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 7시 공연으로 Dracula - Ballet at It's Darkest를 예매한 것이 3주 전이었다. 한 열흘 정도 Orpheum Theater에서 공연한 것이 미국에서의 초연이라고 했는데 난생 처음 가보는 Orpheum Theater의 위치와 늦은 시간의 SF치안을 고려한 parking garage예약을 비롯해서 자리선정까지 모두 ChatGPT의 도움을 받았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대만족이었다. 자리선정은 가격대비 남은 자리들 중에서 가장 나은 자리를 잘 골라주었고 parking또한 garage에서 나와서 길만 건너면 바로 theater가 나오는 위치였기에 드나듦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심지어 공연이 끝나고 많은 관객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니 너무 오래 공연장에 머물지 말고 나올 것을 권해주었을 정도. 새삼스럽지만 참으로 놀라운 세상이다. 아직도 종종 뻥을 치고 모르는 걸 아는 척을 하지만 덕분에 이런 일상의 소소한 것들부터 업무에서 힘을 쓰기 싫은 메일답변까지 기초적인 것을 던져주면 제법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다. 


금요일에는 오전에 조금 늦게 출근하여 manual한 것들을 준비하고 불쾌한 일도 몇 가지 처리했지만 전날 SF에 올라갈 때 traffic 탓에 2시간을 넘게 운전하고 돌아오는데 1시간을 넘게 운전을 한 탓에 몸이 많이 피곤하여 운동을 하지는 못하였다. 오후에 조금 일찍 퇴근하면서 간만에 BN에 들려 책구경을 하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책'과 '서점'을 구한 '고양이'라는 각각의 제목에 끌려서 샀고 Dresden Novella는 나온다고는 했는데 시기를 모르던 것을 우연히 구했으며 '흑묘정 사건'은 아직 한국에 번역되어 나오지 않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이라서 냉큼 집어들었다. 책값이 많이 오르긴 해서 회원가로 10%+10%으로 할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0%의 sales tax가 더해지니 거의 90불이 나왔는데 요즘 부쩍 오른 물가를 생각하면 다섯 권을 읽는 즐거운 시간에 더해서 수집의 즐거움의 댓가라고 하면 싸다고 생각된다. 더해서 산 요시다 아쓰히로의 Goodnight Tokyo도 기대된다. 한국에서는 두 권의 책이  2011년 정도에 나와서 이미 절판된 모양이다. 


