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향후 5년 간은 (unless You Know Who gets impeached in near future) 땡전뉴스마냥 맨날 심심하면 누가 어디서 쇼핑을 했네, 뭘 입었네, 처먹었네, 산책을 했네 같은 뉴스가 실시간으로 올라올 것 같다. 굥신 같은 것들이 뭘 하든 관심은 없다만 나랏일은 뒷전으로 배부르게 처먹고 해먹는 꼬라지가 아주 꼴보기 싫어서 요즘은 거의 한국뉴스를 안 보고 산다. 미국이라고 해서 뭐 달리 좋은 소식도 없고 이번 중간선거는 공화당을 장악한 뉴또라이들이 이길 것 같아서 그리고 전쟁, 인플레이션, 아니면 총기난사와 공화당이 민주당을 방해하는 것 밖에 볼게 없으니 NFL시즌이 올 떄까지는 당분간 TV도 끊을 생각. 어차피 뉴스는 앱으로 다 볼 수 있고 방송도 실시간이 아니면 몇 군데 앱을 Roku에 올려서 다 볼 수 있으니 스포츠와 CNN이 아니면 사실 별로 볼 일도 없다. 뉴스와 스포츠 그리고 영화가 아니면 그 시간에 책을 읽어야 갈수록 시간을 내기 어려운 으른의 삶에서 그나마 목표량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신천지가 굥신의 당선에 꽤 지분이 있는 것 같다. 사방에서 대놓고 포교활동을 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옛날에 80년대 언제까지는 순복음교회는 꽤 이단으로 취급을 받았던 것이 어느 시점에 슬그머니 세력이 커지니 주류로 편입된 걸 본 기억이 있는데 어쩌면 5년 후에는 신천지도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그 판은 쩐 많으면 논문표절이고 세습이고 일탈이고 다 무마가 되는 곳이니까. 무려 여신도와 대낮에 요분질을 하다가 남편이 돌아오자 아파트에 매달려있다가 힘이 다해 하늘로 날아간 인천-경기지역의 저명한 지도자급 Fly Jang의 공식적인 사인은 선교활동의 과로에 의한 선종으로 신문에 났던 걸 보면. 힘이 다한 끝에 손을 놨으니 '과로사'가 맞긴 하네.


YouTube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서 언급된 음악을 모아놓은 것을 듣다가 충동에 의한 재즈음반을 몇 개 주문했는데 어제 추천도서의 유혹에 넘어가버린 나는 책을 몇 권 더 주문하고야 말았다라고 쓰고 보니 일차로 주문한 몇 권이 있었고 어제 주문한 건 또 다른 녀석들이었다.
















코난 도일의 원작을 여러 번 읽었고 여러 판본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런던에 대한 동경이 채워지지 않고 있는 듯. 사실 판타지적인 개념에서 내 방식대로의 스팀 펑크 추종이 아닌가 싶다. 


어제 주문한 것들은 주로 역사에 관련된 책들이다. 아마도 2년째 조금씩 읽고 있는 William Shirer의 The Collapse of the Third Republic의 영향이 아니었나 싶은데.





























스탈린 전기는 수집하고 있는 시리즈 '문제적 인간'에서 절판되어 구하지 못하는 걸 일단 영문으로라도 보려고 샀다. 나중에 출판사에 전화라도 해볼까 생각하고는 있지만 뭔가 좀 더쿠스러워서.


읽을 책이 늘어나는 만큼 지갑은 가벼워지고 공간은 부족해진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불과 지난 주 초반에 이런 고민을 늘어놓고서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하고 책을 주문해버렸으니. 한국어와 영어만 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스페인어를 계속 했더라면 아마 종종 스페인어로도 뭔가를 샀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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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고 버티다가 오늘 결국 또 책을 질러버렸다. 보관함에 쌓아두다 못해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고 있는 예정된 구매대상들 중 겨우 열네 권, 그것도 가장 최근에 넣어둔 것들을 겨우 추렸을 뿐이다. 읽는 속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깊은 읽기는 늘 제자리에서 맴돌 뿐인데. 이것도 집착이고 욕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는 생각으로 정당화를 해본다. 


