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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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낚였다. 아으 책 값 아까운 거. 신간이라 헌 책을 구할 수도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도 없어 끌리는 제목에 눈 딱 감고 사버렸더니 이게 뭐냐고. 책 후기가 호평일색이었던 것에 혹했던 내 잘못이다. 대체 누가 이 책을 읽고 후기를 쓴 거냐고. 책을 고를 때 후기를 보지 않을 수 없는데, 평가 좀 제대로 내립시다요들. 별점이 4점도 4.5점도 아니고 꽉 찬 5점이었다. 이 책 읽고 후한 점수를 준 사람들이 너무해.

 

제목이 무척 거창하다, 끌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다. 뭔가 으스스한 사건이 전개되고 우수에 가득한 눈동자를 한 사연 많은 주인공이 사건을 좌지우지 하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에 책을 펼쳐 들었다. 대체 언제 설레게 해줄 거냐고. 흥미진진 예상 못 한 반전을 던져줄 거냐고. 끝까지 그런 건 없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과잉"기억"증후군. 자폐를 앓는 이들에게 볼 수 있는 서번트 증후군인 주인공 이야기다. 죽음과 맞바꾼 큰 부상으로 생긴 후천적 증상이라는 설정까지는 좋았다. 그러고는 그게 다인 거야.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여 오히려 기대감을 살짝 낮추고-베스트 셀러 같은 거 믿지도 않을 뿐더러 나와 잘 맞지 않으니- 그래도 그런 작가니 설마 재미는 있겠지 했건마는. 마무리를 보니 속편을 위한 떡밥을 던지고 있다. 이런 허접한 작품 주인공을 계속 내세워 연속으로 만들고 곧 영화화할 모양이다.

 

그나마 별점을 두 개라도 준 것은 제3의 성을 다루었다는 거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 양성을 모두 갖고 태어나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고단한 인생. 정체성을 찾아 평생을 헤매고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오해와 증오의 대상이 되어 비참한 삶을 사는 이를 소재로 한 것은 괜찮은데, 결국 그 존재에 대한 편견을 더 굳혀버리고 만 듯하다. 기껏 그런 사람을 인터뷰라도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그 인물의 고뇌와 번민을 들어보아야 할 게 아닌가. 그 사람 인생을 허무하게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듯해 화가 나기까지 해. 이 놈의 작가야, 뭐하는 거야. 차라리 제3의 성을 다룬 일본 만화 로쿠하나 치요,『IS(남자도 여자도 아닌 성)』가 훨씬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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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7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10-27 10:40   좋아요 0 | URL
ㅠㅠ 별점 4개 짜리는 뭔가 모자란 맛이 있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별 4개 반짜리가 사실 현실적으로 좋은 작품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꽤 드물기도 하구요. 신간인 것을 감안했어야 하는데. 유레카님 말씀대로 5점 짜리는 비현실적인 건데 제가 잠시 돌아가지고요. ㅋㅋㅋ

매너나린 2016-10-27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기가 호평이 많아서 읽고 싶던 책이었는데..진아님 말씀 들어보니 재고해 봐야겠네요^^솔직하신 리뷰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samadhi(眞我) 2016-10-27 10:42   좋아요 1 | URL
이 녀석 중 3짜리 제 조카예요. ㅋㅋ 다들 제 아이인줄 아시나봐요. 꼭 읽고 싶으시면 나중에 도서관에서 빌려보세요.

2016-10-27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10-27 10:54   좋아요 1 | URL
그건 아니고 평균인 듯해요. 우리는 반 개 짜리를 선택할 수 없구요. 책 정보에 별점이 같이 나오잖아요. 그땐 반 개가 표시돼요. 평균치.

매너나린 2016-10-27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실수했을까봐 얼른 수정했습니다ㅋ
죄송해요^^;;

samadhi(眞我) 2016-10-27 10:44   좋아요 1 | URL
아니예요. 제가 오해하게 한 걸요. 언니네에 얹혀 살 때 자식처럼 키웠던 녀석이라 그런 오해 받아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무척 아끼는 녀석이예요.

