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퐁스 을유세계문학전집 9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정예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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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읽기 시작하면 못 읽을 책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에 빌렸다가 못 다 읽고 반납한 소설기계라는 별명의 오노레 드 발자크의 <사촌 퐁스>를 다 읽었다.

 

왕당파 출신으로 프랑스 역사상 가장 격동의 시절을 보낸 발자크는 마치 현장에 대한 르포르타주를 보여 주듯이 독자들을 1844년으로 인도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쇠락한 음악가 실뱅 퐁스다. 얼추 나이 육십의 노총각 퐁스 아재는 선량하고 겸손한 사람이다. 젊어서 부모에게 받은 유산들은 유럽의 각지에서 사들인 골동품 구입으로 날려 먹었다. 아니 퐁스 아재는 훗날 부르주아지 사회에서 예술품이 한몫하는 재산으로 둔갑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았단 말인가? 사실주의 작가 발자크는 그때 이미 혁명과 전쟁 통에 갑자기 졸부가 된 부르주아지들이 고상한 취미로 회화와 조각 같은 고상한 예술품 수집에 열을 낼 것이라는 것을 예견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주인공 퐁스 아재에게는 아주 나쁜 취미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식도락이었다. 발자크는 그런 이유 때문에 소설에서 그를 식충이라고 부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 결과, 그는 잘 사는 주변의 지인들의 집을 찾아가 식사를 하는 악습을 버릴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 시절에 이미 프랑스 부르주아지들은 세상에서 진귀한 음식들을 자신들의 상에 올리면서, 소위 아랫것들 그러니까 하루 벌어먹고 사는 이들과의 자본에 의핸 변별력을 키우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가 사촌행세를 하며 들락거리는 법원장 댁의 마르빌 부인 등은 그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물론 퐁스 아재가 그들에게 귀중한 골동품을 수집해서 제공하긴 했지만 그는 그들에게 그저 귀찮은 식객이었을 따름이다. 결별의 결정적 원인은 퐁스 아재가 마르빌 부인의 영애 세실을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보내려다가 어그러지면서 발생했다. 마르빌 부인과 세실은 퐁스 아재가 자신들에게 앙심을 품고 골탕 먹이려고 했다는 이유로 그를 사교계에서 영원히 추방시키는 그야말로 파멸적 결정을 내린다. 이런 충격과 더불어 간염으로 우리의 주인공 퐁스 아재의 건강은 급속하게 악화된다.

 

이 부분까지가 소설의 절반 정도에 해당되는 이야기의 구성이다. , 퐁스 아재에게는 독일 출신 피아노 교사 빌헬름 슈뮈크가 있었다. 그야말로 슈뮈크는 부인도 자식도 없는 퐁스 아재에게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였다. 문제는 슈뮈크 씨 역시 퐁스 아재와 비슷한 선량한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 이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퐁스 아재가 그동안 모은 골동품들과 회화들이 어마어마한 재산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수위 시보댁(소설에서 최고의 악당으로 그려진다)은 퐁스 아재와 슈뮈크를 돌본다는 핑계로 그들로부터 돈을 착취하고, 퐁스 아재가 애지중지하는 골동품들을 강탈한 프로젝트를 돌린다. 여기에 협력하는 이들이 제각각 딴 생각을 하는 의사 풀랭과 변호사 프레지에다. 의사는 환자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고, 법률적 대리인 역시 의뢰인의 이익 대신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니까 병석에서 죽어가고 있는 인간 퐁스는 그저 그들에게는 성공과 출세 그리고 금전적 이익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할 따름이다. 사회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직들까지 이런 파렴치한 악덕에 가담하는 상황이 가히 막장드라마답다는 생각이다.

 

