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잘 먹는 것 - 삼시 세끼 속에 숨겨진 맛을 이야기하다
히라마츠 요코 지음, 이은정 옮김 / 글담출판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쓴 히라마츠 요코는 에에이스트이자 푸드 저널리스트이다.

도쿄여자대학교 졸업 후 아시아를 중심으로 일본 국내외의 요리와 식문화를 취재, 집필하고 있다. 그녀만의 건강한 식문화와 도시형 슬로 라이프를 글과 사진으로 독자들과 나누고 있다.

라고 책 날개에 적힌 것으로 미루어 일본 사람인걸 알 수 있다.

난 일본 책들에 대해 꽤 까칠하고 예민한 편인데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정서적으로 겉돌거나 일본 풍이어서 거슬린다 할만한 것은 없었다.

그녀가 내세우는 슬로 라이프 또한 수선 부리지 않는다.

한때 나도 미니멀 라이프나 슬로 라이프 따위를 꿈꿨었지만,

이제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는다.

삶은 어차피 많고 적게 따위의 소유의 문제는 아닐 뿐더러,

빠르고 천천히 따위의 속도의 문제는 더 더욱 아닐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난 후 내 삶의 목표는,

오늘 하루도 되는대로 살기이다.

 

되는대로 살기라고 하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되풀이 되는 삶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세상 어느 하나 어제와 같은 삶이란 없다.

"간장은 말이야, 아주 조금만. 향만 살짝 주는 거야."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게 아니다. 향을 더할 뿐이다. 그것이 맛을 내는 비결이다.(72쪽)

 

삶의 간난신고는 어쩔 수 없겠지만,

코끝에 느껴지는 향기나 바람의 세기나 방향 등을 살짝 바꾸는 정도 말이다.

어느 순간에 쉼표를 넣고 어느 순간에 악센트를 넣어야 하는지,

마침표는 하나의 동작을 마칠때 써야할지,

하나의 생각을 마칠때 써야할지, 처럼 미묘한 것들이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편하게 사용한다'와 '마구 사용한다'는 전혀 다르다. 소중한 것일수록 허세를 부리지 않고 사용하고 싶다. 좋아하니까 오래 사용하고 싶다. 그러나 마구 사용하면 그릇의 수명, 특히 옻칠의 수명이 줄어든다.(121쪽)

 

숙우를 이렇게 표현한 것도 좋았다.

흐르고 싶어한다. 그러니 밀어줘야 한다.

숙우(끓인 물을 옮겨 차를 우려내기에 적당한 온도를 식히는 식힘그릇:옮긴이)를 쥔다.

편평한 표면이 순식간에 흔들린다. 뒤쪽을 슥 올리면 앞쪽으로 쏠린다. 뒤가 앞을 미는 바람에 유속이 생겨 앞으로 앞으로 나가가려고 한다. 그 기세를 멈추지 않는다. 더 흘러가고 싶어 안달이다.(236쪽)

 

사람들은 곧잘 너무 단정한 삶이나 글을 만나면 숨막힌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살짝 비틀어 보면,

단정한 삶이란 비어있어 거스를 것이 없는 삶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텅빈 휑함은 아니고,

쾌적하고 아늑하다고 해야 할까.

이 분의 글이, 그리고 삶이 그래서 좋았다.

 

가만히 책을 읽노라면,

서술과 묘사가 억지스럽거나 과장되지 않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한구절씩 읊조리며 참선하듯 도 닦듯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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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검객무정검 세트 - 전5권
 고룡 지음, 최재용 옮김, 전형준 감수 /

 그린하우스 / 2019년 11월

어떡하지?

고룡의 친필낙관이 담긴 도자기 술잔이 탐난다, 쯤으로 구실을 만들어야겠다.

엄상준 님의 '음악, 좋아하세요?'에 이어 성수선 님의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를 읽으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영민의 논어 에서이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시작도 전이고,

그외 밀려 있는 책들이 좀 있는데,

고룡을 들여도 좋을지 망설이게 되지만,

그래도 내게 고룡이 누구인가?

