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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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니를 뽑기 위해서 치과 수술대에 누웠다. 전기톱 소리가 나의 귓가에서 울렸다. '내가 재채기를 하면 저 전기톱이 나의 입을 헤집어 놓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나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왼쪽 윗니와 아랫니를 빼고, 의사가 물었다. "나머지 두개도 하실거에요?" 내가 너무 떨었나보다. 그런데, 나는 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일 후, 두려워하는 몸을 봐주지 않고, 나의 이성은 냉정하게 나머지 두개의 사랑니를 빼버렸다. 사랑니를 뽑는 경험은 무척이나 괴로웠다. 그때, 나의 머릿속에 한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지금도 사랑니를 뽑는 것이 이렇게 힘든데, 첨단 의료기기가 없었던 옛날 조상들은 어떻게 질병에 대처했을까?"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동내 축제에서 도서교환전에 나갔다가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에 이전에 내가 품었던 의문에 대한 해답이 있을 것 같았다.

 

1. 까마득히 먼 옛날! 의료술의 민낯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선사시대 사람들이 현대인들보다 한가로운 삶을 살았다고 적혀있다. 문명의 발전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더욱 혹사시키고 있다는 유발 하라리의 주장을 읽으며, 스스로의 몸을 쇠사슬로 묶어버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문명의 발전이 인간을 불행하게하는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학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는 선사시대 인간의 평균나이는 15살 정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죽음을 옆에 두고 살았다. 몇백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류의 평균나이는 40세였다. 여성의 평균 연령은 남자보다 더 낮았다. 출산을 하면서 많은 여성이 죽어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더러운 물질을 약으로 사용했다. 악마를 쫒아내기 위해서는 더러운 물질들이 특효약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이러한 비극적인 모습은 잉카유적에서도 발견된다. 두개골에 구명이 뚫려있으며, 일부의 두개골은 뚫린 구멍이 아물기도 했다. 지금은 종영된 '호김심 천국'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는 뇌수술을 했다며, 잉카의 의료기술에 감탄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것은 뇌수술을 했다기 보다는 '악마를 몰아내기 위한 외과 수술'로 보아야한다고 사토 겐타로는 주장한다. 같은 사실을 의학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보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서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인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 어디엔가 존재한다고, 존재했었다고 믿길 원한다. 우리 현실을 비판하면서 북유럽을 이상향으로 말하기도하며, 미국을 이상향으로 말하기도한다. 그러나 북유럽과 미국도, 심지어는 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많은 내부의 모순이 잠재하고 있다. 완벽한 이상향은 우리의 머릿속에만 존재한다. 그런데, 유발 하라리는 우리 머릿속의 이상향을 되돌아갈 수 없는 선사시대로 설정했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을 비판했다. 우리의 삶은 모순들로 둘러싸여있다. 천국은 어디에도 없다. 있다면, 우리의 관념속에 존재한다. 현실의 고통을 잊고, 희망을 찾아 내달리기 위해서 우리는 어디엔가 이상향이 존재한다고, 존재했었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이상향을 설정하는 행동이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동력일 때는 존재가치가 있다. 그러나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피난처라면, 차라리 그러한 이상향은 부셔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2. 말라리아에 얽힌 아픈 추억

  '말라리아'라는 병명을 들었을 때, 열대지방에만 존재하는 병이기에 내가 걸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군대 복무중에 갑자기 오한과 발열이 났다. 체온이 40도가 넘어갔다. 잠시 발작을 하더니, 이내 괜찬아졌다. 아픈 이유를 돌팔이 의사들은 알지 못했다. 결국 잦은 오한과 발열이 의심스러워서 정밀 검사를 받았고, 결국 말라리아 판정을 받았다. 군대생활을 병원에서 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병실에 갖혀 살면서 병원의 잔디밭을 내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번했다. 몇평안되는 병실이 엄청난 감옥으로 다가왔다.

  '3장 인류 절반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 말리리아 특효약, 퀴닌'을 읽으며, 말라리아의 위험성을 새롭게 알았다. 열대지방에서만 발생하는 질병으로, 약만 먹으면 쉽게 났는 병으로 알았던 내가 한심스러웠다. 말라리아는 일찍이 소현세자를 죽이기도 했으며, 알렉산더 대왕도 말라리아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말라리아는 열대지방에서만 발병하지 않는다. 캐나다나 핀란드 처럼 추운 지역에서도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더욱이 키넨 구조를 참고로 합성한 약물은 쉽게 내성이 생기는 무서운 병이다. 세계 3대 질병 중에 하나이기도하며, 아직은 인류가 쉽게 정복할 수 없다. 질병앞에 자만하지 말자! 말라리아의 고통을 몸소 경험했던 나에게는 외쳐본다.

 

3. 생명이 먼저인가? 돈이 먼저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자본(돈)'이다. 돈을 위해서 사기를 치고, 각종 범죄까지 서슴치 않는 세상이다. 돈에 속고 돈에 우는 세상이다. 이러한 잔혹한 이야기가 생명을 다루는 의학분야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스러운 모습은 의학분야에서도 에외가 아니었다.

  19세기 이전까지만해도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살지 못한 이유를 아는가? 이유는 '산욕열' 때문이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이것이 위생 상태가 나빳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멜바이스가 주장했고, 실증적으로 이를 입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의사들은 산모의 죽음이 위생상태가 나빴기 때문이라는 제멜바이스의 연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사 자신의 부주의로 산모를 죽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제멜바이스의 상사였던 클라인교수는 제멜바이스를 빈대학 종합병원에서 내쫓는다. 결국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제멜바이스는 정신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다. 산욕열을 예방하고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근대적인 위생환경을 보급할 기회를 야만적인 의사들이 거부해버렸다. 한 위대한 의사는 정신병에 걸려 쓸쓸히 죽어가야했다. 생명보다. 정의보다. 자신의 밥그릇을 위대하게 생각하는 그들에 의해서 제멜바이스는 죽어갔다. 그런데, 한국에는 제2의 제멜바이스가 없을까? 용기있는 내부 고발가 탄압받는 현실을 보면서, 한국의 제멜바이스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약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만들까?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들까? 아마도 둘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최대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옳은 일인가? 최대한 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 옳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생명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돈을 포기하고 생명을 살릴 것을 요구한다면 제약회사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제약회사 자체가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돈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사상 최초 에이즈 치료제 개발자는 미쓰야 박사이다. 그런데 버로스 웰컴사는 미쓰야 박사의 특허권을 낚아채 가버렸으며, 신약 값을 1년에 1만 달러로 책정했다. 가난한 사람은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수많은 사람들이 치료약은 있으나 치료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비도덕적인 일도 불사하며, 터무니 없는 약값을 책정하여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제약회사의 모습을 보면서 환멸을 느낀다. 그러나, 그래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미쓰야 박사는 더 나은 신약을 개발하여 적절한 가격에 세상에 내놓았다. 미쓰야 박사는 에이즈에 걸리까봐 에이즈 치료제 개발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인류를 위해서 치료제 개발에 자신의 열정을 바쳤다. 그리고 혼자서 세가지나되는 에이즈 치료제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기도 했다. "에이즈 치료제 개발은 제약 기업에 주어진 사회적 책무로, 돈벌이를 생각하지 않고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라고 발하는 연구자들이 있기에 우리 삶은 살만하지 않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는 살아갈 수 없지만, 돈만으로는 살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4. 위험한 약품, 마취제

