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요즘이다.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점점 머리가 굳어지는 듯 쓰고 싶은 글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어지는 것 같다. 읽은 것들이 계속 쌓여서 일단 모아두는 취지로 정리하기로 했다. 


















간만에 가슴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경험을 했다. 뭔가 앞뒤 없이 달려들 수 있는 나이는 지나고도 한참이지만 그렇게 잠깐이지만 꿈을 꾸면서 이런 저런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해봤다. 직진으로 달려드는 주인공의 재즈여정이 궁금하다. OST 또한 매우 훌륭한 것이 우에하라 히로미라는 유명한 재즈 뮤지션이 감독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귀에 착착 감기는 소리가 좋다. 커리어와 삶의 후반전에 들어왔으니 뭔가 새로운 것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많이 지치기도 했고. 하지만 55세에 은퇴할 수 있다면 우선 다음 10-15년은 여행에 매진하고 싶다. 그리고 60-65세가 되면 하와이로 가서 매일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미사를 다니는 것으로 일상을 보내다 가고 싶다. 하와이의 생활물가부터 세금까지 하나도 유리한 것이 없겠지만 자산관리를 잘하고 절약하면서 살다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로또에 맞지 않고서는 하와이의 물가를 55세부터 죽을때까지 감당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 같아서 이 정도면 최선이라고 본다.
























































월초에 들어 엄청 더운 주간을 지내면서 책읽기만 많이 느렸었고 바쁘지는 않았지만 여러 모로 신경을 쓸 일이 많았던 것, 게다가 회사가 slow해진 만큼 기운이 빠져 나태해진 탓도 있었기에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읽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여기에 달리기나 걷기는 몰라도 근육운동은 어떤 경우라도 일주일에 5일 이상을 했다는 것이 내가 기울인 최선의 노력이었다.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에 체력단련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골프를 치는 사람이었다고 해도 결론적으로 골프는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노인네라면 모를까 군인이라면, 해병이라면 더더욱). 


골프로 체력을 단련한다는 어느 똥별의 입에서 나온 토사물 같은 발언에 새삼 매일 5마일을 마일당 6분의 속도로 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100번의 푸쉬업과 함께 PT체조, 철봉운동 등으로 자신을 단련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4성 장군 출신의 전 CIA국장 페트레이어스 장군의 일화를 떠올리면서 나 자신의 단련에 더욱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온 코끼리, 그리고 그 코끼리를 박물관에 들여온 자들을 모두 살포해야 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우원식은 무슨 생각으로 협치라는 공허한 구호의 바보짓을 하고 있는 건지 미국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이 모두 갑갑하다. 전 세계적인 극우의 준동을 보면서 다가오는 10년 내에 큰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대재앙과도 같은 수준의 극단적인 사건이 아니고서는 세상의 status quo를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높은 세금을 부과할 수도 없겠지만 설사 제프 베조스가 매년 earning의 50%를 세금으로 낸들 일년이면 그 이상을 거뜬히 만들텐데 무슨 큰 영향이 있을까 싶은 정도로 top부자들의 재산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비해 이걸 제도적으로 offset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10년 이내의 은퇴를 생각하면서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하고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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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7-20 1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많은 책을 읽으시는데 머리가 굳다뇨. 그럼 저 같은 사람은...ㅋㅋ
모처럼 아는 책이 나왔군요. 박종호의 책. 뭐 나쁘진 않았는데 기대했던 거 만큼은 아니어서 전 좀 그랬습니다.
블루 자이언트란 만화가 있군요. 급관심이네요.
조기은퇴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24-07-20 12:00   좋아요 2 | URL
박종로선생 책 이번 두 권은 확실히 좀 약했죠 그래도 좋은 insight 을 주긴 했습니다 블루 자이언트는 재즈 잘 아시는 분은 모르지만 전 좋았어요 ㅎ 늘 건강하세요

