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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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한 나의 독서 추체험에 의하면, 결국 독서라는 행위는 자기구원으로 귀결된다. 책에 파묻혀 사는 우리 고독한 책쟁이들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전 지구적인 행사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어제도 읽고, 오늘도 읽으며 내일도 책을 읽을 것이다. 그러다 만나게 된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는 왜 이제야 만나게 되었는지 깊은 후회를 하게 만들어 주는 그런 책이었다.

 

, <바람의 그림자>를 읽다 말고 자심 짬을 내서 사폰 작가의 데뷔작 <안개의 왕자>를 읽었다. 물론 사폰의 대표작이자 종결에 가까운 <바람의 그림자>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작가의 시원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효했던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시절은 1945, 그들이 전쟁이라고 부르는 스페인 내전이 끝나고 공화국을 뒤집어엎은 프랑코 총통이 통치하던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공간적 배경이다. 주인공은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함께 셈페레 서점을 운영하는 소년 다니엘 셈페레 마르틴. 아버지는 그를 데리고 잊힌 책들의 묘지로 데려 가서 한 권의 책을 고르라고 주문한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작고한 것으로 알려진 훌리안 카락스의 <바람의 그림자>였다.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것으로 보이는 소년은 책을 사랑해 마지않았고, 그렇게 <바람의 그림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훌리안 카락스를 아는 구스타보 바르셀로 아저씨는 그에게 책을 팔라고 하지만, 책과 단단하게 연결된 다니엘이 그 책을 팔 이유는 1도 없다. 소년은 그리고 바르셀로의 조카딸이자 눈이 먼 연상의 여인 클라라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누군가 <바람의 그림자> 책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다니엘. 그리고 소년은 미지의 작가 훌리안 카락스가 바르셀로나에 남긴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이런 다니엘의 카락스 추적이 과연 그의 삶에 어떤 후과를 가져오게 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말이다.

 

시간은 그로부터 5년이 흘러 1950년이 되었다. 운명은 가혹하기도 하지, 소년은 자신의 생일날 자신의 여신이 피아노 교사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렇게 소년은 성장통을 겪는다. 그리고 피아노 교사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소년은 노숙자 페르민 로메로 데 토레스를 만나 잠깐 동안의 구원을 얻는다.

 

소설에서 개그를 담당한 활달한 성격의 페르민은 전쟁 당시의 과거를 가진 오십대 초반의 남자로, 소년과 아버지 셈페레의 호의로 취업한 셈페레 서점에서 책사냥꾼으로 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사폰 작가는 정말 우리 책쟁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요소들을 자신의 작품에 완벽하게 투영했다.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이한 작가의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책들을 찾아 모두 불살라 버리는 미치광이의 출현부터 시작해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는 십대 소년의 애달픈 그런 감정들에 대한 절묘한 서사 그리고 곳곳에서 번뜩이는 아름다운 문장들은 정말 황홀하기 짝이 없을 정도다. 계속해서 밑줄을 죽죽 긋고, 다섯 가지 색의 포스트잇을 붙이고 메모를 해대면서 책을 읽는다.

 

<바람의 그림자>의 본질은 결국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해 가는 소년 다니엘 셈페레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에게 <바람의 그림자>를 넘기라는 얼굴 없는 남자에게 협박을 당하기도 하고, 훌리안 카락스가 남긴 그림자를 추적할수록 소설의 빌런으로 등장하는 싸이코패스 푸메로 경감으로부터 치욕을 당하는 등 숱한 위기를 겪는다. 자신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집안 출신의 베아트리스 아귈라르와의 사랑은 또 어떤가. 어떤 면에서 <바람의 그림자>는 사폰의 데뷔작 <안개의 왕자>에서 보여준 십대 소년들의 완성된 이미지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고로 무언가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사전에 어설픈 그 무엇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안개의 왕자>를 먼저 읽은 게 아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모든 작품들은 어떤 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니까.

 

페르민과 협력해서 다니엘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작가 훌리안 카락스의 희미한 흔적을 쫓는다. <바람의 그림자>는 다니엘에게 축복이었을까? 아니면 저주였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바람의 그림자>가 그를 그전과 다른 차원으로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점 하나는 확실하다. 전쟁이 끝난 뒤, 콜레라로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잃은 소년은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린다. 카락스의 과거를 파헤치며 사람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어쩌면 어머니의 상실이라는 두려움부터 자기구원을 얻지 않았나 싶다.

