 유럽에 대한 지렛대가 확보되며, 크림반도로 진출하면 러시아 해체가 가능하다. 


9. 브라질

브라질은 영토가 남미 최고이며 세계 5번째다. 대두, 옥수수, 소고기, 철광석, 커피, 오렌지, 설탕등 다양한 품목에서 세계3위이내에 수출국이며천혜의 환경과 세계 최대의 강, 미개발 농경지를 다수 보유한다. 제조업도 세계수준으로 페트로브라스의 시추능력과 엠블라에르의 항공우주산업이 유명하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엉망이다. 우선 수로가 없다. 아마존은 내륙쪽 1000마일정도만 운행이 가능하며 아마존 연안은 열대기후로 기슭이 진흙이어서 인간거주가 어렵다. 그래서 인구가 밀집한 지역은 해안지역으로 여기는 또 단층애다. 단층애는 바다로 직강하며 이로 인해 도시들은 서로 단절된다. 도로를 연결해도 문제다. 열대기후로 인해 습도가 높아 콘크리트가 잘 굳지 않으며 완공되어도 열기로 도로가 휜다. 아스팔트도 열기에 다시 녹아 정상적인 교통량에도 도로가 파손된다. 

 그래서 인구는 서늘한 남동부에 많이 거주하며 인구밀도는 높지만 의료는 형편없고 대규모 빈민가가 존재한다. 안데스의 동쪽 기슭에는 열대밀림이 존재하고 도로가 전무하고 기후가 코카인 재배에 적합하며 브라질 사법체계가 닿지 못해 마약 조직의 온상이 된다. 

 브라질은 국토의 대부분이 열대삽나 기후로 농업에 부적합하다. 자라던 식물을 걷어내고 석회물질을 섞어야만 토양이 중성처리되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거기에 통상의 2-3배에 달하는 비료처리, 살충처리, 곰팡이 처리를 해야한다. 축산의 질도 떨어진다. 교통도 단층애를 간신히 연결하는 좁은 도로에 모여 체증이 심하다. 즉,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제약이 매우 많고 유지 비용도 높다. 

 초기 브라질은 부유층이었따.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할 비용을 사적으로 갖고 있었으며 이들은 기업단지를 설립하고 경직된 정치체제와 협소한 경제체제를 조직해 장악력을 유지했다. 이들은 지리적으로 격리되 브라질 정치는 지금까지도 사분오열되어 있다. 부유층에 부가 집중되어 인구 1%가 국가부동산의 절반을 보유한다. 중산층이 없다보니 민주주의가 취약하다. 

 브라질은 고숙련 노동자도 적다. 지리적 연결이 안되어 교육비와 이주비가 매우 높고, 열대작물에 의지한 경제는 저숙련 노동만 요구한다. 경제적 과점 지배층은 자신들의 안위만 걱정해 직원과 그 자녀의 교육에 관심도 없다. 그들은 납세도 최소화해 사회자본이 쌓이질 않아 교육체계도 엉망이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브라질은 과거 수익성이 낮고 고노동이 필요한 설탕과 금광으로 발전을 시작했다. 노동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예를 대거 수입하였는데 전세계에서 팔린 노예의 절반을 수입할 정도였다. 그래서 가장 늦은 1888년에야 노예제를 폐지한다. 그 이후 경쟁력이 취약한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장벽을 높이 치고, 수입을 최소화했다. 이는 과점 사업자만 보호하여 물가인상이 시작되고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냉전이후 브라질은 군사정부가 등장한다. 이들은 민주정부로 권력을 이양했는데 과점세력의 권한이 줄고 과세가 어느정도 이루어져 자본이 생겨났다. 세계적인 투자자금도 브라질로 유입되고 호황으로 세계수요가 증가해 브라질은 경제성장에 탄력을 받는다. 이처럼 브라질은 소비지와 거리가 멀고, 해외 자본에 많이 의지하여 세계질서가 무너질 경우 강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많은 식량 수출을 담당하는 만큼 이 체제 위기는 세계적 식량 위기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10. 아르헨티나

팜파스는 온대기후의 경작지로 세계4번째 규모이고 생산성이 매우 높은 방목지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농지의 한가운데이자 주변 세 강이 만나 대서양으로 나가는 길목이다. 농산물 가공 수출의 집결지이자 금융 사업과 수입활동, 산업기반의 대부분이 위치하고, 인구밀도 핵심지역이자 문화, 정치의 중심지이다. 