  뉴스에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고 저 세상으로 가버린 의료사고가 종종 보도된다. 마취제는 안전할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은 환상이었다. 마취제를 만들기 위해서 일본의 하나오카 세슈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를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기도 했다. 쓰센산에 중독되어 어머니는 죽었으며, 아내는 실명했다. 그정도로 위험한 약제였다. 한편으로는 어머니와 아내를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할 정도로 일본 여성의 지위는 낮았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는 이유는 일본 여성의 지위가 한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부인이 남편을 "주인님(ご主人)"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문화이기에 자신의 부인을 생체실험의 도구로 삼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마취제는 지금도 위험한 약품으로 전문의가 다뤄야한다. 아직도 마취의 원리를 풀어내지 못했다고 하니, 마취제를 쉽게 생각했던 나의 오만이 한심하기가지했다. 수만건의 마취가 행해지지만 마취의 원리조차도 모른고 있다. 마취제를 가볍게 생각하는 순간, 의료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5. 준비된 자에게만 행운의 여신은 미소짓는다.

  페니실린이라는 약을 어디에서 추출한 것인지 안는가? 맞다. 푸른 곰팡이이다. 그런데, 플레밍이 연구소의 동료에게 푸른곰팡이가든 샬레를 보여주었으나 관심을 갖는 연구자가 없었다고 한다. 그들은 푸른곰팡이의 가치를 알아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푸른곰팡이의 항균성과 그 값어치를 알아볼 수 있었던 플레밍이기에 그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어쩌면 플레밍 이전에 수많은 연구자가 푸른곰팡이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 푸른 곰팡이의 가치를 알아 본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준비가 안되었기에 그 가치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플레밍이 푸른곰팡이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리조팀발견이라는 디딤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물속의 살균효과를 알게된 플레밍은 이를 학회에 발표하지만, 특별한 해가 없는 몇몇 세균만 죽이는 리조팀은 약품으로 쓸모가 없었다. 그러나, 약품으로 상용화 가치가 없는 리조팀 발견은 푸른곰팡이를 알아볼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 쓸모없어 보이는 발견이 커다란 발견의 디딤돌이 된 것이다. 리조팀은 큰 발견을 하기 위한 예행연습이었다. 준비하며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키우지 않는다면, 행운의 여신을 알아 볼수 없다. 그래, 실력을 키우며 준비하자. 그럴때만이 행운의 여신을 알아볼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약들을 먹고 산다. 감기약부터 진통제, 각종 영양제를 먹으며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 우리가 먹는 일상의 약들을 개발하기 위해서 수 많은 과학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도전을 했다. 그러한 도전은 헛되지 않고 혁명적 변화를 만들었다. 선사시대 평균연령이 15살에 불과했던 인류는 이제 평균연령이 70세를 훌쩍 넘어가고 있다. 해서는 안되는 연구를 해서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과학자들이 영화속에서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속의 과학자들은 피나는 연구를 통해서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다.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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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H. 탈러 &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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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운전을 하다가 길을 잘못들어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요즘 고속도로에는 분홍색 페이트로 화살표를 그려 놓아, 잘못된 곳으로 핸들을 돌리는 일을 막아주고 있다. 이것이 넛지(Nudge)이다. '넛지(Nudge)'라는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었다. 행동을 변화시키는 강압적이지 않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넛지'들이 나의 눈에 엿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읽어 볼 것을 결심했던 나는, 나 자신이 변화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넛지(Nudge)'라는 책이 어떠한 책이길래, 나를 변화시켰을까?

 

1.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인간들의 모습

  서양의 근대는 인간을 '이성적'인 인간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인간이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은 이성적이지 않다.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다. 경제학에도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로 바라보지 않고, 감정을 비롯한 수많은 주변 요소에 의해서 행동이 결정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보통의 인간은 자신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그린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현실적 낙관주의'에 빠져있다. 너무나 낙관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저자가 지적한 것 처럼, '해악에 대한 면역성을 과대평가하다보면 분별 있는 예방조치를 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는 우려도 가능하다. 물론, 저자의 지적처럼 지나친 낙관적인 태도는 '분별력 있는 예방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낙관적인 모습은 수많은 고통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세계를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가장 나중에 나온 것이 '희망'이라하지 않던가! 인간을 괴롭히는 수많은 고통들 속에서도 '희망'이 있기에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 '희망'이라는 것이 어둠속에서 빛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던가! 지나친 낙관과 희망이 현실에 대처를 못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게도 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긍정과 부정 사이, 비관과 낙관 사이의 적절한 줄타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인간은 무질서한 세계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려한다. '대표성' 혹은 '유사성' 발견법은 무작위에 대한 잘못된 인지를 뜻한다. 이 책에는 인구가 3억 명에 달하는 나라에서는 특정 연도에 특정 지역에서 암 발병률이 이례적으로 높은 일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불규칙적인 요동의 산물'인 암 다발 현상을 인간은 모종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며 호들갑을 떤다고 지적한다. 무작위하게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법칙이나 일관성을 발견하고자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무의식적 경향성이다. 이러한 인간의 무의식적 경향성이 인간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정연도에 특정 지역에 암 발병률이 이례적으로 높다면 당연히 이에 대한 조사를 해야한다. 비록, 아무런 특이점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할지라도,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유병원인을 찾는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은가? 혼돈의 세계에서 법칙과 일관성을 발견하려는 인간의 무의식적 경향성은 종교와 신념, 사회적 이론들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했다. 자연의 변화에 무력했던 인간들이 '이것이 신의 뜻'이라는 해석을 하면서 종교가 생겨났고, 도시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법칙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사회이론'을 만들어 냈다. 인간이기에, 인간이 겪는 이러한 불완전한 모습들이, 오늘의 인류 문명을 만들지 않았을까?

 

2. 현실을 이해하고, 변화의 방법을 모색하다.

