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특별히 머리가 좋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는 것 같다. 실제로도 난 특출난 재주가 있거나 번득이는 무엇인가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그나마 남들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뭔가 목표를 잡으면 아주 오래 그걸 진득하니 바라보며 걸어갈 수 있다는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너무 바보같은 사람들을 보면 머리가 나쁘면 몸으로 배워야 하니 몸이 괴로울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다. 


트럼프가 조장한 연초의 쿠데타스러운 폭동에 참가한 사람들,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 50년이 넘어 사회에 완전히 정착한 Roe v. Wade 판례를 엎어버리려는 사람들, 항문의 힘을 지지하는 사람들, 나쁜 이념과 가치를 그대로 Yuji하려는 사람들, 윤석열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 등등을 보면서 멍청한 사람들이 나와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회구성원이라는 사실에 절망에 가까운 감정을 갖게 된다. 그들이 원하는 세상이 오면 좋은 사람들은 기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크게 상관이 없는 사람들일 것이고 그들이 지지하는 그 세력이 바로 자신들을 뜯어먹는 자들임을 모른다면 피를 빨려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세월호참사를 겪은 1020이 지금의 2030이 되어 현 정부를 비난하면서 항문의 힘과 항문의 힘이 내세운 더러운 인간을 지지한다면 그야말로 머리가 나빠서 몸이 괴로울 수 밖에 없는 꼴이 아니겠는가. 


오늘은 전체적으로 게으름을 피운 하루였다. 전날 과음을 하여 몸이 많이 피곤했기에 운동도 일도 적당히 처리하고 곧 업무를 마칠 시간을 맞게 된다. 이렇게 하루를 보낸 저녁에는 다음 날을 반드시 잘 보내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는데 어쩌면 그렇게 주기적으로 한번씩은 힘을 빼주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활시위를 계속 당겨두면 끊어지는 것이니 가끔씩 풀어주어야 하는 것처럼.


12월은 한 달간 책을 좀 열심히 읽어볼 생각이다. 마침 내무부장관께서 한국순방길에 나서셨고 약 1.5개월은 단순하게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사실 어제 굳이 한 잔을 걸친 이유도 따지고 보면 너무 기뻐서 적적해서였는데 아무튼. 일일 일책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오늘부터 시작.


넷플릭스 드라마로 먼저 봤기 때문에 이미 주인공 하먼의 이미지는 러브조이라는 아주 특이한 매력을 가진 배우로 형상화가 되어버렸다. 연기도 연출도 패션도 훌륭했지만 러브조이가 뿜어내는 카리스마가 대단했던 드라마의 원작을 내용을 다 알면서도 사 읽은 이유도 사실 배우가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가끔씩 빠르게 돌려보기로 다시 봐도 그 즐거움이 가시지 않는 호쾌한 체스무협지라고도 생각되는데 책과 드라마가 거의 같아서 새로운 것이 전혀 없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스토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래픽기술의 엄청난 발전으로 하먼이 형상화하는 가상의 체스보드와 행마의 표현이 끝내줬는데 책으로만 봤다면 그 정도로 멋지게 떠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체스나 장기, 바둑엔 재주가 없어서 딱 여기까지만.


이덕일선생이 주창해온 사관과 설, 그의 노고까지 모두 인정을 하고 존중하며 동의하는 편이지만 최근 그의 행보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된다. 강단사학-재야사학의 대립구도와 한국이 국사를 대하는 태도 및 일제부역자들이 키운 마름같은 인간들이 국사의 '대부'이자 '시조'가 된, 뿌리부터 잘못된 국학계에 대한 비판은 인정하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그냥 아스트랄계로 떠나버리게 되는데 나에겐 그 지점이 대륙삼국설이 된다. 고대사의 강역이 축소되었다는 학설까지는 워낙 그 증거가 방대하여 인정을 안 하는 이병도학파가 문제라고 하겠지만 그걸 넘어서 숫제 삼국시대 고구려/백제/신라의 위치를 중국대륙에 옮겨놓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으니 책이 눈에 잘 들어올 리가 없다만 그래도 읽던 책이고 아직 조선왕조실록을 제대로 안 읽어봤기에 끝까지 볼 것이다. 그의 학설이지만 예종이 성군의 기질이 있었다는 주장 또한 그간 워낙 존재감이 없었던 왕이라서 신선하고 명나라의 왕을 '임금'으로 표현하는 자주성 또한 나빠 보이지 않는다. 