 아르헨은 국경도 완벽하다. 우루과이 강 이외에는 모두 막혀있으며 칠레와는 안데스가 존재한다. 인구의 힘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페인도 프랑스처럼 산업화가 늦어 인구성장이 늦었다. 때문에 아르헨티나에도 대규모 정착민 이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미는 북미와 다르게 해안 지역이 평탄하지 않고 갑자기 융기하는 곳이 많다. 해안접근도 어렵고 내부 운송망 구축도 어렵다. 아르헨은 이보다 훨씬 상황이 좋다. 하지만 스페인의 인구가 부족해 소수의 상류층이 이민했고 노동력 부족으로 농경보다는 방목을 시작한다. 

 그러다 스페인이 나폴레옹에 점령당하고 아메리카 식민지에 봉기가 일어난다ㅏ. 1825년이면 아메리카는 모두 스페인에서 독립한다. 이때 사적 군사력을 보유한 카우디요가 등장한다. 이들은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아르헨을 독립후 수십년간 혼란의 시기로 몰아넣는다. 1851년 바르질과 아르헨 카우디요 간의 전쟁이 발발한다.

 혼란이 수습된 후 아르헨은 남부의 원시부족을 제거하고 대중교육 체계를 확립하고 영토내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융자를 얻었고 이는 주요 카우디요에게 집중되어 불평등이 심화한다. 그리고 영국이 1차대전후 빚 상환을 요구하자 아르헨은 첫번째 파산을 맞는다. 

 미국은 남북 전쟁 이후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한다. 나라가 연결되자 바깥으로 관심을 돌리며 전례없는 규모로 세계 농산물 시장을 점령한다. 이 규모와 품질을 당해내지 못해 아르헨은 큰 타격을 받는다. 위기를 타개하고자 과점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는 더 심한 사회적 불평등과 처참한 경제환경을 불러와 대공황 이전 하층민이 폭발한다. 

 이런 위기에도 아르헨의 미래는 밝다. 지리적 격리와 지형으로 안보조건이 좋고, 온대 기후에서 자라는 농산물 수출 잠재력이 매우 높고, 셰일 매장지가 밀도가 높고 도심과 가까워 채산성이 높고, 천연가스도 풍부하며 태양광과 풍력 발전 잠재력도 매우 높다. 거기에 인구구조도 젊다. 1질서 이후 남미의 패권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11. 앞으로의 세계

세계질서 붕괴후 중국은 해상교역로의 상실로 지속적인 공급부족에 시달린다. 때문에 남주지역에 언료와 식량을 제공하는 누구라도 환영받고 중국은 흔들리게 된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10년이상 타격을 받게 되고 미국이 가치절하한 파운드화를 이용 영국경제 자체를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가난한 나라가 농업, 제조업, 융자 수요가 모자라 자체 대처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미국 기업가가 침투한다. 독일과 러시아, 이란과 사우디, 중국과 일본이 갈등한다. 패자는 역시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동아시아 제조업 공급사슬이 붕괴한다. 미국은 자국중심의 공급사슬을 재구축하고 엄청난 이득을 보게된다. 남미에 관심을 보이며 무질서에서도 선전하는 지역이지만 역시 해외 자본과 기술에 의지하는 지역이므로 미국은 이 나라들을 관리한다. 

 미국은 세계질서 붕괴상황에서 자체 운영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나라로 자신들의 교역로 및 파트너의 교역로만 보호한다. 이로 인해 많은 나라들이 미국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제조업 공급사슬을 붕괴하고, 농산물 시장도 붕괴하며 원자재 시장도 마찬가지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와 인구구조의 시속성 붕괴로 소비시장과 자본이 모두 사라져 이것이 충실한 몇몇 지역에만 의존한다. 미국은 그중 하나로 세계 위기로 미국에 인재와 자본이 더욱 집중한다. 달러화는 위기에 더욱 강해져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 더욱 심화한다. 다시 미국만세인 셈이다.


이 책을 보며 미국만세로 일관하는 논지가 거슬리지만 그 설득력과 세계 정세 및 지리에 대한 분석에서 많은걸 배울 수 있었다. 미국이 반도체를 자국내에서 마무리하겠다는 최근의 선언은 제조업 공급사슬이 끊어지는 본격적 신호다. 이미 일본은 소부장으로 우리를 위협했고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까지 자체생산을 선언한 상황이다. 

 책에 모든게 동의되진 않는다. 일본은 동아시아와 동남아를 모두 점령하기에 인구지속성이 너무 없고 나라 경제도 파탄 직전이다. 방사능 피해도 애써 인구가 적은 지역이라 대충 넘기는데 지하수와 바다를 통해 국토 전역으로 퍼지는 만큼 그 피해는 대충 넘길것이 아니다. 중국의 국방력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중국의 기술력과 국방력을 폄훼하지만 그들은 불과 엊그제 화성탐사에 세계 세번째로 성공했다. 나머지 불안 요소는 모두 동의하지만 기술과 경제력에 대한 폄훼는 좀 심했다. 하여튼 그럼에도 많은 걸 배울 수있는 책이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21-06-04 2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5월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좋은 밤 되세요~

닷슈 2021-06-04 23: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6-04 2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06-04 23:2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6-04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닷슈 2021-06-04 23: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6-05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eBook] 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년 5월 9일인 어제는 날이 무척 좋았다. 어버이날 답지 않았던 8일과 7일의 날씨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아마도 원인과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둘 다 강한 바람이다. 어제는 인천 송도에 가야했다. 느즈막하게 결혼하게 된 동생의 상견례 때문이다. 반드시 가야하고 늦지 않아야 하는 만남이니 걱정이 되었다. 내가 사는 곳이 강원도 원주라서다. 