  논쟁은 상대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특히 정치와 종교와 관련된 논쟁일 수록, 절대 상대방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강경하게 자신의 주장을 할 수록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이러할 때 필요한 것이 넛지이다. 부르럽고 강압적이지 안은 개입을 통해서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불필요한 전화가 종종 나의 시간을 빼앗아 간다. 그중에 카드 혜택을 준다는 말로 유혹하는 신용카드 안내원의 전화가 가장 많이 걸려온다. 신용카드 안내원이 소개한 '최소 결제 금액' 제도에 대한 안내를 받았을때, 이것이 카드사의 '넛지'라는 생각은 전혀하지 못했다. 단지, 급증하고 있는 카드 연채율을 낮추기 위한 카드사의 '선의'로만 받아들였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공짜는 없었다. 특히,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들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최소 결재를 한다면, 그로인해서 결재하지 못한 돈들에 대해서는 이자 수수료를 내야한다. 카드사는 더 많은 이자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만든 것이다. 절대, 강압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서, 고객을 배려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카드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렇다. 절대 금융회사를 믿지 말자! 한번 더 의심해보자!

  선거라는 좋은 제도가 최악의 일꾼들을 최고의 지도자로 뽑는 일들을 경험하면서, 나의 삶도 변화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 주변 사람들에게 투표해야한다고 외친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최소한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겉으로는 동의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투표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투표를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나하나 투표한다고, 투표하지 않는다고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에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넛지'가 있었다. 선거일 전날에 투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을 경우, 투표율이 무려 25%나 상승한다고 한다. 단순한 질문 하나가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있다. 주위의 사람들에가 투표를 가용하기 보다는 그들에게 투표할 것인가를 물어보자. 강압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켜 보자.

  북극의 빙하가 녹고,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지구온난화를 막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넛지는 없을까? 이 책에는 우리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간단한 '넛지'가 소개되어 있다. 유해 화학물질 배출량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유해물질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정보를 공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넛지'는 너무도 매력적이다.  정보를 공개하여 투명성을 높이는 것 자체가 기업을 비롯해서, 정부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정보 공개' 넛지를 반대로 생각해 보았다. 정부나 기업이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자신의 부정한 일들을 계속하겠다는 '의지' 혹은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을까? 많은 환경단체들이 정부에 정보 공개를 요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때,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을 정부가 공개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시민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조심을 해야했던 일을 떠올린다면, '병원의 이익'을 위해서 '시민의 안전'을 무시했던 과거 정권에 몸서리가 쳐진다. 이러한 정보 미공개는 앞으로도 '무능한 행정'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으며, 메르스 사태로 인해서 무능한 정권의 민낯을 보아야했다.

  '정보 공개' 넛지를 나의 삶에 적용해보자. 한달의 수입과 지출을 가족 구성원과 공유하는 것 만으로도 가정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학급을 운영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 학급활동을 비롯해서, 교과활동을 안내하고, 이러한 활동을 열심히 한다면, 생활 기록부에 적어줄 것을 안내한다. 그리고 해당 활동을 하고 이를 생활 기록부에 적어 바로 공개한다면,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학급활동과 수업활동에 참여할 것이다. 정보를 공개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결정을 해야할 때 반드시 유리할까? 정보가 많을 수록 우리는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적 인간이 아니라, 보통 인간이다.

 

  "대개는 사람들에게 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좋지만, 문제가 복잡할 경우, 현명한 선택 설계자는 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의도한다."

 

  너무나 방대한 선택권을 전문적 지식이 없는 자에게 제공한다면, 보통 사람들은 선택을 포기하거나,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한다.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되었을 때, 너무나도 많은 전형으로 인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은 일이 있다.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권은 '독'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자녀를 양육하거나, 학생을 지도할 때도 너무도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엄선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리고 정보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곁들여야 올바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넛지'를 당하고 있으며, '넛지'를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나쁜 의도가 있는 '넛지'에 속지 않기 위해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넛지'를 알아야한다. '넛지'의 노예가 되기 보다는 '넛지'에 올라탄 기수가 되자!

 

3. 과연 그럴까요?

  이 책에는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정보가 담겨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동의하지는 않는다. 저자 리처드 탈러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는 몇가지를 살펴보자.

  리처드 탈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은 많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년에 걸친 주식 및 채권의 리스크를 기록한 증거를 보여주면 거의 모두가 주식투자를 택할 것"

 

  리처드 탈러의 주장은 과거에 이러했으니, 앞으로도 이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식과 채권이 20년 동안 올랐으니,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주장을 읽으며, 이 책을 저술한 리처드 탈러의 글인지 의심했다. 분명, 저자는 과거에 이러했으니, 앞으로도 이러할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합리적인 생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과거 고수익을 얻은 00 주식이 앞으로도 고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은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던 저자이다. 그렇데, '주식과 채권'은 예외일 수 있을까? 더욱이 과거 인구가 증가하고 세계 경제가 성장기였던 시절에는 주식과 채권이 안정적 수익 창출을 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되어가고 있고, 인구가 고령화와 감소의 위기를 겪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와 같은 성공이 계속될 수 있을까?

  인간은 변화를 싫어한다. 이를 이 책에서는 '현상 유지편향'이라 소개한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서도 이를 수정하기 보다는 '귀차니즘' 때문에 그 선택을 유지하는 인간의 모습을 꼬집은 표현이다. 그런데, '현상 유지편향'이 변화하고 있다. 저자는 특정채널을 돌리지 않고 계속보는 행위를 '현상 유지 편향'의 예로 설명하고 있으나, 요즘의 젊은이들은 쉬지 않고 채널을 돌리고 있다. 그분인가? 스마트폰으로 쉴세 없이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고 있다. TV와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다양한 영상정보를 얻는 그들은 쉴새없이 새로운 자극을 원하고 있다. 첨단의 기기들이 인간의 뇌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팝콘 브레인'이 되어가고 있다. 인간의 뇌가 '팝콘 브레인'으로 변화한다면, 이 책에 소개된 넛지의 방법도 변화해야하지 않을까?