세상을 넓고 좋은 책은 많고, 사라지는 책은 더 많을 것이니까 어쩌면 archiving 하는 나의 행위가 후세로 전달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면 다시 돌아오려는 듯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반지성이 조롱과 왜곡된 mass information의 탈을 쓰고 화려한 컴백을 외치는 지금 미래를 위한 대비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시대, 심지어 공부를 좀 했다는 사람들까지도 책과 독서는 낡은 구시대의 유물이라면서 비주얼한 매체에 지적 생활을 모두 의지하는 21세기. 기술문명의 발전에 기반한 20세기의 화려한 개막과 미래의 희망은 양차대전으로 박살이 났었는데 21세기라고 멀쩡히 지나갈 것이란 보장이 있을까? 이미 지난 80년의 평화가 만들어낸 계급공고화와 풍요와 가난의 양극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반지성을 표방하는 전체주의의 대두는 단지 러시아나 PROC만의 문제가 아닌 소위 자유진영, 아니 세계의 문제가 된지 오래가 아닌가. 


이런 시대에 지성의 빛이 꺼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마제국멸망 후 중세의 르네상스 사이 수백 년의 암흑기에 묵묵히 숨어서 고전을 연구하고 필사하면서 면면히 지성의 불씨를 지켜온 봉쇄수도원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할까? 순전히 망상스럽지만 뭔가 그렇게 세상의 중심에서 다소 빗겨난 조용하고 은밀한 장소에 archive를 하나 만들어 살면서 지적 문화의 시작이자 끝과도 같은, 설사 전기문명이 사라진 후라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책을 보관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이미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잠이 오지 않던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계속 이런 저런 망상에 시달리는데 탄수화물이 부족한 탓인지도 모르겠다만, 늘 하는 생각이라서.


자신을 '글쓰는 김영하' 라고 소개하는 작가가 9년 만에 낸 소설. 단편으로 시작되어 2년의 시간을 거쳐 다듬어진 '장편'소설. 메트릭스와 i-Robot이 떠올리는 플롯과 생각할 것들을 던져주는데 과거 그의 작품들에 비해 어떤 '파격적'이라거나 '선정적'인 면은 없다. 사실 그건 '살인자의 기억법'때도 이미 많이 벗어난, 더 젊은 시절, 그가 글을 쓰던 시기의 사회적 금기에 대한 대항이자 push였을 것이니 이젠 작가도 정서적으로는 어느 정도 완숙기에 들어왔다고 봐야할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우리에게 소중한 모든 것들에게 그 '소중함'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가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끝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보다 더 사람답게 만들어진 누군가는 몸을 버린채 collective conscious로 들어가는 대신 최후의 사람으로 남기로 한 것 같다. 생명의 의미와 가치는 끝이 있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이야기는 사실 많은 곳에서 다뤄지는데 (심지어 Vampire Hunter D에서도 종종!!) 볼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현대의 수많은 콤비물의 원형과도 같은 홈즈와 왓슨의 이야기는 시대별로 작가, 장르에 따라 그 모습과 플롯이 천차만별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심지어 남녀관계로 만들어진 것도 (Elementary) 있을 정도. 거기에 크툴루 전설과 섞어낸 것도 있고 옴니버스단편들 중에서는 왓슨이 평행세계로 가서 악당이 된 홈즈와 왓슨에 대적하는 모리아티와 모랜 대령을 만나고 오는 것도 있고, 내가 나중에 읽으려고 아마존에 담아 놓은 것들만 해도 열 몇 권을 될 것이다. 최근에 나온 걸 보면 심지어 홈즈와 왓슨이 드라큘라 백작과 함께 모험을 하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너무도 많은 오마주가 생성되었기에 원형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은, 도일 재단의 인증을 받은 이런 작품이 반갑다. 


여왕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정보국의 수장이자 홈즈의 친형 마이크로프트의 call에 따라 에딘버러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된 지적유희와도 같은 소설의 플롯을 통해 간만에 내가 좋아하는 시대의 모습에 빠져 시간을 보냈다. 결말로 이르는 부분부터는 조금 진부한 감이 없진 않고 아무래도 작가의 최고 히트작인 The Alienist 시리즈 두 권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괜찮은 작품.


아직 다 길들여지지 못한 말 (혹은 동물?)을 뜻하는 (Half Broke) 표현. 망가진 가정, 커뮤니티는 사람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선악과 옳고 그름의 구분을 배우지 못한채 자연스럽게 범죄와 마약으로 인도한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약을 팔거나 만들거나 나르거나, 몸을 팔거나, 남의 것을 빼앗는 것. 학교도 가지 않고 배운 것도 없으니 시작부터 개판이고 남은 삶은 다 글러먹어 감방과 halfway house를 전전하다가 병에 걸려 죽고, 약에 쩔어 죽고, 총에 맞아 죽는 것이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슬럼 출신의 운명이다. 


