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의 역습 - 무일푼 하류인생의 통쾌한 반란!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김경원 옮김, 최규석 삽화 / 이루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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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아침 하늘에 걸린 낮달을 보는 심정이었다고 해야 할까?

인터넷으로 망토를 검색하다가,이 책을 사면 망토를 공짜로 준다는 걸 알게 되어 구입했다.
근데 주문시 클릭을 잘못했는지,망토 대신 보온병이 배송되었다.
보온병도 나름 괜찮다.(공짜니까~)
나의 공짜 정신이 이 책의 취지와 뭐 그리 다르지 않다,라고 하려는데...뭔가 다른 것 같다.

최규석의 그림,내가 필력을 의심치않는 김경원('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의 저자)의 번역 되시겠다.
그런데,이 책의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여느 주간지나 일간지,또는 인터넷 부자되기 카페 이딴데서 볼 수 있는 류의 그런 내용이기 때문일까?
물론 마쓰모토 하지메의 취지야 훌륭하다.
하지만,이 책에 나온 '가난뱅이 생활기술'을 과연 써먹을 수 있을까?
혹시 모르겠다.
우리 아들이 좀 더 커서 우리나라 방방곡을 무전여행한다던가,
치기어린 나이가 되어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모를까?
나 정도의 아즘에겐 얼토당토 않은 그런 방법들이다.

나는 자급자족을 가장 저급한 문화행태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자기가 잠잘곳을 스스로 구하고,
자기가 입을 옷을 만들어 입거나 구해 입고,
뻥쳐서 비싼 음식을 얻어먹고,
이런 행태가 그리 좋아보이지만은 않는다.
꼬우면 배째의 심뽀는 더더욱이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거나 비싸도 어느 한쪽이 손해보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싸게 잘 샀다고 룰루랄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원가를 나누어서 부담해야 할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난 가격의 형성원리는 잘 모르지만,사회 시간에 그렇게 배웠던 것 같다.

우리가 노동운동과 다른 점은,어떻게 하면 돈을 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느냐를 고민하다는 거죠.다시말해 지금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어떻게 탈출하느냐 하는 이야기를 한다는 겁니다.노동운동은 현존하는 체제 안에서 임금노동으로 살아가는 것을 전제로 삼고 그속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대가를 받을까 궁리하잖아요.하지만 우리는 그런 건 웃기지도 않는 수작이니까 일체 아무 것도 안하겠다고 떠들어대죠."회사에서 일하지 않을거야.그냥 내멋대로 살아갈 거야."이렇게요.

이 책의 저자는 '과격하게'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근데 옮긴이만 하더라도 나와는 생각이 틀리다.
'솔직히 고백하건대,나는 애고 어른이고 까부는 것이 딱 질색이다.하지만 이 책을 통해 까부는 것도 하나의 절실한 표현이며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한국의 대학생들을 표현한다면,착하고 얌전하고 공부는 열심히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너드(nerd)'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대기업에 가고 싶어 하는 너드,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너드,그리고 아직 뭐가 되고 싶은 지 잘 모르는 너드 등 몇 종류의 전형적인 너드들이 있지만,어쨌든 그들 모두 정말 열심히 공부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애 집착한다.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어 보인다.남에게는 별 관심 없고 자기만 잘 하면 된다고 굳게 믿으려 하지만,사실 그런 믿음이 스스로도 잘 생기지 않는지 마음이 굉장히 허한,약간씩은 애정 결핍증이 있어 보이는 너드들.원래 너드들이 그렇다.

근데,책 뒤의 우석훈의 추천사는 꼭 내게 하는 말 같아서 찔린다.
너드-두뇌는 명석하나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을 지칭한단다.

암튼 G20관련 '마쓰모토 하지메'의 입국거부는 너무 유난스러운 것 같다.
단지 생각과 행동이 좀 독특한 사람 하나를,꼭 반체제인사 쯤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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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0-28 21:40   좋아요 0 | URL
왠일루 포토 리뷰를 다 했네?

그런데, 책보다 리뷰가 좋은... 이 딱 떠오르는 리뷰인걸요?
음,, 통쾌하지두 않나보네? 이런 혹독한 리뷰가 나온걸보니? ^^

양철나무꾼 2010-10-28 21:52   좋아요 0 | URL
흐,흐,흐...그동안 사람들이 포토 리뷰를 왜 쓰나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어요~
첫째는 별점을 안 매겨도 되더이다.
둘째는 책의 내용보다는 그림이나 번역이나 편집상태나...
책의 외형이 현저히 나을 때...

