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제퍼슨이 선언문에서 언급한 권리를 지닌 ‘모든 인간all men’이란 ‘모든 남성’, 특히 백인 남성만을 가리킨다. 제퍼슨이 말하는 ‘인간‘에는 노예나 북아메리카 토착민, 혹은 그 어떤 인종의 여성도 포함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난 1789년에 선포된 인간과시민의 권리 선언」에서도 여성은 제외됐다. 하지만 이러한 배제에 반발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극작가 올랭프 드구주는 1791년,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선언」을 직접 작성해 발표했다(이는 2년 뒤, 그녀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한편, 당시 영국에서 프랑스혁명을 유심히 지켜보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도 『여권의 옹호』를 썼다. - P43

"아름다움은 곧 여성의 권력이라는 가르침을 어릴 때부터 받아온 여성들은 정신을 육신에 맞추고, 반짝거리는 새장 안을 맴돌며 그 감옥을 치장할 궁리를 할 뿐이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 못지않게 이성적인 존재이며, 따라서 여성도 자연권을 타고난다. - P44

미국의 무정부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엠마 골드만은 "활동가라면 본디 그 성격이 불평등한 체제 내에서 더 많은 특권을 얻으려 하기보다체제 혁명을 옹호해야 마땅하다"라고 말하며 여성참정권 운동을 지지하지 않았다. - P45

그들은 권리 옹호를 향한 페미니스트 비판이 상대적으로 특권을 지닌 이들의 시각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미 기본권이 잘 갖춰져 있는 서구의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백인 여성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이에 레이시는 이렇게 쓴다. "더욱 심한 억압을 받는 이들에게 권리의 언어는 여전히 열망과 이상향을 의미한다. 선행하는 정치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난 후에야 권리 개념을 해체할 수 있다." - P46

페미니스트는 그 이유 중 하나로, 법은 평등 대우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풍조를 꼽았다. 이러한 경향은 여성이 남성과 ‘평등하게‘ 대우받기를 원하면 남성과 같아지라고 암묵적으로 요구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동일 임금과 관련한 법은 남성과 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여성에게 법적 구제책을 마련해준다. 하지만이 법은 수많은 노동 시장에 만연한 성별 직종 분리는 다루지 않는다. 많은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이유는 정확히 남성과 같은 일을 하지 않아서다. - P47

18세기와 달리, 이 선언문은 서문에서 ‘남성과 여성의 평등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16조에서 "가정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구성단위로,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말한다. 이 조항은 가정이 내부적으로 동질적이지 않고,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수십 년간 페미니스트가 지적해왔듯, 강제 노동부터 가정 폭력과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겪는 수많은 학대는 높은 비율로 가정 내에서 가족 구성원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가정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와 ‘남성과 여성의 평등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 간에는 잠재적인 모순이 있다. - P50

법 이론가 캐서린 매키넌이 지적하듯, 젠더 불평등은 전 세계적인 체계이지만 그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양쪽에서 공격받는다. 먼저, 만약 불평등과 억압의 형태가 문화마다 다르다고 본다면, 관련 국가는 ‘이질적인’ 문화 규범이라 판단되는 의무는 시행을 거부할 수도 있다. 이는 그토록 많은 국가가 결혼·이혼·상속·국적 같은 중차대한 문제에서 계속해서 차별을 저지르면서도 "여성에 대한 모든 종류의 차별 철폐"를 목표로 하는 협약을 비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젠더 불평등이나 억압의 형태가 문화를 불문하고 보편적이라 본다면, 그러한 억압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려 특정 국가가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 P52

우리는 ‘행위성agency‘, ‘선택권‘과 더불어 ‘권리‘가 진공 상태에서 행사되는 것인 양 말하곤 한다. 현실에서 우리는 처한 조건에 따라 어떤 행위가 가능할 수도,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 - P56

