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인데 10월말처럼 느껴지는 건 갑자기 추워진 날씨의 탓만은 아니다. 12월에 조금 게으름을 피운 댓가로 1월을 무척 바쁘게 보냈는데 2월로 넘어와서 잠시 눈을 감았다 떠보니 벌써 다음 주 월요일이면 또 한달이 끝나버린다. 


그래도 바쁜 일정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좋다. 조금만 적응이 되면 사실 열심히 일한 하루의 보람이라는 건 피곤함과는 별개로 나에게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에 사무실을 나서면 뭔가 나도 잘나가는 대형로펌의 기업변호사같은 기분도 들고. 지금에서 보면 아득하니 멀게 느껴지는 대학교 1학년 첫 학기의 가을밤,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오던 그 11시 정도의 숲향기 가득하던 그 밤의 기억을 이렇게 바쁘게 일하고 늦게 퇴근하는 밤에 가끔씩 느껴볼 수 있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아닌가 싶다. 


마음이 바쁘고 몸이 지쳐 운동을 게을리하게 되는 건 좀 문제가 있지만 넓고 길게 보면 늘 몸을 움직이며 살아갈 것이라 생각하면서 넉넉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사실 덜 움직이면 그만큼 덜 먹으면 되는데 그게 어려워서 그런 면도 있기는 하다만. 








책을 읽을 여유조차 없었던 이번 주간이라서 쉬면서 잠깐 이번에 받은 '맛의 달인' 네 권을 보았다. 이걸 다 모아들이겠다는 생각을 하던 처음엔 무척 멀게만 느껴졌지만 이제 벌써 반 가까이 왔으니 다른 의미로 꾸준함은 역시 중요하다.


왕복운전이 두 시간 반 정도라서 그렇지 이런 때엔 주말이면 미술관에 가고 싶어진다. 특별전이 아니라도 꽤 많은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SF De Young이나 언덕에 있고 parking free에 view와 공기가 끝내주는 Legion of Honor도 좋겠다. 가서 걸어다니면서 그림을 보고 설명을 읽다보면 2-3시간은 훌쩍 가버리는데 문제는 역시 운전, 그리고 기름값. 푸찐의 우크라이나침공으로 더욱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기름값도 무시하지 못하고 케쥬얼하게 다녀오기엔 좀 멀게 느껴지니 특별전이 아니면 사실 안 가게 된다. 날씨가 좋아지면 그래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더더욱.


내일은 좀 일찍 나와서 일처리를 하고 점심 때 맘껏 운동을 하고 싶다. 현실은 피곤하고 추워서 겨우 시간에 맞춰 나올 가능성이 더 높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때도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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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계의 정세가 나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지만, 벌어먹고 사는 처지에 여러 모로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국도 통일이 임박한 시기가 되었을때 힘이 없으면 옆 동네 왕서방한테 눈 뜨고 코 베일 가능성이 높으니 지금처럼 국방에도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입만 살아 날뛰는 극우매국세력보다는 실사구시로 그간 국방과 경제력을 강력하게 한 온건보수의 민주당이 계속 정권을 유지해야 하는데 3월 9일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대선유세를 핑계로 이젠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굿판을 벌이는 탐-진-치 세 가지가 골고루 max out된 윤똥덩이를 뽑는 사람이 과반수가 넘을까? 중국이 역사논쟁의 선상에서 동북아공정을 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천만의 말씀. 이건 북한의 정권이 무너질 때 혹은 다른 경로로 만주의 조선족을 이용해 우리의 북방영토를 먹고 미국에 대항하는 완충지대를 만들고자 함인 것을. 늘 말하는데 일본이 밉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을 업고 중국에 대항할 파트너로 간주하고 적절한 외교 및 민간교류를 통해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함께 넓고 긴 연대를 맺어야만 중국의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음이다. 














참으로 예쁘게 제본된 열림원의 다자이 오사무 전집은 아쉽게도 딱 세 권에서 멈춰버렸지만 가끔 이렇게 꺼내 읽으면 읽는 내내 기분이 좋다. 한 손에 딱 들어오면서도 싸보이지 않는 견고한 디자인과 제본에 돋보이는 만큼 다른 시리즈로 전접을 갖고는 있지만 이 판본이 더 나오지 못한 것이 실망스럽다. 


