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부터 24일까지 하루에 한 권씩 스물 한 권을 연달아 읽기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중간에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 외에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었다. 계획했던 대로 고전을 많이 읽지도 못했고 읽었던 책을 다시 본 것도 많았고 알찬 내용이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책을 읽는 등 약간의 치팅을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어려움 중에도 끈질기고 독하게 일정을 소화해냈음에 만족한다.































재독과 삼독의 재미를 발견하기도 했고, 새삼 다른 느낌이나 의미로 새롭게 다가온 책들도 있었으며 세월과 경험에 많이 부드러워진 왕년의 독설가를 발견하기도 했다. 좋은 시간이었고 쉽게 다시 시도하지는 못할만큼 일과 운동 및 갑자기 닥치는 일상의 일에 치이면서 이어간 힘든 시간이었다. 가끕씩은 유혹을 받겠지만 함부로 시작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하루를 꼬박 읽어도 읽기 힘든 책들도 너무 많거니와 평일의 2-3시간을 겨우 할애해서 충분히 잘 읽을 수 있는 책이 그렇게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비행기 안에서 시작한 Kitchen Confidential을 다 읽고 나면 다른 책을 잡을 생각이다. 잘하면 그래도 9월의 진도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운동을 많이 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마음이다. squat는 한벌의 트럼프 카드를 사용하고 푸쉬업은 후아레즈 방식으로 해야 하겠지만 여전히 어깨가 아픈 탓에 쉽지는 않다. 줄넘기도 돌리는 등 어제는 그나마 땀을 냈더니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뭐라도 해야한다.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나쁘다. 


복귀하면 다시 열심히 사는 것으로 나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사용할 것이다. 이 기회에 내 모토를 몇 개 share하고 싶다.


1. Dream, Plan, Walk: 2-30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늘 생각하는 삶의 지침이다. 꿈을 꾸고 계획을 세워 하나씩 실행하자는 의미.


2. Health, Peace, Prosperity: 추구하는 지향이라고 보면 된다. 건강, 그 다음으로 평화, 마지막으로 번영의 순서로 중요한 것을 나눴다. 기도할 때도 늘 화두가 되는데 언젠가 미사 중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 어떤 미국인 할아버지의 입에서 이걸 고스란히 축복으로 돌려 받는 일종의 신앙적인 경험을 했다. 다른 이를 빌려 나온 신의 답변처럼 느낀 기억이 있다.


3. Faith, Intent, Association: 믿음을 토대로 목적성을 갖고 일을 추진하여 이를 위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의미.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서 가져왔다. 지향점을 잡고 가면서 이를 이루기 위한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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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8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8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9-28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1일간 21권의 책 진짜 쉽지 않은 미션이었는데 축하드려요. 훌륭하세요.
저라면 아예 세우지도 못할 목표! ^^;;

transient-guest 2022-09-28 15:0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엄청 힘들었어요
 

걷기. 0.58마일 14분 64칼로리

전신운동 1시간 20분 687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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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두/배 57분 495칼로리

걷기 0.96마일 26분 114칼로리


습한 날씨에 익숙하지 않아서 아직도 덥게 느껴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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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단 한 건의 케이스 때문에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듯한 경험을 했다. 내일이면 마무리가 될 것도 같은데 결과는 또 어떻게 나올지. 요점만 이야기하자면 자료와 정보준비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한 클라이언트를 이해시키면서 자료와 정보를 충분히 준비해서 케이스를 준비해야 했고 이에 따라 진행은 계속 늦어졌고, 중간에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왜 X는 그간 문제가 없이 다 했는데 너는 못하냐'는 취지의 말을 들었고, 큰 소리를 내는 직전까지 가면서 이해를 시켰고 이제는 과거 케이스들이 운좋게 무사히 처리됐었지만 기실 대충 진행된 것이었음을 어느 정도 인지한 것 같고 진행은 마무리 단계에 왔다는 것. 


이 바닥엔 벼라별 인간들이 다 있는데 (1) 사무장이 변호사를 고용해서 영업을 하는 브로커법인과 (2) 변호사 한 명이 각 나라별 언어가 되는 사무장을 고용해 이들이 모두 일을 하고 변호사와 돈을 나누는 형태가 가장 거지 같은 practice의 대표적이 모습이다. 과거 케이스를 진행했던 곳이 (2)의 계통이라서 자료고 정보고 과거의 것들을 제대로 전달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런 이해를 못하는 클라이언트를 가르치면서 여기까지 온 끝에 지금은 아주 진절머리가 나버렸지만 내가 할 도리는 다 해야 한다.