 원주에 살게 되면서 이곳 저곳 가보았지만 인천은 처음이었다. 운전하면 막히지 않을까? 차는 있나? 몇 주전부터 걱정만 하고 좀처럼 계획을 수립하지 않던 내게 아내가 직접 고속버스편과 시간을 알아봐주었다. 가는 표는 현장구매만 가능했지만 돌아오는 표는 예매가 가능해 예매해주었다. 보통 서울을 운전해서 차로 갔던 경험해 비출때 원주에서 인천까지는 그래도 3시간은 걸릴거란 생각이 들었다. 인천은 먼 곳 아닌가. 거기에 송도는 더욱 끝이니까. 

 그래서 소일거리가 필요했다. 보통 지식으로 꽉 찬 책들은 노트 필기하면서 보는 편이니 제외되었다. 그래서 그럴 필요가 없는 집에 몇 안되는 소설을 출발을 앞두고 부랴부랴 골랐다. 에코의 프라하의 묘지가 보였다. 사놓고 무려 10년 가까이 안보고 있는 책이다.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빨리 나가지 못하고 책이나 고르고 있는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아내의 잔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차 싶어 얼릉 고르고 집을 나섰다. 당행히 인천가는 차엔 빈 자리가 많았고, 성공적으로 한적한 자리에 착석하여 벨트까지 멘후 주변에 누가 있는지를 잠시 살핀 뒤 책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웬 걸 시작이 이상하다. 에코 책이 전반적으로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너무 이상했다. 앞부분이 너무 비어있게 이야기기 시작되었다. 이건 뭘까 싶어 불길한 마음에 책의 앞부분을 보니 '프라하의 묘지 2'라고 적혀있었다. 1권이 아닌 2권을 가져온 것이었다. 이것도 색다른 경험이려니 하고 그냥 2권부터 볼까하다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 길이 열렸다. 나에겐 가상의 책장이 있다는 사실이 떠오를 것이다. 스마폰을 꺼내 전자책 서재를 열었다. 처음엔 계획대로 문학을 보려고 했는데 마구 넘기다 보니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가 보였다. 프라하의 묘지 만큼은 아니지만 이 역시 오랜기간 묵혀놓은 책이었다. 그래서 버스에서 이 책을 보기 시작했고, 오며 가며 완독하게 되었다.

 책은 2017년에 다시 나왔지만 사실 2009년에 나왔던 책이다. 2009년은 정치인 유시민이 노무현의 죽음을 목도하고, 보수정권의 등장으로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리고 유시민 개인적으로는 정치에서 물러나기 시작한 시점이며 더욱 개인적으로는 그의 딸이 대학에 입학한 시점이었다. 유시민으로선 자신이 그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한 많은 노력이 처절한 실패처럼 보이는 시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영향을 강하게 준 방향타 같았던 책들을 다시 보며 흔들리는 마음을 재확인하고 싶은 심정과 사랑하는 딸이 대학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좋은 책들을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만들어진 듯 하다.

 그래서 여기 나오는 책들은 모두 저자 유시민이 어린 나이에 읽은 책들이다. 십대에 접한 책도 있고 늦어도 이십대에 접한 책들이다. 한창 이성과 감성, 정의감이 날카로운 시점이다보니 책에 대한 저자의 반응도 그러하다. 그러다 보니 젊은 유시민을 만나는 느낌도 들었고 그 오랜 세월에도 공감할수 밖에 없는 변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문제점도 한탄스러웠고, 과거 나에게도 비슷한 영향을 주었던 책들의 느낌과 감성도 재현되는 맛이 있었다. 

