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린 탓에 주말의 약속을 취소했다. 수요일엔가 저녁자리가 있었고 그 다음 날부터 콧물이 나길래 단순히 감기에 걸린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하니 바로 두 줄이 쫙 가더라. 이로써 네 번째 걸려보는 코로나가 된다. 처음엔 열도 끓고 목이 너무 아픈 전형적인 증상이었고, 두 번째 걸렸을 땐 하루 심하게 앓고나니 그 다음부터 회복수순이었고 세 번째 걸렸을 땐 아주 흐린 양성반응으로 그리 아픈 것도 모르고 지나갔었다.
COVID-19이 2019년 바이러스라서 그렇게 명명된 것으로 아는데 벌써 6년이나 지난 이야기. 2020년 Dr. Faucci가 백신-회복-정상화까지 2021-22년 이야기를 할 2020년 초엔 까마득히 멀게 느껴졌었는데 2025년이고 잡놈이 다시 설치고 있으니 이게 무슨 데자뷰도 아니고 참.
이번엔 근육통이나 열은 심하지 않고 콧물이 좀 나고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많이 가라앉는 정도. 늘 의심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engineer된 것처럼 기승전결을 밟아서 아프다가 나아버리는건지. 사흘째인 오늘은 마른 기침이 좀 나고 콧물은 많이 가라앉은 상태인데 기력이 좀 딸린다. 근육운동은 쉬엄쉬엄 할 수 있어도 걷는 것은 어려울 것 같은 느낌. 내일부터는 다시 마스크를 쓰고 gym에서 운동을 해보려고 한다. 하루종일 누워서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잠깐 Costco에 장을 보러 다녀왔고 주말의 ritual과도 같은 혼자만의 와인 한 잔도 거를 수 밖에 없어 매우 불만이다.
요코미조 세이시를 시작으로 마쓰모토 세이초, 에도가와 란포 등 일본의 굵직한 추리소설작가들의 작품을 시작으로 어린 시절의 한풀이라도 하는 양 도일, 크리스티, 르블랑으로 해서 어지간한 번역작품은 다 구해서 읽던 시기를 지나 요즘 다시 추리소설을 읽고 있다. 복잡한 머리엔 다른 읽기가 어려운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약간은 폰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 brain이 fry되어버린 탓도 큰 것 같다. 집에서 일을 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일-개인시간이 혼재하다보니 둘다 엉망이 되는 것도 물론 하나의 핑계가 될 수 있겠다. 일단 다른 건 몰라도 폰은 좀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세상에 재미있는 책이 넘치고 앞으로 나올 것도 많고 사놓고 읽지 못한 책도 잔뜩 있는데 시간이 너무 아깝다.
한동안 너무 자주 나와서 질린 작가이긴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교수 시리즈와 가가형사 시리즈는 극화의 맛이 좋아서 다시 읽으니 여전히 즐겁다. 물론 여전히 '용의자 X의 헌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영화판으로는 일본보다는 한국판이 더 나은 것 같은데 특히 류승범의 연기가 참 좋았고 그 반대로 여배우는 그다지 별로였지만 긴장감이나 우울한 몰입감이 최고였다고 본다.
Soft한 FIRE를 꿈꾸고 있는데 언젠가 여건이 되면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닌 이상 하루의 일상은 매우 단순하게 지나갈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4-6시간 정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필요하면 일을 할 것이고, 이후 운동을 2-3시간 하고, 휴식을 취한 후 뭔가를 배우러 다니거나 아니면 다시 책을 읽을 것이다. 일을 한다고 하면 아마 새벽시간에 그렇게 4-6시간 정도 일을 하고 이후 운동-휴식-배움 또는 독서로 이어지는 삶을 살아봤으면 좋겠다. gym에서도 편하신 2-3시간을 천천히 스트레칭부터 잘 해주고 cardio도 길게 가져가고 끝내기 스트레칭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으려면 3시간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늙어가는 건 싫지만 젊은 시절의 혹독했던 날들은 아무리 꿈이 많았던 시기라고 해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결과로 얻게 될 어느 정도의 경제/시간의 여유라면 그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서 gym에서 긴 시간 편하게 운동을 하고 새벽의 맑은 시간에 머리를 쓰고 오후의 나른한 시간에는 차 한 잔과 함께 책을 읽다가 밤을 맞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밤엔 클래식이나 재즈를 잔잔하게 틀어놓고 와인을 마실 수 있다면 참 괜찮을 것 같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개인공간을 마련해서 (자주 말하지만) 책을 모아놓은 archive는 Lumen House라고 이름을 짓고 술과 음반, 영화를 모아놓은 부분은 Belle Epoque라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건 아주 구체적이진 않지만 늘 염두에 두고는 있다.
추상으로 가면서 너무 난해해진 것 같은 '현대미술'도 어디를 시작으로 삼아야할지 모르겠지만 꽤 오래된 것 같다. 여전히 전혀 모르겠고 즐길 수 있는 감식안을 갖고 있지 못하여 코로나 시절 전에 여러 차례 SFMOMA에 가서 워홀도 보고 백남준도 보고 그 외에 기억하지 못하는 다수의 전시에 갔어도 그냥 유명한 작가들을 보고 온다는 정도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이 책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여전히 공감은 크게 못했을지언정 약간의 기술이나 시대적인 이해를 갖고 보았더라면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기술적인 이야기는 어차피 이해불가. 하지만 이렇게 친절한 미술교양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읽다가 문득 회원등록을 하고 일년에 3-4번씩 가던 SF Legion of Honor와 De Young을 exhibit을 찾아봤는데 여전히 코로나시절로부터 회복을 하지 못한 듯 딱히 대단한 작품이 오지는 않고 있다. 연말에 Japanese Manga art 전시와 Monet & Morisot 테마로 하는 전시가 있는데 관심이 간다. 가끔씩 주말에 일삼아 가면 돌아오는 길이 조금 피곤하긴 해도 하루시간을 보내기는 참 좋았었는데. 한국에서 살아볼 생각을 하면 이건 참 좋겠지 싶다. 서울에 가면 뮤지컬도, 연극도, 박물관, 미술관도 많고 조금 노력을 하면 갤러리도 가볼 수 있을테니까.
책과 음반, 영화, 게임 등 그간 수집한 녀석들을 한데 모아놓고 잘 정리해서 즐기는 날이 오기는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