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데나의 세계
뫼비우스 지음, 장한라 옮김 / 교양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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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그래픽노블은 도서관을 이용한다. 사실 아주 어지간한 작품이 아니라면 소장가치를 느끼지 못해서가 아닐까. 그래픽노블의 출간을 찬양하면서도 막상 내 돈주고 사는 것에 대해서는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항감을 느끼지 않나 싶다. 이율배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어제 주말 행사가 된 도서관 방문에서 그래픽노블을 몇 권 빌려 왔다. 그 자리에서 바로 읽기 시작한 책이 바로 뫼비우스 작가의 <에데나의 세계>였다. 우선 25,000원이라는 가격에 놀랐고 그 다음에는 작가의 불친절함에 놀랐다. 처음부터 대놓고,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경고문이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다. 그러니 읽을 사람은 읽고, 또 무한한 해석의 자유도 동시에 배부된 거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4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에데나 세계관을 읽고 나서도 과연 내가 무엇을 읽었나 그리고 도대체 뫼비우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해 알지 못하겠다고 고백해야겠다. 자신이 어려서 잃어버린 잠수함으로부터 비롯된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주로 향한다.

 

우주여행을 하는 두 명의 우주비행사 스텔과 아탄. 이들은 우주선 고장으로 불시착하게 되고 중성적이었던 그 둘은 그 항성에서 각각 남성과 여성으로 진화(?)하게 된다. 그리고 아타나가 된 아탄에게 들이대던 스텔을 버리고 아타나는 어디론가 떠나 버리고 만다. 이 부분에서는 성경에 등장하는 아담과 이브의 스토리가 생각나지 않는가. 그 항성이 공기 호흡을 할 수 있고, 사과나 체리 같이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있다는 점 그리고 사자가 나타나 그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이 눈길을 끈다. 다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로 돌아가, 그렇다면 그들을 창조한 창조주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피라미드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선택받은 인간 스텔이 탁월한 실력을 지닌 우주비행사로 선택받아 사람들을 끌어 모아 어디론가 출발한다. 떠남과 귀향의 서사는 왠지 호메로스의 오딧세이가 연상되기도 한다. 피라미드의 어딘가에 적혀 있는 바에 따르면,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던가. 이미 수천년 전에 선인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서사의 세계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말이다.

 

피라미드가 안착한 항성에는 둥지라는 곳에 코쟁이들이 살고 있었다. 오염된 외부 환경에 대해 거의 편집증적 증세를 가지고 있던 그들은 코끼리 코 같이 생긴 가면을 쓰고 있는데 이들은 아버지라 부르는 창조주의 지배를 받는다. 그들에게 사로 잡힌 아타나는 죽음을 맞던가. 그들에게는 언젠가 스텔과 아탄이라는 신들이 강림할 거라는 전설이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아는 대로 서사를 이끌어 나가면서도 순서가 맞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내가 느낀 대부분의 서사는 그렇게 아버지에게 조종당하던 코쟁이들이 반란에 성공해서 마침내 자유를 되찾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에 따른 반동으로 다른 곳에서 새로운 둥지를 만든 도마뱀붙이의 조종을 받는 이들이 다시 한 번 스텔과 아타나를 위협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말미에 가서는 대사도 없는 복원의 서사로 마무리된다. 마지막에 이 일견 황당해 보이는 세계관을 펼친 뫼비우스 작가의 작업실이 등장하던가.

 

애초에 <에데나> 시리즈는 시트로엥사의 의뢰로 출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뫼비우스는 작가는 계속해서 그 세계관을 발전시켜 방대한 서사의 기초로 삼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구동하는 시트로엥 자동차의 우수성을 선전하고 싶었나 하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한편, 혁명의 관점에서 본다는 각종 페이크 뉴스로 시민들의 자유를 억누르고, 시민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을 마치 자신의 사유물인처럼 행사하려는 아버지 일당에 대한 일격 그리고 그에 대한 반동 서사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적당량의 진실과 가짜를 섞어서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전술의 위력은 대단했다. 코쟁이들은 콧병에 걸리면 바로 죽는다는 위협에 살기 위해 그 갑갑한 복장을 고집하지 않는가 말이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다양한 방식의 거짓 선동에 시달리다 보니 뫼비우스 작가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뫼비우스 작가는 그래픽노블의 상당 부분을 주인공들의 꿈에 등장한 것을 차용하는데, 작가가 구사하는 서사를 따라가기사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사실 그래픽노블의 중심 서사가 모호하다 보니,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자유로운 해석에 의존하다 보니 너무 자의적인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정답 없는 문제를 푸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자세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 건 나의 무지 탓이리라. 그냥 나는 단순하고 명징한 서사를 좋아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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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6-06 11: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순, 명징한게 아직까지는 더 좋아요. 뫼비우스 작가는 자기 이름값을 하기위해 모호해진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드네요^^

레삭매냐 2022-06-06 22:56   좋아요 2 | URL
저도 핑계같지만 그렇지 않아도
복잡다단하고 케이오스로 가득
한 세상에서 더 이상의 어지러
움은 이제 그만!이라고 생각하
고 싶습니다.

뫼비우스에 그런 심오한 뜻이
쿵야!

그레이스 2022-06-06 1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뫼비우스 작가 들어는 봤으나 읽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모호한 부분이 많다고 하셨는데 리뷰는 너무 잘 전달해주고 계시네요~^^
이 책을 만나게 되면 레삭매냐님 글이 기억날듯요!