이런 사람들 중에서 극소수의 선택된 재소자들이 힐링과 사회적응에 필요한 것을 배우기 위해 마련된 목장에서 일을 하지만 상처 가득한 그들이 애초에 동물을 제대로 돌볼 수 있을리 없다. 


화자는 목장에서 평생을 보낸, 그 자신도 정체성의 문제로 방황한 상처 가득한 카우걸. 그가 재소자들을 가르치면서 보고 겪고 느낀 이야기. 단순히 동물을 돌보다가 힐링이 된다는 그저 그런 동화가 아닌 냉혹한 현실을 여과하지 않고 보여주면서 그 와중에도 희망을 빛을 볼 수 있는 변화가 꾸준히 이어지는 걸 보여준다. 엔딩은 그다지 해피하지 않을 수도 있고 간신히 제자리를 찾았던 재소자들도 나중에는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조금 찜찜한 여운이 남기는 하지만, 내가 사는 사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이야기.


작가들의 유희와도 같은 책.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형식과 길이나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쏟아져나온 듯, 별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한국에서 SF나 기발한 발상으로 유명한 작가들은 거의 다 들어있는 듯. 가볍게 하나씩 읽어서 사실 내용은 크게 떠오르는 것이 없지만 (이건 진짜 나이를 먹어가면서 계속 고민하게 되는 문제) 읽을 당시의 내 느낌은 무척 신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편이나 장편으로 다듬어갈 충분한 아이디어들이 많은데 이걸 제대로 끄집어내서 플롯으로 발전시키는 건 오롯히 작가의 몫이다. 한국소설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제대로 된 장편의 부재는 여전히 아쉽다. 영문소설은 3-400페이지는 쉽게 넘어가고, 제대로 나온 것들은 대부분 800-1000페이지 가까운 양을 치밀하게 짜내는데 폰트도 커지고 글 간격도 넓어진 한국에서는 아예 그런 환경에 적응을 해버린 듯, 장편이라고 해도 사실 중편에 가까운 책이 대부분이다. 이건 문단과 작가들, 출판계가 함께 고민을 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꾸역꾸역 그냥저냥한 것을 정리랍시고 어쨌든 써냈다. 과정에 의미를 두는 것도 정도가 있을텐데 내가 요즘 딱 이 정도 밖에 안되니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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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26 0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아- 저도 참아야하는데, 하면서 좀 전에 책을 질렀습니다..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되네요. 하핫 ;;

transient-guest 2022-05-26 10:02   좋아요 1 | URL
삶이 다하거나 돈이 떨어지거나 하는 그날까지 아마도 영원반복될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ㅎ

얄라알라 2022-05-26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transient님 서재에 왜 황금 엠블렘이 9개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멋진 글, 잘 읽고 갑니다!!!

transient-guest 2022-05-27 01: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뭔가 생각의 힘도 떨어지는 것 같고 예전의 것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예전에도 잘 쓴 건 아니지만) 합니다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조선제일법비가 법을 다루는 행정부의 책임자가 되어 돼통령을 업은 령부인과 메신저로 활발하게 소통하며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정적을 탄압하려고 시동을 거는 꼴이 보기 싫어서 요즘은 가급적 뉴스를 멀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어째 아직도 대선패배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고 이리 저리 외부영입인사와 그를 내세운 당권파의 손에 놀아나는 꼴도 맘에 안들고. 


눈을 감았다 뜨니 금년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어느새 다음 주면 5월의 실질적인 마지막 주, 6월 한 달을 더 보내고 나면 명실공히 2022년도 반타작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BMI기준으로는 무거운 편에 속하지만 꾸준한 운동과 술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식습관에 나름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피검사를 해보니 중성지방수치와 당연히 LDL이 아주 안 좋게 나와버렸다. 당은 약간 높고 간과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비교적 정상인 것이 그나마 다행. 해서 3주째 열심히 일단 먹는 것을 더 조심하고 몸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첫 2주는 극단적인 간헐적 단식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만 eating window를 설정해서 진행하다가 아무래도 운동일정과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이번 주부터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안 먹는 것으로 조정했고, 달리기와 자전거 줄넘기, 걷기를 근육운동과 함께 필수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전체적인 운동시간을 늘리면서 특히 근육운동으로 예열된 몸을 cardio로 태우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나이가 나이라서 아무래도 이제부터 조심하지 않으면 환갑엔 당뇨와 혈압, 고지혈증, 게다가 잘못하면 통풍까지도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부터라도 많이 노력하기로 했다. 일단 근육운동을 해주되 가벼워지자는 것이 취지.