두말할 것 없이, 무슬림 여성의 말을 듣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특정 집단 여성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라는 요청으로 정치적 논쟁이 해결되는 일은 좀처럼 없다. 특정 집단 여성의 말을 듣다 보면 그들이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같은 정체성을 공유한다고 해서 정치적 분석까지 같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종교적 권리를 지지하는 무슬림 페미니스트도 있고, 그에 반대하는 무슬림 페미니스트도 있다. - P58

‘권리’와 ‘평등’은 친숙한 주류 개념이지만, 보기만큼 간단치 않다 과거나 현재나 권리 개념이 페미니즘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도, 그조차 대국적으로 봤을 때 하나의 부분에 불과하다. 사회·문화·경제를 포함한 다른 분야의 변혁이 없다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여성의 권리는 현실에서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P61

페미니즘적 관점이 지닌 한 가지 분명한 특징은 가족을 돌보는 것 또한 노동이라는 인식이다. 돌봄 노동은 그 대가로 돈을 받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 P64

페미니즘은 여성 간의 차이와 불평등을 다룰 줄 알아야 하며, 여성이 다른 여성을 착취하는 문제도 논할 수 있어야 한다. - P65

예를 들어, 우리는 빈곤 여성의 가사 노동을 착취하는 일이 부유한 여성만의 책임인 양 보이는 이유에 관해 질문해야 한다.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거래의 막후에는 또 다른 당사자가 존재한다. 바로 집안의 남성이다. 부유한 여성이 빈곤한 여성을 착취하는 특정 행위는 가사와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다. 만약 여성이 그러한 가사와 육아를 도맡고 싶지 않다면, 이를 대신해줄 사람을 찾는 것 또한 그녀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여성이 다른 여성과의 계약으로 득을 보는 만큼 남성도 득을 본다(그렇지 않으면 남성은 여성과 함께 가사를 나누어서 하거나, 낮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남성은 착취자로 보이지 않는다. ‘그‘의 일을 대신 할 사람을 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P66

"돌봄 노동을 탈여성화해" 남성이 더 많은 돌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뿌리 깊은 사회 규범과 젠더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수 있다. - P70

‘남성 가장과 그에 의존하는 여성‘이라는 이 형식은 오늘날 사람들이 ‘전통적‘ 가족상 혹은 여성의 ‘전통적‘ 역할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았을 때, 이는 전혀 ‘전통적‘이지 않다. 심지어 보편적 행태도 아니었다. 그러한 형식은 단지 남성에게 잘 맞았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이해관계에도 들어맞았기에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됐다. - P73

하지만 ‘선택‘이라는 언어는 사실상 여성의 선택이 그들도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 요인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감춘다. - P77

페미니스트가 보기에 개인 여성에게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왜 여성이 특정한 선택을 내리게끔 강요받는 방식으로 사회가 조직됐는지, 다른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혹은 만들어야 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노동에 관한 페미니스트의 논의는 대다수가 이러한 질문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지만, 또 다른 페미니스트는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 P78

OECD는 돌봄을 ‘탈여성화‘하자고 말하는데, 성별 간 진정한 평등을 이루려면 직장 근무에 따라붙는 가치와 인식을 ‘탈남성화‘하는 과정도필요하다. - P81

이러한 얘기를 꺼낸 이유는 시공간을 초월해 많은 여성이 공통으로 겪는 몇몇 경험들(예를 들어, 여성 대다수가 월경을 경험하고, 많은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다)이 생물학적 특성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가장 기초적이고 보편적인 경험(성별과 관련 없는 예시로 식사, 죽음 등이 있다)조차 항상 문화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여성이 월경이나 임신 같은 생물학적 과정을 실제로 겪어내는 방식은 그 과정 자체의 성질뿐만 아니라, 여성이 속한 사회에서 그러한 과정이 이해되고 다뤄지는 방식에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 P87

여성이 지녀야한다고 장려되는 특징은 여성의 열등한 사회 지위를 정당화하는 데 동원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 P90