 

클라라 바르셀로에 대한 풋사랑이 소년에게 트라우마로 작동했다면, 절친 토마스 아귈라르의 누나 베아와의 불같은 사랑은 과연 라틴 청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도 다니엘은 본업은 훌리안 카락스에 대한 추적을 포기하지 않는다. “잊힌 묘지의 책들에서 카락스의 <바람의 그림자>를 집는 순간, 소년이 감당해야 하는 운명의 수레바퀴는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무엇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실낱같은 단서들을 빌미로 훌리안 카락스를 추적하는 다니엘의 모습에서는 사폰 작가의 유년 시절을, 그리고 어쩌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훌리안 카락스는 성인이 되어서도 용가리와 판타지를 좋아했다는 작가의 페르소나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독자가 소설의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한다면, 작가 역시 다른 접근 방식으로 캐릭터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고 움직이게 만들었으리라.

 

사폰 작가가 구사하는 삶과 세상 그리고 인간들의 관계에 대해 깊은 통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적이면서도 수려한 문장(번역의 힘이었을까 과연?)에 나는 그만 반해 버리고 말았다. 놀랍지 않은가 말이다. 책의 곳곳에서 그야말로 빛나는 사폰 작가의 문장에 공감해서 연필로 그어댄 밑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를 정도다.

 

지금까지가 가벼운 몸풀기였다면, 다음 권에서는 본격적인 서사의 막이 오를 차례다. 예상을 초월하는 내러티브들이 그야말로 폭풍처럼 휘몰아 닥친다. 하나도 버릴 게 없는 문장의 향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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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2-09 1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을 이렇게 흥분하게 만든 책이 저는 왜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지 정말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전혀 기억도 안 나고요. 😶

레삭매냐 2022-02-09 14:51   좋아요 3 | URL
외람되지만 근자에 읽은 책
가운데 단연 쵝오의 책이라
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2-02-09 14:36   좋아요 3 | URL
두 분의 엇갈린 의견으로 독서 의욕 뿜뿜 강렬해집니다~~

초란공 2022-02-09 1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 들어본 작가에요~ 찜하기부터 합니다^^ 기대기대!!

레삭매냐 2022-02-09 17:49   좋아요 2 | URL
너무 너무 재밌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게다가 감동의 도가니탕 !

모든 책쟁이들에게 소개하고픈 그런
책이었답니다...

mini74 2022-02-09 19: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동의 도가니라니요 !! 동네 도서관에 있어서 넘 기쁜 ㅎㅎ 내일 오전에 후딱 갔다 오겠습니다 ~

stella.K 2022-02-09 19:11   좋아요 3 | URL
ㅎㅎ 매냐님 덕분에 서재에 다시 한 번 <바람의 그림자> 붐이 일어나겠군요.
매냐님은 저 때문에 잊고 계셨다 언능 찾아 읽기 시작하셨다는데
제가 또 붐을 일으키는 사람은 못 되죠.ㅠㅋㅋ

레삭매냐 2022-02-09 19:39   좋아요 2 | URL
너무 재밌어서 결국 오늘
완독해 버렸습니다.

바로 <천사의 게임> 읽기
시작했고요 - 경하드립니다.

stella.K 2022-02-09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문장 좋더라구요. 저도 밑줄 많이 그었습니다.
저는 아직 2권을 안 읽고 살짝 외도중인데
그 사이 <안개의 왕자>를 읽으셨다닛!
곧 전작을 다 읽으시겠군요.

근데 맞는 것 같긴해요. 지금이 올림픽 기간이지만
아마도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나 볼 것 같아요.
어제 겨우 차준환이 나오는 피겨 쇼트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안 볼 수가 없어서리. 넘 잘 생겼잖아요.ㅎㅎ
그것도 다 본 건 아니고. 7그룹에 속한 선수들 보니까 대단하더군요.
대회 10위 안에 드는 게 목표라는데 메달권은 아닌 것 같아
살짝 아쉽긴하지만 다음 대회에선 메달권에 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ㅋ

레삭매냐 2022-02-09 19:41   좋아요 2 | URL
스텔라케이님을 통해 올림픽
소식을 듣게 되는군요.

전 스포츠는 오직 야구 뿐이
라고 생각하는 닝겡이라 -
게다가 이번에 사폰 작가를
알게 되어 더더욱 다른 데
신경 쓸 틈이 없답니다.

이 냥반, 시인인가라는 생각
이 다 들 정도였습니다.

stella.K 2022-02-09 19:47   좋아요 2 | URL
표지 그림은 문학과 지성사게 낫지 않나 싶어요.
번역자가 같은 걸 보면 본문 그대로 출판사를 갈아 탄
거라고 보는데 맞나 모르겠어요.
약간의 번역투가 보이기는 하는데...

북깨비 2022-02-09 23: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 1,2권 주문했어요. ㅠㅠ 이번 달은 책 더 안 사려고 했는데 망했어요. 😭

레삭매냐 2022-02-10 09:03   좋아요 2 | URL
후회하시지 않을 선택이라고 믿습니다.