절박하던 시절 이런 책을 참 많이도 읽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좋은 책과 저자도 만날 수 있었지만,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사람은 누구나 그럴 때가 있고 필요한 대로 읽어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젠 잘 읽지 않는 장르의 책이다. 그나마 이 책은 비교적 보편적인 가치를 우화의 형식으로 쉽게 써내려간 덕분에 여전히 그리 나쁘지 않다. 목적이든 아니든 공경하고 존경하고 무엇보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일을, 꿈을, 심지어 물건을 대하는 건 매우 좋은 마음의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보니 마지막에 화자가 빌 게이츠의 아버지로 설정되어 있고 마치 빌 게이츠의 성공이 '캅베드'의 가르침에 의한 것처럼 되어 있어 조금 우습다만. 



그야말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과학자는 아니고, 사실 그를 유명하게 해준 '발칙한'시리즈의 유머는 거의 배제된, 간혹 주체할 수 없는 그 특유의 유머를 빼면 빌 브라이슨의 책으로써는 매우 진지한 지구와 우리를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macro history 란 개념이 지금은 많이 보편화되었지만 초판이 나온 2003년만 해도 일반에선 꽤 생소한 개념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걸 보면 이렇게 모든 것을 두루 아는 사람의 혜안이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과학이라고 할지, 사회학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인문교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를 이 정체불명(?)의 책을 오랫만에 다시 읽은 건 지난 번에 모아들인 김영하 북컬렉션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탄생도, 멸종도, 지구도, 별도, 무엇도 끝없는 윤회의 반복과도 같이 그렇게 면면히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삶은 매우 소중하면서도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의 만용과는 다른,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삶과 죽음에 대해 다소 초연해질 필요가 있는데, 종교생활이나 명상이 아닌 과학을 통해서도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비교적 책을 가리지 않지만 양서를 읽는 것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김영하 북클럽 리스트의 책. 매우 일본스럽게 하나에 평생을 바친 사람 둘의 이야기.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가 된 사전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오해가 쌓여 종국에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어긋난 두 거장의 손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일본어사전이 각각 탄생했고, 노년에 이르러서야 서로를 이해한 듯, 각각 자신이 경원시하던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수긍하게 된 것을 보면 사람의 삶 속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FM대로의 충실한 사전과 단어의 용례를 위주로 어떻게 보면 사람이 사는 모습을 하나씩 담은 사전이 둘 다 인기를 끌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인데, 한국어사전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종류가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내 모국어로써 좋은 사전과, 맞춤법책, 좋은 영어단어사전과 grammar책을 갖추고 싶어졌으니 내게 있어 독서의 폐해라면 끊임없이 사들이고 읽고 싶어지는 것이 늘어나 장소와 돈은 줄고 갖고 있는 건 늘어나버린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사무실이 아닌 나만의 아지트를 꾸며 빽빽한 책과 영화의 숲에서 지내는 것을 꿈꾼다. 이러고 나니 '고양이의 서재'의 장샤오위안 선생의 서재 - 상해탄에서 가장 유명하다던 - 가 떠오른다.


러시아문학은 참으로 말로 표현하기엔 내 지식이 워낙 일천하여 그 매력을 적절히 나타낼 수가 없다. 더 많은 작품을 일독하고 이들을 여러 번 더 읽어야 어떤 형상화가 가능할 것 같다. 넓은 영토와 인구로 강국행세를 했지만 기실 그다지 강하다고 볼 수 없었고, 귀족은 유럽의 그 어느 나라보다 호화롭게 살며 온갖 권력을 휘둘렀지만 농노제가 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존재했던, 근대의 개혁군주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유럽에서 가장 뒤떨어져 있었던 전제정의 러시아는 그야말로 모순 그 자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시기의 소설을 보면 단순히 그런 모순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원하는 다양한 마음과 방법론, 한계, 좌절, 반동까지 무수히 많은 것들이 때로는 우화나 소설의 힘을 빌려, 때로는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것 같다. 읽고 또 읽어도 모자란 것이 고전인데, 난 이제 겨우 시작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갈 길이 멀다. 


자전적인 이야기 둘. 귄터 그라스의 자서전을 읽고 나니 그의 작품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철북'은 너무 예전에 읽어서 하나도 이해를 못했었는데 다시 읽어보면 좋겠고, 그 밖에도 귄터 그라스의 작품을 접근함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방랑자들'은 소설인지 현실인지 경계가 모호하여 진행 그 자체가 '방랑'하는 듯 이곳에서 저곳으로 표류하는 느낌으로 읽었다. 잘 이해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쓰인 그대로 flow를 타긴 했다. 



