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은 Martin Luther King Jr. Day로 연휴였다. 실제로 킹목사의 생일은 1월 15일인데 매년 그 바로 다음 주의 월요일을 공식휴일로 쉬기 때문에 한 해의 첫 연휴라고 볼 수 있다. 워싱턴과 링컨 대통령의 생일을 합쳐 만든 2월 중순의 President's Day연휴와 함께 새해 초반, 한 해를 시작하면서 살짝 밀려오는 부담이나 피로감을 덜고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고마훈 연휴들이다. 킹목사 Day연휴 때 Lake Tahoe에 가서 짧은 여행을 하다가 이곳에도 헌책방이 있을까 싶어 찾아보고 방문한 곳이다.
내가 즐겨찾는 로고스나 Recyled Books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란 규모의 서점이지만 Keynote는 대형서점이 들어오지 않는 South Lake Tahoe라는, 그야말로 관광객과 리조트 직원을 빼면 인구도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 영업하는 몇 개 안되는 서점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역시 너무 작고 지저분 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한번 와봤다 하는 정도의 기억만 남겼다.
보다시피 아주 작은 상가건물의 한 동을 서점으로 꾸며놨는데, 내부는 주인 할아버지의 책상, 그리고 아주 좁은 복도로 간신히 걸어다닐 수 있는 공간을 빼고는 책과 LP/CD로 꽉 차있었다. 이렇게 쓰고보니 나름 책을 많이 갖고 있는 곳이긴 한데, 보관상태랄까 진열상태랄까, 마치 주인 할아버지가 서점의 마지막 주인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 좀 너무한 얘기일까?
마지막 사진의 저 유리문 책장에는 이 서점에서 가장 비싼 책들이 따로 보관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초판본이나 이런 희귀서적이겠지 싶다. 구세군과 함께 이런 곳에서는 책을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좋은 값에 희귀본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John Dunning의 북맨 시리즈가 떠올랐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책 냄새가 아닌, 씻지 않은 사람의 냄새가 심하고 환기도 잘 시키지 않는 지저분한 분위기 때문에 서점의 내부를 즐기지는 못했다. 소중한 것들을 모아놓은 공간인데, 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니 평화시장 쪽의 헌책방 밀집단지가 떠오른다. 그곳에서도 마구 쌓아놓은 책더미가 맘에 들지 않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두 권이나 사왔다. 지역을 생각하면 그리 싼 값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서점이 조금이나마 오래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래된 예전 PC를 뒤져보면 분명히 아벨서점에서 찍은 사진들도 몇 개가 나올텐데, 찾으면 그 참에 아벨서점을 추억해 볼 생각이다. 아직도 건재하게 지역사회의 리더 역할을 하고 계시는 사장님도 생각이 난다. 난 겨울의 아벨서점 내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책으로 가득찬 따뜻한 공간,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까지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그냥 누구라도 붙잡고 말을 걸고 싶을 정도로 나를 들뜨게 하는 그곳이 아벨서점이다. 다음에는 꼭 다시 한번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