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는 다르게 느린 속도로 안드레 애시먼의 <하버드 스퀘어>를 읽는 중이다.

작년엔가 이 책이 너무 읽어 보고 싶어서, 원서를 주문한 것은 안 비밀이란다.

코로나 때문에 책은 석달 정도 전 세계를 떠돌다가 잊어 버릴 즈음해서 결국 도착했다.

책을 받은 다음에 몇 페이지 정도 읽다가 때려 치우고, 지금 원서는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번역서가 짜잔 출간됐다.


바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어제 만료되는 적립금을 쓰기 위해 부랴부랴 인근 램프의 요정을 찾았다.

그리고 3,500원 짜리 스누피 책갈피를 샀다. 살 책은 사실 없었고... 너무 멀리 있어서 사러 가기에는 쫌 그랬다. 여전히 사고는 싶지만 어쨌든 책갈피는 항상 부족하다. 읽다 말기의 반복 때문이라고 해두자.

 

안드레 애시먼의 <하버드 스퀘어>를 읽으면서 나는 자꾸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올랐다. 하버드 박사 과정의 화자는 소설 <조르바>의 지식인 그리고 이집트계 유대인 가 카페 알제에서 만난 칼라지는 조르바로 그렇게 읽혔다.

 

자기혐오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남자는 하버드 스퀘어라는 공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아마 근본주의자들이었다면 불가능했을 둘의 우정은 종교나 인종을 뛰어 넘는다.

 

나도 해피 아워 시간에 낮술을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미처 시도는 하지 못했다. 왠지 낮에 술을 마시면 안될 것 같다는 유교보이 같은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럼 그전에 대학교 교정 잔디밭에서 매일 같이 낮술이고 밤술이고 가리지 않고 먹은 건 어떻게 변명하려고.

 

어쨌든 그가 쓴 해피 아워 거지라는 표현이 왜 이렇게 와 닿던지. 튀니지의 튀니스 시디 부 사이드 출신의 34(추정) 칼라지는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쏘아댄다. 나와 칼라지 모두 이방인이지만, 조건이 확연하게 다르다. 칼라지는 불법체류자 신분의 택시 운전사고, 나는 하버드 대학 영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준비 중인 영주권자다. 물론 둘 다 이방인이지만, 미합중국에서 합법적으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그린 카르트의 소유 유무로 신분은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하버드 박사 학위만 따낼 수 있다면 자신이 그렇게 위선적이고 허위라고 비난하던 써클 속으로 진입할 수도 있었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어쩌면 안드레 애시먼 작가는 이 모든 글들과 하버드 스퀘어에서의 외롭고 고단하며 배고픈 추억들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이 멋드러진 글을 지은 게 아닐까 싶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아웃 오브 이집트><알리바이>를 읽고 나서 청년기의 저자의 삶에 대한 자전적 소설 <하버드 스퀘어>를 만나게 된다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순서가 좀 어긋나긴 했지만 그래도 전작들을 만나서 다행이지 싶다.

 

번역을 보다가 확실히 그곳에 살아 보지 않은 역자의 번역에 조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스토로우 거리는 사람이 다니는 곳이 아니다. 스토로우 드라이브는 차만 다리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그런 점에서 메모리얼 거리도 마찬가지고. 현지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종이에 인쇄된 문자만으로는 번역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구글 지도를 보니 메모리얼 드라이브는 찰스강을 기준으로 강변북로 정도 되겠지 싶구나.


184쪽 : 작은 이탈리아 -> 리틀 이태리

이건 압구정을 "갈매기와 친하게 지내는 정자"라고 번역하는 격이지.

 

안드레 애시먼이 저술한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써 느끼는 스산함과 이러저러한 감정들이 절절하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뭐 그땐 그랬지라고 말해야 할까.

 

 

어제 저녁에 부랴부랴 사들인 스누피 책갈피들. 아주 요긴하게 쓸 작정이다. 누군가의 훼방만 없다면 말이지.


[잡썰]



지금 책을 받으러 램프의 요정으로 달려 갔다.

며칠 전에 스타니스와프 렘의 책들이 우수수 쏟아진다는 소식에 서둘러서 책주문을 날리려고 마음 먹었다.

 

뚜학! 그런데 문제는 배송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씨제이 대한통운 파업으로 배송을 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긴 했지만, 이건 아니잖아 아니잖아~

 

배송이 네 가지 옵션이 있어서 이번에는 우체국 택배를 눌렀다. 무려 32일 배송예정이라고. 그래도 어쩌랴 싶어서 신청했는데 이번에도 나가리. 그래서 이번에는 편의점 택배를... 이번에도 역시 어김 없이 실패했다. 그러니까 책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은근과 끈기의 대한국인이 책 주문을 포기할쏘냐. 그래서 결국 마지막 옵션인 중고서점 배송을 선택했다. 이건 되더라. , 중고서점 배송은 다른 물류 시스템을 이용하는가 보다.



책을 사고자 하는 우리 책쟁이들의 집념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다.

어떤 식으로 포장이 되어 있을까 궁금했는데, 박스 포장은 아니고 이렇게 비닐 봉다리에 담겨 있더라.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직원분이 책을 넘겨주셨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대표작 <솔라리스>4년 전 이맘때쯤에 오멜라스 버전으로 만났다. 그 때도 가히 충격적이었었는데... 이번에 민음사에서 총 3권이 새롭게 알로록달로록 구린표지를 달고 등장했는데, 그 중에서 나의 픽은 유머 감각이 빛난다는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였다. <솔라리스>는 이미 읽었으니 <우주 순양함 무적호>는 희망도서로 오늘 인근 도서관에 신청했다네.

 

막 읽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다. 난 에스에프 팬도 아니면서 4년 전에 왜 그렇게 에스에프 소설들을 읽어댄 걸까나.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미미 2022-02-24 15: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피 아워 거지‘에서
폐까지 웃으며 동요했어요!