다른 때 '책보다 리뷰가 좋은'이라는 칭찬을 받으면,
겸손모드로,"뭘요~헤헤^^"이런 시츄에이션이었는데...
이 책은 최규석이랑 김경원 때문에 리뷰 썼어요~^^

세실 2010-10-29 00:01   좋아요 0 | URL
아침 하늘에 걸린 생뚱맞은 낮달이긴 하지만 사진은 예쁜걸요.
전 너드가 아니라서 다행이예요~~~~

양철나무꾼 2010-10-29 18: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낮달,생뚱맞지만 나름 운치있는 것도 같아요.

전 두뇌가 명석한지에 대해선 자신 없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건 맞아요~ㅠ.ㅠ

순오기 2010-10-29 00:07   좋아요 0 | URL
나는 이 책 사놓기만 하고 읽지도 않았어요.ㅜㅜ
최규석 그림은 습지 주인공들을 그대로 옮겨놔서 좀 그래요~

양철나무꾼 2010-10-29 18:58   좋아요 0 | URL
그쵸~
그나마 최규석 그림이어서 다행이예요.
그림책 보듯 보고,
옮긴이 후기랑,추천사랑 열쉬미 읽었다니까요~^^

반딧불이 2010-10-29 00:48   좋아요 0 | URL
저는 리뷰의 내용보다 댓글을 읽으면서 리뷰와 포토리뷰의 차이를 공부하고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0-10-29 18:59   좋아요 0 | URL
저도 서재생활 근 6개월만에 터득했어요.
리뷰와 포토리뷰의 차이,앞으로 글 쓰는 데 유용하겠죠?^^

2010-10-29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10-29 19:05   좋아요 0 | URL
저도 우석훈도 좋고,
88만원 세대도 좋았거든요~
그로 대표되는 유럽 유학파들도 다 좋아해요.

근데,이 사람의 방식은 맘에 안 들어요.
비싼 레스토랑에서 먹고 싶어 공짜 핸드폰을 놔두고 나온다던가,
냄새나는 고등어를 구워 영업을 방해한다던가,
선거때 시끄러운 것의 맞불 작전으로 의원출마해서 고성방가를 남발한다던가 하는 것들이요~

암튼,저는 님과의 견해 차보다는 님의 댓글이 마냥 반갑습니다~^^

글샘 2010-10-29 12:58   좋아요 0 | URL
음, 너드의 설명을 읽어보니, 딱 저군요. ^^

양철나무꾼 2010-10-29 19:07   좋아요 0 | URL
우석훈의 코멘트가요,아님 너드의 정의가요?

너드가 아니라고 해도,너드에서 완전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차좋아 2010-10-29 12:28   좋아요 0 | URL
세상물정에 너무 밝은 저는 너드는 아니군요. 두뇌도 명석하지 않고요 ㅎㅎ
그래서 이 책이 별로였나 봅니다.


양철나무꾼 2010-10-29 19:09   좋아요 0 | URL
님도 읽으셨군요.

세상물정 밝은 사람이 보기에는,이 책의 내용들이 너무 구태의연해서 시큰둥인가요~?

세상물정이 밝은 사람들이 보기에도...좀 따라하기 버거운 내용들 아닌가요?

차좋아 2010-10-30 21:33   좋아요 0 | URL
세상물정에 너무 밝은 이라고썼네요. ㅋㅋ 내가 왜 저렇게 썼지?ㅋㅋ
세상물정 모른다라고하기엔 좀 닳고 닳은 것 같아서 자조적인 의미로 강조한 거였는데 ㅎㅎ
무엇을 안다 모른다 스스로 말하는건 좀 웃기네요.훗.