단편과 중편을 모았고 읽으면 바로 줄거리가 떠오르면서도 돌아서면 잊게 되는 중장년의 독서인생이라서 앞으로도 출전이 떠오리지 않으면 이렇게 열어볼 것 같다. 표제작들 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토 준지의 '인간 실격'을 읽은 뒤로는 이런 것들이 모두 다자이 오사무 정신세계의 파편화된 모습들 같다. 르뽀가 아닌 경우 설사 에세이나 자전이 아니라도 결국 쓴다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의 모든 것을 끌어올려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창작 또한 이러한 쓰는 행위의 깊은 본성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책마을로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위그타운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주인장의 세 권의 에세이들 중 읽은 두 번째. 한 권만 번역이 되었기에 나머지는 amazon에서 구입했다. 짧지만 임팩트있게 서점을 경영하면서 만나게 되는 유형의 인간들을 정리한 목록이다. 책을 팔아서 부자가 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한번 통과하고 다시 거꾸로 걸어나오는 것보다 어려운 요즘의 세상이지만 창의적인 방법으로 서점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매일은 이상한 손님들과 말이 안 먹히는 점원들과 먼지 가득한 책과의 전쟁이겠지만 그래서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책이 가득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건 언제나 부러운 일이다. 


짧고 쉬운 단어로 말해도 되는 걸 굳이 어렵고 길게 말하는 사람부터, 싸디 싼 헌책값을 더 깎으려고 하는 사람, 애들을 맡겨놓고 사라지는 사람, 헐값에 산 보물을 아주 비싸게 넘기고 그걸 자랑하는 꾼들까지 정말이지 나였으면 당장 꺼지라고 했을 유형의 인간들이 다른 보통 혹은 좋은 손님들과 함께 서점이 굴러가는 힘이 된다는 것이 매우 역설적이다. 은퇴하면 20평 정도의 공간을 얻어서 벽은 책장으로 둘러서 책과 미디어를 정리해놓고 하루를 보내는 것을 오늘도 변함없이 꿈으로 간직하고 하루를 살아냈다. 표지의 그림처럼 창문이나 문틀 위에까지 가득하게 책과 영화로 채울 공간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 슬슬 정점을 찍고 내려갈 여정을 준비하는 시기가 다가올 것이니 그렇게 자꾸 생각이라도 해보게 된다.


러시아를 서구적인 근대국가로 만들기 위해 선택된 땅. 표트르대제를 시작으로 지난하게 이어온 근대화의 상징이면서 그 좌절이기도 한 이 멋진 고도의 역사로 풀어보는 러시아의 근대역사까지 버릴 것이 없는 내용으로 꽉 찬 책이다. 이런 survey계열의 묘사는 책에 따라 무척 지겹고 빡빡하여 진도를 나가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태반인데 이 책은 술술 읽힐만큼 flow가 좋은 매끄러운 번역 또한 돋보인다. 책에서 책을 오가는 건 이제 더 이상 놀랄 일이 없는 흔한 일이니 이 책을 읽으면서도 기어이 몇 권의 번역서를 찾아 알라딘의 장바구니를 채워놓았다. 보관함이 넘치다 못해 이젠 장바구니에 400권이 넘는 책을 모아놓은 난 뭘하는 건지. 


여행이 제대로 살아나고 한참 후, 언젠가 일이나 사는 문제보다는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내면서 종장을 향한 항해가 시작될 즈음해서 일년에 여행할 곳을 미리 정하고 그 나라의 언어를 몇 달 공부하고 싶어졌다. 사실 여유가 있고 준비가 된다면 2-3달 언어공부를 하고 여름을 이용해 어학과정에 등록하여 2-3달 정도를 살다가 온다면 가장 합리적이고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 방법론은 좀더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하겠지만 괜찮은 생각 같다. 