지금 시점으로 본다면 아주 진부할 지도 모르겠지만, 200여 년 전 프랑스혁명의 여진이 여전한 가운데 혁명으로부터 가장 이익을 본 집단인 전문직 부르주아지들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소설기계 발자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 대입해 봐도,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다. 이른바 법기술자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기존의 도덕적 가치들은 땅에 떨어졌으며 오직 자본만이 모든 가치를 대신하는 세상이 1845년의 4월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우리의 퐁스 아재가 결국 자신의 재산을 노리는 시보댁의 앙큼한 음모를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공증인들까지 동원해서 가짜 유서로 시보댁과 악당들을 함정에 빠트리려고 하지만, 순진한 두 노친네들을 옭죄고 있는 거미줄 같이 촘촘한 그물망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다. 왜 이 악당들은 공모해서 자신들의 것이 아닌 타인의 재산을 노렸던 것일까? 그건 아마도 평범하고 정직하게 살아서는 이번 생에 그들이 부러워하는 부르주아지들과 같은 삶을 누릴 수 없다는 절망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양심을 팔고 악덕을 행하는 이들의 꿈은 야무졌다. 시보댁은 막대한 종신연금을 꿈꾸었다. 시보댁의 공동정범들은 수중에 퐁스 아재의 막대한 재산이 들어오면 그 자본과 연줄을 바탕으로 해서 병원장 그리고 치안파사라는 출세의 고속도로를 질주할 꿈에 젖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 시절부터 사람들이 종신연금에 목매달았다는 정황에 그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국가가 보장하는 노후대책이 있었단 말이지. 다른 건 몰라도 그건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시스템이 아니었나 싶다.

 


퐁스 아재와 그의 절친 슈뮈크 씨는 사람들이 너무 물렀다. 조금이라도 세상물정을 알았다면 그렇게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죽고 나면 아무런 가치도 가지지 못할 골동품을 죽을 때까지 끌어안고 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퐁스 아재가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슈뮈크를 생각했다면 좀 더 세밀하게 유언장을 작성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긴 사촌들로부터 버림받고 간염으로 죽어가는 마당에 타인을 배려할 겨를이 없었겠지. 이 불쌍한 인생들인 퐁스와 슈뮈크를 돕겠다고 나선 이들은 너무 적고, 사회적 영향력을 전혀 발휘할 수 없는 그런 이들 뿐이다. 그러니 악덕의 번성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지금도 자본과 결탁한 악덕이 횡행하고 있지만, 19세기 세계의 수도라는 파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사람 사는 건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비슷하다는 교훈을 소설기계 작가는 세상에 전파하고 싶었나 보다. 동시에 우리를 노리는 악덕과 그의 실행자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점도.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사촌 퐁스>와 자매작이라는 <사촌 베트>에서는 이런 악덕에 대한 처절한 복수극이 시전된다고 하던데, 그 작품도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발자크, 읽을수록 매력적인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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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05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저는 마지막에 사촌 베트도 있다는 문장에 빵 터지는걸까요? ㅎㅎ
이 시절의 소설들은 또 당대의 사회상을 찾아보기에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레삭매냐님 글 뒷부분은 흐린눈으로 지나갑니다. 저도 이 책 보고싶어서요. ^^

레삭매냐 2022-11-05 19:08   좋아요 1 | URL
왠지 제 느낌에는 사촌 시리즈
가운데 <사촌 베트>가 더 재미
지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절로 프랑스 혁명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해보게 되더라구요.

1830년 7월 혁명 그리고 영광
의 3일에 대해서 말이죠.

바람돌이님의 발작 독서를 응원
하는 바입니다.

라로 2022-11-05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츠바이크의 발자크의 평전을 엄청 좋아했어서 그의 책 <고리오 영감>을 집었는데 읽다 말았어요,, 다시 시도 해봐야 하는데,, 이젠 의욕이 없어요. 번역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요??
번역 때문에 읽기 힘든 책을 만나면 그냥 내려놓게 되네요... 주절주절;;;;

레삭매냐 2022-11-05 19:11   좋아요 1 | URL
15년 전에 파리의 페르 라셰즈
묘역에서 발작 묘지를 찾는 미
쿡 아줌마를 만난 적이 있는데...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발작에
대해서는 1도 모를 때였지요.

그리고 휴먼 코미디아에 대해
알게 되었네요.

아무래도 고전 읽기는 쉽지 않
은 것 같습니다. 저도 <고리오
영감> 읽을 적에 내가 왜 이걸
읽고 있나 싶을 때가 있었거든요.
지금은 발작적으로 그의 책을
찾게 되었네요 ㅋㅋㅋ

그래서 번역이 반역이라고도
하는가 봅니다. 고저 빠이팅.

blanca 2022-11-05 1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깜놀했잖아요. 소장 중이랍니다. 발자크는 정말이지 천재 같아요.

레삭매냐 2022-11-05 19:14   좋아요 0 | URL
그러쵸 그러쵸 !!!
넘나 잼난 것~

발작은 진정 천재입니다.

전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답니다. 중고책으
로 살라구요.