 청춘의 독서에 등장하는 책은 죄와 벌, 전환시대의 논리, 공산당 선언, 인구론, 대위의 딸, 맹자, 광장, 사기,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종의 기원, 유한계급론, 진보와 빈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역사란 무엇인가 이다. 이렇게 목차를 종합해보니 경제학 관련 책(인구론, 유한계급론, 진보와 빈곤)이 많고, 문학도 제법 있는데 러시아 문학(대위의 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이 좀 많았고, 역사관련(사기, 역사란 무엇인가) 책도 많았다. 그리고 가장 아픈 공통점은 이중 내가 읽은 책이 단 한권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고전이 그렇듯 무슨 내용인지는 대충 알지만 막상 읽은 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유시민이 언급한 모든 책이 인상적이었지만 우선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가 생각난다. 이 책은 독일 책으로 당시 언론의 작태를 비판한 것이다. 카타리나 블룸은 27살의 젊은 독일 여성으로 가난하지만 어머니와 감옥에 수감된 오빠를 부양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사랑에 실패해 외로워하던 중 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 문제는 그가 무기를 탈취한 탈영병이었다는 것이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두려울 그 사실은 의외로 그녀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그녀는 그와 사랑을 나눈다. 죄값을 치루고 나면 본격적으로 사랑을 나눌 생각이기도 했다. 

 문제는 언론의 태도다. 그들은 이미 남자를 뒤쫓고 있었고, 누군가와 만나는지를 확인한후 같이 엮을 심산이었다. 카타리나의 신상은 낯낯이 공개되었고, 피의자로서 아직 남여 모두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언론은 피의사실을 검찰과 결탁하여 함부로 공표했다. 카타리나와 아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그녀에 대해 묻고 원하는 사실만 부풀려 말하는 것도 물론이었다. 마치 얼마전 조국사태를 보는 듯 했다. 유시민은 시기대로 고 노무현 대통령 사건을 떠올렸다.

 사마천의 사기도 인상적이었다. 사마천은 순서대로 역사서를 서술하는 편년체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기전체를 창안했다. 이는 제왕을 다룬 '본기'와 뛰어난 장군과 신하를 나타는 '표', 예법과 음악, 군사, 역법, 천문, 치수, 화폐등 사회경제제도와 행정, 문화를 다룬 '서', 주요 제후국의 역사를 상세히 다룬 '세가', 마지막으로 뛰어난 인물들의 전기를 다룬 '열전'이다. 유시민은 본기 부분에서 한고조와 그 주변인물에 대해서 많이 다룬다. 고조는 패업을 이룬후 왕권의 안정을 위해 개국공신들을 정리한다. 그들은 고조와 나라를 세우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에서 함께한 전우들이지만 개국이후 안정된 치세를 이루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한신이 제거되었다. 또한 고조는 후에들인 황비를 사랑했고 그 아들이 영민하여 후사로 삼고싶었지만 본처인 여후의 서슬이 시퍼랬다. 고조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했지만 사후 그들은 여후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다. 모든걸 이뤘지만 특히, 500년 이상을 전란에 시달린 중국의 민중을 평화로 이끌었지만 고조는 친구도, 자식도, 사랑도 이루지 못한다. 유시민은 기록에 의지해 고조가 치료를 거부하고 그만 살기를 원했던것이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한다. 권력의 허상과 무서움이다.

 헨지조지의 진보와 빈곤도 재밌었다. 요즘 정치권에선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토지공개념이 거론되고 있으며 그 반대급부로 반헌법적 발상이니 사회주의니 하는 언행도 나오고 있다. 헨리 조지는 리카도의 후계자로 리카도가 농업지대론에 지중한 반면 헨리 조지는 도심에서의 지대론에 집중했다. 그의 책에 따르면 한 자연인이 어디든 비슷한 한 지역에 자리를 잡게 된다. 다만 그는 모든걸 할수 있는 상태지만 뭐든 제대로 할 수 없다. 분업이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소를 잡을 수도 있고 신발도 만들 수 있지만 잘 하기 어렵고 많은 시간이 투여되며 그로 인해 다른 일을 못하게 된다. 그러다 이웃이 찾아온다. 그의 선택은 첫번째 사람과 달리 간단하다. 바로 그의 첫번째 자연인의 이웃자리기 최상의 자리가 된다. 그렇게 하나 둘 사람이 찾아오고 마을이 되고 도시가 된다.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력이 상승한다. 첫번째 자리 잡은 사람의 터가 자연히 중심지가 되고 지대가 급상승한다. 그 또는 그의 후손은 도시의 발전과 생산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고도 그 생산력 향상과 발전의 대가를 혼자서 향유한다. 때문에 헨리 조지는 그러한 지대에 대한 세금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유재산 역시 인정했으며 자본주의에 동의하는 사람이다. 그저 그런 불합리한 이익에 대해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정치권에 도전하기도 했다. 물론 결과는 안좋았다. 정치권에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주장을 몰라보고 가짜 이익과 불합리에 현혹되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바 없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책은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다. 부끄럽게도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도 사놓고 김치도 아닌데 오래도록 묵혀두고 있다.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는 구 소련의 소설인 만큼 사상적 검증을 받았다. 죄와 벌은 러시아 차르의 검열을 받았는데 러시아는 쉽게 변하지 않는 듯 하다. 이 책은 소련, 특히 조금만 생각이 다르고 조금만 출신이나 사상이 의심스러우면 수용소행이었던 스탈린 시대를 비판한다. 솔제니친은 스탈린 사후 흐루시초프 시절 스탈린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지는 분위기에서 이 책을 발간했기에 출판될 수 있었다. 솔제니친은 책에서 수용소의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몹시도 억울한 상황임에도 강제로 주어진 노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거기서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식량도 부족하고 먹을 것도 없는 편인데 한국의 남성들은 이와 몹시 비슷한 군대를 다녀오기에 공감대를 적지 않게 느낄수 있다. 한 장면에서 작업시간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에 즉각 응하지 않으면 형벌이 뒤따를 거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벽돌을 쌓을 때 접착제 역할을 하는 모르타르가 아직 남아 있었고 작업하는 수용인들은 이를 만들어나간다. 내일이면 그리고 작업을 이루면 모르타르가 얼어 붙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밥도 제대로 먹어가지 못하며 저녁까지 말도 안되는 지시와 조건에서 작업하면서도 끝내 그것을 이루었을때 성취감을 맛본적이 있을 것이다. 난 그 어쩔수 없는 성취감이 너무나도 싫었는데 유시민은 그런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본다.