매너나린 2016-10-2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는 또다른 엄마라는 말이 맞는것 같아요^^

samadhi(眞我) 2016-10-27 10:47   좋아요 0 | URL
언니랑 형부를 안 닮고 저를 닮아 꼴통이랍니다. 그녀석도 저 닮았단 말을 싫어하지 않는 눈치라서요. ㅎㅎ. 중2병을 심하게 앓더니 이젠 좀 사람답게 군다고 하네요. 늘 보고 싶네요. 키운 정이 있어 그런지.

yureka01 2016-10-2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해 됩니다..3개 와 4개 가 동시에 있을때는 3.5개로 표시 될 수도 있겠다 싶네요..그런데 선택은 안되나 봐요..

samadhi(眞我) 2016-10-27 10:48   좋아요 1 | URL
네. 선택은 안 되더라구요. 반디앤루니스는 반 개를 표시할 수 있게 돼 있는데, 훨씬 섬세하죠.

시이소오 2016-10-2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호평만 믿고 봤다가 허걱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네요. 특히 장르소설들. 출판사 관계자들의 조작질이 아닐까요?

samadhi(眞我) 2016-10-27 15:54   좋아요 0 | URL
제 생각도 그래요 출판사와 서점이 같이 연출한 것 같다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십상시의 꼭두각시인줄 알았던 때가 차라리 나았다고 생각하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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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26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임 터지네요.ㄷㄷㄷㄷ

samadhi(眞我) 2016-10-26 15:59   좋아요 2 | URL
음운이 딱딱 맞아 떨어지죠.

감은빛 2016-10-2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이네요!!

samadhi(眞我) 2016-10-26 18:29   좋아요 0 | URL
시 좀 아는 사람 같죠?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0-2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임 부럽네요. 나름 저도 라임 좀 한다고 자부하는데... 이렇 좋은 호재를 놓치다니요..

samadhi(眞我) 2016-10-26 18:38   좋아요 0 | URL
이거 읽고 곰발님 생각났어요. 그러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감은빛 2016-10-2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 개 같아서` 가 제일 웃겨요!

samadhi(眞我) 2016-10-26 18:39   좋아요 0 | URL
끝까지 우리 마음을 놓아주지 않지요.

매너나린 2016-10-2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이 옳은말이네요..!

samadhi(眞我) 2016-10-26 19:34   좋아요 0 | URL
네 이제 다같이 뭉쳐야죠.
 

 

 

 

 

 

 

 

 

 

 

 

 

 

 김제동이 광주에 왔다. 일주일 전 다른 지역에 사는 후배가 김제동토크콘서트 신청서를 페이스북에 올려두어서 그날 콘서트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기관사로 일하는 후배는 철도노조 파업 20여 일째라고 했다. 그녀석 애가 셋인데 "애들은 안 굶기냐?" 그랬더니 "농사짓는 엄마한테 쌀 얻어다 먹어 안 굶고 사네." 그런다. "야, 사람이 밥만 먹고 사냐?" "아직 살 만하네." 나라가 온통 아우성인데 수장이라는 할매는... 하아, 한숨만 나온다. 자기가 누군지, 무얼 해야하는지, 뭔 짓을 하고 다니는지, 나라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게 분명하다.

 

드디어 토크콘서트 당일, 낮에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노조 집회가 있어서 올 수 없다고, 미안하다고-뭐가 미안하냐고. "선배 한번 볼라 그랬는데 못 보는게 아쉬워서 그러지." 동아리 1년 후배인 이 선수가 만날 도망다녀 잡으러 다니느라 애먹고 싸가지 없는 말만 골라 해대고 내게 회장감이 아니라는 둥 날 무지 갈궈대던 놈인데, 졸업 후엔 그때 그렇게 저 잡으러 다니느라 욕봤다며 고맙다고 했다. 그 이후로 돈독한 사이가 됐다. 동아리 전수 때 "극" 공부하는 과정에(연극워크샵 같은 형식) 수박 뱉는 연기를 실감나게 잘 하던 녀석인데... 그녀석 장가갈 때 축가를 불러줬는데 예식 끝나고 엘리베이터에서 그녀석 처가식구들과 마주쳤다. 그 사람들이 "신랑이랑 무슨 사이예요?" 하핫. "어지간히 속 쎅인 후배예요." 라고 했지만 처음 본 젊은(?) 처자가 축가를, 그것도 민요로 불러준 것에 무언가 다른 의미가 있다 여겼나보다. 남편에게 "나 오해받았어." 하고 자랑(?)했다.