Falstaff 2022-11-05 1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 저는 책 깨나 읽는 분은 다 아실 유명한 불문 역자가 <사촌 베트>를 별로 좋지 않게 이야기 하는 바람에 아직 읽지 않았는데요, 퐁스 다음 이야기라면 그것 참, 뒤통수 때리는 반전이 있을 것도 같고 그렇군요. 아 참. 그걸 스크린 캡처 해놓을 걸 그랬습니다. 제가 구라친 거 아니라는 증거로 말이죠. ㅋㅋㅋㅋ 퐁스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간해 믿을 사람 읎잖어유? 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2-11-06 18:22   좋아요 2 | URL
오늘 <사촌 베트>를 수배해서
바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자료를 더 찾아 보니, <사촌 베트>
가 <퐁스>보다 먼저 나왔다고 하
네요.

발작의 전작들과 달리 19세기 빠리
에 대한 상세한 설명 없이 바로 본
론으로 들어가는 상황이 아주 흥미
진진하네요.

11월에는 발작을 읽습니다.

Falstaff 2022-11-06 19:15   좋아요 2 | URL
오오오..... 사촌베트를 낸 출판사는 2013년에 문을 닫았.... 지 않나 싶습니다. 정말 의심이 가는 건, 물론 의심입니다,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거 아닙니다!!! 불어 직역이 아니라 일어 중역인 것 같더라고요. 그리하야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하느냐를 알고 싶은 독자는 읽되, 발자크의 맛을 알려면 기다려라, 하는 게 제가 들었던 충고였습니다. 그냥 읽으면 발작을 할 수도 있다는...... ㅋㅋㅋㅋㅋㅋ

mini74 2022-11-07 15: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꼭 윌리엄 호가스의 판화연작을 책으로 보는 느낌이네요. ㅎㅎ 막장인데 매냐님이 너무 찰지게 내용을 소개해서인지 저도 자꾸만 웃음이 납니다. 자매작엔 복수가 담겨있다니 ㅎㅎ 재미있게 읽었어요 ~

레삭매냐 2022-11-08 11:17   좋아요 1 | URL
발자크의 소설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 중의 하나가 19세기
파리에 대한 너무나 사실주의적
묘사인데, <사촌 베트>에서는 그런
부분은 몽땅 제거해 버리고 아주
빡시게 진행이 되네요.

<사촌 퐁스>보다 훨씬 더 매운
맛이네요.
 
사이버리아드 - 심너울의 사이버리아드 다시 쓰기 FoP Classic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송경아 옮김 / 알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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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코로나로 중단되었지만, 맹렬하게 책을 읽고 모여서 가열차게 토론 그리고 음주(아니 어쩌면 음주와 수다에 더 방점이 찍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를 즐기던 시절에 만난 SF 소설이다. 사실 폴란드 출신 SF 대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사이버리아드>는 해당 모임을 위한 책도 아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로 일환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 시절에는 오멜라스였는데 이번에는 알마에서 새롭게 단장해서 나왔다.

 

사실 솔직하게 말해서 전통적 SF팬이 아니다 보니 거장이 구사하는 언어유희 혹은 현란한 말장난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영어는 물론이고 라틴어를 종횡무진하게 구사하며 벌이는 과학용어들을 따라가다 보니 정말 자주 문맥을 잃곤 했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저자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 제목 <사이버리아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끌어 가는 스타니스와프 렘의 문학적 노예들은 바로 생계형 로봇 창조자 트루를과 클라파우치우시라는 특이한 캐릭터들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로봇이 창조자라니, 이거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게다가 두 로봇 창조자들은 라이벌이기까지 하다. 서로 다투고 아웅다웅하면서도 기발한 창조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점에서는 인간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아니 그렇게 위대한 창조자라면 금붙이들도 직접 만들 수 있는데 왜 그러냐는 보상을 치러야 할 피조물들이 물었을 때, 자신이 만들어낸 것과 타인에게 얻어낸 게 같으냐는 우문현답 스타일로 우리의 창조자들은 재치 있게 대답한다. 하긴 내가 만든 음식보다 남이 만든 음식이 자고로 더 맛있는 법이지. 저명한 셰프들이 자신들이 먹겠다고 그렇게 현란한 솜씨로 요리를 하고 플레이팅을 하지는 않겠지. 당연한 말씀이시다.