우리는 천성이나 생물학을 ‘심오한‘ 것으로 여기고, 문화는 얄팍하고 피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다. 문화 또한 ‘심오하다‘. 선구적인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말했듯, 사회적 존재가 형성되는 과정은 "자발적으로는 습득하지 못할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아동에게 강요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고도로 강압적인 과정이다. 수년간 많은 페미니스트는 아동이 태어난 순간부터 그들에게 젠더화된 시각, 사유, 행위를 강요하는 과정들을기록하려고 분투했다. - P93

이 장의 서두에서 살펴본 비성차별적 양육의 예시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부모들은 딸이 나무를 기어오르고 우주선 모형을 만들면 흐뭇해할지라도, 아들이 바비 인형을 사달라고 하면 양가적인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차이 뒤에궁극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준다. 이 부모는 여성성을 향한 편견 때문이 아니라, 남자답지 못한 소년이나 남성은 다른 남성의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남아의 특정 관심사나 행동을 저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남성이 다른 남성에게 하는 젠더 단속 행위는 남성에게 여성과다르게 행동하도록 요구하고,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우위를 드러서는 위계 체제를 옹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 P103

「어떤 페미니스트는 이를 ‘포르노 문화’라고 명명한다. 이는 포르노가 그저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정상화되어 문화적으로 만연한 사회를 일컫는다. 일부 페미니스트는 포르노 문화의 출현이 ‘강간 문화‘의 출현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그저 강간이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강간을 정상화하고 가능케하는 문화를 가리킨다. - P113

제1 물결과 초기 제2 물결 페미니스트 모두 결혼은 합법적이고 점잖은 형태의 성매매에 불과하다고 봤다. 결혼 생활에서 여성은 경제적 부양을 받는 대가로 남편에게 성적 서비스와 가사 노동을 제공한다는 것이다(당시법에 따르면, 아내는 성관계를 거부할 수 없었다. 영국에서는 1991년이 되어서야 가정 내 성폭행이 범죄가 되었다). 과거에 성 노동자로 일했던 몇몇 이들이 캣 바냐드에게 말한 바에 따르면, 그들은 돈을 받고 성을 팔기 전부터 성이 교환 가능한 상품이라는 것을 이미 이해하고 있었다. 그중 한 여성은 자신의 섹슈얼리티는 자기 것이 아니며, "남성들이 내게 원하는 것이자, 내가 가치 있음을 느끼기 위해 남성들에게 주어야 했던 것"이라고 어린 시절부터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여성의 가장 중요한 권력은 성적 권력"이라는 점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이러한 이해는 교환의 조건이 착취적일 때만 문제가 되는 걸까, 아니면 성이 상품(살림, 돈, 권력, 자존감 등을 얻기 위해 여성이 남성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전락하는이성애적 계약이 본질적으로 문제인 걸까? - P121

비티그의 글보다 1년 앞서 발표된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언 존재」에서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는 이성애를 단순히 선택지나 타고난 경향으로 봐서는 안 되며, 여성 대부분이 그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는 정치제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성애 금기는 양성 모두에게 적용됐지만, (레즈비어니즘뿐만 아니라 독신주의도 배제한 채 오로지) 이성애 관계에 참여해야 한다는 압박은 결혼 생활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여성에게 특히 더 무겁게 작용했다. 리치는 만일 여성에게 진정 자유로운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여성들은 서로를 선택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이성애를 강제하는 압박이 생겼고, 그에 저항하는 여성을 박해하게 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P122

이들은 모두 여성이 타인의 쾌락이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객체가 아니라 자율적인 성적 주체로서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은 오로지 성 그 자체로 환원되거나 성적 용어로만 정의되는 일 없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의 욕구를 중시해야 하고, 그들의 경계를 존중해야 한다. 이러한 요구가 기본적인 것으로 보일지라도, 지금도 여전히 무척 급진적인 요구다. - P125

