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스토리 - 양자역학 100년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 퀀텀 시리즈
짐 배것 지음, 박병철 옮김, 이강영 해제 / 반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 중에 양자역학이 있단다. 몇 번 이야기했지만, 리차드 파인만이 이야기했듯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 양자역학...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졌다는 것이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지만,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져서 아빠는 양자역학에 대한 자꾸 들쳐보게 되는 것 같구나. 그래서 책도 몇 권 보고, 유튜브 동영상도 보고... 이번에 읽은 책 <퀀텀 스토리>도 그런 맥락에서 읽게 되었단다.

이 책은 양자역학에 대한 역사를 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어. 이 책의 부제는 <양자역학 100년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인데, 이 책을 잘 설명하는 것 같았단다. 책의 초반부는 양자역학이 탄생하기까지의 일들,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다른 책들을 통해서 대충 알고 있던 내용들이었어. 그래서인지 앞 부분은 읽기 편하고 재미도 있었는데, 뒷부분으로 가면서 양자역학 이후 그것에 영향을 학문과 응용 부분에 대해 나오는데, 그 부분은 쉽게 이해하지 않았단다. 그런데, 양자역학은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어. 그것이 양자역학의 가장 큰 특징이니까 말이야..^^ 책이 600 페이지가 넘고, 내용도 방대해서 그걸 정리해서 다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구나. 다른 것도 아니고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들인데 말이야. 그래서 아빠가 이해한 부분과 발췌한 글들 위주로 이야기를 해볼게.


1.

양자역학을 이야기한 전에 그 전에 세상을 지배해온 뉴턴역학을 이야기해야겠구나. 뉴턴 이후 물리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뉴턴 역학이 진리로 알고 있었단다. 절대공간과 절대시간, 그러니까 이 세상은 변하지 않는 공간과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여전히 중력의 원인은 밝혀내지 못한 상태로 20세기를 맞이했단다. 중력이라는 것은 질량을 가지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라는 현상과 확인했지, 도대체 왜 끌어당기는가는 알지 못했어.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중력이라는 것이 왜 생기는지 아인슈타인이 밝혀내고, 원자 같이 작은 세상에서는 뉴턴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어서, 그런 작은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칙이 있어야 했단다. 양자역학 같은 것 말이야.

....

빛이란 무엇인가? 빛은 입자의 성질도 갖고 있고, 파동의 성질도 갖고 있다고 했어. 빛이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 그럼 매질이 무엇인지 고민들을 했단다. 햇빛이나 별빛 모두 우주를 거쳐 지구에 도달하는데, 파동이라는 것은 매질을 진동하면서 이동을 하니까, 빛이 파동이라면, 우주에는 그 매질이 가득 차 있을 거라고 추측했어. 그래서 한 때 그 매질을 에테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입증은 하지 못했어.

...

1900. 막스 플랑크라고 하는 열역학의 대가인 사람이 있었어. 열역학으로 원자론을 바라 보니, 모순 덩어리였어. 그래서 그는 원자론을 반대했다고 하는구나. 왜 이런 모순이 발생했는가를 설명하려다가 복사 법칙을 발견하게 되었고, 원자의 에너지가 불연속적인 단계로 나타남을 알게 되었어. 에너지가 불연속적이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가 양자화되었다는 뜻으로, 막스 플랑크는 자신도 모르게 세계 최초로 원자에너지가 양자화 되어있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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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막스 플랑크는 통계적 방법을 이용하여 고정된 에너지 요소를 진동자에 할당하면서 그 물리적 의미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은 플랑크도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원자나 분자가 실제로 존재한다 해도 그는 에너지가 복사와 물질 사이에서 연속적으로 흐른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을 것이다. 플랑크는 복사 공식을 유도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에너지가 양자화되어 있다는 발상을 처음 도입했지만, 그의 강연록이나 논문 어디를 뒤져봐도 이 사실이 분명히 언급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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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 물리학계에 있어 기적의 해라고 부르는 1905. 아인슈타인은 4개의 위대한 논문을 발표하게 된단다. 원자의 존재를 밝히게 되는 브라운 운동, 빛 에너지가 유한 개수의 에너지로 양자로 구성된다고 하는 광전효과, 그리고 그 유명한 특수 상대성 이론, 마지막으로 질량 에너지 등가 이론(E=mc^2). 그 중에 광전효과에서 설명한 빛 에너지의 양자론은 나중에 양자역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단다. 아인슈타인은 나중에 양자역학에 대해 격렬히 반대하는 입장에 서게 되는데, 양자역학의 기초를 다진 것 또한 아인슈타인이니 아이러니 하구나. 1905년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빛의 양자가설을 반대했다고 하는데, 아인슈타인은 이때 이미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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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닐스보어... 그는 원자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당시 원자론의 대가였던 톰슨이 있던 영국 캠브리지 대학으로 갔단다. 하지만 덴마크 출신으로 영어를 잘 하지 못했던 닐스 보어는 톰슨과 사이가 별로 좋지 못했고, 닐스 보어는 맨체스터로 옮겨 러더퍼드를 만나 연구를 하게 된단다. 러더퍼드와 닐스는 함께 원자구조에 대한 연구를 하는데, 고전 뉴턴 역학으로는 원자의 구조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 대표적인 이유는 전자 에너지가 불연속적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야. 그러면서 양자역학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어. 그 즈음 코펜하겐에서 대학 교수 제의가 와서 닐스 보어는 코펜하겐으로 돌아갔단다.

...

1923, 프랑스 귀족이었던 루이 드 브로이는 나중에 양자역학을 해석하는 중요한 기초를 쌓는단다. 특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연결 짓는 공식을 발표했어.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전자에 적용해서 일반화를 한 공식이었어. 그리고 그는 전자도 파동성을 가지고 있고, 전자가 물질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이므로 물질들도 파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주변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했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말이 안되거든. 물질에 무슨 파동성을 가지고 있냐 말이지그리고 전자가 파동성을 가지고 있다면, 사실이 입증된 양자 도약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없었어. 파동이라는 것은 연속적인데 어떻게 불연속적인 양자 도약을 설명을 하겠느냐 말이야.

...

1925. 당시 코펜하겐의 닐스 보어와 함께 연구하던 하이젠베르크는 병이 생겨 헬골란트 섬에서 요양 중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드디어 양자역학을 수학적으로 증명을 해냈어. 이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를 했던 것 같구나. 행렬역학이라고 하는, 전문가들도 무척 어렵게 생각하는 것으로 증명한 것이지만 말이야. 볼프강 파울리라는 사람도 학술대회에서 보어와 만난 이후 코펜하겐에서 함께 연구를 했는데, 이상 제만 효과와 배타원리를 발견했는데 이는 전자들이 낮은 에너지궤도로 몰리는 것을 막아준다고 하는데, 정확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가지는 않더구나.

...

