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서에 집착하는 이유는 인문학을 읽고 싶다, 읽히고 싶다는 출판업 종사자의 바람을 담았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언어내 번역 또는 바꾸어 말하기라는 방법은 글을 쓸 때, 타자와 대화할 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바꾸어 말하기라는 실천을 2022년 새해의 목표로 권한다. - P13

철학자 한병철은 "피가 흐르는 상처들"을 가진 사람들이 "공허한 자아를 잠시 동안 은폐"하려는 시도로 셀카를 찍으며, 따라서 셀카중독은 "고립된 나르시시즘적 자아의 공회전"과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셀카 촬영이자 기상해를 통해 공허한 자아를 처리하려 한다는 점에서 자살 테러와 견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 P23

인생샷은 여성들의 집단적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는 남성의 셀카 실천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남성들은 개인적으로 셀카를 찍을 뿐, 친구들과 함께 인생샷을 위한 여행을 기획하거나 서로의 보정된 사진을 검사해 주지 않는다. 반면 여성들은 셀카에 대한 공통적 감각을 공유하며 인생샷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셀카가 이처럼 ‘비성찰적’ 여성 ‘개인’의 특수한 실천이 아니라 여성 동성사회의 또래문화라는 점은, 따라서 젠더화된 방식으로 실천되는 셀카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 P26

셀카에 공들이는 여성의 모습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셀카중독녀’ 이미지와 다르다. 스스로에 도취되어 인생샷을 올리기보다는 도취된 것처럼 보일까 전전긍긍한다. 완벽하게 연출된 인생샷을 올리되, 그 과정은철저하게 숨기고 싶어 한다. 이들은 아름다운 사진을 게시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전시하는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하며 분열에 시달린다. - P31

여기에 최근 그는 물질적 중독과 도박, 게임, 쇼핑 등에 대한 비물질적 중독이 모두 자본주의 산업이 초래한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라고 보고, 새로운 쾌락을 끊임없이 제공해 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이 모든 "퇴보적인 비즈니스 체제"를 가리켜 "변연계 자본주의"라 이름 붙였다. - P62

어찌 보면 볼코의 지적처럼 사람들이 중독에 빠져 브레이크 없는 차를 몰도록 이 사회가 조장한다면, 현대인은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브레이크를 빼 버리고 더 세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지 모른다. 이 사회는 멈추지 못해 죽는 것이 아니라 속도가 느려 죽임을 당하는 사회에 가깝지 않을까. - P65

세상 누구도 그 결핍을 채워 주지 못했고, 그에게는 막막함, 억울함, 분노, 불면 그리고 우울함만 남았다. 나는 이것을 "삶이 초래한 금단 증세"라 불러 왔다. - P67

영국의 작가 요한 하리는 "중독의 반대는 깨어 있는 맑은 정신 상태가 아니라 연결"이라고 말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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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1-21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의료계통에 있으니 더 중독된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어쩌면 치매 다음으로, 아니면 치매처럼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불행한 상태가 중독된 상태가 아닐지... 요한 하리가 말한 대로 연결은 중독의 치료제라고 생각해요. 좋은 인용글 감사해요.^^

햇살과함께 2022-01-21 22:48   좋아요 0 | URL
라로님은 병원에서 정말 다양한 중독 경험자를 만나실 것 같아요.. 많은 중독이 이해받지 못함에서 발생하는 문제일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에겐 연결이 필요하겠죠 느슨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