많은 페미니스트는 다윈을 열렬히 지지했다. 모든 종種은 끊임없는 적응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는 다윈의 생각은, 여성에게 기회만 주어진다면 남성과 같은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그들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유래』 속 다윈의 여성 폄하 발언을 접한 미국 페미니스트 안토이네트브라운 블랙웰은 다윈이 자신의 논리를 끝까지 고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성차의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이는 그 자체로 자연선택과 진화의 대상이어야 한다. - P129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여성들을 다시금 글로 기록하는 작업 외에도 그들의 이름이 어떻게 삭제됐는지 묻기도 했다. 과학자의 경우, 여성의 업적을 함께 일한 남성에게 돌리는 ‘마틸다 효과‘(미국의 참정권 운동가이자 19세기에 이러한 현상에 관해 글을 쓴마틸다 조슬린 게이지 Matilda Joslyn Gage의 이름에서 따왔다)가 지속해서 발생한다. - P134

시몬 드 보부아르는 "남성은 [세상을] 그들의 관점으로 설명하면서 이를 절대적 진리인 양 착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페미니스트는 펜, 붓, 카메라를 드는 이가 누구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성별이 여성일 뿐인 예술가 개인에게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요구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다른 관점, 즉 가부장적 전제와 기준에 대적하는 관점으로 세계가 재현되길 바라는 문제이기도 하다. - P138

남성은 행동하고 여성은 보여진다. 남성은 여성을 바라본다. 여성은 보여지는 자신을 본다. 이는 대부분의 남녀 관계뿐만 아니라, 여성이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도 결정한다. 여성의 내면에 존재하는 감시자는 남성이며, 감시당하는 이는 여성이다. 그렇게 여성은 자신을 객체로 바꾼다. 특히 시선의 대상으로, 하나의 광경으로 바꿔놓는다.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 - P140

이러한 논쟁은 ‘제4 물결‘의 또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바로 젠더 정체성과 다양성에 관해 새로운 질문을 다룬다는 것이다. - P151

나는 젠더 없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세상은 젠더가 억압적이거나 강제적이지 않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젠더를 표현하고 수행하며, 자기 정체성과 연관시킬 수 있는 세상이다. 나는 젠더가 고통스럽지 않고 즐거운 세상을 원한다.

로리 페니 - P153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구호의 의미 중 하나는 개인의 선택을 완전히 ‘자유로운 것’으로 볼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은 언제나 선택이 내려지는 맥락에 따라 형성되기 때문이다. 정체성과 선택을 둘러싼 현재의 논의에서도 알 수 있듯, 이는 페미니즘 그 자체에도 적용된다.
현재 페미니즘이 ‘유행‘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티셔츠를 사는 것 이상의 의미에서 페미니스트가 되기란 절대 쉽거나 간단하지 않다고 앤디 자이슬러 같은 작가는 말한다. 그런데도 페미니스트는 왜 페미니즘을 하는 걸까? 한 페미니스트 단체에 이러한 질문을 던지자, 그들은 정치적 활동에 따르는 곤란함과 희생에 집중하기보다, 그것이 그들의 삶을 풍족하게 해주는 방식에 중점을 두어 대답했다. 그들은 페미니즘이 자신들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은 그들이 다른 여성과 긍정적인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급진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약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강화했다고 말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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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의문문 진짜 헷갈림..