삶이란 하고 싶은 일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의 연속이란 생각이 드는 요즘 월요일이 싫은 일요일 오후를 보낼 때가 종종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낫겠지 하면서 주어진 그날의 일을 열심히 처리하고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으며 꾸준히 운동하고 읽으면서 지내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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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26년의 반이 지나가버린 시점에서 돌아보면 일년을 살아낸 것처럼 다사다난하고 바쁜 시간이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서 자본주의에 기반한 민주공화정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다음 시대는 정부를 능가하는 초국가기업과 극소수의 부자들이 만든 과학기술의 디스토피아가 올 것이란 생각을 했다. 말로만 검찰개혁이고, 정권을 탈환한지 일년도 못되어 계파정치와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내부총질, 정치공학에 기반한 외연확장에 개판으로 돌아하는 꼴을 보면서 답답했고 트럼프와 MAGA의 전횡을 막기엔 역부족인 현재의 민주당과 그 반작용으로 급부상한 좌파포퓰리즘을 보면서 더욱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이번 해도 일은 잘 돌아가는 편이다. business가 회복된 2021년부터 지금까지 아마도 버는 수준에서 보면 2단계 정도 밑으로 쓰고 살아왔기에 그간 기적처럼 자산도 많이 쌓였기에 더욱 걱정은 과거에 비하면 훨씬 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특성상 늘 bottomline과 내일의 먹거리는 걱정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그건 아마 soft FIRE을 하는 시점까지는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20년 동안 일하면서 한번 정도 수임료를 중간에 떼먹고 한국으로 도망간 client가 있었다. 내가 종종 비용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소액분납도 잘 허락하는 편이지만 그 외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 또 한번 그런 일을 아주 지저분하게 겪고 나니 사람이 싫어진다. 말을 수없이 바꾸고 직전까지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다가 정산하기로 약속을 받은 다음 날 다시 말이 바뀌었고 도저히 봐줄 수가 없어서 최후 통첩을 했더니 일주일을 묵히다가 ChatGPT를 돌려서 말도 안되는 어거지로 다시 납부를 거부한 사람이다. 인상은 과학이라고 생각하고 대화에서 많은 것을 catch할 수 있는 경험이 쌓인 지금의 나는 다시 한번 자신의 직감을 믿어야 한다는 걸 알게 해준 결론이다. 2000불 정도의 액수는 잘해야 소액재판인데 거기에 들일 시간을 생각하면 법적으로 간단한 절차까지는 밟아보겠지만 실제로 민사를 하기엔 무리가 있으니 일단 중재권고를 안내하고 법적 기일이 지난 후에 받아주는 곳이 있다면 collection agency로 넘기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돈보다 내 직감을 따르지 않았음에, 그리고 믿음을 그런 식으로 배신당하고 나니 사람이 싫어지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일을 겪어도 예전보다는 많이 담담해지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미움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걸 보면 나이 오십을 지천명으로 부른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책읽기는 느리기 그지 없어진 요즘인데 영어책을 연달아 읽으니 속도가 나지 않는다. 이번 가을에 한국에 가면 배편으로 부칠 책이 못해도 필경 300권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정말이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하루를 보내는 soft FIRE이 빨리 왔으면 한다. 마음도 지쳤고 사람도 싫어진 요증미아서 더욱. 


이번 해는 사무실 lease가 끝나는 해였는데 좋은 조건으로 다시 5년을 연장했다. rent도 조금만 올렸고 매년 3%정도만 올리는 수준에 관리비는 reset이 되어 2026-2027의 실질적인 rent payment이 조금 낮아진 것에 더해서 사무실에 벽을 치고 방을 하나 더 넣어서 책을 많이 수남할 수 있도록 내부의 remodel을 건물주의 부담으로 해주기로 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 아니겠는가. 2023년에 3년 갱신 당시에도 코로나의 여파로 공실이 많아졌던 덕분에 rent을 낮춰서 계약해었는데 이런 면에서는 운이 좋다고 하겠다. 공사가 끝나면 IKEA에서 KALLAX 같은 걸 여러 개 사서 지금 마구잡으로 구겨넣은 책들을 잘 정리해놓고 5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비스마르크에 의한 독일제국의 탄생을 다룬 역사책. 비스마르크는 어릴 때 읽은 전기가 0'통일'을 만들어낸 부분을 크게 부각시킨 탓에 매우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느 작가의 번역인지, 아니면 일종의 edit번역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80년대의 소년소녀문고판이었으니 당시 한국의 시대상을 반영햇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생각보다 프로이센이란 국가나 국왕이 통일이나 통일의 주체 또는 주도하는 세력으로서 큰 관심이 없었다는 서술은 내가 기억하는 전기에서의 내용과 상이하였기에 의외였다. 전기에서는 비스마르크의 주도하에 국왕과 나라가 똘똘 뭉쳐서 통일로 갔던 것처럼 묘사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서술자체는 많이 dry해서 딱히 몰입도가 높지는 않았던 것이 흠이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면에서.


무척 기괴한 이야기. 소설도 소설이지만 실화에 바탕했다는 것을 보면서 역시 때로는 사실이 더 소설 같다는 말이 떠올랐다. 르포기자가 살인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여자를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나이 많고 외로운 남자들을 '호려'먹고 죽게 만든 혐의를 받고 재판 중인 여자는 의외로 대단한 미모나 마성의 매력의 소유자가 아니다. 


근데 이 사건을 따라가는 부분은 스토리에서는 그저 하나의 축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소설을 빼어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이야기는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읽을 당시에 떠올린 많은 것들은 지금은 머리에서 삭제되어버린 것 같아서 아쉽다.
















