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울빅에서 평생을 살며 과수원 농부가 되어 시를 쓴 울라브 하우게

자연과 노동이 깃든 마음 포근해지는 시들.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 P11

고양이

고양이가 앉아 있을 겁니다.
농장에
당신이 방문했을 때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이 농장에서
그 녀석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 P19

야생 장미

꽃노래는 많으니
나는 가시를 노래합니다.
뿌리도 노래합니다 -
뿌리가
여윈 소녀의 손처럼
얼마나 바위를 열심히
붙잡고 있는지요 - P25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눈이 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
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
내가 눈을 맞을 것인가

저녁 정원을
막대를 들고 다닌다
도우려고.
그저
막대로 두드려주거나
가지 끝을 당겨준다.
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
온몸에 눈을 맞는다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 나무들은
바람 아니면
어디에도 굽힌 적이 없다 -
바람과의 어울림도
짜릿한 놀이일 뿐이다
열매를 맺어 본 나무들은
한 아름 눈을 안고 있다
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 P43

그들이 법을 만든다

그들이 국회에 앉아 있다
플라톤도 읽지 않은 그들이. - P63

비 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다

오직 비 때문에
길가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선 건 아닙니다, 넓은 모자
아래 있으면 안심이 되죠
나무와 나의 오랜 우정으로 거기에
조용히 서있던 거지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비를 들으며 날이 어찌 될지
내다보며
기다리며 이해하며.
이 세계도 늙었다고 나무와 나는 생각해요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거죠.
오늘 나는 비를 좀 맞았죠
잎들이 우수수 졌거든요
공기에서 세월 냄새가 나네요
내 머리카락에서도.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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