1장 감탄사
감탄사는 로고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매우 어려운 단어에 속하는 것이 바로 yes와 no이기도 하다. 긍정의문문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부정의문문에서는 자주 혼동을 일으킨다. yes와 no의 사용이 한국인에게 어려운 이유는 영어와 한국어의 어법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은 ‘아직도 점심을 안 먹었니?‘처럼 부정으로 물어볼 때, 정말안 먹었으면 ‘응, 아직 안 먹었어.‘라고 대답한다. 반면 먹었다면 ‘아니, 먹었어.‘라고 대답한다. 한 문장 안에 부정어와 긍정어를 동시에 쓰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긍정으로 묻든 부정으로 묻든 yes는 긍정으로, no는 부정으로 답할 때 사용한다. 이는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양적 사고에 익숙한 한국인은 나보다 상대를 먼저 헤아리는 데 익숙하고, 이는 어법에도 그대로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직도 점심을 안 먹었니?‘라고 묻는 상대방이 볼 때, ‘아직 안 먹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응‘이라는 긍정어를 사용하면서도 ‘먹은‘ 것은 그 반대이기 때문에 ‘아니‘라는 부정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양인은 ‘나‘가 세상의 중심이기 때문에, 긍정으로 묻든 부정으로 묻든, 나의 입장에서 안 먹은 것이면 no가 되고, 먹은 것이면 yes가 된다. 따라서 부정으로 묻든 긍정으로 묻든 영어의 의문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의문문에 쓰인 동사의 내용을 ‘받아들이면‘ yes를, ‘거절하면‘ no를 사용하면 된다. 동사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될 것이 없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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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7-13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땐가 이거 배우고 정말 헷갈린다고 쓸일 없길 바랬던거 생각나요. 결국 질문에 대한 내 답의 긍정, 부정으로 얘기하면 되는거였는데 말이죠^^

햇살과함께 2022-07-13 17:35   좋아요 1 | URL
저도 계속 헷갈립니다 ㅎㅎ 공부할 땐 알지만, 막상 영어로 읽거나 들을 땐 머리 속으로 한국어로 해석하게 되니 헷갈려서 어버버 하다 틀리게 대답하는 ㅋㅋ 이 부분 읽으니 확실히 알겠다 하지만 나중에 또 잊어버릴 듯요~
 

현실의 여성에게는 왜 남성을 능가하는 힘이 없는지 궁금해진다. 성별 우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예외 없이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에게 이는 너무나 자명해 보인다. - P22

페미니스트가 말하는 남성지배는 사회구조에 관한 것이다. 남성지배/가부장적 사회는 법률·정치·종교·경제구조나 제도가 남성을 여성보다 우위에 두는 곳이다. - P23

이처럼 여성과 남성 간의 불평등이 사회구조의 모든 층위에서 재생산된다는 사실은 여성 간의 차이를 논의할 때 종종 간과되는 지점이다. - P26

성별 임금격차는 체제의 맨 꼭대기부터 아래까지 퍼져 있고, 위의 사례는 남성지배가 구조적 문제라는 또 다른 증거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임금격차가 하층 여성에 미치는 영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마땅히 기울여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체제 전체를 해체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많은 페미니스트가 여성 간의 차이를 인식하고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남성지배 혹은 가부장제라는 보편 개념을 고수하는 이유다. - P27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한 가지 전통적인 방식은 생물학적 결정론에 기대는 것이다. 생물학적 결정론에 따르면, 남성지배는 자연적인 성적 차이로 생긴 피할 수 없는 결과다. - P28

이는 페미니스트 대다수가 지지하지 않는 주장이다. 생물학적 결정론은 남성의 지배와 여성의 종속을 벗어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로 보지만, 페미니즘은 인간의 사회체제란 변할 수 있다고 맏기 때문이다. - P28

이들은 가부장제에도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내보일 수 있다면, 즉 가부장제가 탄생한 시기, 장소, 이유를 알 수 있다면 가부장제를 인간의 필수 조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전에 다른 무언가가 있었고, 또 다른 무언가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P29

엥겔스의 설명에 따르면 가부장적 가족은 ‘생존수단의 생산양식‘이 변화하면서, 즉 (가축을 번식시키고 기르는) 목축이 발달하면서 출현했다. - P30

역사학자 거다 러너는 1986년에 쓴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엥겔스와는 조금 다른 주장을 펼친다. 그녀는 가부장제의 출현이 (농업이라는) 새로운 생산양식의 발달과 연관성을 지닌다는 엥겔스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자손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남성의 바람 때문에 여성이 예속되게 됐다는 주장에는 반박한다. 대신, 러너는 남성이 여성과 아이 그 자체를 재산으로 바꿔놓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생산양식이 탄생하면서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졌기 때문에 일어났다. 아이를 더 많이 낳으려면 공동체는 더 많은 가임 여성이 필요했고, 때때로 이웃 집단에서 여성을 납치해 노예로 만들어 그 필요를 충족하기도 했다. 러너는 "노예가 된 여성과 아이는 최초의 사유재산이다"라고 말한다. - P31