예전에 떠들쳐 본 책이었어요. 자세히 읽지 않아 평가하기에는 좀 ㅎㅎ
하지만 좀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양철나무꾼님의 리뷰랑 좀 비슷한 느낌 아직 남아있구요 ^^

양철나무꾼 2010-10-31 10:06   좋아요 0 | URL
세상물정에 밝으셔도 좋고,아니어도 좋고...
제겐 그저 '차좋아'님이시랍니다.^^

단지,세상물정에 밝다셔서...
그렇담 비싼 레스토랑에서 먹고 싶어 공짜 핸드폰을 놔두고 나온다던가,
냄새나는 고등어를 구워 영업을 방해한다던가,
선거때 시끄러운 것의 맞불 작전으로 의원출마해서 고성방가를 남발한다던가 하는 것들이...따라하기 괜찮은가 여쭤보고 싶을 뿐이었는데...
것도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군요~^^

cyrus 2010-10-29 16:38   좋아요 0 | URL
너드라는 말에 공감이 가면서도 스스로 찔리네요(-_-)a
그리고 출판사의 광고와 저자의 입국 거부뿐만 아니라
원하는 상품 대신에 엉뚱한 상품이 발송되었으니 대략난감하셨겠네요.
나무꾼님이 좋아서 다행이지만요^^
역시 공짜는 좋은거 같습니다ㅎㅎ

양철나무꾼 2010-10-29 19:12   좋아요 0 | URL
대략난감할 일이 없었던게...
또 책을 구입할 것이고,또 사은품을 받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던 듯~^^

그쵸~
우리는 누구나 너드라는 말과 관련,조금씩은 자유롭지 못할 거예요~^^

꿈꾸는섬 2010-10-30 01:29   좋아요 0 | URL
어, 우리 아들 유치원 데려다 주다가 우리도 아침에 반달을 보았지요.^^ 나무꾼님도 보고계셨군요.ㅎㅎ

양철나무꾼 2010-10-31 10:07   좋아요 0 | URL
꿈섬님도 보고 계셨군요~^^
어쩐지 뭔가 누군가랑 통하는 느낌이더라니...ㅋ~.
 
심야식당 1~6 세트 (묶음)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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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모든 걸 품어 가질 수 있는 마스터의 사연과 추억의 음식이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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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10-26 10:04   좋아요 0 | URL
앗. 저도 그랬답니다. ㅎㅎ 마스터 완전 궁금해~

양철나무꾼 2010-10-26 10:19   좋아요 0 | URL
그쵸?
6권에서 마스터 얘기가 안 나오면,전 울어버릴지도 몰라요~^^

風流男兒 2010-10-26 12:35   좋아요 0 | URL
아, 6권. 저는 왜 5권이 끝이야, 라고 생각했을까요 ㅠㅠ ㅎㅎ

양철나무꾼 2010-10-26 22:51   좋아요 0 | URL
마스터의 사연이 넘 궁금해서...6권 꼭 나와줘야 해요~^^

라로 2010-10-27 10:54   좋아요 0 | URL
저도 마스터의 사연이 가장 궁금해요!!!!>.<

양철나무꾼 2010-10-27 17:16   좋아요 0 | URL
그쵸?
저 알라딘 서재 대문에서 nabbi라는 닉 클릭해 들어갔었어요.
아무래도 한동안 익숙했던 nabee로 인한 착시였던 듯~^^

2010-10-27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7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지의 기둥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5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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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지의 기둥2'의 리뷰는 40자평으로 퉁치려고 했었다.
지난 주,요번 주 흥청거리느라고 좀 바빴고,
읽은 책들의 리뷰에 연연하다보면 새로운 책을 읽어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를 대라면,대성당 하나 건축하는 걸 두고 지지고 볶고 하는 얘기고, 
그걸 되짚어 가다보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기도 했다.

좀 긴 장편소설은 주인공의 일대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대지의 기둥'이라는 제목 관련,
이 책의 주인공은 하늘의 뜻을 받드는 대수도원장 '필립'이 아니라,
땅 위에 성당을 짓는 '톰'이라고 생각을 했었던 터라,
'제.대.로' 감정이입하였던 석공 톰이 2권 마지막에서 죽자,좀 맥이 빠졌었다고 해두자. 