 

  학문이 융합되고 있다. 정재승 교수의 '열두 발자국'을 통해서 심리학과 뇌과학의 융합 가능성을 보았다면, '넛지'를 통해서 경제학과 심리학의 통합 가능성을 보았다. 이 책에 소개된 넛지의 사례들은 심리학 서적에서 보았던 사례들이 많았다. 특히 디폴트 값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은 '꾀짜 심리학'에서 이미 읽었던 내용이다. 심리학과 경제학의 융합은 심리학과 경제학의 융합뿐만 아니라, 뇌과학과의 융합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정학문이 홀로 설 수 있는 시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학문들이 서로 융합하면서 인간을 새롭게 이해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역사학에도 이러한 변화가 불어닥치지 않을까? 나의 호기심은 계속 확장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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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득공 지음, 김종복 옮김 / 책과함께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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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해는 우리의 역사이다. 그러나, 우리는 발해의 역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도 없다. 발해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설명하고 싶은데, 읽고 참고할 수 있는 변변한 참고서적이 없다. 발해의 역사를 알고 싶은 열망에 유득공의 '발해고'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조선후기를 살았던 그도 발해의 역사를 알고 싶었으리라. 그는 우리보다도 발해의 역사를 더 알고 싶었으나, 변변한 역사서를 구할 수 없었기에 여러 역사의 파편들을 모아서 '발해고'를 편찬했다. 유득공의 핏땀이 아로 새겨져 있는 발해고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발해고'는 3차에 걸쳐 수정되었다.

  한국사 시간에 '유득고 '발해고''를 외우도록한다. 발해사와 조선 후기 실학에 관한 문제가 출제될때, 유득공의 '발해고' 서문은 자주 출제되어왔다. 전문용어로 '일타쌍피'라 한다. 발해사와 조선 후기 실학이라는 두개의 주제에 겹치는 부분은 시험에 자주 출제된다. 이렇게 중요한 유득공의 '발해고'가 3차에 걸쳐 수정되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왜? '정본'이라는 수식어를 김종복 교수가 붙였는지 납득된다. 워낙 사료가 부족하다보니, 역사의 파편들을 모아 초고를 작성했으나, 여러 서적을 틈틈히 살펴보면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발해사의 파편들을 발견한 유득공은 '발해고'를 수정한다. 발해의 역사를 우리 역사로 인식하고, 발해의 역사서를 저술하려 했으나, 워낙 자료가 부족하여 '발해사'라 이름 붙이지 못하고, '발해고'라 이름붙였다. 3차에 걸치 수정은 유득공이 얼마나 발해의 역사를 제대로 복원하고 싶었는지를 알려주는 단서이다.

 

2. 오류가 많은 '발해고'

  실학자! 조선후기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서 다양한 개혁안을 내놓고, 국어와 국사, 우리 지리에 관한 주체적 인식을 통해서 수 많은 저술을 남겼다고 우린 배웠다. 철저히 우리역사를 탐구해서 놀라운 학문적 성과를 얻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발해고'에는 오류가 있었다. 특히 발해의 지리를 고찰한 '지리고'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유득공이 참조했던 '요사' 지리지는 급하게 저술되는 바람에 오류가 많다. 이러한 사료의 오류뿐만 아니라, '동국여지승람'에 고구려 수도인 국내성의 위치를 평안도 성천으로 보았는데, 서경 압록부 소속의 신주, 환주, 풍주, 정주 등을 압록강 이남 지역에 비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하늘 아래 어찌 완벽한 것이 있으랴! 유득공에게 완벽한 발해사를 요구했다면, 그것이 너무도 가혹한 요구였으리라. 사료의 한계 시대적 한계가 뒤엉켜 크고 작은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유득공이 '발해고'를 저술하였기에 그나마 발해 역사가 우리 역사라고 주장하는 근거하나가 더 추가 될 수 있었지 않았을까?

 

3. 조선 후기 지명에 대한 단상

  '발해고'를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64~65쪽의 '오경도'이다. 사서에 자주 나왔던 '살수'와 '패수'의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었으며, '태백산'과 '토문강'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삼국유사의 '태백산 신단수'가 명확히 백두산으로 서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이를 '장백산'이라 부른다는 기록까지 있었다. '장백산'과 '백두산'은 다른 살이라는 일부의 주장이 설득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토문강'이 '두만강'이라 표시되어 있다. '토문강'은 어떠한 강인가? 백두산 정계비에 '서위압록 동위토문'이라는 글귀로 유명해지지 않았던가! 백두사 정계비의 '토문강'을 중국은 '두만강'으로 비정하고, 우리는 '송화강의 지류'로 비정한다. 따라서 간도는 우리의 땅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발해고'에는 '토문강'을 '두만강'에 비정하고 있다. 나의 머리가 멍해졌다. 혼란스러웠다. 최소한 조선후기 실학자 유득공은 '토문강'을 '두만강'이라 보았다. 물론, 더 많은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결론을 내려야한다. 그러나, 나의 머릿속에 불어닥친 혼란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발해고'는 너무도 얇은 책이다. 2~3일 만에 다 읽을 정도로 책의 분량은 적었다. 더 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주었다. 그리고 백두산 정계비를 비롯한 '간도'문제에 대해서 더 많은 탐구를 해야겠다는 과제도 안겨주었다. 고려와 조선에서 돌보지 않았던 '발해'의 역사를 조선후기 실학자 유득공은 자신의 열정으로 되살리려했다. '발해'를 사랑한 그의 열정의 일부남아 우리가 우리 역사에 갖는다면, 동북공정의 위기 속에서 '발해사'를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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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화폐전쟁 1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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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간의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울어져가는 미국은 마지막 발악을 하며, 힘겨운 몸뚱이를 움직여 중국에게 한방을 날리고 있다. 대국굴기를 외치며 발톱을 드러내고 표효하는 중국과 예전의 기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직 커다란 덩치로 한방을 날릴 수 있다는 미국의 대결을 바라보며,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의 길을 물어본다. 21세기 패권경쟁은 군사무기를 앞세운 하드파워가 아니라, 화폐를 앞세운 소프트파워 게임으로 진화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의 핵심에는 '화폐'가 있다. 달러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과 위안화를 앞세워 이에 도전하는 중국의 게임은 누구의 승리로 결론 내려질까? 그래서 '화폐전쟁'을 꺼내들었다. 이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유튜브에서 관련 자료를 검색해보았다. 쑹훙빙이 음모론적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았으며, 야사는 야사에서 그쳐야한다는 실날한 비판까지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현대 세계를 움직이는 금융재벌의 위력을 파헤쳤다며 그를 찬양한다.  과연 이책은 음모론을 확대 재생산한 3류 소설일까? 아니면, 자본주의의 냉혹한 진실을 해부한 명저일까?

 

1. 세계사의 모든 일은 로스챠일드 가를 중심으로한 금융재벌이 계획하고 실행한일인가?