다만 현 정권에 대한 비방이 도에 지나친 것 같다. 기실 한국의 교육계의 큰 문제인 국사교육의 축소는 언제고 빨리 address되어 고쳐져야 하는 것이지 문재인정권이 뭔가를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 발전된 국가, 아니 어느 나라가 자신의 역사교육을 이렇게 등한시하는지 모르겠다. 국어/국사는 한 민족국가의 근간이 되는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친일파가 장악하여 기득권화된 현대국가 한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런 저런 만화책을 따로 모았다. 계속 보는 작가들이라서 언제고 몰아서라도 읽어버린다. '맛의 달인'은 49권까지 봤고 아직 세 권이 더 남아 있으며 최근 117권까지 나온 걸로 알고 있으니 이제 거의 반 정도 온 것이다. 이토 준지는 공포만화라고 하지만 난 그가 '공포'라는 단순하고도 좁은 범주를 넘어 '서리얼리즘'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공포'는 그의 작품세계를 담아두기엔 너무 좁은 그릇이다. 작중인물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어떤 괴현상을 실제로 받아들이는 괴랄함이 '공포'란 표현을 너무 단순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공포의 물고기'와 '인간실격'무삭제판도 이번에 구했는데 조만간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을 때 가져다 볼 것이다. 이 외에도 만화책을 뜯지도 않고 쌓아놓은 것이 많아서 12월 중으로 가끔 몰아서 볼 생각을 하고 있다. '권법소년' '쿵후보이 친미' '이니셜 D' '야와라' 같은 작품들이 애장판이나 신장판 타이틀을 달고 고급하게 나와서 지갑은 가벼워졌지만 즐거워하고 있다.


둘 다 즐거운 책. 이번에 나온 건 '그때, 맥주가 있었다', 유시민작가의 방송에서 다뤄진 걸 읽었다. '유럽 맥주 견문록'이 보다 더 촘촘하고 넓다면 이 책은 조금 더 집중적이면서 맥주를 넘어 맥주를 통해 본 유럽의 사회사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내 맥주편력은 고등학생때부터 시작됐는데 처음엔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가벼운 라거로 시작해서 한동안 두터운 에일계통으로 갔다가 다시 라거로 와서 점점 더 싼 맥주를 마셔왔는데 이 책을 보고서 다시 좀더 족보가 있는 맥주로 옮겨가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와인이 가장 뒤끝이 없어 좋아하게 되었지만 맥주에는 그 특유의 맛과 멋과 향이 있기에 걷고 뛰는 거리를 늘리고 운동을 더 많이 하더라도 가끔씩은 마셔줘야 할 것 같다. 주말에 Whole Foods나 Bevmo에 가서 좋은 맥주를 좀더 찾아봐야할 것이다. 동경대지진 이전엔 물이 좋기로 유명한 에치고현에서 담근 맥주가 참 좋았는데, 이젠 일본제품은 역시 조심하게 된다.


이 책은 처음 나온 것, 그 다음에 나온 개정판을 거쳐, 이번에 세 번째 버전을 읽게되었다. 워낙 유시민작가, 아니 유시민의 팬이라서 지겹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가 말한 대로 은근히 많은 부분을 고친 것이 보였지만 그래도 repeat을 하니 처음처럼 신선한 즐거움은 없었다. 치기어린 그도, 사회와 세상을 조금 더 알게된 시절의 그도, 지금처럼 뭔가 달관한 듯하면서도 세상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그의 모습도 다 좋지만 이런 책은 원래 좀 강하고 허세를 부리면서 떠들어주는 것이 제맛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이 절제가 된 걸 보면서 느껴지는 세월의 힘이라니.