라로 2022-02-10 17: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레삭매냐 2022-02-10 22:43   좋아요 0 | URL
참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책쟁이들의 고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런.

leepapggot 2022-02-14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딱 읽어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2-14 10:44   좋아요 0 | URL
후회하시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mini74 2022-03-08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우리 매냐님 ㅎㅎ 항상 새로운 작가와 작품 소개하주시는 ㅎㅎ 당선을 감축드리옵니다 ~~

새파랑 2022-03-08 1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책을 보관함에 담지 않았군요 ㅋ 바로 담아야 겠습니다 ^^

서니데이 2022-03-08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물감 2022-03-08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리뷰당선 축하합니다.
책쟁이들은 예 그렇죠, 저도 올림픽, 월드컵 안봅니다. 뉴스로 결과만 확인할 뿐...

가필드 2022-03-08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당선 축하드려요 🌷

북깨비 2022-03-09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제 지갑을 열었던 바로 그 리뷰로군요. 레삭매냐님 당선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2-03-09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당선작 축하드려요~^^

singri 2022-03-0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

강나루 2022-03-0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당선 축하드려요.

오늘 투표하는 거 아시지요^^

thkang1001 2022-03-0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삭메냐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러블리땡 2022-03-1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삭메냐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바퀴벌레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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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은 작가들의 작가라는 호칭을 가진 제임스 설터의 소설집에서도 확인한 바가 있다. 정점이 지난 작가가 발표하는 책들이 이전의 작품들만 못하다는 사실을 잇달아 확인하는 것도 독자로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작가가 전작을 하는 작가라면 더더욱.

 

오늘 나의 도마에 오른 작가는 바로 이언 매큐언이다. 워낙 유명한 작가이니 그에 대한 설명은 패스하련다. 사실 지난 작품은 <넛셸>에서도 느꼈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이제 작가로서의 유통기한이 다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지난 작품에서 나의 의신을 사기 시작했다면 이번에는 확신을 주었다.

 

아 간만에 혹평을 하려니 좀 그렇다. 어쨌든 분량도 얼마 되지 않는 책을 읽는데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도중에 다른 책들을 읽어서 그런가. 참고로 이 책은 구매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다. 사서 읽었다면 후회했을 것 같다. 아니면 곧바로 헌책방에 팔았던가.

 

지난번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명백하게 노대가는 문학적 오마주를 시도한다. 이번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그 유명한 단편인 <변신>이다. 그 작품에서 인간이 아마 벌레로 변신했지. 왜 그런데 하필이면 벌레였을까? 이번에는 우리 인간의 가장 업신여김을 받는 바퀴벌레가 인간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영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총리 제임스() 샌스로.

 

문제는 그게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는 브렉시트 투표를 실시한 즈음이었다. 노대가는 그 때의 결정이 빈곤층과 노년층의 연합이었다고 못 박는다. 당시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에 역행하는 그런 파국적인 결정이었다고 언론에서 난리가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 영국이 망했나? 그건 아니다. 어떤 결정이라고 해서 바로 국가 단위의 조직이 망하지는 않고 서서히 쇠퇴하다가 어느 순간, 국가로서의 경쟁력을 잃고 이류국가가 되는 거겠지.

 

이미 영국이 세계일류국가의 자리를 한 때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미국에게 내준 게 제법 되지 않았던가. 부시의 푸들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으로 미국의 맹방을 자처하며, 거의 똘마니 수준으로 미국이 창조해낸 세계질서에 협조해온 역사가 그런 점들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노대가는 도대체 이 정치우화소설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바퀴벌레가 한 나라의 총수가 되어 국가의 미래 운명을 좌지우지할 결정을 내렸다는 말이었을까? 그나마 미국 정치에 대해서는 조금 알지만 민주주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그것에 대해서는 1도 아는 바가 없다. 그리고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당장 눈앞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정치 쇼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사유 체계는 버거우니 말이다.

 

바퀴벌레 총리의 인간 세계 습득과정은 놀라운 지경이다. 다리 여섯 달린 벌레에서 인간이 되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신속했다. 과연 지구별에 핵폭탄이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환경적응력의 문학적 현실화라고나 할까. 순간 너튜브에서 짤로 본 바퀴벌레와 사투를 벌이는 일본 B급 영화 <테라포마스><조의 아파트먼트>가 떠올랐다.

 

프랑스 해안에서 침몰한 어선을 정치적 위기로 비화하는 정치적 기술이나 대서양 바다 건너 동맹국의 수장인 아치 터퍼에 대한 언급도 상당히 유쾌하다. 소설에서 정말 끝장나는 장면 중의 하나는 바로 짐 샌스가 아치 터퍼(국가분열의 상징이 된 어느 코미디언 스타일의 전직 대통령의 희화화)에게 혹시 그쪽도 다리 여섯이냐고 전화로 묻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신랄하게 자국의 총리와 세계 최강대국의 수장을 마음껏 깔 수 있는 노대가의 패기가 부럽기도 했다. ,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별점을 하나 올려야 하나!