 하여튼 책을 다 읽고 나니 대학초년때가 많이 생각났다. 유시민의 의도처럼 그 당시에도 이런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나는 '신문 읽기의 혁명'이나 '지식의 세계1&2',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같은 책을 읽고 영향을 많이 받았던 생각이 난다. '청춘의 독서'는 제목처럼 지금의 청춘들에게 그리고 청춘과 좋은 책의 맛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책이란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육자치 시대의 인사제도 혁신
김성천.신범철.홍섭근 지음 / 테크빌교육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사는 입직하자마자 일반 공무원 7급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으며, 경력이 쌓여 급여가 24호봉에 이르면 4급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는다. 생각보다 높은 대우다. 물론 교직은 수평조직이며 실제 급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는 어디까지는 예우다. 그리고 교사집단에서 한 학교를 책임지는 위치인 학교장은 3급정도에 해당한다. 이 역시 예우겠지만 한 마을의 행정총책임자인 면장이 5급임을 감안한다면 역시 상당히 높은 직위다. 거기에 학교장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물론 대통령이 매년 임용되는 수많은 학교장에게 임명장을 직접 건네진 않지만 학교장의 임명장엔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다. 그만큼 중요한 위치라는 셈이다.

 실제 학교에서 학교장의 권한과 책무는 막강하다. 많이 민주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학교내 거의 모든 의사결정 권한이 학교장의 소관이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심의기구에 불과하며 일부 학부모만의 리그다. 교사집단은 수가 많지만 오랜 비민주적 풍토에 길들여져 있어 주체라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소신이 있더라도 권한이 많이 집중된 학교장의 의사에 반해 일을 진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현 상황이 이러한 만큼 한 학교의 어떠한 역량과 민주성, 혁신성을 가진 학교장이 부임하느냐는 그 학교의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학교장 제도는 승진제도다. 이는 일반 교사가 경력 및 여타 점수를 쌓아 승진하는 구조인데 이런 체계를 갖춘 나라는 적어도 OECD국가중 한국이 유일하다. 다른 나라들은 학교장을 승진구조로 바로 보지 않으며 교사 집단과는 다른 투 트랙체제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50대 가까이 되어야 간신히 교장이 되는 한국과는 다르게 젊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교장이 될 수 있다. 거기에 다른 나라들은 교장선발을 위한 심사과정에서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고 다단계 심사를 거처 임용한다. 또한 교장에 대한 업무 평가를 매우 중요시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이 과정에 적극 참여한다. 거기에 교장이 되기 위한 엄격한 양성 프로그램을 거치며 이를 통해 교장 자격을 취득하게 한다. '  

 한국의 교장은 위와는 무관하게 언급한 것처럼 교직생활 중 승진을 위한 점수를 쌓아서 임용된다.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우선 직무역량의 문제다. 현시대 교장에게 요구된는 역량은 민주적 리더십과 혁신교육성공경험, 이론을 겸비한 실천가, 사람을 아우르는 인성이다. 하지만 승진 점수를 쌓는 과정은 이와 무관하다. 각 시도교육청은 자신들이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는 경우 업무부과에 부담감을 느끼는 교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이 업무를 수행하는 자들에게 승진가산점을 부여해왔다. 돌봄교실이나 방과후, 청소년단체, 영재학급운영등이 이러한 것들이다. 물론 이와 같은 업무를 수행해보고 그 절차과 운영방안을 터득하는 것은 학교장에게 필요한것들이라 볼수 있겠지만 앞서 말한 학교장의 직무역량을 쌓게해주는 것들이 보기는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교직문화다. 한국은 승진을 위한 가산점을 쌓기 위해 남들이 기피하는 어려운 업무들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승진대상자들도 같이 학급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그들이 더 힘든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문화가 생겨나게 된다. 