세상사는 돌고 도는 것이고 작용이 있으면 반드시 반작용이 있기에 약 80년의 relative peace의 시기를 지나 반목과 전쟁의 시대가 다시 돌아오는 어느 지점에 들어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전 세계적인 파시즘의 귀환에서 하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이지 하늘 아래 새로운 건 많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역사뉴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재미를 위해 읽은 책과 그 이상을 받은 책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재미와 함께 일본의 아주 특이한 문화를 알게 해주는 독특함이 있다. 폴 오스터는 늘 흥미있는 기획을 하는데 이번의 책을 보면서 역시 사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다는 명제가 상당히 진실에 가깝다는 걸 생각했다. 사실 폴 오스터 자체가 사실과 허구를 잘 버무린 덕분에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의 이야기인지 알기 어려운 작가가 아닌가. '와일드 시드'는 다시 한번 왜 옥타비아 버틀러가 대단한지를 상기시켜주는 대단한 작품이었다. SF와 racism, gender라는 어마어마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녹여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건 정말 대단하다.


막판에 어거지로 다 모아서 펼치는 것으로 지난 번 페이퍼 이후 지금까지 읽은 책을 추억했다. 이번 달부터는 심기일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독서와 운동, 그리고 12월의 마무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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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그러다가 주말이 오면 뭔가를 하려고 산에도 가고 아침에 긴 호흡으로 운동을 하기도 한다. 이제 나이가 나이라서 막연하게 뭔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릴 수가 없으니 주된 관심사는 결국 finance가 되어 버린다. 물론 자신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well-being과 prosperity를 바라는 마음은 늘 한결같지만 어쨌든 main focus란 것이 그리로 흘러가는 것이다. 지금 수준으로 계속 하면 언제 어떻게 은퇴를 할 수 있을까 종종 계산을 해보고 이런 저런 것들이 등락을 반복하는 수치에 좋다가 말았다가 하면서 하루를 버틴다. 


돈에 대한 말과 생각을 고상하고 뭔가 미래지향적으로 하자고 투자니 부동산이니 pipe니 하는데 결국 대다수의 관심사는 '돈'이 아닌가. '라떼'만 해도, 아니 나만 해도 좀 덜떨어지고 매사 느렸던 탓에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것이 무척 늦어졌지만 요즘 아이들은 십대부터 시작되는 고민이 아마 career나 꿈이 아닌 안정적인 삶, 대박, 로또 같은 것 같다. 그런 방향으로 가다가 지쳐버리고 나니 이젠 FIRE을 이야기한다. 자기가 생각하는 기준으로 일을 덜 하고 너무 불편하지는 않게 살면서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은 그런 방향으로. 일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FIRE의 시기도 가능성도 그 내용과 질까지 모두 쩐이 좌우하는 것이니 이 또한 천상천일게다. 


지금 하고 있는 그대로 하면서 비슷한 평균의 performance가 나온다고 할 때 언제 조금 slow down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은 나이를 먹어가고 일이 재미가 없어지면서 전체적으로는 지쳐간다고 보는 편이 아마 맞을 그런 때마다 하게 된다. 너무 길게 잡으면서 복리개념으로 훌륭한 성적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노년까지 일하고 벌 수 있다는 건 경우에 따라서는 축복스런 일이겠지만 어쨌든 이 망상계산은 그리 길게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부터 딱 십 년 후의 내 위치가 궁금한 것이다. 


오행에서 보면 금극목이라고 금기는 목기를 누르는 것으로 해석한다. 날카로운 도끼에 나무가 다치는 형상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FIRE든 투자든 무엇이든 결국 돈이고 돈은 곧 금기에 해당하니 (화기나 토기도 재물운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튼), 머릿속에 '금'이 가득한 요즘 이와는 상극일 수도 있는 '목'기, 즉 책에서 멀어지는 건 일견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 싶다. 책을 안 읽는 것이라기 보다는 책이 머리에 남고 가슴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못 하는 것. 