쓰가 아스코의 번역된 책을 모두 구한 후 첫 번째로 읽은 '소금 1톤의 독서'에서 본 소금 1톤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출전을 알 수 없어 다소 깊이 빠져들 수 없었던 면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만으로도, 그리고 문체에서 느껴지는 추억의 기시감이 좋다. '김용 무협소설의 여성 인물 분석'은 팟캐스드로 들었을 때보다는 재미가 덜했지만 이 방향으로도 진지하게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된 즐거움이 있다. '비블리아 고서당'은 2부인데 나온 걸 여태 모르고 있다가 읽었다. 1부의 일곱 권처럼 보면 항상 책을 더 읽고 싶어진다. 이젠 부부가 된 그들은 소설속의 세계지만 여전히 책을 사고 팔면서 소박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소설속으로 들어가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럽기 그지 없는 평화로운 풍경에서 설레임으로 시작해서 울적함이 남는다. 김초엽작가 (이름부터 작가스럽다)의 SF는 여전히 SF와 Fantasy는 장르소설로 (잘 팔려도) 구분되는 한국의 문단이라는 불모지에서 핀 소중한 꽃 같다. 장편으로의 무궁한 발전과 함께 해외로도 뻗어나갈 날을 기다려본다. 


뭔가 그때 그때 달라서 어쩌면 한 권씩 좀더 길게 이야기할 수 있었을 책을 짧게 정리하기도 한다. 그냥 밀리기 전에 이 정도라도 하면 다행이다 싶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여러 가지로 읽는 것도 쓰는 것도 그저 그랬던 작년과 비교하면 비록 한 해를 따져보기엔 너무 이른 2월의 마지막 주간이지만 이 또한 다행스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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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2-23 1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청 밀리고 있어요. 간단히라도 정리하는 게 좋은데 말이죠. 열림원 다자이 오사무 전집이 세 권으로 끝인가 보군요. 저는 사양,만 있네요. 두 권 찜합니다. 트랜님 스무 평 책방 상상만 해도 므흣합니다. 여행과 현지 언어공부도 로망인데 언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생각이 시작이죠. 아쟈! 트랜님 꿈에 편승해서 왠지 두근두근.

transient-guest 2022-02-24 11:53   좋아요 1 | URL
읽는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닌데 금방 밀려버리곤 해서 늘 노력합니다. 언젠가는 그렇게 일과 사는 것에 치이지 않고 slow하게 살고 싶어요. 모두들 함께 각기 꿈을 갖고 노력하면 좋겠어요.ㅎ 여행/언어는 꾸준히 어떻게 가능할지 생각해보렵니다.
 

겨우 한 달이 지났지만 뭔가 작년보다는 더 나은 것 같다. 일도 작년 이맘 때와 비교해서 바쁜 편이고 들썩거리는 것이 좋다. 책도 잘 읽고 글도 나름대로 더 써보려고 한다. 조금만 더 편해지면 좋겠다. 일이 많아도, 아니 바쁘면 그럴수록 더 편해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결국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먼저라서 일이 바쁜만큼 회사가 잘 돌아가면 여유는 저절로 찾아지게 마련이다. 















인연에 이끌려 '서점'을 언급하거나 서점을 무대로 한 책을 여럿 읽었다. 'You'의 원작인 '무니...'의 치밀한 묘사는 배우의 연기와 매력에 가려진 넷플릭스의 드라마보다 훨씬 더 끈적끈적했고 '서점일기'는 한국어로 번역되지 못한 남은 두 권의 책을 아마존에서 구입하게 했다. '서점일기'는 현실의 이야기라서 읽으면서 스코틀랜드에 있다는 책마을 Wigtown과 함께 에든버러에 가보고 싶은 마음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끊임없는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듯한 것이 무려 매우 성공했다는 책마을 서점주인의 일상이라서 역시 책방주인은 나에겐 무리가 아닌가 싶다. 책으로 밥을 먹고 사는 것이 재화를 창출하는 좋은 직업이었던 시절은 90년대를 끝으로 지나가버린지 오래라서, 그리고 책을 사들이는 걸 좋아하니 팔기는 커녕 끝없이 책속에 파묻혀버릴 가능성이 더 높아서. 


