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곡하와이에 다녀왔다.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1박 2일로. 아내와 혜림씨와 함께.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였다.) 다닌던 시절에 부곡하와이가 처음 생긴것 같다. 당시로는 한강 이남에서 최대의 놀이시설이었다는 기억이다. 엄청나게 크고 놀랍도록 재미있는 곳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때는 뭐 인터넷이니 이런게 없어서 다녀온 친구들의 전언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했는데, 그 전언이란 것이 부풀려지기 마련이고, 다녀오지도 않고 어디서 주워듣기만 한 어린 호사가 놈들이 더 떠들고 다녀 부곡하와이는 무슨 천상의 낙원 비슷한 곳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그 시절 부곡하와이를 다녀온 친구들은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진짜 미쿡땅 하와이에 갔다 온 것보다 한 천배 정도는 더 큰 부러움을 샀던 것이다. 소생한테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흔줄 훌쩍 넘어 돌이켜본 유년의 기억은 어쨌든 그렇다. 결국 나는 부곡하외이에 한 번 다녀오지 못하고 유년을 마쳤다. 쓸쓸하게.

 

 

하지만 그때는 유원지라는 곳도 있었다.(요즘 말로 테마파크다) 비록 부곡하와이보다는 급이 떨어지지만. 당시 대구에는 동촌유원지, 수성유원지, 화원유원지 등이 있었고, 수문장 거인아저씨로 유명한 동물원인 달성공원도 있었다. 유원지라는 곳에는 화려한 가짜 말들과 마차가 오르락 내리락하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와 관람차라고 하나 거대한 자전거 바퀴살 모양의 놀이기구는 꼭 있었다.

 

 

회전목마하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히사이이 조의 음악 <인생의 회전목마>가 떠오른다. 흥겹지만 어딘가 애잔하고 쓸쓸한 그 곡조. 요즘의 최신식 테마파크에는 관람차는 거의 없다. 어릴 때는 저런 걸 누가 타나 생각했는데 나이가 드니 왠지 한 번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천천히 느릿느릿 돌아가는 관람차. 조금만 통속에 가만히 앉아 주위를 둘러보고 싶다. 삼십여년 전의 유원지는 지금도 유원지로 그대로 남아있다. 약간은 퇴락한 느낌과 함께. 관람차는 없어졌지만 회전목마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강정도 유원지지만 놀이시설은 없다. 옛날부터 없었다. 물가여서 물놀이 할 수 있는 곳과 식당이 있을 뿐. 메기매운탕으로 유명하다. 강정엔 왠 쟁반 우주선 비슷한 건물도 있다. 낙동강 복합문화관인 디아크다. 한국건축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장정일 - 강정 간다.

 

 

알고 보면 사람들은 모두 강정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나같이 환한 얼굴 빛내며 꼭 내가 물어보면

금방 대답이라도 해줄 듯 자신 있는 표정으로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아침, 내가 아는 사람들은

총총히 떠나간다, 울적한 직할시 변두리와 숨막힌

슬레이트 지붕 아래 찌그러진 생활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제비처럼 잘 우는 어린 딸 손잡고 늙은 가장은 3번 버스를 탄다

무얼 하는 곳일까? 세상의 숱한 유원지라는 곳은

행여 그런 땅에 우리가 찾는 희망의 새가 찔끔찔끔 파란

페인트를 마시며 홀로 비틀거리고 있는지, 아니면

순은의 뱀무리로 모여 지난 겨울에 잃었던 사랑이

잔뜩 고개 쳐들고 있을까?

나는 기다린다. 짜증이 곰팡이 피는 오후 한때를

그리하여 잉어 비늘 같은 노을로 가득 쳐진 어깨를 지고

장석 덜그럭거리는 대문 앞에 돌아와 주름진 바짓단에 묻은

몇 점 모래 털어놓으며, 그저 그런 곳이더군 강정이란 데는

그렇게 가봤자 별수없었다는 실망의 말을 나는 듣고 싶었고

경박한 입술들이 나의 선견지명 칭찬해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강정 깊은 물에 돌팔매하자고 떠났거나

