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엔가 문을 열었다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타임빌라스에 다녀왔다.
사실 진작부터 가보고 싶었으나, 오픈 당시 구름 같은 닝겡들이 몰리고 주차전쟁에 진입하다가 결국 차를 돌렸다는 말에 가보기가 망설여졌다.
오늘도 버스를 타고 가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결국 차를 타고 오픈런하기로 했다.
다행히 차는 막히지 않고, 거의 다 가서 주차차량으로 좀 더디긴 했지만 아직 오픈 전이라 그런지 수월하게 도착했다. 오전 10시 20분 경, 이미 문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오호라.
역시 초행길이라 전략을 세우는데 실패했다. 중앙 플레이빌(?)에 앉을 만한 벤치가 없어서 우선 테이블 슈킹에 전력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고생했다.
밖에 좀 있다가 너무 더워서 건물 안으로 피신. 역시 책쟁이답게 서점을 또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그래. <휘게문고>라는 대형서점으로 보이는 서점으로 골인. 요즘 추세인지 서점에서도 커피를 판다. 오래 전에 <보더스> 같은 서점에서 커피를 파는 게 그렇게 낯설었는데말이지. 책과 커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가 되었단 말인가.
삶은 다 먹고살자는 하는 짓들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은 좀 진부하지. 하지만 어쩌랴 나의 곱창은 무언가 먹을 만한 것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나의 픽은 <이터스>라는 메히코 식당이었다.
예전에 즐겨 먹던 치킨 케사디야와 피히타 생각이 절로 났다.
타코 전문점이라고 하는데 부리또도 있었지만, 파히타 메뉴는 보이지 않는다.
지글지글 타다시피 하는 무쇠 그릴에 올라간 쇠고기 조각에 갖은 양념들을 싸서 먹는 맛이 일품이었는데.
우리의 초이스는 시그니처 타코 플래터였다. 그렇지 이 정도는 먹어 줘야지.
다른 곳은 이 정도는 아닌데, 유독 이 식당만 웨이팅이 장난 아니다. 근 40분을 기다려서 겨우 테이블 안내를 받을 수가 있었다.
게다가 테이블 세팅부터 시작해서 음식도 받아다 먹어야 하고, 치우기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도 손님들이 줄을 대 섰다. 놀랍군 그래.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엄청 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라서 다행이었다.
부드러운 또띠야 6장 등판! 이것은 마치 브런치 셋트를 방불케 하는 세팅으로 각종 소스들과 과카몰리가 등장했다. 내가 또 아보카도는 먹지 않는데 과카몰리는 사랑하지. 배가 너무 고파, 일단 또띠야 한 장을 왼손에 척 얹어서 야채며 고명들을 잔뜩 올리기 시작한다.
칠리도 한 숟갈 크게 퍼 넣었는데 패착이었다. 너무 매웠다. 그래도 고수를 넣지 않은 게 어디냐 그래. 할라피뇨는 생각보다 맵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과카몰리를 마구 퍼먹다 보니 금새 바닥이 났다. 토마토 슬라이스는 왜 이렇게 맛있는 거임. 각종 야채와 소스들을 때려 넣고 레몬 조각을 손으로 쥐어짜면 끝.
타코 먹을 줄 모르는 친구를 위해 주문한 윙 앤 프라이즈였다. 드럽게 비싸더라.
감자튀김 쪼가리에 윙 6조각에 13,000원이라니 놀라운 단가가 아닐 수 없었다.
뭐 그래도 맛은 있더라만.
명색이 책쟁이인데 또 이런 데 갈 적에 책이 빠지면 서운하지.
재밌는 건, 그늘에 자리 잡는다고 깔개하고 수건 그리고 책을 내삐두었다.
누가 가져가면 어쩌냐는 말에, 걱정하지 말라고 다른 건 몰라도 책은 안 가져 간다고 퉁겨 주었다. 책도 아는 사람이나 슈킹해 가지, 아웃렛 같은 곳에서 누가 책을 가져 가니 그래.
아니나 다를까 실컷 돌아다니다 가 보니 책장이 바람에 팔랑팔랑대고 있었다. 내 예상이 1도 빗나가지 않았다.
많이 읽지는 못했어도 서너장이라도 읽었으니 다행이다.
재미진 것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어느 식당에서 만난 마늘-옥수수-토메이로 삼총사다. 그 옆에는 파친구도 있었는데 옆으로 엎어져 있어서 굳이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여유가 있었으면 사진을 좀 더 많이 찍었을텐데 좀 아쉽다.
6시 정도에 귀환하기 시작했는데, 이건 마치 퇴근하는 줄. 평일보다 더 빡센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