'휴남동...'을 보면서 주인장이 능력있는 분이라서 직업과 삶을 바꿀 때 서점이 들어갈 건물을 사버렸다는 설정은 서점경영에서 보면 매우 현실적이었으되 그 현실속에서 보면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건물을 살 돈이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요즘 세상엔 서점을 열지 않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속초에 있다는 '동아서점'이 그러고 보니 건물주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쓰가 아스코의 '코르시아 서점...'은 서점을 매개로 떠올린 과거의 친구들과 지나가버린 열정의 시대에 대한 향수가 아주 진했다. 가끔 책이 음악이나 노랫말보다 훨씬 더 진한 과거로의 여운을 주고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과거에 대한 향수를 그대로 뒤집어쓰게 만드는데 자주 하는 경험은 아니라서 색다르고 소중했다. 오늘 일단 한국어로 번역된 쓰가 아스코의 책을 모두 주문하는 것으로 훈훈한 마무리. 


비록 알라딘의 거대한 조직에 보내지는 돈이고 마음처럼 작은 서점들을 살리는데 전혀 보탬이 되지 못하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구입하지 않으면 결국 알라딘 마저도 사라져버리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Borders와 Barnes and Noble이란 대형서점의 양대산맥이 서점업계를 통합하고 나서 아마존으로 상징되는 온라인의 물결을 따라잡지 못하고 여기에 자연스럽게 매년 줄어드는 독서인구라는 natural하지만 unnatural한 selection을 거쳐 이젠 글로벌회사였던 Borders는 폐업한지 11년이 지났고 BN도 당장 근방에서만 서점 여러 곳을 닫아 '경영효율'을 꾀하며 어렵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형국이니까.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종종 책을 구매해도 되는 형편으로 많이 좋아졌지만 서점에 갈 일도 없는 요즘이고 한국의 서점에 가려면 일단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아직은 열흘간의 격리를 이겨낼 자신도 여유도 없기에 이것이 최선이다.


어제 갑자기 알라딘의 책찾기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에 더 이어가지 못하고 멈춤. '권법소년' 여섯 번째. 점점 더 내륙 깊은 곳으로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아서 들어가면서 다른 문파의 고수들을 만나게 된다. 가짜가 넘치는 중국답게 고수행세를 하는 사기꾼들이 넘치는 것이 MMA와의 조우과정에서 드러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초식의 정묘함으로 대결을 하고 투로의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는 환상은 무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정도는 가져봤을 것이다. 이젠 만화나 영화속의 이야기지만. 그 장치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이 만화는 계속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쿵후의 많은 부분, 기술이나 투로는 결국 무기를 쓰던 시대에 무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것이었고 냉병기를 쓰지 않는 지금은 그 진의를 깨닫지 못하고 투로를 맨손격투에 응용하는 지점에서 중국무술이 맨손대련에서는 여지없이 박살나게 된다는 의견이 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여기에 복잡한 자세와 초식은 결국 단련을 위한 것이고 깊어지면 기술의 모습 자체는 아주 단순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복싱이나 무에타이를 보면서 떠올리게 된다. 


1940-50년대 언젠가 당시 홍콩의 유명한 문파의 선생 둘이 대련을 한 희귀한 비디오가 YouTube에 올라와있다. 시작은 멋지게 자세를 가다듬고 기수를 하지만 금방 개싸움으로 바뀌는 걸 보니 투로단련과 자세연마는 오래 했어도 이걸 바탕으로 간합을 맞추는 것, 거리를 유지하는 것, 회피,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그것도 움직이는 사람을 때리는 건 그에 맞춘 별도의 수련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된다. 쉬샤우동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아는 사람은 그 옛날에 벌써 대련이 없는 무술의 한계를 알았을 것이니 반쪽수련만을 해온 의도가 궁금하다. 무지 아니면 사기.