그간 읽고 간신히 짧은 메모만 남겨둔 책이 열 권을 훨씬 넘어선 것 같다. 어떤 책은 내용도 가물가물해서 읽을 당시의 기억은 커녕 느낌도 거의 사라져버린 것 같다. 


늘 무엇인가를 공격하는, 반대하고 증오하여 결집을 통한 세력화를 유도하는 파시즘은 그 이념의 실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이 언제든 듣는 이의 입맛에 맞게 바뀐다는 (그렇게 기억한다) 이야기가 남는다. 트럼프가 보수도 아니고 우파도 아닌 그저 증오와 공포를 기반으로 아무때나 특정세력이나 대중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파시즘의 21세기형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특성을 보면 빨갱이 이상 적대적인 팀에게 붙이기 좋은 이름으로 또한 파시즘만한 것이 없다는 걸 생각하게 되는데, 국지적으로야 늘 전쟁이 사방에 넘쳐나고 있지만 적어도 서방세계와 그에 연계된 생활권에서의 큰 전쟁이 없었던 지난 80년, PC와 저항의 시대를 지난 양극화가 이런 식으로 분출되는 걸 보면 내 생의 어느 즈음 다시 큰 전쟁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 어쩌면 지구는 이런 식으로 정화되어야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만, 뚜렷하게 규정할 수 없는 파시즘은 늘 곁에서 그 banner를 올릴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만 제대로 기억나는 것도 있고 거의 다 까맣게 잊어버린 이야기도 있다. 무의식 깊은 곳 어디엔가 살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가끔 회광반조처럼 자다가 깨어나 떠올리는 이야기들처럼.


읽을 책을 떠올리며 대충 모으는 것으로 일단 reset을 해본다. 늘 비슷하게 재미없이 살고는 있지만 매일 책 한 권을 읽는 노년의 언젠가를 그려보면서 다시 하루를 살아가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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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1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2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21-10-2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정적인 노년을 위해 재정적인 면과 신체를 단련하시는 모습이 부러운 걸요. 저는 요새 몸이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게 느껴지고 노안도 그렇고....그러니 마음도 따라 약해지더라고요. 나이든다는 게 가는 해에 대한 생각 자체도 달라지고요.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transient-guest 2021-10-22 01:07   좋아요 0 | URL
이게 늘 up and down이 심해서 어느 날은 좋다가 어느 날은 갑자기 현타가 오면서 자괴감에 빠집니다. 내가 왜 이러고 살지 하는. 정답이 없으니 가봐야 아는 것이 삶인가 봅니다.
 

10월의 각오가 무색하게도 여전히 새벽에도 잠을 자고 있다.


chest/triceps 1시간 2분, 527칼로리

걷기: 1.03마일, 25분, 113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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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NFL시즌과 함께 돌아오는 가을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NFL오프닝과 함께 돌아왔다. 올 여름 중서부와 서부연안을 덮은 heat dome의 무더위는 피했지만 곳곳의 산불과 가뭄을 절절하게 느낀 여름을 넘긴 다행스러움과 작년의 가뭄 대신 이번 우기에는 비가 많이 오기를 바라는 설레임, 더 정확하게는 걱정이 앞선 두근거림, 그리고 남은 9-10-11-12월의 분발과 strong한 2021년의 finish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무엇이 어떻든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상의 마음이 섞여 무척 복잡한 심경으로 시즌 첫 게임의 오프닝을 보고 있다. 