  '로스챠일드가'라는 이름을 들어보았는가?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은 빌게이츠도 워렌 버핏도아니다. 바로 로스챠일드가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그들이지만,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며, 세계의 금융을 지배한다. 이러한 로스챠일드가로 대표되는 금융재벌들은 대서양을 건너서 미국에 상륙한다. 그리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치인들을 키워내고 그들이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의문의 암살을 당한다. 암살을 시도한 사람들은 모두 미치광이 행세를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읽으며, 당신의 느낌은 어떠한가? 등골이 오싹하고, 세계를 움직이는 이 세력들에 의해서 우리 대한민국도 IMF 경제위기를 맞이했다는 말에 분노가 치솟아 오르는가?

  미국 대통령 암살률이 노르망디 상륙작전때 사망한 비율보다 높다는 다소 선정적인 말들이 중반부까지 계속된다. 한편으로는 놀라움이 계속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도 음모론적이라며 의문을 제기해본다. 내가 알고 있는 세계사 지식과는 너무도 다른 관점의 이야기들은 나를 혼란하게 한다.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로스챠일드가를 중심으로한 금융재벌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몇가지 세례를 살펴보자.

  첫째, 영안과 도스안이 히틀러를 위한 금벌들의 조치이다(?). 영안과 도스안은 독일이 베르사유조약의 가혹적 배상금으로 인해서 배상금을 갚을 길이 없어서 취해진 조치로 알려져있다. 과도한 배상금 요구가 세계 평화에 독이된다는 판단하에 이뤄진 조치를 쑹훙빙은 독일의 재무장을 도와 주기 위해서 금벌이 중심이 되어 취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만약 이 말이 맞는 말이라면, 이러한 금벌들의 행위는 베르사유 조약의 가혹성을 추진한 행동과 상충된다. 쑹훙빙은 베르사유 조약의 가혹한 배상금 요구 조항은 제2의 전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게인즈를 비롯한 영국의 로이드 조지 총리와 외무장관 거즌도 예견했다고 서술한다. 그럼에도 가혹한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금융재벌 때문이라 말한다. 독일에게 가혹한 배상금을 물리고, 그 배상금을 탕감해주는 정책을 금융재벌이 벌였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약해보인다.

  한편, 쑹훙빙은 금벌세력의 도움으로 히틀러는 현대식 무기로 빠르게 재무장했고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쑹훙빙은 영안과 도스안이 히틀러를 위해 금벌이 취한 조치라는 결정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으며, 히틀러는 제2차 세계 대전에 대비해서 철저히 재무장화 하지 못했다. 즉, 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 하자, 부관들에게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한다. 폴란드를 침공해도 영국은 선전포고하지 않을 것이며, 전쟁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히틀러도 연합군과 전쟁을 바라지 않았다.

  둘째, 세계 대전 뿐만 아니라, 1929년 세계 대공황도 로스차일드가를 대표로하는 국제 금융 재벌이 일으켰다(?). 전쟁은 모든 시설을 파괴하고 많은 인명을 살상한다. 과거의 전쟁과 달리 현대전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그런데, 쑹훙빙은 세계 대전을 일으키도록 막후에서 조정한 것도 국제 금융 재벌이며, 대공황을 일으킨 것도 국제 금융 재벌이고, 히틀러를 도와준 것도 국제 금융 재벌이라 주장한다. 제1, 2차 세계 대전은 과거의 전쟁과 다르다. 그 파괴의 규모와 위력이 이전의 전쟁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2차 세계 대전은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로 보내는 대학살극을 만들었다. 유대인인 로스차일드가가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를 도와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도록 조장했다는 설명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의 심장에 칼을 겨누는 사람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서아시아의 팔래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건국하는데 가장 큰 노력을 한 가문이 로스챠일드 가문이 아니던가? 쑹훙빙의 주장을 믿기 위해서는 로스차일드가를 비롯한 금융재벌들이 이러한 일들을 조작하고 실행했다는 1차 자료를 제시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로서는 하나의 가설이라 치부할 수밖에 없다.

  셋째,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도 국제 금융 재벌에 의해서 발발했다(?) 이집트와 시리아를 부추겨 이스라엘을 공격하게 하고, 미국은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편들어 아랍인들의 화를 돋구게 했다는 쑹훙빙의 주장 속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1차 자료는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설명할 때는 반드시 핵심 고리를 설명해야하며, 그 핵심 고리를 설명할 때는 반드시 움직일 수 없는 1차 자료와 근거를 제시해야한다. 그러나 쑹훙빙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그러한 설명은 이후에 전개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제휴를 설명할 수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대금으로 달러만을 요구하면서 '석유본위제' 시대로 접어든 배경을 설명하기에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금융 재벌이라는 단어를 빼고 미국 정부라는 단어를 집어 넣어도 성립한다. 국제 금융 재벌이 이집트와 시리아를 부추기지 않았는데, 전쟁은 발발했고, 이에 따라서 미국은 치솟아 오르는 석유 가격을 다잡고자, 사우디 아라비아에 접근해서 군대가 없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을 책임지는 대신에 석유를 결재할 때, 달러를 받고, 그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사도록 혁상했다고 설명해도 된다. 즉, 쑹훙빙의 주장은 국제 금융재벌이 일련의 사건을 일으켰다는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기에 나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쑹훙빙의 책은 그의 창작에 의해 만들어진 재미있는 음모론일까? 그리고 읽을 가치가 없는 하나의 가쉽꺼리일까?

 

2. 모든 금융위기는 오래전부터 준비된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가?

  유튜브의 유명 경제 강사는 쑹훙빙의 '화폐전쟁'을 음모론으로 규정한다. '음모론은 음모론으로 그쳐야한다.'라는 단언까지 한다. 그렇다면, '화폐전쟁'이라는 책은 읽을 가치도 없는 쓰레기 일까? 그의 책이 엄청난 인끼를 얻으며 '화폐전쟁4'까지 출간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책이 현대 금융세력의 행태를 이해하는데 많은 혜안을 준다는데 있다. 과연 그 혜안은 무엇일까?

  첫째, 쑹훙빙은 '화폐전쟁'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와 금융 쓰나미를 예측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양적 완화까지 예견했다. 사후에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를 말하는 사람들은 많다. 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하는 허풍쟁이도 많다. 그러나 사건이 발발하기 전에 그 사실을 미리말하고 각성하도록 목청껏 외치는 사람은 드물다. 쑹훙빙은 미국의 서브프랑임 위기와 금융 쓰나미를 정확히 예측했다. 그의 책 곳곳에는 현대 금융 세력의 탐욕과 추퇴가 서술되어있다. 그리고 그 글에는 금융세력에 대한 분노가 녹아있다.

 

  "모든 금융위기는 오래전부터 준비된 정확한 각본에 따라 발생하며, 번쩍거리는 은행 빌딩은 하나 같이 수 많은 파산자의 희생위에 지어진다."

