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다시 늦은 저녁에서 이른 밤에 잠이 들었다가 새벽 1-2시에 잠이 깨곤 한다. 밀린 일도 많고 해서 오늘은 아예 그참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일을 하기로 했다. 잠이 부족한 것이 계속되면 몸과 정신에 매우 나쁘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조용한 시간에 하는 일처리는 확실히 집중도가 높아서 빠르고 원활하다. 독서를 해도 좋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 책을 읽어도 상당히 좋은데 부족한 수면시간을 낮잠으로 보충해서 하루 7-8시간을 잔다면 한번에 그리하지 못해도 건강에는 지장이 없는지 궁금하다. 


가기 싫은 미팅을 꼭 진행할 일이 아니라면 오늘은 이대로 새벽운동을 하고 밥을 먹고 천천히 일하다가 저녁의 환송회를 가면 좋을텐데. 굳이 만나서 할 일도 얘기도 없고 그냥 인사치레나 하는 시간에 오전의 한 시간을 써야 하다니 낭비가 심하다. 2-3년 전부터 접촉해온 회사와 몇 가지 일을 하기로 하여 최근에 몇 건을 맡았는데 그 회사의 협력사대표가 만나고 싶다고 한 것. 이런 저런 일이 있어 애초에 ground rule을 확실히 정하는 의미에서 강하게 내 지침을 피력해서 이 정도로 끝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불쾌하여 더더욱 오늘은 미팅은 내키지 않는다. 번드르르한 언변에 속을 나이도 아니고 이제 지천명에 다다른 나이라서 나름의 빅데이터가 쌓여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상을 느껴보면 어느 정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뭐 여기까지.


하루키로 돌아와서 초기 3부작을 읽는 것으로 독서를 리셋해보고 있다. 뭔가 독서나 글이 막히던 것이 하루키를 읽으면서 풀어내는 것이다. 이런저런 평가절하도 많이 있지만 난 여전히 하루키의 글을 좋아한다. 그가 살아온 삶의 자취도 좋고 꾸준하고 담백한 일상이 좋다. 뚜렷하게 잘하는 것이 없이 여기까지 살아온 나에게는 그가 살아온 꾸준함, 이를 통한 지금의 경지에 다다른 모습이 더없이 좋다. 어디서 봤는데 꾸준함이 재능을 이긴다는 말이 있던데 재능에 꾸준함을 갖추고 운빨까지 맞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보통 세 가지 중 하나를 갖고 사는 와중에 재능도 발견하고 가끔은 운때도 맞는 것이 대부분의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벽의 힘은 위대해서 고작 새벽 두 시에 일어난 것으로 소소한 업무처리도 했고 아침기도도 했고 운동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책을 읽을 시간도 조금 가질 수 있는 하루를 얻었다. 오늘은 이 기분으로 활기차게 나아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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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10-23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밤중이나 새벽 시간만이 가지는 묘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아침 근무 시작 패턴에 익숙해져서 잘 모르죠. 예전에 3교대가 있던 시절 어쩌다 야간 근무를 하게 되면 시간의 길이가 엿가락처럼 변해버린 느낌, 시계 소리만 들리던 또렷한 적막, 넓은 사무실에 혼자 피워 올리던 담배 연기....그런 시절들이 떠오릅니다.

transient-guest 2025-10-24 00:16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무실에 그렇게 일찍 출근해서 혼자 일하는 시간을 가졌었어요. 낮엔 직원들, 상사에게 치이니 집중이 떨어져서 그렇게 해야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새벽시간은 길게 가져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해가 뜨면 시간이 휘리릭 가버립니다. 언젠가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와인 한 잔 해보고 싶네요.ㅎ

yamoo 2025-10-24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초기 3부작이 뭘까요? 저는 하루키 초기 에세이집을 좀 읽었는데 괜찮았지만 20권 모으고 2000년 대 초반 전부 팔아버렸습니다. 하루키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20권 내놓으니 금방팔리더라구요..ㅎㅎ
하루키 소설은 한 권도 안 읽어 봤습니다. 근데 책은 사놓고 있죠. 노르웨이의 숲과 해변의 카프카는 있습니다. 언제 읽을지...