사연있는 터에 지어진 집에서 새롭게 요릿집을 열기 위해 온 가족. 아픈 아이는 저승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온 후 채널이 열려 아무도 못 보는 귀신들과 하나씩 친해지면서 그들의 이야기에서 터에서 일어났던 일과 맞물려 돌아가는 지금의 문제에 대한 단서를 추적한다. 묘하게 귀신들 각각 자신의 과거는 대충 알고 있지만 왜 거기에 있게 되었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가장 중요한 부분의 기억은 빠져있다. 


요즘은 미미여사의 추리소설보다는 시대극을 더 많이 읽는다. 편하고 친근하고 따스함 때문이다. '신'이나 '귀신'이 나오는 기담에서는 신을 근처에 두고 사는 듯한 신앙관이나 보다 더 사람의 근처에서 머물면서 interact하는 '신'이나 사후세계가 멀고 추상적인 것이 아닌 아주 가까운 느낌이 들어서다. 중앙의 최고신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일신교에서조차 천사나 성인의 개념으로 좀더 가까운 곳에서 우리와 비슷한 친한 매개자를 상정하는 것도 이런 부분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해 토착신을 대체했다는 이론이 있는데 꽤 신빙성이 있다 (Theology에서 거의 정석으로 알려진 이론이라고 안다)


귀촌, 귀농 등 한때 바람이 분 적이 있다. 요즘은 달리 RV나 차박이 대세인 것 같은데 모두 복잡하고 번잡한 나선계단을 내려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맘이 강한 세태의 반영이 아닌가 싶다. 나조차도 가끔 RV에서 노마드로 살면서 일하고 여행할 방법이 없을까 종종 고민해보곤 하니까. 사실 대면미팅만 완전히 사라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닌데. 인터넷은 모바일을 빵빵한 옵션으로 바꾸고 태양열판을 달고 노트북과 모니터를 좋은 것으로 구비하고 스캐너/프린터 복합기가 있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이가 들면, 그러나 아주 늙어버리기 전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도시에 없은 여유와 나다움이 시골에서 사는 것으로 찾아지는지는 저자 또한 확신은 없는 것 같다. 여전히 밥을 먹으려서 일을 해야하고 작게나마 인간관계가 아예 없어져도 안되고, 농사을 지어서 살 수 없으니 취직을 해야하고, 등등. 환경과 함께 다른 것도 많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요즘 또 하나의 유행인 F.I.R.E.준비가 확실히 되어 일을 까먹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로 하면서 거주비가 훨씬 저렴한 지방의 중소도시에 base를 틀고 유유자적하는 다소 boring산 삶을 살 자신이 있다면 모를까. 


여기에 혼자 사는 여자라는 아주 단순할 것 같지만 엄청난 variable이 더해지면 이젠 답은 차치하고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립해야 하는 이슈가 발생한다. 이 짧은 책으로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이젠 귀촌/귀농은 아예 관심이 없어진 테마지만 RV노마드로 살 수 있을까 고민해볼 때 이런 책도 가끔 읽게 된다. 어느 시점까지 책은 작은 base에 모두 정리하고 secure하게 잠가두거나 창고에 정리해놓고 사는 곳까지 rent로 투자를 극대화하여 가진 자산은 모두 투자로 돌리고 간소화하여 RV로 몇 년 돌아다니고 일하며 살 수 있다면 사실 은퇴도 조금은 더 빨라질 것 같은데.


토요일의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다가 어제 쓰던 걸 이어보았다. 늦잠을 자도 좋겠지만 주말 이틀은 오히려 이렇게 조용하게 이른 아침을 맞는 것이 더 좋다. 뭔가 오늘과 내일까지의 쉼의 여유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어깨가 아파서 운동은 고민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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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4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5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신없이 바쁜 어제와 오늘을 보내면서 어쩌다 보니 오늘은 운동을 아예 빼먹었다. 역시 새벽을 이용하는 것이 (1) 시간의 배분에서, (2) 하루를 멋지게 시작하는 의미로, (3) 바쁜 일상에서, 그리고 (4) 오후가 되면 하기 싫어지거나 할 수 없게되는 경우가 많은 나에겐 최고인데. 아직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나의 새벽운동과 달리기는 그렇게 try하겠다는 각오면 현재진행중.