극우세력이 망친 나라를 다시 정비하고 싸지른 똥을 치우다 임기를 마칠 것이 분명한 한국의 현 정부의 모습을 바이든의 행정부에서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는 아주 조금 예상하기는 했었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서 3년 후 트럼프 2.0 혹은 트럼프의 개량형을 보게 될 것 같아서 걱정을 넘어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싸지른 똥에 더해 끊임없이 이걸 smear하는 듯한 공화당 (GOP)을 보면서 이들은 이제 GOP가 아닌 GQP가 되어버렸구나 싶어서 '보수'와 '우익'이란 것들이 더 이상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세계 어디서든 '극'이 붙은 인간들은 좌우를 넘어 문제가 있다고 보는 편이지만 보수를 잠식한 극우의 준동은 상상 이상이라서 언젠가 더 평화로운 곳으로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책읽기가 많이 부진했던 2021년은 그 중반부터 더욱 그런 경향이 심해졌는데 7월, 8월, 그리고 지금까지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즐거움을 위한 것이니 너무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단 것을 알면서도 목표가 있다는 것도 그렇고 뭔가 거의 모든 것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 삶의 지금이 싫어서 그런 맘이 드는 것이다. 예전에도 종종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좋아지는 것을 반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땐 그저 grind하는 수 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렇게 기승전결을 이미 알고 있음에서 쌓인 세월의 무게를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훗날 대문호로 성장할 조짐은 평범한 나의 눈엔 보이지 않고, 거의 모든 작가가 그러했듯이 신변잡기와 자라온 날들을 토막으로 가볍게 가공해보는 습작의 시기를 본다. 작품보다 더 복잡하면 복잡했지 결코 떨어지지 않는 헤밍웨이의 삶의 궤적이 함께 조금씩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것들이 구체적으로 잘 엮어진 건 그가 이름을 떨치게 해준 유명한 작품들이 아닌가 한다. 유난히 '남성스러움'에 천착한 헤밍웨이의 인생관, 사냥, 전투, 모험에 대한 겉모습의 반전 같은 것이 살짝 느껴지기도 하는 그의 작품을 보면서 문득, 사실은 겁이 많고 wild하지도 못했고, 남성다움이 부족한 것이 그의 본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해봤다. 시대가 달랐다면 coming out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의 여성편력을 보면 퀴어보다는 그저 허세가 심했던 당시 남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입고 다녔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내가 근거지로 삼고 있는 이곳 출신의 작가라서 스타인벡의 작품의 무대는 매우 익숙하다. 그 익숙함과 일전에 본 그의 박물관의 친숙함이 겹쳐서 꽤 좋아하는 작가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번에 두 번째 완독이 된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앞서와 그리 다르지 않다. 목적성을 잃은 투쟁은 투쟁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다는 것.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투쟁이라는 그 목적 자체가 중요할 수도 있고 종종 이런 사람들이 시작한 투쟁이 퍼지면 다양한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는 혁명이나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 했다. 특히 고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작은 일로도 행복할 수 있고 아주 사소한 계기로 체화된 체념이 분노가 되어 거대한 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니, 싸움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되는 것이다. 그것이 급하게 우경화한 백인우월주의가 가미된 것이든, 급진좌파로 몰리는 경향이든 결과적으로 이런 것들은 사회가 안정되지 못하고 대다수가 안정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환경으로 몰리는, 노동이 아닌 자본만이 더 큰 자본을 버는 지금의 정체기를 보면서 생각이 복잡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바뀐 건 많이 없고 나아진 만큼, 진보한 만큼 다른 방법으로 가진 걸 누리고 불공정한 사회를 계속 유지시키려는 사람은 계속 나온다.


어쩌다 보니 이 책도 repeat이다. 한 세 번째 읽는 것 같다. 이 시대의 일본에는 여러 가지로 감정이 많지만 한국의 근대문학에 영향을 많이 끼친 시대라서 관심을 버릴 수가 없다. 게다가 나쓰메 소세키는 그래도 당시 꽤 양심적인 지식인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 더더욱 큰 반감은 없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일본 또한 근대의 태동기였던 작가의 활동시기는 우리에겐 잃어버린 시절이 되어 버린 탓에 이런 책을 보면서 식민조선이 아닌 근대의 한국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작가의 주변과 환경을 들여다 보면서 문호의 삶은 이러했을 것이라는 생각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아련함을 다시 느꼈다.