시리즈의 초반 1-14권까지는 구하기가 어려운 편이라서 중기에서부터 읽어왔는데 시리즈가 걸이지니 플롯의 기승전결은 고만고만하다. 하지만 나폴레옹전쟁부터 섭정시대까지의 pre-Victorian 세계관에서 다뤄지는 추리활극과 귀족-평민들의 차별과 불공정함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상당한 재미와 깊이가 있어섯 비록 mass market paperback이지만 1권부터 구해서 읽어보려고 한다.


앞서 말한 건 외에도 상당히 무례하게 케이스중단애 따른 full refund를 요구하는 메일을 받았던 어제는 정말 우울했었다. 돈이야 돌려주면 그만이지만 그간 한국어로 소통하다가 영어로 던져온 통보에 기분이 상했고 비록 초기에 큰 진행이 없었던 케이스지만 기초자료분석, 전략수립, 이에 따른 상담과 분석, 이후 진행된 안내자료준비와 제공까지 들어간 시간과 노하우는 깡그리 무시한채 최종단계까지 안 갔으니 full refund를 요구하는 뻔뻔함까지. 일을 하면서 떠올리는 바, 덜 배우고 덜 가진 사람의 이상한 짓에는 한계가 있으나 많이 배운 사람이 이상한 짓을 할 땐 참 별별 유형이 다 있는 것 같다.


내일이면 또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잘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텨야 한다. 나이와 함께 자라나는 부동심과는 별개로 지치는 건 또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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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7-09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래가 유토피아적 세계관으로 그려지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항상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그려진다는 건 현재가 그만큼 암울하다는 증거겠죠.

transient-guest 2026-07-10 01:28   좋아요 0 | URL
그만큼 나쁜 일이 먼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도 합니다. 좋아지기 전에 최소한의 과도기라도 올텐데 그 과도기는 혹독한 겨울이 될겁니다.

blanca 2026-07-10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면서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게 되는 게 싫으면서도 또 어쩔 수 없기도 하고 그래요. 나이 드신 분들이 왜 이리 사람에 대한 의심이 많나 했는데 저도 요즘은 이해가 가기도 해요. 새로 꾸밀 서재 궁금합니다.

transient-guest 2026-07-11 03:56   좋아요 1 | URL
저도 오래 일을 해서 그런지 이젠 거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개별케이스에 대해서 딱히 더 마음을 쓰는 건 덜합니다. 계약서를 너무 복잡하게 써도 어렵고 적절히 쓰면 가끔은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대부분 정상이고 합리적인데 요 최근 일들은 좀 extreme했네요. ㅎㅎ 내부공사를 1-2차로 나눠서 정리하면서 진행하니 연말이나 되어야 정리가 끝날 것 같아요.ㅎ
 

언제나 그렇게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은 어렵고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2009년부터 꾸준히 gym을 다니고 있지만 2-3일만 빠져도 가기 싫어지는 것이다. 독서도 그렇고 글로 읽은 것을 남기는 것 또한 그렇다. 게다가 이제는 근 20년 넘게 일해온 끝에 typing을 하면 어깨가 아픈 것이 늘상이라서 그간 마음을 다잡고 페이퍼를 쓰다가 만 것도 여러 번이다. ChatGPT를 사용해서 요점만 던져주고 문장을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문장에 이르는 길이 사라진 상태로 결과물만 나오는 것이 여간 맘에 걸리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는 방법이 아닌 것으로 결론을 지어버리니 다시 페이퍼를 쓰는 것이 너무 어렵기만 했다. 
























