후기를 보니 번역이 좀 아쉽다고 하는데,

내 추억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들이고 봐야겠다.

 

난 좀 고리타분할 뿐더러 루틴에 익숙한 사람이라서 계획대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데,

책에 관해서는 그게 안되니 어쩔 것인가 말이다~--;

 

요즘은 누가 앞서서,

월별 독서캘린더나 음악 일력, 음식 달력 같은걸 만들어줘서,

그대로 따라 읽고 들으며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전엔 결정 장애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것들 앞에서 망설이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뭐랄까, 그렇게 확실하게 호ㆍ불호를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달까,

정해진 것들보다 흘러가고 흘려보내는 것들에 마음을 쓰게 된다.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
 성수선 지음 / 오픈하우스 /

 2019년 12월

 

그런 의미에서,

성수선 님의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는 딱 기대했던 만큼의 책이었다.

 

앞으로 이 분의 책을 찾아 읽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건 성수선 님이 변하거나 그분의 책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내가 공평하게 나이 들어가는데서 벗어나,

어떤 일을 경험하면서 갑자기 늙고 나이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외롭거나 우울해서 힘들 때 우리는 '위로'를 찾아 헤맨다. 점쟁이라도 찾아가서 '앞으로 잘될 일만 남았어.' 같은 말을 듣고 싶어진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허약할 땐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처럼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하나 분명한 건, 우울할 때 먹는 음식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후회와 죄책감만 남을 뿐. 자꾸 싸구려 위로를 찾아 헤매지 말고, 감기처럼 우울한 감정도 지나가게 내버려둘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을 잘 보살피면서.(191쪽)

 

그녀를 보며 배웠다. 세상에는 산수로 계산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그리고 또 배웠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커다란 용기를 내서 방향을 전환하는 친구에게 필요한 건 어설픈 충고보다 지지와 응원이라는 것을. 지금 이 시간에도 행복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거나 새로운 요리를 구상하고 있을 물개 셰프에게 물개 박수를 보낸다.(263쪽)

엄한==>애먼(278쪽)

 

 

 

음악, 좋아하세요?
엄상준 지음 / 호밀밭 /

2019년 12월


 

반면 '음악, 좋아하세요'는 처음부터 쭈욱 읽었을때와는 달리,

아무렇게나 펼쳐서 읽는 지금 어떤 음악과 책을 연결시켜 냈는지 되살려보고 내 맘대로 묶고 엮어 보느라고 더 재밌다.

말로, 나윤선, 웅산을 한데 묶어 내놓는 것도 모고 뭉쿨하고 벅차올랐다.

난 나윤선은 너무 깍쟁이 같고, 웅산은 매듭이 없다고 해야 하나...너무 웅얼거리기만 하는 것 같아서 말로를 더 아낀다.

 

아래 문장을 읽으면서 한참을 꺼억거린건 안 비밀이다.

 

어린 시절에는 사람들이 다 알만한 성과를 거두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 나이가 되었다. 어떤 삶은 그냥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희망이고 성공이다. 봄 그늘 아래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어여쁜가.(103쪽)

 

 

월별 캘린더까진 힘들 것 같고,

오늘 나의 독서캘린더에 들인 책은 고룡 님의 세트 되시겠고,

음식은 돼지고기와 쇠고기 간것 반반씩에, 두부와 숙주나물, 당면 등을  넣고 버무린 만두소로 만두를 빚어 삶아 먹을 것이며,

음악은 Sy Smith이다.