 

그런데 소설의 엔딩이 어떻게 되더라. 어쨌든 영국은 브렉시트로 세상에 온갖 종류의 혼돈을 초래했고 결국 유럽연합에서 자발적으로 탈퇴 아니 내쫓겼다. 이건 순전히 내 상상이지만, 유로 공동체가 출범하던 시절부터 유로를 사용하지 않고 자국의 파운드화를 고수하던 시절부터 어쩌면 이런 브렉시트는 예정되었던 게 아닐까 싶다. 섬나라 특유의 고립주의 그런 건 고려의 대상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냥 영국은 처음부터 대륙국가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는 게 나의 추정이다.

 

짐 샌스의 지휘 아래 행해지는 온갖 종류의 정치적 모략도 볼만한 관전 포인트다. 바퀴벌레 총리가 실시하는 모든 종류의 우스꽝스러운 정책과 역방향주의자들이 주도하는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그나마 제 정신이 박힌 이들의 시도는 카크라치총리의 치졸한 음모로 분쇄된다. 하긴 우린 이미 일 년 전쯤에 부정선거라는 해괴한 논리의 세례를 받은 일단의 극단주의자들이 어느 나라 의사당에서 난동을 부린 장면을 텔레비전 중계로 생생하게 보지 않았던가. 소설이나 영화를 능가하는 리얼리티의 재현이 아닐 수 없었다.

 

현실세계가 이렇게 소설이나 영화를 능가하는 스펙터클한 재미를 제공해 주니, 우리가 더더욱 책을 멀리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작가들은 분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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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2-08 0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존슨 영국 총리가 ˝파티˝로 공개 조롱 당하는 영상을 보았던지라 리뷰 마지막 문장에 더욱 공감합니다. 저는 몇 년전(3~4년 전일까요??기억 가물) 북플 선배님들께어 이언 메큐언, 이언 메큐언 하시기에 찾아 읽다가 반했습니다. 그런데 최신간은 예전 명성에 맞지 않는 작품인가 보네요....그래도 일단 이언 메큐언에 충성하는 마음으로 읽어보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2-08 09:09   좋아요 2 | URL
전성기의 이언 매큐언은 그야말로
넘사벽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저도 드물게 전작하는 작가 중의
하나랍니다 ^^

오랜 로열티로 그렇게 읽었답니다.

새파랑 2022-02-08 07: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맘에 안들어서 안끌렸던 책인데 레삭매냐님에게는 별로였나보네요 <변신>까지는 아니었나봅니다~!

레삭매냐 2022-02-08 09:10   좋아요 3 | URL
출간 되기 전부터 뭐랄까
느낌이 쎄~하더라는 -

그냥 쉬엄쉬엄 읽으면
좋지 않나 싶습니다.
너무 심각하게는 말고요.

mini74 2022-02-08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고민중이었는데 매냐님 별 두 개 ㅠㅠ 고민을 좀 해봐야겠어요. ㅎㅎ조의 아파트먼트.ㅋㅋㅋ넘 싫어요.

레삭매냐 2022-02-08 19:28   좋아요 1 | URL
분량이 적어서 읽는데 부담
은 없으실 것 같습니다 :>

전 전작하는 작가라 꾸역
꾸역 읽었답니다.
다른 책들이 넘 재밌어서
상대적으로 읽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안개의 왕자 - 오르페우스호의 비밀 안개 3부작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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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를 읽기 시작했다. 세상에 허명은 없더라. 역시 재밌었다. 결국 이 작가의 모든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책부터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나와 사폰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는 거지. 그런데, 2년 전에 작가는 대장암으로 이미 작고하셨다네. 55, 한창 작가로서 책을 써주셔야 할 나이에, 안타깝다.

 

지난 토요일 영하의 날씨도 무릅쓰고 그의 책 사냥에 나섰다. 그리고 네 권의 책들을 업어왔다. 그 중에는 사폰의 소설 데뷔작인 <안개의 왕자>가 있었다. <바람의 그림자>도 다 읽지 않았는데... 그런데 데뷔작이라고 하니 자꾸만 손길이 간다. 결국 <바람의 그림자> 첫 번째 권을 절반 정도 읽다 말고 새책으로 점프했다. 그리고 어제 오늘해서 다 읽었다. 마지막 부분은 오늘 출근길 버스에서 허겁지겁 읽었다.