이 즈음 양자역학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또 한 명이 등장한단다. 슈뢰딩거. 그는 큰 성과 없이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었는데, 드 브로이의 논문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 전자가 파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 그 사람 말이야. 슈뢰딩거는 1925년 크리스마스 휴가 여행을 가서, 파동 역학을 완성하여 돼.. 이 사람들은 요양을 가거나 휴가를 가서 뭔가 하나씩 건져 오는구나. 휴가를 간 것은 맞나 싶구나. 아무튼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을 비교적 쉬운 파동방정식으로 설명하는데 성공했어. 일부 거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일단 하이젠베트크의 행렬역학보다는 쉬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환영했단다.

...

1926. 슈뢰딩거, 보어, 하이젠베르크는 함께 모여 양자역학에 대한 토론을 하였다고 하는구나. 특히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불연속적인 양자도약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내용에 대해서 말이야. 토론 전에는 슈뢰딩거는 양자도약에 대해 반대하였고,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양자도약은 실제 있는 현상이라며 큰소리를 치는 등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나중에는 서로 이해하고 각자 학문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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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엇걸렸지만, 하이젠베르크는 보어와 자신이 같은 결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안개상자 속에서 나타나는 전자의 궤적처럼 지극히 간단한 현상조차 다루기 어렵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행렬역학에서는 궤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반면에 파동역학은 시간이 흐를수록 넓게 퍼지는 물질파의 개념을 이용하여 안개상자 속을 지나가는 전자의 궤적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개상자 속에서 전자가 남긴 궤적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전자가 입자라는 주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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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7년부터는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양자역학에서 중요한 이론들을 잇달아 발표했어. 하이젠베트크의 불확정성 원리도 이때 나왔고, 보어 중심으로 전자 등 미시 세계는 고전적 개념에 연연하지 말고 새로운 언어로 된 새로운 수학 개념을 수용해야 한다고 하는 코펜하겐 해석도 이 때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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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176)

보어는 이렇게 말했다.

“양자역학은 고전물리학의 개념들을 원자 규모에 적용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비로소 그 특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관측장비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고전적인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양자역학에서는 매우 생소한 결과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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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론에 대해서 많은 물리학자들이 지지하기도 했지만 격렬하게 반대하기도 했단다. 반대하는 이들의 대표주자는 아인슈타인이었고, 그 토론의 장이 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1927 10월에 열린 제 5회 솔베이 물리학 회의였단다. 솔베이 물리학회의는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열리는데 이때 주요 안건이 양자역학이었어. 이때 보어를 중심으로 한 양자역학 지지자와 아인슈타인을 중심으로 한 양자역학 반대자들의 격렬한 논쟁이 있었어. 양자역학에 대한 모순을 아인슈타인이 질문하고, 그것을 보어가 방어하는 식의 논쟁이었지.

이 때의 논쟁을 어떤 훌륭한 영화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어.. 아빠의 희망 사항이긴 하지만, 연출만 잘 하면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해. 아무튼 이 때의 토론은 보어 측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어. 그렇다고 아인슈타인이 그만둘 분이 아니지... 1935년 아인슈인인, 포돌스키, 로젠의 이름 앞 스펠링을 EPR 역설로 다시 한번 양자역학의 모순을 들추려고 했어. 간단히 이야기하면, A라는 정보가 B라는 정보에 영향을 줄 때 두 개의 정보가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A라는 정보를 알게 되면 그 즉시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B의 정보가 결정되는 것으로, 이 정보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되므로 모순이다... 대충 이런 논리로써, 보어도 설명이 쉽지는 않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보어는 이 질문에 대해 양자얽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단다. 이 논란은 후대에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서도 계속 되었다고 하는구나.


2.

물리학계에 많은 성과들이 나오던 이 시기, 전 세계는 전쟁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었어. 세계2차대전 말이야. 그러면서 물리학의 성과들이 이 전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단다. 이 즈음에 핵분열이 발견되었는데, 코펜하겐에서도 이것을 연구했다고 했고, 전쟁에 참가한 나라에서는 이것을 폭탄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단다. 물리학을 전쟁에 이용된다? 당연히 윤리적인 문제와 충돌했단다. 하지만 적국은 만드는데 우리가 안 만들고 있다가 당하면... 이런 생각에 미국과 독일은 각자 원자 폭탄에 대한 연구를 하게 돼.

양자역학에 대한 큰 공을 세웠던 하이젠베르크는 독일에서 이 연구에 합류하였다고 하는구나. 이 이야기도 다른 책 이야기하면서 몇 번 했던 것 같구나. 갈등이 있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인 것 같았어. 미국에서도 오펜하이머 중심으로 맨하탄 프로젝트가 진행하고 있었어. 이 때는 아인슈타인과 보어 모두 미국으로 망명한 상태인데, 이 흐름에 반대했지만, 끝내 막지는 못했단다. 맨하탄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오펜하이머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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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1947년에 오펜하이머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을 계기로 물리학자들은 죄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깨달았다. 다른 지식은 모두 잊어버려도, 이것만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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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이 끝나고 난 이후 입자물리학은 입자는 어떤 것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에 대한 연구로 계속되었단다. 계속되어 작은 새로운 입자들을 발견하였어.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기본 입자...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양성자들과 중성자들은 또다시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어. 쿼크라는 말이 처음 생겨난 유래가 재미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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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339)

서버는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생각임을 인정했다. 전하가 분수인 입자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겔만은 서버가 찾는 것이 완전히 어불성설이라며, ‘코크(quorks)’라는 이상한 단어를 갖다 붙였다. 그 뒤 이어진 강연에서 이 단어를 몇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서버는 겔만이 지어준 이름을 쿼크(quirk, ‘기발함이라는 뜻의 명사)’로 알아듣고, 분수 전하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만큼 말도 안 되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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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자, 뮤온 등을 이루는 렙톤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면서, 쿼크의 종류도 6, 렙톤의 종류도 6개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이야기했어. 쿼크 6개 종류, 렙톤 6 종류를 합쳐서 페르미온이라고 했고, 그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힘들. ,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을 만들어내는 4가지 입자를 보존(bos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어. 휴 힘들구나. 아빠가 정확한 개념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서... , 쿼크 6, 렙톤 6, 보존 4, 합이 16.. 여기에 물질의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보존이 더해져서 총 17. 이렇게 17개를 표준모형이라고 하는데, 이 모형들이 발견되는 과정이 책의 후반부에 설명하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기는 쉽지가 않더구나.

이 책은 2011년에 출간된 책인데, 당시만 해도 힉스 보존은 이론만 있고 실제로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힉스 보존은 언젠가 발견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힉스 보손에 대한 내용은 작년에 아빠가 한번 했던 것 같구나. 2012년에 발견되었다고 말이야..

....