한편 책읽기도 그 속도가 매우 줄어들었고 특히 폰의 영향인지 한번 자리를 잡고 긴 호흡으로 오래 읽는 능력이 퇴화한 듯 여러 권을 붙잡고 조금씩 읽기만 하고 완독을 하지 못하여 읽고 있는 책이 못해도 스무 권은 넘을 정도였으니 3월부터 지금까지 읽은 책이 딱 요만큼이다. 그렇다고 내가 책을 깊이 읽고 음미하는 것도 아니라서 이건 그냥 습관이 안 좋아진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문제를 인지하고 다시 노력을 하는 것이 평생의 업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다시 조금씩 늘리면서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 아주 미미하더라도 행동으로 이어지는 인지는 배신하지 않는다. 천천히 그렇게 다시 읽고 쓰는 시간을 늘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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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6-06-01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달부터 정신 차리고 글 쓰는 루틴을 다시 만들려고 해요. 일단 시작해 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

transient-guest 2026-06-01 07:26   좋아요 0 | URL
뭐라고 쓰려고 합니다. 안 쓰다보니 계속 더 안 쓰고 못 쓰게 되더라구요. 나이를 먹으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몇 가지 좋아하는 것에 포커스해야만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ㅎ

잉크냄새 2026-06-01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길손님의 글 기다리고 있습니다. ㅎㅎ

transient-guest 2026-06-02 00:5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한국이 조용해지니 온 세상이 시끄러워졌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을 단련해서 몸과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몸이란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살면서 두 번 정도 체력을 피크로 올린 적이 코로나 직전과 코로나 시기였다. 이 두 번의 시기에 난 weight lifting을 1-1.5시간, 달리기를 6-7마일, 이후 실내자전거에 줄넘기까지 할 수 있었다. 이 흐름이 무너진 것은 2021년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오면서부터였는데 이후 걷기나 하이킹을 곁들이기는 했지만 좀처럼 달리지는 못하고 드문드문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고 있었다.


작년부터 술이 늘어서 몸이 불어난 느낌을 던지고 생활을 좀더 정리해보려고 맘을 먹은 2026년 지난 주 Treadmill에서 천천히 걷기와 달리기를 해본 후 이번 주 화요일 짓뿌리는 비를 맞으면서 오전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길을 걷다가 근처의 공원에서 3마일을 뛰게 되었다. 속도는 비록 피크시절에 비하면 한참 못 미쳤지만 그래도 1.4마일 정도를 걷고 나서 쉬지 않고 3마일을 뛰고 다시 1마일 넘게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 그날 에너지 레벨이 충만한 덕분에 weight lifting까지 제대로 할 수 있었다. 


하체운동을 한 어제는 시간이 없어서 자전거를 타지 못했지만 오늘 등과 이두운동 후 이 흐름을 기분 좋게 이어가려고 가볍게 걷자는 마음으로 Treadmill에 올라갔고 다시 2마일을 달리고 0.66마일 정도를 걸어서 afterburn을 올릴 수 있었으니 문득 몸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이젠 비록 나이도 많이 먹고 몸이 축나는 시기에 들어섰지만 과거 열심하던 시간들이 신경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흐름을 잘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20년간 같은 일을 해왔으니 속도가 빠르고 더 정확해졌지만 그만큼 일도 늘어나고 일의 강도가 세서 늘 힘에 부치는 기분이다. 독서도 느려져서 한 달에 10권도 채 못 읽는 것이 요즘이지만 이런 시기도 버티고 지나가면 또 나은 날들이 오리라 믿는다. 










































































쓰는 것도 예전같지 않고 이런 저런 것이 많이 귀찮을 때가 있고 고양이 둘에 (우연히 동거하게 된) 관심을 주니 TV도 잘 안 보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한 흔적들이다.


저녁의 일정을 모두 마친 평일이나 모처럼의 나른한 주말 오후에 TV에 YouTube으로 재즈나 가벼운 피아노 연주를 틀어놓고 소파에 기대앉아서 천천이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고양이들 중 나를 많이 더 좋아하는 노묘인 벨라가 (강한 전생의 인연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녀석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꾼 꿈이 예사롭지 않다) 옆에 와서 몸을 바짝 붙이고 자면서 골골거린다면 더욱 좋다. 


