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검객무정검 세트 - 전5권
고룡 지음, 최재용 옮김, 전형준 감수 /
그린하우스 / 2019년 11월
어떡하지?
고룡의 친필낙관이 담긴 도자기 술잔이 탐난다, 쯤으로 구실을 만들어야겠다.
엄상준 님의 '음악, 좋아하세요?'에 이어 성수선 님의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를 읽으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영민의 논어 에서이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시작도 전이고,
그외 밀려 있는 책들이 좀 있는데,
고룡을 들여도 좋을지 망설이게 되지만,
그래도 내게 고룡이 누구인가?
후기를 보니 번역이 좀 아쉽다고 하는데,
내 추억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들이고 봐야겠다.
난 좀 고리타분할 뿐더러 루틴에 익숙한 사람이라서 계획대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데,
책에 관해서는 그게 안되니 어쩔 것인가 말이다~--;
요즘은 누가 앞서서,
월별 독서캘린더나 음악 일력, 음식 달력 같은걸 만들어줘서,
그대로 따라 읽고 들으며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전엔 결정 장애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것들 앞에서 망설이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뭐랄까, 그렇게 확실하게 호ㆍ불호를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달까,
정해진 것들보다 흘러가고 흘려보내는 것들에 마음을 쓰게 된다.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
성수선 지음 / 오픈하우스 /
2019년 12월
그런 의미에서,
성수선 님의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는 딱 기대했던 만큼의 책이었다.
앞으로 이 분의 책을 찾아 읽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건 성수선 님이 변하거나 그분의 책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내가 공평하게 나이 들어가는데서 벗어나,
어떤 일을 경험하면서 갑자기 늙고 나이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외롭거나 우울해서 힘들 때 우리는 '위로'를 찾아 헤맨다. 점쟁이라도 찾아가서 '앞으로 잘될 일만 남았어.' 같은 말을 듣고 싶어진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허약할 땐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처럼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하나 분명한 건, 우울할 때 먹는 음식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후회와 죄책감만 남을 뿐. 자꾸 싸구려 위로를 찾아 헤매지 말고, 감기처럼 우울한 감정도 지나가게 내버려둘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을 잘 보살피면서.(191쪽)
그녀를 보며 배웠다. 세상에는 산수로 계산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그리고 또 배웠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커다란 용기를 내서 방향을 전환하는 친구에게 필요한 건 어설픈 충고보다 지지와 응원이라는 것을. 지금 이 시간에도 행복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거나 새로운 요리를 구상하고 있을 물개 셰프에게 물개 박수를 보낸다.(263쪽)
엄한==>애먼(278쪽)
음악, 좋아하세요?
엄상준 지음 / 호밀밭 /
2019년 12월
반면 '음악, 좋아하세요'는 처음부터 쭈욱 읽었을때와는 달리,
아무렇게나 펼쳐서 읽는 지금 어떤 음악과 책을 연결시켜 냈는지 되살려보고 내 맘대로 묶고 엮어 보느라고 더 재밌다.
말로, 나윤선, 웅산을 한데 묶어 내놓는 것도 모고 뭉쿨하고 벅차올랐다.
난 나윤선은 너무 깍쟁이 같고, 웅산은 매듭이 없다고 해야 하나...너무 웅얼거리기만 하는 것 같아서 말로를 더 아낀다.
아래 문장을 읽으면서 한참을 꺼억거린건 안 비밀이다.
어린 시절에는 사람들이 다 알만한 성과를 거두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 나이가 되었다. 어떤 삶은 그냥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희망이고 성공이다. 봄 그늘 아래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어여쁜가.(103쪽)
월별 캘린더까진 힘들 것 같고,
오늘 나의 독서캘린더에 들인 책은 고룡 님의 세트 되시겠고,
음식은 돼지고기와 쇠고기 간것 반반씩에, 두부와 숙주나물, 당면 등을 넣고 버무린 만두소로 만두를 빚어 삶아 먹을 것이며,
음악은 Sy Smith이다.
개인적으로 크리스 보띠가 별로이긴 하지만,
그녀의 이 공연을 보고 있으면,
노래 뿐만 아니라, 몸짓이나 표정, 옷차림,
음을 자르고 늘이고 멈추고 나아가는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한곡의 노래가 탄생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