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0 : 서문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크리스틴 델피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봄알람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존의 정치경제학에서 다루어지지 않던, 비-경제로 정의된 가정 내 경제, 유산, 상속을, 무가치한 것으로 취급된 가정 내 노동을 ‘발견‘하고, ‘성별’이라는 계급을 통해 가부장제에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연구할 출발점을 명료하게 알려준다. 계속 가보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4-04-03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서문은 벌써 끝내신겁니까!! 꺅 >.<
저도 곧 시작할게요!

햇살과함께 2024-04-03 17:04   좋아요 0 | URL
80페이지에 판형도 작고 글자도 대빵 크구요^^ 날로 먹는 책 한 권 읽기^^
 

어마어마한 양의 재산이 시장을 통해서 이동하지 않고 가족 안에서 순환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이 재산은 ‘유산‘이라고 불린다. 나는 또한 재산에 대해 모든 것을 다룬다고 알려진 경제학이 사실은 생산, 순환, 소비체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부분, 즉 시장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 P7

흔히 ‘유산‘이라고 부르는 재산의 순환 방식은 ‘시장‘이라고 불리는 순환 방식과하나하나 대비된다. 바로 ① 교환이 아니라증여에 의해서 규정된다는 점 ② 행위자들은 서로 대체될 수 없으며 모부가 매긴 규칙에 따라 엄격하게 정해진다는 점 ③ 이때의순환은 행위자들, 즉 증여자와 수혜자의 선의에 의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로써 나는 정치경제학에서 다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애초에 비-경제로 정의되는 경제적 측면을 찾아냈다. 경제학의 정의대로라면 경제는 시장과 불가분하기 때문이다. - P11

그러니 가정과 가정 내 노동을 살피게 된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나는 이미 교환이 아닌 증여로 특징지어지는 가정 내 재화의 순환 규칙에 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론은 가정 내 생산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세운 전제에서 탈피한 관점을 가져다주었다. 그 전제란 바로 경제와 시장, 경제와 교환이 동의어이자 불가분의 관계라는 믿음이다.
가사노동의 무가치는 이 노동을 개념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에게 예나 지금이나 장애물로 남아 있다. 그런데 내게는 이것이 그 개념을 더욱 명료화하는 하나의 열쇠로 다가왔다. 사실 가사노동의 무가치와 여기에서 비롯된 교환 가치와 사용 가치의 대립은 시장에서만 의미를 지니는 개념이었다. - P16

내가 발전시킨 가정 내 재화의 순환 형태를 다룬 이론에 힘입어 나는 시장 가치가 없다는 것이 가정경제의 특징임을 알게 되었다. 가정경제는 경제 활동의 부재가 아니라다른 경제의 존재를 드러낸다. - P17

이 소비 양식은 그저 양적인 착취뿐 아니라 질적인 착취를 측정하기 위해서도연구할 필요가 있다. 부양을 구성하는 요소를 이해하고 부양이 어떻게 임금과 다른지알아내기 위해서다. 너무 많은 사람이 부양을 금전적인 교환가치로 ‘번역‘하고 있다. 마치 남성으로부터 외투를 받는 여성이 받은 것이 외투의 ‘가치‘인 듯 말이다. 그렇게함으로써 사람들은 임금 지급과 현물 지급간의 핵심적인 차이, 소비된 ‘가치‘와 무관하게 자유로운 소비와 자유롭지 않은 소비 사이를 가르는 이 차이를 지우게 된다. - P21

그리고 가족이 ‘단위‘로서만 경제적 측면을갖는다는, 즉 가족 바깥에 대해서만 그러할뿐 가족 기능 내에서는 경제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거부한 바 있다. - P33

내 접근 방법의 근본적인 공리라 할만한 것은 바로 여성과 남성이 ‘사회적‘ 집단이라는 점이다. 나는 이 두 집단이 사회적으로 명명되었고, 사회적으로 구분되었고, 사회적으로 타당하게 여겨진다는 이론의 여 - P52

지 없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관행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이 사회적 관행은 어떻게 실현되며 어디에 쓰이는가? 이 사회적 측면에 최소한의 중요성만을 부여한다 해도, 우리가 그저 사회가 기능함에 있어 성별이 적절하다고 주장하는 데서 만족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 적절성이라는 것이 결국 사회적 사실이라는 점, 따라서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설명을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게 바로내 작업 가운데 많은 부분이 사회적 사실에 대해 자연적인 설명을 찾고자 하는 노골적으로 자연주의적인 접근 방식들을 규탄하는데 할애된 이유다. - P53

계급이라는 개념은 사회 구성의 개념에서 출발했으며 그 결과를 구체화한다. 집단은 더 이상 관계에 앞서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관계가 집단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성별 분업을 구성함으로써 ‘성 - P70