갑작스런 핵전쟁으로 세상이 끝장나버린 후, 미국의 어느 한 구석에서도 한 귀퉁이 같은 깊은 산골에 혼자 살아남은 소녀가 갑자기 나타난 다른 생존자 '남자'와 조우하면서 일이 시작된다. 과거를 알 수 없지만 꽤 많이 배운 듯한 이 남자는 사고로 인한 피폭으로 아파지고 병을 앓는 과정에서 점점 더 이상해진다. 


이런 세상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났는데 그가 상대적으로 힘과 다른 면에서 나를 구속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반갑기보단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이런 세상은 따라서 매드맥스에서 보여준 지옥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소녀는 점점 더 구속이 심해지는 남자를 피해다니고 몇 번의 위험을 겪은 후 그 남자를 죽일 수도, 함께 있을 수도 없음을 자각하게 되는데 여기서 남녀의 해결책이 갈리는 것 같다. 여자를 길들여 소유하려는 남자와 사실상 '적'이 되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죽이지는 못하는 소녀를 보면서 어쩌면 inherent하게 남성성은 폭력성을 수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남녀의 문제라기 보다는 힘의 문제가 맞을 것 같다만.


게으른 책읽기라도 하나씩 이어가는 이상 희망은 있다. 또다시 주말이니 쉬면서 숨고르기를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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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아픈 관계로 press 운동은 매우 천천히 가볍게 수행한지 근 한 달은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자주 근육이 놀라는 걸 알 수 있다. 다른 건 그래도 괜찮은데 유독 bench press계열의 운동이 아주 어렵다. push-up과 변종운동 및 가벼운 덥벨로 그럭저럭 하고는 있으나 이 부분은 장기적으로 퇴행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최고로 무거운 걸 들었던 것이 45 lbs 바에 45 lbs 플레이트 두 개를 양쪽 각각에 끼고 거기서 다시 15 lbs까지 각각 낀 후의 한번이었으니 합산 255 lbs 인데 내 개인적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좀 드는 사람들 수준에는 못 미치는 무게였었다. 아마 거기까지 가려면 다시 엄청난 노력과 수행이 반복되어야 할 것인데 과연 가능할지? 그저 하루하루 지치지 않고 뭔가를 해내려는 것으로 내 의지를 확인하고 있다만 잘 들던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운동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다 더 자연운동과 달리기, 걷기, 가능하면 수영과 무술로 많이 치중해야 할 것 같다.


매달 말일에 맞춰 고정으로 나가는 비용이 있고 책정된 월급과 연금 등으로 빠져나갈 것들을 걱정하면서 일하고 살다보면 시간이 무척 빠른 걸 느끼게 된다. 단순히 나이를 먹으면서 빨리 지나가는 걸 넘어 이런 패턴을 반복하면서 얻어지는 시간의 상대성 같다. 


최근의 독서는 퇴보할까 두려워 안간힘을 쓴 흔적에 다름이 아니다. 눈이 반겨주고 복잡한 마음에도 잘 파고든다면 그 책을 잡고 읽어내는 것이다. 7월의 부진을 떨치기는 커녕 지금은 더욱 엉망인 듯하여 마음이 급하다. 


사두고 읽다 말다 하는 책도 많고 읽고 나서 까맣게 모두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긴가민가 하면서 손에 잡히는 폴 오스터의 책을 읽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처음 읽는 것이 분명했다. 기대치 않던 큰 돈이 유산상속으로 들어온 것으로 멀쩡한 직업과 생활을 정리하고 길로 나선 주인공은 방랑을 하다가 갑자기 한 젊은이를 만나서 그의 도박 뒷돈을 대고 빚까지 지게 된다. 이후 말도 안되는 이상한 프로젝트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탕감을 받기로 하면서 더욱 괴상해지는 이야기는 그 결말이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옮긴이의 글을 읽으면 이런 저런 의미를 찾게 되는데 난 그저 아무리 이상한 조건이라도 그것이 견딜만하고 반복이 되는 상황의 어느 시점에는 사람이란 적응을 하게 된다는 것. 그걸 못하는 사람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벗어나려고 할 수도 있다는 것 정도를 읽은 것 같다. 