<그리스인 조르바>를 조만간 읽고 싶은데 창피하지만 서재에서 분실중입니다.^^;

레삭매냐 2022-02-24 16:23   좋아요 2 | URL
해피 아워 때 쁘띠 상드위치와
치킨윙을 실컷 먹겠다고
들어 갔다가, 시간이 지나
돈 더내는 장면이 참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전 조르바만 한 세 권 샀
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다 읽었으니 다행
이지효...

blanca 2022-02-24 16: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리바이>는 정말 좋았는데 <아웃오브이집트>는 읽다 중간에 멈추고 말았어요. <하버드 스퀘어>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책갈피 정말 귀엽네요.^^

레삭매냐 2022-02-24 16:20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알리바이>가 훨씬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사라진 종로책방에서 아주
저렴이로 만나서 그랬을 지도요.

작가의 시원을 알아 본다는 점에
서 <아웃 오브 이집트>도 나름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02-24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빨리 읽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는 글 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와 닮았다고 하시니 조금은 먼저 맛을 본 느낌입니다.

책갈피!
레삭매냐님 취향이~~
귀엽다고 해두죠^^
아주아주 소시적 학교 다닐 때 마셨던
낮술의 기억도 떠오릅니다~~
하버드대학교 못갔지만 그때 그 시절도 나름 좋았던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2-02-24 17:24   좋아요 4 | URL
책갈피를 좋아라~하는데
마땅하게 살 것도 없고 해서리 -
그랬다고 합니다.

술은 뭐니뭐니해도 낮술이
아니겠습니다 크하 !
그 시절, 되돌아 봐도 좋았
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라로 2022-02-24 17: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교보이 매냐님!!ㅎㅎㅎㅎ
저는 원서로 시작하신 줄 알았는데
번역본으로 읽으시는 군요!!
저도 원서 매냐님 때문에(?) 샀는데
글씨가 너무 작아서 고민이에요,,ㅠㅠ
제 눈은 저를 배신하고 젤 먼저 노화가 되고 있네요.ㅠㅠ
해피아워는 그 옛날에도 있었나요??
저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들어본지라,,

암튼 번역은 그런 맹점이 있긴 한 것 같아요.
덕분에 하버드에는 사람들이 걷지 않고 차만 다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다음에 가게 되면 기억할게요.^^

레삭매냐 2022-02-24 17:35   좋아요 2 | URL
시작은 원서로 했습니다만,
미쿡 사람도 아닌데 스트레스
받아 가면서 영어로 읽느니
걍...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눈이 침침하답니다. 이게
다 그놈의 책 읽다가 그만~이
라고 핑계를 대고 싶습니다.

그 짝 동네는 가을이 참 좋답
니다. 가을에 가보시길 추천
해 드립니다. 비콘 힐의 도로리
거리도요...

해삐아워는 오래 전부터 있었
더라구요 ^^

stella.K 2022-02-24 1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갈피가 튼튼하게 만들어졌는지는 몰라도
왠지 싸다는 느낌은 안 드네요. 하긴 뭐는 싸겠습니까?ㅠ
그래도 예쁘긴 하네요.

레삭매냐 2022-02-24 19:58   좋아요 2 | URL
램프의 요정에서 주는 적립금
으로 산 거라 ㅋㅋ
안 쓰면 사라지는 거라서요.
뭐라도 사자!였습니다.

독서괭 2022-02-24 1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배송을 안 한대서 당황스러우셨겠네요;; 인간승리입니다! 하버드스퀘어가 요즘 정말 핫하네요.. 알리바이도 재밌다 하시니 궁금궁금

레삭매냐 2022-02-24 19:59   좋아요 3 | URL
그러니깐요, 램프의 요정에서
책 사면서 배송이 하염 없이
늦어진 경우는 있었어도 이렇
게 아예 대놓고 배송 못한다
는 없었거든요. 별 일이 다 있
습니다.

<알리바이> 재미집니다.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
올리비에 게즈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년 전, <나쁜 의사들>을 통해 악명 높은 절멸 수용소에서 이른바 죽음의 천사로 불렸던 요제프 멩겔레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그가 행한 악행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인간이 아닌 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요제프 멩겔레였다.

 

프랑스 출신 저널리스트 올리비에 게즈는 1911년 독일 귄츠부르크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인류학과 의학 두 개의 박사 학위를 지닌 34세의 청년 나치 친위대 장교 요제프 멩겔레의 실체를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이란 걸작 소설을 통해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전쟁과 전후에 반제 회의에서 최종해결책이란 방식으로 유럽의 모든 유대인들을 전멸시키기로 계획했던 빌런 3총사(히틀러, 프리드리히 그리고 힘러)는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독일이 패전하고 어수선한 틈을 타서, 숱한 나치들이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조국 독일을 떠나 타지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의 새로운 엘도라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도 다 싫다며 새로운 스타일의 페론주의를 개척한 후안 페론이 통치하는 남아메리카의 아르헨티나였다.

 

너튜브 컨텐츠를 통해 알게 된 바에 따르면, 나치즘에 동조하는 가톨릭 사제들이 가세해서 나치 전범들을 남미로 보내는 프로젝트가 가동되기도 했다고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상대로 한 생체 실험 자료들을 가지고 멩겔레는 도주를 시작했다. 이탈리아 제노바를 경유해서 194938세의 멩겔레는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

 

매사에 조심했던 멩겔레는 다른 나치 전범들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귄츠부르크의 멩겔레 집안의 전폭적 지지였다. 농기구 사업을 벌이고 있던 멩겔레 패밀리는 귄츠부르크의 경찰들과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통해 요제프 멩겔레의 도주를 적극 지원했다. 유대인 출신 검사이자 나치 사냥꾼으로 알려진 프리츠 바우어가 맹활약하고 있었지만, 전후의 어수선한 상황 가운데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학살극의 주범 중의 하나인 요제프 멩겔레에 대한 본격적은 추적은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수십년 간에 걸친 멩겔레의 도주극이 보여주는 아이러니 중의 하나는, 그가 만약에 뉘른베르크 전범재판만 무사히 넘겼더라면 아마 독일에서 징역형을 살고 제국의 군수장관이었던 알베르트 슈페어처럼 사형제도가 폐지된 독일에서 다른 나치 전범들처럼 살아갈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용의주도하고 자신만만했던 멩겔레는 그런 방식 대신 헬무트 그레고어로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새로운 땅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원했다.

