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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하나에 ㅣ 사계절 그림책
김장성 지음, 김선남 그림 / 사계절 / 2007년 5월
평점 :
한때는 생태에 관심이 있어서 온갖 도감이란 도감은 다 사들였었다. 어려서 시골에서 자랐기에 본 것은 많았으나 관심이 없었던지라 그저 보기만 했을 뿐 이름이나 특징 등 자세한 것은(이름의 경우 기본적인 것이긴 하지만)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른이 되어, 또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내가 식물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이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보고 얼굴은 기억이 나지만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때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그 답답한 심정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 책을 보다 말고 도감을 뒤져보았다. 왜냐하면... 이 책에 나오는 나무가 분명 참나무과인 건 확실한데 진짜 이름은 모르겠기 때문이다. 워낙 참나무과 식물들은 이름도 많고 생김도 비슷해서 볼 때마다 헷갈리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나뭇잎의 모양이나 특징에 따라 표를 만들어 놓고 구별을 했을까.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돌아서면 또 헷갈린다. 결국 밖에서 혼자 이름을 알아맞추는 것은 지금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도감을 찾아 보고 내린 결론은... 아, 신갈나무구나! 나뭇잎을 보면 신갈나무와 떡갈나무 중 하나인데 도토리 모양이 없으니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껍질 그림을 보니 신갈나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신갈나무... 그 이름만으로도 괜히 정겹다.
나무는 결코 혼자 살지 않는다. 물론 생존을 위해 다른 나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다른 생명을 배척하지는 않는다. 밑둥에는 다람쥐도 살고 줄기에는 수액을 먹고자 하는 온갖 곤충들이 살며 가지에는 새가 둥지를 틀고 잎사귀에는 벌이나 애벌레들이 산다. 어디 그 뿐인가. 땅 속에서는 유충들이나 지렁이가 살고 있다. 이렇듯 어느 한 곳이든 혼자만 차지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식구를 많이 거느리고 사는 나무가 수만그루가 모여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모습을 몇 마디 안 되는 말로 다 이야기 하고 있다.
때로는 나무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기도 하고 때로는 나무와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기도 하는 등 동일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펼쳐진 끝이 없을 것 같은 숲의 모습은 말을 잃게 만든다. 그림 작가의 책 <은행나무처럼>을 보며 참 잔잔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 책에서도 역시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무의 위대함, 포용력과 동시에 생명의 귀중함을 절제된 말과 사실적이면서도 (나무가 그렇듯)소박한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진한 초록을 담은 숲을 보는 이 여름에 더욱 어울리는 책이기도 하다. 이런 맛에 그림책을 벗어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