여름날 그곳 모래치마에 누워 하루를 즐기고 오겠다던 사람들은

안오는 걸까, 안오는 걸까, 기다림으로 녹슬며 내가 불안한 커텐

젖힐 때, 창가의 은행이 날마다 더 큰 가을우산을 만들어 쓰고

너무 행복하여 출발점을 잊어버린 게 아닐까

강정 떠난 사람처럼 편지 한 장 없다는 말이

새롭게 지구 한 모퉁이를 풍미하기 시작하고

한 솥밥을 지으신 채 오늘은 어머니가, 얘야 우리도

강정 가자꾸나. 그래도 나의 고집은 심드렁히,

좀더 기다렸다 외삼촌이 돌아오는 걸 보고서, 라고 우겼지만

속으로는 강정 가고 싶어 안달이 난 지경

형과 함께 우리 세 식구 제각기 생각으로 김밥의 속을 싸고

골목 나설 때, 집사람 먼저 보내고 자신은 가게

정리나 하고 천천히 따라가겠다는 구멍가게 김씨가

짐작이나 한다는 듯이 푸근한 목소리로

오늘 강정 가시나보지요. 그래서 나는 즐겁게 대답하지만

방문 걸고 대문 나설 때부터 따라온 조그만 의혹이

아무래도 버스 정류소까지 따라올 것 같아 두렵다.

분명 언제부터인가 나도 강정 가는 길을 익히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한밤에도 두 눈 뜨고 찾아가는 그 땅에 가면 뭘하나

고산족이 태양에게 경배를 바치듯 강둔덕 따라 늘어선

미루나무 높은 까치집이나 쳐다보며 하품하듯 내가

수천번 경탄 허락하고 나서 이제 돌아나갈까 또 어쩔까

서성이며, 어느새 세월의 두터운 금침 내려와

세상 사람들이 나의 이름을 망각 속에 가두어놓고

그제서야 메마른 모래를 양식으로 힘을 기르며

다시 강정의 문 열고 그리운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우리는 이렇게 끈끈한 강바람으로 소리쳐 울어야 하겠지

어쨌거나 지금은 행복한 얼굴로 사람들이 모두 강정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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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2-0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부곡하와이, 캐러비안 베이도 못갔, 다 컸으니 안갔다고 해야 맞을려나...아직 유년이 안 끝난 건지도요. 유년보다 유배가 더 긴 것도 같고...

붉은돼지 2015-02-01 13:25   좋아요 0 | URL
저도 캐러비안 못가봤어요
사실 테마파크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뭐 딸 때문에 가는거죠...
이제 그만 유배를 풀고 유람도 다니시는게...

AgalmA 2015-02-0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람! 그런 멋진 단어를 저는 방황으로만 여기며 다녔다는 자책을(털썩)
암튼 꾸민 게 역력한 테마파크는 저또한 정말 가짜라도 동조하기가 힘듭니다; 아이들 키우시는 분들 고생이 많으세요...요즘은 시시때때로 부모동반 학습체험에 검사도장도 받고 그러던데.

붉은돼지 2015-02-01 15:33   좋아요 1 | URL
혜림씨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는데 앞으로 걱정이에요
제가 저질 체력이어서 ㅎㅎ

icaru 2015-02-01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 김현은 장정일을 대구소년이라 부르셨다더니.. 이런 지방색의 시가 시집 햄버거~ 에 담겨 있었,
저 국민학교 시절에도 ..가보진 못했지만 부곡하와이 광고 보며.. 대체 어느 도에 붙어 있는걸까 의문을 가지긴 했었다는요~~

붉은돼지 2015-02-01 15:37   좋아요 1 | URL
중졸에 소년원 출신 장정일 청년시절에는 저런 빛나는 시도 썼는데....요즘은 일기만 쓰는지...

부곡하와이는 경남 창녕에 있어요
대구에서 1시간 안걸려요

cyrus 2015-02-01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대구에서 사셨군요. 동촌유원지, 달성공원을 알라딘 서재에서 보게 될 줄이야.. ㅎㅎㅎ 어렸을 때 달성공원은 추억의 동물원이었는데 지금은 새벽시장 열릴 때 갑니다. 부곡하와이도 유치원생 때 딱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어떻게 놀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

붉은돼지 2015-02-01 20:06   좋아요 1 | URL
지금도 여전히 대구에 살고 있습니다. 달성공원 새벽시장은 금시초문입니다. ^^;;

cyrus 2015-02-01 20:09   좋아요 1 | URL
평일, 주말 새벽 5시부터 달성공원 정문 주변 도로에 시장이 생겨요. 평일에는 8시까지, 주말에 더 오래 합니다. 새벽에 운동 삼아 부모님과 같이 가서 채소를 사오기도 합니다.