얄라알라 2024-07-20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와이 물가는 꼭 여행객뿐 아니라 미국에 살고 계신 분들에게도 악명 높은 건가보네요.
transient님의 여유로운, 책과 함께 하시는 은퇴 이후의 삶!!! 현실화되기를 응원드립니다

transient-guest 2024-07-21 00:17   좋아요 1 | URL
다른 하와이섬들도 그렇지만 오이후 호놀룰루 물가는 미국도시 탑5에 들어가는 걸로 봤어요 일단 물자가 거의 다 mainland에서 들어가야 하고 콘도같은 건 관리비가 후덜덜합니다 ㅎ 그래서 나이 더 들어서 가진 거 다 써도 될때 정도에 가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맛의 달인'의 유행이 지난 후에서도 한참이 더 지난 2020년 12월에 첫 권을 구매한 것을 시작으로 2024년 6월의 111권을 주문하여 읽었으니 거의 4년이 걸려 구매와 읽기를 완성한 시리즈가 되었다. 그림체도 변하고 사회상도 작품과 함께 흐른 시간이 반영되어 많이 변했다. 후쿠시마를 제대로 다룬 이후 더 나오지 못하고 있고 작가가 워낙 노령이라서 아마 이대로 끝이 날 가능성이 높은 시리즈다. 어쩌다 시작했고 다른 책을 구하면서 조금씩 사들여 읽느라 이리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모두 agree하지는 못하지만 요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보았으니 불만은 없다. 예전에 이 시리즈가 유행하던 당시 블로그를 위주로 활동하던 수많은 맛객들이나 민간전문가들 중 살아남은 사람은 많이 없는 것 같다만 시리즈는 아직 절판되지 않았으니 그 깊이의 차이가 확실하다.


어찌어찌 살아내니 또 내일은 주말보다도 더 즐거운 목요일이다. 7월의 달리기나 cardio는 전반적으로 더 개선될 수 있어야 한다. 6월이 아직 4일 정도 더 남아있지만 calorie burn이나 움직인 거리가 목표치에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점점 새벽에 안 일어나는 경우도 많고 운동을 하다가 문득 너무 지친 느낌에 주저앉는 날도 많아진다. 나이탓만 하지 말고 자꾸 활력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뭔가 신나는 걸 하고 새로운 것에도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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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4-06-27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이름만 알고 읽지는 못했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더구나 미쿡에서 읽으신거잖아요!! 저도 운동해야지 결심만 하고 못하고 있는데 열심히 하시는 분의 이런 reflection 을 읽으니 부끄럽네요.

transient-guest 2024-06-28 01:29   좋아요 0 | URL
천천히 조금씩 했어요 ㅎ 중간에 너무 긴 탓에 멈추기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완주했네요. 운동은 페이스에 맞춰 처음엔 아주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하시면 됩니다. ㅎ
 

어제는 Juneteenth라고 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새롭게 연방공휴일로 지정된 Afrian-American의 노예해방을 기리는 날이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쉬었던 것 같은데 아직은 낯설어서 그랬는지 공휴일인 것을 잊고 회사에 나왔다가 조용한 하루를 보내면서 쉬는 날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적당히 일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 후 차를 집에 두고 저녁의 술자리에 다녀왔다. 간만에 소주 몇 병을 나눠마셨는데 참이슬도 도수가 높다고 요즘은 진로이즈백이나 새로 같이 도수를 더 낮춘 걸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난 이상하게 걔네들을 마신 다음 날엔 몸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그냥 소주 만큼의 맛도 없는 녀석들은 마시지 않는다만. 완전 희석주라서 소주도 자주 마시지는 않고 요즘은 사람들하고 같이 마시는 자리에서도 차라리 제대로 만든 사케나 와인을 선호하는 편이다. 3주 전의 술자리에서 처음으로 백주를 마셨는데 하필이면 그것이 수정방이라서 그 이하는 못 마실 것 같다. 값이 상당하던데. 어쩌다 보니 거의 매주 약속이 잡히고 있으니 2022년 이후 내 바깥 life도 꽤 활발해진 것이다. 

















주중에는 거의 못 읽고 주말에 미뤄서 읽고 있다. 요즘은 TV도 거의 안 보고 운동과 책, 그리고 일과 술로 한 주의 시간 대부분을 쓰고 있다. 술은 좀 줄여야 하고 운동은 달리기를 더 늘려가는 것이 key. 여기에 꾸준한 스트레칭으로 몸의 유연성을 회복하는 것까지 하면 아주 좋겠다. 원래 40대부터는 근육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잃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목표가 되는 거라서 무거운 것을 드는 걸 딱히 추구하지 않고 하던 대로 유지하면서 근지구력을 목표로 운동을 하고 있다. 술을 마신 다음 날엔 가급적 심한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어디선가 본 후 음주 다음 날엔 컨디션이 많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면 실내자전거를 타는 정도로 시간만 조금 길게 잡고 땀을 뺀다. 어차피 일도 잘 안 되고 몸도 피곤하지 스트레칭을 조금 해주고 그리 할 생각이다. 


