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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2016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ㅣ 브런치 시리즈 2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5년 9월
평점 :
'원전을 곁들'이지 않은 세계사 브런치! 이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영어번역본을 곁들인 세계사 브런치'라는 제목이 정확한 제목일 것이다. 공자님의 정명사상을 굳이 들이대지 않더라도 명칭이 정확해야 독자가 올바로 책을 선택할 수 있음에 작가도 동의할 것이다. 이책은 영어원문을, 혹은 영어로 번역한 번역문을 곁들여 세계사의 고전을 소개한책이다. 그리스어나, 라틴어, 프랑스어 원문을 제시하지도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너무도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는다면 실망감이 클 것이다.
그럼에도 책벌레라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역사 전공자의 무거움이 느껴지지 않기에 경쾌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물론,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아마츄어가 쓴 글이라 책에 오류가 있기도하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함무라비법전을 "인류최초의 법전"(44쪽)이라고 소개한 글을 읽고는 헛웃음이 나왔다. 인류최초의 법전은 우르남무의 법전이다. 또한, 246쪽에는 "성군의 대명사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린 하나라가 있었다고 한다."라는 웃기 힘든 오류도 있다. 전설상의 임금인 요가 세운 나라는 당이고, 순이 세운 나라가 우이다. 우가 세운 나라가 하이다. 전설상의 임금인 요임금과 순임금을 우가 세운 하나라 임금이라고 소개한 것은 심각한 오류이다. 저자는 '서경'이라는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러면 이러한 오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오류에도 불구하고 책을 좋아하는 책벌레들이라면 자신의 독서를 토대로해서 경쾌한 책들을 쓰고 싶은 욕망을 대리 충족해주는 책이라 웃음을 띄면서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그래, 나도 언젠가는 정시몬 처럼 책을 출판하고 나와 같은 책벌레들에게 지적질을 당하겠지.....
탁월한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종횡무진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많은 사색을 했고 이를 책으로 엮었다. 한글 번역본을 보는 것보다 영어 원문을 보는 것이 이해가 더 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암튼, 한가지 언어를 더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한세계를 더 체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를 활용해서 자신만의 책을 썼다. 물론 영어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물론 동양 서적들은 한문을 곁들이기도 했지만, 저자가 한문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세계사 브런치'를 읽으며 한가지 큰 수확이 있다. 네루의 '세계사 편력'을 내가 읽을 책 목록에 추가한 것이다. 저자는 세계사 편력의 일부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산업화를 착수하기에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고 이미 말했다. (중략) 영국이 산업과 공장을 개발하기 위해 자금이 가장 필요했던 참에 인도로 부터 이런 거액을 가져왔던 것은 특별한 행운이었다."-518쪽
네루는 인도의 독립을 꿈꾸고 이를 이뤄낸 혁명가이다.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이 독서를 하며 독립의 방향을 모색했듯이, 네루도 책을 읽으며 인도의 독립을 꿈꿨다. 그리고 영국 제국주의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네루의 '세계사 편력'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