 민주성도 문제다. 한국은 교장으로의 임용이 다른 보직을 맡는 것이 아닌 승진의 개념이다. 때문에 교사가 교장으로 임용되면 자신이 다른 교사보다 우월한 직위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며 실제 한국의 체계는 그러하다. 때문에 비민주성이 발생한다. 또한 승진과정에서도 비민주성이 쉽게 발생한다. 승진대상자는 가산점을 따기 위한 업무를 맡아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은 대부분 학교장이 결정한다. 때문에 승진희망자들을 중심으로 학교장에게 순응할수 밖에 없는 구조적 비민주성이 발생하게 된다. 

 마지막 문제는 제약과 차별이다. 언급한 것처럼 교사는 교장이 되기 위해서 상당기간을 점수를 쌓으며 준비를 해야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교장에 필요한 직무역량을 쌓는 길을 아니다. 그것과 무관하게 현장에는 교육실천에서 상당한 내공을 쌓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교사로서 성공적일수 있어도 교장이 되기는 불가능하다. 즉, 한 가지 길만 열어놓음으로써 다양한 방식으로 역량을 쌓아올린 여러 교사들이 교장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학교장 승진제도의 문제점으로 교육 현장에선 교장공모제를 실행해왔다. 하지만 현재의 공모제는 그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현행제도는 3개의 공모제로 초빙형과 내부형, 개방형을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교장자격증으 가진 자로만 그 대상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활용가능한 인력풀이 적다. 또한 현 교장들은 4년임기에 대부분 별 평가 없이 중임을 하여 8년간 교장으로 임용되는 것이 가능한데 공모제교장의 경우 이 8년의 임기에 포함하지 않아 교장임기를 실제적으로 12년까지 늘려주는 역할만 하고 있다. 이는 과도한 특혜란 지적이 많다. 때문에 책은 공모제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한다. 우선 쉬운 방법은 초빙형과 내부형을 합쳐 통합형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는 현 직위에 상관없이 1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교사라면 누구나 지원을 가능하게 하여 인력풀을 크게 늘리는 형태다. 외부인사가 임용가능한 개방형은 그대로 유지한다.

 공모제의 경우 그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 담보가 도마위에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책은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도 제시한다. 공모제 교장의 총 수를 예측하여 교육청에서 일괄 공채를 운영 실시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교육청 담당 인사실무자, 해당교의 교사, 지역전문가, 주민등을 포함하는 심사단이 대거 구성되어 심사를 실시하게 된다. 

 그리고 학교장 양성 프로그램도 매우 중요하다.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교장승진제도는 교장에게 필요한 직무역량을 쌓게 만들지 못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경우 교장으로 임용되면 고작 35일 219시간의 연수만으로 교장에 임용된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 교장 양성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운영한다. 우선 학교장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제시하며 이를 바탕으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이론과 실천 교육을 병행한다. 즉, 이론으로 무장했으면서도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학교장을 양성하는 것이다. 거기에 엄격한 학사관리를 바탕으로 최소 1년 이상의 교육 기간을 설정하고 있으며 현직 교장 이외에도 학교장 직위를 희망하는 교원에 대해 프로그램 참여를 열어놓는다.

 즉, 책에서 정리하는 학교장 승진제도를 정리하면 이렇다. 학교장을 승진으로 바라보는 개념을 버리고 하나의 직무로써 바라보아 민주성을 확보하며, 직무역량을 갖춘 학교장을 임용하기 위해 다양한 인력풀 확보방안으로 최소 자격기준(일정경력이상, 혹은 학교장양성프로그램이수자 등)을 갖춘 사람들을 상대로 질적 평가위주의 공모제를 실시하여 임용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임용되면 강력한 학사기준을 갖춘 학교장 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거나 혹은 그 이수자들을 대상으로 학교장을 공모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직무역량과 민주성을 갖춘 학교장이 학교에 자리잡게 하자는게 책의 생각이다. 

 책은 교육전문직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교육전문직원은 각 시도교육청에 소속된 장학사, 장학관, 연구사, 연구관을 말한다. 이들을 각 지역교육청에 소속되어 장학에서 행정, 예산, 기획등 교육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매우 다양한 일들을 수행한다. 교육전문직원들은 교사와 마찬가지로 국가직 공무원이었지만 시도교육청에 자율성을 주기 위한 인사방안으로 2011년부터 지방직으로 전환되었다. 또 재밌는 것이 교사의 경우 24호봉이 이르면 4급에 상당하는 대우를 받지만 어이없게도 힘들게 교사에서 시험을 통과해 장학사에 임용되면 6급대우를 받는다는 셈이다. 

