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계절에는 새벽에 따뜻한 잠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이 힘든 법이다. 그 와중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더 추운 거리로 나선다는 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요즘 계속 느끼고 있다. 징검다리처럼 가운데 수요일에 끼어버린 탓에 그리 감사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지나가버리는 11월 2주차의 휴일 운동을 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으나 gym이 여는 시간을 기다리며 책을 읽다가 보니 (1) 바깥은 너무 춥고 어두운데 (2) 책은 또 어찌 그리 잘 읽히던지 (3) 그리고 오전에 해가 뜨면 운동을 해도 괜찮겠다는 간사한 생각까지 이어지지 두손 두발 아니 들 수만 있었다면 배와 엉덩이까지 다 들고 항복을 할 판이었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결국 추위와 어두움 (겨울철 새벽은 만물이 소생하는 시간은 커녕 밤의 끝없는 어둠이 이어지는 시간이 아닌가. 물론 막상 나가면 쌉쌀한 공기와 추위가 모든 감각을 깨우는 상쾌함이 몰려오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이 모든 유혹을 이기고 나갈 수 있었을 때의 이야기)에 굴복하고 곱게 이불을 덮고 소파에 길게 뻗어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활시위를 당긴 채 살아온 지난 5년. 마침내 결실을 이루어 새롭게 함께 일할 녀석이 온 후 다시 1년의 방황을 지켜본 끝에 겪은 지독한 실망감. 거기에 경제적인 손실과 정신적인 낭비를 넘어 가끔은 무슨 젓가락과 수저까지 탈탈 털린 것 같은 거지같은 기분, 그리고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는 유난히 힘들었을 금년의 상황까지 책이 잘 읽어지기엔 너무도 어려운 환경이 아니었을까. 낮에는 그리도 집중을 하기 어려웠던 지난 몇 개월이 무색하게 요즘 이런 새벽 시간에 온전히 책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즐겁게 이야기 하나 하나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게 된다. 그러니 겨울 이른 새벽의 독서는 덜 깨어난 시간의 추위와 어둠과는 다른 의미로 큰 유혹이다.


참 많은 이야기가 띄엄띄엄, 그 이야기 하나씩은 완벽하게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덕분에 어제 잠깐 뒤적거리다 던져두었던 이 책을 오늘 새벽, 대실 해밋의 느와르에 지친 끝에 느껴지는 신선함을 맛보면서 육체의 운동을 대신할 꺼리로 다 읽어버리게 된 것이다. 거의 모든 이야기는 여성의 눈으로 입으로 느낌으로 후각으로 그리고 그 외에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게 내가 평소에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넘어 좀처럼 100% 이해할 수 없고 생각할 수 없는 부분에서의 세상을 보여준다. 패미니스트도 아니고 극단적인 이야기는 좋아하지도, 공감할 수도 없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무엇을 보는 건 늘 필요한 것 같다. 뭔가 모르지만 아주 조금은, 그러니까 진짜 아주 작고 적은 양이지만 내가 이해하는 것이 늘어난 것 같아서. 막상 현실과 생활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 아예 모르고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 보다는 시작이라도, 아니 시작 근처라도 가야 하는 것이고 평생 해야 하는 공부이기도 하니까. 나는 남자라서. 잘 만들어진 단편소설, 그것들을 모은 단편집을 볼 때마다 드는 장편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아직은 이것이 만들어진, 학습된 아쉬움인지 고스란히 내 느낌인지는 좀 모호하지만. 이어질 듯 이어지지 못하는 조각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향해 나가는 것이 안쓰럽다. 할머니와 흑색각설탕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아련함과 애틋함, 정신은 (세월에 따라 달리지지만) 그대로이되 육체가 늙어가는 것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형벌일지도 모른다는 말과 함께 아저씨가 나이를 먹어버린 소년이라면 꼭 같은 의미로, 아니 그보다 더한 깊이로 아줌마는 나이를 먹어버린 소녀라는 생각. 상대의 젊음과 싱그러움에만 집착하는 노년의 연애는 종종 추악하기 그지 없고 대부분 안 좋게 끝나고 보통은 교환관계로 서로에게서 원하는 매개체를 나누는 관계라는 편견이라면 편견이라고 해도 좋을 세계관을 갖고 있는 나는 역시 서로의 눈높이와 추억이 비슷한 사람간의 사랑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말타의 매'로 훨씬 더 유명한 작가의 전집, 첫 번쨰. 첫 몇 페이지가 넘어가면 술술 읽히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하드보일드 느와르물. 의뢰를 받고 간 마을에서 도착한 탐정이 맞닥뜨리는 건 이유를 알 수 없는 의뢰인의 죽음. 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느와르의 전형같은 갱단, 두목들, 마을을 휘어잡고 있는 토호, 부패한 경찰서장, 그리고 요부와도 같은, 덕분에 가장 주도적인 삶을 사는 듯한 여자 (나머지 여자들은 모두 가정주부, 비서, 아니면 그 이하). 남자들은 모두 지독한 마초 아니면 겁쟁이 그것도 아니면 망가진 기계처럼 제 구실을 못하는 사람. 단서를 잡을 만하면 사람이 죽고, 잘못된 단서가 나오고, 도시는 한 대여섯 번 정도 개판이 난 후, 갱단은 박살나고 토호는 다시 마을을 장악할 것이고 필요할 때는 멀리 있던 공권력은 어김없이 상황종료에 맞춰 나타나 힘의 공백을 메워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일면 싱겁기 그지 없으면서도 흑백영화를 본 것처럼 딱 그 정도의 재미. 