성평등 사회의 모습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례는 특유의 전통적 삶의 방식을 고수해온 수렵채집사회다 - P32

실비아 월비는 『가부장제 이론』에서 영국과 같은 사회의 가부장제는 지난 세기에 ‘사적‘ 가부장제에서 ‘공적‘ 가부장제로 서서히 그 형태가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 P33

오히려 여성은 개인 남성과 맺는 사적 관계에서보다 시민이자 피고용인이라는 공적 역할에서 더 많은 예속 경험을 하게 됐다. - P34

그들은 성의 영역도 사적 가부장제에서 공적 가부장제로 전환됐다고 말한다. 즉, 과거에는 여성을 성적 소유물로 여기며 남편이 독점했다면, 오늘날 여성은 어떤 남성에게도 성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여성에게 금기시되었던 것이 현재는 기대되는 것으로 변했고, 심지어 강요되기까지 한다. - P35

가부장제의 기원을 앞서 살펴보았듯, 가부장제 출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요소는 사실상 여성의 재생산 능력을 착취하고 통제하려는 남성의 욕망이다. - P35

페미니스트 대부분은 남성이라는 계급이 차지하는 지배적 지위에 대한 대가를 남성 개개인이 치른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한편, 남성은 여성과 달리 이러한 체제로 이득을 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 P39

손태그가 말하길, 가부장제는 모든 이를 동등하게 억압한다는 생각은 "마치 가부장제는 그 누가 만든 것도 아니고, 그 누구에게 편한 것도 아니며, 그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라는 듯, 남성지배라는 날 것의 현실을 어물쩍 넘기려 한다." 남성지배가 유지되는 이유는 다른 불평등한 구조가 유지되는 이유와 같다. 즉, 가부장제는 특정한 누군가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해 작동한다. 페미니스트는 가부장제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그것을 바꾸는 데 필요한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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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 없이 럭키백 구매.

에코백은 너무 많아서, 미니 포켓백, 일명 장바구니로 선택.

근데, 미니해도 너무 미니하다... 물건 몇 개 담지도 못할 듯.

퇴근하며 편의점 맥주 4캔 구매할 때 밖에 못 쓸 사이즈(물론, 가방에 넣고 다니는 장바구니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도이긴 하지만^^).


큰 아이가 보자마자 쓰레기 봉지 아니냐고;;; 그러고 보니 시장에서 주로 쓰는 깜장 비닐봉지랑 똑같이 생겼네.


남편이가 사오라고 주문한 책도 같이 구매.


내년에는 장바구니 사이즈 좀 늘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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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08 1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하얀색 에코백으로 샀습니다. 책 많이 들어가고 좋더라구요 ^^ 올해도 에코백 할인 다 쓰는게 목표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07-08 22:34   좋아요 1 | URL
네~ 에코백 바닥면도 있어서 책 넣기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집에 에코백은 넘쳐난다는.. 작년 럭키백 가방 엄청 잘 쓰고 있어요. 주말엔 거의 그 가방만 들고 다녀요~ 새파랑님 럭키백 할인 다 쓰는 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2024-03-18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21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21 15: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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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 여성들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로 부르기 꺼렸던 이유 중 하나는 그에 따라붙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랫동안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는 여성들을 까다롭고 여성스럽지 못한 남성 혐오자로 깎아내리는 데 쓰였다. 게다가 세이어스의 글은 영국 여성이 남성과 같은 조건으로 투표할 권리를 얻은 직후에 나온 것이었다. 참정권을 얻은 이후의 세대에게 페미니즘은 구식인 데다 무의미하고 아무런 효용이 없다고 인식되었다. - P8