 

  '모든 금융위기는 오래전부터 준비된 정확한 각본에 따라 발생'한다는 전제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번쩍거리는 은행 빌딩은 하나 같이 수 많은 파산자의 희생위에 지어진다.'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2011년 수많은 미국의 청년들이 분노에 차서 '월가를 점령하라'라고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들은 알고 있다. '모든 금융위기는 오래전부터 준비된 정확한 각본'에 따라서 발생한다고 확정지을 수는 없으나, '번쩍거리는 은행 빌딩은 하나 같이 수 많은 파산자의 희생위에 지어진다.'라는 말이 진실에 가깝다는 사실을 그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

  미국의 금융재벌은 갖가지 현란한 금융기법을 동원해서 부채를 자본으로 둔갑시킨다. 부채가 자본이 되는 사회!! 그것이 현대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부채는 부채일 뿐이다. 그것을 자본으로 둔갑시키고, 갖가지 최첨단의 금융상품을 만들어낸다. 써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것도 '써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최첨단 금융상품을 만들어낸 것도 미국의 금융재벌들이다. 핏땀흘려 돈을 벌기 보다는 현란한 돈놀이를 통해서 부를 축적하려는 그들의 행태는 부실 금융상품을 현란한 포장과 수학적 수식을 동원해서 우량 상품으로 둔갑시킨다. 그리고 언론은 이를 '선진 금융 기법'이라 찬양한다. 그리고 그 폭탄이 월가를 넘어서 세계로 확산되고, 많은 성실한 사람들의 재산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과연 한국의 전문가들 중에서 미국 금융세력의 도덕적 헤이를 정면으로 비판한 사람이 있었는가? 단순히 쑹훙빙을 음모론자로 몰아붙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금융재벌들의 개발도상국 교살을 폭로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조지 소로스를 대표로하는 유동성 투자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있다. 한나라에 투자해서 그 나라를 잡아먹기 좋도록 살을 찌우고 일시에 돈을 빼내서 그나라의 경제위기를 조장한다. 헐값에 나온 기업들을 사들여 타국의 피와 땀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는 투기세력에 대해서 그 실체를 규명하고 비판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에 매몰되어 경제 뒤에 숨겨져 있는 검은 세력들의 만행과 의도를 읽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그런데, 쑹훙빙은 일명 금융재벌의 '양털깍기'를 정확히 지적하고 그 뒤에 검은 세력이 있음을 고발했다. 그리고 쑹흥빙은 '미국은 국채를 갚을 의지가 없다.', '국채가 매우 유용하다.', '(국채가) 경제의 복음'이라 주장한다. 급기야 일비 경제학자들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의 과다한 저축이 세계 경제 구조의 균형을 깨는 근본원인'이라 주장하기 까지 한다. 자본주의의 탐욕에 취해서 국제 금융 세력의 입맛에 맞는 말들을 앵무새처럼 지저기는 그들을 보면서, 지금의 자본주의가 과연 지속가능한가에 대해서 심각한 회의를 느낀다.

  가장 심각한 사실은, 국제 금융세력과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약소국에 가혹한 그들이 자신에게는 너무도 관대하다는 사실이다. IMF 경제 위기에 우리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감내해야했다. 수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외국계 회사들에게 넘어갔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탐욕으로 발생한 서브프라임 사태를 '양적완화'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경기를 부양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내세워 약소국의 경제를 가혹하게 난도질 했던 그들이, 자신들의 도덕적 해이로 발생한 경제 위기에는 너무도 관대하다. 그러데, 이를 비판하며 당당히 맞서는 경제학자와 언론인들을 나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한사람, 쑹훙빈이 용기있게 국제 금융세력의 만행을 지적했다.

 

3.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다.

  쑹훙빙은 중화 민족주의에 가득찬 사람이다. 책의 결말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강대국으로 굴기할 수 있는 방법을 금융의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다. 국제 금융 재벌의 가혹한 공격에 일본이 맥을 못추고 쓰러졌듯이, 중국도 그러한 공격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중국의 대처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쑹훙빙이 중국에게한 조언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 보자.

  쑹흥빙은 루스벨트 조차도 금융 재벌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물이라 주장한다. 금융재벌이 미국을 움직이고, 나아가서 세계를 움직인다라는 쑹훙빙의 주장을 한국에 대입시켜보자. 나의 머릿속에는 삼성이 떠오른다. 어떤 사람은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박근혜 정권에서 최순실이 실세라는 사실을 삼성은 먼저알았고 그래서 기민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며, 수 많은 삼성키즈들이 이재용의 판결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특정세력이 그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면 그 비극은 자명하다. 경제인과 정치인이 결탁한다면, 정경유착의 결과는 우리 생활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IMF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제대로 대처했는가? 많은 사람들이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알짜 기업들이 외국계 기업의 먹이감이 되었다고 스스로 우리를 평가하는 반면, 쑹훙빙은 '국제 금융재벌들과 미국 제무부는 공연히 헛물만 켰다만셈'이라고 말하며, 우리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기사, 무능한 김영삼 정권을 지나서 똑똑한 김대중 정권시기에 가능한 결과이지 않겠는가?

  달러 패권은 계속될 것인가? 이 책은 이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연방부채, 주정부의 부채, 외채, 개인 채무가 엄청나다. 미국인 1인당 15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으며, 미국 국채 발행이 가파르게 중가하고 있다. 2006년 3월 연방 준비 은행은 총유동성 통계 보고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2008년 양적 완화가 실시되었다. 넘쳐나는 달러! 달러 패권은 붕괴직전이다. 재정 적자가 쌓이고,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실 속에서 계속해서 군사 패권을 장악하려 한다면, 미국은 파산을 맞이한다. 트럼프는 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군사 패권을 포기하고 경제적 실리를 취하려 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군산복합체세력과 금융 재벌들은 트럼프의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 북미회담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있을 것이다. '화폐전쟁'은 오늘의 국제 정세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세계를 움직이는 금융재벌에 대해서 파헤친 '화폐전쟁'을 쓴 쑹훙빙은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에서 국내외 사무의 결정권은 이미 민주와 공화 양당의 수중에 있지 않으며, 슈퍼 엘리트 그룹이 장악하고 있다."