너무 오래 지체된 완독. 가을이면 매번 고전에 취해보리란 거창한 생각을 하면서 집어들지만 열 권도 채 못 읽고 한 해가 끝나버리는 걸 몇 번 되풀이 하고나서 보니 내 독서의 편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드리아누스 방벽으로 주로 역사에 나오는 그는 오현제 시대의 가운데, 즉 세 번쨰의 황제였다는 것 외엔 달리 내가 아는 것이 없다. 회상의 형식으로 쓰인 책이고 첫 권에서는 각주가 너무 많아서 진도른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독자의 교양에만 기댈 수는 없겠지만 적절한 완급이 필요한 것이 각주가 아닌가 싶다. 원래 한 권에 나오는 걸 뜯어서 두 권 또는 세 권으로 만들어 2-3배의 수입을 노리는 것이 한국출판계의 악습이라고 감히 말하는 나는 2권의 반 이상이 저자의 창작노트와 역자후기 였음에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많은 책이 이미 그런 지점을 넘어선지 오래지만 정말이지 이 책은 한 권이면 딱 적당했을 것이다. 내용면에서는 1권을 읽을 때보다 2권부터 더 잘 들어왔는데 그런 의미에서 역시 어려운 책이라도 끝까지 읽어내는 것은 지의 연마에 꼭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리서치나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는 되는대로 해도 문제가 없지만 책을 읽겠다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시리즈를 다 읽어야 전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간략하게 노트하면 소설적인 재미도 좋았고 창작의 의미로도 고전의 모티브를 잘 가져와 사용한 것 같다. 오마주를 하는 것도 아니 각색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겠지만 특히 동양의 고전을 가져다가 마치 노작을 하는 것처럼 버무려서 이야기를 만드는 건 과연 창작인지 아니면 번안인지 말하기 어려운데 이 시리즈는 그렇게 전개될 것 같지는 않다. 피부색으로 직업과 귀천, 그리고 사회에서의 위치를 결정하고 한번 정해진 건 바뀌지 않는 절대적인 독재의 사회, 지배층은 그 내부에서 암투를 반복하는 지독한 신분제 사회는 분명 제정 로마와 스파르타에서 가져온 설정이지만 피부색을 주요테제로 내세우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유미국의 인구의 반 정도가 21세기판 히틀러를 지지하는 것이 현실임을 자각한 요즘, 역시 민주주의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발전, 아니 지키는 것만 해도 버거운 것임을 깨닫는 트럼프의 반국가적, 반사회적 억지와 사보타주를 보면서 레드라이징의 세상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아직도 선거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온갖 협잘질을 부리는 트럼프와 그에 충성하는 개새끼들, 그의 영향력을 이용하고자 하고 일견 두려워 하는 듯한 비겁한 공화당 쓰레기들, 여기서 민주당과 민주당의 지지자들, 그리고 중간의 다수가 무력하거나 안이함을 보이는 순간, 히틀러의 제 3제국은 미국에서 부활할 수도 있음이다. 요즘의 트럼프를 보면 히틀러의 재림 같고 그를 추동하는 자들은 30년대의 독일사람들 같다.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의 무대를 찾아 돌아다니면서 그와 그의 이야기가 그려낸 것을 시대의 관점에서 그리고 우리의 눈으로 버무려 보는 이야기. 거듭 말하지만 참 좋은 기획에 알찬 구성의 시리즈라는 생각. 그리고 역시 알아야 좀더 즐기고 느낄 수 있음에 아직도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했던 독서. 민음사에서도 굉장히 훌륭하고 두껍고 비싸며 멋진 합본이 나온 걸 알고 있으나 구하지는 못했지만 그전에 작고 앙증맞은, 예쁜 전집을 구한 것이 있는데 아직 열지는 않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세계는 그 전승에 대한 설화만큼,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하게 변해온 이야기만큼 흥미진진하다. 굳이 세상을 비추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 보아도 되고, 시대풍자를 유추해도 즐거울 것이며 원형이 되는 유럽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현대에 와서 이런 저런 주제로 재해석되는 것도 간간히 즐거움을 주니 과연 고전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하나씩 찾아가볼 교양의 세계의 필수독서가 아닌가 싶다.