이 책에는 그 밖에 양자역학과 중력역학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대충 이렇게 이 책에 실린 내용 중에 아빠가 대충 이해한 것 위주로 이야기보았단다. , 아빠가 쓴 내용을 다시 읽어보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아빠도 잘 모르겠구나. ㅠㅠ 요즘에는 유튜브에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도 많이 나와 있으니, 양자역학에 궁금하다면 그런 동영상을 찾아봐도 좋을 것 같구나.

...

이 책은 앞서 이야기했지만, 양자역학의 태동 이후 100여 년 동안 일어난 일들에 대해 시간 순서로 잘 정리해 준 것인데, 아무래도 원래 어려운 내용이다 보니 다 이해하기는 쉽지 않더구나. 아빠가 아까 제5차 솔베이 회의에서 일어난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논쟁을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 소개된 양자역학 100년에 대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얼마 안 있으면 제5차 솔베이 회의 100주년이 될 텐데, 그거 기념으로 누군가 만들면 좋겠는데.. ㅎㅎ

...


PS:

책의 첫 문장: 지금부터 약 110년 전, 그러니까 20세기가 막 시작될 무렵에 대다수의 물리학자들은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거의 종착역에 이르렀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그들의 계산을 신뢰하지 않는다.


19세기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전 세계 물리학자들에게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한 것이다. 그의 이론은 1901년 1월에 독일의 유명 학술지 <물리학연보>에 게재되었는데, 이 논문에서 막스 플랑크는 자신이 도입한 상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이 상수는 에너지와 시간이 곱해진 단위를 갖고 있으므로 에너지요소 hv와 구별하기 위해 기본작용양자(elementary quantum action) 또는 작용요소(element of action)라 부르기로 한다."
이로써 1900년 12월 14일은 양자혁명이 촉발된 날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그러나 정작 플랑크 자신은 E=hv가 고전물리학 체계를 송두리째 바꾸리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P46

러더퍼드는 실험 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끝에 "원자 질량의 대부분은 중심부에 있는 원자핵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보다 훨씬 가벼운 전자들이 마치 태양계의 행성처럼 그 주변을 공전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모형에 따르면 원자의 내부는 거의 텅 빈 것이나 다름없었다. 요즘 출간되는 물리학 관련 서적을 보면 원자의 내부 구조를 그림으로 표현할 때 러더퍼드의 태양계 모형을 그려 넣곤 한다. 궁극적으로 맞는 모형은 아니지만, 원자의 구조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이것만큼 적절한 그림을 찾기 어렵다. - P62

그 후 폴 디랙은 "전자의 스핀 방향이 두 가지이기 때문에 원자의 각 궤도에 두 개의 전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이론을 제안했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궤도에 들어가는 두 개의 전자는 스핀 방향이 반대여야 한다는 뜻이다. 스핀이 반대인 한 쌍의 전자들이 짝을 이루어 궤도를 채우면, 그 궤도는 더 이상 다른 전자를 수용할 수 없다.
이것은 이론물리학의 커다란 진보였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많이 남아 있었다. 고전물리학에서 팽이처럼 자전하는 물체의 자전축은 임의의 방향을 향할 수 있는데, 전자의 자전축은 외부 자기장이 걸렸을 때 왜 두 가지 방향으로만 나타날까? 이런 제한 조건이 전자의 양자적 특성과 관련되어 있다는 심증만 있을 뿐 그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 P110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생각을 요약하여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내왔다.
"양자역학은 매우 인상적인 이론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양자역학이 물리적 세계를 정확히 예견한다 해도, 자연의 비밀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신은 주사위놀음 같은 것을 즐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은 탁월한 천재성과 직관으로 양자역학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결국에는 양자역학을 가장 극렬히 반대하는 쪽에 서게 되었다. 보른은 아인슈타인의 냉담한 반응에 크게 당황했다. 그 뒤 물리학계는 양자 수준에서 ‘실체란 무엇인가?’를 놓고 과학 역사상 가장 격렬한 논쟁을 벌이게 된다.
- P135

실증주의든 실용주의든 간에, 보어는 명백한 ‘반-실존주의자’였다. 그는 자신의 관점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양자역학은 관측 장비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의 물리적 실체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으며, 앞으로 이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감춰진 실체의 지금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다. 일상적인 물리학적 관점에서 말하는 ‘독립적 실체’는 눈앞에 나타난 현상이나 관측 방식과 무관하다."
- P182

자발적 대칭성 붕괴는 고체물리학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양자장이론이나 입자물리학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다. 대부분의 이론물리학자들은 스스로를 ‘자연의 가장 근본적인 단계에서 물리학적 원리를 찾아내는 순수주의자’로 생각했기에, 고체물리학들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은 고체물리학을 "쓸데없이 복잡하기만 한 시스템을 몇 개의 가정으로 단순화시키는 작업"쯤으로 생각했다. 머리 겔만도 고체물리학을 "너저분한" 물리학이라고 비아냥거리곤 했다. - P345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질은 대부분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의 중심부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자리잡고 있으며, 파동이면서 입자이기도 한 유령 같은 전자가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또한 양성자와 중성자는 위쿼크와 아래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쿼크와 전자, 전자뉴트리노는 스핀이 1/2인 페르미온이며, 이들은 표준모형에서 ‘1세대 물질 입자’에 속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물질세계를 서술할 때에는 이 세 종류의 입자로 충분히다. - 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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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3 00: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북홀릭님
양자 역학 책을 추석 연휴 동안~~
전 영상으로 보면 끄덕, 끄덕,
활자로 읽으면 숫자가 나오기 시작 하는 순간 멈짓, 멈짓 ^ㅅ^

bookholic 2021-09-23 07:23   좋아요 3 | URL
읽은 건 꽤 지났고,
편지 초안 쓴 지도 꽤 되었고,
게으름 찬양하느라 오타 수정 및 정리만 어제...^^
...
추선 연휴가 순삭되었지만, 이틀만 더 버티는 걸로...
즐거운 하루 되세요~~^^

scott 2021-10-08 15: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 추카!

