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마지막으로 가본 것이 몇 달은 된 것 같다. 그리운 마음에 YouTube으로 이런 저런 서점영상을 보면서 이런 시대에 서점을 경영하는 사람, 서점을 찾는 사람, 특히 고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국 오래된 무엇인가에 매료되고 그 분위기와 향기에 둘러싸여 살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동네에 있던 BN은 다 망하고 딱 한 군데만 남았는데 작년 초의 뉴스들을 보면 CEO가 새로 들어오면서 공격적으로 지점을 늘리면서 컴백을 하고 있다던데 우리 지역은 아닌 것 같다. 그저 Los Gatos DT에 William Sonoma가 망하고 나간 자리에 하나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서점이라는 것이 귀해진 세상에 대형서점이라도 여러 곳에 생기면 반가울 것 같다만 이게 사실 마켓이 커졌다기 보다는 대형서점까지 망하면서 다시 조금씩 살아나던 작은 서점들의 마켓을 갈라먹는 결과로 나온 현상이라는 시장분석이 있어서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Los Gatos DT는 원래 중심가를 두고 이런 저런 부띠끄샵이 많은 작은 부촌 DT인데 예쁜 독립서점이 하나 꽤 성업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BN의 공격적인 컴백의 방식은 지역색을 더해서 최대한 그 지역에 특화된 독립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결국 BN이 하나 더 생기는 만큼 작은 서점은 과거 BN 같은 대형서점이 지역을 잠식하던 8-90년대와 같이 또다시 밀려날 수도 있는 것이다. 서점이 워낙 귀해지고 있어서 BN이라도 하나 더 생겼으면 하면서도 역시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디스토피아가 여기서 그려진 것보다는 훨씬 더 과학기술에 기반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다. 하지만 ICE라는 이민단속집행 (경찰이 아니다)기관이 반이민-혐오주의자를 수장으로 한 Proud Boys, KKK, Oath Keeper같은 극우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장악된 끝에 평화롭게 자리를 떠나려던 시민을 쏴죽이고 (불법이고 비법이다), 이로 인해 그간의 문제와 함께 폭발한 미네아폴리스에 1,500명의 공수부대가 투입을 위해 대기중인 2026년의 미국에서 이 책을 읽으니 등줄기가 서늘할 수 밖에.
지금 미국이 가려는 길은 과거로의 회귀이자 미래를 소수의 부자들과 정치인들이 장악하고 세습하려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전체주의 디스토피아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Job training school로 변질된 고등교육과정은 그 비싼 학비가 더 이상 가성비를 내지 못할 정도로 나빠진 job market. 여기에 더해서 더욱 빨라지고 있는 A.I.기술발전을 이유로 아예 대학교는 다닐 가치가 없어졌다는 폄훼와 함께 고졸 후 차라리 자기네 회사로 와서 일과 공부를 하라는 팔란티어 같은 기업들의 선동으로 반지성주의의 확산이 포장되는 느낌이다.
취직을 통해 받은 전표는 집과 생필품 구매에 쓰이지만 늘 모자란 탓에 결국 회사의 노예로 전락해 사고 팔리는 직원(?)들의 모습으로 나타난 구조적 노예제. 반지성주의, 비교육을 거듭한 결과 읽고 쓰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작품속의 2026년의 미국은 더 나아질 수 있는 힘이 아예 근원적으로 사라진 상태에 다름 아니다. 벽 안에서는 소수의 권력이 주는 안정을 매개로 자발적인 노예로 전락한 다수와 이를 거부하고 바깥에서 살아가는 떠돌이, 갱, 마약에 취한 폭도들, 그 속에서 자립한 사람들은 공권력의 사실상의 부재로 죽고 죽이면서 살아가는 모습에서 지금의 우리들을 본다.
ICE가 갑자기 막대한 재정을 끌어다가 인원을 확충할 때 이미 이들은 트럼프의 사병처럼 사용될 것이란 예측이 있었는데 하는 짓을 보면 국비로 지원을 받은 Nazi 갈색쳐츠단과 다를 바가 없다. 구성원들도 상당수 제대로 훈련이 되지 않은 totally unqualified people가 아니면 극우무장단체출신들이 많다고 하니 정말이지 2026년의 미국은 과거 같은 미래로 가고 있는 중이다. 후속작에서는 뭔가 희망적인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내가 위로 받을 수 있을까.
'남자의 일생'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만 같다. 십대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겪는 중간중간의 방황과 연애를 보면서 특히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서머싯 몸의 자전소설의 색채가 강하지만 모든 것을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았다고 하며 특히 작중 주인공의 연애대상들과 서머싯 몸의 배우자와의 공통점은 없다는 설명이다. 내가 읽은 대로라면 물론 등장하는 여성들 중에서 작가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배우자의 모습, 싫어하는 배우자의 모습 등 여러 가지 모습들을 하나씩 작중 여성들에게 투영했다는 생각을 한다만 어쨌든 그렇다고. 고전을 아주 느리지만 한 권씩 읽어가면서 이가 빠진 시리즈는 그때마다 사서 보충하고 읽어갈 계획이다. 400권이 넘었고 지금도 더해지고 있는 이 시리즈를 따라잡고 끝내는 날은 내 일차 retirement시기에서도 최소한 몇 년은 더 흐린 뒤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병렬독서가 지금도 유행이지는 모르겠다만 꽤 오랜 시간동안 내 독서의 방식이 되어주었던 이 방법은 당분간, 최소한 병렬독서를 핑계로 열고 닫기를 반복하면서 쌓인 근 스무 권 가까이 되는 녀석들을 다 읽을때까지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많은 책이 쌓이고 사들여지고 있는데 읽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스마트폰도 영향이 없지 않을것이라 여겨 저녁 시간과 주말에는 가급적 전화기를 충전기에 꽂아놓고 멀리하려고 노력한다.
일을 속도가 빨라진만큼 시간은 더 빨리 눈앞을 스쳐가는 것에 가속력이 붙는 인생의 한 지점에 와버렸고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을 채우려면 쓸데없는 것에 낭비되는 시간을 아껴야만 한다. 조금씩 더 은퇴하고 싶고, 몸은 구조적으로 아파지고 있으며, 한없이 절박해지고 있는 마음으로 2026년의 첫 달을 살면서 최소한 마음만큼은 편하게 갖기로 했다.
아주 성과가 좋았고 바빴던 작년 - 연말까지도 - 이었으니 1월이 다소 slow한 건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 일정이 예정했던 것보다 빠진 다음 주는 운동하고 책을 읽고 좀 놀면서 지낼 생각이다. 비교적 건강한 편이고 나이에 비해 여러 가지로 상태는 나쁘지 않고, 좀 안 좋게 나온 검진결과는 살을 좀 빼면 나아질 부분들이지만 딱 한 군데, 심장 만큼은 살도 운동도 아닌 스트레스가 원인이라서 이걸 다스리려면 내 마음이 편해져야 할 것 같아서 계속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