레삭매냐 2022-06-06 22:57   좋아요 3 | URL
이야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는 후진 리뷰의
작성자가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

너에겐 작가의 원대함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페넬로페 2022-06-06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픽노블은 구매보다는 도서관을 이용합니다.
뫼비우스의 띠의 그 뫼비우스는 아닌것 같아 검색하고 왔어요.
sf작가이네요.
과학이 한없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제 머리는 아마 터질것 같아 저는 일단 통과해야겠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2-06-06 22:58   좋아요 3 | URL
작년에 출간 소식을 듣고
기대하고 있다가 망각해
버렸지요.

그리고 지난 주중에 문득
생각이 나서 어제 빌려다
읽었는데 호곡! 저 같은
SF 문외한에게는 증맬루.

그랬다고 합니다.

mini74 2022-06-06 1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번에 개봉하는 모비우스 떠올린 ㅎㅎㅎ 전 읽다가 길을 잃을듯 합니다 ㅠㅠ 검색해보니 하야오가 극찬했다던데, 하야오가 영화로 만들면 인물들이 동글동글해지려나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2-06-06 23:02   좋아요 3 | URL
우와 무려 하야오 선생이
극찬한 작품이라구요 :>
대박이네요.

애니로 만들면 어떨까 싶
긴 하네요.

영화 모비우스는 살발~하
네요.
 
바닷가에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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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열심으로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들의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낙원>에 이어 <바닷가에서>도 주파하는데 성공했다. <낙원>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독서여서 즐겁게 읽을 수가 있었다. 다음에는 <그후의 삶>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전에 지난달에 읽기 시작했지만 마무리 짓지 못한 <글록>부터 만나야지 싶다.

 

[스포일러가 한가득이오니,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원하지 않는다면 퍼더 리딩(further reading)을 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국 공항에 내린 라자브 샤아반 마흐무드가 난민, 망명을 요청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가 정확하게 어디라고 말은 하지 않지만 독자들은 라자브가 구르나 작가의 문학적 페르소나로 그가 잔지바르/탕가니카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무심, 그러니까 계절풍에 실리듯 라자브는 고국에서 위협받을 수도 있는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물설고 낯선 이국땅에서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며 난민을 자처한다.

 

오래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자신이 나고 자란 땅을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하는 이들이 많다. 시리아와 리비아 내전 때문에 정든 고향을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지 않았던가. 목숨을 걸고 지중해 바다를 건너다 마주하게 되는 비극적 뉴스도 자주 들린다. 그들에 비하면 라자브 샤아반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티켓 판매자의 조언에 따라 그는 영어를 할 수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숨긴다.

 

이국에서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소통을 위한 언어가 아니었던가. 프리모 레비 역시 죽음의 절멸수용소에서 생존을 위해 독일어를 배우기에 전력했었지 아마. 초반부에 전개되는 라자브 샤아반의 내적 갈등에 대한 구르나 선생의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흑인 무슬림 노인의 자국 망명을 반길 영국인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영국인들 역시 자국의 경제 혹은 사회에 도움이 될만한 이들의 망명은 환영할 것이다. 동시에 자신들의 세금 부담 혹은 일자리 경쟁자는 또 원하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정치적 망명의 개인적 수용은 나의 이익을 반하지 않는 정도가 심리적 마지노선이리라.

 

고향에서는 나름 잘 나가는 가구상이었는데, 이역만리 영국에서 그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그런 존재였다. 참 영어 단어 망명(asylum)에는 망명이라는 뜻 외에도, 정신병원(madhouse)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상당히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난민으로 망명하는 건, 결국 미친 짓이라는 걸까.

 

영국 입국 과정에서 라자브 샤아반은 입국심사관 케빈 에덜만에게 새로운 삶을 위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온 자신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유일한 귀중품 우드알카마리를 강탈당하기도 한다. 과거 식민지 시절, 탕가니카의 모든 자원을 수탈해 갔던 식민 지배자들의 후예들은 망명자의 알량한 소지품도 그냥 놔두질 않는다. 임시수용소를 거쳐 영국 바닷가의 작은 마을로 보내진 라자브는 난민담당관 레이철의 도움으로 자신이 살던 곳의 전문가로 알려진 라티프 마흐무드를 소개받는다. 라자브 샤아반은 라티프의 아버지 이름이었고, 그렇다면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 행세를 하는 현재의 라자브 샤아반은 누구란 말인가? 이런 미스터리한 요소들은 소설 <바닷가에서>에 한층 가독성에 대한 텐션을 끌어 올리는데 성공한다.

 

라자브 샤아반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망명 신청자들이 임시로 머무는 영국 가정으로 거처를 옮긴다. 임시수용소 동지였던 알폰소는 그에게 타월을 주었던가. 곳곳에서 라자브 샤아반이 마주하게 되는 망명 신청 동지들과의 인연들 그리고 그와 라티프의 30년도 더 된 오래전 악연들을 추적하는데 구르나 작가는 소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바닷가에서>의 상황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탕가니카의 건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책을 읽어 가면서 등장하는 1960년대 아프리카 제국(諸國)들의 독립운동사에 대해 부족하마나 찾아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탄자니아의 국부로 칭송받고 있다는 줄리어스 니에레레가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1954년부터 시작된 독립운동은 1964년 술탄국 잔지바르를 합병한 탄자니아의 건국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초대 대통령 니에레레의 강력한 영도력에 힘입어, 탄자니아는 여타 아프리카 국가들과는 달리 종족 혹은 종교분쟁에 의한 내전을 겪지 않은 나라였다. 다만, 니에레레가 아프리카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며 산업화를 이루지 못하고 경제 발전이 뒤처지는 바람에 빈곤국으로 추락해버렸다.