아들과 딸에게 비밀! 👆 ^.~

bookholic 2021-10-08 23:13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지금도 퇴근해서 애들 몰래 댓글 달고 있습니다~~^^
즐겨운 주말 되세요..

mini74 2021-10-08 16: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1-10-08 23:13   좋아요 2 | URL
땡큐 베리 머치 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새파랑 2021-10-08 16: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달 늘어나는 비밀!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0-08 23:14   좋아요 3 | URL
님들의 ˝좋아요˝ 덕분에 비밀이 자꾸 적립됩니다...
이 비밀로 뭘 지를까 보관함으로 고고~~

그레이스 2021-10-08 1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bookholic 2021-10-08 23:15   좋아요 0 | URL
넵. 감사합니다...
즐거운 연휴 되십시오~~~^^

강나루 2021-10-08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 님 당선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0-08 23:1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글날 연휴 되시고요~~^^

서니데이 2021-10-08 1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bookholic 2021-10-08 23:16   좋아요 2 | URL
언제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축하 계속 받은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ㅎ
즐거운 연휴 되세요~~

이하라 2021-10-08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0-08 23:19   좋아요 0 | URL
이번달도 축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한글날 연휴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1-10-19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0-20 19:21   좋아요 0 | URL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즐겁고 여유로운 수욜 저녁 되십시오~~
 














(39)

경제성장을 하면서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소위 탈동조화론에 기반한 생태적 현대화론이라는 환상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접근 탓에 기업들을 해결 주체로 삼아 이들을 지원하고 기술과 시장을 활성화하여 탈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회는 논의과정에서는 기존 지배적 자본의 이해관계에 맞설 배포도 없이 감축목표 상향을 깎아내리는 데 매달리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그렇게 접근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적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떠안고 있는 민중들을 해결 주체로 세워 정보와 기업의 책임을 묻고, 무한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체제를 넘어서려는 목표와 전략으로써만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51)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무너지면 결국 피해는 국민의 것이다. 그래서 세계는 먹거리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데 있어서 국가의 역할을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먹거리를 공공재로 인식한다. 서유럽에서는 폭우로 1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동토 시베리아가 펄펄 끓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도 인간의 경제활동에 의한 기후위기의 결과물이다. 기후위기에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농업이다. 그리고 농업이 붕괴되면 식량위기에 직면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식탁의 5분의 1만을 자급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극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농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공공농업이다.


(83)

물론 이들 각자의 목적들 사이에는 갈등과 경합이 불가피하게 예상된다. 하지만 사회적 효율성, 사회적 이동성, 그리고 민주적 시민성이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 아동 중심 진보주의 교육과 사회 중심 진보주의 교육이 분리되어서는 안된다. 사회화의 기능과 주체화의 기능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양자의 가치를 적절하게 배합하는 국가의 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는 새로운 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 비판적 학문활동과 함께, 학교의 시민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결사체의 활성화와 집단적 학습공동체 구성과 문화적 진지가 구축하여야 한다. 공존과 상생의 평화시대를 모색해야 하는 시대의 새로운 교육체제는 단순히 공교육만을 통해서 실현될 수 없다.


(93)

실제로 신입생이 줄어드는 대안학교가 있는 반면에 입시에 최적화된 대안학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미 숫자상으로는 기독교 대안학교와 창의적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곳이 대안학교의 주류가 되었다.


(99)

학교의 쉬는 시간은 아이들이 단지 지적인 요구로부터 숨을 돌리거나 긴장을 푸는 휴지기가 아니다. 그것은 어른들에 의해서 면밀히 감독되는 사회적 물리적 조건들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기회이다. 바로 그때에 아이들은 성인 권위자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들의 관계를 스스로 협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유를 누린다. 그럼에도 미국 전역에서 이런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뉴올리언스 대학 주디스 키에프 부교수의 200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40%가 넘는 미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쉬는 시간이 완전히 철폐했다. 동시에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교육부 통계자료는 학교들의 기술에 대한 지출이 1990년에서 2000년 사이에 300% 이상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5)

아이들이 컴퓨터 환경에 그토록 매혹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경험을 하고 좌절감을 느끼게 만드는 저항들이 그 속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의 세계에서 한 아이가(누구든 마찬가지이지만) 자연세계의 물리적 한계와 자연에 대한 자신의 지배력의 한계,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타자들의 의지를 존중해야 할 필요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무제한으로 조작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바로 그런 사물들의 저항이다. 한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대로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무릎 위에 가만히 앉아 있게 만들 수도, 장미꽃 봉오리를 피어나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또 친구에게 상처를 준 뒤에는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130)

사람은 뜻으로 살지만, 그 뜻은 말과 행동으로 꽃이 핍니다. 사람의 향기 그득했던 김종철 선생님, 따스하고 향기로운 선생님의 내음을 어찌 잊겠습니까. 세월은 가도 그 향기 내내 남아 우리의 가슴을 진동시킬 거라 믿습니다.


(146)

지식은 공동체와 정치경제의 산물이다. 이 구조를 개인의 능력과 성실성, 의지로 돌파하려는 이들이 혁명가다. 나는 김종철이 한국 현대사에서 그런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지식인들이 로컬에서 작시 지식을 생산하지 못하고 서구 지식의 수입상이라는 소리는 듣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식민주의 사회에서는 요약을 잘하는 공부 잘하는 학생도 없다. 실제 더 큰 문제는 제대로 된 수입상조차 없다는 현실이다. 페미니즘을 포함, 서구 지식을 소개하려면 그 지식이 생산된 특정 사회(또하나의 로컬인 서구)의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


(147)

한국사회처럼 지식인이 부재한 사회에서 진정한 혁명은 혼자 도모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인식의 혁명이 훨씬 어려운 이유다. 제도권에서의 권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대신하는 이들에게 보조를 맞춰주다가는 공부할 시간이 없다. 게다가 바우만이 온라인을 두고 말한 새로운 중세우중의 시대에서, 공동체의 지속성을 고민하는 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지식인은 없고 발전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사회에서 우울증이 많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156)

다시 <녹색평론> 창간사로 돌아가 정리해보면 우선 여기서 과학은 기술이 아니다. “오늘의 크나큰 비극을 가중시키는 주요한 요인은 과학기술이 모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어리석은 믿음인바, 오히려 과학과 기술공학은 사태를 줄곧 악화시켜왔다. 이때 과학기술은 대중이 비판 없이 수용해온 기술의 의미로 이해해야 옳은데, 그것은 바로 이어지는 단락에 과학사의 관점에서 과학의 진리에 대한 관계는 언제나 잠정적이고 모색적인 것이므로 진정하게 과학적인 태도는 그러니까 늘 열려있는 겸손한 태도라고 쓴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어서, 따라서 자신의 현재 능력이나 인식방법으로써 포착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하여 그것을 무시하거나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하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참다운 과학정신과 인연이 먼 태도라고 밝힌 부분이다. 이 부분은 앞뒤 문맥을 보더라도 튀는논리인데, 나는 여기에 과학을 대하는 선생의 관점이 응축되어 있다고 본다. (<생명의 문화를 위하여>, <간디의 물레>, 15~16)


(192)

정부는 완벽한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에서 실패를 거듭할수록 다음번에는 더 잘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더 많은 권력과 더 많은 돈을 가져간다. 정부는 최대의 고용주가 된다. 정당들은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국가권력은 계속해서 성장해서 이제 많은 경우 국가 수입의 50% 가까이를 흡수하고 있다.