별‘이라 일컬어지는 집단을 만드는 사회적관계와 사회적 관행을 밝혀내야 한다.
1970년대, 영어권에서 ‘젠더‘라는 개념이 탄생하면서 이론적으로 매우 주요한 발걸음을 떼게 되었다. 나는 1976년부터 이 개념을 사용했다. 젠더 개념은 처음 등장했을때 단 한 단어로 ‘성적‘ 이분법의 사회적 측면을 인정하고 그 사회적 측면을 사회적으로다뤄야 할 필요성을 포괄했으며, 결과적으로 사회적인 측면을 성의 해부학적·생물학적인 면과 분리했다. 젠더는 성 역할에 대한시선을 ‘성‘의 구성 자체로 이동하게 할 방편을 잠정적으로나마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잠재적인 힘을 발현시켜 가부장제를 연구하고, 여전히 부재하는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이어지는 책에서 다루려 한다. - P71

기획의 말_이민경

그의 글은 68혁명 이후 여성운동이 확대되던 프랑스 사회의 현실적인 맥락, 현실에 관여하는 남성 - P80

이론가들이 발휘하던 영향력과 긴밀히 얽혀 있다. 멜피는 교육과 계급 재생산의 관계를 분석한 부르디외의 『상속자들』에 대해 젠더 분석이 누락되었음을 반박했다. 또한 남성이 연대라는 명목으로 여성운동의선봉에 서고자 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상황적 지식‘의 개념을 지식장에 기입했다. 이 사실은 페미니즘과친숙한 이들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게 받아들여질수 있다. 그러나 걸출한 분석에 대해 젠더 관점의 부재를 지적하거나 여성운동에서 남성이 대표를 자처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문제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델피의 언어가 있다. 이 이론서는 이제는 하나의 조류를 형성한 언어가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순간을 담고 있다. - P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
헨리크 입센 지음, 조태준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 왜 사는가? 부부 왜 사는가?


은행장이 되기 위해, 부와 명예, 위대함을 얻기 위해 공금 황령으로 투자를 일삼다 실패하고 8년간의 감옥살이 이후에도 자신의 집 2층에서 8년간 스스로를 가둔,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남편 보르크만과 그 남편으로 인해 철저한 염세주의자가 된 보르크만 부인. 그리고 파산한 그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8년 동안 얼굴을 마주한 적 없는, 그의 옛 연인이자 그녀의 쌍둥이 언니인 엘라 렌트헤임.


그들은 8년만에 처음으로 마주한다.


보르크만에겐 자신이 여전히 유일한 희망이고, 보르크만 부인에겐 아들 에르하르트가 유일한 기대이고, 엘라에겐 수양아들 같은 그 조카가 유일한 사랑이다.


보르크만은 끝까지 자신의 헛된 상상의 왕국 속에서 살았다. 그의 망상은 알면서도 저버릴 수 없는 것인가보르크만 부인에게 아들은 남편에 의해 실추된 보르크만이라는 성의 명예를 회복시켜 줄 기대였으나 아들은 어머니의 명예가 아닌 자신의 행복을 찾아 그녀를 져버린다. 어쩌면 그녀는 애초에 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쉽게 극복할 것이다. 아니 그저 더 염세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녀와 언니 엘라 렌트헤임의 마지막 손잡음과 화해의 제스처는 너무 쉬운 것 아닌가. 그녀들에게 쌓인 그 세월이, 보르크만이라는 남자의 죽음으로, 에르하르트라는 아들의 배신(?)으로 그렇게 쉽게 회복될 수 있는 것인가.


연극은 원작에 충실했으며, 원작의 무거움과 비관적 분위기에 약간의 애드립으로 웃음을 자아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마찬가지로 생상의 교향시는 교회 종소리를 연상케 하는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이 소리가 하얀 해골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어서 평화로운 잠에서 깨어난 망자들이 기이한 왈츠를 춘다. 입센의 시 ‘죽음의 춤‘에서도 정확히 같은 패러다임의 모티브가 발견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마지막 작품인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1899)에서 다시 한 번 이 모티브를 재현한다. 죽은 자들은 자정을알리는 교회 종소리에 의해 소환되어 한바탕 기이한 춤을춘다. 그러고는 다시 종소리가 울리면 무덤으로 돌아가 ‘살아 있는 망자‘로서의 존재를 끝낸다. - P200

숫자 ‘8‘
이 희곡엔 유독 8이라는 숫자의 의미가 반복되어 나타난다. 엘라와 군힐은 8년 만에 처음 만났다. 보르크만의주장에 따르면 그에게 단 8일의 시간만 더 주어졌더라면횡령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예금자들의 대대적인 피해로 비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사건으로 8년 동안 투옥되었고 출소한 뒤 8년 동안 칩거에들어간다. 그리고 플롯이 마무리될 즈음 그는 8년 만에 처음 집을 나선다. 성경에서 숫자 8은 부활, 새 출발, 새 생명의 상징이다. 예수라는 이름의 헬라식 숫자는 888이며, 예수는 안식일이 지난 후 첫날, 즉 여덟 번째 날 부활했다. 이외에도 8이라는 숫자는 모든 시대, 모든 문화권과 신화에서 완성, 낙원의 회복, 부활, 지복, 완전한 리듬, 전체, 모든 가능성, 질서, 안정 등을 상징한다. - P2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스 마카브르