 

이런 신생국 탄자니아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 구르나 작가는 살레 오마르(그렇다, 첫 번째 화자의 이름은 라자브 샤아반 마흐무드가 아니었다)과 마흐무드 집안의 오랜 악연들을 풀어 놓으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소설의 한 축을 살레 오마르가 차지하고 있다면, 그의 대척점에는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졸지에 잘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했던 청년 라티프가 있다. 순식간에 생존을 위한 거처를 잃고 나락으로 추락한 라티프는 어머니의 추천으로 GDR(구 동독)로 가게 된다. 라티프가 탄자니아에서 살레 오마르에게 당한 수모들은 30년 뒤, 영국 바닷가의 소도시에서 자신이 들을 수밖에 없게 된 서사의 기반이 된다.

 

라티프가 독일에서 펜팔 친구를 만나게 되는 설정이 좀 작위적이긴 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디아스포라에 나선 아프리카 무슬림 청년의 불안정하기 그지없는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으로 본다면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지 않나 싶기도 하다.

 

탄자니아에서 승승장구하던 살레 오마르는 새엄마 비 마리암이 남겨준 집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된다. 결국 모든 건 시간에 따른 새옹지마라는 것이었을까. 서로 좋게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 때문에, 살레 오마르는 독립 후 불안정한 시대 속에서 당국에 체포되어 11년간의 옥살이를 하게 된다. 계속해서 끝나지 않는 비극 때문에 결국 그는 조국을 떠나 영국으로의 망명을 선택한다.

 

그렇게 오래 묵은 악연을 품고 각각의 디아스포라를 거쳐, 영국의 바닷가 소도시에서 만나게 된 라티프와 살레 오마르. 공통의 문제가 발생한 조국 탄자니아에서 그것을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식민 모국인 영국이라는 무대로 가져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 시절 아프리카 대륙의 독립운동가들은 제국주의 열강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는 순간, 그들에게는 지상낙원이 도래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식민지에서 독립국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부드러운 연착륙 스타일의 트랜지션이 필요했지만, 시간에 쫓긴 신생국의 위정자들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백인 식민주의자들이 황급하게 떠난 뒤, 남은 혼란과 무질서는 오롯하게 신생국 주민들의 몫이였다. 마흐무드 가족들에게 가해자로 비치는 살레 오마르가 어떻게 보면 억울하게 보일 수도 있는 옥살이를 십일 년이나 했다는 점에서 그 시절의 혼란이 명징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마치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건너는 듯한 초중반의 신중한 전개와 달리 엔딩은 상대적으로 급작스럽게 처리된 점이 아쉬웠다. 오랜 시간을 두고 결국 마주하게 된 살레 오마르와 라티프 마흐무드. 라티프는 과연 살레 오마르에게 복수를 원했을까? 시간이 흐르고, 관련된 사람들도 거의 죽은 마당에 그런 복수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라티프와의 대면에서 연장자답게 살레 오마르는 디아스포라 선배의 다음 수를 모두 읽고 대응하는데, 과연 고수의 짬바이브가 느껴지기도 했다.

 

<바닷가에서>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는데, 막상 리뷰에 담으려고 하니 상당수가 휘발해 버렸다. 아무리 메모를 하고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책을 읽어도 실제 독서와 리뷰하는 시점의 간극은 멀기만 하다. <낙원>의 왕은철 역자가 점잖은 선비 같은 번역의 정석을 구사했다면, <바닷가에서>의 황유원 역자는 시인답게 뭐랄까 말맛을 살리는 그런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바로 읽기 시작한 <그후의 삶>은 또 다른 역자가 맡았다. 개인적으로는 한 명의 역자가 같은 작가의 작품들을 맡아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헤르타 뮐러의 경우는 정말 같은 작가가 썼나 싶을 정도여서 말이지. 보통 한 작가의 작품은 3권정도 읽어야 감이 잡힌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세 번째 권인 <그후의 삶>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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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6-04 1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위해.하루 24시간을.따로.떼어 놓으신 거 같은 레삭매냐님..정주행 정말 존경스럽습니다요!!

레삭매냐 2022-06-04 15:07   좋아요 3 | URL
어제는 졸려운 데도 꾸벅꾸벅
졸면서 읽었네요 ㅋㅋㅋ
누가 보면 고시 공부하는 줄 -
꾸벅,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06-04 17:17   좋아요 3 | URL
졸면서 책 보고
졸면서 유투브 보고

그게 제맛입니다

저도 어제 새벽 앰버허드 조니댑 유튜브 보는 줄 알았는데 졸고 있더라고요

정주행!! 계속 같이 응원하며 책 읽어요 레삭매냐님^^

미미 2022-06-04 1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별은 3개주셨는데
리뷰는 별 4개~4개반 주신 느낌입니다😆

요즘 저는 읽는 도중에도 앞쪽
내용이 휘발되더라구요ㅠㅠ
어떤 짬바이브일지 결말이 너무 궁금합니다

레삭매냐 2022-06-04 15:08   좋아요 2 | URL
그랬나요? 그렇지 않아도
세 개는 좀 박하고 세개반
정도 생각했는데 말이죠.

역시나 대단하십니다 !!!

전 적어도 안되더라구요 ㅠ

바람돌이 2022-06-04 13: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벌써 3번째 권을 읽으신다니 정말 레삭매냐님 독서력에 박수 박수 👏👏
이 작가에게 별 3개는 의외네요. 그래도 저도 읽으려고 주문해서 어제 받았으니까 곧 읽어보겟습니다. ^^

레삭매냐 2022-06-04 16:24   좋아요 2 | URL
노벨상 프리미엄으로 별을
막 퍼주기는 왠지 그래서요 :>
한 개 정도는 ㅋㅋㅋ

요즘 갠춘한 책들이 마구 나
와서, 읽을 책들이 밀리고
있네요.