 

페론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페론이 쿠르트 탕크 박사나 전직 공군에이스 한스-울리히 루델 같은 회개하지 않은 나치 전범들을 우대하던 시절에는 멩겔레도 남부럽지 않은 그런 삶을 영위할 수가 있었다. 심지어 그는 독일영사관에 나타나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신분증을 얻기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악이 잠시 번성할 수는 있어도 영원하지는 않는 다는 점을 그는 간과한 것이 문제였다.

 

또다른 나치 사냥꾼 시몬 로젠탈이 등장해서 그의 뒤를 추적하고, 또 악명 높은 이스라엘 모사드가 치밀하면서도 오랜 준비 끝에 아돌프 아이히만을 아르헨티나에서 잡아 이스라엘로 송환하게 되면서 요제프 멩겔레에 대한 사냥도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사실 모사드 부대는 아이히만과 함께 멩겔레도 잡아 이스라엘로 보내려는 계획을 가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멩겔레는 모사드의 체포를 면했고 파라과이를 거쳐 브라질로 도피해 버렸다.

 

모사드는 다음 목표로 죽음의 천사를 정조준했지만, 어떤 인질극과 아랍과의 분쟁으로 국가적 위기가 도래하면서 거물급 나치 사냥은 중단되었다. 예루살렘에서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홀로코스트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폭증했다. 동시에 아이히만 체포 과정에서 모사드는 아르헨티나의 주권을 침해하게 되었는데 이 또한 모사드가 훗날 보다 적극적인 나치 사냥을 주저하게 만드는 한 가지 요소로 작동하게 되었다.

 

한편, 멩겔레는 계속해서 주거지를 이전하고 자신의 신분을 감추면서 자신에 대한 추적을 따돌리는데 골몰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불법적으로 낙태 시술을 하고, 자기 친동생의 부인이었던 마르타와 결혼하고 지내던 때는 돌이켜보면 이 용서받을 수 없었던 빌런에게 좋은 시절이었다. 친생자인 롤프에게 주변 이들은 아버지 멩겔레가 비킹 사단 출신으로 러시아 전선에서 전사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다른 무장 친위대 대원처럼 몸에 문신을 했다면, 그 역시 무사할 수가 없었겠지만 타인의 신체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실험을 해대던 악당이 자기 몸에 문신을 그려 넣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우연들이 멩겔레가 역사의 단죄를 받지 않고 성공적으로 도주하는데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서독의 사법당국 역시 그가 어디에 있든 간에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열성적인 추적은 하지 않았다. 나치 전범에 대한 이런 느슨한 감시와 추적 그리고 루델 같은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도움으로 멩겔레는 자신을 쫓는 사법 당국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었다.

 

어쨌든 아이히만의 체포 이래 파샤 같은 삶을 영위하던 아우슈비츠의 빌런은 이제 쫓기는 한 마리의 들짐승 같은 신세가 되었다. 저자 올리비에 게즈는 수많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해서 추격당하는 쥐가 된 멩겔레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다룬다. 멩겔레는 1979년 브라질의 바닷가에서 심장마비로 익사하는 순간까지 총통의 우생학 기술자로 자신이 저지른 온갖 악행에 대해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다시 한 번 잘못된 신념에 경도된 엘리트가 우리 인간 사회에 커다란 병폐가 될 수 있는지 요제프 멩겔레의 삶을 통해 알 수가 있었다.

 

뮌헨에서 변호사가 된 롤프와의 재회에서, 자신은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 앞에서 정말 할 말이 잃었다. 아우슈비츠에 도착한 44만 명의 헝가리 유대인 가운데 자그마치 33만 명이 소각장의 연기로 사라져 버렸다. 쌍둥이들에 대한 생체 실험과 갓 태어난 아기들에 대해서도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런 만행을 저지른 악마 같은 작자가 정글보이로 변신해서 오로지 자신의 생존만을 도모하면서 바그너의 오페라를 듣는 장면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소설 중에 리옹의 도살자라고 불린 클라우스 바르비(Klaus Barbie)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등장한다. 비록 멩겔레는 역사의 심판대에 서지 못했지만, 비슷한 도주의 궤적을 그리며 남미로 잠적했던 리옹의 도살자는 1987년 프랑스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고 4년 뒤 수감 중에 죽었다. 인류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빌런은 반드시 죗값을 물어야 한다. 올리비에 게즈의 말처럼, 악을 퍼뜨리는 인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지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2-22 18: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멩겔러하면 전 쌍둥이 대상으로 헌 실험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재판정에서 제대로 처벌받았어야 했는데 ㅠㅠ 어릴 적 본 뮤직빅스란 영화도 떠오릅니다 이 책도 재미있겠어요 ~~

레삭매냐 2022-02-22 19:23   좋아요 2 | URL
앗! 저도 그 영화 봤습니다.

아마 제시카 랭이 나치 아
버지를 변호하는 변호사로
나오지 않았나요... 엔딩의
반전은 깜놀이었구요.

