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대지를 흐르듯이 알코올은 가족의 핏줄을 타고 흐른다. 때로는 급류를 이루고 때로는 가는 물줄기가 되어 지나는 길의 지형을 변화시킨다. - P49

술에 빠진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까지는 안전하고, 바로 그다음 자리에 선 사람들부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 P51

"당신은 깔끔하고 조용한 알코올 중독자야. 얌전하고 지적인."
그 말은 맞았다. 나는 깔끔하고 조용한 알코올 중독자였다.
"하지만 짐작도 못 할 이야기도 있어."
나는 미소 짓고는 말했다. - P53

그때 와인이 나왔다. 한 잔, 그리고 두 잔, 두 잔째 마시던 중, 어 - P63

느 순간 스위치가 탁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스르르 녹아들었고, 머릿속이 따뜻하고 가볍게 느껴졌다. 내가 마시는 것이 술이 아니라 안온함 자체인 것 같았다. 안온함은 술병에서 쏟아져나와 아버지와 나 사이를 흘렀다. - P64

어머니는 그런 식으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 베카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식사 때 와인 한 잔을 마시면, 더 따라주려고 해도 술잔 입구를 손으로 막았다.
"아냐, 됐어. 이미 충분히 마셨어."
충분하다니? 알코올 중독자에게 그것은 생경한 미지의 언어다. 충분히 마시는 일이란 없다. 우리는 언제나 술이라는 보험을 찾고 또 찾는다. 첫 잔을 마시고 따뜻한 취기가 오르기 시작하면 그다음에는 그 느낌을 지속시키는 것, 그걸 강화하고 증대하는 것, 그걸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P82

어떤 사람들은 일정량의 술에 만족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마셔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알코올 중독의 질병 이론(알 - P83

코올 중독자의 몸은 생리학적으로 술에 비중독자와 다르게 반응한다는)을 지지해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나는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멈추는 방법을 모른다. 온몸에 강렬한 결핍감이 들어차서 그만 마셔야겠다는 생각 같은 것은 들지 않는다. - P87

우리 내면에 깊은 결핍감이 있다. 그에 대한 반응으로 우리는 외부의 뭔가에 탐욕적으로,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내면의 불편함을 달래줄 수 있다고 믿기에. - P87

내가 술에 취하는 방식은 조금 특이하고 미묘했다. 예전에 남편은 나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술에 젖으면 낸은 자기 마음속 골방으로 들 어가서 차양을 내린다‘ 라고. - P99

내가 아는 모든 알코올 중독자에게 공통되는 신념의 방정식이있다. 그것은 ‘불편 + 술 = 불편 없음‘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자기 변화의 수학이 탄생한다.
"술을 마시면 내가 원하는 내가 되었어요." - P101

술을 마시면 해방된다. 맑은 정신일 때 우리 앞에는 심연이 놓여 있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그 위로 튼튼한 다리가 생겨난다. 우리는 그저 그 다리를 건너기만 하면 된다. - P102

여기에서 ‘두려움 + 술 = 용기‘라는 또 하나의 방정식이 생겨난다. - P104

또 하나의 방정식이 가동된다. ‘억제 + 술 = 해방‘ 알코올 중독은 결국 이런 방정식이 쌓이고 쌓인 끝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 온갖 사소한 두려움과 허기와 분노, 영혼의 밑바닥에 쌓이는 미세한 경험과 기억들이 오랜 세월 술과 함께 출렁거리다가 단 하나의 치료약으로 변모하게 된 그런 것. - P112

그것은 알코올 중독의 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우리의 인격이 성장을 멈춘다는 것이다. - P113

알코올은 우리에게 보호막을 둘러쳐서 자기 발견의 고통이 다가오는 것을 막아준다. 그 보호막은 극도의 안온감을 주지만 극도로 교활한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완전한 허상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허상이면서도 진정한 실체처럼 간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P114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방정식은 더욱 강력하고 완전한 내용으로 바뀐다. ‘고통 + 술 = 자기 망각‘이라는. - P114