편집자의 이야기. 내겐 조금 책보다는 신변잡기의 느낌이 강하기도 했고 뭔가 이 책을 읽을 때의 마음은 꾸역꾸역 뭔가를 입에 집어넣는 것 같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독서의 인터벌이 너무 떨어진 요즘이라서 이 책을 읽은 건 벌써 한 달은 다 된 듯한 느낌이고 많은 걸 다시 떠올리는 것이 어려운 것이 솔직한 내 머릿속의 형편이다. 


책이 나오기 전의 이야기를 읽는, 그러니까 누구보다 먼저 책 혹은 책이 될 가능성이 있었던 것들을 읽고, 아마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책이 되지 못한 이야기들까지 모조리 읽어버려야 하는 직업이 즐거울 것인가에 대해 정확히 대답할 수는 없으나 책을 사랑하고 책읽기를 즐긴다면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어느 직업이나 업계에도 통용되는 바, 먹고 사는 문제는 분명한 현실이라서 최소한 break even에서 조금이나마 이익을 내야 하는 수준의 책을 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고 싶은 책을 결국 출판하지 못할수도 있고 생각하지 못한 우연으로 그저 손해만 면해도 좋겠다고 냈다는 토마 피케티의 책이 대박을 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여기도 쉬운 분야는 아닌 것이다. 작가 못지 않게 중요한 이런 분들을 포함한 출판사 직원들의 밥벌이와 노력으로 오늘도 난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니 감사한 마음이다. 


새벽은 책을 읽기에 좋은 시간이라고 생가하지만 사실 뭘 해도 좋은 개인의 온전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오전에 길을 나섰으나 역시 새벽의 싸한 공기와 혼자임에 충만할 수 있는 그 어둡지만 밝음이 오는 시간의 기쁨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으니, 역시 새벽만한 시간대가 없다. 겨울에는 추워서 어쩔 수 없지만 아마 봄이 오면 또다시 나는 새벽시간에 독서보다는 걷고 달리기 위해 집을 나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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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11-12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수린의 단편집 감상이 남성 독자로서의 시각을 알 수 있어 참 좋네요. <하드리아노스 황제의 회상록> 저는 읽다 포기했는데 완독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1권 초반부 읽다 포기해서 아쉬움이 커요.

transient-guest 2020-11-13 01:49   좋아요 0 | URL
1권 초반부가 확실히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무척 오래 걸렸어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은. 여성작가의 소설을 모두 즐기지는 못하고 특정 주제의식이 너무 강하면 읽기 힘들지만 백수린 단편집은 좋았습니다.
 

미국의 미래, 아니 미국이 세계에서 갖는 위치와 위상, 그 이상 더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어쩌면 세계의 미래의 최소 일정부분의 미래를 결정할 이곳의 대선이 치뤄진다. 일찌감치 우편으로 투표를 했고 tracking까지 걸어서 내 표가 무사히 도착해서 count될 것이라는 확인까지 받아놓은 상태. 


오전에는 무릎이 조금 아파서 - 일주일 쉬었다고 그새 몸이 또 그렇게 됐다 - 푹 자고 점심 때 굵고 짧게 gym에서 하체와 어깨를 하고 왔다. 


맨정신으로는 남은 오후를 보낼 수 없을 것 같아서 tv를 켜놓고 맥주를 한 잔 하면서 잡무만 처리하며 개표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배가 좀 나온 것, 키가 중키에서 작은 쪽인 걸 빼고는 이 나이엔 나쁘지 않은 몸이란 걸 땀이 난 셔츠를 벗고 앉아 있으니 살짝 느끼고 있다. 그간의 운동을 통해 몸짱이 되거나 살이 많이 빠진 건 아니지만 - 그런걸 바라기엔 너무 먹고 마신다 - 그래도 꾸준한 운동은 가장 정직한 결과를 주는 것 같다. 세상과 삶의 오만가지는 외부의 영향을 받고 내가 노력한 대로 다 나오지도 않고, 가끔은 용쓴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주기도 하지만 운동과 섭생은 매우 정직하다. 아마 유일하게 그럴 것이다.