 

5.18 민주광장에서 치러져서 미리 방석이랑 외투랑 무릎담요를 챙겨갔다. 야구 보러다닐 때마다 갖추고 다니던 것들이라 익숙했다. 아킬레스건 접합 수술한 지  두 달 된 남편이 아직 다리를 절어 차를 먼 데 주차할 수 없어 주최측에 전화해보니 광장이 있는 문화전당 건물 지하에 주차하려면 미리 오라고 했다. 7시 행사에 4시부터 갔는데도 만차여서 자리 날 때까지 잠시 기다려 겨우 주차했다. 사람이 많아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지만 김제동이니 감내하기로 한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꽤 많이 왔다. 김제동의 이야기를 들으니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세월호 사건 이후 교복입은 아이들이나 입지 않은 10대 아이들만 보면 무조건 잘해주고 싶다고 한다. 내 마음도 쓰인다. 첫 번째 질문한 아이가 김제동의 따뜻한 얘기에 울어서 나도 눈물이 났다. 그 자리에 없었던 시누이에게 이 얘기를 해줬더니 눈시울을 붉힌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방해가 된다 하여 사진도 동영상도 찍지 말자고 미리 약속했다.

 

김제동이 오자마자 하는 말이, "다들 힘내라고 하시는데 저 괜찮아요." 정말 마음 고생 심하겠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내내 깔깔깔깔 숨 넘어가게 웃었다. 어떻게 질문한 사람들 마저 웃기는지. 김제동이 한 때 사람을 웃겨 죽일 자신이 있었다는데 실감이 난다. 나도 죽을 뻔 했으니. 전에 김제동이 헌법을 잘 알고 있더라는 얘기를 얼핏 들었는데 과연, 헌법 박사다. 사모님 때문에 곤혹을 치른 김제동 때문에 여성 질문자들은 죄다 사모님이 됐다. 김제동 어머니도 '사모님이라 불러주지 그랬냐' 고 그러셨다고. 우리끼리 얘기니까 더 길게 안 해야지. 우리끼리 손도 잡았다. 옆 사람과 손을 잡아보라고 하여 잡았는데 내 옆 사람이 놀라며 웃는다. 내 손이 좀 많이 따듯하다. 쌀쌀한 가을 밤 바깥에서도 뜨거워서... 추운 계절에 사람들 손 녹여주는 게 작은 기쁨이다. 남편은 자기는 마음이 따뜻해서 손이 차갑고 나는 마음이 차가워 따뜻한 거라며 우리 둘이 인연이라는 헛소리를 해댄다. 으유... 기회가 있다면 또 만나고 싶다. 김제동의 말은 밤새 들어도 질리지 않을텐데, 붙잡아 놓고 계속 이야기를 시키는 고문(?)을 가하고 싶어라. 옴마나, 내가 새디스트 였구나. 나도 몰랐던 내 정체성을 확인한다.

 

[김제동LIVE-광주전라] 친구추가 감사합니다.^^

♥김제동의 어깨동무 토크 '사람이 사람에게'♥

생생한 현장, 울림있는 목소리

오늘밤, 김제동 LIVE에서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참, 김제동이랑 카톡 친구 됐다. 엄밀하게 말하면 '김제동 라이브 광주전라' 친구지만. 내 맘대로 친구 먹을거야. 당첨도 돼서 김제동 책 선물 받았다. 내게 이런 일 잘 일어나지 않는데, 신기해라. 김제동 보러 간다니까 점심 때 만난 친구도, 다음날 같이 뮤지컬 보기로 한 시누이도 제동 오빠한테 안부전하란다. 다들 친한 척이다.

 

 

 

강연이 끝나고 미리 약속했던 대로 김제동에게 불빛으로 인사를 전했다. 다같이 손전화 전등을 켜서 카페에서 파는 음료 뚜껑을 엎어 고무줄로 고정시키고 좌우로 흔들어. 이 허술해 보이는 것이 실제로 보면 예쁘다.

 

토크콘서트 전날 독서모임에서 같이 가자고 얘기하다가 김제동 얘기가 나와서 선배가 하는 말이, "야, 걔는 사람들 웃기는 앤데 이 정부가 걜 자꾸 투사로 만든다." 김제동이 하고 싶은 말일 거다. 좀머씨처럼 "제발 날 좀 내버려 두시오." 김제동을 만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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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6-10-2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습니다!^^ 정말 행복하고 좋은 시간이셨겠어요~~
진아님 덕분에~ 그곳에 함께 한 듯한 행복함과 감사함 드립니다~
저는 오늘 책 읽으며, 함께 온 노랗고 예쁜 막걸리잔에 막걸리나 걸치렵니당~ㅎㅎ

samadhi(眞我) 2016-10-22 11:00   좋아요 0 | URL
네 사과나무님도 기회가 되면 꼭 보러가세요. 가까운 누구든 붙잡아(?) 데려가고 싶더라구요.
오랜만에 실컷 웃고 의미있는 얘기들 나누었습니다. 은행잎 닮은 막걸리 잔에 술을 따라 마시면 시가 절로 나오겠네요. ㅋㅋ

appletreeje 2016-10-22 11:13   좋아요 0 | URL
김제동 책 샀더니 딸려온 막걸리 잔인데,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어요~~
진아님도~ ˝건배˝ ^^

samadhi(眞我) 2016-10-22 11:1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의미심장한 잔이었네요. 네 같이 ˝짠~!˝ 해요. 언젠가 진짜로 ˝짠˝ 합시다.

