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북확실해보이는 요즘이다. 오늘 부패한 극우성향의 판사들이 다수가 되어버린 연방대법원에서 트럼프의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미국의 민주시민들에게 역대급 빅엿을 먹였다. Insurrection Clause의 적용여부만 판단했다고는 하지만 법으로 그의 행위를 Insurrection으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주도한 사실상의 쿠데타시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그들이 왜 모르겠는가. 트럼프가 지명한 법관들은 말할 것도 없고 Clarence Thomas라는 희대의 부패한 악당판사를 대법관자리에서 내칠 방법이 없는 것이 너무도 이상하다. 민주주의국가에서 어찌 종신직이 보장된 정부의 자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이대로 승세를 타고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두 번의 임기를 넘어 독재자가 되려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한 일인데. 정말이지 트럼프가 정치일선에 나선 이래 전 세계에서 비슷한 레벨의 또라이들이 그간 너무도 당연해서 법제화하지 않았던 사실상의 관습법을 깡그리 무시한 정치를 하고 있으니 그가 빨리 죽어버리는 것만이 세상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검은 놈이나 흰 놈이나 나쁜 놈은 그냥 나쁘다.
작가의 작품 넷을 모두 읽었다. 홈즈시리즈는 워낙 홈즈를 좋아해서 코넌 도일의 원작 외에도 다양한 비공식/공식적인 노작을 구해서 보는 터 호로위츠의 작품도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맥파이 살인 사건도 그랬고 이번의 작품 또한 재미는 대충 평균치의 어느 정도로 느껴진다. '중요한 건 살인'에서는 흥미롭게도 작가자신이 등장하여 현실과 소설, 혹은 소설과 현실의 사이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가지만 이런 시도는 아주 신선한 것이 아니라서, 그리고 추리소설이라면 일단 그 자체에 충실하게 접급해야 할 것이나 결정적인 변수가 내 생각에는 본격적인 추리에서 이 작품을 다소 멀어지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이지만 완전히 상상해야만 떠올릴 수 있는 단서가 사건해결에 있어 핵심정보가 된다면 조금 unfair하다는 생각이다. 홈즈시리즈나 더 써주었으면.
'마의 산'을 세 번의 시도 끝에 완독한 이래 작가의 작품들은 꾸준한 관심을 갖고 읽는다. 같은 출판사에서 기획한 다섯 권의 단편 전집에서 두 번째로 최근에 엮어진 책을 구해 읽었다. 워낙 이런 저런 판본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경로로 이미 읽은 작품도 있었지만 기억이란 것이 가물가물하여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마의 산'에서 느껴지는 긴 호흡과는 차이가 있지만 분명히 그 모티브로 생각되어 짧게나마 '마의 산'에서의 요양원이 떠오르는 것도 있고 '부덴부르크가의 사람들'이 떠오르는 작품도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포기하지 말고 기획한 시리즈를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오다 마는 시리즈만큼 독자를 실망시키고 농락하는 것 같은 경우가 없기 때문에. 기실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중간중간 절판되어버리는 책이 있는 시리즈로 종종 짜증이 나고 있어 더더욱.
이들 외에도 소소하게 읽은 가벼운 소설이 좀 있으나 굳지 남기지는 않기로. 추리소설도 즐겁고 에세이도 좋고 하루키가 직접 선별한 그가 애정하는 피츠제럴드의 후기작품모음도 훌륭했다. 이 나이가 되어 말하기엔 좀 뭣하지만 세상이란 것이 거칠고 힘들기에, 게다가 세상이 좋아지기는 커녕 점점 더 나쁜 쪽으로 가는 것 같아 늘 불안한 시절에 책을 벗삼아 잠시 위안을 받곤 한다. 책이 쌓여가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훨씬 앞지른 것이 이미 오래지만 그래도 그렇게 쌓아논 책을 하나씩 뒤적거리다가 잘 만나지는 어느 날 단숨에 읽어버리는 경험을 몇 번 하다보면 아무리 안 읽어지는 책이라도 해도 손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한쪽에 쌓아놓게 된다. 요즘 사들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진 것에 비해 읽는 속도가 형편없이 느려진 탓에 여기저기 틈에 박아놓은 책을 뽑아서 보면 안 읽은 책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지만 그래도 읽는 행위 이상 사들여 쌓는 행위를 멈출 수가 없다.
바쁜 와중에 잠깐 숨을 돌리려고 이번에 다시 나온 리플리시리즈 전권에서 첫 번째인 The Talented Mr. Ripley (재능 있는 리플리)를 펼쳤다. 멧 데이먼, 존 말코비치, 그리고 알랭 들롱이 떠오른 것은 영화의 영향일 것이다.
윤석렬의 한국도 그러하겠지만 미국 역시 마찬가지로 트럼프와 극렬지지자들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대법관들, 주와 시정부 곳곳의 극우분리주의자들, 차별주의자들, 의회 등등 곳곳에서 나쁜 짓을 하는 걸 방관하거나 조장하는 자들이 있다.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위해. 참담하고 암울한 심정이다. 트럼프는 절대로 당선되어서는 안될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