띄어쓰기를 비롯한 한글맞춤법은 계속 퇴행하는 것 같다. 게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맞춤법도 자꾸 바뀌니까 언젠가는 나의 한국어 말하기와 쓰기는 옛날에 아주 일찍 한국을 떠난 내 친척어른들의 그것과 같아질 것이다. 














그야말로 술과 맛난 안주가 생각날 수 밖에 없는 트리오가 아니겠는가. 어제 '입고'된 (아무래도 일본어의 영향이 찐하게 느껴지는 이 표현은 사실 서점에나 어울리는 말이지만) 것들 중에서 자투리시간에 읽은 세 권이 다 술과 맛과 멋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별히 술을 가리지는 않지만 몸의 반응만 보면 나이를 먹어가면서 와인이 가장 좋다. 어떤 술이든지 많이 마시면 다음 날엔 고통이지만 적절한 수준으로 취할 정도의 양이라면 다음 날이 편한 술은 와인이다. '신의 물방울'이나 '마리아주'에 나오는 것들은 대부분 싼 것이라고 해도 소매가 50-70불대의 와인이고 조금 괜찮다 싶으면 100불, 아니 아예 구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라서 여기서 소개된 와인을 마시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에 비해 '술 한잔, 인생 한입'이나 '심야식당'의 술과 안주는 아주 현실적이고 언제든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도락의 멋을 보여주니 가끔씩 들어오는 이들을 보면서 힐링을 받게 된다. 특히 어제나 오늘처럼, 아니 요즘처럼 일을 많이 하고, 많이 해야 하고, 많이 하려는, 이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은퇴에 가까워지고픈 시기에는 더더욱.


이 두 권 말고도 '서점'과 '책'을 테마로 한 멋진 녀석들이 네 권이나 더 '입고'됐다. 우선 읽은 이들에서 '서점'과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모아들인, 이제는 꽤나 자리가 잡혀버린 듯한 '이상북스'를 본 후, 2018년에 나온 '이후북스'의 생존분투기와도 같은 이야기를 보니 이런 대조가 또 없다. 필력이라고까지 하기엔 좀 뭐하지만 이야기를 펼치는 솜씨도 '이상북스'의 주인장은 보다 더 원숙한 모습이고 '이후북스'는 아직은 원더걸스의 데뷔시절이나 심지어 'No. 1'으로 뜨기 전, 1집시절의 보아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얘네 (책을 말함)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가 끝이고, 고작 어제와 오늘 읽은 책인데도 강하게 남는 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책을 읽을 땐 언제고 느끼는, 책으로 둘러싸인 소박한 공간에 대한 로망과 요망의 흔적이다. 좀 얇은 책장으로, 책을 두 겹으로 꽂이 않고 벽마다 넓게 펼쳐진 높은 책장 가득히 책과 그간 살아온 흔적과도 같은 VHS, DVD, Blue-ray와 CD를 채우고 앉기 편한 자리를 여기저기에 만들어 놓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 낮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해가 지면 영화를 감상하고, 달이 뜬 후 밤이 깊어감에 맞춰 딴 술 한 병과 함께 하루를 보내면서 삶을 정리해가는 날을 기다려보다가 그런 날이 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뭔가 정리가 되지 않고 복잡한 마음으로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여기에 꾸준한 단련과 여행이 곁들여질 수 있는 여유의 연금생활자라면 그만큼 늙어버리는 것도 기꺼이 받아들이겠지만 그 시간과 함께 다가올 주변과의 이별은 두렵다 못해 지금도 벌써 가슴이 아픈 것이다.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에도시대로 날아가 버린 것처럼 이 두권을, 순서로 보면 가장 먼저 정리했어야 할, 떠올리게 됐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위의 이야기가 나의 미래에 대한 끼적끼적이었다면 이건 누군가가 살았음직한 평행세계의 과거가 아니겠는가. 