페넬로페 2022-06-04 14: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 작가에 대해 정주행하기 쉽지 않잖아요.
낙원에 비해 별 세개를 주셨네요.
직접 읽어보겠습니다
리뷰 쓰기는 언제나 어려워요^^

레삭매냐 2022-06-04 16:34   좋아요 3 | URL
저는 아무래도 <바닷가에서>
보다는 <낙원>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리뷰 쓰기는 참 쉽지 않아
미션이네요. 쓰고 나서도
고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불쑥 나고 그러네요.

mini74 2022-06-04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댓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노벨상 프리미엄 ㅎㅎ 왠지 큰상 받은 작품은 별을 더 줄거 같은데 !!! 매냐님의 소신 👍 낙원 더 좋으셨다니 전 낙원으로 한 번 시작해볼랍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매냐님 *^^*

레삭매냐 2022-06-05 19:38   좋아요 1 | URL
그래두 왠지 -
대가의 작품이라고 꿇리면 안돼!
하는 마음이 들어서 좀 더 냉정
하게 고고씽...

그나저나
주말에 독서를 더 못하게 되네요.
 


장장 12년을 기다린 요사스러운 마리오 바르가스 작가의 <켈트의 꿈>이 드디어 출간될 모양이다.

 

2010년 좌파 지지자에서 우파 자유주의자로 변신한 요사가 모든 문인이 꿈에 그리는 노벨문학상을 움켜쥐는데 성공했다. 한 때 자신의 정치적 동지이자 절친이었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그는 라틴 아메리카 붐 4인방의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1990년에는 페루 대선에 나가 그 악명 높은 알베르토 후지모리에게 패하기도 한 정치인으로 변신도 했다.

 

확실히 요사의 초기 작품과 말년에 접어들면서 나오는 책들의 색깔은 다른 모양이다. 초기가 사회참여적이며 동시에 비판적이라면 후기로 갈수록 왠지 매운맛보다는 순한맛이 되어 간다고나 할까. <염소의 축제> 같은 전기소설에서는 탁월했던 그의 성과가 연애담을 그린 그냥 그런 소설들에서는 맥이 빠져 버린 느낌도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성기의 매운맛을 기대하며 문제적 인간 아일랜드 출신 로저 케이스먼트를 주인공으로 삼은 전기소설 <켈트의 꿈>의 정발을 오랫동안 기대해 왔다. 그렇게 12년이나 흘러 드디어 다음 주에 책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아기다리 고기다리.

 

가장 최근에 나온 그의 신작은 2011<나쁜 소녀의 짖궂음>이었지 아마. 그 뒤에도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그리고 <도시와 개들>이 출간되긴 했으나 신작은 아니고 그의 초기작 번역이었다.

 

번역으로 700쪽을 가뿐하게 넘는 <켈트의 꿈>은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콩고, 아마조니아 그리고 아일랜드. 186491, 로저 케이스먼트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나 버렸다. 소설을 보면 홀수장에서는 1916421일 체포된 이래 런던의 펜턴빌 교도소에 수감된 이야기들을 그리고 짝수장에서는 콩고와 아마조니아 등지를 누비며 외교관으로 활동한 시절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모양이다.

 


1884년부터 콩고에서 탐험가 헨리 모튼 스탠리와 일하기도 했던 로저 케이스먼트는 1890<암흑의 심연>을 발표한 조제프 콘래드와 만났다. 1903년에는 영국 정부로부터 1884년 베를린 회의 이래 레오폴드 2세의 사유지로 인정받은 콩고 자유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학상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고 다음해인 1904년 케이스먼트 보고서를 발표해서 서구 사회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 식민지 콩고에서 상아와 고무를 수탈하기 위해 벨기에 식민주의자들이 벌인 엽기적인 행각을 상상을 초월했다. 이 부분은 지금은 절판된 아담 호크쉴드의 <레오폴드왕의 유령>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참조해도 좋을 것 같다.

 

로저 케이스먼트의 다음 무대는 페루의 푸투마요 원주민들이 사는 초레라 지역이었다. 1906년 브라질로 간 그에게 미국인 출신 기술자 월터 하든버그의 폭로로 페루 아마존 컴퍼니(Peruvian Amazon Company:PAC)가 푸투마요 고무제국에서 저질러온 각종 만행을 조사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PAC의 지배자였던 훌리오 세사르 아라나는 관리자들을 통해 푸투마요 원주민들에게 고무채취 노역을 강요하고, 할당을 채우지 못하면 마체테로 난자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심각한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힌 PAC의 고무사업소 직원들은 노예노동과 인권 유린을 저질렀다.

 

1907317, 영국 외무성 보고서로 PAC에 아마조니아의 고무사업소에서 저지른 참상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고 로제 케이스먼트는 이 공훈으로 1911년 대영제국 기사 작위와 훈장을 받기에 이르렀다.

 

1912년 은퇴한 케이스먼트의 다음 행로는 바로 아일랜드 독립운동이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의 완전 독립을 위해 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과 맞붙은 독일의 카이저 황제와 결탁도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퇴 자금도 아일랜드 봉기대의 비용으로 쓸 정도였다고 하니 이 풍운아의 삶이 어떠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1916421, 카이저로부터 무기 지원을 받은 그는 독일 유보트에 탑승해서 영국에 상륙한 로저 케이스먼트는 콩고 시절 걸린 말라리아 후유증으로 장거리 여행이 쉽지 않았지만 조국의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자신을 내던졌다. 결과는 영국에 체포되어 반역죄로 기소되고 사형 판결을 받았다. 소설은 그렇게 그가 펜턴빌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19167월의 어느 날로부터 시작된다.