개인적으로 크리스 보띠가 별로이긴 하지만,

그녀의 이 공연을 보고 있으면,

노래 뿐만 아니라, 몸짓이나 표정, 옷차림,

음을 자르고 늘이고 멈추고 나아가는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한곡의 노래가 탄생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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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5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5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5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5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쎄인트saint 2020-01-15 10:59   좋아요 1 | URL
글도 잘 읽고...음악도 잘 듣고 갑니다.
꺼억~거리시는 날이 줄어들길요...

sslmo 2020-01-15 11:24   좋아요 1 | URL
잘 읽고 들으셨다니 오히려 제가 감사할 밖에요.
꺼억~거리는 날을 줄여야 할텐데,
제 마음이지만 저도 어쩌지 못하겠는 것이,
울고 싶을땐...책이나 음악을 핑계 삼아 볼 밖에요.
영화나 드라마도 좋더군요~^^

이래저래 감사합니다~^^

2020-01-17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8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20-02-03 17:53   좋아요 1 | URL
알라디너들 취향이 참 개성적이라 다른 사람 월별 추천 캘린더 되기 어려운 미션 아닌가요ㅎ
님의 이 글이 손수 캘린더가 되신 듯도^^
알라딘 때문에 쌓인 컵들이 너무너무 많아서 술잔 욕심은 안 나고 만두는 언제나 먹고 싶어지네요ㅎ;

sslmo 2020-02-03 17:50   좋아요 0 | URL
ㅎ,ㅎ...님의 댓글을 보니 그런 듯도 해요.
예전엔 서재 마실을 가서 신간을 보면 무조건 장바구니에 담고 보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일단 마실을 그리 다니지도 못할뿐더러,
책을 읽고 치우는 시간보다는,
책을 펼쳐놓고 멍하니 딴짓을 하는 시간이 많아요.
전 알라딘 굿스 욕심은 버린지 오래이고,
술잔은 어차피 구실이었지만,
영 아니더라구요.
만두는 영원한 사랑입니다~♥
 
음악, 좋아하세요?
엄상준 지음 / 호밀밭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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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엔 무릇 숨은 고수들이 계신다.

지금은 추억을 되새기는게 상처를 훑는게 돼서 이곳에 들어오는데 큰 결심이 필요하지만,

한때는 잠 못드는 밤이면 이곳을 종횡무진 다니며 즐겼었다.

아니 직장에서 무료한 낮에도 이리저리 마실을 다녔었다.

 

지금도 활동하시는 분들까지 언급하려면 차고 넘치니 차치하기로 하고,

유독 기억에 남는 분이 드팀전 님이시다.

그의 서재엔 읽을거리도 물론이거니와 들을 것도 풍성하였다.

드팀전 님은 내가 이곳에서 활동을 시작할 무렵엔 서재 활동을 접으셔서 왕래를 한 기억은 없지만, 

글을 읽으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중엔,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중엔, 단연코 으뜸이었다.

 

내가 그의 서재를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린 이유는 소개하는 책들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음악과 연관된 주제나 책들을 잘버무려 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떤 주제나 이슈, 사회적 상황과 관련하여 흐름을 이끌어가는,

그가 주도하는 선한 영향력도 좋았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느낌일수 있는데,

'월간 오디오'나 '스테레오 뮤직' 같은걸 접한 세대라면 느낄 수 있는 일종의 동질감 같은 걸 느꼈던 것도 같다.

 

이곳에 등장하는 음반들은 거의 한번 이상은 들은 듯 낯설지가 않은데,

읽은 책들은 '말년의 양식', '허삼관매혈기','마르크스의 유령들' 정도인 것 같다.

 

추억을 되새기는게 상처를 훑는게 돼서 힘들지만,

그의 책을 반가워 하며 찾아읽는 것은 이런 황홀한 문장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느린 악장을 눈물 나는 슬픔이라고 말해버리고 나면 그 언어의 좁은 의미에 포획당하고 만다. 화창한 어느 봄날 마루에 앉아서 햇볕을 맞고 있을 때 드는 안락함 그리고 곧이어 마음 한구석에 드는 애잔함. 눈물은 고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묘한 감정이 모차르트 느린 악장이 가진 묘미이며 이 음반은 그걸 잡아낸다.(30쪽)

 

아참, 책으로 만들어진 품도 정말 좋았다.