 일반교사들이 교육전문직원을 하는 이유는 승진때문이다. 교육전문직원이 되면 장학사의 경우 5년 장학관이 경우 3년이면 각각 교감, 교장으로의 승진이 가능하다. 점수를 쌓는 일반 승진의 경우보다 승진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일반 승진의 경우 거의 교장만이 될 수 있는 반면 교육청이 끈이 있는 이들은 교육청 내의 다양한 보직과 교육장등을 독점할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교육전문직원이 수행해야할 업무들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장에선 전문적이어야 할 교육전문직원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못함을 성토한다. 이는 교육전문직원이 고작 5년만 근속하고 교감으로 승진하기 때문이며 그 5년동안에도 여러 보직을 맡게 되어 전문성을 갖출수 없는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책은 교육전문직원을 승진시키는 지금의 구조를 바꾸어 행정업무를 보다 희망하고, 적성이 있는 교사가 오래도록 교육전문직원으로써의 전문성을 쌓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교육전문직원 역시 교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교육전문직원이 어떠해야 하는 가라는 비전과 직무전문성에 대한 합의가 사실상 부재하며 그간 기능적인 업무중심으로 선발한 만큼 앞으로는 이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선발하고 관리햐야 함을 주장한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혁신성, 현장지원, 전문성, 학습을 전문직원의 상으로 설정했다고 하는데 참고할 부분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풍오장원 2023-03-31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장이 3급은 아니고, 5급이나 4급 정도로 보면 됩니다. 대통령 임명장이 나오는걸로 봐서 5급 정도로 보면 될 듯 합니다. 선생들끼리는 3급이라고 생각해줄 순 있겠네요.
호봉수 쌓여서 4급 대우라는건 그냥 대우공무원 수준의 처우이구요. 실제 직급과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AI 교육 혁명 -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이주호.정제영.정영식 지음 / 시원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W교육이 교육현장에 들어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AI교육이 새로이 화두다. 교사입장에선 사실 대부분이 SW교육 능력 및 관련한 교육과정 디자인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런 상태에서 AI라니.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만큼 시대가 빠르게 변한다는 것이기도 하며 학생들을 위해 마땅히 따라가야하는 변화이기도 하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인 로렌스 카츠와 클라우디아 골딘은 국가의 발전을 교육과 기술간의 경주로 비교하였는데 교육이 기술과의 경주에서 뒤쳐지면 경제성장이 감소하고 경제불균형이 확대하는 반면 교육이 기술과의 경주를 잘 따라가주면 경제성장이 증가하고 경제불균등이 감소한다고 주장하였다. 새로운 기술이 발빠르게 등장하는 지금 이 말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유효해질거란 느낌이다.

 물론 한국정부도 이 변화에 가만히 있지는 않다. 2018년 AI R&D전략을 발표했고 2019년 12월 AI국가전략을 발표하였다. 교육과 관련하여서는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과 AI 기초연구 지원 확대를, 초등 저학년은 SW와 AI 흥미를 갖도록 2022년까지 놀이와 체험중심의 교육과정 편성 계획을,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교는 AI 교육을 필수 이수 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교사부문에서는 초등교사 사범대, 교직이수 과정에 AI 관련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계획하고 있으며 AI 교육대학원을 신설하여 연간 초중고교원중 AI 교육 전공자를 1000명 씩 5년간 양성할 계획이다 

 AI 교육은 AI 기술활용과 AI 를 만드는 전문교육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모두가 AI 전문가가 될수도 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없으니 다수의 학생들에게 AI 시대를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필요한 내용을 교육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AI 의 놀라운 가능성의 활용과 AI 와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에 AI 교육을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요건은 AI 교육을 기본적인 소양교육으로 추진하고 AI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AI 기반 기술인 교육용 데이터를 개방하고, AI 를 활용할 수 있는 정보 인프라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컴퓨터과학교사협의회와 인공지능발전협의회는 AI 을 이해시키는 교육과정을 제시하였는데 인식, 표현과 추론, 학습, 인간과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 사회적 영향의 5가지이다. 인식은 AI 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며 표현과 추론은 AI가 추론을 사용하여 학습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다. 학습은 AI가 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습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며 인간과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은 AI 기술과 인간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AI와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교육하는 것이다. 사회적 영향은 AI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 부정적 영향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역량을 교육하는 것이다. 

