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교실 - 아이의 미래,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다이앤 태브너 지음, 우미정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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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교육 관련 책을 보면 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한국은 그래도 서열화에서 좀 벗어난 사람들이 '모두가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다'라고 선언하는 반면 미국은 그래도 서열화에서 좀 벗어난 사람들임에도 '모두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라고 선언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교육관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임에도 정반대의 서술이 일어난 건 한국은 아직도 공부를 잘 하는 것을 남보다 잘 하는 상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미국은 공부를 잘 하는 것을 스스로가 잘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로 아직도 한국은 공부를 잘 하는 것을 점수나, 스펙차원에서 생각한다면 미국은 공부를 잘 하는 것을 보편적 역량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실제 수행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으로 생각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다이엔 테브너는 모두가 공부를 잘 하는 학교인 공립고등학교인 서밋고등학교를 만들었다. 이름 처럼 모두가 정상에 오를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195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 고용주가 중시한 가치는 빠른 속도로 오래 일하는 능력, 세부사항과 방향 기억 능력, 산술계산능력이었다. 하지만 2020년인 지금 기업은 인재들에게 복합문제해결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인간관계능력, 타인과의 조정능력을 요구한다. 이는 혁신적 사고와 독립성 그리고 자기주도성에 기반한 능력들이다. 때문에 서밋 스쿨은 프로젝트 기반학습과, 깊은 사고, 협업을 기반으로 삼는다. 이 세 가지 활동을 통해 위와 같은 역량들이 양성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실행하는 것을 교사이기에 서밋은 교사 채용시 두 가지를 고려한다고 한다. 우선 이 교사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걸 믿는지, 그리고 이 교사가 새로운 접근 방식을 배우기 위해 지금까지의 경험과 훈련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다. 즉, 교사가 지금가지 평균적으로 해온 믿음과 철학을 버리고 새로운 철학과 믿음을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일부 혁신적인 학교에서도 프로젝트 학습은 부분적으로만 운영된다. 각 교과가 모두 분절제시되어 있고, 각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도 다르며 각 교과의 목표나 성취기준은 그 교과만을 위해서 설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가 이 모든 것들을 프로젝트로 꿸만한 디자인 능력을 갖추기 어렵다. 하지만 서밋은 매일 프로젝트 학습을 구성한다. 프로젝트는 학생들과 그들의 공동체 그리고 그들의 삶과 관렪나 문제 및 질문, 도전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문제를 직접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거나 관련 도전을 받아들이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서빗에서 학습은 일정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역량과 지식을 배우고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학습으로 정의된다. 서열적, 객관적, 분절적 지표가 아니라 삶에서 필요한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을 얻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이 학습의 과정은 철저히 자기 주도적이다. 모든 학생의 관심사와 능력,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자유와 자료를 마음껏 주고 이에 대해 접근이 가능하게 한다. 독서나 영상, 팟캐스트, 온라인 모의체험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후 학생은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시험을 보며 스스로 완전히 학습했음을 입증하면 학습이 성공이고 이에 실패하면 성공할때까지 다시 공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각각의 자료가 범주별 하위 항목으로 구성되고, 배워야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기를 원했고, 문제를 더 연습할 기회를 얻기를 원했으며, 자신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 알기를 원했다. 즉,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해줄때 존중받은 느낌을 갖고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밋은 경쟁이 아닌 협업을 택한 학교다. 연구 결과 한 명이 결정하는 것보다 집단 지성을 발휘한 다수의 결정이 66%정도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 때문에 서밋은 학교분위기와 문화, 학습방법으로 협업을 강조한다. 서밋의 협업은 프로젝트나 학습에서의 협동 뿐만 아니라 서로의 관심사와 성장속도 학습방법의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이기도 하다. 때문에 자기주도적 학습에서 서밋스쿨의 학생은 서로 돕고 같이 성장한다. 이런 협업시스템 속에 서밋의 아이들은 자신만의 삶에 대한 전망과 자신만의 진로를 설정하는 잠재력도 생겨난다.

 서밋스쿨에서도 학교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혁신적이고 열정넘치는 교사를 선발했지만 그들 역시 기존의 사고에 젖어 있는 부분이 많았고, 이로 인해 학교 혁신과정에 진통이 적지 않았다. 서밋 역시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에 만장일치를 선호한다. 다수결의 의한 결정은 빠르고 과반을 대표하지만 과반이 크지 않을 경우 대표성의 문제와, 패배한 소수가 방해자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만장일치를 선호하지만 모든 문제가 만장일치로 가기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서밋은 만장일치를 강요하는 강한 의사결정 도구를 만들었다. 이는 구성원들에게 역할을 주는 것으로 D는 의사결정을 내릴 권한을 갖는 사람으로 해당문제에서 가장 권위가 높다. 하지만 그에겐 이 문제를 만장일치로 이끌어야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V는 결정에 반대하는 역할을 맡은 자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기 위해 더 나은 제안을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P는 결정에 대해 제안을 할 수 있는 자이며 I는 단순히 의견을 낼 수 있는 자이다. 그리고 이 외에 해당 문제에 대해서 정보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다수로 구성된다. 이런 역할을 맡고 회의가 진행되면 주어진 역할들로 인해 보다 생산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만장일치로 갈 가능성도 높아지고 말이다. 

 이 같은 방법은 한국의 혁신학교나 일선학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도구로 쓰이면 좋을 듯하다. 워낙 반대를 위한 반대도 많고, 주체성을 잃고 타성에 젖은 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서밋의 여러 가지가 인상적이었지만 아무래도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철학이었던 것 같다. 모든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철학. 그것이 서밋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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