'퀸스 갬빗' (넷플릭스 - 강추. 에마의 애냐 테일러조이 주연)을 보다가 60년대 후반 맥주를 마시는 신에서 지금은 거의 똥 취급을 받는 버드와이저와 블루리본을 맛나게 마시는 걸 보고 하나씩 사왔다. 블루리본은 '그랜 토리노'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마시던 그야말로 60-70년대의 맛이면서 지금은 블루컬러의 맛으로 표현이 됐는데, 이번에 다시 마셔보니 역시 나에겐 너무 가볍다. 잠시 마이크로 브루어리의 필스너로 입가심을 하고 다시 버드로 넘어가야겠다. (우웩..이 필스너는 꽝이구나. 혀에는 즐거우나 목넘김 때 맛이 이상하다).


사무실에는 따로 수도가 뚫리지 않아서 (요즘 대부분 그런 듯) 그냥 큐릭 커피메이커만 있고 물은 사다 마신다. 그래도 큐릭으로 물을 데울 수 있어서 사발면을 사다놓고 가끔 필요할 때 해장을  먹곤 한다.


미국과 한국, 아니 발전한 국가라는 곳들을 모두 포함해도 투표경향을 보면 이상한 사람들은 투표를 못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내 맘은 미국에서 Republican일 수는 있어도 trumpard (trump 와 retard의 합성어)일 수는 없다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보수일 수는 있어도 한나라-새누리에서 이제는 일본 극우단체의 슬로건을 채택한 당을 지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성향으로 보면 중도보수 혹은 중도좌파에 가까운 나의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 보수의 가치를 내세우면서 이명박근혜와 고쿠민노 치카라를 지지하는 사람, 이곳에서는 trumpard는 내가 감정으로, 논리로, 상식으로, 실리를 바탕으로...어떤 가치에 척도를 두더라도 용납이 안되는 것이다.


50분 정도 있으면 조금씩 결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게다. 


국수종류는 to-go로 먹기 어려운 것이 이곳의 현실이다. 배달에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직접 가서 가져오더라도 한국의 신속정확배달에 비교한 한참이다. 덕분에 COVID-19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쌀국수를 먹을 수 없었다. 25% capacity 인원제한 혹은 100인 (적은 쪽으로)까지 제한을 두고 내부영업을 하고 있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가서 먹을 수 없다.  


PS 그나저나 Julie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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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1-0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의 미래...암울하네요..적어도 저에게는 ㅠㅠ 이것이야 말로 진정 미국의 민낯안던가요! 쌀국수 두 대접 먹고 싶네요 ㅠㅠ

transient-guest 2020-11-05 02:53   좋아요 1 | URL
오늘 아침부터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만 누가 이겨도 나라는 반으로 쪼개진 것이나 다름이 없네요.

2020-11-07 0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7 0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9월부터 독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런 깨달음. 뭘 해도 좋은 시간이 새벽의 조용하고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인데 특히 독서와 글을 쓰는데 이처럼 좋은 시간이 없다는 것. 새벽에는 주로 일어나서 운동을 하는 걸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힘이 넘치는 시간이기도 하고 평일에는 새벽부터 이른 오전까지가 아니면 운동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없는 삶의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만, 역시 이 고요한 시간의 에너지와 밤과 아침의 경계에서 발산되는 집중과 맑음은 책에 바쳐져야 온당하다. 기도나 명상도 이 시간에 어울리는 마음의 행위임을 보면 내면의 독서라는 건 결국 기도나 명상과 다름이 없는 성스러운 행위가 아닌가 싶다. 


코넌 도일의 자취를 따라 에딘버러와 런던을 오가면서 셜록 홈즈를 이야기하는 이다혜 기자의 책을 보고나서 이런 테마로 시리즈가 나오는 걸 알게 되었다. 비슷한 듯 만들어진 '걸어 본다'에 무척 실망한 터였지만 (그 shallow함이란) 이 시리즈는 적어도 이번 두 번째의 리딩까지는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잔잔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벌써 일년이 훨씬 넘어 이년은 족히 되어가는 듯한 예전에 드영 아니면 리전오브아너 박물관에서 클림트와 로댕의 연합전시회를 다녀온 것이 이 책과의 대화에 큰 도움을 주었고 그 전시회에 다녀오기 전에 배경지식을 얻기 위해 마침 언젠가 구해놓았던 클림트를 읽은 것이 또한 이 책과 좋은 시간을 갖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주 함축적이지만 각각의 scene에서는 무척 구체적으로 깊게 다룬 클림트와 그의 예술세계의 이 책은 흥미로운 예술가를 다뤘다는 점 못지않게 그 기승전결 또한 매우 잘 짜여진 하나의 극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의 약력으로만 assume하고 얘기할 만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제도권의 공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 건 '걸어 본다'시리즈에서 얻은 실망이 큰 탓이다. 