 

뭐 여러 각도에서 거장의 글을 평가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인공지능 알파고 시대지만 창조자도 어쩔 수 없는 개개인의 들끓는 욕망에 대한 저격이라고 <사이버리아드>를 총평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조의 능력에까지 도전하는 인공지능의 가공할 만한 능력에 대한 경고로도 볼 수 있으려나. 특히 괴짜 창조자 트루를이 만들어낸 전자 시인의 경우를 보라. 물론 처음부터 완벽한 발명품은 존재할 수 없었다.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우리의 전자 시인은 자신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점차 자가발전하고 스스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지점에서 궁금한 점은 그렇다면 어떤 특정한 주제와 캐릭터들을 프로그래밍해주면 걸출한 소설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운율과 자구를 설정한 시구도 만들어내는 전자 시인이 전자 소설가로도 진화한다면... 그런 시절에는 인간은 무엇을 하게 될지 자못 궁금해졌다. 혹자의 표현대로 오로지 소비만 하는 호모 컨슈머티쿠스같은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창조자들을 능가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을 가진 폭군들은 창조자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협박해서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교묘한 두뇌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의 트루를과 클라파우치우시 역시 그런 위험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정해진 시간 내에 의뢰인들이 요구하는 발명품들을 무리 없이 창조해낸다. 때로 그것은 난폭하고 교묘하면서 사냥꾼을 지루하게 하지 않을 정도로 사나운 사냥감이 되기도 하고, 마이크로미니월드의 신민들이 되기도 한다. 어떤 시절에는 현자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괴물 스타일의 창백얼굴로 분해서 구애에 성공하기도 한다. 자신을 옭아매려는 전자 마법사의 흉계를 교묘하게 회피하는 호색한 군주의 모습에서는 절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흔하게 등장하는 어휘들일진 몰라도 SF팬이 아닌 일반독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단어들의 선택 그리고 그런 단어들을 비비 꼬고 거기에 라틴어까지 가세한 언어유희의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쉽게 따라갈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런 말장난에 더해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야기야말로 스타니스와프 렘 작가가 목표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동시에 같이 읽기 시작한 같은 작가의 생각하는 바다 <솔라리스>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소설이라 좀 당황스러웠다. 후자가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전개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전자 <사이버리아드>는 그야말로 사이버키네틱 혹은 사이버펑크 시대에 걸맞는 셰헤라자드가 들려주는 B급정서가 가득한 일렉트로닉 천일야화라고나 할까. 종종 길을 잃고, 문맥도 잡지 못한 채 꾸역꾸역 읽어내기도 했지만 뭐 이 정도면 낯선 SF작가와의 첫 번째 만남으로서는 만족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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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11-04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멜라스의 <사이버리아드>를 갖고 있어요. 그 때도 송경아님 번역이었던 것 같네요. 제가 B급 정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라 좀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오랫만에 꺼내봐야겠습니다 :)

레삭매냐 2022-11-04 10:21   좋아요 1 | URL
저도 오멜라스 버전 읽었습니다 :>

거의 비슷한 시기에 <솔라리스>도
읽었는데, 같은 작가가 이렇게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발표했다는 점에
좀 충격 먹었답니다.

역자는 같은 분이시네요.

라로 2022-11-04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타니스와프 렘의 책을 3권이나 갖고 있는데 겨우 하나 읽다 말았어요.^^;;
다른 책에 더 끌려서.
그 책도 다시 읽어야 하는데... 매냐님의 글을 보니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일지는... 마음이 가고 손에 잡히는 대로..^^;

레삭매냐 2022-11-04 14:44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 하고 <솔라리스>를 읽었습니다.

계속해서 관심이 가는 책들이 생기다 보니
완독이 나날이 어려워집니다. 집중해서 읽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

렘 선생의 민음사판 책도 사두긴 했는데
구간이 되어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책은 모름지기 손가는 대로 읽어야 합니다.
고럼요.

바람돌이 2022-11-04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사이버리아드가 새 책으로 나왔네요. 에고 좋아라.... ^^
이 책은 또 어떤 세상을 펼쳐줄지 막막 기대됩니다. 저는 스타니스와프 램의 팬! ^^

레삭매냐 2022-11-05 10:52   좋아요 0 | URL
그러시군요 :>

저도 SF 책들을 한 동안 죽어라
있었던 시절이 있네요.

스타니스와프 렘 작가의 판권이
여기저기 나뉜 모양이네요.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오는 걸
보면 말이죠.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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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허명은 없었다.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려고 했으나, 나에게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주문장을 날렸고, 책이 도착하기 전에 기다릴 수가 없어서 미리보기로 몸풀기를 끝냈다. 어제 집에 돌아가 보니 책이 도착해 있었다. 바로 다 읽어 버렸다.