정부는 시민들을 뜯어먹고 살아가므로 불가피하게 (가장 좋은 의미에서) 기생적이다. 다만, 원래는 사회의 소관이었던 문제들을 인계받음으로써, 말하자면 좀더 악성 종양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현실에서 이 국가통제의 악순환은 바닥을 치에 된다. 국가가 더 이상 빌릴 것이 없는 지경까지 자국 시민들을 빚지게 만들면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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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no책읽기yes 2021-10-14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뜻으로 살지만, 그 뜻은 말과 행동으로 꽃이 핍니다.- 이 구절 참 좋네요.

bookholic 2021-10-16 09:04   좋아요 0 | URL
그런 좋은 말씀 많이 하신 김종철 선생님이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아직도 안타깝습니다..

걷기no책읽기yes 2021-10-16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인이 북홀릭님의 말씀을 들으면 하늘에서도 뿌듯하시겠어요. 좋은 뜻이 누군가에게로 끊임없이 이어져 좋은 세상으로까지 이어지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허허 동의보감 - 내 몸은 내가 지킨다 허영만 허허 동의보감
허영만 지음, 박석준.오수석.황인태 감수 / 시루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도 그 동안 건강에 크게 유의하면서 지낸 건 아닌 것 같더구나. 그걸 최근에 와서 절실히 느끼고 있어. 얼마 전부터 몸의 이곳 저곳이 아프고, 한번 아프면 잘 낫지 않고 그러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받아와서 먹는데도, 생각보다 빨리 낫지 않다 보니 이런저런 걱정이 들기도 하고.. 그런 걱정을 해서 그런지, 괜찮던 몸의 다른 부위도 이상한 것처럼 느껴지고 그래..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진리를 최근에 와서야 절실히 깨닫게 되는구나. 앞으로는 먹는 것도 좀더 신경 쓰고 규칙적인 운동도 하고, 잠도 좀 넉넉히 자고 그래야겠구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음도 편히 가지려고 노력하고

몸이 불편하니 예전에 사 두었던 동의보감 책도 읽어볼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그 책은 천 페이지가 넘어서 컨디션 좋지 않은 지금 읽기에는 버거워 보였단다. 그래서 인터넷 뒤져보다가 예전에 읽어봐야지 했던, 허영만 님의 <허허 동의보감>이라는 만화책이 보였어. 아빠가 예전에 관심을 두고 있었을 때는 2권짜리로 되어 있었는데, 그 이후에 합본이 나왔더구나. 그래서 그 책을 주문해서 읽었어.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말이지. 허영만 님의 만화는 재미야 보장되어 있지.. 그 자리에서 다 읽고, 몇몇 핵심적인 부분은 다시 발췌해 보기도 했단다.


1.

결론은 이 모든 것이 다 마음에서 나온다.. 건강을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에 달렸고,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서는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거야.

=========================

(133)

네 병을 다스리고자 한다면 먼저 네 마음을 다스려라.”

<동의보감>의 모든 가르침은 이 한 마디에 담겨 있다.

그러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신부님들은 결혼을 버리고 스님들은 세속을 버릴까.

의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음을 비우고 좋은 것만 먹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바른 생활을 하면

누가 병에 걸리겠는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의학은

병든 사람에게 위안이 된다.

그래도 마음 다스리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

온갖 나쁜 짓은 다 해놓고 의사와 약을 돈으로 사는 것은

가장 나쁜 일이다. 그런 일은 나에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아가 자연에도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135)

모든 병은

마음에서부터 온다.

환자가 마음을

바르게 하고

걱정, 공상, 불평을

모두 버리도록

치료해야 한다.

이것이 의사의 몫이다.

=========================

동의보감. 너희들도 학교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될 것이란다. 허준이라는 조선 시대 사람이 쓴 책이야. 예전에 <허준>이라는 드라마가 엄청 인기를 끈 적이 있는데 그래서 더욱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싶구나. 허준은 1539년 즈음 태어났는데, 서자 출신이라고 하는구나. 조선 선조 때 사람인데 세자의 천연두 치료를 성공적으로 해서 임금의 눈에 들었다고 하는구나. 1596년에 임금으로부터 의학 서적을 편찬하라는 임무를 명 받았대. 그런데 임금이었던 선조가 죽고 나서 당쟁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고, 1610년 귀양지에서 25권으로 마무리 지은 의학 서적인 바로 동의보감이라고 하는구나. 중국의 의학서들을 참고했지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여 정리하여 그 가치는 뛰어나단다.

동의보감은 한자로 東醫寶鑑이라고 쓰는데, 寶鑑은 보배롭고 귀중한 거울이라는 뜻이라고 하는구나. <동의보감>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하는구나. 이렇게 유명한 책이란 것을 알지만, 이 책을 완독한 사람은 많지 않을까 싶구나. 한의사들은 읽었겠지만 일반 사람들이 읽기에는 분량도 많고 한자도 많고한글로 번역된 책들이 많지만 그 책들의 공통점은 두껍다는 것읽다 보면 재미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작하기가 엄두가 나질 않아서아빠도 사두기도 하고 제대로 펼쳐보지 않았어. 아참, 예전에 고미숙 님이 쓰신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구나. 괜찮게 읽은 기억이 있구나. 솔직히 이번에 읽은 허영만 님의 만화 <허허 동의보감>이 더 낫더구나. 동의보감의 핵심만 딱 뽑아서 재미있는  만화로 되어 있어서 눈과 머리에 쏙쏙 들어왔단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마다 진료 방법과 처방을 다르게 해야 한단다. 남자는 신장이 중심이 되고, 여자는 위장이 중심이 되고팔다리가 발달한 사람은 돌아다니며 쉬어야 하고, 몸통이 발달한 사람들은 누워서 쉬어야 한다고 하더구나. 심지어 부자와 가난한 사람도 처방을 달리 해야 한다고 했어.

=========================

(31)

부자는 몸이 편하되 마음은 불편하고

부자가 아닌 사람은 몸은 고달프되 마음은 편하네

어찌 같은 약을 쓸 수 있겠는가.

높은 곳은 건조하고 낮은 곳은 습하고 기압과 음식이 다르니

달리 써야 하지 않겠는가.

=========================


2.

이 책에서 나온 몇몇 마음에 새기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해줄게.

호흡. 이것도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단순히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쉬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호흡의 방법이 중요하다고 했어. 천천히 길게 충분히 호흡하는 하여 호흡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어. 그래야 오래 살 수 있다고 했어. 산삼이 오래 사는 이유는 그늘에서 호흡수가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란다. .. 호흡수를 줄이려는 호흡하는 방법도 바꾸려고 해야겠지만, 운동도 줄여야 하는 것인가? 운동하기 귀찮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

사람의 염도의 약 0.85~0.9% 정도라고 하는데, 이것보다 낮아지면 세균이 득실하게 된다고 한다고 소금을 아예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적당량으로 섭취해야 한단다. 그런데 저 염도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지?

