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시인이다. 한국에는 2007년 폴란드어 번역자 최성은이 엮어옮긴 시선집 《끝과 시작》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책에실린 170편의 시를 통해 나는 한 편의 시가 단순명료하면서도의미심장할 수 있음을 알았고, 쉼보르스카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 되었다. 시 강연을 할 때마다 나는 그가 노벨문학상수상 연설에서 한 말을 인용한다.

진정한 시인이라면 자기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나는 모르겠어‘를 되풀이해야 합니다. 시인은 자신의 모든 작품들을통해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시인은 자신이 쓴 작품에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또다시망설이고, 흔들리는 과정을 되풀이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 P33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읽은 막심 고리키는 이런 편지를 썼단다.
"당신은 리얼리즘을 죽이고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서는 누구도 당신보다 더 멀리 갈 수 없을 겁니다."
맞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고 이야기 또한 그러하니, 삶이든 글이든 반드시 더 멀리 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진실하기만 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 P98

인도를 영국처럼 살게 하고 싶냐는 영국 기자의 질문에 마하트마 간디는 "영국처럼 작은 나라를 그 수준으로 살게 하는데도 지구의 절반이 착취당해야 했습니다. 인도를 그렇게 살게하려면 착취할 지구가 몇 개나 더 있어야 합니까?" 하고 반문했다. 《에코페미니즘》은 이 말을 인용하면서, 전 지구적 하청, 여성의 무보수 노동, 외주와 하청이라는 노동 분할, 대도시 집중이라는 지역 분할 없이 따라잡기식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확언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는가? 착취를 멈추고 지구를 구할 대안은 무엇인가? 《에코페미니즘》은 모든 것을 쪼개고 갈라서 경쟁시키는 권력의 분할 지배에 맞선 ‘연대와 자급적 관점‘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자연과 인간을 가를 수 없듯 여성과 남성, 북과 남이 따로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 연대하라. 착취 없는 자급으로 함께 살라. 지구가 보내는 최후의 명령에 응답하라! - P124

흑인-여성-어머니로서 그는 생존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성차별과 인종차별로 일상이 전쟁터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아들이 죽지도 죽이지도 않기를 바랐기에, 그는 아이에게"사랑과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정의하고 내려놓는 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아들을 "적개심의 대상은 여성이 아니라 구조의파편들이라는 점을 꿰뚫어 볼 줄 아는 흑인 남성으로 키우려노력했다. 그 시작은 엄마가 아들의 감정을 처리해주기 위해존재하는사람이 아니란 것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느닷없는 폭력에 존재를 위협당하고 보니, "시는 사치가 아니라 생존에 대한 꿈과 희망을 언어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생명줄"이며 "존재 자체가 정치적 노동"이라는 오드리 로드의 말이 생생한 아픔으로 다가온다. - P143

우리에게 익숙한 처녀귀신 이야기는 대부분 이런 구조를 갖는다.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 만큼 원한에 사무침에도 불구하고, 처녀귀신들은 직접 복수를 하지 않고 남성 사대부에게하소연만 한다. 자신을 해코지한 당사자 앞에 나타나면 일이쉽게 해결될 텐데 왜 이렇게 빙 돌아갔을까?
최기숙은 그 이유를 야담이라는 장르의 속성에서 찾는다. 귀신 이야기가 실린 야담집은 사대부가 여가에 읽는 독서물이었다. 야담을 모아 쓴 사람도, 그것을 읽는 사람도, 사대부 남성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니 당연히 담력과 지혜를 갖춘 양반 관리가 나서서 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만약 여자 귀신이 직접 나서 치죄(罪)한다면, 현실에서 남성 관리가 설 자리는 없어지고 그들이 내세우는 현실의 법도 무력해질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 처녀귀신은 ‘탄원자‘가 되고 양반 남성은 ‘해결자‘가 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귀신 이야기에도 읽고 쓰는사람의 의도, 나아가 현실의 권력관계가 담겨 있는 셈이다. 그러나 비록 불순한(?) 의도에서 나왔다 해도 귀신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건 그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귀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사회가 소외시키고 배제시킨 대상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발설하는 증표가 되기 때문"이다. - P210

지갑을 깜박해 다시 집에 돌아오고, 냄비를 태워먹고, 냉장고문을 열고 우두커니 서 있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고 일어난다. 아무리 건망증과 치매는 다르다지만 이런 일이 거듭되면 치매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치매 진단에 많이 쓰는 ‘하세가와 척도‘라는 게 있다. "오늘이 몇 년 몇월 몇 일인가요?" "암산으로100에서 7씩 계속 빼보세요" 같은 문항으로 이루어진 검사다.
가끔 혼자 해보는데, 암산에 약한 나는 자꾸 막히는 계산에 걱정이 더한다.
진단법을 만든 일본의 치매 전문의 하세가와 가즈오에 따르면, 노령은 치매의 주요인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나이가 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치매의 권위자인 그도88세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 P306

물론 저자들도 인정하듯이 넷페미나 여성이 늘 옳은 말을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성의 목소리가 많아지는 게 진보지그 목소리가 다 옳은 얘기여야 진보는 아니다." 진보란 올바른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온갖 목소리의 아우성이 올바름을만든다고 믿는 낙관이다. 영웅의 웅변이 아니라 아우성의낙관이 역사를 만든다. 《대한민국 넷페미사》를 읽고 영화 <파란나비효과>를 본 지금, 나는 비로소 역사를 믿게 되었다. 내가역사임을 믿게 되었다. - P353