 이러한 AI 교육을 통해서 인간은 AI의 주인이 되어야하는데 주인이 되기위해서는 인간 자신이 적절하게 AI를 조정하고 명령, 감독하여 AI가 범할 수 있는 기본권 침해나 위험성에서 벗어나는 AI 통제기능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직접 AI 를 감독하고 AI 통제를 다른 이에게 맡기지 않을 수 있어야 하며, AI 가 분석한 나의 데이터에 따른 판단을 따르면서도 나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직접할 수 있어야 한다. 

 AI 교육이 교육계에 미칠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개별화맞춤학습과 협력학습의 활성화다. 교육계의 흐름은 획일화에서 다양화 그리고 개별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간 개별화 교육은 교사 일인이 맡아야 하는 학생이 다수인 상황, 그리고 교육 내용이 획일적으로 주어지는 문제, 교사 개인이 맡아야 할 수많은 행정업무, 개인진단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했었다. 하지만 AI 교육이 실행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AI 는 학습입문기부터 개인의 모든 학습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다. 이를 근거로 개인에 맞는 처방과 흥미를 강조하는 개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진다. 

 AI 교육은 협력학습도 활성화한다. 협력학습의 최대의 적은 무임승차자와 방해자, 봉효과자이다. 교사는 협력학습을 실행하면서 모둠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관찰하거나 개입할수 없다. 하지만 AI 는 실시간 센서로 학생들의 반응이나 대사, 표정, 감정등을 분석함으로써 학생이 협력학습에 기여를 하는지 따라가지 못하는지를 진단 분석할수 있다. 때문에 AI 활용교육은 협력학습을 촉진한다. AI는 소규모 학급에서의 협력학습도 활성화하는데 소규모 학급은 학생 수 자체의 부족으로 협력학습이 어렵다. 하지만 AI를 통해 자신들과 흥미및 관심사가 비슷한 국내 및 국외의 그룹가 매칭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소규모 학급에서의 협력학습도 가능해진다. 

 AI 교육은 이런 형태로 학교현장에 들어왔을때 기존 학교와 교사, AI 간의 새로운 관계 및 역할 재정립이 요구된다. 책은 이를 High tech와 High touch로 구분한다. High tech를 담당하는 것은 AI 로 학생의 사전지식 수준, 니즈를 빅데이터 분석으로 파악하여 진단하고 학생의 각자 속도로 맞춤학습을 지원하며 학생의 학습상황과 개인 정보등에 대해 분석하고 가공한 학습정보를 교사에게 제공한다 High touch는 교사의 역할로 소프트웨어의 정보 데이터를 통한 개별 맞춤형 지도, 고차원 소프트 스킬에 집중한 능동적 학습 경험 제공, 학생멘토링과 사회정서학습을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학습에서 지식과 이해부분을 담당하게 되며 교사는 적용과 분석, 평가, 창조등 보다 고차원적인 부분을 담당하게 된다. 지식의 직접전수와 학습코칭이라는 부분을 AI가 담당하고 학습디자이너이자 상담가 조언가로서의 기능을 교사가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책은 AI 가 등장하더라고 교육분야에서는 교사를 밀어내는 것이 아닌 기존의 강의, 지식, 맞춤형 코칭과 개별화 교육, 평가, 행정업무를 담당함으로써 오히려 여유가 생긴 교사가 마땅히 기존해 해야했떤 교육의 고차원적 부분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정부차원에서의 일대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학교, 교사, 교과데이터, 기술 등의 영역에서 장벽을 만드는 요소를 대대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AI 활용하고자 하는 교육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관치주의가 사라져야 하며 기업과 정부출연 연구진에 더 높은 자율성이 주어져야 하며 실패가 용인되어야 하며 관료들의 이기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미래의 교육과정은 학생에게 더 이상 다른 사람이 제시한 문제를 풀게 만들지 말고 동료와 협력하여 새로운 질문을 찾아내어 질문에 기계가 답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과정이 되어야한다고 한다. 책은 학생 개인의 학습 데이터의 축적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고부담이며 일회성이고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수능같은 시험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AI에 의한 진정한 입학사정관 제도 같은 입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막연히 교육의 적, 아니 교사의 적일지도 모른다는 AI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립할 수 있었다. 선생님, 학습, 학부모가 반드시 한 번쯤 봐야할 책이란 생각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21-05-06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AI도 결국 알고리즘 문제라고 본다면 학교에서는 수학과 윤리 등 기초 학문 교육이 더 중요하지 않을지 생각듭니다. ^^

닷슈 2021-05-07 10:41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거기에 그 알고리즘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의 문제와 알고리즘 자체의 설계도 중요한듯 합니다. 엠비씨 보도 보면 최근 주요포털 기사들이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보수언론만 집중 소개되는 점, 그리고 자체 알고리즘으로 포털내 자체 쇼핑몰만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는점도 문제죠. 알게모르게 이미 인공지능에 사람들이 많이 조작되고 있어 교육이 시급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