2016-10-22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10-22 11:45   좋아요 1 | URL
그랬겠네요. 후배라고 실컷 으스대도 될 만큼 멋진 사람이라... 저도 제동 오라버니랑 가까워지고 싶어요. ㅋㅋㅋ

2016-10-22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10-22 11: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림이 그려져요. 진짜 웃다가 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0-22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의 상식을 말한 것뿐인데 이 사회는 거지같아서 빨갱이 취급을 받고 있으니...
그들 논리대로라면 한국인의 49%는 빨갱이일 겁니다... 종북이죠. 49%가 문재인을 지지했으니..

samadhi(眞我) 2016-10-22 12:46   좋아요 0 | URL
못 하는게 없는 북한, 빨갱이 없이는 말 한 마디도 못 하는 것들이 말이죠.

겨울호랑이 2016-10-2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madhi님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상식과 건전하 웃음이 허용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아쉽네요

samadhi(眞我) 2016-10-22 13:50   좋아요 1 | URL
네 정말 즐거웠어요. 김제동이 꿈꾸는 세상이 우리가 바라던 나라이더라구요.

시이소오 2016-10-2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부럽습니당. 빛고을 광주사셨군요
친구가 광주에서 인문학 연구소하는데 소개해드려야겠네요.^^

samadhi(眞我) 2016-10-22 15:08   좋아요 0 | URL
네. 윗동네 살다가 이사온지 벌써 2년 돼가네요. 저같은 백수를 뭐라고 소개하십니까. ㅋㅋ

매너나린 2016-10-22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당~~전에 토크콘서트 갔었는데 정말 잼나고 속 시원하게 말 잘하는거 같아요^^
맘고생때문인지 살 마니 빠졌던데 속상해요ㅜㅜ

samadhi(眞我) 2016-10-22 15:17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웃겨죽을 것 같은데, ˝ 내가 웃는게 웃는 게 아니야~♪˝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시이소오 2016-10-2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노성두씨 강연할때는 100여 명 왔다고 그러드라구요. 농성역 근처에 강의실이 있네요. 강연료가 비교적 저렴합니다. 저도 가서 들어보고 싶긴한데 넘머네요 ^^;

samadhi(眞我) 2016-10-22 15:36   좋아요 0 | URL
와 좋네요. 알아봐야지 ㅋㅋ 고맙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10-22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고 싶었는데... 저녁시간은 도대체가 낼수가 없어.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었는데... 아~ 아쉬워요 ㅠㅠ

samadhi(眞我) 2016-10-22 19:01   좋아요 0 | URL
정말정말 최고였어요. 사람이 참 향기롭더이다.
 
