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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평점 :
에 낚였다. 아으 책 값 아까운 거. 신간이라 헌 책을 구할 수도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도 없어 끌리는 제목에 눈 딱 감고 사버렸더니 이게 뭐냐고. 책 후기가 호평일색이었던 것에 혹했던 내 잘못이다. 대체 누가 이 책을 읽고 후기를 쓴 거냐고. 책을 고를 때 후기를 보지 않을 수 없는데, 평가 좀 제대로 내립시다요들. 별점이 4점도 4.5점도 아니고 꽉 찬 5점이었다. 이 책 읽고 후한 점수를 준 사람들이 너무해.
제목이 무척 거창하다, 끌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다. 뭔가 으스스한 사건이 전개되고 우수에 가득한 눈동자를 한 사연 많은 주인공이 사건을 좌지우지 하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에 책을 펼쳐 들었다. 대체 언제 설레게 해줄 거냐고. 흥미진진 예상 못 한 반전을 던져줄 거냐고. 끝까지 그런 건 없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과잉"기억"증후군. 자폐를 앓는 이들에게 볼 수 있는 서번트 증후군인 주인공 이야기다. 죽음과 맞바꾼 큰 부상으로 생긴 후천적 증상이라는 설정까지는 좋았다. 그러고는 그게 다인 거야.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여 오히려 기대감을 살짝 낮추고-베스트 셀러 같은 거 믿지도 않을 뿐더러 나와 잘 맞지 않으니- 그래도 그런 작가니 설마 재미는 있겠지 했건마는. 마무리를 보니 속편을 위한 떡밥을 던지고 있다. 이런 허접한 작품 주인공을 계속 내세워 연속으로 만들고 곧 영화화할 모양이다.
그나마 별점을 두 개라도 준 것은 제3의 성을 다루었다는 거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 양성을 모두 갖고 태어나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고단한 인생. 정체성을 찾아 평생을 헤매고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오해와 증오의 대상이 되어 비참한 삶을 사는 이를 소재로 한 것은 괜찮은데, 결국 그 존재에 대한 편견을 더 굳혀버리고 만 듯하다. 기껏 그런 사람을 인터뷰라도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그 인물의 고뇌와 번민을 들어보아야 할 게 아닌가. 그 사람 인생을 허무하게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듯해 화가 나기까지 해. 이 놈의 작가야, 뭐하는 거야. 차라리 제3의 성을 다룬 일본 만화 로쿠하나 치요,『IS(남자도 여자도 아닌 성)』가 훨씬 더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