 

  쑹훙빙의 눈에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민중이 지배하는 정치체제로 보이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과 소수 엘리트 그룹에 의해서 통치되는 미국은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쑹훙빙의 관점을 통해서, 공산독재를 받아들이는 중국인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대국굴기를 원하는 중국! 아편전쟁 이후의 치욕을 씻길 바라는 중국인들의 여망이 담긴 책 '화폐전쟁' 이 책을 바라보면서, 중국인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나름의 세계 전략을 수립하려는 그들의 노력에 감탄과 부러움을 금치 못한다. 우리의 엘리트 그룹은 우리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기 보다는, 강대국(미국 혹은 일본)의 시각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종전 선언은 시기상조라 주장하며 미국에 간 그들을 보며, 쑹훙빙과 같은 지식인이 있는 중국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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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품격 (합본) - 3대가 풀어 쓴 한.일 역사이야기 역사의 품격
배준호 지음 / 책과나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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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품격'이라는 말 자체가 품위있는 책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담고 있는 한국의 역사는 일본의 역사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했으며, 한국은 근대화에 실패하고 식민의 어둠속에 파묻혔다.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한국은 왜? 패망할 수 밖에 없는가?라는 실패에 촛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으며, 일본은 어떻게 근대화에 성공했는가?라는 성공요인에 촛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 책은 역사의 품격을 품위있게 논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독자성을 서술했을까? 아니면 일본은 성공할 수 밖에 없었으며, 한국은 패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결과론에 근거한 역사적 결말의 필연성을 강조할까?

 

1. 밖으로 향하는 일본, 움츠려드는 조선

  에도막부 이후의 일본사를 살펴보면, 안으려 역동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으며, 끊임없이 일본밖의 세계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려했다는 사실에 감탄을 하게된다. 일찍이 가도라 불리는 길을 닦았으며, 표류해온 외국인들을 쇼군의 고문으로 삼았다. 그들에게서 새로운 문물을 전해받으려 노력했다. 중앙의 막부에서만 이러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방의 번에서도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서양세력에 대항하려했던 지방의 번들은 서양세력의 무력에 무릎 꿇고 그들의 앞선 문물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일본은 끊임 없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서양에게서 받아들이려했다.

  반면, 조선은 표류해온 서양인들을 중국에 인도하며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기껏해야 벨테브레이를 등용한 정도가 전부이다. 프랑스와 미국이 포함외교를 통해서 문호를 개방하라했으나,  조선은 그들의 엄청난 근대식 무기를 보고서도 저항을한다. 동학농민운동때는 기관총과 대포 앞에서도 용감하게 죽창을 들고 일본군에게 저항하기까지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밖의 세계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일본에 비해서, 조선은 이상을 중요시했으며, 밖의 세계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자신의 올곧은 정신세계를 지키려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길이었다.

  일본과 조선의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면서, 과연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각해본다. 9시 뉴스에서 외신의 비중은 너무도 작다. 우리는 세계 여러나라 소식에 대해서 너무도 무관심하다. 우리 교육현장에서도 세계사와 동아시아사, 세계지리라는 과목은 비인끼 과목이다. 이들 과목은 문과 학생들 중에서 일부 학생들이 선택할 뿐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문제는 한국만의 힘으로는 풀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잘아는 우리이지만, 우리는 세계 정세에 대해서 너무도 무관심하다. 우리의 시야를 세계로 확대하고, 세계 질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또 다시 민족의 비극을 빗겨가지 못할 수도 있다.

 

2.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이토가 말했다. "조선의 낙후한 정치가 문제다." 대한제국을 강탈한 원흉 이토!! 그가 조선의 정치가 낙후한 것이 조선 패망의 원인이라 지적하고 있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적극적이면서 합리적인 대책을 세워 민중을 이끄는 리더십이 없었다. 성리학이라는 과거의 사유방식을 고수하며 새로운 근대사회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개화냐 척화냐라는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다가 망국의 길을 걸었다. 이 책에서는 리더십이 부재한 조선을 강렬하게 비판한다.

 

  "민족이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그 길로 백성을 이끌 정치 분야의 선구자가 없었던 거예요. 결단력과 행동력이 결여된 현실 타협주의자만 많았죠."

 

  개화기의 우리역사를 비하하고, 패배주의에 휩싸인 말이다. 우리도 김옥균과 같은 선구자가 있었지 않았는가? 물론 그가 이루려는 근대화를 우리사회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다. 급진적이고 미숙한 혁명의 길은 잔혹한 실패로 이어진다. 결국 민족의 패망을 막지 못한다. 문제는 정치였다. 그러나 그러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민중들의 팔로우쉽이 뒤따라주어야한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맹목적으로 리더를 추종하는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다. 깨어있는 민중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리더를 앞세워 사회를 앞으로 추동해가는 열린사회를 열망한다. 개화기! 민중은 깨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정치분야의 대다수 리더들도 마찬가지였다. 소수의 김옥균과 같은 리더들이 근대사회로 조선을 이끌려했지만, 준비안된 우리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은 달라졌을까? 촛불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는 민중이 깨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촛불혁명이 발발했을 때에는 민중의, 시민의 위대성에 감탄했다. 그러나 지금! 국정농단을 일으킨 세력의 지지율이 다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다시금 불안함이 밀려온다. 더 이상  우리는 퇴보해서는 안된다. 사회를 진보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는 정치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3. 냉혹한 반성인가! 식민사관의 패배주의에 물든 정신병자인가!

  균형있게 한국과 일본은 비교 설명하는 책을 기대했다. 책을 읽으면서 혼란이 가중되었다. 한국은 패배의 역사로 귀결될 수 밖에 없었으며, 일본은 승리할 수 밖에 없었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역사를 냉철하게 바라보아야해! 그래야 다시는 패방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 라는 절규를 하기도했다. 왜? 이러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가도와 지리전문가'편을 읽다보면, 일본의 내치가 생각보다 섬세하게 잘이뤄졌다는 사실에 놀란다. 섬나라이고 잦은 전쟁이 일어는데도 일본은 체계적으로 도로를 관리했다. 상대편의 군대가 도로를 이용해서 쉽게 쳐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서 도로를 잘 닦았다.

  반면, 조선은 도로보다는 수로에 치중했다. 조선에 수레가 없었던 이유를 산악지형이 많으며, 우마가 중국보다 건장하지 못했고, 외적이 침입하는 길로 이용된다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조선이 수레를 사용하지 못했던 이유는 조선초에 명나라에게 조공품으로 수많은 말을 요구했으며, 수만마리의 말들이 명나라로 가면서 말의 씨가 말랐다한다. 그래서 말이 끄는 수레 대신 사람의 힘을 이용하는 가마가 발달했다. 고구려와 고려시대 까지만하더라도 말을 흔하게 사용했던 우리였다. 그것이 조선 중기를 지나면서 수레를 사용하지 않는 사회로 바뀌었다. 역사는 발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수레의 사용만 놓고 본다면, 이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일본이 공세적으로 길을 닦았다면, 조선은 수세적으로 도로의 발달에 소극적이었다. 일본과의 '가도' 비교는 우리의 비루함을 발견하는 뼈아픈 시간이었다.