멩겔레는 진짜 순수한 악
그 자체였습니다.

coolcat329 2022-02-22 18: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읽으셨군요. 제가 예전에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놓고 안 읽은 책입니다😔 멩겔레의 심리 묘사가 훌륭하군요.끝까지 자기가 잘못한게 없다고 한 나쁜 놈! 지 몸뚱아리엔 문신 하나 없었다니 아휴 이 책은 분노 유발 엄청나겠어요.
저도 읽어봐야 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2-22 19:24   좋아요 2 | URL
부끄럽지만 저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2020년 9월 23일
에 신청한 사람이 저였네요...

정말 책 읽다가 암 유발되
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놈
들이 응징 받아야 하는데...
천수를 다 누리고 죽었으니
깐요.

그레이스 2022-02-22 18: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봐도봐도 심적으로 적응이 안되는 역사입니다.ㅠ

레삭매냐 2022-02-22 19:25   좋아요 1 | URL
격렬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

도대체 이런 놈들이 처벌받
지 않는다면 세상에 정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말이죠.

라로 2022-02-22 2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런 비슷한 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나와요. 읽는 동안 열불나서 원!! 일독을 권합니다. 저는 이 책을 찜하고요.

레삭매냐 2022-02-23 09:03   좋아요 1 | URL
이 책이 인기인지 도서관에서
죄다 대출 중이네요 ^^

나중에 인기가 좀 잦아 들면
그 때 봐야겠습니다.

책 추천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2-02-23 10:17   좋아요 1 | URL
물고기...저도 급 관심이 가네요. 좋은 책 같아요.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할 그런...
 
하비비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알라딘 동지들을 통해 크레이그 톰슨이란 작가를 알게 됐다. 가차 없이 인근 도서관으로 달려가 그의 책들을 빌려 왔다. 지난 주말에 <만화가의 여행>은 읽었고, 바로 그의 2011년 역작 <하비비>를 읽기 시작했다. 더불어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도 읽고 있는 중이다. 도서관은 정말 우리 책쟁이들에게 보고가 아닐 수 없다.

 

그래픽 노블 <하비비><만화가의 여행>과는 그 결을 달리 하는 작품이다. 와나톨리아(터키의 아나톨리아의 패러디일까?)를 배경으로, 주인공 도돌라와 잠이 등장한다. 도돌라는 9살 나이에 필경사 남편에게 매매혼으로 팔려 가고, 그 남편에게 신혼 첫날부터 폭행당한다. 그나마 늙다리 남편에게 얻은 위로라면 그가 도돌라에게 글을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점 정도. 그리고 12세 되던 해에 그녀의 집에 침입한 강도들에게 남편이 살해당하고 도돌라는 노예로 팔리는 신세가 된다. 정말 기구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그곳에서 자신보다 9살 어린 소년 잠을 만나게 되고 같이 탈출해서 사막으로 향한다. 사막에 버려진 배에서 지내게 되는 두 사람. 사막이란 곳은 예나 지금이나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그런 척박한 환경이다. 도돌라는 그런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나가는 캐러밴들에게 몸을 팔고, 먹을 것을 얻는다. 어린 아이에서 소년으로 성장해 가던 잠은 어느덧 여성이 된 도돌라의 매력에 빠져 들기 시작한다. 그 둘의 관계는 참으로 이상하다.

 

근본주의자 집안에서 자란 크레이그 톰슨은 성경의 상당 부분과 유사한 코란에 주목한 것 같다. 그가 그린 그래픽 노블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아라베스크 문양을 필두로 해서, 우리가 성경을 통해 아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구약 성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아브라함의 장자지만 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막에 버려진 아랍인들의 조상 이스마엘에 대한 이야기가 짠하게 다가온다. 아브라함이 늘그막에 얻은 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는 이야기도 코란에서는 아마 다르게 다뤄진 모양이다. 색다른 변주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막의 유령 매춘부로 널리 알려진 도돌라의 이야기는 하렘의 숱한 여성을 거느린 술탄의 흥미를 자극한 모양이다. 일단의 무리들이 도돌라를 잡아다가 술탄의 하렘에 바친다. 비록 가난했지만 사막의 배에서 잠과 자유롭게 살던 도돌라는 하렘에 갇힌 수많은 술탄의 후궁들 중의 하나가 되고 만다. 격렬하게 저항하는 도돌라에게 술탄은 70일간 자신에게 극한의 환락을 제공한다면 풀어 줄지도 모른다는 약속을 한다. 여기서는 왠지 <천일야화>에 등장하는 셰헤라자데의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가. 결국 서사란 오래된 전임자의 변주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세상에 아주 새로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나저나 그래픽 노블 <하비비>의 분량은 어마무시하다. 자그마치 672쪽이라니.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전에 만난 <만화가의 여행>은 그야말로 앉은 자리에서 후딱 읽었는데 말이다.

 

도돌라의 하렘에서의 생활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다음은 잠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볼 차례다. 도돌라가 그들의 거처였던 배에서 사라진 뒤, 잠은 도시의 이상한 집단에 흘러들었다가 그만 남성성을 잃게 되고 만다. 도돌라가 술탄의 하렘에 든 것처럼, 잠 역시 술탄의 궁정에 환관의 신분으로 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잠은 자신의 운명이었던 도돌라와 재회한다.

 

저자 크레이그 톰슨이 구사하는 강렬한 주제의식에 편승하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다. 게다가 형상화된 아랍 문자는 도무지 이해가 불가능해 보일 뿐이다. 특정 국가와 언어에 편향된 교육 탓이라고나 할까. 근본주의자로 자란 저자는 어쩌면 자신의 근원을 찾는 과정에서, 같은 뿌리에서 탄생한 종교의 근본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그래픽 노블 <하비비>의 최고의 컷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이다.)