 

아버지가 죽었다로 시작되는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기>에는 질곡진 한국 현대사의 그 무엇이 오롯하게 담겨져 있었다. 누가 봐도 그 엄혹한 시절을 체험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그런 이야기들을 작가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소멸의 시간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신이 맹근 시그널을 날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왜 자꾸 오래 전에 만났던 영화 <학생부군신위>와 소설 <녹슬은 해방구>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혈육보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꾼 고아리 박사님의 아버지 고상욱 씨는 뼈속까지 투철한 유물론자이자 혁명가였다. 그를 원수로 생각하는 진영에서는 빨치산 혹은 빨갱이로 불렀다. 그런 고인이 노동절에 죽음을 맞으면서부터 소설의 서사가 굴러간다. 서울에서 보따리 장사(강사)를 하던 상주 고아리 박사는 고향 구례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의 장례식장에서 죽음이라는 삶의 엔딩이 선물한 시대의 화해 혹은 자신이 몰랐던 구빨치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만나게 된다.

 

소설에서는 고상하고 순화된 사회주의자라는 표현을 쓰지만, 아마 고인은 사회주의자라기 보다 공산주의자에 더 가깝지 않았나 싶다. 우익의 세상에서 전향한 공산주의자는 불가촉천민 같은 존재였으리라. 그리고 자신 말고도 다른 가족들까지 모두 연좌제로 몰아 정상적 사회생활을 하는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도 했다.

 

산사람으로 사선을 누비며 동지들이 숱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고상욱 할배는 산에서 내려와 새농민으로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산에서 죽고 살던 동지에게는 위장 자수한 인사에 불과했고, 세상은 그를 전향한 빨치산이자 요주의 인물이라는 낙인을 찍어 버렸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치매를 앓던 고인은 어느 날 갑자기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먼 길을 떠나 버렸다. 그리고 유물론자답게 자신의 시원이 먼지이니, 굳이 묘를 쓸 것도 없이 상주 아리에게 타고 남은 재를 뿌리고 싶은 곳에 뿌리라는 말을 남긴다. 진짜 뿌리 깊은 유물론자가 아닌가 말이다.

 

다음에 이어지는 진행은 클리셰이다. 망자와의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작은아버지와 갈등, 연좌제로 숱한 고초를 겪은 사촌형제들의 이야기 그리고 죽음 앞에 다시 뭉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 그리고 제각각 고인과의 소중한 인연을 지닌 이들이 문상에 나서게 되고, 상주와 마주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그동안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은 참 사무치기도 하고 또 하염없기도 했다.

 

굳이 저자는 늙은 혁명가의 소싯적 행적을 신원하고자 하지 않는다. 자본의 힘이 모든 걸 삼켜 버린 마당에 철지난 이데올로기 타령을 무엇이 중요하다는 말인가. 우리들의 할아버지 아버지들은 자신들이 소중하게 생각한 평등한 세상의 도래를 위해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걸고 투쟁에 나섰지만, 체제와 자본에 순치된 우리 후손들은 그저 자신들의 일상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타협과 화해의 시간이 장례라는 생로병사의 마지막 이벤트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 아마도 나에게 영화 <학생부군신위>를 연상시킨 게 아니었을까. 그 위에 한국 현대사의 이데올로기 갈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토핑으로 얹고,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고인의 장례식 준비에 나선 사촌들의 몸을 내던지는 애도와 품앗이 그리고 다양한 인연을 지닌 이들의 등장으로 상쇄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은 일품이었다.

 

빨치산의 딸이 반동 신문이 주최한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 활동에 나섰다는 점은 우리 현대사가 가진 구조적 모순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평생 유물론자였던 혁명가가 말했다시피, 우리 모두는 저만의 사정이 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말이지. 작년에 발표된 소설집 <자본주의의 적>이라는 책도 있다고 하는데,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듯 작가의 전작들을 한 번 만나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의 문턱에 선 이번 가을, 간만에 수작을 만나 기분 좋은 독서의 시간이었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뱀다리] 노동자 농민이 평등한 세상의 도래를 위해 자신의 하나 뿐인 목숨을 걸고 투쟁에 나섰던 혁명가들이 정작 노동의 현장에서, 우리 보통 사람들이 하는 노동을 버거워 하는 장면은 정말 그들이 지닌 구조적 모순에 대한 신랄한 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혁명이란, 노동의 현장이 아닌 오직 그들의 머리와 판타지 속에서만 가능했단 말인가?

