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의 다리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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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인 마커스 주삭이 누군지 몰랐지만 이번에 출간한 '클레이의 다리'는 전작으로부터 무려 13년의 시간차를 두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책을 읽으면서 마주친 지나친 두꺼움, 복잡한 구조, 수많은 비유들이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아....... 이걸 이렇게 하려니 이리 오랜 시간이 필요했구나" 라고. 

 소설을 읽으면 지식책들에 비해 묘한 두려움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그 책의 작가들만이 내뿜는 호흡과 문체, 세계관, 서사의 구조에 젖어드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그리 높은 허들은 아니며 그 약간의 장애물만 넘어간다면 이후엔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작가가 유도한 감정만이 느껴지기에 어느 정도 기분 좋은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근데 '클레이의 다리'는 이게 좀 많이 높았다. 이 책을 그만 읽을까 고민하며 무려 100-150쪽 정도 읽기 시작했을때서야 그 허들 위로 간신히 머리 정도를 내밀 수 있었다. 다 읽고 나서도 마찬가지인데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가 주는 감정과 생각등은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었지만 온전히 다 본것 같은 기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 언젠가 한 번 더 읽어봐야하지 않을까나.

 책은 거대한 서사도 그리고 한 개인만에 국한된 세세함도 아닌 중간 정도다. 던바라는 성을 가진 집안을 다루면서도 아버지 마이클 던바와 그 아들 클레이 던바까지만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복사판 처럼 닮아있다. 외모도 그러하고 여자 팔자도 그렇고, 그 기묘한 성격과 매력에 육체적 강인함, 그리고 공사장에서의 솜씨까지 그러했다. 마치 영화 대부가 생각나는 장면인데 영화 대부2는 아들 대부인 마이클 콜레오네와 그의 아버지 비토의 삶은 평행선처럼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 클레이의 다리도 딱 그러하다.

 책의 구조는 시간순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시간순을 따르지만 사실 앞부분이 가장 최근이라 할 수 있고, 점점 과거의 사건이 드러난다. 처음엔 아버지 던바, 그리고 아들 던바, 결국 합쳐지며 마무리다. 아버지 마이클 던바는 시골 출신이다. 좋아하는 여자아이인 애비가 있었고, 애비도 마이클을 좋아한다. 마이클은 자신이 사랑하던 개가 뱀에게 물려죽자 개와 뱀을 모두 앞마당에 묻는다. 그리고 애비에게 고백을 하고 개가 사라지자 자신이라는 묘한 기분나쁨과 함께 마이클과 함께 한다. 둘은 시골에서 공부를 잘해 대학에 진학한다. 애비는 경영쪽, 마이클은 미술쪽이었다. 마이클은 이상하게도 아름다운 애비를 더욱 아름답게 그리는 것 외에는 딱히 재주가 없었다. 둘은 결혼하지만 이런 마이클의 전공에서의 실패와 애비의 전공에서의 성공은 둘의 처지를 점점 갈라놓게 된다. 그리고 둘은 헤어진다.

 마이클이 다음에 만난 여자는 페넬로피로 클레이 던바의 어머니다. 페넬로피는 아마 폴란드인 것 같은데 하여튼 동유럽 출신으로 피아니스트다. 동구권이 무너질 무렵 직업이 그렇다 보니 페넬로피는 서유럽 여기저기로 공연을 다녔다. 늘 돌아왔기에 아마 당국의 의심도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이 모든게 페넬로피 아버지의 포석이었다. 아버진 페넬로피조차 모르게 그녀를 빈으로 보내며 탈출을 지시한다. 그리고 딸은 탈출했고 그게 아버지와의 마지막이었다.