다시 미술관이 열리고 일단 코로나로 죽거나 굶어 죽어야 하는 처절한 선택지점에서 이 지역은 코로나로 죽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한 듯, 모든 것이 up to 25-50%의 인원제한으로 열렸다. 이제 음식점 내부에서도 이 조건을 지키는 한 식사가 가능하고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지만 하필이면 미국 전체에서는 엄청난 숫자로 다시 전염자가 급증하는 시기와 맞물려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알 수는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더 위험한 상황이 금방 재개될 것 같다. gym은 그간 많은 멤버를 잃어버린 듯 새벽이나 점심 모두 사람이 매우 적지만 마스크를 벗지 않고 운동을 하는 환경이라서 닫힌 공간에서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게 느껴진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원래 지난 3월에 시작에 맞춰 가려던 프라다 칼로의 전시회를 다가오는 다음 주 토요일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철저한 예약제로 사람이 가장 적을 오전 9:30, 두 번째 타임에 맞춰 끊었고 이를 위해 그간 미뤄온 미술관 회원증을 갱신했다. 연간 117불로 De Young과 Palace of Legion of Honor 두 곳을 무제한 이용하고 심지어 남에게 표를 끊어줄 수도 있는데 작년부터 잘 이용하고 주변에도 인심을 쓰니 나쁘지 않다. SF Museum of Modern Art (SFMOMA)는 작년에 앤디 워홀의 전시에 맞춰 회원가입을 했으나 한번 이용하고는 갈 일이 없었던 탓에 이번에는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장부에 맞춰 연초에 이듬해의 수입과 세금을 계산할 때 늘 드는 의문이 profit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읽었는데 비록 중언부언에 쓸데없는 말이 많은 책이지만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장부는 장부로 두고, 실제로 들어오는 돈을 관리하자는 건데 9월부터 실행을 해본 결과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너무 늦은 시작이란 건 없고 후회는 언제해도 너무 늦었다는 주의라서 바로 실행에 옮긴 건데, 기대수명에 비춰 아직도 15-25년은 더 일해야 하는 나이니만큼 지금부터라도 잘 하면 될 일이다. 일단 들어오는 금액의 30%을 미리 떼어놓고 임금처리, 렌트, 업무비용 등을 충당하고 (내 월급 포함) 나머지는 적절히 분산해서 모아두고 있다. 일년을 이렇게 하면 그 다음 해에 발생할 세금을 미리 모으고 수익금은 투자로 돌리는 것 외에도 상당한 수준의 예비자금을 모으고 좀더 장기적으로는 매우 안정적인 형태의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책은 딱 그 반 정도면 충분히 할 말을 할 수 있었을 정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인기 높은 이야기인데 이에 대한 오마쥬 또한 많은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두 어 작품은 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이번에 읽은 일본작가의 책 또한 이를 오마쥬하여 신박한 twist를 보여준 즐거운 이야기였다. 단순히 각색을 통한 번안하는 수준은 일본의 경우 이미 다이쇼 시대 정도에 많이 한 것 같고 현대로 들어오면 이렇게 장치와 구성을 빌려와서 전혀 다른 길로 가는 수준을 보여준다. 우리보다 근대화가 빨랐던 것이 문학에서도 큰 차이를 갖게 되어버린 바, 굳이 일본의 것이 우리보다 낫다는 걸 넘어 일단 우리 소설계는 장편을 제대로 쓰는 것부터해서 단절된 문학의 발전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로쟈선생의 최근작에서 다뤄진 '장편의 부재'는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가리지 않고 한국의 글세계 전체의 큰 병과도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 지난 30년간 커진 활자의 font size와 멀어진 글 사이의 간격에 힘입어 단편이 중편이 되고 중편이 장편이 되어버린 병폐를 넘어가는 건 글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모두 노력해야 하는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쓰고 나니 지난 번의 페이퍼 이후 읽은 책이 딱 세 권임을 알게 됐다. 이번 달은 이제 일주일이면 끝인데 아직 여섯 권은 더 읽어야 보통의 페이스가 resume될 수 있음이다. 연 250권은 읽어야 4년 = 1000권, 40년 = 10000권이라는 목표를 채울 수 있다. 40이 되던 해에 잡은 나름 원대한 계획인데 이번의 첫 4년은 그 후반부가 되어보니 힘이 빠진 것 같다. 다행히 그전 3년의 열심한 독서로 아마 1000권을 채우는 건 문제가 없겠지만 그 질과 깊이에는 큰 고민을 하고 있으니 내년부터 시작될 두 번째 4년은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부터 토요일과 일요일 새벽에는 가급적 일찍 일어나서 2-3시간 정도는 책을 읽고 운동에 나설 생각이다. 주중에는 아무래도 새벽시간은 운동에 바쳐져야 마땅하지만 주말에는 3시 정도에 일어나서 6시까지 책을 읽은 후 9시까지 운동에 쓰면 적당할 것 같다. 그럼 필연적으로 주말 저녁에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니 좀 괴롭지만 어쩌면 그게 더 나은 방향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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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1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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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면 태어난 날을 기점으로 해서 나이를 먹어가는 미국에서도 마흔 넷이 된다.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고 남들과 같이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지금도 team sport는 아주 못하는 편에 속한다. 어쩌다 보니 이곳에 와서 그럭저럭 몸을 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 대학교 4학년이 되던 해 검도를 시작했던 것과 무조건 2마일 달리기를 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 좋은 시작이 되었던 것 같다. 발바닥의 부상으로 검도는 2006년 이후 거의 포기했고 지금은 그저 사무실에서 낮은 자세로 앉아서 허공격자를 치고 있지만 투기종목에 대한 무서움을 많이 극복하게 해준 좋은 무술로 기억하고 있기에 언젠가 형편이 되면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근육운동의 경우 2008-2009년 정도에 아주 천천히 시작하게 되었는데 당시의 형편으로는 무척 큰 부담이 되었고 사실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았지만 다니던 gym에서 직원의 꼬임에 넘어가 반 년 정도 받은 트레이닝이 좋은 시작이 되었던 것 같다. 이후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기에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 몸이 특별히 멋있어진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운동을 계속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하겠다. 특히 COVID-19으로 gym과 모든 시설이 문을 닫은 지난 반 년간 그간 만들어온 좋은 습관의 덕을 톡톡히 본 건 전적으로 이때 시작해서 꾸준히 만들어온 지난 시간의 덕분이다. 술과 먹는 걸 조금만 더 조절하는 걸 목표로 하고, 달리는 거리와 시간을 더 늘려가고, 나중에 이 시기를 잘 견딘 후 수영을 배워서 기존의 루틴에 접목하는 것까지 중장기적인 계획을 잡고 있다. 