 

서두에서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안개의 왕자>는 청소년용 판타지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좋은 책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호소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나는 생각한다. 그런 기준에서 <안개의 왕자>는 새내기 작가치고는 정말 완성도가 높은 책이다. 작가는 나중에 대가의 반열에 오른 다음, 첫 책의 이곳저곳을 다시 쓰거나 고치고 싶었지만, 그대로 두었다는 말을 남긴다. 있는 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라고나 할까. 뭐 그렇다고.

 

소설 <안개의 왕자>의 주인공은 13세 소년 막스 카버다. 시계공이었던 아버지가 어느 날 바닷가 마을로 이사선언을 하면서 막스의 모험이 시작된다. 사폰은 카버 가족이 살게 된 집의 이전 내력부터 시작해서 촘촘한 구성으로 222쪽을 가득 메운다. 일단 <안개의 왕자>는 가독성이 뛰어나다. 십대 소년의 눈을 통해 새로 이사 간 집 근처의 조각공원에 대한 미스터리부터 시작해서 등대지기 할아버지(72)인 빅터 크레이가 양손자 롤랑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 비밀에 이르기까지 쉴 새 없이 다양한 내러티브가 끝없이 등장해서 독자의 염통을 쫄깃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막스는 동네 형인 롤랑을 만나 우정을 쌓게 되고, 자신의 누이인 알리시아는 심지어 그렇게 만난지 얼마 되지 않는 롤랑과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삼총사가 된 십대 청년들은 25년 전 인근 바다에 침몰한 오르페우스호 그리고 미지의 주술사 미스터 케인과 맞서게 된다. 그리고 보니 침몰한 배의 이름이 오르페우스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수금의 명수로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저승에서 구해내온 이가 바로 오르페우스가 아니었던가.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들은 그렇게 제각각 작가가 부여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카버네 가족이 바닷가 집으로 이사한 이래 기괴한 일들이 잇달아 발생한다. 우선 막내동생 이리나가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막스 삼총사는 침몰한 오르페우스호 부근에서 잠수놀이를 하다가 바다괴물처럼 등장한 미스터 케인의 마수에 빠져 익사의 위기를 겪기도 한다. 물론 이런 사건들은 엔딩에 준비된 그야말로 화려한 대주술사와의 대결에 비하면 워밍업 정도라고나 할까.

 

모든 사건의 비밀은 롤랑의 할아버지 빅터 크레이가 알고 있었다. 미스터 크레이는 한 때 잘 나가던 영국 출신 엔지니어였지만, 운명이 인도한 미스터 케인과의 만남으로 인생이 지독하게 꼬여 버렸다. 첫 번째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미스터 케인의 음모를 막기 위해 승선했던 오르페우스호가 침몰한 뒤, 유일한 생존자로 마을의 등대를 세우고 현재 조용하게 살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늙은 영웅처럼 주술사 케인과의 대결에서 무언가 보여줄 거라는 기대는 아쉽게 무산되었다.

 

현대판 파우스트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 케인은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소원을 비는 이들에게 터무니없는 그런 요구를 한다. 현재의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소원 성취는 결국 소원을 말한 사람을 파멸로 인도한다. 그걸 눈으로 직접 목격한 빅터 크레이는 미스터 케인과의 거래를 한사코 피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운명 아니 숙명은 그를 옥죄어온다.

 

엔딩에 등장하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대주술사와의 대결 장면을 읽으면서 나는 곧바로 최근 전세계의 모든 이야기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넷플릭스 생각이 났다. 넷플릭스의 자본이라면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판타지 안개 3부작도 능히 영상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능력은 부족하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희생이라는 삼박자로 무장하고 거대한 악에 맞서는 막스-롤랑-알리시아 삼총사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넷플릭스, 빨리 영화를 만들어 줘요.

 

나는 그렇게 <안개의 왕자>를 다 읽고, 다시 <바람의 그림자> 읽기로 복귀했다. 세간의 평들을 보니 사폰의 대표작인 <바람의 그림자>의 아우라가 그의 다른 작품들을 모조리 잡아먹는 그런 형세다. <바람의 그림자>가 그렇게 대단한 작품인지 결국 다 읽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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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2-07 1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루이스 사폰 책이 꽤 있군요. 청소년 소설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주말에 책을 읽다 갑자기 나가서 책사냥을 하시다니 대단하세요 ㅎㅎ

레삭매냐 2022-02-07 10:45   좋아요 3 | URL
제가 생각해도 그러합니다 -
옆지기가 이렇게 추운 데
나가냐고 하더라구요 헷
재밌는 책이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추위에 대한 보상이네요.

안개 3부작은 아마 청소년들을
위해 쓴 책이 아닐까나 싶네요.