멋진 화보집을 보면서 책을 몇 권 다 사버렸으니 그야말로 선재로다. 육근이 다 청정하지 못한 탓에 이렇게 욕심만 가득한 것.


멋진 서재를 동경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책을 안 읽는 사람이라도 서재는 그럴 듯하게 꾸며놓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고 지금도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침을 삼키면서 부러움에 한숨을 쉴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


넓은 공간보다 중요한 건 높은 천정이 아닐까. 8피트 정도로 규격화된 곳보다는 10피트 이상으로 되어 있으면 일단 벽장을 매우 멋지게 꾸밀 수 있고 한쪽의 벽에 선반을 8-10층으로 대어 엄청나게 많은 책을 꽂을 수 있다. 그렇게 사방의 벽을 이용하면 매우 작은 방이라도 엄청난 양의 책이 들어갈 수 있으니 나중에 이 책을 비롯하여 예쁜 서재가 나온 책을 여러 권 펼쳐서 구상을 잡아볼 생각이다. 


요즘 과거에 사들인 책들 중 버릴 것이 더 나오는 것 같아서 돈도 아깝고 마음도 아프다. 머리가 텅텅 빈 인간이 개발새발 여기저기서 가져다가 만든 거지같은 책을 좋다고 읽고 평도 남긴 것이 대충 한 10년 전 같은데 이 시기가 마침 나에겐 가장 절박하고 스트레스가 120%였던 때였으니. 학교가 잡스러울 수는 있어도 다니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자를 생각하면 다닌 사람이 잡스러운 경우도 없지는 않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찌됐거나 명예든, 재산이든, 뭣이든 쓰려는 대상을 이미 쟁취한 사람의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지만 어떤 책을 쓰고 그걸로 유명해지고 다시 self feeding을 하고 이 과정을 무한반복하여 지금의 위치에 이른 자들의 책은 그 책이 쓰인 종이만큼의 가치도 없다. 


건강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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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05-19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거 명작이죠. 한 사람이 이렇게 박학다식할 수가..하고 놀랐던 책...다시 보니 새롭네요. 그나저나 이 책의 표지는 매번 바뀌는 거 같아요..ㅎ

그나저나 제일 땡기는 책이 마지막 <예술가의 서재>네요. 책도 겁나 비싸게 생겼는데...일단 리스트에 담아 놔야 겠어요~ㅎ

transient-guest 2022-05-20 01:00   좋아요 0 | URL
정말 박학다식하고 여행도 많이 해서 그런지 견문/식견/경험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의 서재‘는 보면서 계속 부럽고 또 부럽고, 그렇더라구요. 책값은 사진도 많고 종이도 재질이 비싼 듯, 값이 상당했습니다만 이런 계통을 책들 중에서는 내용이 알찬 편입니다.
 

프로 운동선수들의 몸집과 운동력, 그리고 승리를 향한 attitude과 끝없는 승부욕, 거기에 종종 거친 면까지 보면 문득 과거 힘과 기교로 싸우던 시절, 장군이나 전사가 되었던 사람들이 냉병기의 전쟁이 사라진 지금은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머리가 더해진다면 지장이 되는 것이고 덕성이 좋다면 덕장, 잘 싸우지만 다른 덕목에 하자가 있으면 보통에서 상위의 용장이 되는 것이고, 몸집은 크고 비교적 용감하지만 전체적으로 모자란 경우, 혹은 동급의 상대에겐 겁을 먹는 경우라면 프로세계에서는 대략 중하위권 선수처럼 생각해보니 꽤 그럴 듯하다. 역사공부를 계속 한다면 이렇게 갑자기 떠오르는 자투리 생각들을 잘 정리했다가 파고들어보았을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은 그런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무는 걸 허용하지 않기에 내 daydream력은 예전보다는 많이 떨어졌다.