그런데,다시 생각을 해보니,수도원장 필립도,석공 톰도 아니고,
이 땅에서 그렇게 그렇게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책의 주인공인 것이다.
다시 말해,대지의 기둥이란 대지에 뻗어난 이 땅의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폭폭하고 지난한 삶 자체가 되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의 리뷰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은 건,그러니까...
이 책이 저 아래 그녀로 지칭되고 있는 앨리에너의 이야기 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그녀를 응원하고 그녀를 북돋워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백작의 딸 앨리에너가 윌리엄이란 남자와 결혼을 하지않겠다고 하면서 일이 틀어져,
석공 톰은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떠돌게 되고 앨리어너는 좀 지난한 삶을 살게 된다.
한순간 그 삶이 그녀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 아닌듯 느껴져 운명이라는 단어를 들먹이고 싶어지기도 하지만,그 삶을 바람을 온몸으로 맞듯 헤쳐나간다.
난 그녀와 같이 걷고 있고,
그래서 그녀보다 조금 앞서 걸어 그녀에게로 갈 바람을 약화시킬 순 없지만,
바람막이 자켓을 한벌 선물해 주고 싶어서다.

바보같은 생각이라고,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북적대는 방 안을 호기심으로 둘러보고 있는 거라고 그녀는 스스로를 타일렀다.어쨌든 방안에는 달리 볼거리가 없었다.그녀는 겉모습에서는 그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116족)

 

그러면서 수사형제들이 우연히 그녀를 보고 영혼을 더럽히지 않도록,그의 표현대로 하자면'외설스럽지'않게 씻으라고 주의를 주었다.수사들은 선한 일을 많이 하는 이들이었지만,그들의 태도에는 앨리에너도 화가 치밀었다.(119쪽)

그녀가 결혼을 거절했던 그 남자에게 무참히 짖밟히고 폭행을 당한다.
그리고는 그녀 자신이 만든 편견 속에 스스로를 가두기도 하지만,기꺼이 거기서 걸어나온다.

살면서 의기소침해지고 움추러 들때가 있다.
이때 중요한 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맞지만,
내 삶이 그들을 눈치보느라 그들에 의해서 휘둘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실은 다른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인생을 돌보느라고, 
타인의 인생에 그리 깊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타인의 인생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 속에 스스로를 가두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자신이지만,자신을 들볶는 것도 자신 뿐이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수수방관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었다.
......
성공 자체를 위해 성공을 바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운명에 손을 맡긴 것 같은 기분에 잠겨 있기 때문이리라.(230쪽)

난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게,
잘못을 했더라도 고해를 하고 참회를 하면 죄사함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 때문이기도 하다.
살면서 잘못을 하기도 하고,반성을 하기도 하고,그로인하여 같은 잘못을 또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하기도 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내 인생을 맹목적으로 그 분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또 하나 깨달은 건,
'자신이 대접받고 싶어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아주 오래된,자주 까먹는 진리이다.
직장생활에서,학교생활에서,가정에서...둘 이상만 모이면 우리는 서열을 나누려고 하니까 말이다.

중요한 건......그들을 하인처럼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지요.그들이 신성한 보상을 얻기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니 돈 때문에 일할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하지만 그들은 반드시 그런 태도를 취하지는 않습니다.오히려 자신들이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일해주기 때문에 우리에게 대단한 호의를 베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우리가 감사히 여기지 않는 것 같으면 늑장을 부리거나 실수를 저지를 겁니다.그들을 부드럽게 다루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235쪽)

 
하지만,이 책을 통한 가장 큰 깨달음은 자연의 섭리에 대해서이다.
자연의 섭리는 그리 복잡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세히 들여다 보기만 하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고,
우린 그걸 神이라고 부르지 않고 순리라고 부른다.

돌도 그 자체의 의지가 있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만들려 하면 저항했고,그런 까닭에 잭의 정은 미끄러지거나 너무 깊이 박혀 형체를 망가뜨리기 일쑤였다.그러나 일단 앞에 놓인 돌덩이를 파악하고 나면 그것을 변형시킬 수 있었다(389쪽)

 

규칙과 반복의 원칙이라는 개념이 공사과정을 단순화시키고 조화로운 건물을 낳는다.이것은 실로 매혹적인 착상이었다.그러나 그는 비례가 아름다움의 핵심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없었다.그는 높은 산이나 늙은 떡갈나무 혹은 앨리에너의 머리카락처럼 자연스럽게 뻗어나가는,규격화되지 않은 것들이 좋았다.(393쪽)

 

해가 갈수록 필립은 더욱더 톰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자신이 뜻하는 바를 말하고 자신이 말한 것을 행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법이다.(404쪽)

  