….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건강의 핵심 비결은 마음에 있단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을 줄이는 것이 건강의 비결인 거야. 성내지 말 것.. 특히 새벽에 성내지 말라고 하는구나. , 몇 달 전부터 수면 패턴을 좀 바꿔서 한 동안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새벽의 정기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는데, 혹시 새벽에 일어나서 이런 저런 걱정만 하는 탓에 몸이 안 좋아진 것일까? 그래서 다시 수면 패턴을 바꿨는데도 여전히 컨디션이 안 좋구나.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자, 쉽지 않은 방법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란다…. 역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구나.

=========================

(201)

생각이 많으면 집중으로 못하고

욕심이 많으면 판단이 어둡고

일이 많으면 몸이 피곤해지고

말이 많으면 기가 빠지고

웃음이 많으면 마음이 흩어지고 오장이 상하며

즐거움이 많으면 감정이 어지럽게 뒤섞이고

성을 많이 내면 맥이 진정되지 않고

너무 좋아하면 이치를 따지지 못하고

미워하는 것이 많으면

즐거움이 없어진다.

=========================

한의학을 이해하는 첫걸음은 음양오행이라고 하는구나. 음양오행이라는 것은 바로 기()에 대한 설명을 짧게 요약한 거야. ()라는 것은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에 미치는 영향인데, 음양(陰陽)은 기()의 성질을 이야기하고, 오행(五行)은 기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거야. 이것은 전에 다른 책들을 읽고 이야기하면서 여러 번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구나. 아빠가 잘 기억을 못하고 있지만 말이야. 오늘은 상생과 상극의 관계를 적은 글만 발췌해 볼게. 역시 만화책이라 핵심만 잘 정리해 주신 것 같구나.

=========================

(264-265)

목화토금수는 상생(相生)의 순서다.

나무()를 때서 불()를 만들고

()이 타고 나면 흙()이 생기고

() 속에서 쇠()를 캐고

() 표면에 물()이 생기고

이 물()을 주면 나무()가 잘 자란다.

반면 목토수화금은 상극(相克)의 순서다.

나무()는 흙()을 뚫고 들어간다.

()을 쌓아 물()을 막는다.

()은 불()을 끄고

()은 쇠()를 녹인다.

()는 나무()를 자른다.

모든 인간사와 자연사에 있어 상생과 상극은 매우 중요한 관계다.

=========================

같이 먹는 것에도 이런 상생과 상극이 있는데, 찬음식과 더운 음식을 조화롭게 먹어야 한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돼지고기는 상추보다는 깻잎~

….

마지막으로 학부형으로써 마음에 새겨야 할 한마디. 아이들에게 주말은 푹 쉬게 하라는 한 마디. 가슴에 꼭 새겨둘게. 엄마에게도 이 부분은 보여 주어야겠구나.

=========================

(420)

어른들은 휴일이 있는데 청소년들은 왜 휴일이 없는가?

왜 없어요? 토일은 학교에 안 가는데요.

학교에 안 가지만 학원에는 가야 하지 않은가

쉬지 못하는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기 어렵다.

토일은 공부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네.

공부시키는 학부형은 잡아가든지 벌금을 많이 물게 해야 한다네.

=========================

얼마전에는 골반쪽이 좀 아프더니 최근에는 어깨가 갑자기 많이 아파서, 추석 연휴 끝나고 병원에 한번 가봐야겠구나. 별 일 아니길


PS:

책의 첫 문장: 동의보감은 허준이 만들었다.

책의 끝 문장: 그러면 아킬레스 건이 서서히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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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0 0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휴일 끝나는데로 병원에 가보세요 ! 정형외과 꼬옥!!아들과 딸을 위해서 ^ㅅ^

bookholic 2021-09-20 22:20   좋아요 1 | URL
넵^^ 꼭 가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9-20 09: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디 말씀하신 대로
별 일이 아니시길 바랍니다.

뭐니뭐니해도 무탈한 건강
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bookholic 2021-09-20 22:20   좋아요 1 | URL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1-09-20 1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보다는 건강이 우선이죠~!! 북홀릭님의 회복을 기원합니다 🙏

bookholic 2021-09-20 22:22   좋아요 1 | URL
응원 감사합니다..
독서도 건강한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 맞습니다.. 즐거운 독서를 위해서도 건강을..^^

mini74 2021-09-20 2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일 아니실거예요. 추석 즐겁게 보내세요 *^^*

bookholic 2021-09-20 22:23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혹시 별일이어도 잘 치료하는 것으로...
 

장식용이긴 하지만,

몇 주째 포장도 안 뜯고...

게으름을 찬양해야지...

...

이번 연휴에는 뜯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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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1-09-18 06: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연휴 기간동안 여유로운 독서시간 보내세요!

bookholic 2021-09-18 18:48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님도 넉넉하고 행복한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막시무스 2021-09-18 08:1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첫 사진에서 박스 찢어진 줄 알았더니 비닐포장이었네요!ㅎ 추석연휴 좋은 셀프선물 받으셨습니다!ㅎ 즐겁고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시구요!ㅎ

bookholic 2021-09-18 18:49   좋아요 3 | URL
ㅎㅎ 추석셀프선물로 다른 걸 주문했는데, 추석 연휴 끝나고 도착한다고 하네요.. 이걸로 대신해야겠어요. 막시무스 님도 즐거운 추석 되시길~~^^

초딩 2021-09-18 09: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웃는 남자 보여요 ㅎㅎ
좋은 명절 되세요~

bookholic 2021-09-18 18:50   좋아요 3 | URL
그러네요.
웃는 남자 아직 읽지 않았는데 저 책도 먼지만 쌓여기고 있어여..^^
초딩 님,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새파랑 2021-09-18 10: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끼약 드디어 개봉하시는군요. 북홀릭님 집도 왠지 도서관 같을듯 합니다 ^^

bookholic 2021-09-18 18:52   좋아요 3 | URL
넵, 개봉만 해보려구요^^ 읽는 건 또 다음에~~ 저희집은 도서관은 아니고, 아주 지저분한 창고~~^^

mini74 2021-09-18 10: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빵 터졌어요. 찔리기도 하고. 저도 비닐에 쌓인 책 있어요 ㅎㅎ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bookholic 2021-09-18 18:53   좋아요 4 | URL
mini74님도 이번 연휴에 비닐을 뜯으시길...^^
행복하고 즐거운 한가위 되시고요~~

청아 2021-09-18 10: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은 감상만하다 며칠있다 뜯었어요ㅎㅎ 연휴 선물받는 기분이시겠어요😆👍

bookholic 2021-09-18 18:54   좋아요 3 | URL
책 선물은 셀프로 해도 참 좋아요~~^^
미미님도 즐거운 독서와 행복한 명절 되시길...

