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든 주말 이틀을 잘 활용하면 주중 이틀-사흘만 더해도 일주일에 닷새를 할 수 있다는 계산. 2-3일에 한번씩 쉬는 것이 좋겠지만 가끔 일정이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하지만 주말의 이틀은 꼭 사용하기 위해서 연달아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주에는 오늘까지 하면 닷새를 이어서 하게 되는 것. 무리가 가지 않도록 금요일 하체/어깨 어제 등/이두 오늘은 가슴/삼두로 가고 내일 괜찮으면 하체/어깨를 가볍게 하는 것으로 3분할을 두 번 이어서 하는 것으로 하고 화요일은 쉴 예정이다. 뭔가 목적을 갖고 하는 것은 아니라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지만 덕분에 하는 것에 비해 결과는 뭐 그냥.
일부러 배우려고 하면 어려운 것이 예술 아닐까. 그냥 천천히 적셔간다는 기분으로 하나씩 알아가면 조금씩 보이고 들리는 것 같다. 가급적이면 교과서 같은 책보다는 에세이처럼 풀어주는 책으로 밑그림을 채워가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전시회를 가다 보니 어느새 유명한 작가들을 한번 정도는 볼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루벤스, 램브란트, 월리엄 터너, 고흐, 고갱, 로댕, 클림트, 르네 마그리트, 앤디 워홀, 마네, 모네, 앙트완 블랜차드, 프리다 칼로, 디에고 리베라, 제임스 티소, 피카소, 알렉산더 칼더, 백남준, 그 외에도 근처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다수의 작품들까지. 색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색약 (다행히 색맹은 아니지만), 적색과 녹색이 섞여 있으면 구분이 어려운 난 미술시간을 참 싫어했었는데 (하기사 한국에서는 좋아한 과목이 역사 밖에 없었으니까) 이젠 좋은 작품 뿐 아니라 미술관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으니 사람의 인생은 참 알 수가 없다. 첫 번째 책은 서양, 두 번째는 한국의 미술가들을 다뤄주는데, 작가의 팟캐스트를 들어가면서 조금씩 배경 지식을 늘려가는 재미는 보너스. 아참, 폼페이 유물전, 그리고 Legion of Honor 뮤지엄의 다양한 그리스/로마/에트루리아의 유물과 이런 저런 아프리카와 중남미 유물상설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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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해작가의 책은 이번에 읽었고 가운데는 아주 예전에, 세 번째는 현재 조금씩 읽고 있는 '수메르'에 대한 이야기. 기원전 5000-7000년 정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이야기는 사실 간단할 수가 없다. 당장 약 1000년전 개국한 고려의 역사만 해도 여전히 오리무중 미스테리인데 (그것도 문자로 기록이 된 시대인데) '수메르'로 총칭되는 이 땅의 문명도 엄청만 부침에 부침을 거듭했을 것이고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확연히 구분이 되는 이정표들이 2-300백년에 한번씩 있었을 것 같다. 도시가 층층히 묻힌 것이 17층이라고 하면, 그러니까 한 도시가 멸망하고 사람들이 완전히 떠난 후 아주 slow한 지각변동에 의해 예전의 도시가 완전히 사라진 후 다시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새로운 도시를 만든 것이 17번이란 이야기. 심지어 어떤 도시는 지하수맥 밑에 있어서 아직도 발굴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에서 '수메르'란 예수강생 후 지금까지의 역사가 2-3번 반복될 수 있는 엄청난 시간속 역사의 총칭이라는 걸 새삼 상기하게 되었다. 한국의 학자가 점토판을 뒤진 30년의 이야기가 이 책과 다른 두 권으로 엮였고 작가는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 하셨다고 하니 남은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을까. 기존의 해석과 차별되는 주장이 학계에 널리 제기되어 학술적으로도 다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정작 가야 마땅한 놈들은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현실의 ugly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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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서보다는 갱유. 지난 시절 입담이나 기발한 저작으로 명성을 얻은 이들의 총체적인 몰락을 보면서 책을 버릴까 싶다가도 책은 죄가 없고 사람이 문제라는 생각으로 책을 keep하고 있다. '책을 불태우다'를 보면서 거지같은 책이라도 한 시대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료의 가치가 있을 수 있기에. 언급된 수많은 book burning 범죄들로 인해 사라진 방대한 과거의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하다. 책은 죄가 없다. '혁명가들의 독서'는 야심찬 기획의도에 못 미치는 것 같다. 'MIX 18'의 청춘야구는 여전히 진행중. 근데 이번에 '청춘'보다는 '야구'에 집중하는 듯.
어쩜 이다지도 대척점에 있는 두 권을 같은 시기에 읽었을까 싶다. '엔드 오브 타임'은 정통학계의, '우주비밀파일'은 UFO와 외계인, 초국가조직의 정보조작에 대한 이야기. UFO와 외계인의 존재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건 이미 불가능하다. 다만 깊이 들어가면 미칠 수도 있는, 세상 외 세상의 이야기라서 그리고 잘못하면 Qanon이 될 수 있어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엔드 오브 타임'을 보면 결국 우주는 '해탈'을 향해 나아가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억은 커녕 천 단위도 너무 큰, 그러니까 백년 정도를 살까 말까 하는 존재로서 큰 고민을 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진리를 깨닫는 것도 좋지만 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혹시 윤회가 있다면 다음 생으로 가져갈 수 있는 좋은 업보와 배움 (깊은 공부는 무엇이든 한번의 생에 이룰 수 없다는 말도 있으니)을 쌓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과알못이라서 계속 과학책을 읽고 있는데 이해는 일천하여 늘지 않는다.
같은 풍의 글을 계속 읽다 보면 지치는 때가 반드시 온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김훈 선생의 '달 너머로 달리는 말'. 하루키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이븐 파들란 (혹은 팔할란)의 여행기에서는 정작 마이클 크라이튼이 주장한 이야기의 trace를 찾지 못했다. 게다가 책 한 권으로 엮기엔 분량이 너무 짧았던지 온갖 동시대 백년 이쪽저쪽의 여행기를 다 가져다 넣어놨기에 나중에는 꽤 지겨운 책읽기가 되어버렸다.
미루던 정리를 쉽게 끝냈으니 다시 한번 주말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한 주에 3-4권 정도는 읽어서 (한 달에 20권 이상을 하려면 주간 5-6권은 되어야 하는데)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전에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내일부터는 다시 한 주의 밥벌이가 시작되니 오늘을 소중히 즐길 것. 옆 동네에 있는 헌책방을 갔다가 Thai음식점에 들려서 점심을 먹고 그곳에 있다는 lake공원을 돌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