고등학생 시절의 나, 어떤 사내아이가 내 몸을 더듬는다. 충격과 호기심에 얼떨떨하다. 술기운으로 그런 감정을 막아낸다. 이제 대학생이 된 나, 비틀거리며 브루스의 기숙사로 올라간다. 너무 취해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파티에 가서 남자들에게 은근한 눈길을 던진다. 그러다가 멈출 지점을 놓쳐버린다. 내가 일으킨 사태를 수습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이런 당혹감을 잠재우려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술을 마신다. 그리고 나 자신도 느낀다. 술이 이런 일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충격은 줄어들고 탐색의 호기심은 늘어간다.
‘자, 됐어. 문제없잖아. 난 할 수 있어.’ - P127

알코올 중독자들은 거의 자동으로 인간관계가 엉망이다. 우리는 자기 존재감을 느끼고 당당하게 관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지 못하고, 술에 취해 질척질척 흘러 들어간다. 우리는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서, 우리 자신의 핵심 버전, 그러니까 우리가 본래 가지고 나왔고,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수 있게 해주는 버전의 자기 모습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친밀한 관계를 극도로 불편해하는데 여기서 알코올은 그런 불편함을 막아주는 한편, 그것을 진실로 극복하는 길 또한 막아버리는 이중적 작용을 한다. 우리는 감정을 솔직히 대면하는 것보다 거기서 한 발짝 물러서는 데 훨씬 더 익숙하다. 갈등을 느끼는가? 마셔라. 불안한가? 마셔라. 울화가 치미는가? 마셔라. - P131

술은 거짓된 미혹이다. 알코올은 힘을 주지만, 준 만큼 그대로 앗아간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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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서에 집착하는 이유는 인문학을 읽고 싶다, 읽히고 싶다는 출판업 종사자의 바람을 담았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언어내 번역 또는 바꾸어 말하기라는 방법은 글을 쓸 때, 타자와 대화할 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바꾸어 말하기라는 실천을 2022년 새해의 목표로 권한다. - P13

철학자 한병철은 "피가 흐르는 상처들"을 가진 사람들이 "공허한 자아를 잠시 동안 은폐"하려는 시도로 셀카를 찍으며, 따라서 셀카중독은 "고립된 나르시시즘적 자아의 공회전"과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셀카 촬영이자 기상해를 통해 공허한 자아를 처리하려 한다는 점에서 자살 테러와 견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 P23

인생샷은 여성들의 집단적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는 남성의 셀카 실천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남성들은 개인적으로 셀카를 찍을 뿐, 친구들과 함께 인생샷을 위한 여행을 기획하거나 서로의 보정된 사진을 검사해 주지 않는다. 반면 여성들은 셀카에 대한 공통적 감각을 공유하며 인생샷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셀카가 이처럼 ‘비성찰적’ 여성 ‘개인’의 특수한 실천이 아니라 여성 동성사회의 또래문화라는 점은, 따라서 젠더화된 방식으로 실천되는 셀카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 P26

셀카에 공들이는 여성의 모습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셀카중독녀’ 이미지와 다르다. 스스로에 도취되어 인생샷을 올리기보다는 도취된 것처럼 보일까 전전긍긍한다. 완벽하게 연출된 인생샷을 올리되, 그 과정은철저하게 숨기고 싶어 한다. 이들은 아름다운 사진을 게시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전시하는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하며 분열에 시달린다. - P31

여기에 최근 그는 물질적 중독과 도박, 게임, 쇼핑 등에 대한 비물질적 중독이 모두 자본주의 산업이 초래한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라고 보고, 새로운 쾌락을 끊임없이 제공해 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이 모든 "퇴보적인 비즈니스 체제"를 가리켜 "변연계 자본주의"라 이름 붙였다. - P62

어찌 보면 볼코의 지적처럼 사람들이 중독에 빠져 브레이크 없는 차를 몰도록 이 사회가 조장한다면, 현대인은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브레이크를 빼 버리고 더 세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지 모른다. 이 사회는 멈추지 못해 죽는 것이 아니라 속도가 느려 죽임을 당하는 사회에 가깝지 않을까. - P65