무술은 다시 배우고 싶고 늘 꿈을 꾸고는 있는데 품새가 있는 무술보다는 쉽게 격기를 체득하여 연습할 수 있는 종류가 더 나을 것 같다. 요즘은 품새의 원리과 공방, 내포된 실질적인 movement를 풀어서 가르치는 곳도 많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도 품새에 많은 걸 치중하고 고전성을 우수함이라고 포장하는 곳이 더 많은 것 같아서. 물론 좀더 전통을 따지는 무술도 나름 재미는 있겠지만 그건 시간이 더 많아지면 생각해볼 일이다. 


마구잡이로 손에 잡히는 책을 쉽게 읽는 것으로 마중물을 삼아 다시 조금씩 더 읽어나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순수하게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독서 또한 그 쓰임새가 있다 (굳이 따져야 한다면). 


'로도스도 전기'에서 약 30년 정도 앞선 시대를 그리는 prequel. 본편에서는 익숙한 체제속의 기득권 혹은 원로에 해당하는 인물들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 본편에서 이야기하는 혼란의 시대에 마족과의 전쟁을 위해 뭉친 전사, 마법사, 신관, 드워프 등 여섯의 영웅들 중 그 존재가 기록으로 남지 못한 미지의 영웅으로 짐작되는 인물 또한 이번 이야기의 중심에 있으니 오랜 팬의 입장에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 시대 서양판타지는 톨킨을 기점으로 이루어지고 이 서양의 판타지가 일본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로 구현된 후 다시 한국에서 꽃이 피게 된 건 90년대 정도부터로 기억하는데 금도 즐겁게 읽히는 많은 작품들이 이때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다만 많은 것들이 그런 것처럼 이 분야에서도 표절의심을 피해가지 못하는데 이번에 완간이 되어 나온 89-90년 사이의 '로도스도 전기'를 보니 확실히 그런 의심이 가는 작품이 떠오른다. 즐겁에 읽은 기억만큼이나 불쾌할 수 밖에 없는데 의심이 가는 정황이 있을 뿐 뭐라 말할 수는 없으니 그냥 그렇다고 혼자 생각할 뿐이다.  어쨌든 즐거웠다는 이야기.
