저자가 남긴 세 권의 책들 중 두 번째로 선택해서 읽고 있는 고대 여신의 이야기. 메소포타미아에서 발원해서 그 일대로 퍼져나간 여신과 어머니신, 거기에 태양신의 신화와 결합되어 변형을 거쳐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모태가 된 이야기. 흔히 기독교가 차용한 설화로 거론되는 미트라, 그 보다 더 위로 가면 이시스와 호루스, 오시리스 설화보다 필경 수 천년은 앞서있는 이야기. 지금부터 아무리 못해도 5000-7000년 전에 기록되기 시작한 그 당시 사람들이 생각한 창조와 자연현상 및 그들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수메르의 역사는 지금이 아닌 그리스와 로마의 시원으로 간 고대사의 사람들의 관점에서도 3000-5000년 전의 이야기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우리가 읽는 수메르의 이야기는 5000-7000년 전 사람의 관점에서 그린 까마득한 고대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조각으로 나뉘고 그 엄청난 세월을 거쳐 우리에게 남은 이야기는 수메르의 시대에도 이미 수 천년 동안의 변형과 언어의 변형을 겪고 남은 fraction of fraction뿐이다. 여기서 고대사에는 연구자 혹은 작가의 상상력이 동원되어야만 복원이 가능한 필연적인'오염' 혹은 '창작'된 역사라는 nature를 갖게 된다. 어디까지가 원형이고 어디서부터 상상인지 알기 어려운 교묘한 조합으로 다시 추적되는 고대의 고대사. 흥미를 같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여기까지 가면 아눈나키니 뭐니 해서 고대 우주인의 발전된 과학을 통한 지구인의 창조이야기의 근거가 되어 UFOLOGY의 이론에도 등장하니 수메르라는 테마는 끝없는 의문과 상상의 대상이 된다. 게다가 '환'이론에까지 적용되니 그야말로 수메르가 차지하고 있는 역사와 그 밖의 모든 것들의 위치에 어울린다고 하겠다. 초기부터 따져서 우리가 뭉뚱그린 수메르 역사는 기실 아무리 짧아도 2000-3000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사실 '수메르'라고 한데 모아서 그렇지 엄청 긴 시간의 명멸과 망각, 발굴이 거듭된 이야기라고 보아야 옳겠다. 당장 천 년이면 고려의 시작인데 해독이 가능한 한자로 남은 기록에도 불구하고 논쟁의 대상이 되는데, 이건 고대에서 이미 몇 천년이니.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아침이다.


나치의 절대적인 추종자가 아닌 대다수의 독일군인들과 독일인들이 저지른 1930년대 부터 종전까지의 학살, 폭력, 강간, 도둑질을 비롯한 테러행위에 대한 고찰. 이데올로기가 아니어도, 특별히 악하거나 거칠게 타고나지 않았어도 (물론 폭력이 생활의 일부였던 시대이긴 하지만) 혹은 심지어 나치를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시작된 후 교전지역과 점령지의 민간인에게, 그리고 독일과 독일의 영향권이 미친 모든 지역에서 유대인에게 가해진 그 엄청난 범죄는 결국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폭력을 조장하거나 둔감하게 하는 환경속에서 벌어졌다는 사실. 예전에도 몇 번 그런 causation 혹은 correlation에 대한 이론을 봤으니, 전쟁 이후 돌아온 군인들이 사회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사회 전반의 폭력과 폭력적인 범죄의 증가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음이다. 긴 책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flow를 가졌다고 생각되는 만큼 원래의 내용이나 번역까지 잘 쓰인 책이라고 생각된다. 포로들이 일상에서 나눈 대화르 도청해서 남긴 방대한 기록을 조사한 연구의 결과라고 하니 '새로울 것이 없다'는 역사도 실은 꽤 흥미로운 것들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표제작 외에도 소소한 소품처럼 짧은 단상의, 마치 아이디어에 아주 조금, 뎃생보다 조금, 아주 조금 색을 입힌 정도의 이야기들. 창작노트와 단편의 중간. 나중에 중편으로 뽑아서 살을 입히고 장편으로 다시 옷까지 잘 입혀놓으면 좋겠지 싶은 이야기들이 꽤 있다. 이런 정도의 단계에서 책으로 엮어 내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충실함이 요구될 것이니까 쉬운 일은 아니겠다. 하지만 늘 장편에 목마른 한국문단에 대한 나의 편견(?)에 기준해서 보면 작가는 장편을 계속 써낼 능력을 키워야 한다. 단편의 함축적인 기교와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으나 단편 일색인, 혹은 장편이라고 해야 요즘 font크기와 글자간격에 미춰 보면 옛 중편에 해당할 정도의 양이 대다수의 한국소설의 현실이 더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딱 세 권을 겨우 읽은 것이 지난 주. 어제는 밤에 갑작스런 충동구매로 김영하북클럽에서 선정된 책들 중 내가 갖고 있지 않는 것들과 함께 김영하, 김중혁작가의 신작을 주문했다. 4월에만 네 번 이상의 구매를 한 셈인데, 최근 붉은돼지님의 근황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을 거의 다 팔아서 주식에 넣었다는 말씀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자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5월 중에는 딱 두 번만 주문하거나 아예 쉴 생각도 하고 있다. 책이 없어서 못 읽는 상태가 아니니까. 