배열, 편집, 책 표지, 책 속지 어느 하나 흠잡을게 없다.

곁에 두고 아무렇게나 아무데나 펼쳐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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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20-01-06 16:24   좋아요 1 | URL
평안하시지요?
그리 아니하실지라도...평안하시길요~
새해엔 복만 받으셔요~^^

sslmo 2020-01-06 16:56   좋아요 1 | URL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복은 지어야 받을 수 있다죠.
복을 지을 수 있는 여력이 있고, 그리하여 복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님도 무탈한 나날들 되시고,
재밌는 책들도 많이 읽으시실~^^

Nussbaum 2020-01-06 18:17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이렇게 어려운 발길 흔적 남겨주시니 너무 반갑고 인사 드리고 싶어지네요.

말씀하신 책은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

sslmo 2020-01-06 18:27   좋아요 0 | URL
Nussbaum 님,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읽기 전부터 님 생각이 자주 나는 독서였어요~^^
그리고 어떻게링크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브런치에 올리신 님의 글도 읽으며 완전 행복해했다지요.

책은...음악에 조회가 깊으신 님께라면 조금 가볍게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
글들과 어우러진 화학작용으로 인히여 님도 충분히 재밌게 읽으실 듯~^^

초딩 2020-01-06 18:21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새여~~~

sslmo 2020-01-06 18:27   좋아요 0 | URL
네, 초딩 님도요~^^

cyrus 2020-01-06 18:34   좋아요 2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님.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알라딘에 활동한 분들의 닉네임은 기억해요. 페이퍼를 자주 쓰는 오즈마 님이 계셨고, 신간 평가단 활동 하면서 만났던 분들의 닉네임도 기억하고요. 물론 세월이 지나면서 거의 잊은 분들이 더 많아요. ^^;;

sslmo 2020-01-10 14:15   좋아요 0 | URL
cyrus님도요~^^
전 예전에 열심히 활동하시던 분들은 좀 기억하는데,
요즘 분들은 잘 기억 못해요~--;

오즈마 님, 저도 기억나요, 글을 정말 잘 쓰셨었죠.
yamoo 님도 안부가 궁금하구요.

저도 올해는 님처럼 열심히 읽어봐야 할텐데...
변덕이 죽 끓듯 해서 가능하려는지, 원~(,.)
올해 제 목표는 평상심 유지예요~^^

서니데이 2020-01-06 20:44   좋아요 1 | URL
지난번에 이 책 출간되었을 때 드팀전님의 서재를 처음 갔던 것 같아요. 이벤트를 하신다고 하셔서요.
그 때 표지가 예쁘다고 생각했었어요. 내용은 잘 모르지만, 아마도 좋겠지요.
양철나무꾼님, 새해인사드립니다.
올해도 건강하고 좋은 일 가득한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slmo 2020-01-10 14:21   좋아요 1 | URL
드팀전 님이 이벤트도 하셨군요~^^
드팀전 님은 글도 훌륭하시지만, 음악적 조예도 깊으시죠.
장르를 넘나들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도 좋고요~^^

그나저나 잘 지내시나요?
저도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한동안 적조했던 사이,

알라딘 이곳의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뭐, 일개 알라디너가 대표 이사가 누가 되든지 간에,

내가 독서생활을 잘 할 수 있으면 그뿐이지 싶을 뿐이다.

대표 이사였던 조유식 님이야 차치하고라도,

현 대표이사이신 최유경 님도 창립멤버라니 알라딘의 행보가 그리 걱정되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고객센터를 맡고 계시던 표종한 팀장 님이 궁금할 뿐이다.

 

그간 많은 궂은 일을 마다 하지 않으시고,

앞장서셨는데 말이다.

 

이곳에 계시든.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도모하시더라도...