꾸준히 뭔가를 하는 거...라이프 스타일 특성상 뭔가를 꾸준히 하는 게 저는 없습니다. 하나가 말다가 그랬죠. 근데 지금까지 꾸준히 해 오는 거 딱 2가지 있어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시작한 독서는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고....중학교 2학년 때부터 쳤던 탁구도 치다 안치다 하지만 지금까지 치고 있네요. ㅎㅎ 열심히 하다가 안하는 건 지금 셀 수 없이 많아요..ㅎㅎ

transient-guest 2025-10-25 01:26   좋아요 0 | URL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까지 해서 초기 3부작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꾸준히 신간으로 나오고 있으니 하루키는 진짜 인기가 많은 작가에요.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이제 80세가 다 되어가니 새 작품이 나올지, 언제 돌아가실지 몰라서 좀 마음이 아프네요.

꾸준히 하는 것 말고는 잘하는게 없어요. ㅎㅎ 하다가 그만 둔 건 검도 열심히 하다가 족저근막염으로 못하게 된 거? 근데 뭐 열심히 하는 것도 많이 없고 하던 걸 그냥 계속 하는 스타일입니다.ㅎㅎ
 

지금까지는 may be I have lived one book at a time 이라면 이제부터는 I will die a book at a time 이라는 생각이 드는 나이…

책을 읽다가 갑자기 떠오른 말
I will die a book at a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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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지 못하는 루틴으로 다시 돌아온 탓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밤 10시 정도에는 잠깐 누웠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다시 일어나 노닥거리고 나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오늘도 변함없이 그런 밤을 맞아서 일이라도 하려고 노트북을 켰으나 메일도 다 정리했고 그렇다고 이런 머리로 복잡한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잠깐 알라딘에 들어와버렸다.


지난 5월 마지막주 한국에서 선편으로 보낸 책 세 박스가 60일만에 도착했다. 우체국 3호박스 세 개에 나눠서 20kg이하로 무게를 맞추고 그간의 경험을 살려 패딩을 잔뜩 넣어서 최대한 책이 덜 흔들리게 하고 박스를 테이프로 둘러싼 덕분에 역대급으로 깨끗하게 망가지지 않은 채 잘 도착했다. 


결론은 읽지 못한 책이 넘치는 와중에 더욱 그렇게 되었다는 것. 책을 사도 한국에서 굳이 이곳으로 DHL을 이용해서 받을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려고 해도 도통 집중이 어려운 건 요즘 부쩍 늘은 이 몸의 나이탓이다. 


예전 같았으면 게임을 잡고 밤새 시간을 보냈을텐데. 


대학때 침대와 책상, 책장 두 개를 넣으면 꽉찬 방에서 지금은 없어진 Red Dog란 값싼 맥주 six pack과 chip 한 팩으로 밤새 게임을 하다가 '소오강호'를 읽던 시절이 조금은 그립다. 꿈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그때와 더 좋은 걸 먹고 마실 수 있고 원하는 걸 쉽게 구하는, 하지만 꿈이 별로 없는 지금. 물론 난 지금이 젊은 시절보다 더 좋다만, 가끔은 그때의 내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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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7-31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밤새 게임하던 시절의 체력과 열정(?)이 그리워 지기도 합니다.

전 밤새 대항해시대 온라인과 와우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대항해시대는 포르투칼 리스본에서 인도 고아까지 실제 시간 2시간이 소모되었는데 술 취해 들어와 게임하다 책상에서 잠들었더니 난파되서 남아메리카까지 떠내려간 기억이 나네요. 다음날은 접속해서 남아메리카에서 유럽까지 난파선 끌어줄 유저분 찾느라고 또 밤새고...다시 해보고 싶네요.

