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배운 지 2달째. 7~8년 전에 어깨가 너무 뭉쳐서 요가를 1년 정도 띄엄띄엄 하다가, 잦은 야근과 출장으로 흐지부지 그만두고, 3년 전에 아파트 단지 내 피트니스에서 러닝머신 몇 달 하다가 코로나로 그만두고, 출퇴근 지하철 일상 걷기만 하고 있는데 근력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 필라테스 배우기로. 요즘은 요가보다 필라테스가 대세라 주변에 돌아보면 그 많던 요가 학원이 다 필라테스 학원으로 바뀐 것 같다. 초창기에는 1:1 수업 위주라 가격도 세고 재활 목적 등 뭔가 상당히 전문적인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필라테스가 많이 저렴해지고 대중화된 것 같다.
필라테스를 배우며 필라테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 우선 창시자가 쓴 책 먼저 보는 게 좋겠지? 하며 빌려 온 책이다.
이 책에는 필라테스 창시자인 조셉 필라테스가 집필한 [당신의 건강](1934)과 [컨트롤로지를 통한 삶의 회복](1945)의 합본 및 이 책을 엮은 저드 로빈슨과 린 반 휴트-로빈슨이 쓴 현대적 응용 동작 소개, 이 책의 역자인 원정희 마스터의 시연 동작이 포함되어 있다.
Part 1 [당신의 건강]은 필라테스 운동의 핵심 원리와 철학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사실 별 내용이 없어서 좀 실망스러웠다(책을 그만 읽을까 고민하며 억지로 넘김). 1934년과 2022년의 간극으로 인한 것인지, 조셉 필라테스의 철학에 대한 설명보다는 그 당시 의료계나 아동 양육의 문제, 의자나 침대의 문제 등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 위주다(너네 다 잘못됐어, 내 말을 잘 들어야 해. 근데 "내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느낌?). 신체와 정신의 균형,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아이들을 자연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말 정도 새길만하다.
Part 2 [컨트롤로지를 통한 삶의 회복] 부분에서는 필라테스의 6가지 중요한 개념 및 조셉 필라테스가 직접 시현한 34가지 오리지널 필라테스 동작을 설명한다. 호흡, 필라테스에서 가장 강조하는 개념이다. 필라테스 뿐만 아니라 요가나 다른 운동에서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필라테스 수업에서도 호흡을 아주 중요하게 설명하며,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과 동작이 일치하는 게 상당히 중요한데, 나 같은 필라테스 초보자에게 너무나 어렵다. 동작에 집중하다 보면 호흡이 반대로 되거나 숨을 참고 있고,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동작이 마구 흐트러진다.. 아. 어렵다..
현재 필라테스의 이론은 일반적으로 호흡, 중심화, 집중, 조절, 흐름, 정확성이라는 여섯 가지 기본 원리에 기초하여 가르친다.
"호흡 Breathing은 생명의 처음이자 마지막 활동입니다. 우리의 고귀한 생명은 호흡에 달렸습니다. 숨을 쉬지 않고는 살 수 없기에, 올바른 호흡의 기술을 터득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중심화Centering는 각 운동 중에 흔히 ‘파워하우스 Powerhouse‘라고 불리는 중심center 혹은 코어core에 정신과 신체를 집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집중Concentration은 간단히 말해서 명확하고 세심하게 모든 필라테스 운동에 전념하는 것이다. 최고의 가치를 얻기 위해 각 운동의 움직임에 최대한 전념하라! 필라테스는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운동을 할 때마다 올바른 동작에 집중합시다. 그릇된 동작을 취한다면 이 운동이 지닌 중요한 이점을 하나도 얻지 못합니다. 무의식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올바르게 수행하여 숙달되면, 이 운동은 여러분의 일상적인 활동에 우아함과 균형을 줄 것입니다. 컨트롤로지 운동은 일상의 과제를 쉽고 완전하게 수행하고, 스포츠와 오락, 응급상황에 대처하여 엄청나게 비축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건강한 몸과 건전한 마음을 만들어 줍니다."