당신이 병드는 이유 - 현대 영양학의 몰락과 건강
콜린 캠벨.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이의철 옮김 / 열린과학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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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엉망이라 읽는 내내 교정을 하다가 집중력이 심하게 떨어졌다. 녹생당원이라는 의사가 번역한 것인데 전문번역가에게 맡기고 감수만 했더라면 좋았겠다. 의욕만 앞선 역자 앞에선 좋은 책도 무용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식 어투 투성이다. "의" 와 "적" 의 남용, "에서의", "으로서의", "있어서", "에의"...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이며, 주격 조사를 써야 할 곳에 목적격 조사를 쓰지 않나, "기전"이라는 말을 꽤 많이 썼는데 이것도 일본식 한자조어이다.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란 말일세. "기제"라는 말로 바꾸는 게 낫겠는데. 역자의 평소 말 버릇이나 글쓰기 습관이 눈에 선하다. 가까이 있다면 일일이 토달고 있을 거다. 역자 탓을 했지만 출판사는 교정, 편집 안 하고 뭐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칠 게 너무 많아 손 댈 엄두가 안 난다면 이 상태로 책을 내서는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독서모임 주제 책인데 무려 저번 달에 나온 책이라 헌 책을 구하기는 커녕, 도서관에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새 책을 살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이 알라딘 아이디가 없어서 급하게 아이디 만들어 남편 전화기로 이것저것 어플 깔고 알라딘혜택이 다른 인터넷서점에 비해 짠 걸 잘 알고 있었는데 잠시 잊고 주문했다가 부랴사랴 출고준비중이던 책을 취소했지만 해피머니로 주문한 거라 환불이 되어도 결국 알라딘에서만 책을 사야했다. 뭐 하고 있었나, 내 발등 내가 찍었네. 취소했던 책들을 재주문해야 하는 헛짓을 하고 만다. 사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는데 막상 읽어보니 더 속이 터져 내내 투덜거리며 읽었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저자의 전작『무엇을 먹을 것인가』에서 의미 있는 얘기를 다 해버린 건지 이 책은 막상 해야 할 얘기보다는 환원론 비판에 초점을 두어서 집중을 흩트린다. 보편 독자를 생각하고 쓴 것이겠지만 나같은 독자는 이런 얘길 듣고 싶었던 게 아니라구. 그러고보니 내가 오해한 거였다. 저자 소개란에 이 책의 원제가 나와있었거늘 눈여겨 보지 않았던 거다. 원제는 『Whole』이다. 그러니 저자는 "총체론"이라는 주제에 맞게 얘기하고 있었네. 원제와 한국식 제목이 어긋난 영화들 보며 웃거나 비판한 적 많았는데 책도 문제구나. 역자의 잘못인지, 아무래도 출판사의 농간(?)인 듯한데 이건 아니잖아. 『총체론 』 이라는 제목을 보고 책을 집어들 사람이 거의 없을 줄 알고 그럴싸한 말로 바꾼 걸 그렇다치자. 독자는 책을, 저자를 오해하게 되는데 이건 어떻게 할거냐고. 저자의 좋은 취지가 무색해지고 말았다, 적어도 내게는. 아니, 나 뿐만 아니라 독서모임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 책을 절반이나, 절반 이하로 읽었다고 한다. 책이 도무지 읽히지 않아서 자꾸 딴 짓을 하다가 모임 시간에 닥쳐서 급하게 앞쪽 조금, 중간 부분, 중요하다고 느끼는(그럴 리 없는) 부분만 보며 띄엄띄엄 대충 읽었다. 지하철 안에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후다닥 읽었다. 사람들 얘길 들어보니 나보다 더 많이 읽은 사람이 없는거야.

 

병들게 하지 않는 자연식물식이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면서 자연식물식이 뭔지 그냥 알아서 짐작하라는 건가. 의도는 알겠는데 설명 좀 해주었으면 했다. 동물성 단백질이 암을 일으킨다는 얘기가 꽤 충격이긴 하다. 우유가 완전식품이라는 게 영양학의 주된 이론이었는데 오랜세월, 우유를 팔아먹기 위한 음모(?)였다는 건 알고 있었다. "완전"까지는 아니어도 "훌륭한" 식품이라 생각했다. 근력운동을 할 때 헬쓰 강사들이 늘 강조하며 우유는 꼭 챙겨먹으라는 얘기도 귀에 딱지가 앉게 했으니까. 우유와 유제품, 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늘 아팠을까. 모임을 함께 하는 교사 중 한 사람은 영양 때문이 아니라 윤리 때문에 채식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가축의 성장환경이나 도축과정이 심각한 상황임을 알고 아이들에게 사진과 영상 자료들도 보여주며 교육한다고 한다. 비짐승적인(?) 환경과 잔인한 도축과정을 알지만 이 맛에 길들여진 입맛을 어떻게 바꿀거나. 내 간사한 혀 때문에 더 비참해 이런 책 읽기를 꺼린다. 『육식의 종말』도 몇 번이나 읽다가 말았다. 일부러 다 읽지 않았던 건데. 말로만 "우주", "공생" ,"전 지구적" 어쩌고 떠들어댔지만 더 도망갈 데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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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21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책은 끈기가 요구되는 책이 좀 많더군요....요즘 고지방저탄수다이어트가 유행이더라구요....

samadhi(眞我) 2016-10-21 08:55   좋아요 1 | URL
그래서 역자가 누군지도 눈여겨 봅니다. 정보가 없을 때가 많지만.
고지방저탄수 문제가 많다고 여겨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요. 이 책만 읽어봐도 그런식 다이어트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감은빛 2016-10-2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문단에 완전 공감합니다!
출판사에 다닐 때, 번역 원고 교정보다 보면 진짜 속이 터집니다.
아예 글을 싹 다 고쳐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어투가 너무 심해서요.
주어와 목적어가 안 맞는 비문도 너무 많구요.