이제 주말의 운동을 나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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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2-05-01 0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말에는 운동을 좀 쉬어야하는데, 이상하게 꼭 오버트레이닝을 하게 되는 일요일이네요.

transient-guest 2022-05-01 09:59   좋아요 1 | URL
사람마다 패턴이 다른데 저는 주말 이틀은 무조건 많이 하려고 합니다. 그리하면 주중엔 삼일 정도만 잘 채워도 일주일 닷새는 하게 되니까요. 감은빛님의 패턴은 저와 다른가 봅니다. 주말에 쉬어야 하는 패턴이면 가능하면 쉬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치면 오래 괴롭기 때문에 저도 무리는 하지 못합니다.ㅎㅎ

얄라알라 2022-05-01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엔 칼로리보충(이라기 보다는 과잉)으로 빠지는 저에 반해서 transient님의 주말 스케줄 이상적이고 배워야겠습니다 ^^

[나치의 병사들]은, 2022년 5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마음이 너무나 불편해질 것 같습니다.

운동 하시고 시원한 알코올과 함께 하시길!

transient-guest 2022-05-01 23:04   좋아요 1 | URL
저도 주말엔 막행막식으로 주중의 건강한 생활로 얻은 걸 많이 offset시켜버립니다. 이번 주말부터는 조금 더 조심하려고 합니다. ‘나치의 병사들‘은 여러 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사실 언론에서 감춰서 그렇지 미국의 2차 이라크 침공이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못하지 않았을 것이라서. 거시적인 세상은 이해와 돈으로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엇을 하든 주말 이틀을 잘 활용하면 주중 이틀-사흘만 더해도 일주일에 닷새를 할 수 있다는 계산. 2-3일에 한번씩 쉬는 것이 좋겠지만 가끔 일정이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하지만 주말의 이틀은 꼭 사용하기 위해서 연달아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주에는 오늘까지 하면 닷새를 이어서 하게 되는 것. 무리가 가지 않도록 금요일 하체/어깨 어제 등/이두 오늘은 가슴/삼두로 가고 내일 괜찮으면 하체/어깨를 가볍게 하는 것으로 3분할을 두 번 이어서 하는 것으로 하고 화요일은 쉴 예정이다. 뭔가 목적을 갖고 하는 것은 아니라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지만 덕분에 하는 것에 비해 결과는 뭐 그냥. 














일부러 배우려고 하면 어려운 것이 예술 아닐까. 그냥 천천히 적셔간다는 기분으로 하나씩 알아가면 조금씩 보이고 들리는 것 같다. 가급적이면 교과서 같은 책보다는 에세이처럼 풀어주는 책으로 밑그림을 채워가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전시회를 가다 보니 어느새 유명한 작가들을 한번 정도는 볼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루벤스, 램브란트, 월리엄 터너, 고흐, 고갱, 로댕, 클림트, 르네 마그리트, 앤디 워홀, 마네, 모네, 앙트완 블랜차드, 프리다 칼로, 디에고 리베라, 제임스 티소, 피카소, 알렉산더 칼더, 백남준, 그 외에도 근처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다수의 작품들까지. 색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색약 (다행히 색맹은 아니지만), 적색과 녹색이 섞여 있으면 구분이 어려운 난 미술시간을 참 싫어했었는데 (하기사 한국에서는 좋아한 과목이 역사 밖에 없었으니까) 이젠 좋은 작품 뿐 아니라 미술관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으니 사람의 인생은 참 알 수가 없다. 첫 번째 책은 서양, 두 번째는 한국의 미술가들을 다뤄주는데, 작가의 팟캐스트를 들어가면서 조금씩 배경 지식을 늘려가는 재미는 보너스. 아참, 폼페이 유물전, 그리고 Legion of Honor 뮤지엄의 다양한 그리스/로마/에트루리아의 유물과 이런 저런 아프리카와 중남미 유물상설전도.















