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음_공유지에서 살아가기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집의 주인이 되기를 사양했다. 손님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그렇지만 그들보다 좀 오래 머무르는 장기투숙객으로 살기로 했다. 우리끼리는 구구한 설명도 필요하지 않고 크게 고민할 것도 없었던 설정이었다. 그리고 재미가 없어지면 바꾸면 될 것이었다. ‘빈집‘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때 우리는 몰랐다, 우리가 시작하는 일은 구현하기도 어렵지만 쉽게 포기될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빈집‘의 원칙은 나중에야 언어로 표현되었는데, 그것은 공유, 자치, 환대였다. - P189

키키는 건물 이름이자 공동체의 이름인데, 웃음소리에 친구와 친족(kith and kin)이 되어 함께 살자는 뜻을 담아 만든 이름이다. 혈연도 아니고 같은 공간에 살지 않아도 같은 종족으로 살자는 의미에서 키키족으로 부르기도 한다. - P195

강수돌_인간노동, 인공지능, 가치원천

K. 맑스의 《자본》은 자본주의 상품가치의 원천이 인간노동임을 명확히 했다. 왜 그런가? A. 칭의 <세계 끝의 버섯>처럼, 황폐한 숲속에서 돋아나는 송이버섯은 그 자체로 (자본주의) 가치가 없다. 사람이 힘겹게 숲속을 헤매다 땅바닥 솔잎을 조심스레 들추어야 송이버섯을 찾을 수 있고 이것을 잘 따서 깨끗이 정리한 다음 시장까지 잘 날라야 비로소 가치를 지닌 ‘상품‘이 된다. 산속의 송이 그 자체는 상품이 아니며 가치 개념도 성립되지 않는다. 자연에 인간노동이 가해지고 시장 거래 대상이 되어야 비로소 상품이 되고 가치를 갖는다. 만일 자연산 송이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면, 손쉽게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할 것이다. 그게 양송이버섯, 새송이버섯이다. 자연산 송이에 비하면 양송이나 새송이는 훨씬 싸다. 즉, 상품가치는 인간노동량에 따른다(가치공식 1). 그리고, 노동량이 많이 든 상품은 가치가 높아 더 많은 화폐와 교환되고, 노동량이 적은 건가치가 낮아 더 적은 화폐와 교환된다(가치공식 2). - P200

요컨대, 가치의 원천은 인간노동이다. 인간노동이 없다면 가치는 생산되지도 재현되지도 실현되지도 못한다. 그런데 각종 자본주의적 혁신은 결국 노동효율을 증가시키지만 두 가지 면에서 자기모순에 이른다. 첫째는 가치공식8처럼, 무한대를 향한 가치 증식 욕망이 각종 기술혁신을 추진하면서 역설적이게도 상품 단가를 무한소로 축소하기에 갈수록 마진(잉여가치)이 얇아진다는 모순이다. 가치 증식 욕망의 무한대 경향과 가치 축소 현실의 무한소 경향이라는 자가당착! 둘째는, 각종 혁신의 결과 노동효율이 높아지는 경우, 이것이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엔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 즉 잉여인간만대량 방출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기 기업을 위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바로 그 열심히 일한 결과 스스로 해고 대상자로 내몰리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이런 일이 설사 한 기업 안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회 전반적으로 보면 더욱 뚜렷하다. 자본주의에서는 (재산, 소득 불평등뿐 아니라) 한쪽에서는 실업이, 다른 쪽에서는 과로가 상존하는, 지극히 불합리한 노동 불평등이 전 사회적으로 관철되기 때문! - P203

바로 이런 면에서 독일 사회학자 마리아 미즈의 ‘빙산 모델‘이나 영국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스의 ‘도넛 경제‘가 눈길을 끈다. 이들은 우리가 아는 노동-자본 관계는 (눈에 잘 보여 GDP로 산입되지만)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 빙산 아래엔 더 어마어마한 덩치가있는데,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기에 무시당한다. 그것은 비공식 부분, 자급농부, 가사노동, 식민지와 제3세계, 그리고 자연 등이다. - P205

정형철

《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소비지상주의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그야말로진정한 ‘문화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 P223

부희령

이러한 맥락에서 책에 인용된 호주의 철학자이자 환경활동가 발 플럼우드의통찰이 예리하다. "남성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 자민족중심주의 등을 비롯한 모든 중심주의는 ‘지배자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자기중심적충동이 기반이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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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닉 페이스 - 변화를 마주하는 가장 즐거운 경험
이재진(해피러너 올레) 지음 / 푸른숲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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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닉! 마라톤을 피크닉처럼! 달리기를 말하는 자기계발서 같은 문장에 멈칫하지만, 달리면 달라진다. 계속 달리고 싶다. 이럴 줄 몰랐는데 말이다. 천천히 느리게 각자의 페이스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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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롤랜즈Mark Rowlands 《철학자와 달리기》
조지 쉬언 George Sheehan 《달리기와 존재하기》

내가 만나서 함께 달린 수많은 구독자들 중에는 의사, 변호사, 교수, 중견기업의 사장도 있었지만 다 비슷했다.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몸의 건강을 위해서 달린다고 했다. 그런데 조금만 깊게 대화를 나눠보면 저마다 마음속에 해결되지 않은 걱정과 불안 등의 감정을 잠재우기 위해서 달리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들도 자기 나름의 불안이 있다. 만약 누군가 ‘나는 전혀 불안하지 않아‘라고 말한다면 둘 중 하나가 아닐까? 거짓말이거나 뇌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사람이거나. 누구나 불안을 느끼면서살아간다. 다만 그런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뉠 뿐이다. - P34