이번 주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는 것 같다. 비록 내일은 어쩌다 보니 오후 다섯 시에 Zoom 미팅이 잡혀서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하겠지만.


같은 제목으로 검색하면 정~말로 많은 책이 나온다. 유명한 여행작가나 소설가가 쓴 책도 있고 보통 사람들이 쓴 책도 많아서 다녀오면 뭔가 하나씩 쓰고 싶어지는 건가 싶을 정도. 판형이 좋은 사진과 다양한 경로를 소개한 책이라서 좋았는데 산티아고까지 가는 길이 두 어개 정도 있는 줄만 알았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으니 한 코스를 생에 한번 다녀오는 것도 어려울 것 같은데 여덟 군데가 넘는 것 같다. 하나당 대충 짧으면 7-800km, 길면 1000km가 넘는다니 한번씩 한 방향으로만 일년에 한번씩 잡아도 7-8년은 걸릴 것이고 일년에 두 코스를 걸어도 3-4년을 잡아야 할 것이니 그간 못한 여행을 하는 일정까지 하면 은퇴하고 나서 도전하면 길 위에서 늙어버릴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 싶은 마음이고 좀 maniac한 기질이 있는 나라서 신중하게 잘 알아보고 시작할 일이다.



걸으면서 자전거를 타면서 오늘 마저 다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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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6-21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은 책에서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아, 정말 미치겠슴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니. 손바닥에 쓸 수도 없고. ㅠ) 어떤 작가가 소주에다 홍초를 타서 마신다더군요. 전 요즘 술 아예 안 마시지만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혹시 생각있으시면 홍초 칵테일 한잔 드시고 리뷰 남겨주시죠. ㅎㅎ

transient-guest 2024-06-21 10:18   좋아요 1 | URL
제가 만나는 술자리의 지인들 중에서 소주를 마실땐 꼭 생레몬을 시켜서 즙을 짜넣는 분이 있는데 비슷안 논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홍삼을 타마시는 사람도 봤으니까요. 술은 줄이긴 해야하는 것이 살도 그렇고 건강에도 안 좋아서, 특히 노년의 머리건강을 위해서는 많이 덜어내긴 해야합니다. ㅎㅎ 언제 기회가 되면 try해보 남겨보겠습니다.

blanca 2024-06-21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0대부터 잃을 근육도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죠? ^^;; 오늘 상체 운동 하는데 어찌나 안되고 힘들던지...근육이 없어 근육이 붙지도 않는 건지 싶네요.

transient-guest 2024-06-21 10:21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천천히 만들어가셔야 할 듯. ㅎㅎ PT를 받는 건 아주 좋은데 좋은 PT를 못 찾으면 진짜 뻘짓만 계속 시킨다고 하니 쉽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 근육운동을 시작하던 2009년엔는 한 일년 가까이 일주일에 한번씩 PT로 자세와 도구 사용하는 법을 배웠어요. 요즘은 YouTube에 잘 나와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초기에는 좀 배우셔야 상태와 근육에 맞는 자세를 익힐 수 있습니다. 근육이 있어야 뼈가 건강할 수 있다고 해서 늘 신경쓰거든요.ㅎㅎ 마른 체형의 여성들이 근육이 좀 붙고 등과 허리가 펴지면 전체적으로 선이 예뻐지는 것 같습니다. 저같은 토종사람은 그냥 옆으로 퍼지지만요.ㅎㅎㅎ
 

