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이야기를 해볼까?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4
줄리어스 레스터 글, 카렌 바버 그림, 조소정 옮김 / 사계절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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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근래에 있었던 살색에 대한 논쟁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살색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곤 한다. 몇십 년 동안 굳어진 습관이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작은 것이지만 서서히 바꿔 가다보면 언젠가는 그런 편견이라던가 고정관념이 사라지거나 바뀌겠지. 적어도 인간은 충분히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강렬한 색채와 그에 못지 않게 강한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던지는 이 책은 때로는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하고 가끔은 부당한 대우를 행하는 우리 이야기는 아닐까. 물론 자신들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조금만 피부색이 다르면 얕보는 백인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 모든 이에게 작가는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우리 인종이 너희 인종보다 더 나아.'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모두 틀린 이야기라고. 그건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위장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정말 통쾌한 결론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통쾌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를 상상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보다 피부색이 더 짙은 사람들에게 행한 부당한 행동을 생각한다면...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작가는 피부색에 대해 선입견을 갖는 것을 아주 노골적으로 경계하고 일깨워준다. 그러면서 살갗을 벗고 머리카락도 벗고 나간다면 모두 똑같은 인간이란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주문한다. 내 살갗을 벗을 테니 너도 벗지 않을 거냐고... 그렇게 된다면 모든 인간은 평등한 조건에서 생활하는 셈이다. 과연 그런 날이 언제쯤 올까. 아니 오기는 올까. 글쎄...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그래도 이런 책이 나와서 어른들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아이들은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점점 외국인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제는 우리 나라에서도 다양한 인종을 보게 된다. 아이들이 선입견을 가지기 전에 다른 인종을 인정해 주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이런 책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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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와 친구들 플랩 사운드북 토마스와 친구들 15
월버트 오드리 지음, 아동문학 편집부 옮김 / 아동문학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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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들은 유난히 바퀴 달린 것을 좋아한다.
둘째도 어렸을 때 어찌나 자동차를 좋아했던지...
하나 둘 모은 자동차 장난감이 몇 상자가 될 정도였다.
그리고 한때는 텔레비전에서도 했던 토마스 기차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한 적도 있었다.
어른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내용에 별 이야기도 아닌 것 같은데도 얼마나 열심히 보던지 지금도 그 모습이 생생하다. 

이제 조금 컸다고 이 책을 보더니 유치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더니 어김없이 펼쳐 보고 눌러 보고 장난을 친다.
어렸을 때 그토록 좋아했던 토마스 기차라는데 아무렴 그냥 지나칠 수야 없었겠지.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에 아이들은 눈을 떼지 못 한다.
또한 곳곳에 숨겨진 플랩을 펼쳐보면 거기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자칫하면 사운드북의 경우 소리가 갈라지거나 점점 늘어지거나 심지어는 둘의 소리가 섞이는 등 상태가 안 좋은 것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다행히 소리가 맑고 시간이 지나도 늘어질 것 같지는 않다.
선명한 소리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뛰어다니는 조카에게 선물해야겠다.
아마 조카도 무척 좋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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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돌이랑 놀자 지식과 정보가 있는 북오디세이 17
고미 타로 지음, 김난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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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지식과 정보가 있는 북오디세이 책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본 기억이 있어서 이 책도 선뜻 집어들었다. 사실 제목을 보고는 '숫자들이랑' 이라고 씌어있는 줄 알았다. 아마도 1,2학년을 위한 기초수학동화라는 부제를 보고 숫자가 많이 나오니까 그렇게 생각을 했나보다. 그러나 뭔가 이상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숫자돌이'다. 왜 눈으로는 미처 인식하지 못해도 어딘가 잘못 읽으면 자꾸 다시 보게 되는 그런 현상 덕을 본 셈이다.