붉은돼지 2015-02-01 20:17   좋아요 1 | URL
대구에 사시는군요...반갑습니다.오호 달성공원에 그런게 생겼군요. 주말 새벽5시에서 8시까지는 숙면시간 ^^;;

cyrus 2015-02-01 20:19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가는 겁니다. ㅎㅎㅎ

yamoo 2015-02-02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부곡하와이...저도 어릴 적 같다 왔지요. 그 부곡 하와이...경기도에 있는 곳을 갔었더라죠..ㅋㅋ

붉은돼지 2015-02-02 18:12   좋아요 1 | URL
다들 어릴 때 다녀오셨군요...저는 불혹지나 겨우 ㅜㅜ... 뭐 마음의 상처 같은 거는 없습니다. ㅎ 경기도에도 부곡하와이가 있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세계여행을 일생의 꿈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 풍광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인간들이 만든 놀랍고 경이로운 건축물들을 감상하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음식물의 독특한 풍미를 맛보고, 장정일의 싯구처럼 ‘출근에 가위 눌리지 않는 단잠의 베개‘를 벨 수 있는.... 아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나 세계여행을 꿈꾸고 동경한다. 반드시 일상이 힘들고 어려워서 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란 종자는 어쩌면 항상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함성호 시의 한대목 “...사내의 발바닥에도 몇 천분의 일 지도 같은 미세한 길들이 사방으로 팔방으로 나 있었다 필시, 객사의 운명이려니...” 처럼 뭐 객사의 운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의 핏속에는 역마살의 유전인자가 면면히 흐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장강처럼 도도하게 넘실넘실~ 출렁출렁~ 하고 있는지도.

 

 

꿈을 가꾸고 키우기 위해서 혹은 들썩이는 엉덩이를 잠시라도 주저 앉히기 위해서 우리는 여행관련 책들을 본다. 책을 읽으면서 잠시 숨을 고른다. 여행 도서를 읽다보면 반드시 필요하게 되는 것이 지도다. 바람의 딸 한비야는 어릴 때부터 세계지도를 거실 벽면에 붙여두고 꿈을 키웠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한비야는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을 출간했고, 이 책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소생도 꿈을 예쁘게 가꾸기 위해 세계지도책을 한 권 구입했다. 집에 있는 사회과부도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항상 느꼇던 터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 지도책 <WORLD ATLAS FOR TOURIST>다. 미리보기 서비스가 안되어 있어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마침 중고가 있어서 일단 싼 맛에 구입했다. 결과는 실망이다. 국가별 혹은 지역별 상세지도도 사회과부도와 별 다를 바가 없다. 세계 30대 도시의 지도는 소생에게는 별 소용이 없다. 또 이 지도책은 지명이 주요 관광지만 한글로 표시되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영어로 빽빽하게 표기되어 있어 보고 있자면 눈알이 피곤하다. 오히려 사회과부도가 낫다. 사회과부도의 지명은 모두 한글로 되어 있다. 역시 지도같은 물건은 오프서점에 친히 왕림해서 확인하고 사야한다. 오늘의 교훈이다. 깊이 새겨야겠다.

 

 

세계여행외에 혹은 세계여행과 다소 연계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직장인들의 또 다른 소망은 개인 창업이다.(창업하기 전에 세계여행을 한 번 다녀와야 한다.) 청년창업, 노년창업 통털어 가장 선호하는 창업 아이템 1위는 바로 커피전문점이다. 눈치빠른 독자들은 짐작하셨으리라. 사실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고(물론 바리스타 자격증 정도는 있어야 한다.),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과중한 노동을 요구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말하자면 큰 고생하지 않고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얼마전 신문을 보니 커피전문점의 40%가 창업 3년이내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렇거나 말거나 그건 남의 이야기고 내가 하면 다르다. 폐업한 40%도 다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소생도 꿈을 꾼다. 과감하게 명퇴를 하고 펜션이나 북카페, 여행전문 서점을 할까 하는 멋진 장미빛 꿈을 꾼다. 매일. 마누라가 역시 콧방귀를 뀌어 주신다. “쓸데없는 소리 되우도 하고 자빠졌네...흥흥흥” 이루어진 꿈은 이미 꿈이 아니고 꿈은 꿈으로 있어야 꿈이런가. 무슨 소린지..

