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절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걸게 쓰는 부인부장님이 주신 아욱으로 된장국을 끓인다. 그 분이 텃밭에서 손수 기른 채소라 신선하고 보드랍다. (무농약이라 더욱 좋다.) 전에 생협에서 샀던 아욱은 너무 크고 빳빳하더니, 아욱이 이렇게 연할 수도 있구나. 내가 좋아라 하는 그 분의 유연한 삶의 태도가 참으로 멋지다. 억척스럽게 살아 온 인생임에도 늘 넉넉한 몸짓과 큰 웃음을 주는 말들에 감탄하게 된다. 한 마디만 해도 자지러지게 되는 그 분의 사투리를 배우고 싶다.
잎채소를 주로 하는 된장국에는 된장콩을 걸러서 맑게 끓이고는 한다. 된장콩을 과감하게(?) 버리는 날 옆에서 보며 남편은 저 아까운 것을 버린다고 타박이지만. 맑고 시원한 국물을 위하여서는 된장콩들과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물론 바특하게 졸인 된장"찌개"에는 된장을 통째로 풀지.
시원한 된장국은 멸치와 다시마(다시마는 끓을 때 살짝 넣었다 재빨리 건져내어야 느끼하지 않고 시원한 맛을 낼 수 있다. )와 말린 표고(표고가 방사능흡수를 가장 잘한다고 하여 조금 우려되지만)를 우려낸 육수를 바탕으로-참, 며칠 전 전복죽을 하고 벗겨낸 전복껍질도 알뜰하게(?) 버리지 않고 두었다가 육수에 함께 넣어주었다.- 해물 한 가지를 넣어주어야 완성된다. 그래, 오늘 저녁은 기본 상차림이다.
오른쪽 지저분해 보이는 벽은 국물이 튄 것이 아니라 가스렌지와 벽이 너무 가까워 그을린 자국이다. 부엌이 좁은 오래된 아파트인 이 집 구조의 문제다. ㅠㅠ 이 집으로 이사오면서 중고나라에서 구입한 2만 5천원짜리 가스레인지가 거의 새 것이나 다름없어 가장 잘 산 물건이 되었는데(시쳇말로 가성비 최강) 이 가스레인지를 판 사람 얘기로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며 아껴달라고 한다. 우렁각시가 떠나기라도 한 것일까? 내 멋대로 상상해보고는 그 사람의 아픔(?)과는 무관하게 이렇게 좋은 것을 얻게 되어 한동안 가스렌지가 빛이 날 만큼 알콜을 뿌려가며 닦아대고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