 

각처에서 로저 케이스먼트의 사면을 청원하는 요청이 빗발치자, 영국 정부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른바 <블랙 다이어리>라는 로저 케이스먼트가 쓴 일기였다. 가톨릭에 경도된 동성애자였던 케이스먼트가 직접 기록한 일기를 입수한 영국 정부는 당시까지만 해도 법으로 금지되었던 동성애를 즐긴 파렴치한으로 대역죄인을 몰면서 케이스먼트에 우호적인 여론을 되돌리는데 성공했고 결국 그는 191683일 교수대에 오르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블랙 다이어리는 영국 정부의 주작질이다라는 음모설이 횡행했었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블랙 다이어리는 진본이라는 게 밝혀졌다고 한다. 물론 음모설 신봉자들에게는 그 역시 음모로 치부되겠지만.

 

이렇게 팔색조처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문제적 인물 로저 케이스먼트야말로 요사스러운 선생에게는 소설의 소재로 써먹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자신의 조국인 페루 그리고 아마조니아까지 등장하니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 자신처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요사샘과 로제 케이스먼트는 동질감을 자랑한다.

 

참고로 푸투마요 고무 제국의 비극에 대해서는 존 헤밍이 저술한 <아마존> 7핏빛 황금 고무에서 상세하게 다뤄졌다고 하니 본격적인 독서에 앞서 워밍업으로 아마조니아의 비극에 대해 조금 공부해 보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시작되는 걸까. 이달에는 요사스러운 선생의 두터운 책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오래 전에 영어판으로 구해 놓은 <켈트의 꿈> 하드커버가 아주 조용하게 나의 책장 한 구석을 지키고 있었다. 오늘 꺼내 보니 2010419일에 마드리드에서 요사스러운 선생이 탈고를 한 모양이다. 정발 책 수급에 앞서 아주 조금 맛만 볼까 싶기도 하다.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읽기의 기록들 >>


[1]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2009년 12월 13일)

[2]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2009년 12월 24일)

[3] 새엄마 찬양 (2010년 6월 16일)

[4] 천국은 다른 곳에 (2010년 10월 18일)

[5] 염소의 축제 (2010년 10월 27일)

[6] 나쁜 소녀의 짖굿음 (2011년 1월 7일)

[7]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2018년 10월 9일) * 재독

[8] 세상 종말 전쟁 1 (2019년 6월 28일)

[9]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 (2021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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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02 18: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사스러운 ^^
기대되네요!

레삭매냐 2022-06-02 19:11   좋아요 5 | URL
서울도서전 즈음해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추
론을 해보게 됩니다 ㅋㅋ

얄라알라 2022-06-03 22:55   좋아요 0 | URL
저는 ˝요사스럽다˝는 말을 욕할 때 쓰는 말인줄 알아서, ㅋ레삭매냐님 글 읽다말고 네이버 검색하고 왔잖아요. 페이퍼 읽다보니, 왜 반복해서 ˝요사스러운‘ ˝요사한˝이라 하시는지 짐작이 됩니다. 언어유희도 모르고 사는 재미없는 저 ㅋ

독서괭 2022-06-02 19: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 요사 신간인가요~ 저 몇 년 전에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읽었을 때 매냐님이 댓글 달아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찾아보니 2017년이네요^^ 재밌었는데 그 뒤로 다른 작품은 못 읽어봤어요.

레삭매냐 2022-06-02 19:14   좋아요 6 | URL
전 요사샘 팬이라서
노벨상 받기 전부터
꾸준하게 밀고 있답니다 :>

그게 벌써 5년 전인가요
세상에나 시간 참 빠르네요.

이 책은 12년 전에 나온 책
인데 이제사 정발되네요.

바람돌이 2022-06-02 21: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우 기대되네요. 요사는 천국은 다른곳에 한권 봤는데 이번 책은 일단 주인공 인물이 정말 호기심 잔뜩 들게 하는 인물이군요.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

레삭매냐 2022-06-03 01:01   좋아요 4 | URL
빨리 다음 주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같이 닐거 BoA요.

coolcat329 2022-06-03 08: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요사의 진정한 팬이세요! 저도 좋아하지만 레삭매냐님은 못따라가네요. 이런 책도 있군요. 요사 책 모으는데 이것도 찜입니다.

레삭매냐 2022-06-03 10:49   좋아요 6 | URL
제거 언제 요사의 책을 처음
읽었나 기록을 뒤져 보니
2009년 12월이었더라구요.

그 뒤로 요사스러운 샘의 책
들을 구해서 다 읽고자 노력
중에 있답니다.

이번 책 기대가 마이 됩니다.

mini74 2022-06-03 13: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두 권 읽은거 같아요. 아주 요사스러운 분 ㅎㅎ 저도 기대됩니다 ~ 700쪽이라니 ㅎㅎ

레삭매냐 2022-06-03 14:16   좋아요 5 | URL
저는 정리해 보니 모두 8권
읽었네요 :>

사두고 아직 읽지 못한 책들
이 두 권 있더라구요.
고대하고 있습니다. 어서 오길!

새파랑 2022-06-03 16: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사 책이 요상스럽게 많군요 전 한권도 안읽었네요 ㅋ 표지는 자주 봤었는데 ㅎㅎ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6-03 17:53   좋아요 5 | URL
아직 요사스러운 샘을 만나 보시지
못했다면 스타트로 <판탈레온>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매력에 흠뻑 빠지
실 거라고 살짜쿵 알려 드리고 싶
습니다만.

햇살과함께 2022-06-03 20: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새엄마 찬양만 읽은 것 같은데 아주 요사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얄라알라 2022-06-03 22:56   좋아요 3 | URL
오늘의 키워드는 ˝요사 요사˝^^
이렇게나 언어유희도 오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FM, 네이버 사전이나 뒤지고 ㅋ

레삭매냐 2022-06-03 23:15   좋아요 3 | URL
<새엄마 찬양>은 단언컨대
‘요사‘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아우 참... 그러하다고 합니다.