보르크만 부인 (강하고 확고하게) 에르하르트는 그럴 거야! 난 확실히 알고 있어!
엘라 렌트헤임(고개를 저으며) 넌 그걸 알지도 못하고 그걸 믿지도 않아, 군힐.
보르크만 부인 난 그걸 믿지 않아!
엘라 렌트헤임 그건 그저 네 꿈일 뿐이야! 왜냐하면 거기에라도 매달리지 않는다면, 넌 절망에 빠져 버릴것만 같거든.
보르크만 부인 그래, 난 진정 절망에 빠질 거야. (격해져서) 어쩌면 그게 네가 바라는 거겠지, 엘라! - P31

빌톤 부인 (가볍게 그리고 무심하게) 난 살면서 네, 아니요 대답을 수없이 해 왔답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요. 이모님께서 방금 막 오셨다는데 그냥 두고 떠나시려고요? 부끄러운 줄 아세요, 무슈 에르하르트…아드님께서 그러시면 되겠어요? - P42

위쪽 응접실에서 음악 소리가 더욱 커진다.

보르크만 부인 (한동안 가만히 서 있다가 움찔거리더니 몸을 움츠리면서 무의식적으로 속삭인다.) 늑대가 다시 울부짖는군・・・ 병든 늑대가. (잠시 그대로 서있다가 카펫 위에 풀썩 쓰러지더니 몸을 뒤틀면서 슬퍼하며 속삭인다.) 에르하르트! 에르하르트... 내게 충실하거라! 오, 집에 와서 네 어미를 도와야지! 난 더 이상 이런 삶을 견딜 수가 없구나! - P54

보르크만 자넨 내내 나한테 거짓말을 해 왔어.
폴달 (고개를 저으며) 난 거짓말을 한 적이 없네,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 여기 앉아 내게 거짓으로 희망과 믿음, 신뢰를 얘기한 거 아닌가?
폴달 자네가 내 소명을 믿어 주는 만큼 거짓은 아니었네. 자네가 날 믿어 주고 내가 자넬 믿는 한 말이야. - P78

보르크만 의심을 품는 순간, 추락하고 마는 거야.
폴달 바로 그것 때문에 여기 와서 신념으로 가득 찬 자네한테 나 자신을 의지하는 게 그토록 위안이 됐던 거야. (모자를 쓰며) 하지만 이제, 자넨 내게 낯선 사람 같군.
보르크만 내게 자네도 마찬가지야.
폴달 잘 있게,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 잘 가게, 빌헬름. - P80

엘라 렌트헤임(미소를 지으며) 당신은, 승리를 추호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죠.
보르크만(조급하게) 인간이란 게 그런 거요, 엘라. 동시에 의심하면서 믿는 거지. (자기 자신에게) 그래서난 내 풍선 안에 당신과 당신의 재산을 싣고 싶지않았던 거요.
엘라 렌트헤임 (긴장하여) 왜죠, 난 그걸 묻는 거야! 이유가 뭔지 말해 봐요!
보르크만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서) 그런 여행엔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걸 가져가는 게 아니야.
엘라 렌트헤임 당신은 가장 소중한 걸 가져갔잖아요. 도래할 당신의 인생... - P88

엘라 렌트헤임 (휘청거리며 황망하게) 보르크만・・・ 에르하르트는 이 폭풍 속에서 좌초되고 말 거예요. 당신과 군힐 서로가 이해를 해 줘야 해요. 우리 당장 군힐한테 내려가야 돼요
보르크만 (그녀를 바라보며) 우리라니? 나도 말이오?
엘라 렌트헤임 당신이랑 나랑 함께요.
보르크만 (고개를 저으면서) 저 사람은 단단한 여자야. 한때 내가 산에서 캐내고 싶어 했던 광석처럼 단단하지. - P107

엘라 렌트헤임 먼저 친구분을 안으로 모시도록 해요, 보르크만.
보르크만 (매정하게) 내 얘기했잖소, 이 집엔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엘라 렌트헤임 하지만 이분 넘어지셨단 얘기 당신도 들었잖아요!
보르크만 오, 우린 다 넘어지는 거야. 적어도 인생에서 한 번쯤은. 하지만 다시 일어나야지. 그리고 아무일 없는 척하는 거야. - P149

해설

그러나 스캔들 및 파산에 대한 입센의 집착은 어린 시절불행한 가족사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입센이 일곱 살 때, 그의 아버지는 투자 실패와 낭비벽으로 파산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 일로 입센 가족은 경제적 궁 - P175

핍뿐만 아니라 가정 파탄의 위기에까지 내몰리게 되는데, 불화의 중심에는 항상 껍데기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술과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가 있었다. 훗날 입센은 그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맞는 사회적 지위를 되찾게 될 날을 꿈꾸었다"고 기억한다. 그런 의미에서 입센의 아버지 크누드는 욘가브리엘 보르크만의 가장 오래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 P1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