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1 - 돌아온 세계문화유산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1
김경임 지음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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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워싱턴회의에서 나치 약탈 문화재를 확인하고 원소유자를 찾기 위해 문화재의 관련 기록과 정보가 공개되어야한다는 워싱턴 원칙이 성립되었다. 미국 박물관 협회가 제시한 '과거 내력 공개'라는 가이드라인에 주요 유럽 국가들은 처음에는 거부의사를 밝혔다. 저자는 그 이유가 '미국이 정한 기준을 유럽 문화계에 부과하는 데 대한 유럽 국가들의 저항감'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유럽의 박물관들이 제국주의 강도들의 장물아비가 되어 약소국의 문화재를 소유하면서 누린 영광을 빼앗기기 싫었던 마음이 더욱 컸을 것이다. 우와한 척하는 그들의 뒷모습은 탐욕스러운 장물아비의 파렴치함이 도사리고 있다. 이 책은 탐욕스러운 장물아비가 된 강대국의 박물관과 인류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각국 혹은 시민들의 치열한 투쟁을 담고 있다.

저자 김경임과는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라는 책으로 만난적이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을 읽으며 그녀의 전문성과 문화재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 그녀를 믿고 '약탈문화재의 세계사1'을 펼쳐 들었다. 역사나, 김경임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잃어버린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서 벌이는 각국의 치열한 투쟁이다. 인도는 '춤추는 시바상'으로 불리는 '나타라자 청동상'을 밀반출 당하자 이를 되찾기 위해서 미국의 박물관과 소송을 벌였다. 여기에 인도의 외교력을 더하여 자국의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피나는 투쟁을 전개했다. 그 결과 1986년 나타라자상은 27년 만에 고향 타민라두에 귀환 했다. 터키는 리디어 보물을 반환받기 위해서 정부차원에서 치열한 노력을 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재판을 불사하며 강경외교로 압박하여 거만한 강대국의 박물관을 굴복시켰다.

약소국이 강대국 박물관과 소송도 불사하며 벌이는 문화재 반환 노력은 한편의 드라마이다. 그러나 그 드라마를 마냥 편안하게 읽을 수만은 없었다. 자국의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확인하는 순간, 혜문 스님의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혜문 스님이 우리의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서 뜨거운 열정으로 강대국의 닫힌문을 두드릴때, 정부와 학계는 빼앗긴 문화재가 돌아올 수 없는 근거를 변명처럼 말했다. 그때 나는 '~때문에 안된다.'라는 변명보다는 '~임에도 불구하고'라는 강한 의지가 담긴 말을 듣고 싶었다.

이 책에 소개된 국가들은 '~때문에' 문화재를 되찾을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경우 경찰 카라비에리의 문화재 특공대를 만들고 문화재 관련 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했다. 카라비에리의 문화재 특공대의 수사 결과는 정부차원의 문화재 환수 노력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유명 박물관이 앞다투어 구입하던 이탈리아의 수많은 문화재들이 환수된 것도 이탈리아 경찰 카라비에리의 문화재 특공대와 정부차원의 노력 덕분이다. 어쩌면 미국의 유명 박물관은 이탈리아의 경찰 카라비에리 덕분에 장물아비에서 일류문화 수호자로 변신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 김경임은 '서산 부석사 관음상 문제'를 마지막 쳅터에 소개했다. 그녀가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를 저술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문화재의 귀환을 이야기하면 효용가치가 사라진 민족주의 담론을 꺼내든다며 비아냥 거리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는 소위 문화재 전문가라는 유명인은 대중 강연에서 '빼앗긴 문화재를 세계 각국 박물관에서 되찾겠다고 자랑스럽게 나에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말한다. 우리 문화재가 우리 나라에만 있다면 어떻게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는가? 그런 폐쇄적 민족주의적 생각에서 벗어나야한다.'라고 주장하기도했다. 그의 영향력과 경력을 생각해볼 때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에게 이탈리아 루텔리 장관의 말을 해주고 싶다. "문화재 반환! 그것은 민족주의가 아니다. 인류 보편의 담론이다."

'서산 부석사 관음상'은 어디로 가야할까? 혜문 스님은 일본에 돌려주자는 입장이시다. 도둑들이 일본 신사에서 훔처온 것을 우리가 돌려주지 않는다면 어찌 약탈당한 우리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외국인들에게 호소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이에 반해서 김경임은 서산 부석사 관음상은 왜구의 약탈에 의해서 대마도에 건너갔다고 주장하며 반환의 부당성을 설파한다. '약탈문화재의 세계사'에서 줄기차게 제시되는 문화재를 합법적으로 입수했다고 증명하는 책임은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그들에게 있다는 원칙을 우리에게 소환한다. '불법 문화재의 원소유국 반환'이라는 대원칙을 염두에 둔다면 '서산 부석사 관음상'은 서산 부석사에 되돌아가야한다. 혜문 스님과 김경임이라는 두 거물의 서로 다른 의견이 사뭇 흥미롭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서 처절한 투쟁을 하는 세계 시민과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통쾌함과 깊은 감동을 느낀다. 그러나, 마냥 행복해할 수만은 없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는 문화재가 많이 있다. 운디드니에서 학살당한 인디언의 '고스트 댄스 셔츠'가 시체에서 벗겨져 박물관을 전전하다가 시민들의 노력으로 인디언의 품으로 돌아왔듯이, 전세계를 헤매고 있는 우리의 문화재도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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