책 제목도 참 그렇네요.
마치 실용서처럼 제목을 달아놓았는데,
원서 제목은 [총체론]이었다니.

samadhi(眞我) 2016-10-21 17:1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이건 역자의 역량부족보다 편집자가 더 문제라고 봅니다.

감은빛 2016-10-2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정보를 통해 번역자 정보를 보니, 그 전에 두 권은 감수를 했고,
이 책이 첫 번역인 것 같네요.
말씀하셨듯이 출판사의 입장과 편집자의 자세가 문제라고 봅니다.
출판사 입장에선 책을 빨리 찍어내야 하니,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쳤을 것이고,
편집자 입장에선 글이 읽히지 않아도,
회사가 원하니 그냥 어쩔수 없다 싶었을 수도 있겠네요.

감수에서 번역을 직접 하겠다고 생각하신 분이시라면,
좀 더 번역에 대한 공부를 하셨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하구요.

samadhi(眞我) 2016-10-21 17:51   좋아요 0 | URL
독서모임 참석자 모두 공감하고 매끄럽지 않은 글 때문에도 채 다 읽지 못한 듯해요. 출판사 상황이 열악한 줄 알지만 세상에 출간물을 내놓는 곳이라면 응당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텐데. 그러니 엉망인 저작들이 넘쳐나고 괜찮은 작품이 묻히기도 하지 않나 싶어요.

한은정 2018-12-04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으면 얼마든지 좋은책 많아요. 전 아마존애서 whole 구매했었어요. 이 책살까말까하다 안샀는데 ...
 
심야식당 4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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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정(癡情): 남녀 간의 사랑으로 생기는 온갖 어지러운 정. 치정이라는 말이 참 좋다. 뭔가 잔인하기도 하고 별 추잡한 짓까지 다 하게 만들어 체면이고 뭐고 다 내 팽개쳐 사랑이라는 놈에게 목숨따위 얼마든지 걸어주마 큰소리 치는 것. 꽁꽁 감춰둔 내면의 밑바닥에 있는 본능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미친 짓을 호쾌하게 웃으며 할 수 있다니까.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의 명장면 처럼 남자 둘이 비오는 진흙탕에서 개싸움을 벌이며 치고 받고, 지붕 있는 벤치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문 여자가 연기를 내뿜으며 그 모습을 지그시 바라본다. 순간 정적이 찾아온다. 느린 화면으로 빗발이 날리며 헛손질만 계속 되다가 결국 지쳐 흙 바닥에 드러누운 두 사람 앞에 여자가 다가오며 "배고프지? 뭐 먹을까?" 어처구니가 없고 자만(?)심이 상하지만 힘이 빠져 말 할 기운도 없다. 그러고는 따끈한 국물을 찾아 헤매는 세 사람. 이런 장면이 저절로 그려지는 "치정"이라는 단어가 몹시 끌리는걸.

 

1권부터 4권까지, 7권 이렇게 5권 겨우 알라딘에서 중고로 사서 읽었는데 예스24, 인터파크 등등 인터넷서점 어디에서도 서점직배송중고를 구할 수가 없네. 출판계의 단통법이라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거의 중고책 위주로 사고 있다. 대단한 악법 덕분에 책을 사는 사람이 줄어 그런지 요즘은 원하는 중고책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구. 

 

4권에 나오는 「차가운 토마토」일화가 제일 좋더라. 심야식당 나머지 책을 더 읽으면 이보다 괜찮은 일화를 발견하게 될 지 모르지만. 심야식당 주인장에게 스쳐간 사랑 이야기. 동병상련인 처지를 서로 알아보고 눈빛이 찌릿! 마주친 두 사람. 차가운 토마토가 떼구르르 구르고... 아침 꽃이 활짝 피었다. 이 작가 표현력 기가 막히는 구나. "차가운" 이라는 느낌씨(형용사)도 알기 쉬운 "뜨거운" 이라는 말보다 더 치명적이다. 이 일화 만으로도 4권을 읽어볼 만하다. 내게는 오래 묵을수록 더 애틋하고 설레지만 번히 독인 줄 알면서도 한 입에 털어넣게 되는 사랑이란, 한 순간 떨림을 위해 일생을 걸어볼 만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고나서 곧 땅을 치겠지. 오늘만 살려고 했더니 아차, 허옇게 날이 밝아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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