세상 누구도 그 결핍을 채워 주지 못했고, 그에게는 막막함, 억울함, 분노, 불면 그리고 우울함만 남았다. 나는 이것을 "삶이 초래한 금단 증세"라 불러 왔다. - P67

영국의 작가 요한 하리는 "중독의 반대는 깨어 있는 맑은 정신 상태가 아니라 연결"이라고 말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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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1-21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의료계통에 있으니 더 중독된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어쩌면 치매 다음으로, 아니면 치매처럼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불행한 상태가 중독된 상태가 아닐지... 요한 하리가 말한 대로 연결은 중독의 치료제라고 생각해요. 좋은 인용글 감사해요.^^

햇살과함께 2022-01-21 22:48   좋아요 0 | URL
라로님은 병원에서 정말 다양한 중독 경험자를 만나실 것 같아요.. 많은 중독이 이해받지 못함에서 발생하는 문제일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에겐 연결이 필요하겠죠 느슨할지라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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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한 번 밖에 쓸 수 없다고 언급한, 흥미진진한 결말! 범인을 알고 다시 읽어도 재밌을 것 같다. 푸아로에게 점점 빠져든다! 푸아로 셀렉션도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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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1-19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에 대해 분석한 피에르 바야르의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도 있어요. 바야르의 대표작만큼은 아니지만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좋으셨다면 대충 훑어보실만은 해요^^*

햇살과함께 2022-01-19 12:56   좋아요 1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찾아봐야겠네요~
 

블런트가 불쑥 말했다.
"나는 그 동안 모든 면에서 바보였소. 우리가 이제까지 한 대화는 무척 괴상했소. 덴마크 연극처럼 말이오. 하지만 선생은 훌륭한 분이오, 푸아로 씨. 고맙소."
블런트는 푸아로의 손을 잡고는 그가 아파서 찡그릴 만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고는 옆문을 통해 정원으로 나갔다.
"모든 면에서 바보였던 건 아니지. 오직 한 가지, 사랑에 빠진 바보일 뿐이지."
푸아로가 아픈 손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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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모든 추론이 터무니없노라고 힘주어 말했다. 누이가 말한 것 중 적어도 일부에는 마음속으로 동의하고 있었던 만큼 내 어조는 더욱 단호했다. 하지만 누이처럼 그저 어림짐작만으로 사태를 판단하는 건 정말 잘못이다. 나는 그런 종류의 일을 부추기지 않을 터였다. - P19

어떤 사내가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하고, 여가와 소일거리를 갖기 위해 땀과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자신이 기뻐하며 떠나왔던 과거의 일과 분주했던 지난날을 그리워하고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걸 말입니다."
"그럼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저 자신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년 전 저는 유산을 물려받았죠. 꿈이 실현되었다고 여길 만한액수의 돈을 말입니다. 전 언제나 여행을 하고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죠. 음, 그게 말씀드린 대로 1년 전입니다. 그런데 전 아직 여기 이러고 있답니다."
내가 느릿하게 대답했다. 자그마한 이웃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습관이란 게 그런 거죠.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지만,
목표가 달성되고 나면 우리가 진짜 원한 것은 사실 매일의 노동임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기억해 두세요. 무슈, 제 직업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었답니다. 세상의 여러가지 일들 중 가장 흥미로운 종류의 일이었지요." - P37

"돈이란 지금 제게 중요합니다. 언제나 그래 왔지요. 하지만 제가이 사건을 맡는다면 돈 때문이 아닙니다.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아두셔야 합니다. 전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칠 겁니다. 명견은 냄새를 맡으면 끝장을 보는 법이란 걸 잊지 마십시오! 나중에 당신은 그냥이 사건을 지방 경찰에 맡겨 두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하실 수도 있습니다." - P116

"의자에 관한 한 그렇다고 봅니다. 그 밖에는 모르겠습니다. 이런종류의 사건을 많이 다루어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선생님, 이런 사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내가 호기심을 느끼며 물었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 각자가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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