일을 하다보면 항상 비슷한 패턴으로 업무가 처리되고, 성과가 나오고, 잠시 slow하다가, 한꺼번에 많은 일거리가 밀려들어오고, 그 와중에 쉽게 처리되길 바랬으나 재심서류가 나와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대략 내가 살아가는 일년이 이런 패턴의 반복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오늘도 그 패턴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속으로는 욕도 해가면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두 불구하고 금요일이라서 조금은 행복해하면서 주말의 휴식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아서 심심하면 알라딘이나 아마존을 기웃거린다. 그러다보면 결국 뭔가를 사게 된다. 당장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한 것이 화요일이었는데 아직 shipping도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엊그제 아마존에서 책을 구입했고 오늘 또다시 알라딘을 기웃거리다가 책을 주문해버리고 말았다. 오늘은 아마도 높은 스트레스에 의한 반대급부와 원달러 환율 때문일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프랑스구간을 걷는 이야기. 번역문학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특히 사랑하여 기회가 되면 걷게 된다는 르퓌지역을 구간마다 소개하면서 소소한 정보와 함께 책을 매개로 전달하는 잔잔함이 좋다. 한때 너무 지치고 힘든 나머지 늘 slow life를 꿈꾸던 시기가 있었다. 늘 RV를 타고 떠도는 삶, 시골에서 조용하게 사는 삶을 그렸었는데 기실 RV를 타고 떠도는 삶은 사실상 glorified version of homeless의 삶이라고도 하듯이 쉬운 것이 아니었고 시골 또한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라서 손재주가 없으면 결국 돈으로 때워야 하는 삶이라서 이젠 맘이 없지만 산티아고 순례는 꼭 가보고 싶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그렇고 이런 저런 좋은 길을 하염없이 걷고 저녁엔 쉬면서 책을 읽으면서 보내보고 싶다.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역시 내가 많이 지쳤구나라는 생각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



연작으로 화성에서의 첫 이주부터 화성-지구가 제법 연결되어 오가는 시절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과학자들은 strict하게 모든 factor를 수치화하여 일체의 감정을 배제하고 가능성을 그려본다면 작가는 수치화될 수 없는 human factor를 그려본다고 말하는 후기를 보면 aI를 이용한 모든 computation은 그대로 의미가 있다고 해도 우리가 화성, 아니 달에 가서 사는 정도만 해도 인문학의 접근을 통한 예측과 계량이 필요할 것 같다. AI가 소설도 쓸 수 있다는 시대에 왔으니 작가라는 직업도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사람이 이 모습 그대로 화성에 가는 날이 오기 전에 우린 엄청난 대재앙이나 대전쟁을 통해 강제적인 혁명을 먼저 거쳐서 status quo를 부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내 살아생전에 화성으로 가는 모습을 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소설만 열심히 읽어도 될 것 같다. 


주말에 읽을 책 몇 권을 챙겨서 퇴근할 때 가져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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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06-15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저도 산티아고 순레하고 싶었던 기억이 나네요. 해외에서 알라딘 배송추적하며 초조해하던 기억도 납니다. ^^

transient-guest 2024-06-18 04:25   좋아요 1 | URL
ebook이랑 태블릿, 옷가지 챙겨서 그렇게 두어 달 걷고 오면 좋겠어요. 알라딘배송이 DHL로 오니 지금은 비싸도 잘 track이 됩니다. 예전에 배로 보내는 옵션 있을때 수송비 아끼려고 주문 후 한 달 있다가 받고 할땐 저도 늘 기다리느라 애를 태웠죠.ㅎㅎ
 

주말에 읽은 것들을 정리한다. 일은 끊임없이 해야하는데 사람이란 것이 기계가 아니라서 이렇지 지치는 목요일이 되면 가끔 자잘한 업무만 처리하면서 살짝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걸작 5부작. 4-5권을 내리 마저 읽었다. 가장 임팩트가 강했던 첫 번째 Talented Mr. Ripley만큼은 아니지만 괜찮았다. 첫 번째는 알랭 들롱의 '태양은 가득히', 맷 데이먼의 Talented Mr. Ripley,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의 시리즈로 만들어졌고 두 번째는 좀 엉뚱하게도 존 말코비치가 리플리로 등장했던 Ripley's Game이란 영화로 나온 적이 있다. 사이코패쓰기질이라고 봐야할 리플리의 아무렇지도 않은 살인행각이 처음엔 아주 이상하지만 시리즈를 읽다보면 무척 자연스럽게, 그라면 당연히 그랬을 것처럼 생각되니 이런 것도 전염성이 있구나 싶다. 심리묘사를 따라가다보니 그렇게 되는 건가 싶다.