도돌라와 잠은 술탄의 하렘을 구사일생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그 와중에 병을 얻은 도돌라는 그야말로 사경을 헤맨다. 그리고 잠의 헌신적인 간호와 사랑으로 드디어 죽을 고비를 넘긴 도돌라는 생존에 성공한다. 그들은 예전의 보금자리였던 사막의 배를 찾아가지만 그곳은 이미 도시의 쓰레기 처리장이 된지 오래였다. 결국 그들은 도시 와나톨리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거대 도시의 익명성에 기대면서, 일자리도 찾을 수 있었고 또 황량한 사막보다 살기에 더 낫다는 판단이 아니었을까.

 

노아의 홍수 그리고 솔로몬의 재판에 대한 아랍식 해석도 흥미로웠다. 하나의 서사를 다른 방식으로 읽어내는 크레이그 톰슨의 다르게 보기가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물론 이것도 원전을 알기에 비교가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거세된 함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도돌라가 잠의 아기를 가지고 싶어 하자, 좌절한 함은 그녀를 떠나 거대한 댐에서 생을 마감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결국 다시 도돌라에게 돌아온 잠은 보트와 노예 소녀를 데리고 새출발에 나서는 장면으로 방대한 이 그래픽 노블은 끝난다.

 

<하비비>를 읽으면서 내내 나는 궁금했다. 과연 내가 저자인 크레이그 톰슨이 의도한 방향대로 따라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저자처럼 창작을 위해 아랍 문자나 문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하거나 책을 읽어본 적도 없다.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피상적 정보들에 의거해서 해석할 따름이었다. 하긴 내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없는 거겠지만. 미지의 분야에 대한 사유의 한계와 이해의 부족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독서였노라고 고백해야할 것 같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olcat329 2022-02-22 1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두꺼운거 알고 있었지만 사진은 한800페이지쯤 되는것처럼 더 두꺼워 보여요.
이책 희망도서 신청했는데 어째 느낌이읽기 쉽지 않을거 같네요.
그림이 굉장히 강렬하네요.
저야말로 그림만 구경하다 덮는건 아닌지 살짝 걱정도... 😟

레삭매냐 2022-02-22 11:48   좋아요 4 | URL
도서관에서 보고 깜딱~ 놀랐답니다.

어마무시하게 두껍더라구요.
작가가 그림 그리다가 손이 나갈
지경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요...

쿨카트님네 도서관에서는 구간도
희망도서로 받아주는가 봅니다.
저희 동네에서는 신간 아니면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ㅠㅠ

coolcat329 2022-02-22 17:51   좋아요 4 | URL
제가 사는 동네는 구간도 받아주더라구요. 근데 또 모르죠.일단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2-22 18:00   좋아요 4 | URL
더 부럽 ~

저희도 그러면 얼매나 좋을까요.

mini74 2022-02-22 17: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진짜 책이 두껍네요. 저희도 희망도서는 신간만 받더라고요. 고민중입니다. 3월에 살까말까 ㅎㅎ

레삭매냐 2022-02-22 18:00   좋아요 3 | URL
책이 아주 두껍습니다...

원서가 672쪽이라고 하는데
아마 국내서도 비슷할 겁니다.

장난 아니더라구요 :>

얄라알라 2022-02-22 18: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관절염을 호소하던 때는 이 책 그리기도 전인데......7년동안 완료하고 관절염 더 심해지셨을 것 같아요...워낙 그림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성들어가서..

레삭매냐 2022-02-23 13:45   좋아요 1 | URL
그러니깐요 -
싸인회 보니 정성스럽게 일일히
그림을 다 그려 주는 것 같더라
구요. 역시 근본주의자다운 ^^

얄라알라 2022-02-22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관절염을 호소하던 때는 이 책 그리기도 전인데......7년동안 완료하고 관절염 더 심해지셨을 것 같아요...워낙 그림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성들어가서..

Jeremy 2022-02-23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raig Thompson 의 Graphic Novel 중
Black & White 은 좋아합니다. 전 총천연색 Graphic Novel 은 그닥.
더군다나 Thompson 은 지문을 죄다 Capitalize 하지 않아서
아무리 길어도 편하게 읽을 수 있거든요.

˝From the Divine Pen fell the first drop of ink˝
이 책은 이렇게 쓰면서 시작하는데
미국 다른 Graphic Novel 들은 지문을 죄다 대문자로 써서
정말 읽기 힘들거든요. 저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FROM THE DIVINE PEN FELL THE FIST DROP OF INK.˝
대문자로 다 쓰면 단어가 인식이 안 되는 자체결함이 있어서.

Craig Thompson 의 다른 책, ˝Blankets˝ 은
Habibi 보다 100장 정도 얇은데 이 책도 정말 좋답니다.
Habibi 좋아하시면 이 책도 강추.


레삭매냐 2022-02-23 13:54   좋아요 2 | URL
그러시군요 ^^

번역서에서는 로어 케이스와 캐피탈
의 차이를 느낄 수가 없어서 그런
부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도 그래픽 노블은 올 칼라보다는
흑백이 더 마음에 들더라구요.

<담요>도 읽어 보고 싶은데, 고 책
은 먼 작은 도서관에 있어서 수급이
ㅋㅋ 아니면 저희 집 근처 배송을 요
청해볼까 합니다.

미리보기로 보니 더 보고 싶어지네요.

유부만두 2023-09-21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하비비 읽고 왔어요. 담요가 기독교 체험이었다면 하비비는 기독교 이슬람( 인도, 티벳) 문화 탐구 같았어요. 역동적 장면들이 인상 깊었고요, 리뷰 감사합니다!
 
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만 그런가? 왠지 그래픽 노블들은 돈 주고 사서 읽는 게 그렇다. 그래서 주로 도서관을 이용하곤 하는데... 사실 이 책도 중고서점에 나와 있길래 살까하고 가서 들여다 보고 도서관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도서관들이 그래픽 노블 수급이 인색해서, 희망도서로 신청하면 까이는 게 보통이다. 다른 이유는 단지 만화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치과의사를 하면서 밤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다는(정말 대단하신 분이 아닌가!) 그랜트 스나이더의 그림들은 사실 그동안 인스타그램에서 수없이 봐왔다. 그전에는 작가가 누군지 몰랐는데, 이번에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이 작가였구나 하고 알게 됐다.