 

해방정국에서 피 끓는 청년들을 사로잡았던 이데올로기 투쟁이 정작 당장 눈앞에 닥친 먹고사니즘 앞에서는 어떤 위력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그들은 정작 몰랐단 말인가. 어쩌면 모든 가치와 사회적 정의조차 집어삼키는 21세기 무시무시한 자본의 위력과 그에 따른 선전선동 앞에 무력해진 개인의 무력함에 대한 경종일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담즙 같은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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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1-03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생부군신위> 추억 돋네요. 레샥메냐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11-03 16:2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책 보는 내내
그 영화 생각이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3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처럼 세대 간의 화해가 필요한 나라도 드물 듯합니다. 작가가 이 과정을 아주 잘 그려낸 모양이네요.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싶은데 흠... 최신작이라 경쟁률이 치열한가봅니다ㅠㅠ

레삭매냐 2022-11-03 16:32   좋아요 1 | URL
공감하는 바입니다.

산업화 세대의 공로에 대해
현 세대들이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많이 섭섭해
하신다는 느낌입니다.

그 부분을 정치인들이 파고
들어 갈등을 확산시키고 있
기도 하구요.

항상 대출 중 그리고 예약
중이라 결국 사서 읽었네요.

독서괭 2022-11-03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최근에 북플에서 많이 보이던데요. ‘허명은 없다‘라며 별 5개 주시고 수작이라 칭하시는 걸 보니 읽어봐야지 싶습니다.

레삭매냐 2022-11-03 16:32   좋아요 1 | URL
아주 가독성이 뛰어나서
금방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독서 슬럼프였었
는데 이달에는 쫌 달려
보렵니다.

새파랑 2022-11-03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첫문장에서 <이방인>이 떠오르네요 ㅋ
이번달에 달리시는 레삭매냐님을 기대하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11-03 17:47   좋아요 1 | URL
월초 출발이 산뜻하네요.

오늘 도착 예정인 로베르토 아를트
의 <미친 장난감> 그리고 발자쿠
선생의 <사촌 퐁스> 마무리하고
읽던 책들 다시 돌아갈 계획입니다.

라로 2022-11-04 01:26   좋아요 1 | URL
저도 지난 달은 정말 미적거렸는데이번 달은 좀 다를 것 같아요!!! 매냐님 따라쟁이 라로..😅😅😅

라로 2022-11-04 0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군요!!! 이 책 정말 재밌었어요!!!

레삭매냐 2022-11-04 09:4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깐요...

예전에 32년 전 <빨치산의 딸> 시
절에는 책이 나오자마자 판금되고
저자는 국보법 위반으로 불구속기
소되었었다고 하네요.

이 책의 모태가 되는 <빨치산의 딸>
이 25살에 쓴 책이라니 놀라울 따름
입니다.
 


내일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새로 생겼다는 파파도나스를 찾았다.


좀 더 일찌감치 가서 저렴한 라떼도 한 잔 마셨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커피는 다음으로.



주인장이 보이지 않아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주력이 도나스 말고도 다양한 과자들이 즐비했다.

사실 빵은 오전에 사두어서 굳이 살 필요가 없었지만 꼬맹이가 좋아하는 도나스 사러 -



어제 타임빌라스에서 만난 팥고당 팥빵은 자그마치 3,900원이 했는데 여기서는 프리미엄이 3,200원이다.


그 사이에 어느 분이 들어 오셔서 하나 남은 글레이즈 꽈배기를 사가셨는데, 아까비.

왜 다른 사람이 사먹는 걸 보면 나도 먹고 싶어지는 걸까.



예전에 던킨 바바리안을 좋아했었는데, 그놈의 SPC 산하 회사라 다시는 사 먹지 않기로 했다.

하긴 요즘 나의 빵집 투어는 모두 SPC 불매의 일환이다.

그리고 보니 빵집 하나 때문에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게 어처구니가 없구나.

그 많던 동네 빵집이 다 사라져 버린 게 아쉽다.



다양한 설렉션이 아주 마음에 든다.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적 느낌.



참 며칠 전 이맛트에 갔을 적에 꼬맹이에게 삼립호떡 사준다고 했는데, SPC 불매해야 한다고 안 먹겠다고 해서 감동먹었다.


대단한데 그래 녀석.



며칠 전에 읽기 시작한 발자크의 <사촌 퐁스>.

며칠간 분발해서 절반을 넘어섰다.

과연 절반을 넘어 가니, 확실히 재미가 있었다.


19세기판 막장 드라마의 달인 발자크다운 이야

기가 아닐 수 없다.


갑자기 발자크의 책들을 '다시' 구해서 읽어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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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1-02 1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메냐 님은 루시퍼! 빵 사진 올리시면 안 됩니다!!!!