일이란 것이 하다 말다를 반복하면 재개할 때마다 추가로 시간이 발생하고 그 덕분에 다른 케이스의 진행이 전체적으로 미뤄진다는 문제가 있다. 덕분에 내일까지 이걸 빨리 마무리하고 다시 남은 한 주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중간에 일정을 조절해온 댓가를 치뤄야 한다. 이 나이를 먹어서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땐 그냥 욕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번 달 안에 일단 밀린 두 건을 알맞게 진행시키고 hopefully 위에 말한 문제의 케이스가 잘 되면 좋겠다. 9월 중으로는 그간 클라이언트가 속도를 내지 못해서 계속 늘어지고 있는 몇 건의 케이스를 확 잡아댕겨서 마무리 해볼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서 9월 말에서 10월 초의 늦은 휴가는 다른 몇 건의 케이스와, 역시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둔 홈페이지를 개정하기 위한 자료준비에 사용해서 10월 중으로는 이 또한 오더를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쪽으로는 워낙 부족해서 회사의 홈페이지는 내 사무실의 구성 상태와 마찬가지로 좀 별로라서 늘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이곳에서 매우 저가로 영업하는 변호사가 개발새발 남을 의식한 글을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홈페이지를 보고서 정리가 잘 된 것이 맘에 든다는 사람도 있으니 홈페이지의 feature가 중요하긴 한 것 같다. 


오른쪽 어깨와 삼두가 함께 아픈지 좀 됐는데 여전히 완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침을 맞아볼까 생각하고 있다. push운동이 가장 어렵고 pull운동의 경우 그간 열심히 노력해서 많은 진전을 보인 pull-up이 완전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하체 2, 상체 1의 비율로 운동을 하는 것으로 어쨌든 뭐라도 하겠다는 마음을 실천하고 있다. 걷기는 거의 매일 하고 있으니 이번에도 월 100마일 정도의 거리는 가능할 것 같다.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십대나 이십대, 아니 삼십대의 운동량을 따라가는 건 어려울 것이라서 나이와 몸 상태에 맞춰 열심히 꾸준히 하면 그만이다. 


지금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 어떤 우연한 기회에 reference를 접하고서 아마존을 통해 구입해두었다가 최근에 읽었다. 워낙 dense한 글이라서 속도는 나지 않았지만 엄청 재미있게 조금씩 읽은 끝에 지난 주말에 완독을 했다. 갑부이자 의사인 Dr. John Silence는 자선을 목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나 실제로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전형적인 빅토리아시대에서 20세기 초 흔했던 젠틀맨이다. 그가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는 사건은 모두 초인지, 초자연, 초현상에 관련된 병이나 컨디션이고 세밀한 분석을 통해 단순한 정신이나 마음의 병이 아님을 판별한 후 사건을 맡아 해결한다. 악한 영혼의 흔적이 남은 공간에서 향정신성 약물을 흡입한 결과 개안이 되어 접촉된 작가의 이야기, 불의 정령의 이야기, 그리고 초공간을 인식하고 이를 컨트롤하지 못해서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사람의 에피소드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한국어로 번역되어도 좋을 작품이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점차 읽어볼 생각이다. 















21권까지 나온 걸 다 구해놨으니 이제 다섯 권이면 이 시리즈도 끝난다. 특이하게도 사건을 해결한 후 임의로 하는 판단에 따라 뒷처리를 하는 매그레 경감을 보면 프랑스인 (이미지화 된) 특유의 liberal함이 보인다. 정통추리라고는 말할 수 없을만큼 작가와 독자의 승부를 도모하지 않고 스토리를 서술해주는 방향이란 것도 이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본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만화를 좋아하게 된다. 복잡한 머릿속 생각을 식혀주는 용도를 넘어 '만화'라는 매개체에 대한 편견을 넘을 수 있다면 기실 잘 쓰인 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다. 요즘 핫한 넷플릭스의 한국 컨텐츠도 상당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꾸준히 읽어가는 '맛의 달인'도 이제 50여 권만 더 가면 완질/완독을 할 수 있다. 요즘 같이 달러가 좋을 땐 특히 더 달려들어 사들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 계속 읽으면 아무래도 테마가 비슷하여 좀 지루하지만 이렇게 가끔씩 보면 맛깔스런 요리의 이야기에 즐겁다. 


삶이란 축복도 아니고 저주도 아닌 것이 내가 살아온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어떤 이들이겐 축복이겠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지구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저주에 가까운 것이 삶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다행이라고 본다. 그저 하루를 살아내면서 살아남아 최선을 다해 종착역을 향해 가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삶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모자란 건 내일 더 노력하고, 그 다음에도 그렇게 노력해서 매일 새롭게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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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술 마실 일이 종종 있을만큼 networking이 되고 있다. 마치 지난 5-6년의 networking을 한번에 하는 것처럼 우연한 초대를 통해 만난 분들과 그렇게 가끔 만나서 술자리를 갖고 있다. 