 

작가는 책 좀 읽고 책에 돈 좀 쓴다하는 책쟁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을 해봤을 만한 그런 경험들을 한 페이지에 담길만한 분량으로 생산해낸다. 다만 아무래도 외국 작가다 보니 우리네 그것과는 좀 차이가 있다. 가령 미국의 경우에는 독서 인구가 우리가 비교할 바가 안된다. 공공도서관부터 시작해서, 책 억세스가 아주 다양하다. 물론 미국 역시 아마존 같은 공룡 책방들이 온라인 시장을 장악하면서 동네 서점들이 많이 문을 닫게 되긴 했지만, 그리고 보니 큰 오프라인 서점은 <보더스>도 오래 전에 망했다지, 동네서점들도 나름 선전하고 있다. 아마 동네서점이 단순하게 책을 파는 공간을 너머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현지 사정에 대해 잘 모르니 그저 짐작할 뿐이다.

 


하도 이 책 저 책 읽다 보니, 항상 책갈피가 모자란다. 어떤 사람들은 돈도 책갈피로 쓰는 모양이다. 램프의 요정에서 산 책이 돈이 끼어 있던 적도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매입하면서 검수하는 양반도 책 내부를 제대로 살펴 보지 못한 것 같다. 얼마 전에, 내가 책 팔러 갔을 때 만난 양반이었다면 바로 잡아냈을 텐데.

 

집에 코팅기가 있어서, 그 코팅기를 돌려서 책갈피를 코팅하려고 했는데 내가 아끼는 책갈피에 누군가 마구 낙서질을 해서 허탈해 한 적도 있다. 책에 얽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지 않을까 싶다. 책을 사 모으다 보면,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장면에서는 우리 달궁 독서 모임의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 분의 옆지기는 더 이상 책을 사들이면 소장 중인 책을 모두 불싸질러 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와이프가 손에 칼을 들고...

 

사람이 고지식해서 그런진 몰라도 또 연체는 또 못 참지 내가.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 도서관 책을 나만 독식할 수는 없으니 가능하면 21일 동안 빨랑 책을 읽고 반납하려고 노력하지만 결심과 나의 행동은 항상 반대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빌렸다가 읽지 못하고 노심초사하다가 결국 마감에 못 이겨 반납한 적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책에 대한 고민들을 다룬 부분들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작가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보니 거진 반을 할애하는 글쓰기에 대한 컨텐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공감이 떨어졌다. 계속해서 책탑의 높이가 올라가지만, 여전히 책이 아무래도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procrastinate (프로크래스티네이트) 미적거리기

미국 작가가 쓴 글이다 보니 곳곳에 모르는 단어들이 마구 출몰한다. 그 중에서도 이 단어는 정말 처음 단어라 한 번 기록으로 남겨 보고자 한다. 어디에서 나온 지는 까먹어 버렸지만.

 

현존하는 책들 뿐 아니라 아직 쓰이지 않은 혹은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멋진 책들을 만나게 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119쪽에 보니 완벽이란 세상에 없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인지 아닌지 아리송하긴 하지만 왠지 멋져 보인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2-20 13: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손코팅. 좀 우굴거립니다 ㅋㅋ예전 오빠방 책 사이에서 비상금 찾아낸 생각나는군요. 언니랑 둘이 떡볶이 사먹었는데 말이죠.

레삭매냐 2022-02-20 13:39   좋아요 1 | URL
아 고 떡볶이 넘 맛나셨겠어요
ㅋㅋㅋ 아 씐나 -

새파랑 2022-02-20 1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구매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약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ㅎㅎ 그리고 두번 읽을것 같지 않아어 팔았다는 😅 이 책 다읽고나니 공감가는 부분도 많고 책에 대한 애정이 생기더라구요 ^^

레삭매냐 2022-02-20 13:40   좋아요 3 | URL
예전에는 이거다 싶은 책들은
마구잡이로 사들였었는데...

책짬이 늘면서 가능하면 꼭
소장할 책만 사게 되더라구요.

헌책방에서 일단 보고 사서
볼 만한 책은 아이다 판단하
고 어제 빌려다 읽었답니다.
재밌긴 했어요.

구단씨 2022-02-20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 지금 읽고 있는데요.
공감되는 것도 있고. 저랑 전혀 다른 것도 있고. 그러네요.
저는 아무래도 애서가는 아닌 듯해요. ^^

레삭매냐 2022-02-20 16:4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어떤 부분은 격렬
하게 공감하다가도 또 어떤
부분은 어 이건 나랑 다른데
싶더라구요.

레알 책쟁이는 책 자체보다
컨텐츠에 집중해야 하는데
저는 아직 멀은 것 같습니다.

coolcat329 2022-02-20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도서관에서 읽었어요.
작가가 치과의사였군요! 대단하네요.
책 속의 돈! 왜 제가 다 좋은지요.ㅋㅋ
책을 사랑하고 책에 중독된 사람들을 보는 건 늘 웃음을 짓게하고 삶을 더욱 사랑하게 만듭니다.

레삭매냐 2022-02-21 11:15   좋아요 1 | URL
책 속의 돈을 슈킹하야 또
책을 샀다는 건 안 비밀
이라고 합니다.

독서중독자들의 세계는
참으로 신비하고 유쾌하지효.