○ 관념으로서의 페미니즘: 마리 시어가 말했듯, 페미니즘은 "여성도 사람이라는 급진적 개념"이다.
○ 집단적 정치 활동으로서의 페미니즘: 벨 훅스에 따르면,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다.
○ 지적 체계로서의 페미니즘: 철학자 낸시 하트삭에게 페미니즘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방법이자 (…) 분석 모형"이다. - P9

관념으로서의 페미니즘은 정치적 운동보다 그 역사가 훨씬 길다. 유럽에서 정치적 페미니즘은 보통 18세기 후반에 시작됐다고 본다. 하지만 여성이 부당한 비방에 맞서 자기 성을 변호하는 글쓰기 전통은 그보다 몇 세기나 앞선 시대부터 있었다. 이러한 전통을 열어젖힌 글은 15세기 초, 박학다식한 일반인 프랑스 여성 크리스틴 드피상이 쓴 『여성들의 도시』다. - P9

역사학자들은 페미니즘의 정치적 목적이 다양한 신념이나 관심사와 양립할수 있을 때만 대중적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 P11

19세기에 시작해 20세기 초 정점에 달했던 여성참정권 운동이 그 대표 사례다. 당시 활동가들이 내세운 두 가지 핵심적인 주장은 여성의 본성과 사회적 역할에 관한 서로 다르면서 이론적으로 양립 불가능한 두 관점에 기대고 있었다. 첫 번째 관점은 여성도 남성과 같은 정치적 권리를 마땅히 지녀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남녀의 유사성을 강조했고, 두 번째 관점은 여성만의 독특한 관심사는 남성 유권자가 적절히 대표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남녀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 P11

‘물결’ 모델은 널리 쓰이지만, 수많은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중 하나는 과거의 유산이 현재에 여전히 남아 있는데도 새로 등장하는 각 물결은 이전의 것을 대체한다고 느끼게 하여 역사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비판이다. - P13

서문 앞머리에 열거한 페미니즘의 의미 중, 지적 체계라는 세번째 뜻으로 페미니즘을 이해한다면, 그 역사의 흐름을 그리기란 훨씬 더 복잡해진다. 페미니즘은 철학 사조나 이론 흐름의 전형(‘실존주의’나 ‘후기 구조주의‘ 등)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 페미니즘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위대한 사상가의 정전에 만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권의 옹호』(1792)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1949)처럼 현대 페미니스트 사상사의 토대로 널리 알려진 이론적 문헌이 몇 개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이외의 저작으로 모든 페미니스트가 동의할 목록을 만들기란 무척 까다로울 것이다. - P15

서로 다를 뿐 아니라 양립 불가능한 여러 신념과 관심사 들은 페미니즘이라는 하나의 우산 아래에 한데 모인다(물론 그 신념의 일부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추구하기도 한다). 이 신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원칙, 즉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칭하는 모두가 동의할 만한 기본 원칙 같은 것이 존재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수많은 작가는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단수 ‘페미니즘‘이 아니라 복수 ‘페미니즘들‘에 관해 얘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 P16

1. 현재 여성은 사회에서 예속 상태에 있다.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함을 겪고 체계적 불이익을 받는다.
2. 여성의 예속은 불가피하지도 않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는 정치적 행동을 통해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만 한다. - P17

비록 여기서 ‘여성‘이라는 포괄적인 용어를 썼지만, 그렇다고 ‘여성‘이 모두 똑같은 불의와 불이익을 겪는 단일하고 동질적인 집단이라고 이해해선 안 된다. - P17

현대 페미니즘의 흐름은 대부분 킴벌리 크렌쇼Kimberlé Crenshaw가 ‘교차성 intersectionality‘이라고 이름붙인 원칙을 포함하고 있다. 교차성이란 여성의 경험은 그들의 성별뿐만 아니라 인종, 민족, 섹슈얼리티, 사회 계급 같은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 등 다른 측면의 영향도 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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