 

 

 

 

<AB-ROAD, 2015.1월호>를 보니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대목이 있다. <런던의 재미있는 여행 서점>코너다. 발췌해서 옮겨 본다.

 

 

<세상의 모든 지도 – 스탠퍼드 서점>

스탠퍼드 서점은 ‘Explore discover inspire!(여행은 영감을 준다!)’ 슬로건에 충실한 서점이다. 3개 층에 고지도와 현대 지도, 등산 지도, 교육용 지도, 액자용 맞춤 지도 등 세계의 모든 지도가 모여 있다. 필요한 지역을 지정하면 즉석에서 대형 프린터로 지도를 출력해주기도 한다. 통통 튀는 디자인과 다양한 사이즈의 지구본 섹션도 눈여겨볼 만하다. 바닥엔 커다란 지도가 깔려 있어 서점의 콘셉트와 잘 어우러진다. 1853년, 에드워드 스탠퍼드가 여행 전문 서점으로 오픈했는데 세계 최대의 지도 유통업체로 더 유명해졌다. 런던 코벤트가든과 레스터스퀘어 지하철역에서 2분 거리에 있다. 남극탐험가인 스콧이 단골 고객이었다.

 

 

<런더너들이 가장 사랑한 여행서점 – 던트 서점>

많은 책을 진열할 수 있는 현대식 인테리어를 과감히 포기하고 20세기 초반에 유행했던 에드워디안 양식으로 꾸몄다. 하늘이 보이는 높은 천장과 나무 향이 날 것 같은 적갈색 오크 책장이 특징이다. 2층에서 내려다보는 서가는 웅장하고 아름답다. 영국 최고의 디자이너 윌리엄 모리스의 벽지까지 더해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하층과 1층은 나라별로 분류된 신간 여행 서적을, 2층에서는 중고책도 만날 수 있다. 1990년에 문을 연 던트 서점의 이름은 조금 더 길었다. 바로 ‘여행자를 위한 던트 서점’. 지금은 ‘던트 서점’이란 단출한 이름으로 불린다. 셜록 홈스 거리로 유명한 베이커스트리트 근처에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곳이 있다. 서울 대학로의 여행전문서점 겸 북카페 “북트래블러”. 반도의 궁벽한 변두리에 거주하는 눈 어두운 서생에게 한양 구경은 쉽지 않다.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보고 싶다. 

 

* 장정일의 시는 <햄버거에 대한 명상> 중에서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 함성호의 시는 <성 타즈마할> 중에서 “카필라바스투의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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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1-29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어머니 또래이신 분을 해외에서 뵌 적 있는데 한비야씨 책 보고 꿈을 키웠고 하나하나 실행중이시라고... 한국와서 그 댁 놀러갔다가 산더미같은 여행사진들과 마음 따뜻함에 정말 존경심이...나도 나이들어 저렇게 살아야지 했는데 음, 노력을 한참해야 할 듯;
지인이 드립집을 냈는데 딱해서...이후 사연은 생략합니다.

붉은돼지 2015-01-29 19:33   좋아요 0 | URL
나이 들어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돌아다니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그럴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ㅎㅎ 지인분의 건승을 빕니다...역시 만만치 않은 모양이죠..

붉은돼지 2015-01-29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헝가리에 추억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알라딘에는 잡지 과월호는 취급하지 않는 모양이에요....ㅜㅜ
얼마전부터 여행잡지 하나 구독하려고 장고 숙고 중인데 쉽게 결정을 못내리고 있습니다. 어라운드, 시리얼, 에이비로드 중에서요....
 