페크pek0501 2021-09-18 11: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너무 아낀 나머지 뜯긴 했지만 읽기 시작하지 않은 새 책들이 있어요. 새 책이 몇 권 있다는 게 그 자체로 기분이 좋더군요.^^

bookholic 2021-09-18 18:57   좋아요 4 | URL
맞아요... 그리고 그 새책들 중에 읽을 책을 고르는 순간이 참 즐거워요.^^ 페크 님, 즐거운 추석 되세요~~

scott 2021-09-19 0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게으름 아닙니다
북 홀릭님
아들과 딸에게 읽고 싶은 세트 선택 하라고 하면 됩니다!
추석 선물~~

ʕ ̳• · • ̳ʔ
/ づ🌖 =͟͟͞͞🌖

bookholic 2021-09-19 23:57   좋아요 2 | URL
아하,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어도 되겠네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 전천당만 찾아요 ㅋ

레삭매냐 2021-09-20 0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정말 오래 전에 산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여적 비닐도 안 벗기고 있네요...


bookholic 2021-09-20 22:26   좋아요 0 | URL
ㅎㅎ 알라디너님들은 다들 그러시군요...
생각해보니 저도 저 책들 말고도 비닐에 담긴 책들이 또 있네요 ㅎㅎ
 
감정의 혼란 - 지성 세계를 향한 열망, 제어되지 않는 사랑의 감정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서정일 옮김 / 녹색광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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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읽었단다. 평론가로 많은 활동을 했던 슈테판 츠바이크는 소설도 많이 썼더구나. 아빠가 즐겨 찾는 북플이라는 알라딘 책 관련 SNS에 슈테판 츠바이크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소개해 준 책들 중에 하나 <감정의 혼란>이란 소설을 읽었단다. 나중에 그의 다른 소설들도 좀 찾아봐서 읽어봐야겠구나. 그 동안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는데, 이번 <감정의 혼란>에 지은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어. 아내와 함께 자살을 하셨더구나. 왜 그랬을까. 이 책에 그의 유서가 실려 있는데, 유서를 봐도 그 이유를 아빠는 잘 이해를 못하고, 그의 작품들이 그의 유서와 함께 중단되었다는 사실에 안타깝더구나. 그렇지 않았다면 더 많은 작품들을 남겨주셨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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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나의 자유로운 의지와 명료한 정신으로 삶으로부터 이별하기 전에, 나의 마지막 의무를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나와 나의 창작 활동에 이렇게 훌륭하고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 준 아름다운 나라, 브라질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나는 매일 이 나라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언어의 세계가 몰락했고 나의 정신적 고향인 유럽이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걸은 이후, 나의 삶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데 이 나라 이외에 다른 곳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60년이 넘는 삶을 살다보니 다시 한 번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정신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고향을 잃고 떠돌다보니 나의 정신력은 완전히 소진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적절한 때에 그리고 당당한 자세로 삶을 마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나의 삶에서 정신적인 활동은 언제나 가장 순수한 기쁨이었으며 개인의 자유야말로 이 땅에서 가장 고귀한 재산이었습니다.

나의 모든 친구들에게 인사를 전합니다. 바라건대 그대들은 이 긴 밤이 지나면 떠오를 아침노을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너무 성급한 이 사람은 여러분보다 먼저 떠납니다.

슈테판 츠바이크

페트로폴리스, 브라질 1942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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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럼, 소설 <감정의 혼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꾸나. 롤란트란 노학자가 가족들에도 숨기고 있던, 오늘날 자신의 위치에 오게 하는데 큰 영향을 준 젊은 시절의 한 교수와 인연을 이야기해주는 그런 소설이란다.

롤란트가 19살일 때 베를린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 나이 때 대부분 그렇듯이 롤란트도 방탕하고 게으른 생활을 하고 학업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어. 어느 날, 자취방으로 들이닥친 아버지. 아버지는 화를 참고, 롤란트에게 독일 중부 지방의 다른 학교를 추천해 주었어. 롤란트는 베를린에 미련이 없어서 그러겠다고 하고 독일 중부 지방의 작은 대학으로 전학을 갔단다. 도착해서 처음 우연히 들은 영문학 수업. 어떤 교수의 열정 넘치는 셰익스피어 강의에 롤란트는 영혼이 빨려 드는 듯했어. 그야말로 감동을 제대로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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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5)

우리는 언제나 모든 현상, 모든 인간을 그 불꽃의 형태로만, 정열을 통해서만 인식할 뿐입니다. 모든 정신은 피 속에서 끓어오르고, 모든 사상은 정열에서, 모든 정열은 영적인 감동에서 솟아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셰익스피어와 그 시대 사람들에게 먼저 눈길을 돌려야 합니다. 여러분들을 진실로 젊게 만들어 줄 셰익스피어를 말입니다! 먼저 감동하고, 그 다음에 공부하시오! 언어를 공부하기 전에 먼저, 가장 찬란한 세계의 교과서인 그 사람, 그 고귀한 그 사람, 최고의 인물인 셰익스피어에 대해 연구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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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그 교수님을 찾아갔단다. 그 교수님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되어 그냥 교수님이라고 할게. 롤란트 교수님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하였고, 그런 롤란트를 잘 본 교수님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주택의 하숙집까지 소개해 주었어. 그렇게 롤란트와 교수님은 인연이 시작되었단다. 첫 인상에 감동을 준 교수님이었지만, 그 교수님은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어. 음성학 강의를 할 때는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수업을 하셔서 같은 사람인가 싶다가도 다시 영문학 강의를 하게 되면 그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셨단다. 그리고 다른 교수님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고 주로 혼자 공부를 했어. 아름답고 젊은 아내가 있었지만, 아내와 사이도 좋아 보이지는 않았어. 괴짜다운 모습도 보였는데, 기분의 기복이 엄청 심했고, 어느 날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한참 후에 나타나기도 했어.

롤란트는 교수님과 만난 이후에는 저녁 6시마다 매일 같이 교수와 만나 공부를 하고 토론을 했단다. 2주 동안 주말도 없이 쉬지 않고 공부를 하고 나서 교수님의 제안으로 하루 쉬기로 했어. 롤란트는 주변에 호수인가 강가인지 수영하러 갔다가 한 아름다운 여인을 보게 되어 수작을 부렸는데, 알고 보니 교수님의 아내분이어서 무척 당황하고 창피하고 이젠 교수님을 어떻게 보나, 이런 생각을 했단다. 그런데 교수님의 아내분은 교수님한테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오히려 그 만남 이후 롤란트가 힘든 일이 있으면 위로해 주고 보살펴 주시고 했단다.


2.

교수님은 글이 안 써질 때는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분의 기복이 장난 아니었거든. 그럴 때 롤란트가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해 주었는데, 그게 마음에 들었나봐. 다시 글이 잘 써지게 되었어. 그래서 글쓰기 작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단다. 하지만, 교수님의 기분이 좋았나 나빴다 하다 보니, 롤란트는 힘들어했어. 교수님의 아내분은 그런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했고, 롤란트를 공감해주면서 위로해 주었단다.