김산해작가의 책은 이번에 읽었고 가운데는 아주 예전에, 세 번째는 현재 조금씩 읽고 있는 '수메르'에 대한 이야기. 기원전 5000-7000년 정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이야기는 사실 간단할 수가 없다. 당장 약 1000년전 개국한 고려의 역사만 해도 여전히 오리무중 미스테리인데 (그것도 문자로 기록이 된 시대인데) '수메르'로 총칭되는 이 땅의 문명도 엄청만 부침에 부침을 거듭했을 것이고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확연히 구분이 되는 이정표들이 2-300백년에 한번씩 있었을 것 같다. 도시가 층층히 묻힌 것이 17층이라고 하면, 그러니까 한 도시가 멸망하고 사람들이 완전히 떠난 후 아주 slow한 지각변동에 의해 예전의 도시가 완전히 사라진 후 다시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새로운 도시를 만든 것이 17번이란 이야기. 심지어 어떤 도시는 지하수맥 밑에 있어서 아직도 발굴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에서 '수메르'란 예수강생 후 지금까지의 역사가 2-3번 반복될 수 있는 엄청난 시간속 역사의 총칭이라는 걸 새삼 상기하게 되었다. 한국의 학자가 점토판을 뒤진 30년의 이야기가 이 책과 다른 두 권으로 엮였고 작가는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 하셨다고 하니 남은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을까. 기존의 해석과 차별되는 주장이 학계에 널리 제기되어 학술적으로도 다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정작 가야 마땅한 놈들은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현실의 ugly함이라니.
















분서보다는 갱유. 지난 시절 입담이나 기발한 저작으로 명성을 얻은 이들의 총체적인 몰락을 보면서 책을 버릴까 싶다가도 책은 죄가 없고 사람이 문제라는 생각으로 책을 keep하고 있다. '책을 불태우다'를 보면서 거지같은 책이라도 한 시대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료의 가치가 있을 수 있기에. 언급된 수많은 book burning 범죄들로 인해 사라진 방대한 과거의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하다. 책은 죄가 없다. '혁명가들의 독서'는 야심찬 기획의도에 못 미치는 것 같다. 'MIX 18'의 청춘야구는 여전히 진행중. 근데 이번에 '청춘'보다는 '야구'에 집중하는 듯.


어쩜 이다지도 대척점에 있는 두 권을 같은 시기에 읽었을까 싶다. '엔드 오브 타임'은 정통학계의, '우주비밀파일'은 UFO와 외계인, 초국가조직의 정보조작에 대한 이야기. UFO와 외계인의 존재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건 이미 불가능하다. 다만 깊이 들어가면 미칠 수도 있는, 세상 외 세상의 이야기라서 그리고 잘못하면 Qanon이 될 수 있어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엔드 오브 타임'을 보면 결국 우주는 '해탈'을 향해 나아가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억은 커녕 천 단위도 너무 큰, 그러니까 백년 정도를 살까 말까 하는 존재로서 큰 고민을 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진리를 깨닫는 것도 좋지만 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혹시 윤회가 있다면 다음 생으로 가져갈 수 있는 좋은 업보와 배움 (깊은 공부는 무엇이든 한번의 생에 이룰 수 없다는 말도 있으니)을 쌓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과알못이라서 계속 과학책을 읽고 있는데 이해는 일천하여 늘지 않는다.


같은 풍의 글을 계속 읽다 보면 지치는 때가 반드시 온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김훈 선생의 '달 너머로 달리는 말'. 하루키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이븐 파들란 (혹은 팔할란)의 여행기에서는 정작 마이클 크라이튼이 주장한 이야기의 trace를 찾지 못했다. 게다가 책 한 권으로 엮기엔 분량이 너무 짧았던지 온갖 동시대 백년 이쪽저쪽의 여행기를 다 가져다 넣어놨기에 나중에는 꽤 지겨운 책읽기가 되어버렸다. 


미루던 정리를 쉽게 끝냈으니 다시 한번 주말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한 주에 3-4권 정도는 읽어서 (한 달에 20권 이상을 하려면 주간 5-6권은 되어야 하는데)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전에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내일부터는 다시 한 주의 밥벌이가 시작되니 오늘을 소중히 즐길 것. 옆 동네에 있는 헌책방을 갔다가 Thai음식점에 들려서 점심을 먹고 그곳에 있다는 lake공원을 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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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4-25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두루 알차게 읽으셨네요. ˝Qanon˝은 오늘 transient님 페이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엔드오브타임] [우주비밀파일]이 대척점에 있으면서도 교점이 있나봅니다. 저는 최근 읽은 죽음학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책과,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의 책이 대척점에 있는듯 같은 이야기를 하는 듯, 그걸 생각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transient-guest 2022-04-25 00:16   좋아요 1 | URL
음모론의 결정판인 이익단체이고 미국은 정치와 근본주의 개신교에 많이 파고들어와 있습니다 이 두 책은 뭐랄까 정통과 이단으로 치부되는 극과 극인데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님도 다양한 책을 많이 보시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즐겁게 읽어나가면 좋겠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