매년 새해 벽두에 지난 한해의 한국소설을 결산한다는 대단한 심정으로 읽었던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도 언제부터인가 대상수상작과 대상 수상자의 나의 문학적 자서전 부분만 읽고 나머지는 그냥 훌쩍 건너뛰게 되었다. 결산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책장에 꽂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주욱 훑어 보니 아마도 신경숙 이후부터는 거의 한국소설을 읽지 않았던 것 같다. 김훈, 천명관, 박민규, 김연수 정도가 예외라면 예외다. 이상문학상 작품집도 사실 <나의 문학적 자서전> 부분을 더 흥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소설가 개인의 삶이 소설가 자신이 쓴 소설보다 더 소설적이어서가 아니고, 기라성 같은 분들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때문일 것이다.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가들의 빛나는 면면을 가만히 우러러 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황석영은 왜 없지? 43년생인 황석영이 약관 19세에 등단했으니, 이상문학상이 본 궤도에 올랐을 그 즈음에 황석영은 벌써 대가의 반열에 정좌하고 있어 말하자면 격에 맞지 않아 수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문학사상사와 별로 인연이 없어 그런 것인지...궁금한 생각이 든다.

 

 

당대의 천재 소년문사로 이름을 드날리던 최인호는 45년생으로 황석영보다 두 살 아래지만 고등학교 2학년때인 18세에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1982년 제6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깊고 푸른밤이라고. 영화도 있다. 장미희와 안성기가 나오는.

 

48년생인 이문열은 나이 서른이 다 되어 지방일간지에 그것도 당선도 아닌 입선으로 등단하게 되는데, 이문열은 등단한지 얼마 안되어 어떤 문인 모임에 참석하여 말석에 겨우 끼여앉아 상석에 앉은 황석영이 그 대단한 구라로 모임을 좌지우지 하던 일을 선망과 질시가 뒤썩인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고 회고하고 있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이문열은 1987년 11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건 그렇고, 김숨의 작품은 처음이다. 부끄럽다. 본명이 ‘숨’인지 궁금하다. ‘숨’이라니 뭐랄까 약간 원초적 아니 원천적이랄까? 생명적이랄까? 뭐 하여튼 읽는 순간 헉! 하고 숨이 막히든지 후! 하고 깊은 심호흡을 한번쯤 해줘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이름이다. 이게 무슨 소린지. 소설 ‘뿌리를 찾아서’는 최일남 선생을 비롯 여러 심사위원님들께서 매우 훌륭하다고 평을 해 놓아서 소생이 뭐라 한 마디 거들 여지가 없다. 물론 능력도 안목도 없다. 뭔가 무겁고 진지하고 심각한 느낌. 소설적으로 잘 된 작품이라는 생각.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생이 즐겨 읽는 <문학적 자서전> 부분으로, 그래도 명색이 자서전인데 개인적인 이야기도 조금 해줘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녀시절 어떻게 문학적 열정을 불태웠는지, 꽃다운 청춘이었을 때 연애는 어땠는지, 결혼은 했는지, 뭐 그런거. 맛보기라도 조금. 울산, 추부, 대전, 서울에 살았다는 거, 대전에서는 부모님이 구멍가게를 했다는 거, 그거 밖에 없는 거 같다. 실망이다. ‘숨’이라는 이름이 본명인지 필명인지 개명했는지 정도는 알려줘도 좋을 것 같은데, 물어볼 수도 없고. 이렇게 써 놓고 문득 생각나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본명은 김수진이라고 한다. 참. 난 왜 이리 멍청한지.

 

 

덧붙여. 본 작품집 표지에 대하여 다소 불만이 있는 분들이 계시는데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다. 뭐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틀리고 취향이 다르니 뭐라 할 수 없다. 다만 소생 개인적인 소견은 표지의 작가 얼굴사진 보다는 10쪽에 나오는 작가의 얼굴사진이 훨 좋은 것 같다. 뭐가 더 좋으냐고 누가 꼬치꼬치 따져 묻는다면 소생 대답은 “음....그건, 사실 저도 잘 몰라요.” 참 바보같은 대답이죠.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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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하(요즘은 ‘목하’니 ‘각설’이니 이런 말을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어쨋든) 고민중이다. 여행이나 책과 관련하여 잡지를 한권 구독하고 싶은데 역시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

 

 

우선 여행,

 

 

여행관련 잡지가 수다하게 나와있다. 일단 오프 서점에 친히 왕림하여 그들의 면면을 일일이 꼼꼼하게 점검한 후에 간택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나 소생 게을러서 옆구리가 다 터진 관계로 방구석에 앉아 일단 <시리얼 vol. 8>과 <AB-ROAD 2015.1월> 2권을 주문해서 간을 봤다.