내내 건승하시고 꽃 길만 걸으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드팀전 님의 책을 비롯하여 몇 권 구입하러 들어왔다가,

옛 생각에 감회가 새로워 몇 자 적는다.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
 성수선 지음 / 오픈하우스 /

 2019년 12월

 

 

 

 

 음악, 좋아하세요?
 엄상준 지음 / 호밀밭 /

 2019년 12월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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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9-12-27 19:39   좋아요 1 | URL
세 권 모두 저도 반가운 책이네요.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sslmo 2020-01-06 16:22   좋아요 0 | URL
오늘이 소한이래요.
진눈깨비가 날리더니 날씨가 추워지네요.
님도 추운 겨울, 재미난 책들과 따뜻하게 보내시길~^^

겨울호랑이 2019-12-27 20:41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지난 한 해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sslmo 2020-01-06 16:26   좋아요 1 | URL
지난 해는 제가 적조해서 말이죠~--;
연의 어린이는 이제 초2겠네요.
연의 어린이랑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시는 겨울방학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지난 한해 감사했습니다,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hnine 2019-12-28 04:46   좋아요 1 | URL
저도 엊그제 책 주문하다가 알았어요. ˝어랏, 대표이사가 바뀌었네.˝
양철나무꾼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성수선님은 정말 제가 알라딘 시작할때부터 알라딘 대표적 블로거 중 한분이셨는데, 꾸준히 책을 내고 계시네요.
그리운 시절입니다.

sslmo 2020-01-06 16:35   좋아요 0 | URL
따뜻하다고 봐주셔서 다행이예요.
누군가는 넘치는 오지랖으로 느꼈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페이퍼를 고치기도 귀찮고 말이죠, ㅋ~.

성수선 님의 책은 언젠가 우연히 보게 됐는데,
감정을 흩뿌리지 않고 깔끔한게 좋았습니다.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겪되 그 감정에 침몰하거나 지배당하지 않는거.
그게 좋았습니다.

hnine님, 지난 한해 수선내지않고 살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새해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고 저도 그래서 그리운 것들을 맘껏 그리워하며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드팀전 2019-12-30 09:2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양철나무꾼님. 오랜만입니다. 2020년에는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많으시길 기원합니다. ㅎ

sslmo 2020-01-06 16: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가 문턱이 닳도록 님의 서재에 드나들긴 했지만,
왕래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지라,
오랜만이라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책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2020년 독서와 음악감상 생활이 순조로울 것 같습니다~^^
 
셰프의 빨간 노트 - 내 식탁 위의 소울풀 레시피
정동현 지음 / 엑스오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결혼 기념일이었다.

결혼기념일이 뭐 대단한건 아니어서 그냥 넘어가도 무방하지만,

아들이 있을땐 패밀리 레스토랑을 다녔던 터라,

추억이 돋는고로,(표현을 일부러 가볍게 해봤다, ㅋ~.)

패밀리 레스토랑은 가지 못하고,

그냥 이름 난 레스토랑에 다녀왔다.

주문을 하는데 고기의 굽기 정도를 묻지 않길래,

남편이 예약하면서 미리 주문을 넣어놨으려나 짐작을 했고,

그래도 낭패를 보면 안 되겠다 싶어 고기를 웰던으로 구워달라고 했다.

그런데 웬걸 이베리코 돼지고기여서 다 바싹 구워져 나온단다.

속으론 돼지고기를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먹을 필요가 있나 따위의 생각을 했지만,

겉으론 '정식은 분위기로 먹는 거지' 라고 하며 남편을 향하여 한껏 공치사를 해주었다.

 

결국 맛도 모르고 먹었고,

제일 맛났던 것은,

후식으로 나온 내가 이름을 아는 티라미슈 케잌 손가락 마디 만큼과

오후에 먹으면 밤잠을 이룰 수 없어 자제하는 아메리카노 한잔이었다.