 괜찮은 피아니스트였지만 영어와 자본주의를 모르는 페넬로피에게 주어진 일은 청소였다. 그리고 그 일로 돈을 모아 페넬로피는 피아노를 산다. 근데 그 피아노가 잘못 배달되는데 하필이면 마이클 던바의 집이었다. 후일 둘은 결혼하여 합치며 그 피아노가 결국은 잘못 배송된게 아니었음을 언급하며 즐거워한다. 하여튼 이 오배송사건을 계기로 둘을 서로를 알게되고 끌리며 사귀고 결혼하게 된다. 집을 샀고 그게 던바가의 아처스트리트 18번가다. 집은 경마장 인근으로 시끄러워서 인기가 없었는데 페넬로피는 오히려 그걸 좋아했다. 

 페넬로피 네 아들을 낳는다. 매슈, 로리, 클레이, 헨리다. 그리고 이 책의 화자가 고교시절부터 글좀 쓰던 매슈다. 로리는 타고난 싸움꾼으로 괴력에 그 힘에 걸맞게 성질도 사납다. 클레이는 주 400미터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준족에 묘한 매력을 지녔고 헨리는 집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평범하다. 페넬로피는 영어가 익숙해지자 교사가 되었다. 정말 힘든 네 아들은 페넬로피가 잘 키워내고 심지어 피아노마저 가르친다. 학교에서도 특유의 뚝심으로 문제아들을 지도하여 명망있는 교사가 된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암에 걸린다. 의사의 예상보다 몇년을 더 살았지만 결국 죽고 아버지 마이클 던바는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집을 나가 버린다. 그리고 그 후로 매슈는 아버지 던바에게 살인범이라는 별칭을 붙인다. 아직 고교도 졸업하지 못한 자신들을 건사하지 않고 나가버려 죽인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래고 아버지 없이 아이들은 자랐고 클레이는 묘하게 엇나가는 자신의 집안처럼 기수만 꾸준히 나오는 숙명을 가진 집안의 여자애를 만나게 된다. 

 케리라는 이름의 그 아이는 기수였고 유일하게 묘하고 이상한 클레이를 담아낼 수 있는 아이였다. 케리는 집안의 반대에도 기수가 될정도로 의지가 강했고 능력도 있었지만 결국 낙마하여 사망한다. 클레이의 운명도 이런 면에서 아버지 던바와 많이 닮았다. 아버지 던바는 이런 클레이에게 함께 공사장에서 다리를 만들자고 한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클레이의 다리인 셈인데 클레이는 이걸 허락한다. 그 다리는 오래전 강가에 있었지만 유독 비가 많이 오던날 쓸려내려갔고 이제 보수를 하는 참이다. 

 그리고 함께 다리를 완성해가며 클레이와 아버지 마이클은 뭔가를 해낸 느낌을 갖게 된다. 지독한 숙명 같은걸 다리로 털어냈다고 해야할까. 책은 거기서 끝내지 않고 이후에 이야기도 다루는데 형제 매슈, 로리, 헨리의 이야기 그리고 클레이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 형제들은 매일 서로 죽일 듯 싸우면서도 묘하게 의리가 있는데 형 매슈는 로리가 학교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알게된 여교사와 사귀게 되고 슬하에 딸을 둘 갖게 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결혼을 미루는데 그게 클레이가 없어서다. 우애가 이 정도다.

 서평은 시간 순으로 했지만 책의 내용은 비선형적이며 매우 복잡한다. 한장은 현재를 다루고 다음장은 과거를 다룬다. 비유적 표현이 상당히 많으며 책은 무척 두껍지만 한 절 한 절은 생각보다 무척 짧다. 상당히 독특한 감성과 느낌을 주는 책으로 오래도록 기억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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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4 0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작가의 책도둑과 메신저를 꽤 재밌게 읽었던거 같은데 오랫만에 신작이 나왔네요.

닷슈 2022-01-25 20:05   좋아요 0 | URL
저는 전작들은 보지 못해서 이번 작품과 느낌이 비슷한지 궁금하군요.

mini74 2022-02-10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축하드립니다 👍

그레이스 2022-02-10 18:08   좋아요 2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닷슈님!

이하라 2022-02-10 1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2-02-11 01:0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하라님.

서니데이 2022-02-10 2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강나루 2022-02-11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 축하해요^^

닷슈 2022-02-11 14:5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당첨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