라로 2022-02-21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사람 그림은 오래 못 보는,, 그림이,,, 아직 그 이유를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 책 이후로 인스타도 안 보게 되네요.. ^^;;
저는 도서관 책을 잘 안 빌리고 책을 사버리는 이유는 연체를 주로 하기 떄문에
미안하고 그러니까 그냥 내가 사자,, 뭐 그런;;; 속이 편해요,,
여기 연체등 제도가 잘 되어 있어도요. 책도 많이 안 읽지만;;; (갑자기 부끄럽다..)

레삭매냐 2022-02-21 11:18   좋아요 1 | URL
세상의 별처럼 많은 작가들처럼
독자들의 취향도 다양하다고 생
각합니다. 라로님의 취향을 존중
하는 바입니다.

뭐랄까, 도서관 책을 빌리면 시간
이 째깍째깍 가니 자신을 재촉하
게 맹글어 주니 다급하게 읽게...

가급적이면 한 번 읽을 만한 책들
은 도쇼깡에서 빌려 읽는 것으로.

그레이스 2022-02-21 1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읽고 그대로 반납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때로는 너무 좋아서 몇페이지 읽다가 덮고 반납합니다. 사서 읽으려구요^^ 제 책 페이지마다 감동을 남겨야 하니까...^^

레삭매냐 2022-02-21 11:25   좋아요 2 | URL
전 그게 바로 문제랍니다 -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너무 재밌
어서 사려고 하면, 아니 다 읽은
책인데 뭘 사니 이렇게 되더라구요.

흠, 그레이스님이 그렇게 하시는
게 아주, 충분히, 매우 이해가 됩
니다.

예전에는 참 책을 깨끗하게 읽었
는데 언제부터인가 연필로 좍좍
그어 가면서 읽게 되었죠. 그런 거죠.
 
만화가의 여행 - 모로코, 프랑스, 스페인 스케치 여행기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얄라얄라님 덕분에 알게 되서 읽게 된 책입니다.]


9년 전, 처음으로 캄보디아로 패키지 여행을 갔었다. 그전에 여행은 모두 철저한 나홀로 솔로여행들이었다. 패키지 여행은 편했고, 숙소들은 만족스러웠다. 고생이 없으니, 곧 권태가 밀려 오더라. 동행 덕분에 외롭지 않아 좋았던가. 가이드 아저씨는 우리에게 곧 며칠 동안 원딸라의 환청이 들려오게 될 거라고 경고해 주셨다. 그리고 앙코르 와트를 비롯한 곳곳에서 그 말이 무엇인지 곧 깨닫게 됐다. 아 그리고 입국 절차하면서 세관원의 노골적인 뇌물 요구에 아주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들에게 1달러도 주지 않았다.

 

미국 미시건 출신 만화가 크레이그 톰슨의 모로코 여행기에서 비슷한 추체험을 할 수가 있었다. 기독교 근본가정에서 자란 저자는 어려서부터 기독교 근본주의자 부모님들 덕분(?)에 일체의 미디어는 검열을 받았다고 한다. 허락된 음악은 기독교 가스펠 정도라고 했던가. 다른 나라도 아니고, 자유의 땅 미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좀 믿을 수가 없었다.

 

크레이그 톰슨은 관광객의 나라 미국인답게 프랑스로 건너가 숱한 싸인회에서 그야말로 팔이 떨어질 정도로 그림을 그리고 싸인을 해댄다. 만화 그리기가 마냥 창작의 활동만은 아니라는 점을 느낄 수가 있었다. 결국 만화가도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신이 출판사를 통해 발표한 만화책들이 잘 팔려야 하는 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에 알려야 하고, 또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에는 너튜브나 SNS가 그 지금처럼 위력을 발휘하기 전이니 발바닥에 땀이 나게 열심히 뛰어야 했으리라. 지금은... 그 시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용이할 지도 모르겠다. 뭐 아닐 수도 있겠고.

 


옛 연인으로부터 실연당한 그녀를 잊지 못하면서 모로코의 마라케시와 동쪽의 사막 언저리, 항구도시 에사우이라 그리고 고도 페스를 여행한다. 포스트비건을 자처하는 크레이그 톰슨은 먹거리에는 자유로운 편이다. 무대포 미국인 여행자와 달리 현지인들과의 교류를 희망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1세계 시민다운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 주기도 한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런 편이 더 솔직하게 다가온다. 인간과 짐승의 배설물로 모코로의 오래된 도시들에서 피혁을 염색하고 가공하는 장면이 역겹다는 말로 증언한다.

 

정부로부터 인가받지 않은 야매 가이드들의 엉터리 투어부터 시작해서, 관광객들로부터 한푼이라도 더 뜯어내기 위해 혈안이 된 현지인들에 대한 모습을 저자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어쩌면 그런 그네들의 모습을 보면, 힐링과 새로운 풍광을 보기 위해 비싼 비용과 시간을 들려 찾은 관광지로 모로코가 적합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이런 편견은 버려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가 않다.

 


결국 언어가 잘 통하는 동료 미국인 혹은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과 서로 마음이 잘 맞는 편이라고 고백하는 장면도 그런 대로 받아들일만 하다. 결국 계급과 인종 그리거 언어의 장벽까지도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 대 인간의 교류는 어디에서나 쉽지 않은 것 같다. 하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끼리도 그건 쉽지 않으니까.

 

디지털 카메라의 도움을 받지도 않고, 오로지 현지에서의 스케치 혹은 기억만으로 이런 멋진 여행의 경험을 만화로 그릴 수 있다는 점이 만화가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다. 소심한 성격처럼 자신의 잡담류가 출간된다는 점을 쑥스러워 하기도 하지만 또 이것도 하나의 돈벌이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마다할 이유가 1도 없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여행지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였는데, 문득 수년 전에 바르셀로나행 비행기표를 알아 보다가 워낙 비싼 가격에 질려 포기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넉넉한 시간도 없었으니까. 그놈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가우디에 대한 찬사는 이제 더 듣기도 그렇더라. 내가 직접 보지 않고 타인의 경험을 통한 간접체험은 이제 그만. 내 팔자에 바르셀로나에 가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도서관에 간 김에 크레이그 톰슨의 <하비비>도 빌려 왔는데 그 두께에 놀랐다. 뭔 놈의 그래픽 노블이 이렇게 두껍나 하고 말이다. 오늘 <담요>는 미처 빌려 오지 못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 작품도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참 위키피디아로 저자를 검색해 봤는데 영화배우 뺨치는 프로필 사진이 걸려 있었다.