레삭매냐 2022-06-03 23:20   좋아요 3 | URL
[티오 얄라알라님]
그렇지요.

언의유희는 자고로 요로코롬
땡겨 주는 맛이 쵝오랍니다.

되도 않는 막드립~을 날리고
싶어지는 그런 밤의 시간들입니다.

얄라알라 2022-06-03 22: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관통당한 몸> 전체적으로 각 장 모두 힘겹게 읽었지만, ˝콩고‘ 지역의 범죄가 가장 잔혹하고도 분노 치밀게 했는데, 마침 레삭매냐님께서 <레오폴드왕의 유령>을 추천해주시네요. 고맙습니다.

레삭매냐 2022-06-03 23:19   좋아요 4 | URL
여담으로, 제가 예전에 벨기에 여행
책을 내신 분의 책을 읽고는 아주
대차게 신랄하게 까대는 리뷰를 올
린 적이 있답니다.

아마 작가분이 벨기에 역사에 대해
잘 모르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책은 모두 수거해서 개정판을 냈고,
작가분이 친히 편지를 보내 주셨던
것으로...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 이전에 벌어
진 지난 세기의 추악한 벨기에의 콩고
학정은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
었습니다.
 


작년 가을엔가 문을 열었다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타임빌라스에 다녀왔다.

사실 진작부터 가보고 싶었으나, 오픈 당시 구름 같은 닝겡들이 몰리고 주차전쟁에 진입하다가 결국 차를 돌렸다는 말에 가보기가 망설여졌다.

 

오늘도 버스를 타고 가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결국 차를 타고 오픈런하기로 했다.

 

다행히 차는 막히지 않고, 거의 다 가서 주차차량으로 좀 더디긴 했지만 아직 오픈 전이라 그런지 수월하게 도착했다. 오전 1020분 경, 이미 문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오호라.



역시 초행길이라 전략을 세우는데 실패했다. 중앙 플레이빌(?)에 앉을 만한 벤치가 없어서 우선 테이블 슈킹에 전력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고생했다.

 

밖에 좀 있다가 너무 더워서 건물 안으로 피신. 역시 책쟁이답게 서점을 또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그래. <휘게문고>라는 대형서점으로 보이는 서점으로 골인. 요즘 추세인지 서점에서도 커피를 판다. 오래 전에 <보더스> 같은 서점에서 커피를 파는 게 그렇게 낯설었는데말이지. 책과 커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가 되었단 말인가.



삶은 다 먹고살자는 하는 짓들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은 좀 진부하지. 하지만 어쩌랴 나의 곱창은 무언가 먹을 만한 것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나의 픽은 <이터스>라는 메히코 식당이었다.

예전에 즐겨 먹던 치킨 케사디야와 피히타 생각이 절로 났다.

타코 전문점이라고 하는데 부리또도 있었지만, 파히타 메뉴는 보이지 않는다.

지글지글 타다시피 하는 무쇠 그릴에 올라간 쇠고기 조각에 갖은 양념들을 싸서 먹는 맛이 일품이었는데.



우리의 초이스는 시그니처 타코 플래터였다. 그렇지 이 정도는 먹어 줘야지.

다른 곳은 이 정도는 아닌데, 유독 이 식당만 웨이팅이 장난 아니다. 40분을 기다려서 겨우 테이블 안내를 받을 수가 있었다.

 

게다가 테이블 세팅부터 시작해서 음식도 받아다 먹어야 하고, 치우기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도 손님들이 줄을 대 섰다. 놀랍군 그래.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엄청 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라서 다행이었다.



부드러운 또띠야 6장 등판! 이것은 마치 브런치 셋트를 방불케 하는 세팅으로 각종 소스들과 과카몰리가 등장했다. 내가 또 아보카도는 먹지 않는데 과카몰리는 사랑하지. 배가 너무 고파, 일단 또띠야 한 장을 왼손에 척 얹어서 야채며 고명들을 잔뜩 올리기 시작한다.

 


칠리도 한 숟갈 크게 퍼 넣었는데 패착이었다. 너무 매웠다. 그래도 고수를 넣지 않은 게 어디냐 그래. 할라피뇨는 생각보다 맵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과카몰리를 마구 퍼먹다 보니 금새 바닥이 났다. 토마토 슬라이스는 왜 이렇게 맛있는 거임. 각종 야채와 소스들을 때려 넣고 레몬 조각을 손으로 쥐어짜면 끝.



타코 먹을 줄 모르는 친구를 위해 주문한 윙 앤 프라이즈였다. 드럽게 비싸더라.

감자튀김 쪼가리에 윙 6조각에 13,000원이라니 놀라운 단가가 아닐 수 없었다.

뭐 그래도 맛은 있더라만.



명색이 책쟁이인데 또 이런 데 갈 적에 책이 빠지면 서운하지.

재밌는 건, 그늘에 자리 잡는다고 깔개하고 수건 그리고 책을 내삐두었다.

누가 가져가면 어쩌냐는 말에, 걱정하지 말라고 다른 건 몰라도 책은 안 가져 간다고 퉁겨 주었다. 책도 아는 사람이나 슈킹해 가지, 아웃렛 같은 곳에서 누가 책을 가져 가니 그래.

아니나 다를까 실컷 돌아다니다 가 보니 책장이 바람에 팔랑팔랑대고 있었다. 내 예상이 1도 빗나가지 않았다.


많이 읽지는 못했어도 서너장이라도 읽었으니 다행이다.