그러던 어느날 교수님이 또 연락도 없이 사라졌단다. 한 번 사라지면 언제 돌아올지도 몰랐어. 기분 전환이라도 한다면 롤란트는 교수님의 아내분과 소풍을 갔어. 수영도 즐기고그런데 결국 롤란트와 교수님의 아내분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단다. 순간의 분위기와 감정에 이끌린 행동이었지만, 그 이후 롤란트는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그 집을 떠나려고 했단다. 그런데 그때 교수님이 예고도 없이 돌아왔어. 이를 어쩌나. 안 계실 때 몰래 떠나려고 했는데교수님은 떠나려는 롤란트를 잡고, 떠나더라도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라며 저녁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단다.

그리고 그날 저녁, 교수님은 자신의 아내와 썸씽이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 챘어. 하지만 상관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어. 그러면서 자신도 롤란트를 사랑한다는 폭탄발언을 했단다. 교수님은 동성애자였던 거야동성애자라고 하면 오늘날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옛날에는 얼마나 심했겠니.. 자신은 그런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그런 감정을 숨기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교수님은 홀란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었어. 그 교수님은 어렸을 때부터 이중생활을 했어. 낮에는 평범한 학자로 살았고, 밤에는 어둠 진 클럽을 찾아 다니면서 욕구를 해결한 거야. 교수님이 되어서도 낮에는 학생들과 열정적인 수업을 하고, 밤에는 클럽에 가고그런데 그런 학생들 중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학생들이 있을 때는 참아내야 했어다행인지 불행인지 친척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했고, 그 결혼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데 좋은 장치였지.

그러던 어느날 롤란트가 자신을 찾아왔고, 교수님은 롤란트에게 푹 빠져 버린 것이란다. 곁에 있으면서 마음껏 사랑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했어. 그러니 그렇게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것이고, 그 괴로움을 잊고자 가끔씩 집을 떠나기도 한 것이었어. 이 모든 것을 롤란트에게 이야기했단다. 롤란트는 이 이야기를 모두 듣고, 매몰차게 내칠 수만은 없었던 것 같아. 그때 휘몰아치는 감정의 혼란을 롤란트도 느꼈을 테고교수님이 원하는 작별 키스를 해주었단다. 그 순간에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

그 때 헤어진 이후로 교수님과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어. 하지만 당시 교수님과 만남은 자신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교수님의 학자로서의 열정은 자신의 삶의 등대가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지.. 롤란트는 평범한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아왔지만, 젊은 날 한때 자신을 사랑했던 교수님과 추억이 늘 한 켠에 자리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나의 학생들과 동료 교수님들, 여러분께서 내게 호의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책의 끝 문장: 그를 알기 전의 내 부모님과 그를 알고 난 후의 내 아내와 아이들, 그 누구에 대해서도 그보다 더 고마워하지도, 더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 도시와 충동적 젊은이였던 나, 이 두 존재, 즉 우리는 흡사 불안과 초초함의 동력 발전기처럼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때처럼 그렇게 베를린을 이해하고 사랑한 적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 도시는 높이 웅비하면서도 따사롭기 그지없는, 인간을 위한 달콤한 안식처와 같아서 내 몸 속에 있는 모든 세포가 갑작스럽게 확장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초조한 청춘들의 강렬함은 뜨겁고 풍만한 여인의 떨리는 품속과도 같은 베를린, 힘이 솟구쳐 오르는 이 도시 속에서 비로소 격렬하게 터져 나왔습니다. - P23

조용히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들어온 그는 그저 지치고 나이든 남자일 뿐이었습니다. 반짝반짝 비치던 눈의 초점은 사라지고, 맨 첫 줄 의자에 앉아 있던 내 눈에 비친 그는 푹 패인 주름살과 얼굴에 퍼진 상처들로 거의 환자처럼 생기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상처 자국이 있는 그의 얼굴은 움푹 파였고, 푸르스름한 그늘이 늘어진 회색 뺨에 흘러내리는 듯 했습니다. 책을 읽어 내려가던 그의 눈 위로 눈꺼풀 그림자가 드리웠으며, 창백하고 얇은 입술에서도 청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청아함, 저절로 환호성을 지르게 만든 넘치는 활력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낯설게 느껴지는 목소리는 흡사 재미없는 문법 강의처럼 단조로웠고, 피로에 지친 발걸음으로 바짝 말라 딱딱해진 모래를 지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불안이 엄습했습니다. - P55

고귀한 남성의 우울은 늘 젊은이의 정신을 강하게 붙드는 법입니다. 자신의 심연 아래를 응시하는 미켈란젤로의 사상과 처절하게 내면을 향해 꾹 다문 베토벤의 입, 이렇듯 세계 고뇌를 가린 비극적인 가면들은 모차르트의 은빛 멜로디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물 주위에 밝게 퍼지는 빛보다 더 강력하게 청년을 감동시킵니다. 사실, 청춘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 아름다움을 꾸밀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청춘의 힘은 활력이 지나치게 넘쳐흘러서 비극적인 것으로 치닫기도 하고,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피를 달콤하게 흠뻑 빨아들이기까지 합니다. 또, 그런 이유로 정신적 고뇌 속에서도 청춘은 위험을 받아들이고 형제 같은 마음으로 내민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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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8 1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드디어 이 책 읽으셨군요. 곧 <초조한 마음>도 읽으시겠네요. 다른 분들하고 다르게 저는 초조한 마음 보다는 이책 <감정의 혼란>이 더 좋더라구요^^

북홀릭님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책도 많이 읽으세요 😄

bookholic 2021-09-18 18:59   좋아요 3 | URL
초조한 마음은 제가 좀 초조해지면 읽어보겠습니다~~^^
새파랑 님도 책과 미소와 음식과 여유와 음악이 함께하는 한가위 되시길...

mini74 2021-09-18 10: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교수와 교수아내 등 감정이입돼서 무지 함들게 읽은 기억이 ㅠㅠ 참 좋지요 *^^*

bookholic 2021-09-18 19:00   좋아요 3 | URL
저는 주로 주인공의 감정이입을 하는데요.. 롤란트 입장도 계속 불편했어요.^^

청아 2021-09-18 1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차대전으로 유럽이 무너지자 충격때문에 우울증이 심하게 왔었나봐요. 전쟁이 끝난걸 봤으면 좋았을텐데..츠바이크의 아버지도 유대인이셨다고 하고요. 츠바이크는 1.2차대전을 다 겪으며 이곳저곳 망명하다가 독일이 승승장구하던 때에 유럽 상황을 절망적으로 본 듯 합니다.
다시는 고향땅을 밟지 못할거라 생각했을것도 같고요.ㅠㅇㅠ

bookholic 2021-09-18 19:01   좋아요 2 | URL
아, 그랬군요... 아무튼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없어져야 할 1순위입니다..
2순위는 코로나...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