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잘 먹는 것 - 삼시 세끼 속에 숨겨진 맛을 이야기하다
히라마츠 요코 지음, 이은정 옮김 / 글담출판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쓴 히라마츠 요코는 에에이스트이자 푸드 저널리스트이다.

도쿄여자대학교 졸업 후 아시아를 중심으로 일본 국내외의 요리와 식문화를 취재, 집필하고 있다. 그녀만의 건강한 식문화와 도시형 슬로 라이프를 글과 사진으로 독자들과 나누고 있다.

라고 책 날개에 적힌 것으로 미루어 일본 사람인걸 알 수 있다.

난 일본 책들에 대해 꽤 까칠하고 예민한 편인데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정서적으로 겉돌거나 일본 풍이어서 거슬린다 할만한 것은 없었다.

그녀가 내세우는 슬로 라이프 또한 수선 부리지 않는다.

한때 나도 미니멀 라이프나 슬로 라이프 따위를 꿈꿨었지만,

이제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는다.

삶은 어차피 많고 적게 따위의 소유의 문제는 아닐 뿐더러,

빠르고 천천히 따위의 속도의 문제는 더 더욱 아닐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난 후 내 삶의 목표는,

오늘 하루도 되는대로 살기이다.

 

되는대로 살기라고 하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되풀이 되는 삶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세상 어느 하나 어제와 같은 삶이란 없다.

"간장은 말이야, 아주 조금만. 향만 살짝 주는 거야."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게 아니다. 향을 더할 뿐이다. 그것이 맛을 내는 비결이다.(72쪽)

 

삶의 간난신고는 어쩔 수 없겠지만,

코끝에 느껴지는 향기나 바람의 세기나 방향 등을 살짝 바꾸는 정도 말이다.

어느 순간에 쉼표를 넣고 어느 순간에 악센트를 넣어야 하는지,

마침표는 하나의 동작을 마칠때 써야할지,

하나의 생각을 마칠때 써야할지, 처럼 미묘한 것들이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편하게 사용한다'와 '마구 사용한다'는 전혀 다르다. 소중한 것일수록 허세를 부리지 않고 사용하고 싶다. 좋아하니까 오래 사용하고 싶다. 그러나 마구 사용하면 그릇의 수명, 특히 옻칠의 수명이 줄어든다.(121쪽)

 

숙우를 이렇게 표현한 것도 좋았다.

흐르고 싶어한다. 그러니 밀어줘야 한다.

숙우(끓인 물을 옮겨 차를 우려내기에 적당한 온도를 식히는 식힘그릇:옮긴이)를 쥔다.

편평한 표면이 순식간에 흔들린다. 뒤쪽을 슥 올리면 앞쪽으로 쏠린다. 뒤가 앞을 미는 바람에 유속이 생겨 앞으로 앞으로 나가가려고 한다. 그 기세를 멈추지 않는다. 더 흘러가고 싶어 안달이다.(236쪽)

 

사람들은 곧잘 너무 단정한 삶이나 글을 만나면 숨막힌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살짝 비틀어 보면,

단정한 삶이란 비어있어 거스를 것이 없는 삶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텅빈 휑함은 아니고,

쾌적하고 아늑하다고 해야 할까.

이 분의 글이, 그리고 삶이 그래서 좋았다.

 

가만히 책을 읽노라면,

서술과 묘사가 억지스럽거나 과장되지 않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한구절씩 읊조리며 참선하듯 도 닦듯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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