저녁에 약속이 있어 나가야 하는데 그 전에 햇살이 좋은 오늘 일찍 퇴근해서 테라스에 앉아서 책을 좀 읽다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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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마지막으로 가본 것이 몇 달은 된 것 같다. 그리운 마음에 YouTube으로 이런 저런 서점영상을 보면서 이런 시대에 서점을 경영하는 사람, 서점을 찾는 사람, 특히 고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국 오래된 무엇인가에 매료되고 그 분위기와 향기에 둘러싸여 살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동네에 있던 BN은 다 망하고 딱 한 군데만 남았는데 작년 초의 뉴스들을 보면 CEO가 새로 들어오면서 공격적으로 지점을 늘리면서 컴백을 하고 있다던데 우리 지역은 아닌 것 같다. 그저 Los Gatos DT에 William Sonoma가 망하고 나간 자리에 하나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서점이라는 것이 귀해진 세상에 대형서점이라도 여러 곳에 생기면 반가울 것 같다만 이게 사실 마켓이 커졌다기 보다는 대형서점까지 망하면서 다시 조금씩 살아나던 작은 서점들의 마켓을 갈라먹는 결과로 나온 현상이라는 시장분석이 있어서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Los Gatos DT는 원래 중심가를 두고 이런 저런 부띠끄샵이 많은 작은 부촌 DT인데 예쁜 독립서점이 하나 꽤 성업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BN의 공격적인 컴백의 방식은 지역색을 더해서 최대한 그 지역에 특화된 독립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결국 BN이 하나 더 생기는 만큼 작은 서점은 과거 BN 같은 대형서점이 지역을 잠식하던 8-90년대와 같이 또다시 밀려날 수도 있는 것이다. 서점이 워낙 귀해지고 있어서 BN이라도 하나 더 생겼으면 하면서도 역시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디스토피아가 여기서 그려진 것보다는 훨씬 더 과학기술에 기반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다. 하지만 ICE라는 이민단속집행 (경찰이 아니다)기관이 반이민-혐오주의자를 수장으로 한 Proud Boys, KKK, Oath Keeper같은 극우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장악된 끝에 평화롭게 자리를 떠나려던 시민을 쏴죽이고 (불법이고 비법이다), 이로 인해 그간의 문제와 함께 폭발한 미네아폴리스에 1,500명의 공수부대가 투입을 위해 대기중인 2026년의 미국에서 이 책을 읽으니 등줄기가 서늘할 수 밖에. 


지금 미국이 가려는 길은 과거로의 회귀이자 미래를 소수의 부자들과 정치인들이 장악하고 세습하려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전체주의 디스토피아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Job training school로 변질된 고등교육과정은 그 비싼 학비가 더 이상 가성비를 내지 못할 정도로 나빠진 job market. 여기에 더해서 더욱 빨라지고 있는 A.I.기술발전을 이유로 아예 대학교는 다닐 가치가 없어졌다는 폄훼와 함께 고졸 후 차라리 자기네 회사로 와서 일과 공부를 하라는 팔란티어 같은 기업들의 선동으로 반지성주의의 확산이 포장되는 느낌이다.  


취직을 통해 받은 전표는 집과 생필품 구매에 쓰이지만 늘 모자란 탓에 결국 회사의 노예로 전락해 사고 팔리는 직원(?)들의 모습으로 나타난 구조적 노예제. 반지성주의, 비교육을 거듭한 결과 읽고 쓰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작품속의 2026년의 미국은 더 나아질 수 있는 힘이 아예 근원적으로 사라진 상태에 다름 아니다. 벽 안에서는 소수의 권력이 주는 안정을 매개로 자발적인 노예로 전락한 다수와 이를 거부하고 바깥에서 살아가는 떠돌이, 갱, 마약에 취한 폭도들, 그 속에서 자립한 사람들은 공권력의 사실상의 부재로 죽고 죽이면서 살아가는 모습에서 지금의 우리들을 본다. 


ICE가 갑자기 막대한 재정을 끌어다가 인원을 확충할 때 이미 이들은 트럼프의 사병처럼 사용될 것이란 예측이 있었는데 하는 짓을 보면 국비로 지원을 받은 Nazi 갈색쳐츠단과 다를 바가 없다. 구성원들도 상당수 제대로 훈련이 되지 않은 totally unqualified people가 아니면 극우무장단체출신들이 많다고 하니 정말이지 2026년의 미국은 과거 같은 미래로 가고 있는 중이다. 후속작에서는 뭔가 희망적인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내가 위로 받을 수 있을까.