이 책들에 대해서는 짧게 남긴 말 외에 달리 할 말은 없다. 캐롤은 영화의 미장센이 아주 좋을 것 같은데 아직 볼 생각은 없고 아케치 고고로 시리지는 계속 읽어가고 있는 레트로 감성의 충족이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이번 작품은 정말 건질 것이 별로 없었다. 


퇴근까지 약 한 시간 정도 남았다. 금년까지는 일단 9-6로 잡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9-5로 잡고 조금 더 유동적으로 office hour를 가질 생각이다. 어차피 일은 다 내가 하는 거니까.


사람한테 시달린 끝에 큰 실망과 시간낭비, 그리고 비용낭비로 끝난 2015-2020까지의 HR문제는 지금도 기분이 나쁘지만 그냥 잘 손절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잊어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끝난 것이라면 애초에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제는 필요에 따라 outsourc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규모를 잡고 일을 끌어모을 생각이다. 남을 챙겨줄 부분에 있어 그 필요나 당위성이 없어졌으니 그만큼 더 자유롭게 계획을 잡고 하나씩 phase를 완료하자는 계획인데 일단 45-50, 50-55, 55-60 이런 식으로 5년을 단위로 장기적인 목표를 쪼개서 하나씩 완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인 건 12월까지 더 생각을 많이 해볼 것이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책을 읽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건 변함이 없이 매일 조금씩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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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10-13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롤은 섹스 장면이 좀 쓸쓸하더군요.
영화는 대체로 잘 만든 영화 같습니다만 두 번은 안 볼 것 같더군요.

생일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행복하게 보내시길...^^

transient-guest 2020-10-14 00:22   좋아요 1 | URL
아직은 좀 남았습니다, 생일까지는.ㅎ 감사해요.
동성의 섹스장면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서 재미있어 보여도 퀴어영화는 안 보게 됩니다. 캐롤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으면 빨리 넘겨가면서 볼 것 같아요.
 

트럼프와 國民の力 미쳐 날뛰고 있고. 조금 잠잠하더니 다시 나파와 소노마 밸리에서 불이 나서 유수의 와이너리들이 타버리고. 어제 받은 메일에 의하면 내가 좋아하는 Castello Di Amorosa 와이너리도 다행히 본성은 피했지만 주변의 건물이 타버리는 바람에 싯가 500만불 상당의 와인이 날아가고 건물을 다시 짓는데는 최소한 2-3년의 기간과 1000-1500만불이 들 것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온 세상이 미쳐 날뛰는 듯. 코로나는 잦아들 기색이 없고 아마 겨울이 되면 더 난리가 날 수도 있다고 하니, 정말 올해는 한 달씩 살아남는 것에만 집중해도 사는 것이 어려웠던 일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책읽기도 운동도 일도 무엇도 다 엉망이었던 9월이 지나고 새롭게 10월이 왔고, 가을과 함께 NFL 미식축구의 시즌이 돌아왔지만 11월의 대선에 대한 걱정과 더 나빠질 것 같은 경기, 이와 무관하게 계속 값이 오르고 있는 모든 것으로 인해 사실 한 해를 마감하는 즐거움 같은 건 없이 그저 살아남고 또 살아서 빨리 2020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마음이다. 늘 가을은 NFL과 함께 한 해의 마지막으로 접어드는 느낌과 다가올 겨울이 기다려지는 즐거운 시즌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책을 몇 권 읽었기에 주절거려 본다.


예전에 읽은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이야기. 미국의 엘러리 퀸처럼 일본에는 같은 이름으로 책을 쓰면서 소설에 등장하는 노리즈키 린타로가 있다. 아버지가 경감이라는 설정도 비슷하니 이 정도면 오마주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엄연히 일본의 현대작가인 만큼 소설이 만들어진 당시의 사회문제를 모티브로 해서 일본이라는 무대장치에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거의 100년 정도의 차이를 둔 엘러리 퀸과는 다른 전개와 재미가 있다. 기시감이 들면서도 완벽하게 추리하지 못한 의외릐 결말이 묘하다. 범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여럿으로 방향을 유도하지만 진정한 범인은 누구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번역된 것들 중에서 절판되지 않은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들은 이로써 모두 읽은 것 같다.


