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제일법비가 법을 다루는 행정부의 책임자가 되어 돼통령을 업은 령부인과 메신저로 활발하게 소통하며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정적을 탄압하려고 시동을 거는 꼴이 보기 싫어서 요즘은 가급적 뉴스를 멀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어째 아직도 대선패배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고 이리 저리 외부영입인사와 그를 내세운 당권파의 손에 놀아나는 꼴도 맘에 안들고. 


눈을 감았다 뜨니 금년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어느새 다음 주면 5월의 실질적인 마지막 주, 6월 한 달을 더 보내고 나면 명실공히 2022년도 반타작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BMI기준으로는 무거운 편에 속하지만 꾸준한 운동과 술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식습관에 나름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피검사를 해보니 중성지방수치와 당연히 LDL이 아주 안 좋게 나와버렸다. 당은 약간 높고 간과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비교적 정상인 것이 그나마 다행. 해서 3주째 열심히 일단 먹는 것을 더 조심하고 몸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첫 2주는 극단적인 간헐적 단식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만 eating window를 설정해서 진행하다가 아무래도 운동일정과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이번 주부터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안 먹는 것으로 조정했고, 달리기와 자전거 줄넘기, 걷기를 근육운동과 함께 필수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전체적인 운동시간을 늘리면서 특히 근육운동으로 예열된 몸을 cardio로 태우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나이가 나이라서 아무래도 이제부터 조심하지 않으면 환갑엔 당뇨와 혈압, 고지혈증, 게다가 잘못하면 통풍까지도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부터라도 많이 노력하기로 했다. 일단 근육운동을 해주되 가벼워지자는 것이 취지.


절박하던 시절 이런 책을 참 많이도 읽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좋은 책과 저자도 만날 수 있었지만,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사람은 누구나 그럴 때가 있고 필요한 대로 읽어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젠 잘 읽지 않는 장르의 책이다. 그나마 이 책은 비교적 보편적인 가치를 우화의 형식으로 쉽게 써내려간 덕분에 여전히 그리 나쁘지 않다. 목적이든 아니든 공경하고 존경하고 무엇보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일을, 꿈을, 심지어 물건을 대하는 건 매우 좋은 마음의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보니 마지막에 화자가 빌 게이츠의 아버지로 설정되어 있고 마치 빌 게이츠의 성공이 '캅베드'의 가르침에 의한 것처럼 되어 있어 조금 우습다만. 



그야말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과학자는 아니고, 사실 그를 유명하게 해준 '발칙한'시리즈의 유머는 거의 배제된, 간혹 주체할 수 없는 그 특유의 유머를 빼면 빌 브라이슨의 책으로써는 매우 진지한 지구와 우리를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macro history 란 개념이 지금은 많이 보편화되었지만 초판이 나온 2003년만 해도 일반에선 꽤 생소한 개념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걸 보면 이렇게 모든 것을 두루 아는 사람의 혜안이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과학이라고 할지, 사회학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인문교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를 이 정체불명(?)의 책을 오랫만에 다시 읽은 건 지난 번에 모아들인 김영하 북컬렉션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탄생도, 멸종도, 지구도, 별도, 무엇도 끝없는 윤회의 반복과도 같이 그렇게 면면히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삶은 매우 소중하면서도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의 만용과는 다른,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삶과 죽음에 대해 다소 초연해질 필요가 있는데, 종교생활이나 명상이 아닌 과학을 통해서도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비교적 책을 가리지 않지만 양서를 읽는 것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김영하 북클럽 리스트의 책. 매우 일본스럽게 하나에 평생을 바친 사람 둘의 이야기.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가 된 사전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오해가 쌓여 종국에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어긋난 두 거장의 손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일본어사전이 각각 탄생했고, 노년에 이르러서야 서로를 이해한 듯, 각각 자신이 경원시하던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수긍하게 된 것을 보면 사람의 삶 속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FM대로의 충실한 사전과 단어의 용례를 위주로 어떻게 보면 사람이 사는 모습을 하나씩 담은 사전이 둘 다 인기를 끌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인데, 한국어사전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종류가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내 모국어로써 좋은 사전과, 맞춤법책, 좋은 영어단어사전과 grammar책을 갖추고 싶어졌으니 내게 있어 독서의 폐해라면 끊임없이 사들이고 읽고 싶어지는 것이 늘어나 장소와 돈은 줄고 갖고 있는 건 늘어나버린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사무실이 아닌 나만의 아지트를 꾸며 빽빽한 책과 영화의 숲에서 지내는 것을 꿈꾼다. 이러고 나니 '고양이의 서재'의 장샤오위안 선생의 서재 - 상해탄에서 가장 유명하다던 - 가 떠오른다.