요즘은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어려운 과목에 대해서 만화로도 많이 나오고 동화 형식으로도 많이 나오는 등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어찌보면 좋은 현상이긴 해도 어찌보면 이젠 감성으로 다가가야 하는 그림책이나 동화책마저 학습의 연장선상으로 취급된다는 점이 약간 씁쓸하긴 하다. 그러니 여러 책을 골고루 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처지에서 보자면 이런 책도 분명 읽을 가치가 있다.

마침 2학년인 둘째에게 이 책을 내밀었다. 아니, 실은 읽어줬다. 처음에 숫자돌이가 나와서 친구들 말이랑은 상관없이 모든 것을 숫자로 생각하고 계산하려고 하는 것을 보며 숫자돌인 정말 이상한 아이라는 친구들의 얘기에 공감했다. 그렇게 이상한 얘기만 하던 숫자돌이가 어느 순간 덧셈과 뺄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니 아이도 이해가 가는 눈치다. 게다가 숫자돌이의 모습은 눈과 코가 숫자로 되어 있는데다 자꾸 변하니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어갈수록 어휴, 장난이 아니다. 초등학교 1,2학년이 소화할 수 있는 단계를 점점 벗어난다. 단위가 나오고 도형이 나오고 넓이까지 나오니 말이다. 어디 그것 뿐인가. 타율 계산에 속도에 열랑에 진법까지... 수학에서 나오는 기초적인 것은 대부분 나오는 셈이다. 사실 그 부분에서는 속으로 야속했다. 아니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이런 걸 어찌 안단 말인가. 게다가 넓이의 원리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설명없이 척척 계산만 하는 숫자돌이가 그리 얄미울 수가 없다. 그런데 뒤에 도움글에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리고 의아해 했던 것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여기 나온 것들을 아이가 모두 이해하길 바라지 말라고... 그저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 주란다. 한 가지 걱정을 던 기분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야기가 그런대로 쉬워진다. 그래, 아이들이 수학은 어디에 쓰느냐고, 쓰지도 못할 걸 왜 그리 힘들게 배우냐고 하소연 할 때 이 책을 슬쩍 던져주자. 그러면 우리 주위에 수학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유용하며 필요한지 느끼게 될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나와 있는 숫자라고 해서 모두 수학은 아니라는 설명을 보며 어린이책 작가이기에 이런 말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청소년에게 설명하는 책이었다면 이런 말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점수란 그저 점수일 뿐 그 사람의 능력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이 마지막에 나오는 설명으로 인해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어렵겠다는 걱정을 줄곧 했던 마음이 확 풀린다. 역시 고미 타로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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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주 큰 고구마
아카바 수에키치 지음, 양미화 옮김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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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니 아이들 유치원 다니던 때가 새삼 생각난다. 감자 심기, 고구마 심기에 이어 여름이나 가을이면 그것을 다시 거둬들이는 과정이 꼭 꼭 들어갔다. 더구나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은 따로 밭이 있어서 항상 그런 체험을 했었다. 물론 요즘은 초등학교 현장체험도 한 두번은 그런 곳으로 가서 고구마를 캐오기도 하지만 그것은 농장에 돈을 내고 가는 것이므로 약간의 의미에 차이가 있는 셈이다. 아이가 캐 온 감자나 고구마는 어찌나 잘 챙기는지 평소에는 잘 안 먹던 감자라도 자기가 캐 온 것이라면 맛있다고 먹었던 기억이 난다. 또 감자나 고구마 캐러 가기로 한 날 비라도 오면 얼마나 실망을 하던지... 