남보다 빠르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워서 자꾸자꾸 달리고 싶어졌다. 자주, 꾸준히 달리다 보니 비 온 뒤 대나무 순이 몰라보게 자라나듯 달리기 실력이 쑥쑥 늘었다.
철학자 마크 롤랜즈Mark Rowlands는 《철학자와 달리기》에서 "젊음은 행동이 놀이가 되는 곳마다 존재한다"라고 했다. 다른 무엇을 목적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행동을 하는 곳에 젊음이 깃든다는 의미일 테다. 적어도 우리에게 달리기는 다른 목적이 아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달리기는 우리에게 놀이였다. 어른이 된 우리는 ‘달리기‘라는 ‘놀이‘를 통해 ‘젊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 P43

달리기에도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 체계적인 과정을거치면 누구나 마라톤 완주가 가능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월 150km정도의 누적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된다면 완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 P63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결국 부상의 핵심은 ‘회복력‘에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근육은 운동을 통해 부하가 생기고 휴식을 통해 회복하는 과정에서 차츰차츰 성장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근육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데, 초보 러너들의 가장 흔한 실수는 이때 회복의 시간을 갖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하루만 쉬어도 영영 달리지 못하게 될 거라는 조급함, 여태껏 쌓아온 체력이 한 번의 휴식으로 와장창 무너질 듯한 압박감 때문에 매일을 쉼 없이 달리다가 부상을 입는 것이다. - P100

불행도 행복도 결국은 생각 습관을 통해
스스로 컨트롤이 가능하다.

나치의 학살이 자행된 아우슈비츠 집단 수용소에서 끝끝내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이렇게 말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반응에 의해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좌우된다." 우리는 외부 자극에 그대로 반응하는 단순한존재가 아니다. - P105

유산소 운동 방법 중 존2운동 zone 2 training이 있다. 유산소 운동은 심박수의 강도에 따라 최저강도인 존1부터 최고강도인 존5까지 - P156

다섯 구간으로 나뉜다. 존2운동은 ‘존2‘ 구간의 심박수를 유지하는운동을 말하는데, 이때의 심박수는 자기 최대 심박수의 약 60~70 퍼센트에 해당하는 정도로 본다. 존2운동은 강도는 낮아 부상의 위힘이 덜하고, 지구력 증진이나 대사 건강 개선을 돕기에 달리기에도 적용하기 좋다. - P157

존4~5 달리기는 고강도로 진행되는 만큼 단시간에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 우리 몸은 운동하는 동안 두 가지 주요 에너지원인 탄수화물과 지방을 사용한다. 순간적인 힘을 요하는 고강도 운동을 할 때에는 주로 글리코겐(탄수화물)을 더 많이 연소하는 반면, 강도가 낮은 존2 달리기는 고강도 달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지방을 연소한다.
장기적인 체중 감량의 관점에서 보면, 지방 연소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고강도 운동도 오래 지속한다면 글리코겐이 완전연소된 다음 지방이 연소되기 시작하겠지만, 문제는 오래 지속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고강도 운동은 극도로 피로를 유발하고 부상 위험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렵기도 하다(작심삼일의 주범이 아닐까?). - P158

천천히 달리기는 우리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동시에 준다. 스스로에게 빠르게 달리기를 강요하면 부족함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지만, 부하가 걸리지 않는 속도로 차분히 달려낸 나에게는 충만함만 남을 뿐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과의 조화를 이루며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진짜 소중한 가치라는 걸 깨닫는다. - P159

아마도 그즈음 읽던 《달리기와 존재하기》라는 책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저자인 조지 쉬언 George Sheehan은 마라톤을 단순한 신체 운동이 아닌, 자아를 탐구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여정으로 묘사했다.
당시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찼던 나는 마음의 스승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는 내게 잡생각은 그만하고 숲을 향해 달려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질문"이라며.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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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들아! 저 거대한 바위 덩어리 안에는
뒤에 남겨 둔 것들과 같은
세 개의 작은 고리들이 층층이 있다.

그 고리들 안에도 저주받은 영혼들이
가득하지. 보기만 해도 어떻게 또 왜 저들이
그곳에 갇혀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거야.

불의는 하늘의 증오를 사는 모든 악덕의
끝이고, 불의의 끝은 다른 사람을
폭력과 배반으로 해치는 것이다.

배반은 사람만이 지니는 악덕이기에
하느님이 더욱 싫어하신다. 그렇기에 사기꾼들은
이 가장 낮은 고리들에서 가장 깊은 고통을 당하지.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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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s: A Graphic Novel (Paperback)
레이나 텔게마이어 / Scholastic Inc.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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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칸의 전통 명절 Day of the dead에 관한 그래픽 노블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죽은 자와 함께하는 멕시코의 전통이 너무 부럽다. 읽는 내내 애니메이션 <코코>를 생각나게 하고(정작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Remember Me를 흥얼거리게 하는 즐거운 책이다. 텔게마이어의 책 계속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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