러시아문학은 참으로 말로 표현하기엔 내 지식이 워낙 일천하여 그 매력을 적절히 나타낼 수가 없다. 더 많은 작품을 일독하고 이들을 여러 번 더 읽어야 어떤 형상화가 가능할 것 같다. 넓은 영토와 인구로 강국행세를 했지만 기실 그다지 강하다고 볼 수 없었고, 귀족은 유럽의 그 어느 나라보다 호화롭게 살며 온갖 권력을 휘둘렀지만 농노제가 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존재했던, 근대의 개혁군주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유럽에서 가장 뒤떨어져 있었던 전제정의 러시아는 그야말로 모순 그 자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시기의 소설을 보면 단순히 그런 모순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원하는 다양한 마음과 방법론, 한계, 좌절, 반동까지 무수히 많은 것들이 때로는 우화나 소설의 힘을 빌려, 때로는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것 같다. 읽고 또 읽어도 모자란 것이 고전인데, 난 이제 겨우 시작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갈 길이 멀다. 


자전적인 이야기 둘. 귄터 그라스의 자서전을 읽고 나니 그의 작품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철북'은 너무 예전에 읽어서 하나도 이해를 못했었는데 다시 읽어보면 좋겠고, 그 밖에도 귄터 그라스의 작품을 접근함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방랑자들'은 소설인지 현실인지 경계가 모호하여 진행 그 자체가 '방랑'하는 듯 이곳에서 저곳으로 표류하는 느낌으로 읽었다. 잘 이해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쓰인 그대로 flow를 타긴 했다. 



멋진 화보집을 보면서 책을 몇 권 다 사버렸으니 그야말로 선재로다. 육근이 다 청정하지 못한 탓에 이렇게 욕심만 가득한 것.


멋진 서재를 동경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책을 안 읽는 사람이라도 서재는 그럴 듯하게 꾸며놓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고 지금도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침을 삼키면서 부러움에 한숨을 쉴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


넓은 공간보다 중요한 건 높은 천정이 아닐까. 8피트 정도로 규격화된 곳보다는 10피트 이상으로 되어 있으면 일단 벽장을 매우 멋지게 꾸밀 수 있고 한쪽의 벽에 선반을 8-10층으로 대어 엄청나게 많은 책을 꽂을 수 있다. 그렇게 사방의 벽을 이용하면 매우 작은 방이라도 엄청난 양의 책이 들어갈 수 있으니 나중에 이 책을 비롯하여 예쁜 서재가 나온 책을 여러 권 펼쳐서 구상을 잡아볼 생각이다. 


요즘 과거에 사들인 책들 중 버릴 것이 더 나오는 것 같아서 돈도 아깝고 마음도 아프다. 머리가 텅텅 빈 인간이 개발새발 여기저기서 가져다가 만든 거지같은 책을 좋다고 읽고 평도 남긴 것이 대충 한 10년 전 같은데 이 시기가 마침 나에겐 가장 절박하고 스트레스가 120%였던 때였으니. 학교가 잡스러울 수는 있어도 다니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자를 생각하면 다닌 사람이 잡스러운 경우도 없지는 않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찌됐거나 명예든, 재산이든, 뭣이든 쓰려는 대상을 이미 쟁취한 사람의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지만 어떤 책을 쓰고 그걸로 유명해지고 다시 self feeding을 하고 이 과정을 무한반복하여 지금의 위치에 이른 자들의 책은 그 책이 쓰인 종이만큼의 가치도 없다. 


건강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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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05-19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거 명작이죠. 한 사람이 이렇게 박학다식할 수가..하고 놀랐던 책...다시 보니 새롭네요. 그나저나 이 책의 표지는 매번 바뀌는 거 같아요..ㅎ

그나저나 제일 땡기는 책이 마지막 <예술가의 서재>네요. 책도 겁나 비싸게 생겼는데...일단 리스트에 담아 놔야 겠어요~ㅎ

transient-guest 2022-05-20 01:00   좋아요 0 | URL
정말 박학다식하고 여행도 많이 해서 그런지 견문/식견/경험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의 서재‘는 보면서 계속 부럽고 또 부럽고, 그렇더라구요. 책값은 사진도 많고 종이도 재질이 비싼 듯, 값이 상당했습니다만 이런 계통을 책들 중에서는 내용이 알찬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