잭은 필립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그는 필립의 경건한 태도가 당황스럽고 그의 순진한 결백함을 싫어했으며,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모든 일을 하느님께서 돌봐주시리라는 그의 믿음을 신뢰하지 않았다.(487쪽)' 

쉬운 말들로 씌여진 쉬운 내용들이다.
때문에 이해가 쉽다. 
우리가 이 책을 웃으며 흥미롭게 읽지만,그냥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랑법/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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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4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5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5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0-10-24 16:24   좋아요 0 | URL
스토리 위주의 책을 읽으면 막상 리뷰 쓰기가 쉽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40자평으로 짤막하게 남기에는 찝찝하고요^^;;

양철나무꾼 2010-10-25 01:02   좋아요 0 | URL
어떤 종류의 책이 됐던 제 리뷰는 리뷰라고 보기는 힘들죠~
책의 줄거리는 인터넷에서 몇단계 검색을 거치는 수고만으로도 알 수 있는 거고,
전 책을 읽는 순간의 제 느낌을 붙잡아 놓고 싶어요~^^

감은빛 2010-10-25 13:54   좋아요 0 | URL
장편소설 안 읽은 지 꽤 오래된 것 같아요.
전 사실 소설을 제일 좋아하는데요.(것도 긴 장편소설 무지 좋아해요!)
한 몇년동안 일과 관련된 책들(사회과학, 자연과학, 인문학)만 신경쓰고 살았네요.
이 책 읽어보고 싶어졌어요.(과연 언제 읽을 수 있을까요? ^^)

양철나무꾼 2010-10-26 08:47   좋아요 0 | URL
이 책 페이지도 잘 넘어가고 재밌어요.
언제 주말에 맘 잡고 읽어보세요~^^

날이 갑자기 추워졌네요.
많이 춥지는 않아야 할텐데~~~ㅠ.ㅠ
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hnine 2010-10-28 22:38   좋아요 0 | URL
저 오늘 서울 가는 길에 서점 가서 이 책 들춰보고 허걱! 했습니다. 제목과 어울리게 두껍더군요. 그런데 그게 한권도 아니고 ㅠㅠ 대단하십니다.


양철나무꾼 2010-10-28 23:51   좋아요 0 | URL
두껍긴 하지만,쉽게 읽혀요.
제가 또 개연성만 갖추면 장편을 더 좋아하고 말이죠~^^

꿈꾸는섬 2010-10-30 01:32   좋아요 0 | URL
강은교 시인의 사랑법, 너무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0-10-31 10:12   좋아요 0 | URL
그쵸~
범접할 수 없어서 그렇지...^^
 
대지의 기둥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5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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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을 덮은 후 다시 읽고 싶었던 적은 몇번 없다,캔폴릿은 장인이다.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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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0-10-19 18:28   좋아요 0 | URL
판타지 맞죠? 저 이런 류안 좋아하는데 알라딘에서계속 떠도는거 보니까 궁금해지네요. 재밌나봐요. 음...

양철나무꾼 2010-10-19 18:35   좋아요 0 | URL
판타지라기 보다는 역사물로 봐야할 것 같아요.
(저도 상상력이 부족해서 환타지 물은 별로예요.'속닥')
중세 수도원 건축에 얽힌 얘기인데,
흥미로운 요소가 곳곳에 들어있는 걸로는 2류 장르소설 필이 살짝 풍기는데,
역사적 개연성을 갖는 장대한 스케일이나,인간 본성에 대한 묘사,다양한 삶의 군상 들...
아~~~~~좋아요,진짜 좋아요.

비로그인 2010-10-19 20:32   좋아요 0 | URL
3권 이제 반 넘게 읽었어요. 낼 부턴 무슨 재미로 살아야 할지.. 우리 어쩌면 좋아요, 양철나무꾼님?
전 장르소설 그리 좋아하진 않는데, 그리고 캔 폴릿의 글쓰기도 제취향은 아닙니다만 정말 말씀대로 대단해요. 페이지 터너를 넘어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는 수준이랄까요.

양철나무꾼 2010-10-21 08: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전 장르소설 엄청 좋아하지만,
캔 폴릿,제 취향도 아니거든요~

전 꼬리를 물어 '산티에고 가는길'시작하려구요.

2010-10-19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1 08: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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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기둥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5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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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난 필립수사가 아니라 석공 톰에게 몰입했었나 보다,아 어쩔 것인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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