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을 일생의 꿈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 풍광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인간들이 만든 놀랍고 경이로운 건축물들을 감상하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음식물의 독특한 풍미를 맛보고, 장정일의 싯구처럼 ‘출근에 가위 눌리지 않는 단잠의 베개‘를 벨 수 있는.... 아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나 세계여행을 꿈꾸고 동경한다. 반드시 일상이 힘들고 어려워서 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란 종자는 어쩌면 항상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함성호 시의 한대목 “...사내의 발바닥에도 몇 천분의 일 지도 같은 미세한 길들이 사방으로 팔방으로 나 있었다 필시, 객사의 운명이려니...” 처럼 뭐 객사의 운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의 핏속에는 역마살의 유전인자가 면면히 흐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장강처럼 도도하게 넘실넘실~ 출렁출렁~ 하고 있는지도.

 

 

꿈을 가꾸고 키우기 위해서 혹은 들썩이는 엉덩이를 잠시라도 주저 앉히기 위해서 우리는 여행관련 책들을 본다. 책을 읽으면서 잠시 숨을 고른다. 여행 도서를 읽다보면 반드시 필요하게 되는 것이 지도다. 바람의 딸 한비야는 어릴 때부터 세계지도를 거실 벽면에 붙여두고 꿈을 키웠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한비야는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을 출간했고, 이 책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소생도 꿈을 예쁘게 가꾸기 위해 세계지도책을 한 권 구입했다. 집에 있는 사회과부도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항상 느꼇던 터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 지도책 <WORLD ATLAS FOR TOURIST>다. 미리보기 서비스가 안되어 있어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마침 중고가 있어서 일단 싼 맛에 구입했다. 결과는 실망이다. 국가별 혹은 지역별 상세지도도 사회과부도와 별 다를 바가 없다. 세계 30대 도시의 지도는 소생에게는 별 소용이 없다. 또 이 지도책은 지명이 주요 관광지만 한글로 표시되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영어로 빽빽하게 표기되어 있어 보고 있자면 눈알이 피곤하다. 오히려 사회과부도가 낫다. 사회과부도의 지명은 모두 한글로 되어 있다. 역시 지도같은 물건은 오프서점에 친히 왕림해서 확인하고 사야한다. 오늘의 교훈이다. 깊이 새겨야겠다.

 

 

세계여행외에 혹은 세계여행과 다소 연계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직장인들의 또 다른 소망은 개인 창업이다.(창업하기 전에 세계여행을 한 번 다녀와야 한다.) 청년창업, 노년창업 통털어 가장 선호하는 창업 아이템 1위는 바로 커피전문점이다. 눈치빠른 독자들은 짐작하셨으리라. 사실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고(물론 바리스타 자격증 정도는 있어야 한다.),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과중한 노동을 요구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말하자면 큰 고생하지 않고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얼마전 신문을 보니 커피전문점의 40%가 창업 3년이내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렇거나 말거나 그건 남의 이야기고 내가 하면 다르다. 폐업한 40%도 다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소생도 꿈을 꾼다. 과감하게 명퇴를 하고 펜션이나 북카페, 여행전문 서점을 할까 하는 멋진 장미빛 꿈을 꾼다. 매일. 마누라가 역시 콧방귀를 뀌어 주신다. “쓸데없는 소리 되우도 하고 자빠졌네...흥흥흥” 이루어진 꿈은 이미 꿈이 아니고 꿈은 꿈으로 있어야 꿈이런가. 무슨 소린지..

 

 

 

 

<AB-ROAD, 2015.1월호>를 보니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대목이 있다. <런던의 재미있는 여행 서점>코너다. 발췌해서 옮겨 본다.

 

 

<세상의 모든 지도 – 스탠퍼드 서점>

스탠퍼드 서점은 ‘Explore discover inspire!(여행은 영감을 준다!)’ 슬로건에 충실한 서점이다. 3개 층에 고지도와 현대 지도, 등산 지도, 교육용 지도, 액자용 맞춤 지도 등 세계의 모든 지도가 모여 있다. 필요한 지역을 지정하면 즉석에서 대형 프린터로 지도를 출력해주기도 한다. 통통 튀는 디자인과 다양한 사이즈의 지구본 섹션도 눈여겨볼 만하다. 바닥엔 커다란 지도가 깔려 있어 서점의 콘셉트와 잘 어우러진다. 1853년, 에드워드 스탠퍼드가 여행 전문 서점으로 오픈했는데 세계 최대의 지도 유통업체로 더 유명해졌다. 런던 코벤트가든과 레스터스퀘어 지하철역에서 2분 거리에 있다. 남극탐험가인 스콧이 단골 고객이었다.

 

 

<런더너들이 가장 사랑한 여행서점 – 던트 서점>

많은 책을 진열할 수 있는 현대식 인테리어를 과감히 포기하고 20세기 초반에 유행했던 에드워디안 양식으로 꾸몄다. 하늘이 보이는 높은 천장과 나무 향이 날 것 같은 적갈색 오크 책장이 특징이다. 2층에서 내려다보는 서가는 웅장하고 아름답다. 영국 최고의 디자이너 윌리엄 모리스의 벽지까지 더해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하층과 1층은 나라별로 분류된 신간 여행 서적을, 2층에서는 중고책도 만날 수 있다. 1990년에 문을 연 던트 서점의 이름은 조금 더 길었다. 바로 ‘여행자를 위한 던트 서점’. 지금은 ‘던트 서점’이란 단출한 이름으로 불린다. 셜록 홈스 거리로 유명한 베이커스트리트 근처에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곳이 있다. 서울 대학로의 여행전문서점 겸 북카페 “북트래블러”. 반도의 궁벽한 변두리에 거주하는 눈 어두운 서생에게 한양 구경은 쉽지 않다.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보고 싶다. 

 

* 장정일의 시는 <햄버거에 대한 명상> 중에서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 함성호의 시는 <성 타즈마할> 중에서 “카필라바스투의 동문

 

 

 

 

 

 

 

 


댓글(3)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galmA 2015-01-29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어머니 또래이신 분을 해외에서 뵌 적 있는데 한비야씨 책 보고 꿈을 키웠고 하나하나 실행중이시라고... 한국와서 그 댁 놀러갔다가 산더미같은 여행사진들과 마음 따뜻함에 정말 존경심이...나도 나이들어 저렇게 살아야지 했는데 음, 노력을 한참해야 할 듯;
지인이 드립집을 냈는데 딱해서...이후 사연은 생략합니다.

붉은돼지 2015-01-29 19:33   좋아요 0 | URL
나이 들어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돌아다니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그럴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ㅎㅎ 지인분의 건승을 빕니다...역시 만만치 않은 모양이죠..

붉은돼지 2015-01-29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헝가리에 추억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알라딘에는 잡지 과월호는 취급하지 않는 모양이에요....ㅜㅜ
얼마전부터 여행잡지 하나 구독하려고 장고 숙고 중인데 쉽게 결정을 못내리고 있습니다. 어라운드, 시리얼, 에이비로드 중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