재미진 것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어느 식당에서 만난 마늘-옥수수-토메이로 삼총사다. 그 옆에는 파친구도 있었는데 옆으로 엎어져 있어서 굳이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여유가 있었으면 사진을 좀 더 많이 찍었을텐데 좀 아쉽다.

 

6시 정도에 귀환하기 시작했는데, 이건 마치 퇴근하는 줄. 평일보다 더 빡센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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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6-01 2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타임빌라스가 아울렛이네요.
저는 물놀이라도 가신 줄 알았어요 ㅎㅎ
서점도 좋아보이고 음식도 맛있겠어요.
멕시코 음식은 일단 처음엔 좋은데 먹다보면 느끼함이 점점 달아올라 결국 남기고 나오는 경험을 몇 번 한적이 있어 항상 맥주를 옆에 두고 먹어요
생각보다 쇼핑은 피곤한 노동이예요^^

레삭매냐 2022-06-02 07:26   좋아요 2 | URL
아웃렛에 쇼핑을 하러 간
것은 아니었고 고저 구경차
갔었답니다. 쇼핑은 중노동
입니다.

물놀이하는 곳이 있는데
휴일에는 운영을 안한다고
하더라구요. 아해들이 물놀
이 복장에 물총까지 풀 무장
을 하고 등장했으나 운영하
시는 분들의 제지로 그만 -

정확하십니다. 어찌나 예전
에 즐겨 마시던 코O나 맥주
가 생각나는지요. 그 맥주회
사는 망하지 않았나 모르겠
네요.

mini74 2022-06-01 2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럽게 비싸다 ㅎㅎㅎ 토마토 넘 귀엽네요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 이 노래 조카가 너무 좋아해서 동해가는 길에 100번 넘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악아떼가 나올라 도 한 백번듣고 ㅠㅠ 이 밤에 타코 먹고싶네요~~

레삭매냐 2022-06-02 07:28   좋아요 2 | URL
제가 또 저런 귀요미 캐릭에
환장을 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답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아울렛
이라 그런지 가격이 ㅎㄷㄷ
이었습니다. 외쿡의 아울렛들
은 가격이 참 착한데, 울나라
아울렛은 가격이 사악했습니다.

귤이 회하를 건너 탱자가 된다
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예전에 귀에 못이 박히게 곰
세마리 듣던 시절 생각에 공
포가 엄습했습니다.

타코, 부리또, 케사디야 그리
고 파히타는 고저 사랑입니다.

라로 2022-06-02 0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제 일하고 와서 씻고 자려고 침대에 앉아서 머리 말릴때까지 북플 보려고 했는데 이 글 보니까 넘나 배고프다요. 흑 참아야 하느니라~~~ㅠㅠ

레삭매냐 2022-06-02 07:31   좋아요 2 | URL
그니깐요 야식은 피해야 하는데 -
가끔 비루에 감자칩을 먹곤 하는데
먹고 나서 항상 죄책감에 시달리지
요. 잘 참으셨습니다.

새파랑 2022-06-02 05: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타임빌라스 처음 들어보네요 ㅋ <휘게문고>의 책장이 가장 민음에 듭니다 ㅋ 저 위에 책은 어떻게 꺼낼지 궁금하네요 🤔

레삭매냐 2022-06-02 07:34   좋아요 3 | URL
이번에 부산에서 시와 한 약속
지키지 않고 배짱영업하다가
철퇴맞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아울렛이랍니다.

저도 안 그래서 궁금했는데
입구 옆에 보니 큰 사다리가
있어서 그걸 이용하는 것 같
더라구요.

아무래도 서가가 높으면 책
을 꺼내기가 쉽지 않겠죠.

아울렛 방문기를 가장한 타코
먹방 자랑질이 아니었나 싶습
니다.

coolcat329 2022-06-02 0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곳도 있군요. 처음 들어봅니다. 맞아요. 책은 안 가져갑니다 ㅋㅋ
윙 8조각은 줘야죠.ㅠㅠ 비싸네요.

레삭매냐 2022-06-02 10:05   좋아요 2 | URL
예전에 어디선가 폭동이
일어나서 시내의 모든 상점
들이 죄다 털렸는데 유일하
게 안 털린 곳이 바로 서점
이었다고 하더라구요 -

메히코 음식이 원래 그렇게
비싸지 않을 텐데, 프리미엄
땜시 비싼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2-06-02 0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딘가 했더니 의왕이군요. 멀어도 넘 멀어서 가보긴 그렇지만 멋지네요. 휘게문고! 핀란드 풍일까요. 근데 부산시와 무슨 약속을 하고 어겼을까요 그게 궁금합니다요 ㅎㅎ

레삭매냐 2022-06-02 10:07   좋아요 1 | URL
부산 광복동 백화점 옆에
무슨 랜드마크 타워인가를
만들어 준다고 13년 전에
약속하고, 상업시설인 백화
점은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계속 영업하면서 약속을 지
키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시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지요.

부산 OO월드도 약속대로 만
들지 않고 오로지 토지 불하
받아서 다른 상업 시설들로
장사만 하려니 시에서 아주
미운털이 단디 박힌 듯 합니
다.

프레이야 2022-06-02 10:12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광복동 백화점 매장도 없어질거라는 뉴스 봤어요. 말만 앞세우고 거짓말하고 이게 무슨 ㅠ

Forgettable. 2022-06-02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네 분이셨군요?! ㅎㅎ 아울렛에서는 책 안가져간다는 말에 혼자 웃고 갑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06-02 16:56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책은 안 걷어 가더라구요 ㅋㅋ
아, 이웃분이신가요? 반갑습니다.