역시 아침이지 싶다. 나에겐. 오늘 고객과 함께 관공서를 가줄 일이 있어서 요즘의 나에겐 아주 일찍인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서 일곱 시에 사무실로 들어왔는데, 오자마자 도시락을 두고 왔음을 깨닫기는 했지만 어쨌든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suburb의 모습에서 정신이 맑아지는 걸 느낀다. 동네에서는 걷기 어렵다면 아예 일찍 출근해서 오전에 사무실 주변을 걷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definitely morning person인 것이다.















교양을 위해 읽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동시대...'는 워낙 내 지식이 일천하여 많이 아쉬웠고 '한무제...'는 아는 것이 많으니 즐겁게 볼 수 있었으며 '구스타프...'는 뭔가 좀 나하고는 잘 맞지 않는 듯, 흥미를 가진 아티스트였음에도 그닥 잘 흡수되지 못했다. 역사의 덧없음에 기대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이란 참 아무것도 아닌데 뭘 이렇게 난리를 치면서 한 세상을 살아가는 건지 궁금해진다. 아직 정식역사로 편입되지는 못했지만 요즘의 새로운 고고학적 접근에서 보면 인류문명은 확실히 기승전결을 거쳐 발전과 완전한 퇴보에서 다시 시작하는 걸 여러 번 반복해온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는 더더욱 인간이란 종, 나아가서 우리가 이룩한 이번 시대의 문명이란 언제든지 모두 사라질 수 있는 것이고 언젠가 우리도 '선사시대 외계인'의 테마가 될 수도 있음이다.


교양도 좋고 문학도 좋고, 이도 뭣도 좋다만,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를 읽는 건 특히 더할 나위 없는 독서의 즐거움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저런 일들로 긴축을 하면서 6/17을 마지막으로 책을 주문하지 않았다. 다음 달엔 좀 한 뭉치 주문을 해야지 계속 밀리다가 원하는 책이 절판되어 버리면 그것만큼 아쉬운 것이 없을 것이다. '혼진...'은 여러 번 읽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중편인데 다시 읽어도 그 기괴함은 여전히 즐겁다. '올빼미...'는 결말이 없는 마무리였지만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역시 괜찮다. '리플리 시리즈' 전집의 번역을 구하지 못한 채 절판되어버린 것이 너무 아깝다. 이렇게 되면 헌책값이 왕창 뛰어버리니 구할 마음이 없어진다. 대단한 희귀본이나 장정본의 고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책 또한 거래와 이익의 대상이 되어버린지 오래. 살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아니, 살기 어려운 세상이란 것이 새삼스럽게 realize된다.


먹을 것도 없고 점심까지는 굶게 생겼는데 그김에 일종의 간헐적 단식을 체험하게 됐다. 집에서 내린 cold brew를 가져온 것이 그나마 다행. 가벼운 몸으로 마음을 가볍게 하고 관공서 미팅을 하게 되었으니 그 또한 나쁘지는 않다. 


소설에서, 교양으로, 그리고 흥미에서 문학으로 넘어왔다. 물론 이 순서대로 읽은 건 아니고 워낙 밀리다보니 그렇게 분류해놓은 것이니. 