 

 

<시리얼>은 여행, 음식,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매거진이다. 일상을 탐닉하고 세상을 유랑하는 이들을 위한 영국에서 온 감성 매거진이라는 소개다. 비쥬얼적으로 폼은 좀 나는데 내용이 소략적인 것 같고 따라서 내용대비 가격이 조금 높다는 생각이 든다. 15,00원이다. 여백이 많아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이지만 글씨가 작아 눈알이 아프다. <AB-ROAD>는 가격이 매력적이다. 5,000원. 살펴보니 내용도 나름 꼼꼼하고 알찬 것 같다. 사진도 괜찮다. 다만 시리얼에 비해서 면면이 꽉차서 다소 복잡하고 어지럽다. 여행 가이드 책자 같은 느낌이다.

 

 

다음은 책,

 

 

<책 Chaeg>은 생후 3개월이다. 제목이 ‘Book’도 아니고 ‘Chaeg’이라니 조금 이상하다. 알라딘에 소개된 것을 보면 내용은 없고 표지만 올라와 있다. 표지 디자인이 좀 거시기 한 것이 약간 오묘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땡기는 비쥬얼은 아니다. 그래도 무언가 오묘하게 끌리는 점이 있어 일단 구입해 봤다. 결론적으로 꽤 마음에 든다. 미리보기 서비스가 제공되면 판매에 다소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용은 출판가 소식, 명사들의 책이야기, 작가 인터뷰, 세계의 도서관, 신간안내 등으로 뭐 특별할 것은 없다. 눈에 띄는 것은 <JUDGE A BOOK BY IT'S COVER>코너인데, 여자 모델과 책이 함께 등장하는 화보다. 구독료는 1년에 10권 80,000원이다. 1~2월, 7~8월은 합권이라고 한다.

 

 

<THANKS BOOK>은 독서운동가, 사서, 문화예술가들이 지혜를 모아 시민들이 ‘책과의 하루’를 회복시키위해 만들었다고 안내되어 있다. 판매수익 전액을 사회사업에 사용하고 가격이 3,500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내용이 알차다고 한다. ANDANTE님이 적극 추천. 표지도 이쁘다. <비블리아>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책을 선택하는 방법과 책을 통하여 지식의 숲을 여행하도록 안내하겠다고 소개되어 있다. 2015.1월 창간인데, 가격은 10,000원, 해피북님이나 야나님의 의견은 유보적이다.

 

 

생각같아서는 모두 다 정기구독 신청해서 책장에 좌아~아악 꽂아 놓고 싶지만 어디 세상살이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고, 어찌해야 하나, 생각중이다.

 

 

<Chaeg,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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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01-2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이라고도, 책이라고도하기 애매하기는 하지만, 한국의 킨포크라고 생각하는 강추 잡지는 `어라운드`입니다. 우리 이야기라 킨포크보다 알차지요.

하이드 2015-01-24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잡지는 저도 눈여겨보던건데, 소개가 없어 손이 안가더라구요. 재미있어 보이네요. 찜해봅니다.

붉은돼지 2015-01-25 08:49   좋아요 1 | URL
어라운드 괜찮은 것 같아 일단 어라운드하고 책
두 잡지를 몇달 정도 사 보려고 합니다.

cyrus 2015-01-2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저도 Chaeg 정기구독은 일단 유보하지만, 잡지가 폐간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붉은돼지 2015-01-25 17: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부디 오래오래 장수하시길 바랍니다 ㅎ

수이 2015-02-0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북_은 완벽한 감동을 안겨줬어요. 그리고 책_ 궁금해서 주문했습니다. 붉은돼지님 기획회의도 읽으세요?

붉은돼지 2015-02-01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벽한 감동이라니 월욜 출근하면 주문해야겠어요. 기획회의는 초문입니다.^^;;
 

내 삶 속의 알라딘

 

<머거컵>

한 종류 정도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4종 6개의 컵이다. 사은품 중에서 활용도로 치자면 단연 최고다. 인간이란 항상 뭐라도 마셔야 하니까. 개인적으로는 아래 줄 왼쪽에서 세번째 모델이 가장 마음에 든다.