 

그리고 정동현 님의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를 읽으며 기억해둔 '셰프의 빨간 노트'를 읽었다.

 

이 책엔 여러가지 요리들이 나오는데,

내가 이름을 아는 경우도 있었고,

처음 들어본 이름도 있었다.

이름을 들어봤더라도 나라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면 거의 다른 요리가 된다고 봐야한다.

 

여기서 스테이크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정동현 님의 꿀팁대로라면 난 촌놈 대접은 따논 당상이다.

물론 저 날은 돼지고기여서 덜 민망했지만,

아무리 고급 부위를 시켜도 난 피 보는 게 싫어 웰던으로 주문하는 부류이니까 말이다.

 

굽기 정도에 따라 이런 재밌는 표현이 나온다.

물론 온도계를 쓰면 정확하게 구울 수는 있겠지만 한 번에 스테잌크를 200장씩 구워내야 하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한가한 소리다.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보는 수밖에 없다. 지글거리는 고기를 맨손으로 계속 누르다 보면 손가락도 스테이크와 함께 익는 거 같다. 아기볼처럼 말랑말랑하면 레어, 발 뒤꿈치처럼 단단하면 웰던이다. 미디엄, 미디엄 레어는 그 사이 어디쯤이다. 그나마 얇은 고기면 그럴듯한 비유가 되겠지만 고기 두께가 5센티미터 넘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감과 경험으로 판단해야 한다.(73쪽)

암튼 웰던은 최소 20분은 걸리고, 주문이 밀리는 건 다 웰던 때문이고 하는 얘기가 계속 된다.

뭐, 하지만...

난 앞으로도 고기를 먹을 일이 있으면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를,

그것도 웰던으로 먹겠다.

발뒤꿈치처럼 단단하고 질긴 고기를 먹는 것이, 피를 보고 피 비린내를 맡는 것보다 내 정신 건강엔 나으니 말이다, ㅋ~.

 

글을 재밌게 잘 쓴다.

삼겹살 콩피를 처음 먹었을 때 느꼈던 환희와 충격은 아직도 강하게 내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그것은 전통과 열정과 집착이 만든 맛의 환희였다. 조리와 요리, 평범함과 비범함의 차이를 증명하는 작품이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이 나면 "셰프란 모름지기 말이야"하면서 친구들에게 삼겹살 콩피 만드는 과정과 맛에 대해 신나게 썰을 푼다. 그런데 눈치 없게 "우리도 한 번만 맛볼 수 없을까" 묻는 인간이 꼭 있다. 콩피를 만드는 그 지난한 과정을 듣고도 말이다. 그런 부탁을 하는 이가 남자면 나는 이렇게 응대한다.

"그냥 구워 먹어, 인마."(88쪽)

 

지난 번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인데 글을 잘 쓰는데,

계산에 의해 짜맞춘 것처럼 단정하다.

정동현 님과 개인적인 경험이 달라서 어떤 문장이 나올지까진 몰라도,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식으로 글을 끝맺게 될 지는 예측 가능하다.

지난 번 읽은 글이 나중에 쓰여진 것이고,

이번 글이 먼저 쓰여진 글인데,

이 글을 읽고나니,

글의 끝맺음을 예측하는 맛으로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남편이 내게 강추하는 메뉴 중 하나가 양고기이다.

난 어릴 적 경험에 없는 음식은 시도해 보지도 않는 경향이 있는데,

양고기가 그렇다.

먹어보지 않았으니 식감은 알 수 없고,

짙은 향 때문에 시도해 보지도 않았다.

이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오는 걸 알면 남편은 완전 좋아하겠다.

이런 양고기의 고품격도 모른 채 난 양고기는 아냐, 라며 손사래부터 치면 나만 손해다. 전통 있는 모든 음식에는 깊은 풍미와 미묘한 매력이 있다.(95쪽)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가 그의 책을 읽은 건 이런 따뜻한 문체 때문이다.

