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 벽두에 지난 한해의 한국소설을 결산한다는 대단한 심정으로 읽었던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도 언제부터인가 대상수상작과 대상 수상자의 나의 문학적 자서전 부분만 읽고 나머지는 그냥 훌쩍 건너뛰게 되었다. 결산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책장에 꽂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주욱 훑어 보니 아마도 신경숙 이후부터는 거의 한국소설을 읽지 않았던 것 같다. 김훈, 천명관, 박민규, 김연수 정도가 예외라면 예외다. 이상문학상 작품집도 사실 <나의 문학적 자서전> 부분을 더 흥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소설가 개인의 삶이 소설가 자신이 쓴 소설보다 더 소설적이어서가 아니고, 기라성 같은 분들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때문일 것이다.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가들의 빛나는 면면을 가만히 우러러 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황석영은 왜 없지? 43년생인 황석영이 약관 19세에 등단했으니, 이상문학상이 본 궤도에 올랐을 그 즈음에 황석영은 벌써 대가의 반열에 정좌하고 있어 말하자면 격에 맞지 않아 수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문학사상사와 별로 인연이 없어 그런 것인지...궁금한 생각이 든다.

 

 

당대의 천재 소년문사로 이름을 드날리던 최인호는 45년생으로 황석영보다 두 살 아래지만 고등학교 2학년때인 18세에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1982년 제6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깊고 푸른밤이라고. 영화도 있다. 장미희와 안성기가 나오는.

 

48년생인 이문열은 나이 서른이 다 되어 지방일간지에 그것도 당선도 아닌 입선으로 등단하게 되는데, 이문열은 등단한지 얼마 안되어 어떤 문인 모임에 참석하여 말석에 겨우 끼여앉아 상석에 앉은 황석영이 그 대단한 구라로 모임을 좌지우지 하던 일을 선망과 질시가 뒤썩인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고 회고하고 있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이문열은 1987년 11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건 그렇고, 김숨의 작품은 처음이다. 부끄럽다. 본명이 ‘숨’인지 궁금하다. ‘숨’이라니 뭐랄까 약간 원초적 아니 원천적이랄까? 생명적이랄까? 뭐 하여튼 읽는 순간 헉! 하고 숨이 막히든지 후! 하고 깊은 심호흡을 한번쯤 해줘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이름이다. 이게 무슨 소린지. 소설 ‘뿌리를 찾아서’는 최일남 선생을 비롯 여러 심사위원님들께서 매우 훌륭하다고 평을 해 놓아서 소생이 뭐라 한 마디 거들 여지가 없다. 물론 능력도 안목도 없다. 뭔가 무겁고 진지하고 심각한 느낌. 소설적으로 잘 된 작품이라는 생각.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생이 즐겨 읽는 <문학적 자서전> 부분으로, 그래도 명색이 자서전인데 개인적인 이야기도 조금 해줘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녀시절 어떻게 문학적 열정을 불태웠는지, 꽃다운 청춘이었을 때 연애는 어땠는지, 결혼은 했는지, 뭐 그런거. 맛보기라도 조금. 울산, 추부, 대전, 서울에 살았다는 거, 대전에서는 부모님이 구멍가게를 했다는 거, 그거 밖에 없는 거 같다. 실망이다. ‘숨’이라는 이름이 본명인지 필명인지 개명했는지 정도는 알려줘도 좋을 것 같은데, 물어볼 수도 없고. 이렇게 써 놓고 문득 생각나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본명은 김수진이라고 한다. 참. 난 왜 이리 멍청한지.

 

 

덧붙여. 본 작품집 표지에 대하여 다소 불만이 있는 분들이 계시는데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다. 뭐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틀리고 취향이 다르니 뭐라 할 수 없다. 다만 소생 개인적인 소견은 표지의 작가 얼굴사진 보다는 10쪽에 나오는 작가의 얼굴사진이 훨 좋은 것 같다. 뭐가 더 좋으냐고 누가 꼬치꼬치 따져 묻는다면 소생 대답은 “음....그건, 사실 저도 잘 몰라요.” 참 바보같은 대답이죠.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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