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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병드는 이유 - 현대 영양학의 몰락과 건강
콜린 캠벨.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이의철 옮김 / 열린과학 / 2016년 9월
평점 :
번역이 엉망이라 읽는 내내 교정을 하다가 집중력이 심하게 떨어졌다. 녹생당원이라는 의사가 번역한 것인데 전문번역가에게 맡기고 감수만 했더라면 좋았겠다. 의욕만 앞선 역자 앞에선 좋은 책도 무용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식 어투 투성이다. "의" 와 "적" 의 남용, "에서의", "으로서의", "있어서", "에의"...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이며, 주격 조사를 써야 할 곳에 목적격 조사를 쓰지 않나, "기전"이라는 말을 꽤 많이 썼는데 이것도 일본식 한자조어이다.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란 말일세. "기제"라는 말로 바꾸는 게 낫겠는데. 역자의 평소 말 버릇이나 글쓰기 습관이 눈에 선하다. 가까이 있다면 일일이 토달고 있을 거다. 역자 탓을 했지만 출판사는 교정, 편집 안 하고 뭐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칠 게 너무 많아 손 댈 엄두가 안 난다면 이 상태로 책을 내서는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독서모임 주제 책인데 무려 저번 달에 나온 책이라 헌 책을 구하기는 커녕, 도서관에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새 책을 살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이 알라딘 아이디가 없어서 급하게 아이디 만들어 남편 전화기로 이것저것 어플 깔고 알라딘혜택이 다른 인터넷서점에 비해 짠 걸 잘 알고 있었는데 잠시 잊고 주문했다가 부랴사랴 출고준비중이던 책을 취소했지만 해피머니로 주문한 거라 환불이 되어도 결국 알라딘에서만 책을 사야했다. 뭐 하고 있었나, 내 발등 내가 찍었네. 취소했던 책들을 재주문해야 하는 헛짓을 하고 만다. 사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는데 막상 읽어보니 더 속이 터져 내내 투덜거리며 읽었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저자의 전작『무엇을 먹을 것인가』에서 의미 있는 얘기를 다 해버린 건지 이 책은 막상 해야 할 얘기보다는 환원론 비판에 초점을 두어서 집중을 흩트린다. 보편 독자를 생각하고 쓴 것이겠지만 나같은 독자는 이런 얘길 듣고 싶었던 게 아니라구. 그러고보니 내가 오해한 거였다. 저자 소개란에 이 책의 원제가 나와있었거늘 눈여겨 보지 않았던 거다. 원제는 『Whole』이다. 그러니 저자는 "총체론"이라는 주제에 맞게 얘기하고 있었네. 원제와 한국식 제목이 어긋난 영화들 보며 웃거나 비판한 적 많았는데 책도 문제구나. 역자의 잘못인지, 아무래도 출판사의 농간(?)인 듯한데 이건 아니잖아. 『총체론 』 이라는 제목을 보고 책을 집어들 사람이 거의 없을 줄 알고 그럴싸한 말로 바꾼 걸 그렇다치자. 독자는 책을, 저자를 오해하게 되는데 이건 어떻게 할거냐고. 저자의 좋은 취지가 무색해지고 말았다, 적어도 내게는. 아니, 나 뿐만 아니라 독서모임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 책을 절반이나, 절반 이하로 읽었다고 한다. 책이 도무지 읽히지 않아서 자꾸 딴 짓을 하다가 모임 시간에 닥쳐서 급하게 앞쪽 조금, 중간 부분, 중요하다고 느끼는(그럴 리 없는) 부분만 보며 띄엄띄엄 대충 읽었다. 지하철 안에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후다닥 읽었다. 사람들 얘길 들어보니 나보다 더 많이 읽은 사람이 없는거야.
병들게 하지 않는 자연식물식이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면서 자연식물식이 뭔지 그냥 알아서 짐작하라는 건가. 의도는 알겠는데 설명 좀 해주었으면 했다. 동물성 단백질이 암을 일으킨다는 얘기가 꽤 충격이긴 하다. 우유가 완전식품이라는 게 영양학의 주된 이론이었는데 오랜세월, 우유를 팔아먹기 위한 음모(?)였다는 건 알고 있었다. "완전"까지는 아니어도 "훌륭한" 식품이라 생각했다. 근력운동을 할 때 헬쓰 강사들이 늘 강조하며 우유는 꼭 챙겨먹으라는 얘기도 귀에 딱지가 앉게 했으니까. 우유와 유제품, 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늘 아팠을까. 모임을 함께 하는 교사 중 한 사람은 영양 때문이 아니라 윤리 때문에 채식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가축의 성장환경이나 도축과정이 심각한 상황임을 알고 아이들에게 사진과 영상 자료들도 보여주며 교육한다고 한다. 비짐승적인(?) 환경과 잔인한 도축과정을 알지만 이 맛에 길들여진 입맛을 어떻게 바꿀거나. 내 간사한 혀 때문에 더 비참해 이런 책 읽기를 꺼린다. 『육식의 종말』도 몇 번이나 읽다가 말았다. 일부러 다 읽지 않았던 건데. 말로만 "우주", "공생" ,"전 지구적" 어쩌고 떠들어댔지만 더 도망갈 데가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