  일본의 외척정치의 절정기는 고대 헤이안시대였다. 아스카, 나라 헤이안 시대를 거쳐 가마쿠라막부 시대까지 외척정치가 행해진다. 보통 외척정치라하면 나라를 병들게하는 정치형태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외척정치를 한국보다 먼저 겪었다. 더 혹독하게...

  반면, 우리는 조선시대 말기에 외척정치를 혹독하게 겪었다. 일명 세도정치가 조선을 병들게 했다. 세도정치 이후에 서양세력의 충격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외부의 충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없었던 조선은 패망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나의 눈을 의심케하는 글이 이 책에서 이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외척정치를 타파하고 조선 정치에 새 바람을 불어 넣은 세력은 일본제국주의 등 주변 강대국이다."

 

  나의 눈을 의심했다. 한국의 진보적인 대학 교수라는 자가 할 수 있는 말인가? 조선 정치에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니!! 일본 제국주의가!! 배준호 교수는 친일적이고, 타율적인 식민사관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는 말인가? 물론, 책의 끝 부분에 자신은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내용의 글이 적혀있다. 그러나, 외척정치를 타파하고 조선 정치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킨 세력이 일본 제국주의라면, 조선의 패망이 조선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된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리모델링해야하는데, 일본은 조선이라는 나라를 빼앗아갔다. 그렇다면, 조선이라는 나라를 일본이 새롭게 한 것인가? 배준호 교수의 글이 심각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나뿐일까?

   과거 세력을 철저하게 숙청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의 역사는 과거세력과 타협하면서 새역사를 만들어 갔다면, 일본은 과거세력을 철저하게 숙청하면서 새 시대를 열어갔다.

  "새시대의 지배 질서 확립이라는 역사적 소명의식"에 의해서 이전 정권 사람들을 다 죽인 것을 합리화할 수 있을까?

  우리는 신라에서 고려로 넘어가면서, 무신정권이 문인들을 등용하면서 정권을 유지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정권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지 않았다. 물론, 일부를 적이기는 했다. 조선왕조에서 고려왕조의 왕손을 죽이거나, 무신정권에서 문신들을 죽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에 비하면 커다란 숙청이 이뤄졌다 할 수 없다. 앞 정권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랑해야하는 역사가 아닐까? 배준호 교수는 철저한 보복을한 일본을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철저한 보복이 이뤄지지 않은 우리 역사를 부정적으로 서술했다. 물론, 친일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은 우리가 부끄러워해야한다. 그러나 상대세력을 인정하지 않고 피의 복수를 했던 말폐적 붕당정치를 비판한다면, 나라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세력을 포용했다는 역사는 부끄러워해야할 역사가 아니다.

  책을 읽는 내내, 배준호 교수는 식민사관에서 벗어나는가? 라는 의문을 가졌다. 부끄러워해야할 역사와 자랑스러워해야할 역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정치에 새바람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하는 그의 책을, 그의 강의를 대학생들이 읽고 들어야할 가치가 있을까?

 

  4. 옥의 티를 찾아라.

  배준호교수는 역사를 전공한 교수가 아니다. 경제학자이다. 그러다 보니 책에 오류가 많다. 몇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일본 외척정치의 절정기는 언제일까? 126쪽에는 중세시대로 적고 있고, 132쪽에는 고대 헤이안 시대에 절정기를 이뤘다고 서술하고 있다. 같은 책에서 서술이 모순을 보이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둘째, 조선이 프랑스로부터 개국 압력을 언제 받았을까? 병인양요 시기이다. 병인양요는 1866년 발발했다. 그런데, 210쪽에는 1846년이라 서술되어 있다. 1846년이면 세도정치 시기이다. 병인양요는 세도정치를 척결한 흥선대원군 시기에 발발했다.

  셋째, 유물론은 누가 말했는가? 마르크스이다. 성리학은 관념론이다. 그런데, 263족에는 "이 과정에서 유물론(율곡)이다 유심론(퇴계)이다 하면서 오랫동안 대립하죠."라고 서술했다. 율곡이 유물론자라니! 마르크스가 관속에서 뛰쳐나오겠다.

  넷째, 3.1운동에 대해서 일제는 어떻게 대응했는가? 총칼로 폭압적 진압을 했다. 그런데 234쪽에는 "우리의 3.1 독립운동에 일제가 유화정책으로 대응한 것도"라고 서술하고 있다. 3.1운동의 결과 무단 통치가 문화통치로 바뀐 사실은 있으나, 일제가 3.1 운동의 대응으로 유화책을 펼치지는 않았다. 애국지사들이 저승에서 통곡하시지 않으실지 걱정된다.

  다섯째, 조선시대 양반의 성문화가 개방적이었는가? 물론, 첩을 두는등 여성보다는 자유로웠다. 그러나 자신이 보는 춘화를 드러내놓고 보지는 못했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의 양반들이 속으로는 성을 자유롭게 생각했을 지라도, 드러내놓고 성을 개방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142쪽에는 양반의 성문화가 개방적이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조선사에 대한 체계적 학습을 하셔야할 듯하다.

  여섯째, 조선후기 양민이 즐길 수 있는 오락이나 공연장이 없었는가? 애매한 말이다. 신대놀이, 판소리 등 조선후기 서민문화가 발달했는데,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없었다.'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한계가 보이는 부분들이 책 곳곳에서 엿보였다. 이러한 오류는 수정해주길 기대한다.

 

  김정호를 재발견한 것이 일제이며, 대동여지도를 일제는 청일전쟁시기에 유용하게 사용했고, '조선어독본'에 전기를 실은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라는 사실을 읽으며, 우리의 보배를 우리가 몰랐다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적극적이며 진취적이지 못하며, 심지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배도 바로 보지 못하는 한국사에 대한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상대세력을 무자비하게 처단하는 일본을 '새시대의 지배질서 확립 이라는 역사적 소명의식'이라고 미화하고, '조선정치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킨 세력은 일본제국주의'라는 말을 읽었을 때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소토쿠 태자와 다이카 개신이 조작된 사실이라는 최신의 주장을 받아들인 배준호 교수가, 낡아빠진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에 실망감이 커져갔다. 일본의 역사를 통해서 다시는 패망의 길을 걷지 않도록 교훈을 얻어야한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서 조선은 승리할 수밖에 없었고, 조선은 패망할 수 밖에 없는 역사적 필연성이 있었다는 역사 인식을 갖져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한 역사관은 패망의 역사를 되풀이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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