'기적의 시대'는 뭐라고 할까, 신약성서에서 예수의 이야기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것이다. 예수가 아닌 기적과 표징의 완성이 주체가 되어 이를 이루기 위해 예수와 기적, 그리고 그 기적을 받은 사람들은 원하지 않든 원하든 충실히 사건을 만들어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엉망이 되어 버린다. 아직까지 종교행위나 업계의 종사자를 비트는 건 있어도 성서나 성서의 인물을 과감하게 꺾어서 돌려내는 소설은 한국엔 없는 것 같다. 그리스도교와 오래 살아온 서구와 이것이 상대적으로는 여전히 신흥종교에 가까운 한국의 차이도 있을 것 같고, 여차하면 재벌교단에서 가처분신청이 들어올 수도 있는 한국특유의 상황도 그 이유가 될 것 같다.


'검은 튤립'은 그 전개와 결말에서는 확실히 좀 낡은 냄새가 나지만 내용과 재미는 나이를 먹지 않은 듯 즐겁게 보았다. 고전이나 문학이란 수식어는 역시 최소한 몇 백년은 버텨주어야 받을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닌가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나 로마의 고전은 더욱 신성시되는 것 같다. 책쟁이로 포장된 자계서 저자들의 백가쟁명의 시대가 여전히 아주 끝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이런 식으로 어떤 대상에 의미와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걸 숭배하는 건 당시의 경험으로 인해 거부감이 높다. 아무튼 보편적으로 고전으로 분류된 것들은 꾸준히 하나씩 꼭 한번은 모두 만나고 싶다. 


이 긴 life-long한 사랑이라니. 여자는 줄타기를 한 것 같기도 하면서 끝내 머무르지는 못했지만 끝은 남자였던 것 같고 남자는 강렬한 첫사랑에서 평생 헤어나지 못한 삶을 산 것 같다. 말 그대로 '나쁜'소녀가 '짓궂'은 장난을 평생 친 것 같은데, 그렇게 밉지도 않고 남자가 그다지 바보스럽게 느껴지지도 않는, 뭔가 짠~함이 남는 이야기. 작가의 책은 천천히 구할 수 있는 건 모두 읽어볼 생각을 했으니 책 한 권에서 그렇게 시작되는 인연이 참 많고 질기고 복잡스럽다. 예전부터 들어온 이름의 작가이고 책인데 구해놓고 이번에 읽었으니, 그리고 아주 즐거웠으니 좋은 책이 보이면 바로 쟁여놓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너무 자주 하는 탓에 책이 사라질까봐, 또 내가 잊어버릴까봐 늘 걱정을 하면서 사는 소시민의 독서인생이라고나 할까.



추리소설 외에도 다른 필명으로 출판한 몇 개의 소설까지 다 읽은 작가. 좋아하더라도 완독이 싶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특히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들의 작품은 워낙 선별적으로 번역되어 나오고 금방 절판되는 경우가 흔해서 더더욱. 애거서 크리스티는 다행히 인기도 높고 '돈'이 되는지 여전히 완간된 책을 구할 수 있었는데 자서전은 비교적 최근에 구해서 이번에 읽게 되었다. 기승전결은 loose하게 잡고 의식과 기억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위주로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질서정연하게 어린 시절부터 나이가 든 작가의 그 당시 현재까지 잘 이어지고 추리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작가의 인생을 보는 것도 즐겁다. 거기에 서구중심으로의 시각이지만 어쨌든 세계여행이 전 지구적으로 가능하던 시절의 중동여행도 무척 흥미롭게 볼 수 있었는데 생생한 고대문명의 발굴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그 시대와 기차가 세상 곳곳을 연결해주던 당시를 보고 싶어진다. 서울발 파리행 기차라니 얼마나 멋질까. 글솜씨를 타고난 듯, 대단한 교육이 없이 대작가로 성장한 걸 보면 전생에서 가져왔다고 할 수 밖에.


이후로도 몇 권을 더 읽었으나 걔네들은 다음 기회에 모아서 다시 정리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제 3-40분 후에는 나가야 하니 오전의 업무를 볼 시간이다. 아직은 거리의 자동차소리가 적은 이 시간에 마시는 차가운 커피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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