조절control은 마음이 각각 분리된 근육의 움직임들을 통제하고 지배한다는 개념을 의미한다.
"여러분의 온몸은 완전하게 정신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 좋은 자세는 몸의 모든 메커니즘이 완벽하게 조절될 때 성공적으로 얻어집니다."
흐름Flow은 필라테스 운동을 설명하는 조셉의 글에서 나온 아름다운 단어다. 부드러움, 우아함, 기품을 목표로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식으로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각 운동을 하는 동안 에너지가 몸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연결하여 온몸으로 균등하게 흐르는 것을 말한다.
정확성Precision은 마지막 기본 원리이며, 우리가 기술적으로 바라는 바다. 각 동작을 취하며 의식적으로 정확성을 인지하는 것은 학생으로서 배워야 하고 강사로서 가르쳐야 하는 필수 요소다. 필라테스 본래의 가르침과 단계적인 설명은 몸의 움직이는 각 부위의 위치, 정렬선, 궤적에 있어서 언제나 명확했다.
- P108~P110
Part 3에서는 조셉 필라테스의 오리지널 필라테스에서 응용된 모던/컨템포러리 필라테스에 대해 설명한다. 오리지널 필라테스는 원래 기구 없이 매트에서만 하는 운동이었으며, 현대 필라테스에서는 오리지널 필라테스를 다양한 기구를 통해 응용/변형하고 있다. 이 파트에서는 필라테스 매직 서클, 웨이트, 작은 공이나 보수 등 필라테스 소도구를 이용한 응용동작들을 소개한다. 다만, 요즘 필라테스 학원에서 사용하는 스프링보드나 바렐 등 큰 기구들 사용한 동작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쉽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필라테스에 대해 알았던 것은 필라테스가 사람 이름이라는 것과 군인들의 재활 치료 등을 목적으로 한 운동에서 발전된 것이라는 정도였는데, 책 날개의 조셉 필라테스의이력을 보면 독일 출신으로 1912년 영국 체류 중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적국인'으로 취급받으며 포로수용소에 강제 수용되어 수용소 동료들과 신체 단련을 하였고, 전쟁이 끝나고 독일로 돌아가 자신만의 운동법을 발전시켰고 독일군에서 군대를 훈련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미국을 떠났다고, 미국으로 떠나는 배 안에서 평생의 동반자 클라라를 만났다(영화 같은 이야기^^)고 한다. 조셉이 독일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면 오늘날과 같이 필라테스가 유행하지 못했겠지?
필라테스 수업 첫 2주는 죽을 맛. 원래 뻣뻣하고 유연성 떨어지는 몸(학창시절에도 체육은 좋아했지만 무용은 너무 너무 싫어함. 다리찟기 절대 안됨..)에 오랫동안 쓰지 않던 나의 근육들이 놀람. 수업 끝나고 어기적 어기적 걸어 나오며 '아. 세상 쉬운 게 없다 아. 인생 어렵다'를 계속 되뇌고;;;
첫 2주 동안 자세 못 잡아서 무지 잔소리(?) 들었다.
'회원님, 지금 거북목이에요'
'회원님, 턱 당기세요'
'회원님, 어깨 더 내리세요'
'회원님, 배 집어 넣으세요'
'회원님, 중립척추 유지하세요' 등등
그래도 2~3주 지나고 같은 선생님의 수업 패턴에 익숙해지고 몸도 익숙해지며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라고 독려 중.
필라테스 책 검색 중에 요 책이 눈에 띈다. 필라테스 현직 강사가 쓴 책으로 주요 동작의 원리와 근육의 쓰임을 근육 해부학 그림과 함께 설명한 책이다. 목차가 수업에서 자주 듣는 큐잉(이 용어는 처음 알았네)으로 되어 있어 더 흥미롭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