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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평점 :

나만 그런가? 왠지 그래픽 노블들은 돈 주고 사서 읽는 게 그렇다. 그래서 주로 도서관을 이용하곤 하는데... 사실 이 책도 중고서점에 나와 있길래 살까하고 가서 들여다 보고 도서관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도서관들이 그래픽 노블 수급이 인색해서, 희망도서로 신청하면 까이는 게 보통이다. 다른 이유는 단지 ‘만화’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치과의사를 하면서 밤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다는(정말 대단하신 분이 아닌가!) 그랜트 스나이더의 그림들은 사실 그동안 인스타그램에서 수없이 봐왔다. 그전에는 작가가 누군지 몰랐는데, 이번에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이 작가였구나 하고 알게 됐다.
작가는 책 좀 읽고 책에 돈 좀 쓴다하는 책쟁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을 해봤을 만한 그런 경험들을 한 페이지에 담길만한 분량으로 생산해낸다. 다만 아무래도 외국 작가다 보니 우리네 그것과는 좀 차이가 있다. 가령 미국의 경우에는 독서 인구가 우리가 비교할 바가 안된다. 공공도서관부터 시작해서, 책 억세스가 아주 다양하다. 물론 미국 역시 아마존 같은 공룡 책방들이 온라인 시장을 장악하면서 동네 서점들이 많이 문을 닫게 되긴 했지만, 그리고 보니 큰 오프라인 서점은 <보더스>도 오래 전에 망했다지, 동네서점들도 나름 선전하고 있다. 아마 동네서점이 단순하게 책을 파는 공간을 너머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현지 사정에 대해 잘 모르니 그저 짐작할 뿐이다.

하도 이 책 저 책 읽다 보니, 항상 책갈피가 모자란다. 어떤 사람들은 돈도 책갈피로 쓰는 모양이다. 램프의 요정에서 산 책이 돈이 끼어 있던 적도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매입하면서 검수하는 양반도 책 내부를 제대로 살펴 보지 못한 것 같다. 얼마 전에, 내가 책 팔러 갔을 때 만난 양반이었다면 바로 잡아냈을 텐데.
집에 코팅기가 있어서, 그 코팅기를 돌려서 책갈피를 코팅하려고 했는데 내가 아끼는 책갈피에 누군가 마구 낙서질을 해서 허탈해 한 적도 있다. 책에 얽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지 않을까 싶다. 책을 사 모으다 보면,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장면에서는 우리 달궁 독서 모임의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 분의 옆지기는 더 이상 책을 사들이면 소장 중인 책을 모두 불싸질러 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와이프가 손에 칼을 들고...
사람이 고지식해서 그런진 몰라도 또 연체는 또 못 참지 내가.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 도서관 책을 나만 독식할 수는 없으니 가능하면 21일 동안 빨랑 책을 읽고 반납하려고 노력하지만 결심과 나의 행동은 항상 반대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빌렸다가 읽지 못하고 노심초사하다가 결국 마감에 못 이겨 반납한 적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책에 대한 고민들을 다룬 부분들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작가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보니 거진 반을 할애하는 글쓰기에 대한 컨텐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공감이 떨어졌다. 계속해서 책탑의 높이가 올라가지만, 여전히 책이 아무래도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procrastinate (프로크래스티네이트) 미적거리기
미국 작가가 쓴 글이다 보니 곳곳에 모르는 단어들이 마구 출몰한다. 그 중에서도 이 단어는 정말 처음 단어라 한 번 기록으로 남겨 보고자 한다. 어디에서 나온 지는 까먹어 버렸지만.
현존하는 책들 뿐 아니라 아직 쓰이지 않은 혹은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멋진 책들을 만나게 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참 119쪽에 보니 완벽이란 세상에 없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인지 아닌지 아리송하긴 하지만 왠지 멋져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