다양한 책이 번역되는 요즘이지만 아무래도 영미권만큼 익숙하지 않은 것이 유럽, 특히 북유럽작가들 같다. 몇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봐도 그런 느낌을 받는데 생각해보면 노르웨이 작가의 책은 진짜 처음 보는 것 같다. 노르웨이 하면 그저 어릴 때 읽은 아문센이나 난센 같은 탐험가들의 전기나 피오르드, 극지방의 오로라 같은 단편적인 이미지들만 떠오를 뿐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해서 서술하고 또 반복한다. 그 와중에 엄청난 긴박감을 느끼게 하는데 나도 모르게 글을 빨리 읽으면서 그 속도감을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기승전결만 보면 이런 저런 innuendo가 있는 것 같은데 과거의 동성애적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절친했던 둘만 아는 어떤 비밀스러운 행위나 다른 사건 - 주로는 성적인 innuendo로 - 을 끝까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이야기는 계속 숨가쁘게 서술된다. 북쪽 끝 어딘가 한적한 동네에서 어제도 오늘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그러나 Youtube에서 보여지는 그런 삶의 낭만은 전적으로 배제된 모습이 막막하다. 끝없이 밤이 이어지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200kg의 근육질과 50kg의 말라깽이가 같은 글러브를 끼고 같은 링에서 똑같이 10 카운트 룰로 복싱대결을 한다고 하면 이걸 공정한 룰에 의한 공정한 대결이라고 말할 정신나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 50kg가 두들겨 맞고 끝나버릴 일방적인 결과를 보면서 자유경쟁에 따른 공정한 결과라고 말할 미친 인간은 없을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시스템에서는 이걸 갖고 자유로운 경쟁, 시장자유화 등 다양한 말로 공정함을 피력하는 것 같다. 더구나 시장논리에서는 룰 마저도 200kg짜리에 훨씬 유리하게 되어 있고 언제든지 그가 원하는 대로 룰과 심판을 bend하고 있음에도 그렇게 시장만능을 외치는 건 결국 절대부자, 절대강자들이 '자유경쟁'이 얼마나 자기들한테 유리한지 알기 때문이 아닐까. 


미국도 엉망이고 이보다 더 엉망인 한국에서는 결국 대자본일수록, 정치, 검찰과 가까울 수록 처벌의 수위가 낮아지거나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고는 있으나 해결책은 요원하고 기본적으로 읽을수록 법은 왜 지키며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니 이 status quo를 무너뜨리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국제급의 대재앙이나 대전쟁 밖에 없을 것 같다. 



지난 주 목요일 난생 처음 북경오리를 먹어봤다. 지인이 잘 아는 곳에 각자 와인 한 병씩을 들고 갔고 한 명은 무려 수정방을 들고 왔던 엄청난 술자리였다. 백주 또한 처음 마셔봤는데 고급한 술이라서 그런지 와인과 섞어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마신 다음 날 오후에 어디를 다녀오느라 여섯 시간이 넘는 왕복운전까지 했다는 사실. 


술집도 좋고 음식과 함께 가져간 술을 마시는 술자리도 좋다. 집에서 마시는 술은 요즘은 조금 재미가 떨어지는데 이것도 안 하다 보면 또 그리워져서 일부러 사람을 만나는 약속을 없애고 주말에 혼술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이번 주, 다음 주, 그리고 7월 4일 주간 이렇게 거의 매주 술자리가 예정되어 있으니 걱정과 즐거움이 반반이다. 어느덧 사회관계가 조금 생겨서 한 동안 안 보면 또 만날 자리를 만들게 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금년까지는 그렇게 지나가고 몇몇 멤버들의 귀임과 함께 따로 만나는 자리를 fold하여 3-4인으로 줄어든 채 현지에 남은 사람들끼리 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아직은 신발, 마음, 기억을 놓고 나오는 술집은 없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미친 듯이 마셔도 되는 나이는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주말에 읽은 세 권 더. 


한국의 법정에서 검사는 자기의 사건을 beyond the reasonable doubt수준으로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국정원의 문건이, 그것도 2급비밀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조사가 된 건이 있고, 다양한 경로로 검찰이 시도한 사건조작정황이 나왔다면 그것이 어떻게 beyond the reasonable doubt수준에 도달했다고 판결할 수 있나. 국정원문건은 아무 설명이나 근거가 없이 못 믿을 문건이고 김성태의 증언은 건실한 기업인이라서 믿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으로 뭉개는 판사의 꼴이란. 신모씨 당신 그 죗갚은 치루고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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