transient-guest 2025-08-01 06:27   좋아요 0 | URL
저는 중독될까봐 온라인게임은 한번도 안 해봤어요. 혼자 노는걸 더 좋아하기도 하구요. ㅎㅎ 실시간으로 게임이 진행되니 그런 재미있는 경험도 하셨군요.ㅎㅎ 저는 이제 난이도가 높은 요즘 게임은 흥미가 점점 떨어지고 옛날에 했던 디아블로 1 같은게 좋네요. ㅎㅎ 이래서 사람이 점점 고인물이 되어가나 봅니다
 


집까지는 아니지만 꽤나 고급한 차 한 대 값은 될 것 같다. 책을 사지 말고 이걸로 NVDA를 2009년부터 샀더라면 내 인생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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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7-29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 그대로 억 소리나는 금액이군요. NVDA에 투자했다면 알라딘을 인수하지 않았을까요???ㅎㅎ

transient-guest 2025-07-29 23:37   좋아요 0 | URL
그야말로 으억이네요.ㅎㅎ 이걸 일시불로 투자할 능력은 없었으니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2009년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했더라면 지방거점도시의 아파트 한 채는 됐을 것 같습니다.ㅎㅎㅎ
 

앞으로 당분간은 한국에서 책을 미국으로 배송받지는 않을 생각인데 갖고 있는 책이 많아서 읽을 책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하면 새로운 책을 받는 재미는 못 느끼겠지만 그래도 배송 열 번이면 건당 평균 8-10만원 정도의 DHL비용이니 100만원 정도를 아껴 책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서 배송지역할을 해주는 친구의 집에 쌓아놓을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차피 요즘처럼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리게 간다면 새로 책을 많이 받는 의미가 별로 없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데 혹시 내가 전체적으로 느려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이 눈에 잘 안 들어온다기보다는 빨라진 시간의 흐름에 대비해서 내 속도가 현격히 느려진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무엇이든 때가 있다고 경험을 통해 믿게 되었으니 일을 하는 것도 꾸준한 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active하게 처리하는 건 50대가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큰 그림에 따라 55세까지는 일차 FIRE가 가능해질 것 같은데 일정한 수준까지는 마음가짐의 문제가 될 것이다. 더 일찍은 어렵고 굳이 55세로 잡은 건 이 정도면 이후 5년간 phase out하면서 완전히 practice를 끝낼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market이 그 전에 더 축소되거나 A.I.로 주도권이 넘어가버린다면 어쩔 수 없이 더 빨리 그만두어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내 시대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실 요즘 mid level manager들이 점차 정리대상이 되어가는 것 같고 entry level의 경우 훨씬 적은 숫자를 뽑는 것 같은데 SV바닥을 넘어 많은 지역과 산업분야로 이런 트렌드가 확산되어가는 것 같다. coding도 그렇지만 회계나 법률법인의 경우 원래 명문학교출신으로 비싼 초급으로 데려가는 가방모찌 같은 직급의 신입들은 그 숫자가 매년 줄어들 수 밖에 없으니 지금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는 친구들은 내가 20여년 전에 겪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험난한 미래를 살아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케바케로 다르고 막상 또 취직을 잘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는 한데 보편적인 경향은 확실히 보다 적은 job숫자로 넘어가는 추세라서 나라마다 여기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본다. 


Job sharing을 통해 일은 part-time으로 earning은 full-time으로 가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도 않고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슈를 많이 갖고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 풀릴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기회에서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는 것이 답일 것이다. 


월요일이라서 역시 무척 바쁘게 지나가고 있는데 이번 주만 잘 버티면 그간 밀린 일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이다. 2주 정도 밀린 것이 4-5주 정도가 되어 겨우 잡히는 것. 메일도 꾸준히 정리하고 간단한 업무는 충분히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최선이니 FIRE 1차 이전엔 역시 노는 것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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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6-24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어갈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게 자꾸 많아지기에 시간도 빠르게 느껴지나 봅니다.

transient-guest 2025-06-25 01:53   좋아요 0 | URL
그런 면도 있겠지요? 저는 진짜로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데 비해 모든 것이 느려지는 탓에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일도 책도 예전처럼 빠르게 못하니 일하는 날은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진짜 53-55세에 일차 FIRE 시작하고 이후 3-5년 사이에 완전히 정리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