그레이스 2022-06-02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쟁이 레삭메냐님 하루 넘 즐거워보이세요^^
역시 먹고 책보고 하는 하루가 제일 좋아요 ^^

레삭매냐 2022-06-03 01:01   좋아요 2 | URL
일할 적에는 참 시간이 가지
않는데 놀고 먹을 적에는
그야말로 시간이 휙휙 지나
가는 그런 느낌입니다.

바람돌이 2022-06-02 2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 소원이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의 구단이 제발 다른 기업으로 좀 바뀌었으면입니다. 야구 너무 좋은데 롯데는 너무 싫어... 부산 사람들 거의 다 그래요. ㅠ.ㅠ

레삭매냐 2022-06-03 01:03   좋아요 2 | URL
저는 야구만 스포츠라고 생각
하는 사람이라서요 ㅋㅋㅋ

그짝도 변화가 필요한 모양이
네요. 모기업이 나름 건실해서
구단을 팔거나 그럴 것 같지
않을 듯 싶네요 ㅇㅇ
 

지난달에는 모두 10권의 책들을 만났다.

볼라뇨 읽기를 하면서 20권도 넘보았으나...

셋째주엔가 감기가 호되게 걸리면서 책읽기를 전면 중단하게 되었다.

 

책 읽는 대신, 너튜브를 시청했다.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너무 재밌어서 끊을 수가 없더라.

감기는 순전히 핑계였다, 책 읽기를 미루기 위한. 뭐 그런 거지.

 

역시나 지난달 최고의 책으로는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압둘라자크 구르나 아재의 <낙원>이었다.

지금은 <바닷가에서>를 읽고 있는데 이 책도 색다른 재미가 있더라.

리뷰를 어케 써야 하나 고민 중이다. 스토리를 풀면 죄다 스포가 될 판이라.

일단 세 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두 개는 다 읽었다.

 

발작 선생의 <공무원 생리학>은 지지난달부터 읽던 책인데 어제 순전히 10권 맞추겠다고 부랴부랴 읽었다. 그리고 보니 오늘이 또 지방선거날이라, 타이밍도 비슷해서 책 내용보다는 리뷰에 선거 타령만 해댄 그런 느낌이다. 그럴 때도 있는 거지.

 

암튼 오늘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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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01 1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낙원> 완전 기대되네요~!! 괜히 노벨상 탄게 아닌가봅니다~!!

레삭매냐 2022-06-01 19:50   좋아요 3 | URL
한 반 세기 정도 한 주제
에 대해 천착한 글을 발표
하고 또 연구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 지경에 도달하
게 되는 게 아닌가 싶기
도 합니다.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건 아니겠지만요.

바람돌이 2022-06-01 10: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낙원과 바닷가에서 저도 기대하고 있는데 레삭매냐님 언급으로 기대가 더 급상승하네요. ^^ 사전투표를 안한 저는 좀 있다 투표하러 가야죠. 투표장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요. 이동네 결과가 어찌 나올지 너무 빤해서....ㅠ.ㅠ

레삭매냐 2022-06-01 19:51   좋아요 2 | URL
외출했다가 돌아와서
결과 보고 나서 참 -

투표율이 높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는 직감했
습니다.

고저 책이나 읽어야겠
습니다. 산으로 가야 하
나요.

미미 2022-06-01 1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혹시 너튜브에서 장삐쭈의 신병 보셨나요?
남편이 알려줘서 봤는데 군대 실상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하더라구요 재밌었어요!!

밀린 책들이 많지만 언젠가 <낙원>을 꼭 읽어보고 싶네요.
저는 소설 스포 당해도 막상 읽을 때 괜찮던데요?
<바닷가에서>리뷰 기대됩니다^^*

레삭매냐 2022-06-01 19:53   좋아요 2 | URL
니엡, 예전에 정주행 했습죠.
예전의 오인뇽하고는 또 다
른 매운 맛이더라구요.
신세대 군인들에 대한 야그
가 참 신선했습니다 -

아 일다가 스포 씨게 박고
욕 한 바가지 먹는 게 아닌
가요. 부추기시면 안됩니다.

mini74 2022-06-01 1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뷰 기다린다하면 부담되시려나요 ㅎㅎㅎ 제게도 다양한 핑계들이 포진중입니다

레삭매냐 2022-06-01 19:55   좋아요 2 | URL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던가요 ㅋㅋ

<바닷가에서>는 <낙원>과는
또 다른 색다른 맛입니다.

망명, 난민, 훼이크 아이디
과거의 악연들... 한 가지 사실
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들 등등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
이랄까요.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 리뷰
는 최선을 다해 써보겠습니다.
우선 책부터 닐꼬 나서 !

페넬로페 2022-06-01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볼라뇨와 구르나의 책을 조만간 읽으려고 합니다. 저는 요즘 드라마 보는 재미에 빠져 있고, 프루스트 읽기 덕분에 독서 진행이 더디네요.
6월엔 심기일전 해야겠어요^^

레삭매냐 2022-06-02 07:24   좋아요 2 | URL
지난달의 볼라뇨 읽기는 재독
의 즐거움을 그리고 구르나
읽기는 새로운 작가와의 신선
한 만남이었습니다.

두 작가 모두 갠춘하니 읽어
보시길 응원하는 바입니다.

잔인한 6월도 고고씽이지요.

transient-guest 2022-06-02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책을 구하려고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아직 못 샀네요 노벨상의 위엄이 대단하죠 전 모르는 작가였는데 말입니다

레삭매냐 2022-06-02 11:30   좋아요 2 | URL
세상은 여전히 넓고 우리들이 모르는
작가 역시 그만큼 많은 것 같습니다.

노벨문학상 특수는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약발은 듣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