레삭매냐 2022-11-02 19:11   좋아요 2 | URL
저녁밥을 먹어야 해서
한입의 유혹을 이기느라
빡셌었습니다 ㅠㅠ

고저 죄송합니다.

페넬로페 2022-11-02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냐님의 그 꼬맹이
몇 살인지 몰라도 넘 의젓하고 귀여워요.
매번 꼬맹이를 위해 열 일 하시는 아빠 매냐님도 다정하십니다^^

레삭매냐 2022-11-02 19:12   좋아요 3 | URL
편식쟁이라 만날 밥상머리
에서 전쟁을 치르네요 ㅠ

아직 아가 같은데 가끔
어른스러운 멘트들을 날려
서 깜딱깜딱 놀랄 때가 있
답니다.

coolcat329 2022-11-02 2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팥고당 단팥이 3900란 매냐님 글을 읽고 동네 2600짜리 단팥빵이 갑자기 먹고 싶어 방금 집에 들어오는 길에 사러갔더니 방금전 어떤 분이 싹 쓸어가셨다고...ㅠ
내일 다시 도전하렵니다.
편한 밤 되세요~~

레삭매냐 2022-11-03 10:49   좋아요 3 | URL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슈크림-단팥빵들이 천원 단위
였었는데 언제 그리 가격이
올라가 버렸는지요.

나름 서민들의 음식이었는데
말이죠 흠...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11-02 2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는 파파 도나스는 없고 맛나 도나스!! ㅎㅎ
요즘 저는 운동도 소용없이 먹으면 먹는대로 다 몸무게증가로 가는 신기한 몸체험중이라 이런 글은 진정 악마의 유혹입니다. ㅠ.ㅠ
그나저나 저 발자크의 책은 왜 저렇게 버림받은 포즈일까요? ㅋㅋ

레삭매냐 2022-11-03 10:50   좋아요 3 | URL
아, 맛나 도나스 이름은
듣기만 해도 맛나 보이는
느낌적 느낌입니다 -

오늘 아침에는 어제 쟁여
둔 꽈배기로 아침을 때웠
답니다 :>

<사촌 퐁스>는 신간들에
밀려 그만... 바로 읽는 대
로 돌입할 예정입니다.

mini74 2022-11-03 0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동네빵집만 ㅠㅠ 예전엔 거북당이니 하며 동네빵집 많았는데 정말 온통 파바네요. ~ 꼬맹이 가열차게 칭찬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11-03 10:51   좋아요 2 | URL
저는 해도 꼬맹이가 먹겠다고
하면 사줄라 했는데... 고 녀석
참 -

거북당, 친근한 이름이네요.
파바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합
니다.

라로 2022-11-03 1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PC가 뭐의 약자인가요??^^;;
꼬맹이가 정말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하면서
행동도 그렇게 하다니!!
매냐님 꼬맹이 바보이실 것 같아요.^^;;
저도 바바리안 크림 도너츠 좋아하는데
그것 말고는 도넛에 그닥
어쨌든 동네 빵집이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레삭매냐 2022-11-03 13:22   좋아요 0 | URL
SPC (Samlip/Shany Paris Croissant and Companies)
고상하지만 예전의 삼립식품이지요.
보름달빵 맹글던.

사망 사고 나고서도 8일만에 또
사고가 났더라구요. 답이 없는
회사 같습니다.

저랑 취향이 비슷하시군요.
전 보스턴 크림이랑 바바리안만
먹습니다.

동네 빵집 완완쉐이!!!
 



10월의 독서기록

 

해가 갈수록 독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왕년에는 참... 그랬더랬지.

 

지난달에는 모두 5권의 책들을 만났다.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책 두 권 그리고 보뱅과 솔 벨로의 책 각각 한 권. 그리고 막판에 지난 여름에 사둔 그래픽 노블 <라스트 맨> 한 권. 초라하구나.

 

물론 시작한 책들은 더 많다. 돈 윈슬로의 <개의 힘>도 읽기 시작해서 마무리를 짓지 못했고, 헨닝 만켈의 <미소지은 남자>, 아민 말루프의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아니 에르노의 <탐닉>, 솔 벨로의 <허조그> 그리고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등등... 시작은 창대했으나 미처 끝은 내지 못했더라.

 

너튜브의 각종 동영상들과 모바일 게임 돌파삼국지 때문이라고 해두자.

그리고 날이 좋아 여기저기 다니느라 미처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 오래 전에는 시간이 넘쳐 흐를 것 같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게 되었다.