얀테의 법칙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다른 사람들만큼 선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5.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당신이 뭔가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다른 사람들을 비웃지 마라.
9. 누구든 당신한테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하지 마라.
10.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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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사계절 1318 문고 115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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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나의 추모 1주기 다음날 하루 동안의 방황기. 콜럼바인의 딜런도 생각나고, 세월호의 아이들도 생각나고,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도 생각난다. 이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삶에서 번외라는 느낌, 누구나 가져보지 않았을까. 삶이란 무엇인가. 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죽을 만큼 괴롭다고 하면서도 하여간 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란 존재. 삶과 죽음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박지리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 작가가 던지는 메세지가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오랜만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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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6-08-27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박지리 작가의 작품인가요?? 이건 모르는 소설이네요.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Rudderless]란 영화를 감명 깊게 봤어요. 총기 난사 가해자의 아버지가 주인공인 영화죠. 라스트씬에서 아버지가 직접 부르는 노래...https://www.youtube.com/watch?v=KFw_YzRrYTw

가끔 재생해서 듣습니다. 영화 추천하고 갑니다~리뷰 감사합니다~~

햇살과함께 2026-08-28 00:04   좋아요 0 | URL
영화 찾아보겠습니다^^ 박지리 작가님 전작 읽기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고? 우리 몸의 근골격계를 이루는 조직은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튼튼해지고 스트레스가 너무 적으면 오히려 약해지는 특징이 있다. 물론 너무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상에 이르게 된다. 가장 쉬운 예로, 아무리 좋은 골다공증약을 먹어도 체중부하를 가하는 운동(예, 걷기, 뛰기)을 하지않으면 적절한 효과를 볼 수 없다. 뼈에 체중부하가 가해지지않으면 약을 먹어도 뼈가 튼튼해지지 않는다. 중력이 없는 우주선에서 생활하면 뼈의 구성성분이 한달에 1~2%씩 줄어든다는 보고와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현재 적응되어있는 상태보다는 더 강하지만 손상을 가할 정도는 아닌 부담(=스트레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규정짓는 이유는 ‘과부하와 적응(適應)‘이라는원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평소보다 더 큰 부담을 겪으면 이 과도한 부담(=스트레스)에 반응해 적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점점 더 강해지고 튼튼해지는 것이 바로 운동 효과인 것이다. 손상된 허리 디스크와 무릎도 적절한 과부하를 걸어 주면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더 강해지게 된다. 단, 손상된 상태이므로 과도(過度)한 과부하에 매우 민감하다. 과부하가 조금만 도를 지나쳐도 약이 되기보다 독이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가장 적절한 과부하를 걸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통증이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걷는 것‘보다 더 적절한 과부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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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겉·결혼·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5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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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인 줄 알았는데 에세이다. 이방인의 뜨거운 태양과 바다, 페스트의 오랑이 여기에 있다. 까뮈가 사랑해 마지않은 알제리와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 어떻게 이십 대에 자기의 조국과 고향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이방인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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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we grew, we spoke more about drugs and sex and life choices, about race and inequality and politics. My parents didn‘t expect us tobe saints. My father, I remember, made a point of saying that sex wasand should be fun. They also never sugarcoated what they took to be theharder truths about life. Craig, for example, got a new bike one summerand rode it east to Lake Michigan, to the paved pathway along RainbowBeach, where you could feel the breeze off the water. He‘d been promptlypicked up by a police officer who accused him of stealing it, unwilling toaccept that a young Black boy would have come across a new bike in anhonest way. (The officer, an African American man himself, ultimatelygot a brutal tongue-lashing from my mother, who made him apologizeto Craig.) What had happened, my parents told us, was unjust but alsounfortunately common. The color of our skin made us vulnerable. It wasa thing we‘d always have to navigate. - P25

This particular form of discrimination altered the destinies of gen-erations of African Americans, including many of the men in my family,
limiting their income, their opportunity, and, eventually, their aspira-tions. As a carpenter, Southside wasn‘t allowed to work for the largerconstruction firms that offered steady pay on long-term projects, giventhat he couldn‘t join a labor union. My great-uncle Terry, Robbie‘s hus-band, had abandoned a career as a plumber for the same reason, insteadbecoming a Pullman porter. There was also Uncle Pete, on my mother‘sside, who‘d been unable to join the taxi drivers‘ union and instead turnedto driving an unlicensed jitney, picking up customers who lived in theless safe parts of the West Side, where normal cabs didn‘t like to go. Thesewere highly intelligent, able-bodied men who were denied access to stable - P38

high-paying jobs, which in turn kept them from being able to buy homes, send their kids to college, or save for retirement. It pained them, I know,
to be cast aside, to be stuck in jobs that they were overqualified for, towatch white people leapfrog past them at work, sometimes training newemployees they knew might one day become their bosses. And it bredwithin each of them at least a basic level of resentment and mistrust: Younever quite knew what other folks saw you to be. - P39

It was another small push out into the world. I‘m sure that in herheart my mother knew already that he‘d make the right choice. Everymove she made, I realize now, was buttressed by the quiet confidence thatshe‘d raised us to be adults. Our decisions were on us. It was our life, nothers, and always would be.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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