운동은 나이의 탓도 있겠지만 지난 달부터 언젠가 오른쪽 삼두, 거기서 어깨로 해서 뒤의 날갯죽기까지 골고루 pain spot이 생긴 탓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무리하게 try를 하다가 이번 주 월요일의 맨몸운동 후 상체는 쉬고 있다. 어제도 가볍게 하체를 했고 내일은 상태를 봐서 당기는 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다시 하체를 해주는 것으로 상체를 더 쉬게 해줄 생각이다.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전체적인 운동의 패턴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들고 걷기만 하니 몸이 굳는 것 같기도 하고. 내년에는 진짜 뭐 하나를 찾아서 기능성 운동을 해야할 것 같다. 


책은 이번 달 들어서는 정말 성적이 참담하다. 딱 두 권을 완독했으니까. 


세상을 살아버리고 나면 살면서 겪은 많은 것들, 경험, 배움 등으로 해서 행간을 읽는 독서가 가능해진다. 물론 젊은 시절의 스펀지 같은 독서는 그대로의 매력이 있고 특히 읽고 나서도 내용이 사라지지 않는 엄청난 이점이 있기에 굳이 선택을 한다면 젊은 시절의 독서가 더 맘이 간다만, 나이를 먹은 사람의 독서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변화를 주게 된다. 책에서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었듯이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으로 context를 더해줄 수도 있고 경험에서 온 비판적인 시각으로 책의 이야기를 곱씹어볼 수도 있다. 독서에 정답이란 것은 없거니와 나이을 먹은만큼의 이런 변화는 바람직하고 말고를 떠나 어떤 거부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운명일게다. 지금 나이에 와서 읽는 GTO가 어린 시절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에서 읽던 GTO가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잊고 추리소설이나 만화에 푹 빠져드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아마 고전문학을 제대로 읽어본다면 이런 나이든 이의 독서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이제 몇 년 있으면 반 세기를 꾸역꾸역 살아낸 인간이 되어 있을 그 무렵엔 더욱 이런 경향이 강해질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 뭐 복잡한 마음이다. 유쾌한 술자리에서 나를 보면 그냥 어릴 때의 내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게 적당히 잘 망가지고 즐겁게 개소리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남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다소 설득력이 없는 살인의 방식이지만 일단 그 방식이 먹혀들 수 있었다는 당위성을 인정하고 나면 신선하고 천재적인 발상이라고도 인정해줄 수 있다.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는 성서의 말씀이 연상되는 매그레 경감의 homecoming. 모든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고향에서 그는 경감이면서도 그때 그 아이로 약간은 당시의 신분에 따른 대접을 받는 듯한 경우가 있고 자신도 과거의 기억과 현실이 섞여 당혹스러워 한다. 


살인의 동기도 좀 별로였고 진범이 밝혀지는 과정도 그다시 설득력은 없다. 어쩌면 진짜 사건이란 건 이런 모습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만.



딱 두 권. 참으로 초라한 성적인데 머리가 복잡한 날도 있고 일을 많이 한 날도 그렇고 책을 매일 꾸준히 읽고는 있지만 한 권을 진득하지 잡고 즐기지 못하는 날이 계속 되고 있다. 


이번 사무실로 입주한 것이 2019년인데 그때 와서 개발새발 같은 자계서를 많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꾸준히 사들인 책으로 인해 현재 대략 8000여 권의 책을 갖게 되었으니 늘어나는 행복과 함께 고민의 덩치도 계속 커지는 것 같다. 그래도 계속 사고 읽는 건 어떤 카르마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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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13 0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사무실의 책 8000권에 깜놀합니다. ㅎㅎ 제 직장 책상에는 지금 보고ㅠ있는 책 1~2권에 자료책 4~5권이 다인데 말이죠. ㅎㅎ 아 그러고보니 몇만권의 책이 있는 도서실이 바로 옆에 있긴 하네요. ㅎㅎ

transient-guest 2022-08-13 12:13   좋아요 2 | URL
달리 둘 곳도 없고 해서 사무실을 서재처럼 쓰고 있습니다 많아서 좋기는 한데 다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그냥 계속 읽고 모으다가 이담에 은퇴해서 보려고 합니다

박균호 2022-08-13 1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8천권이라뇨 !! 대단하십니다. 저는 이제 1천권이나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은 언제나 운동하는 지식인이세요. 제 책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22-08-15 00:22   좋아요 1 | URL
8천개의 고민이자 행복이죠. 권수가 중요하진 않지만 어쨌든 안 버리고 잘 버티고 있으니 만족합니다. 늘 좋은 책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고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