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를 참 좋아하는데...
아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참 좋아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을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역시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고무인간들에게 쫓기는 쏘피와 하울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허공을 성큼성큼 춤추듯 걸어가는 장면과
<이웃집 토토로>에서 사츠키와 메이와 토토로가
나무의 씨앗을 심어놓은 곳에서
기도하는 자세로 있다가 두팔을 만세를 부르듯이 들어올리면
씨앗들이 쑥쑥쑥쑥 자라나서 금새 거대한 나무가 되는 장면.
이 장면들이 심금에 깊이 저장된 까닭에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큰 몫을 차지했음이 분명한데
<하울의....>의 그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은 OST에서 이른바
‘공중산책’이라고 명명된 부분으로‘인생의 회전목마’의 메인테마이고,
<토토로>의 그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OST에서는‘바람이 지나는 길’(Path of wind) 이라는 부분이다.
인테넷에 보면 숱한 버전들이 나와있다.
두곡의 공통점은 뭐랄까 흥겨움 속에 깔려있는 애잔함.
어제 저녁에 침대에 누워서 ‘바람이 지나는 길’의
피아노 버전, 비올라 버전, 기타등등 버전 등 여러 곡을 듣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뭉클뭉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이 용으로 변했던 하쿠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면서 뭉클뭉클하게 흘리던 눈물 같은 그런 눈물이 그만,
저 안쪽에서 무슨 뜨거운 용암처럼 꾸물꾸물 솟아올라서 조금 놀랐다.
역시 늙으면 눈물이 흔해진다고 하더니만
무언가 아주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느낌
커튼 뒤에 숨어서 몰래 훔쳐볼 수는 있지만
결코 다시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보물
‘아아! 나는 이제 너무 늙어버렸구나’
하는 속수무책의 마음이 속수무책으로 드는데,
누가 그랬던가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하지만 인생만사 세상잡사가 뭐 다 그런 것이거니
누가 불렀던가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오월 말에 도쿄를 다녀왔는데
메이지 신궁에 갔다가 신궁 본관 건물 양 옆의 큰 나무를 보자마자
토토로에서 보았던 쑥쑥 자라나던 그 나무가 바로 떠올랐던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다가 문득 생각나서 적어본다.
적어놓고 보니 이미 한 세상 다살아버린 놈이 쓴 글 같네.....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