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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좋아하세요?
엄상준 지음 / 호밀밭 / 2019년 12월
평점 :
알라딘 서재엔 무릇 숨은 고수들이 계신다.
지금은 추억을 되새기는게 상처를 훑는게 돼서 이곳에 들어오는데 큰 결심이 필요하지만,
한때는 잠 못드는 밤이면 이곳을 종횡무진 다니며 즐겼었다.
아니 직장에서 무료한 낮에도 이리저리 마실을 다녔었다.
지금도 활동하시는 분들까지 언급하려면 차고 넘치니 차치하기로 하고,
유독 기억에 남는 분이 드팀전 님이시다.
그의 서재엔 읽을거리도 물론이거니와 들을 것도 풍성하였다.
드팀전 님은 내가 이곳에서 활동을 시작할 무렵엔 서재 활동을 접으셔서 왕래를 한 기억은 없지만,
글을 읽으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중엔,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중엔, 단연코 으뜸이었다.
내가 그의 서재를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린 이유는 소개하는 책들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음악과 연관된 주제나 책들을 잘버무려 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떤 주제나 이슈, 사회적 상황과 관련하여 흐름을 이끌어가는,
그가 주도하는 선한 영향력도 좋았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느낌일수 있는데,
'월간 오디오'나 '스테레오 뮤직' 같은걸 접한 세대라면 느낄 수 있는 일종의 동질감 같은 걸 느꼈던 것도 같다.
이곳에 등장하는 음반들은 거의 한번 이상은 들은 듯 낯설지가 않은데,
읽은 책들은 '말년의 양식', '허삼관매혈기','마르크스의 유령들' 정도인 것 같다.
추억을 되새기는게 상처를 훑는게 돼서 힘들지만,
그의 책을 반가워 하며 찾아읽는 것은 이런 황홀한 문장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느린 악장을 눈물 나는 슬픔이라고 말해버리고 나면 그 언어의 좁은 의미에 포획당하고 만다. 화창한 어느 봄날 마루에 앉아서 햇볕을 맞고 있을 때 드는 안락함 그리고 곧이어 마음 한구석에 드는 애잔함. 눈물은 고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묘한 감정이 모차르트 느린 악장이 가진 묘미이며 이 음반은 그걸 잡아낸다.(30쪽)
아참, 책으로 만들어진 품도 정말 좋았다.
배열, 편집, 책 표지, 책 속지 어느 하나 흠잡을게 없다.
곁에 두고 아무렇게나 아무데나 펼쳐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