이런 따뜻함이 그가 의도한 것이라고 해도,

이런 미괄식 문장을 원했다고 해도,

내가 이 글에서 얻으려고 했던 게 따뜻한 온기라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내가 살던 마카롱 빛깔의 그 산동네는 이제 관광객이 북적이고 영화 로케이션 장소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화려한 색의 집에서 무채색의 인생을 살아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샤걸의 그림 속 파스텔 톤 색들이 아름다운 것도 그 뒤를 조용히 받치고 있는 침묵의 음영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행복해서 마카롱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 밝음이 필요하기에, 조그만 행복을 원하기에, 그 작은 것을 입 안에 넣는지도 모른다.(255쪽)

 

예전엔 쿨한 문장이 지적으로 보여 그런 글들에 열광했던 것도 같은데,

언제부턴가 적당한 온기를 지닌 따뜻한 문장이 좋아진다.

쿨한 문장은 나누다 보면 자칫 미지근해지기도 한다.

따뜻한 문장은 나눌수록 더 따뜻해진다.

 

'셰프의 빨간 노트', 이 책은 '내 식탁 위의 소울푸드 레시피'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서,

내 소울푸드는 뭘까 잠깐 생각해보았다.

어쭙잖게 한때는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을 소울푸드라고 했던 적도 있는데,

이젠 그 정도는 아니다.

예전처럼 먹는게 즐겁지 않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먹으면 힘이 나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음식이 있는 것도 안다.

언제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엔 나의 소울푸드를 한번 털어놔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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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2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2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12-02 17:35   좋아요 0 | URL
예, 한번 올려주세요. 양철나무꾼님의 소울푸드요.

sslmo 2019-12-05 12:52   좋아요 0 | URL
소울푸드는 추억인데,
추억 돋아서 아프다지만,
언젠가 가슴에 빨간 약 바른 듯 올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싶습니다.

전 언젠가 님 서재에서 보았던 대나무 찜기에 담겼던 만두였나, 송편이었나...가 떠오릅니다.
참 정갈했었는데...^^

수이 2019-12-02 18:3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소울푸드 궁금해요. 저도 귀 쫑긋.

sslmo 2019-12-05 12:54   좋아요 0 | URL
수연 님, 오래간만이예요.
어쩜 댓글도 이리 재치발랄하답니디까?^^
귀 쫑긋이라니.
이뻐요~^^

단발머리 2019-12-02 19:41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저도 양철나무꾼님 소울푸드 이야기 듣고 싶어요^^

sslmo 2019-12-05 12:56   좋아요 0 | URL
추억 속의 소울 푸드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간편 식품 위주인데,
이 참에 함 소울을 재정비 해보려구요.
소울도 예전 같지 않고,
식성도 바뀌어서요.
단발머리 님의 소울푸드 얘기도 궁금합니다~^^

북프리쿠키 2019-12-02 21:12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읽다보니 적당한 온기를 지닌 따뜻한 사람이 그립네요~

sslmo 2019-12-05 13:32   좋아요 1 | URL
갑자기 신영복 님의 글이 생각나요.
감옥살이 중 겨울엔 옆 사람의 온기가 고맙게 느껴지는데,
여름엔 옆사람의 체온이 증오로 다가온다고 했던가요?^^
그런 의미로 봤을때 여름보다 겨울이 나은건가요?
개인적으로 전 더위는 잘 안 타는데, 추위는 엄청 타거든요~^^

Nussbaum 2019-12-02 22:17   좋아요 0 | URL
오늘은 날이 꽤 차갑게 느껴졌는데 몸과 마음이 따뜻해졌다니 다행입니다.

sslmo 2019-12-05 13:34   좋아요 1 | URL
오늘도 좀 추운데, 낼부터 주말까진 더 춥대요.
내복도 챙겨입고 옷도 껴입고.
따뜻한 차 같은 것도 손에라도 쥐고 있어야 겠어요~^^

2019-12-20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7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30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6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