페넬로페 2022-02-07 14: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아니지만 춥고 바람 부는 날에도 배드민턴 치러 나갔던 남편이 생각납니다~~
루이스 사폰 책을 사고 싶은 생각이 가득 하지만 올해는 집에 있는 책을 읽기로 결심했기에 도서관을 이용해서 차곡차곡 읽어 보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2-07 14:51   좋아요 2 | URL
저도 집에 읽지 않은 책이
한가득이지만, 사폰 작가
의 책은 도저히 유혹을
이길 수가 없더라구요 ^^

옛날 책 파먹기 프로젝트
구동해야할 것 같습니다.
읽고 정리하기 !!!

mini74 2022-02-07 14: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너무 강렬해요. 내일은 추위를 뚫고 ㅎㅎ 루이스 사폰을 찾으러 도서관에 가야겠어요 ~~

레삭매냐 2022-02-07 14:52   좋아요 2 | URL
표지의 인물이 누구인가 했더니
바로 대주술사 미스터 케인이더
라구요.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들면
정말 무섭지 않을까 싶네요.

라로 2022-02-07 1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는 알라딘 초기 시절 알라디너 분들이 막 재밌다고 해서 저도 읽고 너무 좋았던 기억 말고는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으니,, 저같은 사람 책은 읽어서 뭐하니? 라는 자괴감이 살짝.ㅠㅠ
암튼 데뷔작이 <안개의 왕자>ㅎㅎㅎㅎㅎㅎㅎㅎㅎ 번역가들이 일부러 사폰의 책 제목 번역을 그렇게 하는 걸까요?? <안개의 왕자>, <바람의 그림자>ㅎㅎㅎㅎㅎㅎㅎㅎ 아 넘 웃겨요. 암튼 매냐님의 별 5개는 의미심장합니다요!!

레삭매냐 2022-02-07 1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사폰 작가의 책들
너무너무 재밌습니다 -
역시나 저의 책사냥 수고
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
이 팍팍 드네요 ^^

아 이미 오래 전에 읽으신
책이로군요. 전 새로운 세
상을 이제사 만나서리 -
아주 신납니다.

2월은 사폰 책읽기의 달
이 될 것 같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이천이십이년 이월 오일 토요일 저녁 무렵.

갈 곳도 할 일도 없어서 집에서 뒹굴거리던 나는 마침 읽고 있던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작가의 <바람의 그림자>가 너무 재밌어서 그의 나머지 책들은 모두 사냥하기로 결심했다.

 

이미 그 전날에 문동에서 나온 <바람의 그림자>와 민음사에서 나온 송병선 교수 번역의 <천사의 게임> 1권을 샀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이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렸다는 스페인 작가의 책이 바로 <바람의 그림자>라나 어쨌다나.

 

책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소설에서는 전쟁이라고 부르는 스페인 내전이 끝난 뒤, 세계대전도 끝난 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0세 소년 다니엘 셈페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느 너튜버는 이 소설을 한 줄로 요약하면 “50년 전에 걸친 라부스토리라고 하던데... 그렇게 마냥 단순하기만 하진 않다는 게 1권의 절반을 읽은 지금 나의 소감이라네.

 

이거 책사냥과 독후가 뒤죽박죽으로 엇갈리는 나의 페이퍼. 나의 삼천포행은 늘상 그렇다. 아 그리고 보니 말도 안되게 또 삼천포에 가보고 싶다는. 아주 오래 전, 진주 가는 길에 삼천포로 빠진 기억이...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작가는 2년 전인 2020년에 대장암으로 이미 작고하셨다고 한다. 이제 그럼 더 이상 이 작가의 새로운 책은 볼 수 없다는 말인가...

 

2년 전에 나온 <바람의 그림자> 합본은 작가 사후에 나온 책이었던 모양이다. 모든 책에는 그런 사연이 있는 법이다.

 

사폰 작가는 생전에 용가리와 치즈케익을 좋아하셨다고 하는데, 한국 독자들에게 직접 이렇게 용가리를 그려 주셨구나. 말미의 해삐 리딩이 왜 이렇게 마음에 와 닿던지.



안개 3부작의 1탄인 <안개의 왕자>는 사폰 작가의 소설 데뷔작이라고 한다. 영하 3.2의 맹추위를 뚫고 중고책방에 들러서 모두 네 권의 사폰 책들을 업어왔다. 원래 다니엘 켈만의 30년 전쟁을 다룬 책 <>이 목적이었는데 말이지.

 

이제 남은 사냥감은 절판돤 <한밤의 궁전>, <천사의 게임> 2권 그리고 <영혼의 미로> 2권이면 되나.