이게 벌써 45권째. 사계절을 돌면서 퇴근 후의 한 잔이나 즐겁게 모여서 마시는 이런 저런 술자리, 술과 안주의 이야기로 잔잔하면서 때로는 식욕과 함께 술에 대한, 아니 정확히는 술자리에 대한 그리움과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별것 아니지만 꾸준함으로 여기까지 구한 듯. 이곳은 여전히 산불로 난리고 가을의 늦더위로 아직 쌀쌀한 날씨는 오지 않았지만 겨울에도 영상이 유지되는 이곳에도 그런 저녁이 온다. 건강상의 이유로, 무엇보다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서 술을 줄여가고 있는 지금이지만 주말에 한번 정도는 그런 저녁을 맞으면 따뜻한 안주와 함께 한 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술친구는 여전히 없고 때로는 혼자 마시는 것이 지겹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런 시간만큼은 모든 걸 잊고 눈앞의 맛과 멋에 취해보는 거다. 


7월에 그리고 9월에 각각 나왔으니 처음부터 긴 내용을 나눠서 낼 생각이었을 것이다. Seemingly 모든 것을 끝내는 Endgame 같은 방향으로 스토리가 흘러가고 고대의 demigod을 업고 나타난 해양일족과 Chicago's finest - White Council마법사들, White Court 뱀파이어들, 갱이면서 알고보니 어둠의 일족이 된 Gentleman Johnny Marcone, Summer과 Winter의 정령들, 북방신화의 일족들, 그리고 해리 드레스덴이 시카고와 인류의 미래를 걸고 한판의 거대한 전투를 벌인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인명과 각종 손실을 입고 일단락된 이야기는 하지만 천재적인 작가에 의해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스토리의 떡밥을 잔뜩 던지고 마무리된다. 다음 권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 이 소설은 벌써 첫 권이 나온지 20년이 되는 해지만 아직도 많은 것들이 더 크고 넓게 펼쳐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우리가 아는 세상 이면의 거대한 세계가 보통 사람들에게 expose된 부분만 해도 엄청나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을 수 있는 부분이라서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물론 너무 아쉽게 사라진 등장인물들도 있지만.  새롭게 펼쳐질 관계들이 가득하다. Drakul과 함께 다시 등장한 Black Court의 뱀파이어들만 해도 엄청난데, 여기에 이번의 사건을 바탕으로 리셋된 모든 관계들과 30의 Black Danarian의 Fallen Angel중 하나로 밝혀진 등장인물과 해리의 갈등관계까지 너무도 무궁무진한 앞으로의 세계가 남아 있다. Jim Butcher의 천재성은 여러 종교와 신화의 세계관을 다신교적으로 잘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 


잘 알려진 작가와 소설도 있지만 상당한 부분의 지면은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추리소설의 슈가맨을 소개한다. 덕분에 이런 저런 책을 계속 찾아보면서 장바구니에 담거나 아마존을 돌아다녔고, 결과적으로는 책을 더 구매하게 되었으니 오호라 선재로다.


책의 세계란 것이 워낙 깊고 넓은 덕분에 추리소설이라는 하나의 분야만 해도 파고들어가면 건물을 채울 정도로 많은 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엘릭시르, 검은숲, 동서, 황금가지, 모비딕, 국일미디어, 해문 같은 전통 강자들만 해도 상당한 양이고 여기에 다른 출판사의 판본이나 특정작품을 더하면 엄청난 책더미가 나온다. 동서의 경우 중역이 의심되지만 비교적 최근까지는 이곳과 해문이 많은 작품들을 들여왔기에 여전히 동서미스테리북스의 책을 구하게 된다. 이 출판사에서 나온 추리소설은 그 특유의 종이냄새가 아주 특별한데 8살 때 처음 받은 '브라운 신분의 모험'이 아마 이곳의 책이었었던 듯, 그때의 기억에 남은 향기와 유사하여 늘 책이 오면, 또 책을 읽으려고 할때마다 책을 열고 종이냄새를 맡곤 한다. 기억이든 추억이든 시간이 흐른 후의 많은 것들은 그들을 다시 떠올릴 때, 그 돌아올 수 없음에 고통과 향수와 아련함을 준다.














다른 어떤 책보다도 더 쉽게 비잔틴제국의 마지막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에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유명한 정치인인 저자는 덕분에 인세를 꽤 벌었을 것이라 추정되는데, 이 책을 읽고서는 분명히 더 학술적으로 깊이 들어간 책을 읽어야 한다.


2015년에 시작되어 무척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인 일이 결국 다 허사가 되었다. 사람이란 건 물건이나 다른 무엇보다 다루기가 어려운데, 여기에 COVID-19까지 겹친 탓도 있지만 결국 문제는 사람이다.


주말에 잘 쉬면서 regroup하고 다시 열심히 일할 열정을 찾아야 한다. 많이 실망스럽고 특히 사람에게 실망하는 건 단순히 그 문제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이슈로 인한 것인데 이런 때일수록 내 자신을 잘 추스려야 한다. 물론 기분이 나쁘고 입맛이 쓴 건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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