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신간 소개로 강렬한 표지의 이 책을 접하고, 어느 퀴어 작가가 에세이를 썼나 보다 했고, “이반지하”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였으나, “퀴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하고, 어느 여행지의 서점에서 보이면 픽하기로.

그 이후 책읽아웃 삼천포책방에서 김하나 작가의 책 소개로 드디어 “이반지하”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고, 김하나 작가의 추천에 따라 책을 읽기 전, 영혼의 노숙자 117화와 이후 정규 코너인 월간 이반지하 5호를 통해 말 그대로 “영접”하게 되고,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이반지하”라는 예술하는 퀴어 생존 여성 노동자이자 유머리스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현대미술가로, 음반을 낸 가수로, 퍼포먼스 활동가로, 애니매이션 감독으로, 시나리오 작가로,, 정말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나, 그 예술활동을 하며 생존하기 위하여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로 살아가는, 그럼에도 천재적인 농담을 구사하는 유머리스트. 그러므로 단순히 “퀴어”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에서도 그랬듯 “퀴어”만을 위한 얘기가 아니지만 여기를 살고 있는 “퀴어”한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의 우울증의 원인인 트라우마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록산 게이의 “헝거”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생각난다. 그 사건 또는 그 당시를 쉽게 말하지 못하고 계속 주변을 맴돌며, 나아갔다 후퇴하고 다시 주변을 맴돌고,, 그러므로 트라우마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뭐라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캐릭터인 “이반지하”의 매력은 팟캐스트나 유튜브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길. 알라딘티비에서 김하나 작가가 진행한 “저자만남”코너 영상도 추천!
작가님이 시나리오를 쓴 퀴어 가족 시트콤 “으랏파파”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나에겐 엄청난 장문(?)의 리뷰가, “이반지하”님이 말하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구독료의 하나로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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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10-05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궁금했어요. 저도 삼천포책방에서 소개 들었습니다^^ 김하나작가님이 북토크도 하셨더라구요.

햇살과함께 2021-10-05 15:13   좋아요 2 | URL
네~ 두분 케미가 좋더라구요

붕붕툐툐 2021-10-05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삼천포책방 저도 들어봐야겠어요! 소개 감사합니다~

햇살과함께 2021-10-05 19:11   좋아요 1 | URL
얼마전에 슬프게도 김하나 작가님이 그만두셨어요;; 그치만 3년치 방송 있으니 들어보세요~

독서괭 2021-10-05 19:11   좋아요 2 | URL
햇살님도 팬이셨군요. 저 3년 동안 열심히 들었는데 너무 슬펐어요 ㅜㅜ
 

곁말은 비참의 언어다. - P277

모든 굴욕들과 모든 비운들의 맨끝에는, 반항하고 행복한 현실들과 지배 권력들의 전체에 대해 투쟁에 들어가기를 결심하는 최후의 비참이 있다. 이 무서운 싸움에서, 어떤 - P280

때는 교활하고, 또 어떤 때는 격렬하고, 동시에 병적이고 가혹한 비참은 악덕에 의해 짓궂은 짓들로, 그리고 범죄에 의해결정적인 타격들로 사회질서를 공격한다. 이러한 투쟁의 필요를 위해 비참은 하나의 전투어를 발명했는데 그것이 곧 곁말이다. - P281

풍습과 사상 들의 역사가는 사건들의 역사가에 못지않은 엄숙한 사명을 띠고 있다. 사건들의 역사가는 문명의 표면을, 왕위 싸움, 군주의 출생, 제왕의 결혼, 전쟁, 집회, 국가의 위인, 백일하의 혁명 등 모든 외부의 것을 가지고 있고, 풍습과 사상 들의 역사가는 내면, 밑바닥, 일하고 고생하고 기다리는 민중, 짓눌린 여성, 고통 받는 어린이, 인간 대 인간의 은연한 투쟁, 은근한 잔인성, 편견, 공공연한 부정, 법률에 대한 지하의 반격, 영혼의 은밀한 진화, 군중의 눈에 띄지 않는 몸부림, 굶주림, 헐벗음, 가난뱅이, 낙오자, 고아, 불행자, 파렴치한, 암흑 속에 헤매는 모든 생령을 가지고 있다. - P282

인생을 자세히 보라. 인생은 도처에 형벌을 느끼도록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그대는 이른바 행복한 사람인가? 그런데, 그대는 매일 슬프다. 날마다 그날의 큰 슬픔이 있고, 또는 작은 걱정이 있다. - P285