 

아직 <바람의 그림자>도 다 못 읽었는데, <안개의 왕자>를 슬쩍 집어 들고 싶은 그런 마음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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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2-06 14: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를 아주 예전에 읽었는데 단 하나도 기억나는게 없네요. ㅠㅠ
다시 읽어야 할 책인데 일단 레삭매냐님의 리뷰를 기다릴게요~

레삭매냐 2022-02-06 20:02   좋아요 1 | URL
<바람의 그림자> 달리다 말고
결국 <안개의 왕자>도 동시에
읽기 시작했네요.

빨랑 읽고 나서 리뷰 올리겠습니다.

얄라알라 2022-02-06 16: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름 날리시는 저명 작가가 저렇게 귀여운 용가리 친필을 넣어주시다니, 소장의 기쁨이 몇 배 크시겠어요^^ 레삭매냐님 주말에 사폰 책들 읽으시느라 외출 못 하심인가요?^^

레삭매냐 2022-02-06 20:03   좋아요 2 | URL
넵 한국 팬들을 위해 직접
용가리를 그려 주시다니 -

어제 책 사러 다녀 오고
오늘 뼈해장국 사러 갔다
온 게 전부네요.

주말 내내 열심으로 읽고
있답니다 냐하 ~

stella.K 2022-02-06 1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이, 영하 3.2도면 뭐 다닐만 합니다.
옛날에 한낮에도 영하 7.8도 했을 때도 사람들 버젓이
다녔는 걸요?
요즘 기상캐스터들 날씨 겁주는데 뭐 있더군요.
하긴 기상 캐스터들 2, 30대들인데 그들이 추운 걸 어찌 알겠습니까?
자가용도 히터 빵빵 틀고 다닐텐데...좀 춥게 사는 것도 건강을 위해 좋은 거라는데.ㅋ

저는 <마리나>가 끌리더라구요.
뭐 하나에 꽂히면 전작하시는 매냐님 같은 분들이 부럽습니다.ㅠ

레삭매냐 2022-02-06 20:04   좋아요 2 | URL
그니깐요 - 저도 소싯적에 추운
줄 몰르고 돌아 다녔지요 ㅋㅋ

어제 책 사러 가는데 귀가 시려
웠어요. 다른 데는 완전 무장을
해서리. 귀마개한 사람들이 부
럽더라구요.

일단 총알을 잔뜩 쟁여 두었으
니, 든든합니다.
 


 

오래 전부터 이름만 알고 있던 작가.

그러다 램프의 요정 북플을 통해 자극을 받아 바로 어제 달려 나가 중고서점에서 사들였다. 일단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의 출발점이라는 <바람의 그림자>1권과 2권 모두 수배했다. 그리고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천사의 게임>1권은 득템. 나머지 2권은...

 

오후에는 다른 책들도 사냥에 나설까 생각 중이다.

다행인 것이 인근 중고서점에 있는 모양이다. 어제 주식 스캘핑해서 번 돈으로 사면 되겠다. 중고 책값은 언제나 착해서 마음에 든다. 오래된 책일수록 저렴한 것은 불문가지.

 

<바람의 그림자>는 바로 읽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우리 책쟁이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싶다. 스페인 내전 뒤, 바르셀로나에 사는 소년 주인공 다니엘이 우연히 훌리안 카락스라는 무명 작가가 쓴 <바람의 그림자>라는 책을 얻게 되고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그야말로 실타래처럼 술술 풀려 나온다. 아마 미스터리도 한 웅큼 들어가겠지.

 

다니엘의 아버지 셈페레는 대를 이어 헌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언젠가 아들 다니엘에게 헌책방을 물려줄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요즘 같으면 어림 없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책을 점점 더 읽지 않아, 멀쩡한 책방들도 문을 닫는 판에 무슨 헌책방이... 그런데 책쟁이들에게는 참 슬픈 이야기다.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영혼의 미로>는 나름 시간이라 그런지 단가가 쎄다. 당장 급한 것도 아니니 기다리면 책값이 떨어질라나. 그나저나 바르셀로나에는 가보고 싶다 언젠가.


그나저나 이제 책은 주식해서 번 돈으로 사게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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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22-02-05 1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가 너무 강렬했어서 그 다음 책은 오히려 시들했던 기억이 있네요. 진짜 열광했었는데.. 스페인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우리나라로 치면 누구랑 가장 비슷할까 고민이 됩니다. 즐독하세요!