 

<냄비받침>

가장 마음에 드는 두 개를 장만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과 <변신이야기>. 한글 제목이 없었으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식탁이 대리석 재질이어서 별 쓰임이 없지만 그래도 가끔 혼자 라면을 끓여먹을 때 냄비 받침으로 쓴다. 평소에는 주방 한 구석에서 작은 그림 액자처럼 서있다.

 

<책베개>

누가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다. 어린 딸 혜림씨의 유용하고 중요한 놀이도구 중 하나다. 주로 소파 등받이용으로 쓰이고 있지만 본분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다. 거실 바닥에서 낮잠잘 때 혹은 소파에 누워 TV를 볼 때 내 무거운 머리를 폭신하게 받쳐준다.

 

<독서담요>

보는 순간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있을 때는 항상 큰 수건을 질질 끌고 다니거나 아니면 몸에 친친 감고 다니는 혜림씨에게 주는 선물로 구입했다. 보기보다 품질이 괜찮다. 유사시에는 화투 깔판으로 사용 가능하시겠다.

 

<마우스패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마우스패드. 마음에 든다. 4개 정도 깔아주면 때깔난다. 혜림씨가 주어뜯어서 귀퉁이가 조금 손상되었다. 안타깝다. 제인오스틴씨, 헤르만헤세씨, 피츠제럴드씨 같은 분들의 면면을 마우스로 문지르고 다니는 것이 조금 민망스럽고 황송하지만 어쩔수 없다. 어쨌든 마우스패드니까.

 

<북앤드>

침대옆 협탁에 쌓여 있는 책을 좀 정리해 볼 목적으로 장만했다. 그런데 북앤드 사이에 한 번 끼인 책은 근 1년이 지나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책위로 먼지가 쌓였고 때가 탓다.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가 잠이 오시면 보던 책은 그냥 협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아둔다. 좁은 협탁 위에 이런저런 책이 어지럽게 싸여간다. 북앤드가 제구실을 못하지만 북앤드의 잘못이 아니다. 게으른 주인 탓이다. 셜록홈즈 북앤드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 갔지?

 

<노트>

민음사, 문학동네, 열린책들 등에서 받은 노트는 수십권은 안되도 열댓권은 되겠다. 전부 우리 혜림씨가 사용했고 또 사용할 계획이다. 그림 그리고 한글 공부하는데 소용되었고 또 소용될 것이다. 노트가 오면 혜림씨는 자기 달라고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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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1-2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림씨라는 말이 참 다정하게 들리네요. 잘 보고 갑니다.

붉은돼지 2015-01-20 21:47   좋아요 0 | URL
처음엔 장난으로 그랬는데 이젠 입에 붙은 것 같습니다. 더 정감이 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춤추는인생. 2015-01-20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전 붉은돼지님이 올려주신 김훈에 대한 리뷰를 보고 즐찾등록을 하게되었어요 .
그때는 혜림이가 태어나기 전이랍니다. ^^
한글공부도 한다니 많이 컸겠지요 ?


붉은돼지 2015-01-20 21:52   좋아요 0 | URL
혜림씨 올해 초등학교 들어갑니다 돌아보면 세월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요
조지클루니씨를 좋아하시는군요 ㅎ

고양이라디오 2015-01-2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 사은품 참 좋아합니다. 책 많이 구입하시나봐요ㅎ 사은품 부럽네요ㅠㅋㅋ

붉은돼지 2015-01-28 22:13   좋아요 0 | URL
알라딘 사은품에는 예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사은품에 눈이 멀어ㅋㅋ

고양이라디오 2015-01-2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사은품에 눈이 멀어 항상 5만원을 채우고 만다는ㅎ 아직 사서 못 보고 있는 책들도 많은데ㅠㅋ
사은품이 너무 이뻐요 정말ㅋ

붉은돼지 2015-01-28 22:18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열심히 모아 보아요 사은품 ㅎㅎ

물끄러미 2015-03-0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사은품을 받는군요 ㅎ

붉은돼지 2015-03-01 21: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알라딘 사은품에 예쁜 것들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