시력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그러니 시력이 좋을 때, 시간이 아직도 여유가 있을 적에 더 읽어야지 싶다.

 

이달에는 집으로 오고 있는 <아버지의 해방일지>(그렇게 재밌다고 하던데) 그리고 몇몇 신간들 그리고 지난달에 시작해서 읽다만 책들을 만나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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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치료 때문에 연차 내고 쉬는 날,

두번째로 의왕 타임빌라스를 방문했다.

우선 가자마자 이터스에 가서 타코 플래터를 주문했다.

양이 많이 보였는데 왠걸, 순삭해 버렸다.

이건 뭐 패스트푸드인 줄 알았다. 나의 사랑 과카몰리~



뜰에는 버베나가 피어 있었고, 가을의 향기가 막 사그러 드는 그런 기분이었다.



<팥고당>에서는 단팥빵을 팔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빵 한 개 가격이 가뿐하게 삼천원을 훌쩍 넘겨 버렸다.

예상은 했지만, 다시 한 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놀라 버렸다.

드랍게 비싸서 못 먹겠다!!!

 

대신 별다방에 가서는 설문조사하고 받은 쿠폰에 500원을 더 얹어서 라떼를 마셨다.



주말과 달리 한가하기 짝이 없는 공간과 시간이 너무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레몬나무에 매달린 레몬을 보았다.

멋지기도 하여라. 나도 레몬을 그렇게 키워 보고 싶다고.

 

나의 아보카도 농사는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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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11-01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 윈슬로의 《개의 힘》재미가 없으셨나요? 저는 정말정말 좋아하는 책이거든요. 너무 재밌어서 주변에 막 알리고 싶을 정도였는데 알릴 데가 없더군요.

단팥빵 저도 좋아하는데 삼천원이 넘다니 기록입니다. 레몬나무가 어디에 있는건지 와~~이쁘고 신기하네요.

레삭매냐 2022-11-02 08:02   좋아요 2 | URL
아니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구요 -
이 책 저 책 계속해서 새로운 관
심사가 생기다 보니 좀 뒤로 밀렸
을 뿐이랍니다. 이달에는 마저 읽
을라구요.

단팥빵 삼천구백원은 에바 아닌
가요 ㅠㅠ 싼 맛에 먹는 녀석인데
말이죠 히잉~

레몬나무는 쇼핑몰 정중앙 부근
의 화단에 있었답니다.
전 처음에 레몬을 나무에 매달아
놓은 줄 알았지 뭡니까.

새파랑 2022-11-01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권 중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작품이 2권이군요 ㅋ 저도 요새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가을 때문인걸까요? ㅋ 타코 완전 맛나보입니다~!!

레삭매냐 2022-11-02 08:03   좋아요 2 | URL
열독가 새파랑님께서 그 무신
겸양의 말쌈을 ~~

저는 가을 탓을 하고자 합니다.
가을 너 때문이얏!

타코는 사랑이었습니다.
옆지기에게 칭찬 받았습니다.

mini74 2022-11-02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작은 창대했으나 ~~ 에서 공감하며 ㅎㅎ 버베나 수수하면서도 예뻐요 ~ 다음번엔 꼭 아보키도 농사 성공하시길 !!

레삭매냐 2022-11-02 08:05   좋아요 1 | URL
만날 그런 것 같아요 -
시작만 거창하고는 못 다
읽게 되는...

버베나는 정말 별 것 아닌
듯하면서도 멋지더라구요.

쇼핑몰 앞의 앞의 바라산
풍경이 참 좋았답니다.

아보카도 농사는 이제 시마
이해야지 싶습니다... 실패의
후유증이 크네요.

독서괭 2022-11-03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내지 못한.. ㅋㅋ 저도 너무 많습니다. 그나마 작년부터 서재활동 열심히 하면서 완독을 많이 하는 듯 합니다. 아보카도 농사를 망치셨군요..? 마지막 문장에서 슬픔이..;;
타코 진짜 맛있어 보입니다~!

레삭매냐 2022-11-03 16:37   좋아요 2 | URL
북플 활동을 하면서 자극
을 받기도 하고, 보다 더
완독에 ㅋㅋㅋ

물론 여전히 시작하고
못 다 읽는 책들이 많긴
하지만요. 그래도 열심히!

아보카도 농사는 처참하
게 망했습니다. 초짜니
그렇지 않을가요.
찍어 놓은 사진이 있긴
한데 - 올리기가 민망해
서 패스했네요.

타코는 참 맛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