레삭매냐 2022-02-05 10:16   좋아요 2 | URL
아~ 시리즈의 첫 번째가
너무 강렬하면 기대치가
급상승하게 되는데... 걱
정이네요 ^^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이래 스페인 쵝오의 작품
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
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북깨비 2022-02-05 10: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람의 그림자를 보관함에 오랫동안 모시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새책같은 중고 영혼의 미로 1,2권을 알라딘에서 싸게 구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바람의 그림자부터 차례대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바람의 그림자 1,2권을 주문을 하려고 보니 초판이 한 10년전이더라고요. 그럼 혹시 리뉴얼 표지로 다시 출판되는 건 아닐까 쫌만 기다려볼까 그냥 지금 사서 읽을까 고민하면서 나름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는데 레삭매냐님 읽기 시작했다고 하시니 저도 그냥 살래요. 못 기다리겠어요 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2-02-05 10:19   좋아요 3 | URL
저는 일단 꽂히면 책부터 삽니다 -
그런 다음에 하나하나 차례로 읽기
시작한답니다. 그것이 절판된 책이
라고 한다면 더더욱 전투력이 상승!

아마 <천사의 게임>이 절판된 것
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려 송병선
교수님 번역을 맡으신 책이라 더
신뢰가...

말씀대로 <바람의 그림자> 새로
나온 책의 초판이 딱 10년 전이네요.

저도 스텔라K님이 사셨다는 말을
듣고 냅다 질렀답니다 ^^ 북플 동지
들의 연쇄 반응이라고나 할까요.

페넬로페 2022-02-05 1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돈키호테 다음으로 많이 읽힌 작가라고 하는데 기대가 큽니다.
이 책이 합본도 나와 있네요^^

레삭매냐 2022-02-05 11:50   좋아요 2 | URL
그니깐요, 합본의 두께가
후덜덜하더라구요 :>

전 중고책으로 얌냠 ~
재미지게 읽고 있답니다.

북깨비 2022-02-05 14:21   좋아요 3 | URL
그러고 보니 돈키호테도 빨리 집으로 모셔야 하는데 ㅋㅋㅋ

얄라알라 2022-02-05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에서 극찬 리뷰 읽고, 이름이 길어 다 못기억하니 사폰만 기억하겠다고 댓글 달았던 기억이 있는데 레샥매냐님께서는 행동으로 바로 옮기셨네요. 바로 중고서점, 바로 구매, 바로 읽기 시작!!! 역시 레삭매냐님^^

레삭매냐 2022-02-05 11:51   좋아요 2 | URL
삘이 오면 바로 달려 가서
책을 사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힌다는 ㅋㅋ

나머지 책들도 오늘 장난감
팔아서 사냥에 나설라구요 헷

아, 책 세 권도 당군마켓에
만원빵에 내놓았습니다.

바람돌이 2022-02-05 1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몰입감이 장난 아니었던 책이었어요. 바람의 그림자요.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내용은 이제 기억도 안나고 그저 푹 빠져서 읽었던 기억만.... ㅎㅎ

레삭매냐 2022-02-05 16:23   좋아요 1 | URL
말씀해 주신 대로 몰입감 하난
정말 끝장이네요 -

주말을 함께 하게 되었네요.

stella.K 2022-02-05 15: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찾으셨군요!
저는 어제 1권 끝냈는데 첨엔 재밌다 뒤로 갈수록
자꾸 혼수상태에 빠지려고 해요.ㅠ
이래서 나이들면 소설이 자신없어지는가 봅니다. .
자꾸 긴가민가하거든요. 더구나 남의 나라 이야기라...쿨럭~
괜히 급하게 <천사 게임>을 샀나 후회가 살짝...ㅠ

레삭매냐 2022-02-05 16:25   좋아요 2 | URL
네이, 스텔라케이님도 샀다는
말에 저도 냉큼 ~

제가 이 동네 이바구에 아주
관심이 많아서 그런진 몰라
도 흥미진진합니다.

스페인 현대사와 바르셀로나
라는 공간의 조화, 흡족하네요.
다른 책들도 사냥해야 하는데...

새파랑 2022-02-05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식해서 번 돈으로 책을 사야만 한다면 전 책을 당분간은 못살거 같아요 😅 레삭매냐님은 주식 천재시군요~!!

레삭매냐 2022-02-05 19:40   좋아요 2 | URL
천재는 아니고 소소하게 -

이번 엔솔공모로 째간이
수익이 나서 당분간 책
사는 비용 걱정은 ㅋㅋ

mini74 2022-02-05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식 ㅎㅎ 전 책 팔아야 할듯 합니다 ~ 스텔라님부터 이 책 괜찮다는 간증이 쏟아지니 북플교를 맹신하는 저는 또 믿고 사는 수 밖에 없네요 ㅠㅠ

레삭매냐 2022-02-05 19:41   좋아요 1 | URL
주말 온도 -3.2 도
원정을 뛰어서 사폰 작가
의 네 권을 업어 왔습니다.

코로나 창궐과 강추위로 거
리에 닝겡들이 보이지 않더
군요.

그리고 책도 두 권 팔았습
니다. 뭐 그런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