인간의 참다운 구분은 이렇다. 즉 밝은 사람들과 어두운 사람들, 어두운 사람들의 수효를 줄이고 밝은 사람들의 수효를 불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목적이다. 우리가 교육이다! 학문이다! 하고 외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글을 배우는 것, 그것은 불을 켜는 것이다. 배우는 한마디 한마디는 빛을 던진다.
그런데 빛을 말하는 자는 반드시 기쁨을 말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빛 속에서 괴로워한다. 지나치면 탄다. 불길은 날개의 적이다. 날기를 그치지 않고 타는 것, 그것이야말로 천재의 기적이다.
알 때도 사랑할 때도 그대는 괴로워한다. 빛은 눈물 속에서 태어난다. 밝은 사람들은 설령 그것이 어두운 사람들 위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눈물을 흘린다. - P286

정열이 행복하고 순수할 때 사람을 완전한 상태로 이끌어간다고 믿는 것은 잘못이다. 앞서 확인했듯이, 그것은 사람을단지 망각의 상태로 이끌어 갈 뿐이다. 그러한 처지에 있을 때 사람은 악하기를 잊어버리지만, 또한 선하기도 잊어버린다. 감사도 의무도 귀찮고, 중요한 추억도 스러져 버린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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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이라고 하기엔 오전인가?) 독서는 시 읽기부터~
오늘은 나의 사랑 한용운님 시로~
12월에는 윤동주의 시가 6편으로 제일 많다. 그 다음 백석 시 3편. 1,2월도 마찬가지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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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을,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고 부모님들은 말했는데, 그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내년이면 고등학교 졸업반이 될 터였기 때문에, 벌써 우리는, 우리가 별 볼일 없음의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 여름은, 우리가 아직 용돈을 받고 일자리를 얻지 않아도 될 만큼 어릴 수 있는 마지막 여름이었다. - P170

그녀는 언젠가 내게,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어떻게 마음을 다독이며, 매일 그런 슬픔 곁에서 지낼 수 있느냐고, "당신은 그것 때문에 우울해지지 않아?" 그녀가 언젠가 내게 물었다.
"아뇨." 나는 말했다. "오히려 반대예요. 그건 나를 행복하게 하지요."
그러자 그녀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때에도 나는, 그녀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P195

어머니와 내가 지나고 있던, 침묵으로 가득찬 그와 같은 순간들이 그 집에서 보낸 나의 전 생애였다. 내게 줄곧 어머니는 근본적으로 슬픈 여인이었다. 어머니는 여러 면에서 아버지가 자신의 삶에 남긴 부재를 채우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했다. - P228

어머니가 마침내 차로 돌아왔을 때, 나는 그녀가 울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집을 향해 가고 있는데 어머니가 그냥 나를 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네가 노력해서 나아지면 좋겠어, 스티븐." 어머니는 말했다. "우리 모두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나는 어쨌거나 고개를 끄덕였고, 차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면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러겠노라고 말했다.
"나아지려고 노력할게요. 약속해요."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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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울빅에서 평생을 살며 과수원 농부가 되어 시를 쓴 울라브 하우게

자연과 노동이 깃든 마음 포근해지는 시들.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 P11

고양이

고양이가 앉아 있을 겁니다.
농장에
당신이 방문했을 때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이 농장에서
그 녀석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 P19

야생 장미

꽃노래는 많으니
나는 가시를 노래합니다.
뿌리도 노래합니다 -
뿌리가
여윈 소녀의 손처럼
얼마나 바위를 열심히
붙잡고 있는지요 - P25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눈이 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
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
내가 눈을 맞을 것인가

저녁 정원을
막대를 들고 다닌다
도우려고.
그저
막대로 두드려주거나
가지 끝을 당겨준다.
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
온몸에 눈을 맞는다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 나무들은
바람 아니면
어디에도 굽힌 적이 없다 -
바람과의 어울림도
짜릿한 놀이일 뿐이다
열매를 맺어 본 나무들은
한 아름 눈을 안고 있다
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 P43

그들이 법을 만든다

그들이 국회에 앉아 있다
플라톤도 읽지 않은 그들이. - P63

비 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다

오직 비 때문에
길가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선 건 아닙니다, 넓은 모자
아래 있으면 안심이 되죠
나무와 나의 오랜 우정으로 거기에
조용히 서있던 거지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비를 들으며 날이 어찌 될지
내다보며
기다리며 이해하며.
이 세계도 늙었다고 나무와 나는 생각해요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거죠.
오늘 나는 비를 좀 맞았죠
잎들이 우수수 졌거든요
공기에서 세월 냄새가 나네요
내 머리카락에서도.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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