일본의 문화에서 어떤 '념'에 대한 개념은 아주 무겁고 깊게 다뤄지는 걸 종종 보는데 이 주술적인 면은 내가 좋아하는 일본문화의 한 부분이다. 짦은 단막극을 모아놓은 두 권의 책은 같은 시대 다른 이야기처럼 '미시마야'의 괴담자리와 함께 평행으로 흐른다. 요즘은 미미여사의 추리소설보다는 시대극이 더 즐겁게 다가오는 것을 보면 '사회'는 이미 소설보다 더 복잡하고 난리법석이라서 굳이 '사회파'추리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적기 때문이다. 


'Band of Brothers'의 Dick Winters소령의 책에 이어서 Bill Guarnere와 Heffron이 함께 회상하는 Easy중대의 이야기. 같은 시간, 같은 사건, 같은 경험을 이렇게 교차해서 다른 관점에서 보는 건 거의 모든 리서치에 통용되는 방법인데 그런 복잡한 공부가 아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런 식으로 가능하다. 'Band of Brothers' 시리즈는 정말 많이 봤지만 정작 지금 읽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하는 책은 근 8000여권의 책더미에 깔려 어딘가 숨어버린 탓에 찾지 못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집에 대충 1000권 정도가 있으니 7000권 정도의 어딘가에 쳐박혀 있을 것이다. 아무튼 전체를 구성하는 piece를 두 권 읽었으니 'Band of Brothers'를 읽는 것으로 전체를 한번 조망하면 좋으련만 책을 다시 찾을 날까지는 어렵겠다. 드라마나 책이 나온지도 어언 시간이 꽤 흘러서 Winters소령도, 이 두 용사도, 심지어는 'Band of Brothers'의 Ambrose작가도 돌아가셨으니 2022년이란 시간만큼 달려온 2000년대, 2010년대를 넘어 2020년대라는 엄청난 distance를 느낀다. 시간의 개념을 넘어 지난 20여년의 시공간을 그대로 그려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다음 20년은, 그 다음은?


다시 현실의 문제로 돌아와서, 기후변화에 따른 대재앙급 시나리오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시장의 변화와 다양한 국제적요소로 인해 갑자기 급등한 정유회사의 주가를 보면서 gasoline이 에너지시장에서 퇴출되는 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해결책이 제기되지만 3D를 넘어 4D, 아니 5D급으로 입체적이고 동시적인 액션이 지구전체의 각성을 통해 취해지지 않으면 어럽겠다는 결론을 내린 바, 생각보다 불투명하고 우울한 미래를 본다.


여담이지만 빌 게이츠는 '지구'적인 문제에, 일론 머스크는 '지구'보다는 바깥의 일에 매진하는 것 같아서 가끔 둘을 비교하면 재밌다. 


매일 일정한 양의 업무를 처리하지 않고 미룰 틈이 없는 일상이라고해서 딱히 피곤한 건 없다. 어차피 직업으로서의 일이고 하는 만큼 버는 것이니까 바쁘면 그만큼 더 벌고 더 쌓아가면서 미래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니까. 그저 너무 미래에만 살지는 않고 조금은 현재를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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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2-02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transient님께서 빌 게이츠 몇 번(?) 올려주셔서 저도 이 책을 꼭 봐야겠다는 불끈!

[코로나 크래시] 재독 중인데 반쯤 진도 나갔어요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랑 함께 보면 좋겠네요.

transient님처럼 운동 규칙적으로 삶 일부 만드신 분은 어쩌다 하루쯤 빼놓으셔도 당당하실듯!! 전 밤 죠깅 안한지 2달? 3달 넘었어요^^;;

transient-guest 2022-02-03 03:03   좋아요 1 | URL
넷플릭스에 다큐도 봤는데 흥미로운 관점이 있습니다. 과연 재앙을 피할 수 있을지 사실 읽고나서는 오히려 회의적으로 바뀐 면도 있어요. 너무 복잡한 것들이 다 얽혀있더라구요. 이제 날이 따뜻해지면 조금씩 다시 하셔도 좋겠어요. 밤에 달리는 그 맛이 좀 있잖아요.ㅎ

라로 2022-02-02 2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마지막으로 읽은 심야식당이 13권인가 14권인데,,, 님은 나오는 책 다 보시는 군요!! 아~~ 또 급 사고 싶게 만드는,,, 술도 땡기는,,, 술과 맛과 멋,,,, 캬 좋아요!!