'남자의 일생'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만 같다. 십대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겪는 중간중간의 방황과 연애를 보면서 특히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서머싯 몸의 자전소설의 색채가 강하지만 모든 것을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았다고 하며 특히 작중 주인공의 연애대상들과 서머싯 몸의 배우자와의 공통점은 없다는 설명이다. 내가 읽은 대로라면 물론 등장하는 여성들 중에서 작가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배우자의 모습, 싫어하는 배우자의 모습 등 여러 가지 모습들을 하나씩 작중 여성들에게 투영했다는 생각을 한다만 어쨌든 그렇다고. 고전을 아주 느리지만 한 권씩 읽어가면서 이가 빠진 시리즈는 그때마다 사서 보충하고 읽어갈 계획이다. 400권이 넘었고 지금도 더해지고 있는 이 시리즈를 따라잡고 끝내는 날은 내 일차 retirement시기에서도 최소한 몇 년은 더 흐린 뒤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병렬독서가 지금도 유행이지는 모르겠다만 꽤 오랜 시간동안 내 독서의 방식이 되어주었던 이 방법은 당분간, 최소한 병렬독서를 핑계로 열고 닫기를 반복하면서 쌓인 근 스무 권 가까이 되는 녀석들을 다 읽을때까지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많은 책이 쌓이고 사들여지고 있는데 읽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스마트폰도 영향이 없지 않을것이라 여겨 저녁 시간과 주말에는 가급적 전화기를 충전기에 꽂아놓고 멀리하려고 노력한다. 


일을 속도가 빨라진만큼 시간은 더 빨리 눈앞을 스쳐가는 것에 가속력이 붙는 인생의 한 지점에 와버렸고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을 채우려면 쓸데없는 것에 낭비되는 시간을 아껴야만 한다. 조금씩 더 은퇴하고 싶고, 몸은 구조적으로 아파지고 있으며, 한없이 절박해지고 있는 마음으로 2026년의 첫 달을 살면서 최소한 마음만큼은 편하게 갖기로 했다. 


아주 성과가 좋았고 바빴던 작년 - 연말까지도 - 이었으니 1월이 다소 slow한 건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 일정이 예정했던 것보다 빠진 다음 주는 운동하고 책을 읽고 좀 놀면서 지낼 생각이다. 비교적 건강한 편이고 나이에 비해 여러 가지로 상태는 나쁘지 않고, 좀 안 좋게 나온 검진결과는 살을 좀 빼면 나아질 부분들이지만 딱 한 군데, 심장 만큼은 살도 운동도 아닌 스트레스가 원인이라서 이걸 다스리려면 내 마음이 편해져야 할 것 같아서 계속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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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1-19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점의 구조적 추세는 어디나 대동소이한 흐름이군요.

미국 ICE의 총격 살해 현장을 보면서 ‘악의 평범성‘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transient-guest 2026-01-20 05:58   좋아요 0 | URL
미국은 그래도 작은 주, 작은 타운에서 성업 중인 독립서점들이 꽤 있어요. 대기업이 들어가기엔 채산성이 낮은 그런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해볼만한 곳이면 BN이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독립서점 중심으로 걱정하는 소리가 있네요.

이번 ICE 같은 경우는 평범하지 않은 악이라고 봅니다. 기존 인력에서 엄청나게 인력을 확충하면서 장갑차까지 장만하고 무기를 잔뜩 구매했다고 하고 백인우월주의무장세력을 대거 취직시켰다고 합니다. 나쁜 놈들이 관복을 입고 원래 하고 싶어하던 짓을 하는 거죠. ‘악의 평범성‘은 작금 미국에서는 판사, 행정인력, 정치인들에게 많이 해당하는 느낌입니다.

미친 시대를 살아가려니 지혜도 지식도 다 소용이 없다는 생각마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