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기둥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5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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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지의 기둥2'의 리뷰는 40자평으로 퉁치려고 했었다.
지난 주,요번 주 흥청거리느라고 좀 바빴고,
읽은 책들의 리뷰에 연연하다보면 새로운 책을 읽어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를 대라면,대성당 하나 건축하는 걸 두고 지지고 볶고 하는 얘기고, 
그걸 되짚어 가다보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기도 했다.

좀 긴 장편소설은 주인공의 일대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대지의 기둥'이라는 제목 관련,
이 책의 주인공은 하늘의 뜻을 받드는 대수도원장 '필립'이 아니라,
땅 위에 성당을 짓는 '톰'이라고 생각을 했었던 터라,
'제.대.로' 감정이입하였던 석공 톰이 2권 마지막에서 죽자,좀 맥이 빠졌었다고 해두자. 

그런데,다시 생각을 해보니,수도원장 필립도,석공 톰도 아니고,
이 땅에서 그렇게 그렇게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책의 주인공인 것이다.
다시 말해,대지의 기둥이란 대지에 뻗어난 이 땅의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폭폭하고 지난한 삶 자체가 되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의 리뷰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은 건,그러니까...
이 책이 저 아래 그녀로 지칭되고 있는 앨리에너의 이야기 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그녀를 응원하고 그녀를 북돋워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백작의 딸 앨리에너가 윌리엄이란 남자와 결혼을 하지않겠다고 하면서 일이 틀어져,
석공 톰은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떠돌게 되고 앨리어너는 좀 지난한 삶을 살게 된다.
한순간 그 삶이 그녀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 아닌듯 느껴져 운명이라는 단어를 들먹이고 싶어지기도 하지만,그 삶을 바람을 온몸으로 맞듯 헤쳐나간다.
난 그녀와 같이 걷고 있고,
그래서 그녀보다 조금 앞서 걸어 그녀에게로 갈 바람을 약화시킬 순 없지만,
바람막이 자켓을 한벌 선물해 주고 싶어서다.

바보같은 생각이라고,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북적대는 방 안을 호기심으로 둘러보고 있는 거라고 그녀는 스스로를 타일렀다.어쨌든 방안에는 달리 볼거리가 없었다.그녀는 겉모습에서는 그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116족)

 

그러면서 수사형제들이 우연히 그녀를 보고 영혼을 더럽히지 않도록,그의 표현대로 하자면'외설스럽지'않게 씻으라고 주의를 주었다.수사들은 선한 일을 많이 하는 이들이었지만,그들의 태도에는 앨리에너도 화가 치밀었다.(119쪽)

그녀가 결혼을 거절했던 그 남자에게 무참히 짖밟히고 폭행을 당한다.
그리고는 그녀 자신이 만든 편견 속에 스스로를 가두기도 하지만,기꺼이 거기서 걸어나온다.

살면서 의기소침해지고 움추러 들때가 있다.
이때 중요한 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맞지만,
내 삶이 그들을 눈치보느라 그들에 의해서 휘둘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실은 다른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인생을 돌보느라고, 
타인의 인생에 그리 깊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타인의 인생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 속에 스스로를 가두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자신이지만,자신을 들볶는 것도 자신 뿐이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수수방관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었다.
......
성공 자체를 위해 성공을 바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운명에 손을 맡긴 것 같은 기분에 잠겨 있기 때문이리라.(230쪽)

난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게,
잘못을 했더라도 고해를 하고 참회를 하면 죄사함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 때문이기도 하다.
살면서 잘못을 하기도 하고,반성을 하기도 하고,그로인하여 같은 잘못을 또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하기도 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내 인생을 맹목적으로 그 분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또 하나 깨달은 건,
'자신이 대접받고 싶어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아주 오래된,자주 까먹는 진리이다.
직장생활에서,학교생활에서,가정에서...둘 이상만 모이면 우리는 서열을 나누려고 하니까 말이다.