transient-guest 2022-02-03 03:04   좋아요 1 | URL
가능하면 좋아하는 시리즈는 이렇게 꾸준히 모으려고 합니다. 한꺼번에 사는 건 너무 힘들어요. 이제 조금 있으면 주말이니 뭘 마시고 안주로 먹을지 기대가 됩니다.ㅎ
 







읽은 책이 많이 없어서 우선 정리하기로 했다. 아직 한창 전개가 되고 있는 이야기. 여러 가지 얽힌 실타레가 던져진 상태. 아무래도 나이를 먹고 판타지를 읽으니 외국의 판타지와 많은 차이를 느낀다. 일단 독자층을 더 넓힐 수 있는 수준의 필력과 언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 어린 언어유희는 작품이 깊어지는 걸 방해하는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아직은 판타지가 그 옛날의 '드래곤 라쟈'에서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장르적인 재미를 주는 것에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에피 브리스트'를 교재로 읽은 것이 대학교 때였으니 대충 생각하면 25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역사교재로 읽었기 때문에 작가나 작품의 소설적인 의미를 분석하지는 않았고 작품에서 드러난 시대상을 주로 이야기했었다. 같은 작가의 '얽힘 설킴'을 읽으면서 사실적인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자의 글을 보니 '극사실주의'라고 한다. 그 명칭에 걸맞게 이 소설에는 환상이나 happy ending은 없다. 사랑에 빠진 남녀가 (비록 남자는 좀더 환상을 갖지만) 현실의 차이를 인식하여 미래의 행복을 그리지 않고 현실의 사랑을 한다. 귀족남자는 당시의 귀족남자답게 능력도 없는 주제에 돈을 펑펑 쓰는 생활을 하며 이를 지속시켜줄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여자는 그 추억을 간직하다가 다시 현실적인 결혼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그 속에 담겨진 사회나 미래의 상징성은 차치하고라도 무척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문학'이란 타이틀이 붙는 작품인데 어떤 의미로는 이런 '문학'을 소설로 쉽게 접근하고 있는 그대로 읽어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문학'이라는 베일로 둘둘 감싸고 소설을 접근하여 이를 신성시하고 '뭔가'를 '배워'야 한다는 식의 독서론을 벗어난지 오래인 이유다.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개소리에 놀아나는 건 한때의 바보짓으로 족한 것이다. 깊이 없는 지식인들의 얕은 말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늘 다짐하면서 내 자신의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려 노력한다. 


role model을 찾은 기분. Band of Brothers 시리즈를 보면서 항상 멋진 군인을 넘어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던 Dick Winters의 관점에서 보는 101공수부대-506연대-Easy중대의 활약에서 부대원들의 용기와 희생, 단결과 형제애를 다시 한번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여기에 더 중요한 건 Dick Winters가 삶을 살아가는 자세와 정신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끝에 그가 말하는 Leadership에 대한 열 가지 계명을 복사해서 한쪽에 붙여두고 매일 읽고 머릿속에 새겨 삶의 지침으로 삼고자 한다. 


전쟁은 사람을 늙게 한다. 고작 이십 대의 청년이 몇 년의 치열한 전투 끝에 사선을 넘어가면서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에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for better or worse, 그 끝에 얻은 평생의 lesson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낸 Dick Winters는 나라, 인종, 이념, 종교, 시대를 넘어 귀감이 될 만한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운동을 하면서, 일을 하다가 게을러지거나 대충 하고 싶을 때마다 그의 말을 되새겨보게 된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견뎌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철같은 단련으로 육체와 정신을 단단히 무장할 필요가 있다. 똥파리가 난무하고 가짜 스승과 가짜 지도자가 판을 치는 이 시대에 믿을 건 자기자신과 자신을 아껴주는 주변의 소수밖에 없다. 뉴스와 책, 강연도 참고의 대상일 뿐, 성찰과 분석을 통한 자신만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깨인 머리와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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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0 11: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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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0 1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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