[뱀다리] 자신도 미국인 관광객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캐다나인 행세를 했다는 고백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2-02-19 1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의 리뷰로, 저의 얕은 읽기에 숭숭 체 구멍이 뚫렸다는 걸 알겠네요. 근본주의자(?)를 단어 그대로 읽고 넘어갔는데 작가가 미디어 노출을 완전 차단당하고 성장했다니, 그런 내용은 <담요>에 더 있을까요? 제가 사는 지역, 작은 도서관까지 그 어느 곳에도 <담요>는 없더라고요.

레삭매냐 2022-02-19 19:29   좋아요 1 | URL
크레이그 톰슨 프로필은
은 제가 위키피디아를 통해
알게 된 거랍니다.

어떻게 생격 먹은 작가인지
쫌 궁금해져서요.

저도 아직 <담요>는 만나
보지 못했는데 자전적 요소
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
니다.

저희 도서관에서도 관내열
람만 허용하고 대출은 안된
다고 하네요.

얄라알라 2022-02-19 1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본문에 동료 만화가가 그려준 크레이그 톰슨의 초상을 보면서, 저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EBS 인형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레삭매냐님께서는 훈남을 보셨군요. 그렇다면 저도 위키피디아로 다시 고고고

레삭매냐 2022-02-19 19:30   좋아요 2 | URL
전형적인 양키(?) 스타일로
아주 멋드러지게 생겼네요...

만화에서 보면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꼬이는데 아마
그런 부분도 일부 있지 않나
조심스레 추정해 봅니다.

mini74 2022-02-19 1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있나 검색하니 하비비대신 하비의 혈액순환 이야기 뭐 이런책이 뜨네요 ㅠㅠ저희 동네 도서관은 그래픽노블이 별로 없는 듯 합니다 ㅜㅜ 잘 생겼네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2-02-19 19:31   좋아요 2 | URL
저희 도서관에서도 그래픽 노블
은 일단 대놓고 안사 준답니다.
만화라구요 ^^

제가 몇 차례 희망도서로 신청
했다가 대차게 까여서 이제는
아예 기대도 하지 않는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이렇게 들
어와 있더라구요. 도대체 기준
이 무언지...
도서관의 엄숙주의 참 문제입
니다.

얄라알라 2022-02-19 1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영신님의 ˝엄마들˝을 검색하려 했더니 제가 검색한 도서관에서 176권이 떴어요. ㅎㅎ하비ㅡ이 혈액순환이야기라니....ㅋㅋㅋ 갑자기 즐거워집니다. 그래픽 노블에 유난히 박한 도서관도 있다는 걸 저도 북플하면서 알았어요.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그래픽노블은 아무리 유명하고 수상작품일지라도 도서구입신청하면 다 취소시켜주시더라고요. 이유는 명쾌 ˝그래픽노블이라서˝....담요는 중고로 사서 읽어야겠어요

레삭매냐 2022-02-19 19:33   좋아요 2 | URL
저희 도서관에서도 마찬가지
랍니다.

그래픽 노블하면 일단 만화는
절대 안돼지, 뭐 이런 거 같습
니다.

해당 작품의 작품성이나 다루고
있는 주제 등에 대해서는 1도
관심이 없구요. 참...

저도 오늘 차까지 동원해서 멀리
있는 도서관까지 가서 빌려 왔
답니다. 크레이그 톰슨 덕분에
아주 잘 읽고 있습니다.

라로 2022-02-21 1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담요>만 읽었는데 좋았어요!! 집에 어딘가 있을텐데,, 그건 많이 안 두꺼워요.^^;;
올려주신 책도 찾아봐야겠어요.
저는 작가를 찾아보지 않았는데 함 찾아봐야겠어요,, 어떻게 생긴 것이 잘 생긴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레삭매냐 2022-02-21 14:29   좋아요 0 | URL
<담요>도 땡기네요. 이건 아마
저자의 자전적 썰이 아닐까 조심
스레 추정해 봅니다만.

영문판하고 달라서인진 몰라도
국내판은 장장 592쪽이나 되네
요 ^^

지금 <하비비> 열심히 읽고 있
는데 미국 작가가 이런 작품을
그리고 썼다는 점이 놀랍네요.
아랍 문화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나 보더라구요.

인물 탐색 고고씽 ~

라로 2022-02-21 17:18   좋아요 1 | URL
담요 두꺼워요,,, 다른 책하고 착각했어요. ㅠㅠ
저는 이 담요가 늘 펀홈이랑 헷갈려요.

라로 2022-02-23 18:22   좋아요 1 | URL
아! 저 방금 책나무님께 댓글 달다가 내가 왜 담요의 두께가 얇다고 생각했는지 깨달았어요!! 물론 펀홈이랑 자주 헷갈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가 담요를 아이패드로 처음 읽었기 때문이에요!!ㅎㅎㅎㅎㅎㅎ 아이패드로 읽은 모든 책은 아무리 길어도 아이패드 두께,,, ㅎㅎㅎㅎㅎㅎㅎ 이제야 속이 시원해요

레삭매냐 2022-02-23 19:38   좋아요 0 | URL
덧글 달아주신 걸 보니,
충분히 그러실 수 있겠지
싶습니다 ^^

소설도 그러한데 그래픽
노블은 더더욱 그러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