중요한 건......그들을 하인처럼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지요.그들이 신성한 보상을 얻기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니 돈 때문에 일할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하지만 그들은 반드시 그런 태도를 취하지는 않습니다.오히려 자신들이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일해주기 때문에 우리에게 대단한 호의를 베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우리가 감사히 여기지 않는 것 같으면 늑장을 부리거나 실수를 저지를 겁니다.그들을 부드럽게 다루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235쪽)

 
하지만,이 책을 통한 가장 큰 깨달음은 자연의 섭리에 대해서이다.
자연의 섭리는 그리 복잡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세히 들여다 보기만 하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고,
우린 그걸 神이라고 부르지 않고 순리라고 부른다.

돌도 그 자체의 의지가 있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만들려 하면 저항했고,그런 까닭에 잭의 정은 미끄러지거나 너무 깊이 박혀 형체를 망가뜨리기 일쑤였다.그러나 일단 앞에 놓인 돌덩이를 파악하고 나면 그것을 변형시킬 수 있었다(389쪽)

 

규칙과 반복의 원칙이라는 개념이 공사과정을 단순화시키고 조화로운 건물을 낳는다.이것은 실로 매혹적인 착상이었다.그러나 그는 비례가 아름다움의 핵심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없었다.그는 높은 산이나 늙은 떡갈나무 혹은 앨리에너의 머리카락처럼 자연스럽게 뻗어나가는,규격화되지 않은 것들이 좋았다.(393쪽)

 

해가 갈수록 필립은 더욱더 톰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자신이 뜻하는 바를 말하고 자신이 말한 것을 행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법이다.(404쪽)

  

잭은 필립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그는 필립의 경건한 태도가 당황스럽고 그의 순진한 결백함을 싫어했으며,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모든 일을 하느님께서 돌봐주시리라는 그의 믿음을 신뢰하지 않았다.(487쪽)' 

쉬운 말들로 씌여진 쉬운 내용들이다.
때문에 이해가 쉽다. 
우리가 이 책을 웃으며 흥미롭게 읽지만,그냥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랑법/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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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4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5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5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0-10-24 16:24   좋아요 0 | URL
스토리 위주의 책을 읽으면 막상 리뷰 쓰기가 쉽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40자평으로 짤막하게 남기에는 찝찝하고요^^;;

sslmo 2010-10-25 01:02   좋아요 0 | URL
어떤 종류의 책이 됐던 제 리뷰는 리뷰라고 보기는 힘들죠~
책의 줄거리는 인터넷에서 몇단계 검색을 거치는 수고만으로도 알 수 있는 거고,
전 책을 읽는 순간의 제 느낌을 붙잡아 놓고 싶어요~^^

감은빛 2010-10-25 13:54   좋아요 0 | URL
장편소설 안 읽은 지 꽤 오래된 것 같아요.
전 사실 소설을 제일 좋아하는데요.(것도 긴 장편소설 무지 좋아해요!)
한 몇년동안 일과 관련된 책들(사회과학, 자연과학, 인문학)만 신경쓰고 살았네요.
이 책 읽어보고 싶어졌어요.(과연 언제 읽을 수 있을까요? ^^)

sslmo 2010-10-26 08:47   좋아요 0 | URL
이 책 페이지도 잘 넘어가고 재밌어요.
언제 주말에 맘 잡고 읽어보세요~^^

날이 갑자기 추워졌네요.
많이 춥지는 않아야 할텐데~~~ㅠ.ㅠ
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hnine 2010-10-28 22:38   좋아요 0 | URL
저 오늘 서울 가는 길에 서점 가서 이 책 들춰보고 허걱! 했습니다. 제목과 어울리게 두껍더군요. 그런데 그게 한권도 아니고 ㅠㅠ 대단하십니다.


sslmo 2010-10-28 23:51   좋아요 0 | URL
두껍긴 하지만,쉽게 읽혀요.
제가 또 개연성만 갖추면 장편을 더 좋아하고 말이죠~^^

꿈꾸는섬 2010-10-30 01:32   좋아요 0 | URL
강은교 시인의 사랑법, 너무 좋아요.^^

sslmo 2010-10-31 10:12   좋아요 0 | URL
그쵸~
범접할 수 없어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