여기에는 그러한 과정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아마 현재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읽으면서 바로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고구마 캐러 가기로 한 날 비가 와서 못 가는 바람에 아이들은 싫다고 비옷 입고라도 가자고 무작정 조른다. 그럴 때 선생님의 해결방법은? 바로 잘 달래는 방법 밖에 없다.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고구마는 점점 자랄 것이라고. 그래서 너희들이 캐러 가게 되는 다음주에는 엄청 많이 자랄 것이라고... 그 때부터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밭에 있는 고구마는 어디로 가고 상상 속의 고구마가 자라기 시작한다. 어디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게 한두 번인가.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고구마의 크기를 가늠하고 아주 커다란 종이에다 그리기 시작한다. 종이가 부족하다고 하면 어느새 다른 친구가 종이를 가져와서 이어준다. 선생님이 도와주지 않아도,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그리고 붙이고 색칠하고... 그림을 다 그려서 고구마를 보여주는 장면은... 진짜 아주 아주 큰 고구마다. 규격이 정해진 작은 책으로는 그렇게 큰 고구마를 표현할 길이 없어 결국 여러 장에 나누어 보여줄 수밖에 없다. 계속 넘어가는 책장을 보며 아이는 탄성을 지른다. 대개 이렇게 긴 어떤 것을 보여주려고 할 때는 책장을 접어서 표현하는데 이렇게 장을 넘기며 크기를 가늠하는 맛도 꽤 괜찮다. 아이들은 이 커다란 고구마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생님이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안다. 이렇게 마음껏 그리고 상상한 아이들의 마지막 기분은 어떨까. 정말로 하늘로 날아갈 것 같지 않을까. 

글과 그림을 한 작가가 한 것이지만 뒤에 보면 또 다른 한 명이 소개되어 있다. 바로 유치원 교사로 이책의 모티브를 제공한 사람이다. 직접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의 활동 보고서를 기초로 해서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나보다. 윤곽만 대충 그린 그림에 색이라고는 오로지 고구마 색만 있는 단순한 그림책. 두께가 상당해 보이지만 글이 얼마 없어서 두께에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읽고 나서 책을 덮을 때 쯤이면 아마 아이는 분명 다른 어느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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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귀 토끼 모두가 친구 1
다원시 지음, 심윤섭 옮김, 탕탕 그림 / 고래이야기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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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남과 다른 것에 대해 특히 예민하다. 그래서인지 남과 다른 것을 소재로 한 책이 참 많다. 물론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일 테고... 그 대표적인 것이 <미운 오리 새끼>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 겉표지에 씌어 있는 글에서는 '<미운 오리 새끼>보다 먼저 보아야 할 그림책'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 이유는 바로 여타의 이야기들이 외부의 도움을 받거나 태생적인 요인으로 행복을 찾지만 이 책은 스스로 그리고 외적인 변화는 아무 것도 없지만 마음의 변화로 극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유난히 귀가 짧고 둥근 귀를 가진 동동이는 그것을 멋지게 이겨낸다. 그렇다고 언제나 자신의 귀가 당당하고 좋았던 것은 절대 아니다. 처음에는 그저 토끼로서의 본성인 뛰고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귀가 좀 짧은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왜 우리도 혼자서는 전혀 이상하거나 어색하지 않은데 남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위축되는 그런 경우가 있지 않은가. 아마 동동이도 그런 것일 게다.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진 않아도 혼자서 귀가 커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써본다. 빨래 집게로 늘려도 보고 비도 맞아 보고... 그러다 결국 아예 감춰버린다. 이제는 당당했던 그 마음은 없어지고 단지 다른 친구와 다른 것이 화가 날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친구들과 똑같은 아니 더 멋있고 달콤한 향이 나는 귀를 만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너무 싱겁다. 다시 한번의 좌절을 맛보고 결국은 그 좌절을 기회로 활용하여 멋지게 성공까지 한다. 귀를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만드는 것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에 성공하는 것이다. 

기존에 많이 나와 있는 이야기가 그저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함으로써 극복했다면 이것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다. 뒤에 나와 있는 '부모님께 드리는 글'에서는 아이가 외모에 불만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하라는데... 글쎄 쉽진 않다. 왜 하필이면 아빠를 닮아서 쌍꺼풀이 없냐고 내가 더 안타까워 했으니 말이다. 외모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보편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면 이상하듯이 쳐다보는 그런 사회적 모습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동동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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